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기자회견 중 실신한 김예지의 건강사태가 우려할만한 정도는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10m 공기권총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 선수(31·임실군청)가 9일 갑자기 실신한 원인은 과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선수가 입원한 전주 대자인병원 응급의학과 관계자는 이날 오후 "김 선수가 과로에 따라 휴식이 필요하다"며 "혈액검사와 CT 검사, X-레이 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안정을 취해야 하며 조만간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실군청 사격팀 곽민수 감독은 "예지가 지금 잠이 들었다"며 "의료진이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으며 많이 자고 많이 먹으라는 조언을 했다"고 말했다. 김 선수는 지난 7일 귀국한 뒤 이튿날 임실의 한 펜션에서 가족과 휴식을 취했다고 곽 감독은 설명했다. 김 선수는 이날 오전 11시 1분께 전북 임실군 전북특별자치도 종합사격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터뷰 중 경련과 함께 쓰러졌다. 김 선수는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아 10분 만에 회복됐고 곧바로 전주 대자인병원으로 이송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9 16:57:22[파이낸셜뉴스] 영국 런던에서 근위병이 타고 있는 기병대 말과 함께 '인증샷'을 찍으려던 관광객이 말에 물려 실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런던 왕실 기병 박물관 앞에서 한 관광객이 기병대 소속 말에 팔을 물렸다. 당시 상황에 담긴 영상이 유튜브에 게시됐는데, 해당 영상에는 한 여성이 근위병을 태운 기병대 소속 말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여성이 말 가까이 다가가자 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이 여성의 팔을 물었다. 말에 팔을 물린 여성은 비명을 지르며 팔을 움켜쥔 채 빠져나와 일행들의 부축을 받았지만 그대로 바닥으로 주저앉아 실신해 쓰러졌다. 경찰이 출동해 여성의 상태를 살폈으나 현재 여성의 부상 정도와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 근처 벽에는 '말이 발로 차거나 물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사진 촬영을 하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고, 여성이 말에 물려 부상을 당해 실신한 사이에도 다른 관광객들은 잇따라 말 옆으로 가 사진을 찍자 경찰은 결국 현장을 통제했다. 한편 영국 근위 기병대 말과 사진을 찍으려다 사고가 발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한 여성 관광객이 말 옆에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포즈를 취하던 중 말에 박치기를 당해 버킹엄 궁 밖 도로까지 날아가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월에는 또 다른 관광객이 사진 촬영을 시도하던 중 말이 그녀의 패딩 재킷 점퍼를 물고 그녀를 공격적으로 잡아당기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7-24 08:27:19매년 차량 사망사고 중 고령운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고령운전자 대상의 안전운전 보조장치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교통안전공단은 나라장터에 고령운전자 안전운전 보조장치 튜닝 검사 장비 구매 공고를 냈다. 공단이 요청한 검사장비는 자동차에 장착할 고령자 안전운전 보조장치에 대한 안전성을 평가하는 도구다.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운전미숙에 따른 차량 단독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중 30%가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20대부터 40대까지의 사망자 비율이 평균 12% 수준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지난 2022년에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건수는 19만6836건으로 전년 대비 3.1% 감소했지만,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는 3만4652건으로 8.8% 증가했다. 이에 공단은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블루인텔리전스, 이노카, 경기대학교와 협업해 고령운전자 안전운전 보조장치에 대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고령운전자가 심혈관질환이나 실신으로 운전 불능 상태에 빠지는 등의 응급상황을 막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목표는 △긴급상황 비상정지 제어 △비접촉식 생체 모니터링 △e-콜(교통사고 긴급 통보장치) △위급상황 시나리오 △검증 및 제도화 등 일련의 과정들을 통합해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고령운전자 안전운전 보조장치는 현재 프로토(초기형) 타입으로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고안된 보조 장치는 △레이저 심박 측정 장치 △안면 인식 카메라 △보조 제동장치 △e-콜 단말기 등이 탑재돼있다. 