[파이낸셜뉴스] 국내 제약산업에서 제네릭 의약품과 개량신약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5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정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신약 중심’으로 설계된 현행 약가제도 구조는 제네릭 및 개량신약의 공공적·산업적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리포트는 제도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약가제도는 신약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통한 보장성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제네릭은 진입 시점부터 약가를 대폭 낮게 책정받고, 이후 지속적인 인하 압박과 사후관리 규제를 받고 있다. 개량신약 또한 오리지널 신약에 비해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약가 인센티브가 제한되고 있다. 협회는 이러한 구조가 제네릭과 개량신약이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보건 재정 안정, 의약품 접근성 확대, 국산화 및 공급망 안정성 확보 등의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령사회 진입과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장기 치료의 약물 경제성이 중요해지는 현재, 제네릭과 개량신약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반영은 미흡하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네릭 의약품은 건강보험 재정 절감, 약가 안정, 공급 다변화를 통한 의약품 수급 안정성 제고, 의약품 접근성 확대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오리지널 대비 가격이 낮고 품질이 동등한 제네릭은 중장기 치료가 필요한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게 경제적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공공의료의 필수 축으로 기능한다. 여기에 개량신약은 오리지널 성분을 기반으로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등 약물 치료의 효율성을 높인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 중단 및 철수 사례가 증가하면서 국내 제네릭 및 개량신약 기업의 공급 안정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은 단순한 시장 논리를 넘어 국가 보건안보의 문제”라며 “공공적 관점에서 제네릭과 개량신약의 지속 생산 유도를 위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제네릭 및 개량신약의 가치 재조명을 위해 약가산정 기준 개편, 중복 규제의 정비, 사후관리 제도 통합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제약사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일방적 인하 중심의 사후관리보다, 품질, 공급안정성, 사회적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가치 기반 약가체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5-06-15 08:44:15[파이낸셜뉴스] 국회에서 제426회 임시회가 진행 중인 가운데 상임위원회에서 수도권 일대 대학의 인공지능(AI) 연구가 시설 전력부족 문제로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대식 국회의원(부산 사상·국민의힘)은 12일 교육위원회에서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대학 고전력 연구시설 전력 증설 신청현황’ 자료 분석결과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대학의 AI 연구 등 추진에 따라 고전력 수요가 늘어나고 있으나, 실제 전력 공급이 완료된 사례는 극히 일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전력공급을 위한 행정절차 간소화 및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2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전국 대학이 신청한 고전력 시설 증설 건수는 총 1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실제 전력공급이 완료된 사례는 3건에 불과했다. 공급까지의 소요 기간은 짧게는 51일에서 최장 1010일로, 공급 시점까지의 편차가 컸다. 공급 가능 판정을 받았지만 아직 전기 사용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도 8건 있었으며, 공급 불가 판정을 받은 곳은 4곳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경기본부 담당지역이 3건, 남서울본부가 1건으로 모두 수도권 지역으로 확인된다. 한전 등에 따르면 전력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 지역의 변전소 여력이 사실상 고갈돼 전력공급 자체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 다만 지방은 변전소의 여유 용량이 상대적으로 확보돼 있어 고전력 AI 연구시설 유치에 괜찮은 조건을 갖춘 상태로 분석됐다. 지난 2023년 6월 규제 개선에 따라 대학을 비롯한 공공 연구개발 시설이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10㎿ 초과 전력 사용 시에도 전력계통 영향평가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고전력 설비 구축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대학이 홀로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부닥치며 연구시설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김대식 의원은 “대학은 국가 혁신의 최전선이며 AI 산업의 핵심 거점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기업의 자율성만큼 대학 연구소의 자원 접근성과 기반 확보도 중요하다”며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비롯한 각종 행정절차로 인한 시간 비용 부담을 줄여야 한다. 대학이 연구 인프라 확보에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5-06-12 11:42:26#OBJECT0# [파이낸셜뉴스]외환거래상의 규제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의 연계 및 활성화 기반이 담긴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반복되는 금융사고 방지와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금융지주·은행의 사외이사 최초 임기를 연장하고, 서민을 위한 최소 2~3개의 중금리대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국민간금융개혁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금융과 은행·보험산업 10대 금융개혁과제'를 발표했다. 먼저 혁신금융 분야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신종증권 활성화 및 토큰증권(STO) 제도화 △금융 인공지능(AI) 에이전트 허용 △생성형 AI 활성화 및 망분리 규제 완화 △독립 금융상품자문업 활성화 △기업금융분야 핀테크 중점 육성 등 6개 과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원화 스테이블코인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위원회는 입을 모았다. 