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JECT0# [파이낸셜뉴스] 법정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원회가 6일 첫 회의를 열고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을 비롯해 가상자산사업자 진입·영업행위 규제, 자율규제기구 설립에 관한 2단계 입법 추진 방향 등을 논의했다. 또 가상자산 거래지원(상장) 개선 문제 등이 주요 논의과제로 제시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 사진)로 가상자산위원회 회의가 개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가상자산시장 동향 및 정부 대응을 짚어보고 앞으로 가상자산 규율을 논의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에 대해 위원 간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우선 가상자산 관련 규율은 해외 주요국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정립해 나가는 과도기이므로, 가상자산시장에 적절한 정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민관 협업을 통한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초국경성, 기술혁신성, 전통 금융시장과의 상호 연결성 등 가상자산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는 한편, 금융시장 안정과 리스크 전이 차단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또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블록체인 생태계 육성 방안과 시장 독과점 문제 등 산업 정책적 이슈는 물론 스테이블코인과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등 범정부 협업과제도 폭넓게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이슈와 관련, 최근 블록체인·가상자산 기술 활용도가 늘어나고 국내에서도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발행, 블록체인 메인넷 구축, 가상지갑 등 사업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란 점이 논의됐다. 또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주요국에서는 ‘법인’ 중심의 가상자산 생태계가 구축됐고, 국내도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시장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변화된 국내외 정책여건 등도 고려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금융위에 따르면 각 위원들은 법인에 대한 원화거래소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해 판단기준 및 고려사항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또 법인별 가상자산 취득 경로와 현금화 필요성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시장 리스크 전이 가능성과 자금세탁위험 우려 등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에 따른 고려사항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졌다”며 “이번에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다음 달 관계부처와 함께 정책방향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위원회는 법령에 따라 당연직 위원장은 금융위 부위원장이 맡는다. 각 위원은 금융위 디지털금융정책관, 기획재정부·법무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공무원, 법조인·대학 부교수 이상, 소비자보호·정보보호 관련 민간 전문가 등 15인으로 구성됐다. 임기는 2년이며 최장 4년까지 활동할 수 있다. 회의는 매분기별 1회가 원칙이며 필요한 경우에는 수시로 열릴 예정이다. 논의 주제에 따라 위원회 위원, 관계부처·기관 실무자,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실무 워킹그룹’도 운영될 계획이다. 김 부위원장은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이슈를 시작으로 향후에는 2단계 가상자산법 추진방향, 가상자산 거래지원 개선 문제 등과 함께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범정부 협업 과제도 폭넓게 논의해 나가겠다”면서 “향후 세부적인 논의 주제와 우선순위 등은 위원회 협의를 거쳐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위원회 논의 결과는 정부 부처 추가 검토를 거쳐 최종 정책화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정부 부처 내 ‘시장 소통채널’도 확대해 보완·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2024-11-06 13:16:40[파이낸셜뉴스] 기독교단체 블로그에 다자간 연애(폴리아모리) 성향을 갖는 사람의 얼굴과 실명을 게시하며 비방한 목사에게 벌금형이 확정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 기독교단체를 이끄는 목사 A씨는 지난 2018년 1월 해당 단체 블로그에 B씨의 얼굴과 실명이 나온 기사를 인용하며 B씨가 다자간 연애 생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비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를 향해 "자신의 삶에 대한 성경적 고찰과 반성은 전혀 없고, 오히려 자신을 비난하는 주변 사람들과 사회, 학교를 향한 원망만 늘어놓고 있다"며 "세상에는 보편적 도덕가치가 있다. 