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서울시민대학에서 시민박사 12명을 처음 배출했다. 시는 지난 9일 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서울시민대학 제7회 명예시민학위 수여식에서 시민박사 12명, 시민석사 35명, 시민학사 170명 등 총 217명이 명예시민학위를 받았다고 13일 밝혔다. 서울시민대학 강좌를 100시간 이상 수강하면 '시민학사'를 취득하고 이후 200시간을 추가 이수하고 학습 결과물을 승인받으면 시민석사를 받을 수 있다. 이어 300시간의 심화 교육과 실습을 마치면 시민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올해 배출한 12명의 시민박사는 명예시민학위 도입 이래 첫 박사학위 수여자다. 시민박사학위 취득자들은 공통과목, 실천학습, 전공세미나 등 총 1년 반에 걸쳐 이론과 현장 경험을 결합한 독창적 연구 성과를 만들어냈다. 강의자, 활동가, 연구자 3개 분과로 운영된 시민박사 과정을 통해 '사회적 고립감 극복에 자원봉사 활동이 미치는 영향 연구' '갈등의 이해와 해결방안에 대한 연구' '저출생 세대가 맞이할 상제 문화의 연구' 등의 결과물을 만들었다. 연구 결과물은 서울시민대학 4개 캠퍼스에 비치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다. 서울시민대학은 올해 명예시민학위제에 '전공 제도'를 신설해 교육과정을 심화했다. 지난달 모집을 마친 시민석사 과정에는 약자동행·디지털미디어교육·도시환경 3개 전공을 개설했다.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 환경대학원 등 유관 기관과도 연계해 진행한다. 또 하반기부터 모집 예정인 시민박사 과정은 '서울학'을 중심으로 개편해 시민의 지식과 경험이 서울시 정책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실천적 연구 중심 과정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한용진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장은 "배움을 개인의 지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와 도시문제 해결로 확장, 공유해 준 명예시민학위 취득자 여러분께 감사와 축하를 전한다"며 "서울시민대학이 학교 중심의 교육을 넘어 평생학습의 지평을 넓힌다는 사명을 이뤄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2025-06-13 12:34:06서울시가 인문, 문화예술 등과 관련된 강의, 토론, 현장학습 등 일정기준의 평생교육과정을 성실하게 이수한 시민에게 수여하는 ‘명예 시민학위제’를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 시는 명예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서울시장 명의로 수여, 오는 2022년까지 총 3000 명의 학위자를 배출한다는 목표를 9일 밝혔다. 시는 올해부터 ‘서울시민대학’이란 평생교육 학습장 명칭을 ‘서울자유시민대학’으로 변경하고 대학과 민간교육기관 등 민관협력으로 오는 2022년 서울자유시민대학 100개 캠퍼스 시대를 연다. '서울자유시민대학 2022 운영계획'에 5년 간 총 335억 원을 투입한다. 운영 실무는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이 담당한다. 서울시는 2013년 도심권인 시민청에 ‘서울시민대학’이라는 이름의 1호 평생교육 학습장을 열었다. 이후 권역별 캠퍼스가 차례로 문을 열면서 5개 권역별 거점 교육공간이 완성됐다. 28개 대학에서도 특성화 분야를 살린 ‘대학연계 시민대학 캠퍼스’가 활발히 운영되는 등 지금까지 33개 교육공간이 생겼다. 올 한 해 본부캠퍼스를 비롯해 5개 권역별캠퍼스, 대학연계 시민대학 캠퍼스 등 총 34개 캠퍼스에서 432개 강좌가 개설·운영될 예정이다. 젠더, 4차 산업혁명, 미세먼지 등 실생활과 밀접하고 미래 대응력을 높이는 강좌가 새롭게 신설되고, 배우고 싶지만 무엇을 배워야 할지조차 막막한 사람들에게 상담을 해줄 ‘학습매니저’도 배치된다. '서울자유시민대학 2022 운영계획'의 5대 핵심과제는 ‘명예 시민학위제’ 도입 및 명예시민학·석·박사 3000명 배출, ‘본부캠퍼스’ 본격 운영, 민관협력 중심으로 ‘서울자유시민대학’ 100개소로 확대, 교육분야 확대 개편(4개→7개) 및 품질 강화 지원, 빅데이터 활용 학습이력 ‘통합관리시스템’ 가동이다. 한편 시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내외 시민대학이 참여하는 ‘글로벌 시민대학 네트워킹 컨퍼런스’를 내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하고, 독일 뮌헨 등 시민대학을 선도하는 세계 도시들과 협의체 구성을 추진해 다양한 협력사업도 모색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서울시민의 삶, 꿈, 미래와 함께하는 모두의 대학”이라며 “위대한 도시는 위대한 시민이 만들고 위대한 시민은 다양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를 통해서 탄생한다. 시민들이 생활 가까운 곳에서 양질의 평생학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2018-04-09 15:07:35세계 최고 물리학자 중 한명인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사진)가 전 세계적인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지구촌이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한 순간을 맞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전 세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호킹 박사는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기고문을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지도자들에 의해 버려졌다고 느낀 사람들의 분노의 외침"이라며 "이런 반발에 대해 정치·경제 분야 엘리트들이 어떤 반응을 할지가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엘리트들이 시민의 반발을 '조악한 포퓰리즘'으로 폄하하거나 현실을 모면하려 한다면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금융분야에서 일부 극소수가 막대한 급여를 챙기는 것을 보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빈부격차를 누구나 알 수 있게 됐고, 부를 동경한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도시에서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해외로 이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호킹 박사는 "이주 현상이 사회기반시설과 경제에 대한 수요를 촉발시켜 사회적 관용이 줄어들고 정치적 포퓰리즘을 생산한다"며 "인류는 지금 가장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더욱 큰 위기는 인류가 지구 이외 대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호킹 박사는 "인류는 아직 지구를 벗어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했다"며 "수백년이 지나야 외계에 지구 식민지를 건설할 수 있을 텐데, 현재로서는 하나밖에 없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협력하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 세계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자원이 점차 소수에게 편중되는 상황에서, 자원의 광범위한 공유 방안을 찾고 일자리를 존속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지역사회가 이주민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전 지구적 관점에서 성장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설영 기자