지난해 9월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산업안전 박람회에서 이같은 유형의 프로토 타입의 보조장치가 공개됐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러 검증을 거쳐야 한다. 공단이 구매 공고를 올린 검사장비 또한 보조장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과정 중 하나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다 보니 보조장치를 튜닝하는 것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모호한 점도 있어 공단은 국토부와 현재 논의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이 외에도 보조장치 상용화 전까지 다른 연계사업이나 고도화 사업 통해 전방 레이저 센서, 전방 카메라 센서 등을 도입하겠다. 최종적으로는 자율주행 기능을 부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공단은 60세 이상 운전자가 전체 사고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페달 오조작 사고를 막기 위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2022년 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에 신고된 국내 페달 오조작 사고는 82건에 달한다. 이중 60세이상 운전자는 약 40%를 차지한다. 공단은 오는 26일까지 '운전자 페달 오조작 방지 및 평가 기술 개발 기획' 기술수요 조사를 실시해 연구개발 사업지원 대상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4-01-17 18:13:32[파이낸셜뉴스] 고(故) 이예람 중사의 강제추행 피해 사실을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하는 등 사건 은폐를 시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대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판결을 듣던 이 중사의 모친은 한 때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15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대대장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사항을 반드시 상관에 보고하거나, 관계 부서에 통보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의식적으로 그러한 의무를 방임 내지 포기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중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여러 조치를 취한 점에 비춰보면, 피고인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중대장 김모씨와 군검사 박모씨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이 선고됐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보고 법정구속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김 중대장에 대해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발언을 하게 된 경위나 내용, 그 당시 상황 등에 비춰볼 때 해당 발언은 전파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된다"고 봤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강제추행과 2차가해 등을 당한 뒤 제15특수임무비행단으로 전속을 가는 절박한 상황이었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무분별하게 고소한 사람처럼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피해자는 희망을 품고 전속을 간 상황에서 마음의 상처를 얻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지적했다. 박씨에 대해서는 직무유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비밀준수 등)을 제외한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중사의 강제추행 사건을 송치 받은 이후 이 중사가 사망할 때까지 약 한 달 반 동안 별다른 수사를 한 적이 없고, 개인적인 편의를 위해 조사 일정을 연기했다"며 "이 중사가 사망한 뒤 사건 처리 지연이 문제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공군본부 법무실에 거짓된 보고를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이 진행되는 동안 이 중사의 모친이 법정에서 실신해 잠시 재판이 중단되기도 했다. 유가족과 지인들은 "무죄 얘기가 나올 때부터 숨쉬기 힘들어했다"고 설명했다. 판결을 마친 뒤 이 중사의 부친은 피고인들을 향해 "잠깐 나 좀 보고 가라", "어떻게 무죄냐" 등이라 소리치기도 했다. 이 중사는 지난 2021년 3월 장모 중사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신고했지만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같은 해 5월 세상을 등졌다. 