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소기업계 최대 행사인 '부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기업인 36명이 금탑산업훈장 등 포상을 받았다.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지역본부는 지난 21일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부산에서 '2024 부산 중소기업인대회'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부산 중소기업인대회는 국가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공헌한 중소기업을 포상하고 격려하는 부산지역 중소기업계 최대 행사다. 올해 대회 슬로건은 정부, 중소기업, 대기업 등이 원팀을 구성해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중소기업과 함께, 세계로 미래로'로 정했다. 이번 대회에는 정부·부산시 관계자, 국회의원, 중소기업 지원기관·단체장,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 중소기업 유공자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모범중소기업인, 모범근로자, 육성공로자에게 금탑산업훈장, 철탑산업훈장, 국무총리표창, 부산시장표창 등 총 36점의 포상이 수여됐다. 올해 금탑산업훈장의 영예는 지난해 매출액 1125억원을 달성한 선보공업㈜ 최금식 대표이사에게 돌아갔다. 최 대표이사는 세계 최초로 '선박 모듈 유니트' 개념을 도입, 공정 단순화를 통해 조선업계의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고, 비영리공익법인을 설립해 빈곤국가 학교설립과 국내 저소득층 대상 장학사업 등을 펼친 공적을 인정받았다. 최 회장은 부산 조선해양기자재 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내며 지역 조선업계의 상생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도 힘써왔다. 철탑산업훈장은 지난해 매출액 787억을 달성한 ㈜코엔텍 이민석 대표이사가 선정됐다. 이 대표이사는 국내 최대 산업폐기물 소각전문시설을 운영하면서 폐기물 소각 시 발생하는 소각열 에너지로 스팀 생산 및 인근 기업 공급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과 국가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부활동과 지역사회 공헌에도 힘쓰고 있다. 국무총리 표창은 경성산업 김경조 대표, 주식회사 더쉐프 김태경 대표이사, 대원엔지니어링 심상칠 대표가 수상했다. 이 밖에도 고용노동부장관 표창 1명,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표창 13명, 부산시장 표창 4명, 중기중앙회장 표창 13명 등 모두 36명이 훈장 또는 표창을 수여했다. 김한식 부산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은 "신냉전에 따른 보호무역주의와 국제 공급망 재편, 고금리 등 비용상승에 따른 대내외 경영환경이 급변하며 중소기업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며 "산업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성장가능성이 높은 수출품목을 선정해 정부지원 정책과 연계하고, 해외진출 바우처를 신설해 주요 해외공관을 중심으로 중소벤처기업 해외진출 협의체를 구성, 지역 중소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4-06-23 19:06:00【베이징=정지우 특파원】대통령 직속 자문 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베이징협의회가 박기락 신임 회장 체제로 23일 새롭게 출범했다. 민주평통 베이징협의회는 이날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한 호텔에서 제21기 출범회의 및 통일강연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개회사에서 “민주평통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1981년 출범해 올해로 42주년을 맞았다”면서 “21기 베이징협의회는 자문 위원들과 소통·화합하면서 민주평통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의 통일 정책 실현의 구심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평통은 헌법에 근거한 대통령 자문 기관으로 1980년 설치돼 이듬해 출범했다. 전 세계 136개국 45개 지역에 협의회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 중국에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칭다오, 선양 등 5개 지역에 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박 회장은 “국제 정세가 ‘신냉전 시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박히 움직이고 있지만, 베이징협의회는 변함없는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자문 위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민간 외교관으로서 자유통일과 공공외교에 앞장서고 동포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제21기 민주평통 베이징협의회는 출범회의에 앞서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자문 위원 위촉장 수여식을 가졌다. 수여식에서는 민주평통 의장인 윤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가 전달됐으며, 정재호 주중대사가 자문위원들에게 위촉장을 전달했다. 협의회는 또 정기회의를 통해 21기 활동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어 열린 출범회의에서는 이승호 주중대사관 통일관이 ‘한반도 통일과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을 주제로 강연했으며, 베이징 한인 소년소녀 합창단의 공연과 통일 대합창 등이 이어졌다. 