소수의 행동이라고 다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동이 왜 소문이 될 만한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반면, 2심은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인이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2심은 비방 목적이 있던 것으로 봤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글은) 피해자의 성적 지향성이 옳지 않음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말을 인용한 것이기는 하나 피해자가 '성적으로 문란한 자', '잘못 살고 있는 자'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비방하는 것을 주요한 동기나 목적으로 해 이 사건 게시글을 게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가 상고했지만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내밀한 사적 영역에 속하는 사실을 피해자의 실명, 얼굴 사진과 함께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것은 그 자체로 피해자의 인격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공익에 관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피해자의 성적 지향을 드러냈다"며 "자신과 특정 사회집단이 추구하는 가치와 다른 견해를 가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고 비방할 목적으로 해당 글을 작성·게시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1-01 14:08:18[파이낸셜뉴스] 지도모양위축증(GA) 치료제 개발을 위해 GC녹십자가 항체신약개발 전문기업 노벨티노빌리티와 힘을 모은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 본사에서 노벨티노빌리티와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노인 실명의 가장 대표적인 원인인 나이 관련 황반변성(AMD)은 크게 건성(dry)과 습성(wet)으로 구분되는데, GA는 건성 AMD의 심화된 형태이다. GA는 주로 AMD 말기에 발생해 망막 조직을 손상시켜 실명을 유발하며, 미국에서만 15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 미국에서 최초의 GA 치료제가 출시되었으나, 이미 감퇴한 시력을 회복시키지 못하고 GA의 진행을 일부 늦추는 정도의 제한적인 효과를 보였다. 또한, 약물 투여 시 상당수의 환자에서 습성 AMD가 발생하거나 염증을 일으키는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었다. GA 치료에서는 여전히 효능과 안전성이 개선된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미충족 수요가 존재한다. 이번 협력을 통해 양사는 항체 기반 단백질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도출부터 비임상, 임상, 상업화까지 모든 개발 단계를 포괄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하게 된다. 공동 연구의 첫 단계로, GA의 주요 병리적 요인이 되는 타깃 단백질을 선정하고 이를 저해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해 개념검증 확인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박상규 노벨티노빌리티 대표는 “다년간 자체 개발한 항체를 활용해 차세대 습성 AMD 치료제를 개발해왔으며, 이번 기회를 통해 GA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며 “이번 녹십자와의 협력을 통해 그간의 연구 결과가 혁신적인 치료제로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욱 GC녹십자 연구개발(R&D) 부문장은 “이번 협력을 통해 노벨티노빌리티의 항체 기반 망막 질환 치료제 개발 경험과 당사의 단백질 치료제 기술력이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 기대한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전문 분야인 혈액제제와 희귀질환 분야 외 타 질환 치료제 개발 영역도 활발히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4-10-28 09:51:35금융위원회 김소영 부위원장이 위원장을 맡는 가상자산위원회가 이달 중 출범한다. 가상자산 관련 정책·제도 자문기구인 가상자산위 핵심 쟁점은 법인 실명계좌 허용 여부가 될 전망이다. 