김 대대장은 사건 발생 후 장 중사와 이 중사가 분리되지 않은 것을 보고하지 않고, 징계 의결을 미뤄 직무유기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김 중대장은 이 중사가 강제추행 피해 이후 전입하려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 소속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무분별하게 고소를 하는 사람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당시 이 중사 사건을 맡았던 군검사로, 조사를 미루는 등 수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기소됐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1-15 16:16:12[파이낸셜뉴스] 공격적 성향을 가진 초등학생이 담임교사와 같은 반 학생들을 향해 물리적 폭행을 지속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담임교사는 이 학생의 폭행을 제지하던 중 실신해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 친구들 위협하던 학생.. 두달간 모친이 교실 입실해 수업 12일 경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1시께 경북 안동의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30대 여교사 A씨가 경련을 일으키며 실신했다. A교사는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공격적 행동을 하는 B군을 30여분간 제지하다가 갑자기 쓰러진 것이다. 조사 결과 B군은 몸집이 작았지만 평소 가위나 연필로 담임교사와 같은 반 학생들을 위협한 것으로 파악됐다. B군의 공격적 성향 탓에 수업이 원만히 진행되지 않자 B군의 담임교사는 지난 4∼5월 B군의 모친에게 연락해 모친이 교실에 입실한 상태로 수업을 진행했다. A교사는 "어느 날 갑자기 B군 모친이 등교한 뒤 참관하지 않고 바로 귀가하셨다"며 "무슨 일인지 여쭤봤더니 교장선생님께서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폭력성향 더 심해져.. 모방 학생까지 늘어나 하지만 그날 이후 B군의 폭력적 성향은 점점 심해졌고, 이를 모방하는 학생들도 늘어났다는 게 A교사의 설명이다. A교사는 "학생이 언제 어떻게 돌발행동을 할 줄 몰라서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신체·정신적 힘듦을 호소했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내부 기안 작성하고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뚜렷한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와 저희 반 친구들이 매일매일 불안에 떠는 동안 학교는 늘 모른 척 가만히 있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학교가 모른척 했다" 교권위 요청했다는 교사.. 몰랐다는 교육청 경북도교육청과 안동교육지원청은 해당 학교에서 사건 경위를 조사하는 등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학교 측과 담임 교사인 A씨의 갑론을박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안동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학교 교감·교장선생님이나 교권 업무 담당인 교무부장께서 '담임 선생님이 교권보호위 개최를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서도 "학교 측도 최근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 같다"라고 전했다. 이어 "학생의 과잉행동으로 1학기 때 어머니께서 참관하셨고 어머니가 계실 때 한 번도 특이상황이 발생하지 않았다. 6월부터는 담임교사가 '지금 잘하고 있다'고 해서 어머니께서 들어가지 않게 됐다고 어머니로부터 확인했다"며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학교 교장은 B군의 학부모와 상담을 통해 B군의 전학을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9-13 07:19:54#1. 1599년 9월11일 로마 시내를 가로지르는 테베레 강의 산탄젤로(Sant'Angelo) 다리. 기껏해야 갓 스무살이 넘었을 앳되고 청순한 여인이 끔찍한 참수형을 앞두고 군중들에 둘러싸인 채 섰다. 가끔씩 고개를 돌린 채 군중을 바라보는 눈은 때론 멍한듯 순수하고, 무표정한 얼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다. 지켜보던 시민들이 저마다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냈다. 그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로 첸치 백작의 막내딸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죄명은 가족과 공모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였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프란체스코 첸치 백작은 매우 폭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음탕한 행동까지 악명이 자자했습니다. 