김병권 주중한국대사관 공사 겸 총영사는 축사를 통해 “민주평통은 평화통일 정책 수립과 관련해 대통령 자문에 응하기 위해 헌법에 규정된 기관으로 통일에 관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범국민적 역량을 결집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21기 베이징협의회가 조국의 민주적이고 평화로운 통일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거주 국민들의 통일 염원을 확산시키고, 실용과 유연성이 조화된 남북관계 추진을 위한 동포 사회의 공감대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3-10-23 23:11:04"미국이 미일한(美日韓) 삼각군사동맹을 수립함으로써, 동북아에는 신냉전 구도가 들어서게 되었다." 지난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 김성 유엔대사가 한 발언이다. 며칠 전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 북한은 급기야 핵무력 강화정책을 헌법에 명기했는데, 김정은은 연설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되는 현 상황에서 핵무력을 불가역적 국법으로 고착시킨 우리의 결단은 천만 지당하다"고 역설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신냉전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과 달리 북한은 신냉전의 도래를 오히려 반기는 모습이다.미소 냉전이 다소 급작스레 종식되었을 때 북한은 '멘붕'에 빠졌다. 러시아와 중국이 차례로 한국과 수교하자 북한은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동유럽의 공산 독재정권이 줄줄이 무너질 때 김일성은 불안에 좌불안석했고, 핵무력 개발에 본격 돌입하며 자주국방 노선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탈냉전의 국제질서는 북한에 가혹한 시련을 안겨줬다. 세계화의 흐름에 편승한 국가들이 역대급 발전을 이뤄낼 때 고립을 선택한 북한은 '고난의 행군'의 연속이었다. 이런 북한에 신냉전 시대 도래는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신냉전은 미소 냉전과 같이 이념적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가 옛 소련과 같이 공산주의 이념을 전 세계에 전파해야 한다는 교조적 이념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중국식 정치·경제 모델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하에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바꾸려 하고 있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국가를 '수정주의 국가'라고 한다. 이념적 경쟁의 성격을 띤 강대국 경쟁은 필연적으로 '진영화'를 수반한다. 자유주의 질서를 수정하려는 전체주의 국가들이 한 진영을 이루고, 이들로부터 기존 질서를 수호하려는 자유주의 국가들이 또 다른 진영을 이루어 전방위적 경쟁을 하고 있다. 진영화의 국제질서에서 북한의 몸값이 한껏 올랐다. 중러에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한도 이를 알고 전체주의 국가의 앞잡이 역할을 자임해 수행하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내놓고 지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김정은은 푸틴과의 정상만찬 자리에서 한미일을 '악의 무리'로 규정하고 이들을 "징벌하고 정의의 싸움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이런 북한이 중러는 기특할 것이다. 진영화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중러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는데, 지금은 아예 시늉조차 안 한다.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싸고도는 모습이다. 중러는 신냉전 진영 대결의 앞줄에 서서 돌격대 역할을 하는 북한을 계속 두둔할 것이다. 동북아 안보 구도의 진영화는 상당히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북러 밀착 역시 강대국 경쟁에 수반되는 진영화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중국이 너무 "막 나가는" 북러와 일정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중러 진영에서 이탈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사실 중국으로서는 자유주의 진영을 거칠게 밀어붙이는 북러가 고마운 측면도 있을 것이다. 자국이 하기 껄끄러운 일들을 북러가 대신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북러 밀착을 계기로 중국 외교전략의 변화를 바라서는 안 된다. 중국 역할론의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된다. 구조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진영화의 안보 구도하에서 한국의 정책 선택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일단 이러한 진영 대결의 동북아 안보 구도가 윤석열 정부의 잘못된 선택 때문에 발생했다는 주장은 과도하다 못해서 자해적이다. 설익은 동북아 균형자론이 다시 등장할까 걱정이다. 지금은 워싱턴 선언과 캠프데이비드 협의의 후속조치에 공을 기울이며 자유주의 진영에 힘을 실어줘야 할 때다.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3-10-02 18:53:18[파이낸셜뉴스] 소위 신냉전 2.0 진입이라는 요동치는 국제정치 환경에서 제78차 유엔총회가 열렸다. 국제정치이론은 유엔을 사례로 들어 각 이론의 적실성을 피력하곤 한다. 자유주의 국제정치이론은 유엔이 정보교환과 협의를 통해 이견을 해소하는 국제기구라고 설명한다. 반면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은 유엔이 강대국들이 힘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활용하는 또 다른 정글의 무대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전자의 입장에서는 유엔에서 절대이익도 찾을 수 있지만, 후자의 입장에서는 유엔은 상대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대결해야 하는 대리전 지대일 뿐이다. 