위원회 소속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의 대부분이 미국 달러 기반인데 이는 달러에 대한 의존을 심화시키고, 국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통화 주권을 지키면서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확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에는 △발행 및 유통 주체에 대한 책임 규율 △사용자 보호 및 금융안정성 확보 △CBDC와 연계 및 활성화 기반 △외환 거래상의 규제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CBDC는 기관 중심, 스테이블코인은 개인·기업의 일반거래 중심으로 나누고 CBDC와 스테이블코인 간 연계 및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외환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스테이블코인의 외환자산 여부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해외송금 및 수취 거래 신고·허가 요건 정비, 역외 스테이블코인 허용방식 설정 등이 필요하다고 위원회는 강조했다. 은행·보험 분야에서는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설립 △신용생명보험 모집방식 개선 △소액단기전문보험회사 설립 요건 완화 등 4개 과제를 제시했다. 금융지주·은행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 연장과 자격요건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배현기 웰스가이드 대표는 "금융회사 대표이사의 선임 및 승계와 관련해 '참호 구축'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최고경영자(CEO)의 선임, 연임, 후임 관련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최초 임기를 CEO 임기보다 길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자격 요건도 'Fit&Proper' 테스트에 준하는 엄격한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민을 울리는 중금리 대출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추가 설립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금융당국에서 신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중금리대출 공급 확대보다는 소상공인 대출 공급을 강조하는 등 방향이 왜곡됐다"며 "최소한 2~3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 설립돼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가과정에서는 마이데이터 활용과 AI 금융 활용여부 등 금융혁신 여부,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에 대한 구체적 공급 계획 및 방식을 평가해 선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취약계층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빚의 대물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신용생명보험 모집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은행(금융기관 보험대리점) 대출 창구에서 고객에게 신용생명보험을 권유하는 행위를 불공정 영업행위로 규정해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며 "금소법 또는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은행 창구에서 신용생명보험의 상품 설명을 허용해야 한다"고 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이주미 기자
2025-06-10 16:21:51[파이낸셜뉴스]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2일 "최근 금융위기는 예측하기 어렵고 빠르게 전개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상 금융회사의 부실을 사전 예방하는 금융안정계정제도와 부실 금융사에 대한 신속정리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예보에 따르면 유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예보 청계홀에서 열린 '예보 창립 29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금안계정은 예보의 기금을 활용해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금융사를 선제적으로 지원하는 별도의 계정을 말한다. 유 사장은 취임 이후 금안계정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조직 개편을 통해 담당 조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신속정리제도는 부실 금융사를 정리할 때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매각 등이 가능하게 한다. 일종의 '패스트트랙'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때처럼 부실이 전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것을 조기에 막을 수 있다. 현재는 금융당국이 부실 금융사 매각 전에 시정 계획안을 제출받고 이해관계자의 조정 등 사전 절차를 거쳐야 한다. 유 사장은 오는 2026년과 2027년 저축은행 특별계정 및 예보채 상환기금의 존속기한이 도래하는 사실을 언급하며 "예금보험제도의 대전환기를 맞아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주요 정책 과제로 △금융시장 안정장치 완비 △금융계약자 보호방안 강구 △기금체계 개편 완수 △실질적 디지털 전환 등을 꼽았다. 유 사장은 오는 9월 예고된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대해 "적정 목표 기금 규모 설정 등 새로운 기금체계를 마련해 변화하는 금융환경에 흔들림 없이 대응할 준비가 돼있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또한 저축은행 특별계정 잔여 부채 상환 마련, 상환기금 잔여 자산 배분, 미환가 현물 자산의 처분 등을 빈틈없이 처리해 예보의 기금운영 업적으로 남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5-06-02 16:00:48[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9일 "조만간 출범할 새 정부가 경기회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 가계부채 관리, 소상공인 지원, 자본시장 선진화, 금융안정 등 현안과제는 정치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추진하라"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직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새 정부의 고령화대응, 인공지능(AI) 규제혁신, 디지털자산 생태계 정비 등 다양한 미래대응 정책과제도 철저히 준비하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미국과 일본 재정건전성 우려 등에 따른 글로벌 장기금리 상승이 국내 시장금리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날 오전 미국 연방법원의 관세명령 취소판결이 있었지만, 미국 행정부의 법적 대응이나 다른 행정조치를 통한 통상압력도 가능한 만큼 통상갈등과 환율 불안 등이 언제라도 재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이런 정책 불확실성이 투자와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향후 발표되는 경기지표 수준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크게 증폭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은도 올해 성장 전망을 0.8%로 하향해 경기진작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토지거래허가제 영향과 기업공개(IPO) 청약 등으로 일시 증가한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대비하라고 지시했다. 또 내수 부진에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산업부진 영향이 큰 저신용 기업의 애로사항을 면밀히 점검하라고 말했다. 