2016-12-02 17:32:25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전쟁 초반 가장 먼저 만난 서방 기업인은 미국의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 알렉스 카프였다. 러시아의 침공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카프는 헝클어진 곱슬머리를 쓸어올리며 젤렌스키에게 말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우크라이나를 돕겠노라고.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이보다 앞서 3개월 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한밤의 담화 발표 직후 러시아군은 국경을 넘었다. 군의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 지도로 만든 이가 다름아닌 팔란티어 요원들이다. 수천개 상업위성과 정찰드론, 지상센서로 정보를 수집했다. 포착된 위치가 팔란티어 시스템에 들어오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이를 종합해 포병, 전차, 포병부대 이동 예상경로를 만든다.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팔란티어 지도 정보를 태블릿으로 전송받아 즉각 사격 좌표로 활용했다. 팔란티어 플랫폼이 서방 동맹국의 데이터 허브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팔란티어의 이름은 최근의 굵직한 세계 전쟁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가장 최근은 이스라엘의 기습적인 대이란 공습 작전에서다. 이스라엘이 팔란티어 AI플랫폼(AIP)을 통해 이란 나탄즈 핵시설과 핵과학자, 최고 수뇌부 암살 작전을 수행했다는 게 유력하다. 이란이 그토록 맥없이 무너진 것과 팔란티어의 정보력은 결코 무관치 않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헤즈볼라와 싸울 때도 팔란티어는 감시자 행동패턴을 분석하고 표적을 뽑아줬다. 시간을 더 거슬러가면 미국의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에도 팔란티어의 흔적이 뚜렷하다. 베일에 싸여 은밀히 움직이는 비밀결사체 같은 조직이 팔란티어다. 미국의 9·11 테러 이후 충격에 휩싸인 실리콘밸리 선각자가 테러 예측 빅데이터 업체 설립을 구상한다. 세계의 테러 악행을 줄이고, 사회를 혁신하고, 시민의 자유를 보호할 것. 이런 거대한 주제가 창립 비전이었다. 강력한 데이터 분석기술로 안보에 힘을 보태면서 동시에 시민들의 사생활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했는데, 동시에 풀기 어려운 이 과제를 팔란티어는 지금도 붙들고 있다. 2003년 닻을 올린 후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투자자들은 밑도 끝도 없는 사업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카프는 세쿼이아 캐피털을 찾아갔을 때 마이클 모리츠 회장이 미팅 내내 종이에 낙서만 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길은 중앙정보국(CIA)이 열어줬다. CIA의 벤처 인큐텔의 투자는 지원액수를 떠나 정부기관과 공조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었다. 그 후 국방개혁, 범죄 소탕, 테러 예방 같은 사업에 기존 대형 방산·보안 업체를 제치고 팔란티어가 주력군이 됐다. 방대한 빅데이터의 숨겨진 패턴을 찾고 이질적인 정보를 연결해 맥락을 부여했다. 이 기상천외한 기업을 창업한 이들 면면도 이보다 흥미로울 수 없다. 카프는 유대계 의사 아버지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예술가 어머니 밑에서 정의감이 투철했던 유년기를 보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스탠퍼드대 로스쿨을 거쳐 독일에서 비판철학으로 박사를 받은 인물이다. 박사 논문 주제가 '일상 세계의 공격성'에 대한 비판이었다. 일하지 않을 땐 수영과 태극권, 명상의 시간이 전부인 괴짜 CEO다. 카프를 팔란티어로 끌어들인 이가 앞서 언급한 실리콘밸리 선각자이자 페이팔 신화 주역 피터 틸이다. 틸의 학부 전공도 철학이다. 회사 이름을 소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진실을 꿰뚫어 보는 수정 구슬(팔란티어)'로 정한 이도 틸이었다. 두 사색가의 이념은 사회주의 좌파와 보수 우파로 갈리지만 지향점은 확고한 안보와 자유, 민주주의로 같다. 기업 해결사도 자처한다. 이 미션에 실행 좌표를 만드는 이가 기술천재 스티븐 코헨이다. 2주 만에 모든 걸 해낸다고 해서 'Mr.2주'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이다. 철학과 소신, 기술의 융합이 팔란티어의 뼈대라고 본다. 한국형 팔란티어의 관건도 여기에 있다. 기술엘리트를 키우고 사색하는 젊은이에게도 길을 열어주라. '붕어빵'을 찍어내는 교육을 먼저 개혁해야 한다. jins@fnnews.com
2025-06-25 18:25:13【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대구시의회는 이만규 의장이 23일 계명대 성서캠퍼스 동천관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의장은 "이 학위는 단지 한 개인에게 주어진 영광을 넘어 앞으로 가야 할 길에 대한 새로운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지역과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더욱 헌신하고, 배움과 실천을 삶의 중심에 두며 살아가겠다"라고 강조했다. 이 의장은 대구시의회 최초의 연임 의장으로서 탁월한 리더십과 소통 능력으로 지역의 미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했다. 또 '대구시의회 의원 행동강령 조례' 등 개정을 통해 지방의회의 윤리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도 했다.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 추진, 대구 군부대 통합 이전, 대구경북 행정통합, 군위군 대구 편입,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 대구경북지역의 미래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국가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사명을 성실히 감당하면서도 한민족 역사의 문화에 대해 널리 알리고, 관련 분야에 대한 연구와 집필 활동을 이어오며 올바른 역사 인식을 통해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긍심을 고취하는 공로를 인정받아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gimju@fnnews.com 김장욱 기자