그런데 최근 유엔의 모습을 보면 현실주의자의 손을 들어주어야 하는 형국이 짙어지고 있다. 신냉전은 힘의 정치, 강대국 정치를 가속화하는 기제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신냉전의 국제정치에서는 유엔도 쟁취할 이익이 없으면 굳이 찾을 필요가 없는 존재로 퇴화하는 모습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유엔총회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정상 중 오직 미국 대통령만 참가했다. 중국은 외교부장마저도 유엔을 찾지 않고 러시아로 발걸음을 돌렸다. 주요국의 유엔 방기는 유엔의 무력감을 넘어 개점휴점 수준으로 퇴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편 최근 러시아의 행보를 보면 유엔 안보리 질서를 와해시키는 게 아닐지 의심될 정도로 일탈행위가 일상화되고 있다. 국제질서를 앞장서서 지켜야 할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다른 국가의 주권을 힘으로 강탈하려 하고 나아가 제재 대상인 북한과 WMD 관련 거래 정황마저 나타나는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고 제1, 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교훈을 통해 어렵게 탄생한 유엔이 주저앉는 것을 그저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것이 안보리 개혁의 담론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안보리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이 담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이 메시지는 2024-25년 임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 역할을 수행하게 될 한국이 유엔 안보리에 대해 명확히 진단부터 했다는 점에서 임무수행을 위한 여건조성에 이미 착수했다는 의미가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가장 막강한 권한을 보유한 상임이사국 러시아의 일탈과 북한의 불법적 거래에 대해서도 단호한 목소리를 낸 것도 내년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활동의 전주곡으로서 의미가 있는 메시지였다. 한국은 이번 유엔총회를 통해 신냉전에 직면하여 주저앉고 있는 유엔 안보리를 되살려내야 할 의지를 천명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방법론이다. 안보리 개혁이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유엔헌장이 개정되어야 한다. 한편 유엔헌장 개정에는 2/3 이상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효력발생을 위해서는 2/3 이상 회원국의 비준이 필요하다. 물론 상임이사국의 합의도 요구된다. 이는 제도적 절차로는 안보리 개혁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다. 더욱이 신냉전 구도에서는 개정착수도 어렵지만, 개정 절차를 시작하더라도 2/3 이상 동의 자체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안보리 개혁의 성사 여부가 목표가 아니라 이를 강압의 수단과 지렛대로 활용하여 일탈을 일삼는 상임이사국에 경종을 울리는데 주안을 두는 지략이 필요하다. 한국은 또한 미국, 일본과 북핵뿐 아니라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저버리는 행태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에서 다룰 수 있도록 주도적 역할에 나서야 할 것이다. 나아가 안보리 밖에서의 역할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제 기능을 못 하는 유엔 안보리의 공백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한미일 협력, 나토-AP4 연대, 유사입장국 연대, 국제사회와의 고강도 소통에 나서야 할 것이다. 안보리 밖에서의 연대도 비상임이사국 지위와 연계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유엔총회는 내년 비상임이사국으로서 외교적 포효를 한 것으로 규정한 후 앞으로 그 구체적 로드맵을 작성하여 실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이미 선진강국인 한국이 비상임이사국 역할까지 맡게 된다는 점에서 신냉전 완화와 안보리 정상화에 기여하는 리더십과 책임이 주어졌다는 인식과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9-22 15:48:25[파이낸셜뉴스] 신냉전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이슈를 양분화한다는 것이다. 자유진영은 인권, 평등 등 보편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유사입장국과의 연대를 강화하고 있지만, 독재진영은 보편적 가치 주장이 패권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북핵을 두고도 현상유지 진영은 비확산체제를 어기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도발로 규정하지만, 현상변경 진영은 북한의 핵무기 집착은 연합훈련 등 ‘북한 적대시 정책’으로 안보 불안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을 두둔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제는 가치중립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인류의 철학적 진보와 번영에 관계되는 것이기에 신냉전 직면한 자유진영은 반대진영의 몽니를 막아내면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지켜야 하는 소명이 있다. 그런데 한국정치도 신냉전처럼 이슈의 해석과 접근방식이 양분화되는 모양새가 또렷하다. 우선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국익적 접근 진영은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모범국가로서 북한 인권 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내재적 접근 진영은 북한 인권을 세계 다른 곳의 인권과 별개의 것으로 특수화시킨다. 