폭력은 가족들에게 더욱 심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막내딸인 베아트리체를 감금하고 강간하는 범죄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이런 폭력과 만행에 베아트리체의 새어머니, 오빠, 이복동생 등이 함께 로마교황청에 신고했지만 교황청은 이를 번번히 묵살했습니다. 첸치 백작은 교황 클레멘스 8세의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하인들과 힘을 모아 첸치 백작을 독살하기로 계획하고 첸치 백작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성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위장합니다. 하지만 곧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교황청으로부터 가족 전부가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로마 시민들은 첸치 일가의 구명을 요구했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형이 확정되고 베아트리체의 새어머니와 오빠의 시신이 거리에 내걸립니다. 이어 베아트리체 차례가 되자 로마 시민들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해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곧 베아트리체는 그 자리에서 참수를 당합니다.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스물다섯살의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는 베아트리체 첸치의 마지막 모습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게 그 유명한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1600년, 75*50cm, 유채, 로마 바르베리니 국립고전회화관)'입니다. 고개를 돌린 채 쳐다보는 힘없는 눈빛은 너무도 많은 것을 말하는듯 합니다. 그러나 어두운 배경 속 흰색 두건을 두르고 흰 옷을 입은 그녀의 얼굴은 처연함보다 오히려 담백한 의연함이 느껴집니다. 오히려 슬픔이 묻어나지 않는 순백의 모습이 더욱 슬픔을 자아냅니다.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베아트리체 첸치와 눈을 마주친 프랑스 유명 작가 스탕달은 거의 실신합니다.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립니다. 다른 관람객 일부도 스탕달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스탕달 증후군'입니다. 이 현상은 뛰어난 예술 작품을 보게 되면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져 호흡곤란, 경련, 마비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첸치 가족이 몰살당한 산탄젤로 다리는 로마 시내와 산탄젤로 성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산탄젤로 성의 상징은 꼭대기에 청동상으로 우뚝 서 있는 미카엘 대천사입니다. 미카엘 대천사는 이 날의 비극을 어떻게 지켜봤을까요. #2.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게나." 교황 클레멘스 7세가 마지막 순간을 예감한 듯 근위대를 향해 낮은 음성을 힘없이 내뱉었다. "성하, 저희가 끝까지 사수하겠으니 어서 피하시옵소서." 교황을 둘러싼 건장한 근위병들이 흐느끼며 외쳤다. 500여명이 넘던 근위병들은 거의 다 죽고 이제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은 고작 42명에 불과했다. 죽기를 각오한 근위병들이 뒤돌아 신성로마제국 군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둘씩 쓰러지는 근위병들을 뒤로 하고 교황은 비밀 통로를 통해 산탄젤로 성으로 들어갔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 카를5세가 로마를 침공했을 당시의 일이다. 교황은 산탄젤로 성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로마 교황령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의 역사는 이날부터 시작됐습니다.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굵은 줄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장창을 들고 근엄하게 서있는 스위스 근위대는 바티칸의 상징입니다. 교황령은 이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스위스 출신 젊은이로만 근위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세 용병 부대 중 가장 유명한 게 스위스 용병이었습니다. 스위스 용병은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자라 신체가 건장한데다 전투력이 최강인데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 용감함이 특징이었습니다. 프랑스-잉글랜드 간 백년전쟁을 비롯해 중세 모든 전쟁에서 맹위를 떨쳤습니다. 로마 교황도 이들을 적극 고용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의 용맹함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지금의 스위스는 부자 나라지만 당시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산악지대인데다 무역활동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이 좋은 용병은 가장 좋은 직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스위스 용병들은 자신들이 등을 보이고 물러나면 후손들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 절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는 것을 택했다고 합니다. 