2025-06-23 17:02:19"통일은 먼 미래의 결과가 아니라 광복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이어져 온 역사적 여정이다. 통일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는 지금, 이 과정을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한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믿는다." 황태희 통일부 통일협력국장(사진)은 3일 "저의 역할은 정부의 통일·대북 정책을 국내외에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20년 가까이 미국과 한국 학계에서 국제정치학을 연구해 왔으며, 특히 경제제재와 비핵화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지난해 1월부터 통일부로 자리를 옮겨 북한의 경제·사회 실태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탁월한 현실적 통찰을 제시하는 업무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비공식 경제, 이른바 '그림자 경제'에 주목해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시민사회와 청년세대, 학계뿐 아니라 재외공관과 외국 정부, 국제기구들과도 소통하며 통일의 방향성과 필요성을 공유하는 일을 펼치고 있다. 그는 미국 로체스터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를 거쳐 2015년부터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와 부학장을 역임하면서 국제정치의 구조와 논증을 가르치고 연구해 왔다. 황 국장에게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지난해 10월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고위급 북한인권 3자회의다. 우리는 지난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북한인권 연락그룹(Contact Group)을 미국과 함께 추진하기로 하고, 일본의 공식 지지도 이끌어냈다. 단순한 성명 발표를 넘어 탈북민 생존자들과의 공개 간담회, 예술인들의 전시와 공연까지 이어진 이 회의는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과 연대를 한층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일은 단순한 이념적 정향을 넘어서 전략적 판단에 필수적이라며, 북한과 통일 문제를 다루는 정책 결정자에게는 이러한 판단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역량이라고 짚었다. 황 국장은 이론과 정책의 간극을 체감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문제의 본질과 근본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집중했지만, 통일정책 현장에서는 그 '본질'이 현실의 제약 속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 절감했다. 이런 깨달음은 '전략적 사고'의 중요성과도 맞물려 있다. 통일정책은 우리의 의지와 함께 국내와 주변국 등 다양한 행위자들의 반응을 고려해야 한다. 최선의 정책을 항상 선택할 수 없는 현실에서, 때로는 차선 혹은 차악을 선택하며 최악을 피해야 하는 것이 전략의 본질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황 국장은 "남과 북의 화학적 통합, 즉 통일이라는 역사적·국가적 과제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이론과 실천을 연결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그 핵심에는 결국 북한, 특히 김정은 정권을 어떠한 '상대'로 인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자리한다. 피할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해 근본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것이야말로 통일정책의 출발점"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6-03 19:29:36"한식의 글로벌 미식 브랜드화를 이루고 싶다. 과거에 프랑스, 일본, 페루 등이 글로벌 미식계를 이끈 것처럼 한식 역시 향토음식, 전통주와 함께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가 될 수 있다." 이규민 한식진흥원 이사장(사진)은 29일 서울 종로구 한식진흥원에서 "'미식'이라고 하면 좁게는 '귀한 식재료로 맛있게 만든 음식'을 말하지만 꼭 비싸거나 파인 다이닝일 필요는 없다"며 "김밥이든 떡볶이든 작은 음식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미식"이라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고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버지니아공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한항공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농림축산식품부 외식산업진흥과 과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음식평론가협회 부회장, 한국관광학회 호텔외식경영분과학회 회장, 한국외식산업정책학회 회장직을 수행하며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그의 경력은 '여행' '호텔' '미식' 세 꼭짓점을 연결한 선으로 요약된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한식진흥원 7대 이사장에 취임했다. 흑백요리사 열풍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외식(미식) 산업은 한 단계 성장의 계기를 맞았다. 특히 미슐랭 3스타는 '레스토랑의 요리가 매우 훌륭해 그 요리만을 위해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안성재 셰프의 '모수'가 미슐랭 3스타를 받았고, 올해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가 3스타를 받았다. 미슐랭 3스타는 단순히 맛있는 식당 1곳의 의미가 아니라 전 세계 관광객이 항공권을 예매할 때 한국을 방문 후보국에 놓을지 말지 가르는 요소다. 이 이사장은 "한식진흥원도 한국판 미슐랭인 '해외 우수 한식당 지정제'를 시행하고 있다"며 "해외 우수 한식당 발굴 및 홍보를 위해 파리(7곳), 도쿄(2곳), 런던(1곳) 등 전 세계에 16곳을 지정했다"고 말했다. 한류 열풍으로 한식에 대한 글로벌 관심은 어느때보다 높다. 이 이사장은 "1980년대 스페인 음식이 세계 미식을 이끌었다면 이후 프랑스, 북유럽 국가들의 요리가 인기를 끌었다"며 "일본 및 인도, 스페인 음식의 영향을 고루 받은 페루도 세계 미식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이제는 한식 차례다. 이 이사장은 "셰프들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월드베스트 50 레스토랑'에 뉴욕에 있는 박정현 셰프의 '아토믹스'가 전 세계 6위, 북미 1위를 차지했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CEO가 줄을 서서 예약을 기다리고, 예약이 되면 비행기 표를 끊는다"고 전했다. 그는 한식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양성과 새로운 셰프들의 창의적인 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우리의 전통을 살린 향토음식의 보존과 전통주를 특히 강조했다. 