개인처럼 법인에 대한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 발급도 허용되면 기관과 기업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돼 시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금세탁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논쟁이 예상된다. 21일 국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정부와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가상자산위를 통해 법인 실명계좌 허용 및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가상자산위는 금융위, 기획재정부, 법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감독원 등으로 구성된다. 민간에서는 판사·검사·변호사와 대학 교수를 비롯해 가상자산 관련 기관 및 단체 종사자들이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위 논의를 거쳐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허용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회 및 업계에서는 기관 투자자 등 기업에게 실명계좌를 발급, 가상자산 거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시장 안정화 및 육성을 이룰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각 은행은 자금세탁위험 평가 등을 통해 법인에 대해서는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직원 명의의 계좌를 통해 국내외 가상자산거래를 하는 사례도 포착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 업체의 경우에는 해외기업의 용역 업무를 수행한 뒤, 그 대가로 가상자산을 지급받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를 원화로 바꿔 급여 지급 등 경영활동을 지속해야 하지만 법인 실명계좌 개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표나 직원 개인 계좌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당국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개인 간 가상자산 지갑거래 활용 등 비공식적으로 처분하고 있다"며 "법인의 가상자산 활용도는 물론 가상자산과 금융시장 간 리스크 전이 우려 등을 고려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자금세탁 우려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통적인 금융업과 비교했을 때, 트래블룰 구축 및 고객확인절차 등이 미흡하다는 것이 당국 판단이다. 트래블룰이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가상자산 이전 시 송금사업자가 송·수신인 정보를 보관하고 수신 사업자에게 전송할 의무다. 또 무역거래 등을 가장해 법인이 대규모 자금을 세탁할 위험도 높다는 지적이다. 법인 실명계좌 발급 불가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현물 ETF 국내 출시는 물론 중개도 어려운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미국, 캐나다, 홍콩 등 금융 선진국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허용하고 있지만, 정부는 실물경제 영향과 투자자 보호 등을 이유로 유보 입장이다. 다만 금융위는 모든 쟁점에 대해 가상자산위 발족 이후 원점 재검토할 방침이다. 민관이 참여하는 가상자산위가 공식 출범하는 만큼 금융위 기존 방침만 고수하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위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폭넓게 듣고 시작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한영준 기자
2024-10-21 18:03:42[파이낸셜뉴스] 신한은행은 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한 ‘외국인 전용 영상통화 실명확인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18일 밝혔다. ‘외국인 전용 영상통화 실명확인 서비스’는 외국인 고객이 ‘신한 SOL뱅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상담사와 영상통화로 실명확인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외국인 등록증을 보유한 외국인 고객이 이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외국인 고객의 실명확인 절차는 영업점에 직접 방문해서 진행하거나 고객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은행 입출금 계좌를 통한 ‘1원 송금 인증’을 통해 가능했다. ‘외국인 전용 영상통화 실명확인 서비스’를 이용하면 고객의 외국인등록증 진위여부를 확인한 후 전담 상담사가 고객과 영상통화를 진행하면서 간편하게 실명확인 절차를 마친다. 이 서비스는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를 비롯해 15개 언어를 지원한다. 