하지만 북한 인권과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구분하려는 내재적 접근방식은 그 모순성 때문에 대북 저자세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오면서 한국정치에 또 다른 양분화의 의제인 건국절 논란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방에서는 건국이 1948년이라고 주장하고 다른 일방에서는 1919년이라고 강변한다. 전자는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1948년 8월 15일이 실체가 있는 건국일이라는 논리이고, 후자는 1919년 3·1운동 후인 9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발족했기에 건국은 1919년에 시작되었다는 논리다. 이러한 논란을 푸는 것은 역사적 접근도 있을 수 있고, 헌법 등 법적 해석이 기초한 법적 접근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건국 판단은 이러한 접근보다는 정치적 접근에 휩쓸리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017년 8·15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에서 “2019년은 대한민국 건국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언급하면서 이 이슈가 크게 정치화된 바 있다. 이 논란의 근본적 배경 중 하나는 국익적 접근 진영과 내재적 접근 진영의 해석이 다른 것에 기인한다. 그런데 내재적 접근 진영 일부가 독립정신과 철학을 그들만의 것으로 사유화하려 하면서 건국에 대한 합리적 판단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내몰리기도 한다. 내재적 접근 진영은 1948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가 공산국가 북한과의 극단적 대결에 있었다는 사실과 그 주축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에 거부감부터 발동되는 듯하다. 동시에 내재적 접근 진영은 1919년을 건국의 해라고 주장하면서 그들만이 독립운동세력의 직계 후손이라는 식으로 규정하면서 국익적 접근진영을 친일세력이라고 매도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독립운동이라는 숭고한 정신을 정치적 셈법화하고 심지어 사유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 진영만이 독립운동에 대해서 말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하는 듯한 모습은 심지어 독립정신마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독립정신의 사유화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건국이 철저하게 분리되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사실 1919년과 1948년은 모두 의미가 있다. 1919년은 독립정신과 주권을 향한 한국인의 집념과 용기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의지적’ 건국이고, 1948년은 한국 정부가 주권적 지배권과 법 제정·집행권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실체적’ 건국이라 볼 수 있다. 또한 1919년은 대한민국 건국 여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자긍심의 해이고, 1948년은 건국이 제도적으로 완성된 해이다. 1919년은 건국의 ‘과정’이고 1948년은 그 과정의 ‘최종상태’인 것이다. 과정 없이는 결과도 없다. 따라서 1919년과 1948년은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이러한 상호성을 통해 대한민국 건국의 의미가 더욱 빛날 수 있다. 이러한 상호성이 정치적으로 탈색되면서 건국절이라는 단어에 부정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게 하는 것은 올바른 모습도 아니고 국력 소모라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글로벌 중추국가(GPS·Global Pivot State)를 지향하는 한국의 대외전략은 보편적 가치와 같은 절대이익의 확장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신냉전의 양분화를 완화시킬 잠재력이 있다. 이제는 신냉전의 국내정치 양분화도 완화되어 선진강국으로서 여정에 더욱 박차를 기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국내에서 모든 이슈가 정치적 진영화의 대상이 되는 것을 경계하자!
2023-08-07 14:57:09[파이낸셜뉴스] 北, 신냉전 구도속 중-러 밀착관계 강화 나서 북한이 오는 27일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70주년을 맞아 중국, 러시아와의 3각 밀착 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상을 대표로 하는 군사대표단이 전날 밤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보도했다. 리홍충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대표단도 북한 초청으로 이날 중 평양에 도착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와 미중간 패권전쟁으로 조성된 신(新) 냉전구도속에서 최대 수혜를 받고 있으며 한미일 3국간 공조 강화에 맞대응하기 위해 중·러 대표단을 전승절 70주년에 초청하는 열병식 정치에 나선 것으로 진단한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 목표를 도모하는 데 있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사실상 두둔하거나 최소한 침묵을 유지함으로써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러 대표단 코로나19 이후 3년만 첫 외교사절 중국과 러시아의 대표단은 북한이 2020년 1월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처음으로 방북하는 외교사절이다. 