한식에 전통주를 페어링해 새로운 미식 트렌드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한식진흥원 공간에서는 일반 시민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이 이사장은 "한식문화공간 '이음'에서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전통주 전시 및 한식체험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식갤러리에서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 등 다양한 전시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주말에 연인과의 데이트, 가족 나들이로 방문해 주셔도 좋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5-05-29 18:12:12[파이낸셜뉴스 서천=김원준 기자] 금강하굿둑으로 막힌 강물의 흐름을 다시 열기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된다.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다음달 12일 서천 문예의전당 소강당에서 ‘금강은 흘러야 한다 - 닫힌 금강하구의 지속가능한 정책 제안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금강하구 생태계의 회복과 더불어 침체된 지역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기위한 자리다. 지난 1991년 준공된 금강하굿둑은 수자원 확보와 치수를 위한 수리적·공업적 기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강과 바다의 연결이 차단되고 생태계 단절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하고 있다. 서천군은 지난 30여 년간 이로 인한 생태·경제적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하굿둑 외측에 축적된 토사로 인해 장항항의 항로 폭이 좁아지면서 1만 톤급 이상의 선박 입출항이 어려워지며 항만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수산자원의 급격한 감소도 심각한 수준이다. 서천군지속협에 따르면 대표 어종인 뱀장어·참게·우어 등 회유성 어류의 사실상 멸종 수준의 감소, 서천 해역의 맨손어업·내수면 어업·김양식 어업 등 전반에 걸친 피해 규모가 총 612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토론회 개최는 이같은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지역의 절박한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게 주최측의 설명이다. 김기웅 서천군수는 “그동안 금강하구 해수유통을 통한 생태계 복원과 지역 상생을 위해 군산시와 꾸준히 소통해 왔다”며 “이번 토론회에 군산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질 개선과 해수유통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서천의 생존이 달린 중대한 과제이며 침체된 지역경제를 되살릴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이제는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대응과 함께 초당적 협력, 그리고 실질적인 행정·재정 지원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해수유통과 생태복원을 위한 정책들이 구체적인 국정과제로 자리매김해 실행력 있는 제도와 사업으로 연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윤종주 충남연구원 박사의 ‘금강하구 생태복원과 지속가능한 지역 상생발전 방향’, 박진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의 ‘해수 순환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획득 방안’ 발표가 진행된다. 이어 허재영 국가하구생태복원전국회의 상임고문, 유재영 서천군 부군수, 남대진 군산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김종주 전북수산산업연합회 회장,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 등이 패널로 참여해 금강하구의 생태 회복과 해수유통의 사회적 합의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향후 금강공동조사위원회 구성과 연안·하구 복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제도적 기반 마련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특히 충남·전북을 중심으로 중앙정부와 국회를 설득해 전국 연안생태계 보전의 선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홍성민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은 “이번 토론회는 민간 거버넌스 기구가 주도하는 만큼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생태복원과 지역상생을 위한 전환점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으로 이번 토론회가 실질적 의미를 갖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5-05-27 14:59:28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단 나흘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UAE 등 걸프 3개국을 순방하면서 3조2000억달러(약 4462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해당 금액은 2023년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조7128억달러(OECD 기준)의 거의 2년 치에 이른다. 트럼프는 백악관 계정에 올린 글에서 향후 중동 국가들과 10조달러 이상의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 성과 트럼프는 국제 관계에서도 '거래 우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비즈니스맨 출신의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증명해 보인 셈이다. 25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번 중동 순방 중 가장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가지는 사건은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사우디 국왕의 초청으로 미 대통령으로는 25년 만에 시리아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시리아의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은 과거 알카에다 테러리스트의 핵심적인 인물로 지난 3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축출 직후, 오는 2030년까지 시리아를 이끄는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됐다. 트럼프는 그를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 평화 협력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일단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안정적인 지위를 더욱 확실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시리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외국의 테러리스트들을 추방 △미국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폭도들과 싸우는 것을 지원 △ISIS 격리 시설 장악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풀어 줄 것을 약속했다. 