연체율 증가세가 높은 금융회사에는 대손충당금 적립 및 자본확충을 지도하고 적극적인 부실채권 상·매각과 채무조정을 유도하라고 당부했다. 금융권 AI 혁신과 스테이블코인 지급·결제 활용에 대비해 인프라, 규율체계, 금융시스템 영향 등을 종합 검토하고, 대선을 앞둔 시기에 정치테마주 등 불공정거래를 철저히 점검해 건전한 시장 질서를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5-05-29 11:19:49지난해 세계 사이버 공격 대상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은 금융 서비스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공격당한 조직의 절반 이상은 외부 기관의 통보로 사고를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통신사를 대상으로 한 공격은 개인정보 탈취 목적보다는 국가 스파이 활동 목적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구글 클라우드 맨디언트가 공개한 '맨디언트 M-트렌드 2025'에 따르면, 지난해 해커들이 가장 빈번하게 이용한 취약점은 네트워크 말단부(edge)에 있는 보안장비였다. 맨디언트는 특히 러시아 및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 시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올해로 16회를 맞은 M-트렌드 보고서는 맨디언트 컨설팅 전담 팀이 발간하는 연례 보고서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사이버 위협 동향을 심층 분석한다. 심영섭 구글 클라우드 맨디언트 컨설팅 한국·일본 지역 총괄은 이날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미디어 브리핑에서 "초기 감염 경로로 네트워크 장비 취약점을 악용한 비율이 전세계 평균 2배에 달한다"면서 "침해 사고의 70%가량이 외부 기관에 의해 탐지됐다는 사실은 조직 내부의 보안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취약점 패치가 이루어지기 전에 시도하는 '제로데이' 공격은 신속한 탐지 및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만큼, 알려지지 않은 위협에 대한 선제적인 방어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맨디언트에 따르면 지난해 가장 많은 표적이 된 산업은 금융 서비스로, 전체 조사의 17.4%를 차지했다. 비즈니스 및 전문 서비스(11.1%), 첨단 기술(10.6%), 정부(9.5%), 의료(9.3%)가 그 뒤를 이었다. 통신사를 공격하는 경우, 금전 등의 목적 보다 전략적 감청 등 국가 스파이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심영섭 총괄은 글로벌 기준, 통신사도 주요 해킹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 경우, 공격자가 백도어를 설치한 뒤 장기간 잠복하며 특정 인물의 통화 내용과 이메일을 감청하는 정찰 활동을 수행하는 양상이 포착됐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중국과 연계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커 그룹 '솔트타이푼'의 지난해 AT&T, 버라이즌 등 미국 통신사 해킹 사건에서 미국 정부는 이들이 정부 도청 시스템 정보에까지 접근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맨디언트가 조사 중인 다양한 통신사 사이버 공격 사건에서도 대부분 오랫동안 잠복하면서 통신 감청을 목적으로 한 증거들이 발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심 총괄은 "일반적으로 통신사를 해킹하는 경우 개인정보 보다는 국가 스파이 활동에 주된 초점을 맞춰서 봐야 한다"며 "이 경우는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의 대응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5-05-27 18:18:13[파이낸셜뉴스]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하면서도 비(非) 법조인을 임명하는 데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변협은 23일 성명을 통해 "대법관 1인당 연간 3000여건의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현실은 충실한 심리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어 대법관 증원은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변협은 "대법관 증원은 상고심 제도의 병목 현상을 완화하고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방안"이라며 "대법관 수를 늘려 심리 부담을 분산하면 법리와 논증이 더욱 심도 있게 발전할 수 있으므로, 국민의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가 두텁게 보호될 것"이라고 봤다. 대법관의 다양성이 확대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변협은 "성별·세대·전문 분야가 다른 법조인들이 합류할수록 대법원 내부 토론은 활력을 얻고, 소수자의 권리를 반영한 판결을 기대할 수 있다"며 "기존 상고허가제나 고등법원 상고부 설치처럼 사건 수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관료적 계층을 신설하는 방안은 대법원의 기능을 왜곡하고 전관예우를 조장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반면 비법조인의 대법관 임명은 대법원의 핵심 기능인 '법률심' 역할을 위태롭게 한다며 우려했다. 변협은 "통일된 법 해석과 법적 기준 설정은 장기간의 실무 경험과 전문적인 법률 훈련을 전제로 한다"며 "다수 의견과 반대 의견을 치열하게 논증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없는 인사가 존재한다면, 대법원 판결의 권위와 일관성이 무너져 사법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이나 10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아울러 대법관 임용 자격에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라는 항목을 추가하는 개정안도 발의했다. 현행 법원조직법은 대법관 자격을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공공기관이나 법인의 법률 사무에 종사한 사람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 중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5-05-23 17:07:54[파이낸셜뉴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 착수하면서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영업자 상당수는 추가적인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용자와 근로자, 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달 22일 첫 회의에 이어 오는 27일 두 번째 전체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1만30원으로 사상 처음 1만원을 넘어섰다. 이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벌써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증가가 곧바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네이버 자영업자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 활동 중인 자영업자 A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피해는 모두 우리 사회가 떠안게 되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A씨는 "최저임금 상승은 제품 원가에 반영되고 비용 상승으로 도태되는 자영업자가 생기며 이 과정에서 일자리는 줄어든다"며 "살아남은 자영업자 역시 노동공급가 상승으로 일자리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가 줄어드는 반면 실업급여 수급은 늘어나면서 사회적 비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세금, 준세금은 더욱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영업자 B씨는 "이번에 직원 2명 내보냈다. 