북한이 3년여 만에 봉쇄를 풀고 중국·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는 것은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한미일 3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한국전쟁 당시 북한과 함께 남한, 미국 등 자유주의 진영과 전쟁을 벌인 당사국이자, 현재 각각 미중 패권경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을 포함한 자유주의 진영과 대립하며 이른바 '신냉전'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북중러 3각 밀착 관계를 과시하는 듯한 공개활동에 나섰다. 전날도 김정은은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릉을 찾아 추모했다.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참관 이후 약 2주 만의 공개활동을 전승절을 맞아 '친중 행보'로 선보인 것이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전사한 모택동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아들 모안영의 묘에 별도로 헌화하기도 했다.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릉에는 조용원 당 비서와 강순남 국방상, 최선희 외무상, 김성남 당 국제부장, 김여정 당 부부장이 동행했다. 러대표단 방북, 우크라 침공 정당성 명분 과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바그너 그룹'의 반란 사건으로 복잡한 상황이 있었음에도 국방 수장을 북한에 보내 밀착을 과시했다. 특히 이는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불법 무기제공 등의 정황이 '사실'임을 한층 뒷받침해 주는 동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중국 및 러시아 대표단과 함께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을 진행할 행사 후엔 김정은을 만나 면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은 신냉전 구도를 최대한 이용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이러한 구도를 더욱 강화, 조성하기 위해 중·러 대표단과 함께 전승절 70주년 열병식 정치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단순히 한반도 신냉전 구도의 당사자가 아니라 주도적으로 이러한 구도를 만들어나가는 공세적 행위자임으로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한반도 신냉전 구도에서 이슈를 선점해 정국 주도권을 이어가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의 이러한 신냉전 조성전략은 한미일 연대 강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에 한반도에서 신냉전 구도가 더욱 강해질 수 밖에 없는 역학구도에 놓이게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반길주 "한미일 안보벨트 강화외에도 한-미-호주간 안보연대 등 小다자 안보협의체 절실" 이를 위해선 한미일 북핵공조 전선과는 별도로 다양한 소(小)다자안보 협의체 플랫폼 디자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반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역학에 빨려들지 않기 위해서는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와는 별도로 다양한 소다자안보 협의체를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한-미-캐나다 간 소다자 플랫폼, 한-일-호주 간 소다자 플랫폼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자유진영의 유사입장국 전체와 소통하며 북한의 신냉전 구도 조장을 와해시키는 전략도 구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7-26 14:25:21한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외교·안보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복합위기의 시대로 흘러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탈냉전 시대는 종말을 눈앞에 두고, 신냉전 시대로 접어들게 만들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펼치고 있는 패권경쟁은 신냉전 시대로 전환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국 사이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신냉전 시대 한국이 걸어가야 할 새로운 길을 모색해 본다. ■尹정부, 한·미·일 3각축 경제·안보외교 성공적 데뷔 21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동맹은 윤석열 정부 외교정책의 핵심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 역시 취임 이후 한미동맹 복원을 외교정책 1순위에 올려놨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취임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으며, 각종 다자회의를 계기로도 한미 정상은 시간을 쪼개가며 만남을 가졌다. 올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은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미를 계기로 한층 더 강력한 동맹으로 거듭났다.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은 확장억제력을 강화하고 핵과 그에 따른 전략계획을 논의하며, 북한이 제기하는 비확산 체제에 대한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핵협의체(NCG)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정훈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장은 "무엇보다도 해당 선언은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최초의 서면 보증을 의미한다"며 "전술핵무기의 실제 배치 이슈를 제외한다면 해당 협정은 미국이 나토 파트너와 맺는 핵 공유협정과 충분히 견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동맹은 첨단 과학기술 분야와 관련한 공급망 협력에도 손을 잡기로 했다. 