신한은행은 지난 6월부터 국내거주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입출금 계좌·체크카드 비대면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번 ‘외국인 전용 영상통화 실명확인 서비스’로 인해 외국인 고객들의 디지털 금융 편의성이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들이 더 쉽고 편안하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고객들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은 디지털 혁신은 고객중심의 사고에서 출발한 것으로, 디지털 혁신의 방향성은 고객에게 이롭고 사회에 정의로워야 한다는 신한금융그룹 진옥동 회장의 디지털 혁신 전략 방향성을 중심으로 디지털 금융 편의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AI음성봇을 활용해 대출내역서류 발급 서비스를 시행했으며 AI은행원의 업무영역을 64개로 확대 적용해 체크카드 신규, 보안카드 및 증명서 발급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2024-10-18 16:36:19[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당나라 고종(高宗) 이치(李治)는 평소 몸이 허약하여 자주 병을 앓았다. 그래서 자주 조정(朝廷)의 일을 보지 못하였다. 고종은 조회에 임할 수도 없는 때가 많았고 국사(國事)는 혼란에 빠지기 일쑤였다. 황후인 측천무후는 항상 고종의 뒤편에 주렴을 쳐 놓고 정사에 관여를 했고, 심지어 직접 상주문을 열람하며 크고 작은 조정의 일들을 모두 혼자서 처리하기도 했다. 측천무후가 나서면 아무도 반대를 하거나 중간에 개입하지 못했다. 어느 날 고종은 풍병(風病)으로 인해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흐릿해져서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았다. 고종은 태의 중 우두머리인 수의(首醫) 진명학(秦鳴鶴)을 불러 진찰하게 했다. 진명학은 “풍독(風毒)이 상부를 공격했으니 자칫 실명이 될 우려가 있사옵니다. 이때는 머리의 백회혈에 자침하여 피를 조금 내면 나을 것입니다.”라고 아뢰었다. 그런데 그때 고종의 등 뒤에 쳐진 주렴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참수할 놈이로다! 천자(天子)의 머리가 어찌 피를 낼 곳이더냐?”라는 것이다. 주렴 뒤에 앉아 있던 측천무후가 진명학의 말을 듣고서는 노발대발한 것이다. 당시로서는 제아무리 태의라 할지라도 황제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어려웠다. 더욱이 급소에 침을 놓는 것만으로도 두려운 상황인데, 하물며 머리를 찔러 피를 내겠다는 것은 섣불리 할 수 있는 치료법이 아니었다. 사실 치료가 된다면 큰 공(功)을 얻겠지만 치료되지 않고 게다가 부작용이라도 생긴다면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은 자명했다. 진명학은 체념한 듯 머리를 조아리고서는 “죽여 주시옵소서.”라고 하면서 하명(下命)을 청했다. 측천무후 한마디면 날아가는 새도 떨어지는 세상이었으니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다. 궁의 병사들이 진명학을 끌어내려고 하자, 고종이 “멈추거라.”라고 명했다. 그러고서는 고종은 “의사가 병을 논의하는 것이니 이치상 죄를 줄 수 없는 일이오. 또 나의 머리가 무겁고 답답하여 견딜 수 없을 지경이오. 피를 내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니, 이번만은 짐(朕)의 뜻으로 결정하겠소.”라고 했다. 바로 측천무후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 고종은 “어서 서둘러 너의 처방대로 백회혈을 자침해서 피를 내도록 하라.”라고 명했다. 고종은 그만큼 진명학을 신뢰했다. 진명학은 백회(百會)와 뇌호(腦戶)에 자침하여 출혈시켰다. 백회혈은 정수리에 있는 혈자리로 백가지의 기운이 모여든다고 해서 붙여진 혈명이다. 백회혈은 두통, 이명, 목현(目眩), 두풍(頭風), 비색(鼻塞), 탈항, 치질, 자궁출혈, 간질, 중풍, 혼미, 건망증, 불면증 등을 치료한다. 그리고 뇌호혈(腦戶穴)은 뒤통수에 있는데, 후두부 융기 부위 바로 위쪽 오목한 곳으로 뇌수(腦髓)를 여는 문호(門戶)라는 의미다. 뇌호혈은 안면 및 삼차신경통, 눈의 충혈, 목불명(目不明), 각종 안질환, 불면, 간질 등을 치료하는 혈자리다. 해부학상으로 뇌호혈 안쪽 후두엽 피질에는 시각중추가 있다. 진명학은 삼릉침을 이용해서 백회혈과 뇌호혈을 몇 번 찔렀다. 그러자 피가 흘러나왔다. 피는 연신 깨끗한 흰 천으로 닦아내면서 지혈이 될 때까지 반복했다. 그러자 그때 갑자기 고종이 “내 눈이 밝아졌다.”라고 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측천무후는 주렴 안에서 “이는 하늘이 나에게 스승을 보내주신 것이오.”라고 하면서 큰 절을 했다. 이 모습을 본 고종과 신하들은 깜짝 놀랐다. 측천무후가 평소 고종을 무시하는 것 같았지만 누구보다도 고종의 안위를 걱정했던 것이다. 측천무후는 진명학에게 몸소 비단과 보물을 가져다 상으로 내려주었다. 당시 의관들은 진명학의 치료에 탄복했다. 한 의관이 진명학에게 물었다. “어떻게 황제폐하의 실명을 치료하신 겁니까?” 그러자 진명학은 “황제의 실명은 바로 화(火) 때문이었소이다. 눈병은 화가 아니면 생기지를 않는 법이오. 그래서 저는 화를 치료했던 것뿐이오.”라고 했다. 사실 고종은 측천무후의 기세에 눌려서 자신도 모르게 화병이 생긴 것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고종은 정말 화(火) 때문에 눈이 어두워진 것일까? 실제로 눈병은 스트레스와 화로 인해서 다발한다. 현대인들 또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다양한 안구질환으로 고생하는데, 특히 시력장애를 유발하는 중심성망막증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인 과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중심성막장증은 망막 아래의 맥락막에서 삼출액이 흘러나와 초점을 맺는 중심 부분(황반부)에 고여 시력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스트레스에 의한 중심성막장증은 3개월 이내에 자연치유되기도 하지만 재발률이 높고 스트레스 관리가 안되면 만성화되기도 한다. 