시리아 시민들은 길거리로 뛰어나와 제재 해제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사우디와 142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계약과 카타르에 보잉사의 여객기 160대 판매 계획도 성사시켰다. UAE와는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합의했다. 이 같은 성과는 중국과 러시아에 어깨를 걸치고 있던 중동을 일거에 친미화시키고,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의 잠재적 충돌을 차단하는 기반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핵문제로 다시 중동에 짙은 전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는 이스라엘과 미묘한 갈등을 낳고 있다. 미국은 중동 최대 동맹국 이스라엘과 아랍의 화해를 말하지만, 미국과 이란과의 핵 개발 협상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 주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협상 시한을 '2개월'로 못 박은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2024년 두 차례 직접 분쟁을 벌였고, 지난해 10월 공격으로 이란의 방공망이 무너졌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방공망 복구에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란 핵 개발 능력이 되살아나기 전 '공백기'인 지금이 이란 핵시설 공격에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측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제안을 일축함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해당기간 미국의 무조건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고립감과 갈등이 파생됐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미국도 이란을 겨냥해 많은 군사력을 이란 부근에 산재한 크고 작은 중동기지들에 집결시키고 있다.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와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5함대 사령부, 중동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등 강력한 대(對)이란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두 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보유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전력과 공중 급유기도 대거 중동 지역에 전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또 이란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와 페트리엇 등 대공 요격 체계들도 결집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사드의 예비 탄약 일부도 중동으로 갔고 또 한국에 있는 방공포대 일부도 중동으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이란 핵시설들을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문턱까지 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북한과 같이 제지하기 어렵다. 이런 위기의식 속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지금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군사문제 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이스라엘로서는 이란 전역 여러 곳의 지하 깊숙한 농축 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보유한 미군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일단 2개월 간의 협상 시한을 지켜보며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스라엘은 협상이 결렬되거나 합의 내용이 미흡할 경우, 이란의 핵무장 능력 복원 전에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 지원받는 北, 절대 열세 분야 현대화 박차 북한도 최근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더해 러시아와 밀착 강화로 우리 군이 절대 우위라고 평가하던 재래식 전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 국지전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 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개발 중인 선택지는 약 4500명의 병력을 철수해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아이디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거래에 대한 비공식 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MAGA 정책과 신냉전의 대외적 환경을 고려하면 더 이상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금기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이 전혀 관여하지 못한 채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 2.0’을 설계해 미국에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이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 한반도 안보와 지역 안정성에 더 나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5-25 18:38:41[파이낸셜뉴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단 나흘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UAE 등 걸프 3개국을 순방하면서 3조2000억달러(약 4462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해당 금액은 2023년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조7128억달러(OECD 기준)의 거의 2년 치에 이른다. 트럼프는 백악관 계정에 올린 글에서 향후 중동 국가들과 10조달러 이상의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 성과 트럼프는 국제 관계에서도 '거래 우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비즈니스맨 출신의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증명해 보인 셈이다. 25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번 중동 순방 중 가장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가지는 사건은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사우디 국왕의 초청으로 미 대통령으로는 25년 만에 시리아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시리아의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은 과거 알카에다 테러리스트의 핵심적인 인물로 지난 3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축출 직후, 오는 2030년까지 시리아를 이끄는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됐다. 