기존 반도체와 이차전지, 디지털, 바이오 등 외에도 우주, 사이버, 인공지능(AI), 양자 분야에서 한미는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한일 관계개선은 단순히 양국 관계의 정상화 외에도 한·미·일 협력의 토대까지 제공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두달에 걸쳐 3차례 만남을 갖고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교두보를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완화, 수출간소화 조치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 복귀 등 경제적인 성과를 올렸다. 안보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은 미사일 방어 정보 공유에 대한 협력을 강화했다. 이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실시간 데이터 공유에 대한 합의를 한국, 미국, 일본이 진행하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공유가 이뤄진다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 시스템을 통해 양국의 레이더 시스템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동맹과 한일협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과제도 존재한다. 미국의 2024년 대선, 일본의 정치적인 변화로 민족주의와 보호주의가 강조돼 한국의 이익에 반하는 방식으로 관계가 바뀔 가능성이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아시아국장은 "한미동맹은 윤석열 정권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경색된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윤석열 정부가 집권 첫해에 이룬 최대의 실질적 성과"라며 "윤 대통령은 정치적인 용기를 발휘해 막대한 정치자산을 써가며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 관계로 전환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악화된 한중 관계, 실리외교 토대 마련이 관건 한·미·일 3국 공조가 깊어지면서 중국에 대한 관리가 주요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띠며 최대한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 했다. 실제 중국은 한국 수출의 1위 시장이기도 하면서 한국의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취임 후 중국과의 관계는 과거보다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윤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대만 문제를 글로벌 이슈로 거론하면서 중국의 반발을 사거나 인도태평양전략과 한·미·일 정상회담 등에서 남중국해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에 반대를 표명하는 등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한중 관계의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에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의 대미 밀착외교 기조를 비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한국 외교부는 싱 대사를 초치했고, 중국 외교부도 정재호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며 맞불을 놓기도 했다. 김영호 국방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의 확실한 미국 편향성과 역내 안보역할 확대 의지를 감안할 때 중국이 거칠게 반응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보복조치까지도 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의 정책이 관계분리이든 위험축소이든, 해당 분야는 모두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의 보복행위를 방어하거나 예방하기 위해 매우 신중하고 기민한 외교적 행보와 경제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 중인 러시아와는 안정적 관계 관리에도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에는 동참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실제 한국은 G7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와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1억3000만달러를 추가로 약속했다. 한국이 전쟁 발발 초기에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1억달러의 원조에 추가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상 中 리스크 관리 중요성 부각 대통령실이 최근 발간한 국가안보전략서는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평화 회복을 위한 국제공조에 동참하면서 러시아와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다"고 기술돼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주목받고 있는 곳이 인도태평양 지역이다. 