의관들이 다시 묻기를 “그럼 그 화(火)로 인한 눈병은 단지 백회혈이나 뇌호혈만을 사혈하면 끝나는 것입니까?”라고 했다. 그러나 진명학은 “눈이 갑자기 벌겋게 붓고 빛을 싫어하며 어두워지는 것은 모두 화열(火熱) 때문입니다. 화를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서늘한 기운의 약을 쓰기도 합니다. 또한 침으로 신정, 상성, 백회 등을 사혈하면 예막은 바로 걷히고 아픈 것은 바로 멎으며 어두운 것은 곧 밝아지고 부은 것은 곧 사라지게 됩니다. 이때 백회혈과 뇌호혈 등의 사혈은 가장 빠른 치료법입니다.”라고 했다. 의관들은 죽음을 무릎 쓰고서라도 자신의 치료법을 실행에 옮긴 진명학을 존경해마지 않았다. 당시 7세기에는 당나라에 서양에서 네스테리우파인 경교가 유입이 되었다. 경교는 특히 서양의학에 능통해서 선교와 함께 의료봉사를 통해서 의료선교를 했다. 그런데 역사학자들의 일부는 진명학이 경교도였고, 고종의 실명증상에 정수리에 피를 내서 치료한 방법은 서양의학을 행한 것이라는 설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사혈요법은 이미 당나라 이전에 쓰여진 <황내내경> 소문편에 다양한 병증에 사용하는 것으로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황제내경> 소문의 이법방의론(異法方宜論) 편에 보면 ‘폄석(砭石)으로 피부를 째서 옹양(癰瘍) 등의 병에 피를 내는 치료법은 동방(東方)에서 온 것이다.’라고 했다. 폄석은 돌을 뾰족하게 갈거나 쪼개서 종기가 난 부위를 째거나 혈관을 찔러 피를 내는데 주로 사용하는 침이다. 또한 침해(鍼解) 편에는 ‘악혈(惡血)은 혈락(血絡)에서 사혈한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자학론(刺瘧論)과 자요통론(刺腰痛論)은 대부분의 병증을 사혈요법으로 치료하는 방법을 기록하고 있다. 사혈요법이 한의학의 독창적인 치료법이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눈이 어두워지는 고종의 백회혈을 찔러 사혈시킨 진명학의 치료법은 충분한 근거가 있었다. * 제목의 ○○○은 ‘백회’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의부전록> 按譚賓錄: 唐高宗苦風眩頭, 目不能視, 召侍醫秦鳴鶴診之. 秦曰: “風毒上攻, 若刺頭出少血愈矣.” 天后自簾中怒曰: “此可斬也! 天子頭上, 豈是出血處邪?” 鳴鶴叩頭請命. 上曰: “醫人議病, 理不加罪. 且我頭重悶, 殆不能忍, 出血未必不佳, 朕意決矣.” 命刺之. 鳴鶴刺百會及腦戶出血. 上曰: “我眼明矣.” 言未畢, 后自簾中頂禮以謝之曰: “此天賜我師也.” 躬負繒寶以遺之. (담빈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당나라 고종은 풍병을 앓아서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시의인 진명학을 불러 진찰하게 했다. “풍독이 상부를 공격했으니, 머리에 자침하여 피를 조금 내면 나을 것입니다.”라고 아뢰자, 천후가 발 안에서 성을 내며 말했다. “참수할 놈이로다! 천자의 머리가 어찌 피를 낼 곳이더냐?” 진명학은 머리를 조아리고 하명을 청했다. 고종은 “의사가 병을 논의하는 것이니 이치상 죄를 줄 수 없소. 또 나의 머리가 무겁고 답답하여 견딜 수 없을 지경인데, 피를 내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니, 짐의 뜻으로 결정하겠소.”라 하고, 자침할 것을 명했다. 진명학은 백회와 뇌호에 자침하여 출혈시켰다. 고종은 “내 눈이 밝아졌소.”라 했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천후가 발 안에서 큰절을 하여 사례하면서 “이는 하늘이 나에게 스승을 보내주신 것이오.” 하고는 몸소 비단과 보물을 가져다 그에게 주었다.) <동의보감> 眼無火不病. 目不因火則不病, 何以言之. 白輪變赤, 火乘肺也. 肉輪赤腫, 火乘脾也. 黑水神光被瞖, 火乘肝與腎也. 赤脉貫目, 火自甚也. 能治火者, 一句了. 故內經曰, 熱勝則腫. 凡目暴赤腫起, 羞明隱澁, 淚出不止, 暴寒目瞞, 皆火熱之所爲也. 治火之法, 在藥, 則醎寒吐之下之, 在鍼, 則神庭, 上星, 顖會, 前頂, 百會血之, 瞖者可使立退, 痛者可使立已, 昧者可使立明, 腫者可使立消矣. 張子和. (눈은 화가 아니면 병들지 않는다. 눈은 화로 인해 병이 생긴다. 이것은 무슨 말인가? 흰자위가 벌겋게 된 것은 화가 폐를 누른 것이다. 눈꺼풀이 벌겋게 부은 것은 화가 비를 누른 것이다. 눈동자의 광채가 예막에 가린 것은 화가 간과 신을 누른 것이다. 적맥이 눈을 관통한 것은 화가 저절로 심해진 것이다. 눈병은 화를 치료한다는 한마디 말이면 다 된다. 그러므로 내경에 “열이 지나치면 붓는다”고 하였다. 눈이 갑자기 벌겋게 붓고 빛을 싫어하며, 약간 깔깔하고 눈물이 멎지 않으며, 갑자기 춥고 눈이 흐린 것은 모두 화열 때문이다. 화를 치료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약을 쓸 때는 짜고 차가운 약으로 토하게 하거나 설사시킨다. 침으로는 신정, 상성, 신회, 전정, 백회를 사혈하면 예막은 바로 걷히고 아픈 것은 바로 멎으며, 어두운 것은 곧 밝아지고 부은 것은 곧 사라진다. 장자화.)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10-16 10:58:42[파이낸셜뉴스] 당뇨병은 인슐린의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지 못해 혈중 포도당의 농도가 높아지는 고혈당이 특징이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당뇨병을 진단받는 환자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박성은 세란병원 안과 과장은 “당뇨병을 진단받았다면 혈당관리는 물론 눈에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는지 꾸준히 신경 써야 한다”며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회복하기 쉽지 않고 실명 가능성이 높으므로 신생혈관 녹내장도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15일 조언했다. 