트럼프는 그를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 평화 협력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일단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안정적인 지위를 더욱 확실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시리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외국의 테러리스트들을 추방 △미국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폭도들과 싸우는 것을 지원 △ISIS 격리 시설 장악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풀어 줄 것을 약속했다. 시리아 시민들은 길거리로 뛰어나와 제재 해제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사우디와 142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계약과 카타르에 보잉사의 여객기 160대 판매 계획도 성사시켰다. UAE와는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합의했다. 이 같은 성과는 중국과 러시아에 어깨를 걸치고 있던 중동을 일거에 친미화시키고,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의 잠재적 충돌을 차단하는 기반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핵문제로 다시 중동에 짙은 전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는 이스라엘과 미묘한 갈등을 낳고 있다. 미국은 중동 최대 동맹국 이스라엘과 아랍의 화해를 말하지만, 미국과 이란과의 핵 개발 협상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 주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협상 시한을 '2개월'로 못 박은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2024년 두 차례 직접 분쟁을 벌였고, 지난해 10월 공격으로 이란의 방공망이 무너졌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방공망 복구에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란 핵 개발 능력이 되살아나기 전 '공백기'인 지금이 이란 핵시설 공격에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측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제안을 일축함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해당기간 미국의 무조건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고립감과 갈등이 파생됐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미국도 이란을 겨냥해 많은 군사력을 이란 부근에 산재한 크고 작은 중동기지들에 집결시키고 있다.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와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5함대 사령부, 중동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등 강력한 대(對)이란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두 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보유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전력과 공중 급유기도 대거 중동 지역에 전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또 이란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와 페트리엇 등 대공 요격 체계들도 결집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사드의 예비 탄약 일부도 중동으로 갔고 또 한국에 있는 방공포대 일부도 중동으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이란 핵시설들을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문턱까지 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북한과 같이 제지하기 어렵다. 이런 위기의식 속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지금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군사문제 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이스라엘로서는 이란 전역 여러 곳의 지하 깊숙한 농축 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보유한 미군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일단 2개월 간의 협상 시한을 지켜보며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스라엘은 협상이 결렬되거나 합의 내용이 미흡할 경우, 이란의 핵무장 능력 복원 전에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 지원받는 北, 절대 열세 분야 현대화 박차 북한도 최근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더해 러시아와 밀착 강화로 우리 군이 절대 우위라고 평가하던 재래식 전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 국지전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 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개발 중인 선택지는 약 4500명의 병력을 철수해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아이디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거래에 대한 비공식 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MAGA 정책과 신냉전의 대외적 환경을 고려하면 더 이상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금기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이 전혀 관여하지 못한 채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 2.0’을 설계해 미국에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이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 한반도 안보와 지역 안정성에 더 나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5-23 2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