클레멘스 7세 뒤를 지키던 42명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또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앙뚜아네트가 머물던 튈르리 궁을 지키던 786명도 모두 전사했습니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은 바로 이들 스위스 용병 786명을 기리는 작품입니다. 산탄젤로 성은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서기 134년 공사를 시작해 139년 완성된 산탄젤로 성은 원래 로마 오현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을 비롯한 후대 왕의 영묘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421년 요새로 개조된 후 나중에는 교황의 성으로 존재했습니다. 산탄젤로 이름을 얻은 것은 590년 경 로마 시내에 역병이 창궐하자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신에게 참회 기도를 올리고 돌아오면서 산탄젤로 다리를 지나는 도중 산탄젤로 성 꼭대기에서 대천사 미카엘이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닦은 후 검집에 넣는 모습의 환시를 봤다고 합니다. 그레고리우스 1세는 이를 "역병의 재앙에 대해 사람들이 충분히 참회를 마쳤으며, 신이 이에 만족하신 징표"라며 이 요새를 '천사의 성', 즉 '산탄젤로'라고 부르도록 했습니다. #3. 산탄젤로 성은 교황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교황의 피난처가 됐습니다. 앞서 1494년에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프랑스 샤를 8세의 로마 침공을 피해 이곳으로 달아나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는 13세기 경 교황 니콜라스 3세가 베드로 성당과 산탄젤로 성을 잇는 800미터 길이의 비밀통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댄 브라운 원작의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도 주인공들이 이 비밀통로를 통해 도주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산탄젤로 성의 모든 것을 지켜본 미카엘 대천사가 라벨에 그려진 와인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생산되는 발디까바(Valdicava)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urnello di Montalcino)'입니다. 몬탈치노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가 난다는 몬토솔리(Montosoli) 지역의 산지오베제(Sangiovse) 100%로 만드는 와인입니다. 검은색 과실과 꽃향기, 바닐라 터치, 장엄한 구조감으로 유명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스타 와인입니다. 특히 리제르바 급 상위 라인 '발디까바 마돈나 델 피아노(Valdicava Madonna del Piano)'는 구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와인 전문가 팀 애킨스(Tim atkins)는 발디까바를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여지껏 마셔본 가장 뛰어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발디까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세컨 와인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를 열어봅니다. 귀여운 아기천사의 모습이 그려진 라벨의 와인입니다. 진하지 않은 루비빛 와인으로 잔에서는 산지오베제 특유의 감칠맛 향과 함께 붉은 과실 향이 확 올라옵니다. 스월링 할수록 바닐라 향도 느껴지며 동물향이 몽글몽글 떠다니는 느낌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제일 먼저 강력한 타닌이 반기는데 좋은 산도가 와인을 발랄하게 만듭니다. 산도는 미디엄 하이 혹은 하이 수준으로 아주 높습니다. 와인이 입에서 사라지고 남는 것은 두꺼운 타닌과 기분좋은 산도, 그리고 진한 동물향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6-15 18:07:54[파이낸셜뉴스] #1.1599년 9월11일 로마 시내를 가로지르는 테베레 강의 산탄젤로(Sant'Angelo) 다리. 기껏해야 갓 스무살이 넘었을 앳되고 청순한 여인이 끔찍한 참수형을 앞두고 군중들에 둘러싸인 채 섰다. 가끔씩 고개를 돌린 채 군중을 바라보는 눈은 때론 멍한듯 순수하고, 무표정한 얼굴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맑고 아름다웠다. 지켜보던 시민들이 저마다 안타까운 탄식을 쏟아냈다. 그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 첸치(Beatrice Cenci)로 첸치 백작의 막내딸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녀의 죄명은 가족과 공모해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였습니다. 