당뇨병 환자들은 철저한 혈당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오래 이어진 높은 수준의 혈당은 크고 작은 혈관 모두를 좁아지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당뇨병은 눈에도 합병증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실명질환인 당뇨망막병증, 신생혈관 녹내장 등이 있다. 신생혈관 녹내장은 새로 만들어진 신생혈관이 방수의 흐름을 방해해 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신생혈관은 기존 혈관이 손상돼 산소나 영양분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때 우리 눈이 이에 대처하기 위해 홍채와 인근 조직에 만들어내는 새로운 혈관이다. 신생혈관은 정상 혈관과 달리 불안정해 쉽게 파열되고 출혈,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안압을 유지하는 방수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해 안압을 상승시킨다. 신생혈관이 불규칙하게 발생해 방수가 배출되는 통로인 전방각을 유착시키면 안압이 상승하면서 시신경 손상을 유발할 수 있고 결막 충혈, 각막 부종, 안구 통증 등이 나타난다. 신생혈관 녹내장은 일반 녹내장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발견하기가 어렵다. 신생혈관이 전방각에서 발견되지 않거나 증식 정도가 미세하면 안압이 정상범위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신생혈관이 전방각에 발생하면 안압이 오르고 녹내장이 발생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신생혈관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선 정기적 검진을 통해 신생혈관을 조기에 발견해야 한다. 이럴 경우에는 망막에 대한 레이저 치료를 시행해 신생혈관의 진행을 억제한다. 신생혈관 녹내장이 진행돼 이미 전방각의 유착이 발생한 경우에는 녹내장 안약을 점안해 안압을 낮추고 충혈과 염증을 감소시키는 안약을 사용한다. 이와 함께 레이저 범망막응고술 혹은 안구내주사술을 통해 신생혈관의 진행을 막는다. 당뇨가 있다면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고 홍채 및 전방각의 신생혈관 유무를 정기적으로 검진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신생혈관 녹내장 외에도 당뇨망막병증 등 눈에 생길 수 있는 합병증을 유의해야 한다. 혈당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망막 혈관이 빠르게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박 과장은 “신생혈관 녹내장의 치료는 약물과 수술로 안압을 낮춰주고, 범망막광응고술과 혈관신생인자를 감소시키는 안구내주사술을 통해 전안부의 신생혈관의 퇴행을 유도한다”며 “안구통증과 결막충혈, 각막부종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10-15 09:07:46[파이낸셜뉴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통위원의 임기가 끝난 뒤 실명을 발표하는 것이 어떠냐는 지적에 대해 “아직 논의해본 적은 없으나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1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은 임기 중에 실명이 발표로 알려질 경우에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임기 중에는 익명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또 다른 나라에 비해서 저희들은 굉장히 빠르게, 사실상 익명이지만 개별 의원의 발언을 다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등 다른 국가에서는 묶어서 발표하는데 저희는 익명이지만 개별 의견을 발표하고 있어서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면서도 “금융통화위원회의가 충분한 시간이 지난 다음에 실명으로 발표하는 것에 대해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2024-10-14 10:57:09[파이낸셜뉴스] 나이가 들면 노화현상의 하나로 자연스럽게 시야가 흐려지고 눈이 침침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은 황반변성, 황반원공, 백내장 등 안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시력 저하의 정도가 심하지 않아 노안으로 착각하고 방치하면 극심한 시력 저하는 물론 실명까지 이를 수 있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영주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황반변성, 황반원공, 백내장과 같은 연령 관련 안질환은 단순한 노안으로 오인되기 쉽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고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40대 이상 중장년 환자라면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 이러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인의 상태에 맞는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눈에 이상이 느껴질 경우 즉시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7일 당부했다. 