중국의 부상으로 인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변화를 겪고 있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곳으로 인도양 지역과 아태 지역을 전략적으로 통합된 단일 지역으로 보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이에 한국도 독자적인 인태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호주, 캐나다, 인도 등 인태 지역 주요 국가들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저마다 독자적인 인태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의 인태전략 추진은 전임 정부가 취했던 미·중 간 균형외교 기조에서 탈피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중국이 그동안 균형외교 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에 비추어 볼 때 한국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대해 중국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점은 명약관화하다. 중국 리스크 관리의 문제는 인태전략 추진에 있어서 가장 큰 도전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2023-06-21 18:52:44본격적인 전략경쟁에 돌입한 미·중 관계는 신(新)냉전으로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미국과 옛 소련 사이의 냉전과 상당한 유사성이 발견된다. 강대국은 세력권 확장을 도모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소 냉전과 마찬가지로 현재 미·중 경쟁 역시 세력권 확장을 위한 지정학적(geo-political)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구(舊)냉전 당시 세력권 확장을 위한 지정학적 경쟁이 유럽을 놓고 벌어졌다면, 신냉전의 지정학적 경쟁은 인도태평양 지역을 놓고 벌어지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신냉전 역시 구냉전과 마찬가지로 이념적(ideological) 경쟁의 성격을 띠고 있다. 지금 중국이나 러시아가 옛 소련과 같이 공산주의를 지구적으로 전파하겠다는 교조적 이념에 매몰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양국 모두 중국식 정치·경제 모델이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정치 모델과 자본주의 시장경제 모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2021년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공통의 인식을 담아낸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냉전 역시 구냉전과 마찬가지로 국제질서의 진영(陣營)화를 수반하고 있다. 작금의 국제질서는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국가 진영과 중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독재국가 진영으로 양분되고 있다. 자유주의 진영은 기존 국제질서를 보존하고 싶어 하는 국가들로, 독재주의 진영은 현상 변경을 도모하는 국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구냉전에 비해 신냉전이 다소 다극(多極)주의적 성격을 띠고 있고, 중간지대에 위치한 국가들이 다수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인도·브라질·터키 등이 양 진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국가들이다. 하지만 구냉전 당시에도 상당수 국가들이 중립주의 비동맹 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간지대 국가의 존재 여부가 두 냉전을 갈라놓는 큰 차이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신냉전의 진영화 추세는 더 강화될 것이고 진영 간의 경쟁 역시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신냉전과 구냉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신냉전이 구냉전에 비해 진영 사이에 경제적인 상호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구냉전 당시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사이에는 유의미한 경제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비해 지금 미국과 중국의 경제는 다양한 공급망으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높은 경제적 상호의존도는 신냉전의 지경학적(geo-economic) 경쟁의 성격을 매우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우며 중국을 공급망에서 퇴출시키고 우방국 위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공급망 재편정책은 반도체·전기차 배터리·희소광물·첨단기술 등 전략산업에 국한되고 있다. 실제로 미·중 사이 교역량은 2022년에 770조원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저명한 지정학자 이언 브레머는 미·중 사이에 전면적이고 급격한 탈동조화는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의 자유주의 국가와 일본, 호주와 같은 아시아의 자유주의 국가들도 중국과의 경제관계에서 실리를 챙기려 하고 있다.한국은 신냉전의 지정학적 경쟁과 이념적 경쟁에서는 자유주의 진영 국가들과 공조를 강화해야겠지만 신냉전의 지경학적 경쟁에서는 '제로 차이나' 정책, 즉 중국과의 급격한 탈동조화를 추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3-04-26 18:24:19미·중 무역분쟁,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새 국제경제, 국제금융 질서는 '신(新)냉전'일까, 신협력일까.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서울국제A&D컨퍼런스'에 강연자로 참석하는 미국과 중국 석학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 연사들은 신냉전에 동의하며 글로벌 분절화가 선명해질 것으로 봤지만, 중국 연사는 전후 질서가 '갈등'이 아닌 '경쟁' 양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올해의 경영 서적으로 선정한 '칩 워'의 저자이자 미국 경제 컨설팅 업체 그린맨틀에서 유라시아 지역 담당 이사를 맡고 있는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는 27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포스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대를 신냉전으로 진단했다. 