점점 1인 자영업화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어떤 제품이던 제일 많이 들어가는 게 인건비인데, 최저임금 오르면 물가가 안 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 차등적용에 대한 주장도 나온다. 자영업자 C씨는 "일본은 올해 기준 전국 평균 최저시급이 1055엔인데 제일 적은 지역은 시급 943엔이고 제일 높은 도쿄는 1163엔"이라며 "통상적으로 술집은 높고 편의점은 낮은데 이렇게 해야 자영업자들 숨통이 트일 듯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 D씨는 "지역별 차등적용을 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이 지방보다 높게 책정될 것"이라며 "지금도 서울과 수도권에 일자리가 많은데 지방 최저시급이 낮으면 더욱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휴수당이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휴수당은 일주일 동안 1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근로자 유급휴일에 적용하는 수당이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주휴수당을 포함할 경우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2048원이 된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골목상권과 지역경제가 죽어가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바라는 최저임금 논의는 고용을 위한 기회와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악순환 경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돼 자영업자들이 다시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2025-05-09 08:32:30[파이낸셜뉴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오는 1일로 정하는 등 이례적으로 쾌속 심리를 한 배경에 관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사안의 시급성과 성격을 토대로 재판부에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천 처장은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상고심 선고기일이 사건 배당 9일 만에 잡힌 이유를 질의하자 이같이 답했다. 천 처장은 "법원행정처는 재판 업무와 거리를 두고 있어 정확한 내막을 알 수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면서도 "다만 추측하기로는 최근 통계를 뽑아보니 지난해부터 공직선거법 사건의 경우 법에 정해진 취지를 법관들이 준수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심은 기소로부터 6개월 내에 2·3심은 원심 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종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이 이번 사건의 선고 일정을 빠르게 잡은 것은 선거법의 원칙을 반영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천 처장은 이어 "최근 공직선거법 사건 처리를 보면 그 이전에 비해 1심과 2심 모두 두 배 정도 빠르게 처리했다"며 "사안의 시급성, 성격 등을 토대로해서 재판부에서 판단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22일 이 대표의 사건을 대법관 소부에 배당한 직후 전원합의체로 회부했고 1일 오후 3시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21년 대선 과정에서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취지로 한 발언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2025-04-30 20:55:16[파이낸셜뉴스] 최근 미국의 첨단기술 대중 수출제한과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통제로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략적 국제협력 확대와 실효성 있는 정책금융 추진, 기업 보호 장치 마련 등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7일 발표한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중 양국의 수출통제 범위의 국경 밖 확대로 우리 기업들이 수출 과정에서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통해 자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수출하는 제3국 기업까지 제재하고 있다. 중국 역시 지난 12월 제3국 기업을 통제하기 위한 이중용도 품목 역외적용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지난 3월에는 외국 기업이 미국 제재에 협조 시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무협은 특히 중국의 제3국 기업 제재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첨단산업 활용도가 높은 핵심 광물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극히 높은 상황에서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민간과 공공의 비축 물량 확대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수출허가 지연과 통제 강화가 반복된다면 구조적 공급망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협이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수출 실적 50만달러 이상의 제조기업 74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절반 이상인 53.4%가 전년 대비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이러한 공급망 위기에 대해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한 기업은 2.4%에 불과했으며, 절반 이상(51.8%)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추진 중인 주요 대응 전략으로는 '수급처 다변화 모색', '공급망 모니터링 강화'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기업들은 양국의 무역제재에 대한 애로로 '환율 변동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가장 먼저 꼽았으며 '원자재·중간재 수급', '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통관 지연' 등이 뒤를 이었다.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정책으로는 '정책금융 확대', '수급처 다변화 지원' 등인 것으로 조사됐다. 진실 무협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이후 미중 갈등이 격화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은 원가 상승과 수급 단절 가능성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기업들이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수출처 및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중 수출통제 충돌에 대비하여 외국 제재 준수에 대한 전문가 판단 등 가이드 라인 지원, 타국 제재 불이행 시 불이익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 등 우리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2025-04-27 09:2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