황반변성, 황반원공, 백내장은 주로 고령층에서 발생하며 노안과 혼동하기 쉬운 대표적인 안질환이다. 노안은 노화로 인해 수정체가 딱딱해지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조절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며, 근거리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을 보인다. 노안은 안경이나 돋보기 착용을 통해 어느 정도 증상이 개선될 수 있지만 황반원공이나 황반변성은 안경이나 돋보기 착용 여부와 관계없이 시력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 노안은 양쪽 시력이 비슷한 경우가 많지만, 한쪽 눈의 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증상을 보인다면 황반변성이나 황반원공을 의심할 수 있다. 백내장은 양쪽 시야 전체가 뿌옇게 변하며, 노안과 달리 근거리뿐 아니라 원거리도 잘 보이지 않는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의 신경 조직인 황반에 노폐물이 쌓여 점차 시력을 잃게 되는 질환으로 노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건성과 습성으로 나뉘는데, 이중 건성 황반변성은 진행 속도가 느리고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노안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건성 황반변성이 진행해 황반부 위축이 생기거나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형성되는 습성 황반변성이 생겨 출혈과 망막이 붓는 증상이 동반되면 심할 경우 영구적인 시력 소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 및 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황반원공은 중심시력을 담당하는 황반 부위에 구멍이 생겨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적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에 이를 수 있어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로 노화와 관련이 깊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리체가 노화 과정에서 망막과 분리될 때 황반 조직 일부가 손상되거나, 고도근시로 인해 망막이 얇아지면서 발생할 수 있다. 외상으로 인한 안구 충격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황반원공 역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자각하기 어렵고 황반변성과도 혼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정밀안저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합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시야가 뿌옇거나 흐리게 보이는 안질환이다. 외상, 포도막염, 당뇨 등 안과 또는 전신 질환의 합병증으로도 나타날 수 있지만, 가장 흔한 원인은 노화이다. 초기에는 점진적으로 시력 감퇴가 진행돼 노안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백내장은 방치할 경우 치료 과정이 까다로워지고 어느 정도 진행되면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고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를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10-07 10:14:08[파이낸셜뉴스] 오는 9월 28일은 국제망막연합이 제정한 세계 망막의 날이다.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처럼 빛을 감지해 사물을 인식하게 해주는 중요한 기관으로 손상을 입을 경우 시력에 문제가 생기고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망막질환은 노화가 주원인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등으로 발병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며 현대인의 실명 질환으로 간주되어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23일 한국망막학회는 실명을 유발하는 4대 망막질환으로 망막박리, 당뇨망막병증, 망막정맥폐쇄, 그리고 황반변성을 선정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4대 망막질환 환자 수는 2013년 52만6323명에서 2023년 110만1201명으로 약 109% 증가했으며 그중 20~49세 환자가 약 50% 증가했다. 4대 망막질환 모두 최근 10년간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나이와 무관하게 망막질환을 