밀러 교수는 "세계는 러시아, 중국, 이란을 한쪽에 두고, 다른 쪽에는 미국, 유럽, 한국, 일본, 대만을 두고 분리되고 있다"며 "이들은 방위 산업 협력뿐만 아니라 공유된 이익에 의해 점점 더 통합되고 있다"고 했다. 최근 미·중 관계에 대해선 여전히 협력 관계이지만 그 속성은 변하고 있다고 봤다. 그는 "미·중은 군사적·정치적 영역에서 경쟁하고, 기술적으로 경쟁하지만, 그들의 전반적인 무역 관계에서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술 분야가 덜 얽히면서 무역과 투자 관계는 극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미국계 연사인 토마스 무차 웰링턴매니지먼트 지정학 전략가도 미·중 관계가 구조적으로 갈라지고 있다고 봤다. 무차는 "미·중 관계는 구조적인 쇠퇴 일로를 걷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실질적인 관계 개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양국 지도자들은 국가 안보에 더욱 역점을 두고 있고, 정책적 경쟁 구도 역시 앞으로 수년 내지 수십 년간 심화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양국이 지리 전략적 목표를 갖고 경쟁하는 지역에서는 높아진 지정학적 리스크가 뉴노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미·중 군사 충돌 리스크가 지난 수십 년보다 높아졌고 투자자들이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충돌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중국 쪽 시각은 달랐다. 쉬 빈 중국유럽국제공상학원(CEIBS) 교수는 "러-우 전쟁이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변수이긴 하지만, 세계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전쟁은 장기적, 근본적 변수라기보다는 단기적 충격이라는 것이다. 쉬 교수는 "물론 전쟁으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 전망에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더해지겠지만, 그 이상의 여파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한국의 입장과 관련해, 키워드는 '첨단'에 있다고 봤다. 이들이 말하는 한국의 입장과 전략은 오는 4월19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최하는 '2023 Find-서울국제금융포럼·서울국제A&D컨퍼런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3-03-27 18:37:38[파이낸셜뉴스] 북한 관영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방한에 대해 '아시아판 나토 창설을 부추기자는 것인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신냉전'의 불구름을 몰아오는 대결 행각이자 전쟁의 전주곡"이라며 비난했다. 통신은 이날 북한 국제정치연구학회 연구사 김동명이 29일 발표한 글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대리전쟁 마당으로 만들어놓은 군사기구의 고위책임자"라며 "자기의 작전 영역도 아닌 수륙만리 떨어진 동반구의 아태 지역에 날아든다는 사실 자체가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을 겨냥해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27일과 29일에도 각각 김여정과 권정근 외무성 국장 담화를 통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탱크 지원 계획을 맹비난한 바 있다. 이어 통신은 한국과 일본의 우크라이나 지원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땅크제공 결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새로운 고비를 맞고있는 때에 남조선과 일본에 날아든 나토사무총장이 이번에도 그들에게 '중국위협론'을 부단히 불어넣으며 '아시아판 나토' 창설의 필요성을 재삼 강조하고 대우크라이나군사지원에 소극적으로 나서고있는데 대해 단단히 신칙(申飭·타일러서 경계함)하고 압을 가하리라는 것은 불보듯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통신은 나토가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에 한국 등 아태 4개국을 처음으로 초청하고 러시아를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인 위협'으로, 중국을 '체계적인 도전'으로 명시한 '2022 전략개념'을 채택한 것을 지적하면서 "나토가 오늘날 남조선과 일본에 노골적으로 긴 팔을 뻗치고 있는 목적은 너무나도 명백하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추종 세력들과 결탁하여 저들의 패권적 지위와 질서 유지에 복무하는 '아시아판 나토'를 조작하자는 것이 미국 주도의 나토가 노리는 총적 지향점"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한·일을 향해 "지역에 불청객을 끌어들여 제 볼장을 보려는 남조선과 일본은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극도의 안보 위기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전쟁과 대결의 대명사인 나토가 지역에 군홧발을 들여놓는 것은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좋은 일이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이 '한·미·일 자유 진영 대 북·중·러' 독재국가 연대 세력 간 대립 구도 상황에서 한반도 유사시 한·미·일 연합전력과 NATO의 직간접적 연대 강화로 대북억지력 제공을 확대할 가능성에 대해 민감한 반발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1-30 10:16: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