그녀의 아버지 프란체스코 첸치 백작은 매우 폭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게다가 음탕한 행동까지 악명이 자자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막내딸인 베아트리체를 감금하고 강간하는 범죄까지 저지르게 됩니다. 이런 폭력과 만행에 베아트리체의 새어머니, 오빠, 이복동생 등이 함께 로마교황청에 신고했지만 교황청은 이를 번번히 묵살했습니다. 첸치 백작은 교황 클레멘스 8세의 든든한 후원자였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하인들과 힘을 모아 첸치 백작을 독살하기로 계획하고 첸치 백작에게 수면제를 먹인 후 머리를 망치로 내리쳐 성벽에서 떨어진 것처럼 위장합니다. 하지만 곧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교황청으로부터 가족 전부가 사형을 선고 받습니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로마 시민들은 첸치 일가의 구명을 요구했지만 교황 클레멘스 8세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결국 형이 확정되고 베아트리체의 새어머니와 오빠의 시신이 거리에 내걸립니다. 이어 베아트리체 차례가 되자 로마 시민들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위해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곧 베아트리체는 그 자리에서 참수를 당합니다. 이 장면을 옆에서 지켜보던 스물다섯살의 화가 귀도 레니(Guido Reni)는 베아트리체 첸치의 마지막 모습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게 그 유명한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1600년, 75*50cm, 유채, 로마 바르베리니 국립고전회화관)'입니다. 고개를 돌린 채 쳐다보는 힘없는 눈빛은 너무도 많은 것을 말하는듯 합니다. 그러나 어두운 배경 속 흰색 두건을 두르고 흰 옷을 입은 그녀의 얼굴은 처연함보다 오히려 담백한 의연함이 느껴집니다. 오히려 슬픔이 묻어나지 않는 순백의 모습이 더욱 슬픔을 자아냅니다. 1817년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베아트리체 첸치와 눈을 마주친 프랑스 유명 작가 스탕달은 거의 실신합니다. 갑자기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면서 그대로 주저앉아 버립니다. 다른 관람객 일부도 스탕달과 유사한 증상을 호소합니다. '스탕달 증후군'입니다. 이 현상은 뛰어난 예술 작품을 보게 되면 순간적으로 흥분 상태에 빠져 호흡곤란, 경련, 마비 등의 증세를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첸치 가족이 몰살당한 산탄젤로 다리는 로마 시내와 산탄젤로 성을 연결하는 다리입니다. 산탄젤로 성의 상징은 꼭대기에 청동상으로 우뚝 서 있는 미카엘 대천사입니다. 미카엘 대천사는 이 날의 비극을 어떻게 지켜봤을까요. #2. "이제 그만 고향으로 돌아가게나." 교황 클레멘스 7세가 마지막 순간을 예감한 듯 근위대를 향해 낮은 음성을 힘없이 내뱉었다. "성하, 저희가 끝까지 사수하겠으니 어서 피하시옵소서." 교황을 둘러싼 건장한 근위병들이 흐느끼며 외쳤다. 500여명이 넘던 근위병들은 거의 다 죽고 이제 목숨이 붙어있는 사람은 고작 42명에 불과했다. 죽기를 각오한 근위병들이 뒤돌아 신성로마제국 군대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나둘씩 쓰러지는 근위병들을 뒤로 하고 교황은 비밀 통로를 통해 산탄젤로 성으로 들어갔다. 1527년 신성로마제국 카를5세가 로마를 침공했을 당시의 일이다. 교황은 산탄젤로 성 덕분에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로마 교황령을 지키는 스위스 근위대의 역사는 이날부터 시작됐습니다.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굵은 줄무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장창을 들고 근엄하게 서있는 스위스 근위대는 바티칸의 상징입니다. 교황령은 이 사건 이후부터 지금까지 스위스 출신 젊은이로만 근위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세 용병 부대 중 가장 유명한 게 스위스 용병이었습니다. 스위스 용병은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자라 신체가 건장하고 전투력이 최강인데다 절대 물러서지 않는 용감함이 특징이었습니다. 프랑스-잉글랜드 간 백년전쟁을 비롯해 중세 모든 전쟁에서 맹위를 떨쳤습니다. 로마 교황도 이들을 적극 고용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의 용맹함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있습니다. 지금의 스위스는 부자 나라지만 당시에는 농사도 지을 수 없는 산악지대인데다 무역활동도 전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이 좋은 용병은 가장 좋은 직업이었습니다. 따라서 스위스 용병들은 자신들이 등을 보이고 물러나면 후손들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을 걱정해 절대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늘 그 자리에서 용감히 싸우다 전사하하는 것을 택했다고 합니다. 클레멘스 7세 뒤를 지키던 42명도 같은 길을 걸었습니다. 또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루이 16세와 앙뚜아네트가 머물던 튈르리 궁을 지키던 786명도 모두 전사했습니다. 