관리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망막박리는 망막이 안구 내벽에서 분리되는 안질환으로 망막전층에 구멍이 생기는 망막열공, 고도근시 등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고도근시가 망막박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근시가 진행할수록 안구가 앞뒤로 길어지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데 이때 망막이 당겨지고 얇아져 찢어지거나 구멍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또 외상이나 충격이 가해질 경우에도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어 활동량이 많은 10대나 20대에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 근시가 없는 경우에는 50세 이후, 노화로 인한 유리체 액화와 유리체 박리로 인해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당뇨병의 발병연령이 낮아지면서 젊은 환자 사이에서도 당뇨망막병증의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 합병증 중 하나로 망막 혈관에 손상을 일으켜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번 생기면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어도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예방 및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초기에는 증상을 자각하기 어려우며, 만약 시력이 감소하거나 변시증, 비문증, 광시증 등이 느껴진다면 이미 당뇨망막병증이 많이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당뇨병이 있다면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안과에 내원하여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등 현대인의 생활 습관과 밀접한 전신질환이 있다면 혈관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망막혈관폐쇄를 주의해야 한다. 망막정맥폐쇄는 망막혈관폐쇄의 일종으로 정맥 혈관에 순환장애가 발생해 출혈과 부종 등이 나타난다. 시야가 흐려지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일 수 있으며,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일으켜 유리체 출혈이나 신생혈관녹내장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황반변성은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로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이며 이 외에 가족력, 흡연, 자외선 등이 황반 손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노화 과정으로 황반에 노폐물이 쌓여 점차 시력이 떨어지며, 습성 황반변성일 경우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형성되어 출혈과 망막이 붓는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황반변성은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망막질환은 현대인의 생활 습관 및 서구화된 식습관과 같은 환경 요인과 기대수명의 증가로 인한 고령화로 전 연령에서 발생 위험이 커지는 현대적 실명 질환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 각종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해 생기는 눈의 피로감이나 스트레스, 강한 햇빛, 대사질환 등 다양한 요인도 망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망막은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고, 초기에는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나이와 상관없이 눈의 피로나 이상 증상을 느낀다면 즉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유영주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보는 기능을 관리하는 것은 삶의 질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라며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망막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나이와 관계없이 1년에 한 번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시행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건강한 눈을 오래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안과병원은 세계 최초 망막병원을 개원한 안과전문병원으로서 망막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많은 이들이 건강한 눈을 오래 유지할 방안과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4-09-23 14: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