스위스 루체른에 있는 '빈사의 사자상'은 바로 이들 스위스 용병 786명을 기리는 작품입니다. 산탄젤로 성은 이처럼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서기 134년 공사를 시작해 139년 완성된 산탄젤로 성은 원래 로마 오현제 중 하나로 꼽히는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자신을 비롯한 후대 왕의 영묘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421년 요새로 개조된 후 나중에는 교황의 성으로 존재했습니다. 산탄젤로 이름을 얻은 것은 590년 경 로마 시내에 역병이 창궐하자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가 신에게 참회 기도를 올리고 돌아오면서 산탄젤로 다리를 지나는 도중 산탄젤로 성 꼭대기에서 대천사 미카엘이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닦은 후 검집에 넣는 모습의 환시를 봤다고 합니다. 그레고리우스 1세는 이를 "역병의 재앙에 대해 사람들이 충분히 참회를 마쳤으며, 신이 이에 만족하신 징표"라며 이 요새를 '천사의 성', 즉 '산탄젤로'라고 부르도록 했습니다. 산탄젤로 성은 교황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늘 교황의 피난처가 됐습니다. 앞서 1494년에는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프랑스 샤를 8세의 로마 침공을 피해 이곳으로 달아나 목숨을 건졌습니다. 이는 13세기 경 교황 니콜라스 3세가 베드로 성당과 산탄젤로 성을 잇는 800미터 길이의 비밀통로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댄 브라운 원작의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도 주인공들이 이 비밀통로를 통해 도주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합니다. #3. 산탄젤로 성의 모든 것을 지켜본 미카엘 대천사가 라벨에 그려진 와인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생산되는 발디까바(Valdicava)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urnello di Montalcino)'입니다. 몬탈치노에서도 가장 좋은 포도가 난다는 몬토솔리(Montosoli) 지역의 산지오베제(Sangiovse) 100%로 만드는 와인입니다. 검은색 과실과 꽃향기, 바닐라 터치, 장엄한 구조감으로 유명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스타 와인입니다. 특히 리제르바 급 상위 라인 '발디까바 마돈나 델 피아노(Valdicava Madonna del Piano)'는 구경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와인 전문가 팀 애킨스(Tim atkins)는 발디까바를 2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제임스 서클링(James Suckling)은 "여지껏 마셔본 가장 뛰어난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와인"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습니다. 발디까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의 세컨 와인 '로쏘 디 몬탈치노(Rosso di Montalcino)'를 열어봅니다. 귀여운 아기천사의 모습이 그려진 라벨의 와인입니다. 진하지 않은 루비빛 와인으로 잔에서는 산지오베제 특유의 감칠맛 향과 함께 붉은 과실 향이 확 올라옵니다. 스월링 할수록 바닐라 향도 느껴지며 동물향이 몽글몽글 떠다니는 느낌입니다. 입에 넣어보면 제일 먼저 강력한 타닌이 반기는데 좋은 산도가 와인을 발랄하게 만듭니다. 산도는 미디엄 하이 혹은 하이 수준으로 아주 높습니다. 와인이 입에서 사라지고 남는 것은 두꺼운 타닌과 기분좋은 산도, 그리고 진한 동물향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3-06-15 14:52:28[파이낸셜뉴스] 서울 지하철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실신한 한 남성이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사례하고 싶다며 수소문중이다. A씨는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오늘 오전 9시20분~35분 9호선 종합운동장역에서 도와주신 분들을 찾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글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전 출근 중 갑자기 숨이 안 쉬어져 객실 내부에 있는 기둥을 잡고 쭈그려 앉았다. 이후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끼고 다음 역에서 내리려 일어선 A씨는 그대로 쓰러져 5~7분간 실신했다. A씨는 "눈을 떠 보니 스크린도어 바로 앞에 쓰러져 있는 저를 여러 사람이 흔들어 깨워주시고 119와 역무원을 불러주셨다"라며 "손이 너무 저렸는데, 더러워진 손을 계속 주물러주신 중년의 여성분께 너무 감사하다"라고 적었다. 이어 "제 머리에 본인 백팩을 받쳐주시고 지하철 몇 개를 놓쳐가면서까지 끝까지 옆에서 도와주셨던 젊은 남성을 찾고 싶다"라며 "기억나는 인상착의는 청록색 반소매 티셔츠에 백팩을 메셨고, 에어팟을 끼고 계셨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제가 어떻게 쓰러졌는지 기억이 아예 안 나고 온몸이 지하철 고무 패킹 먼지에 난리가 나 있더라"라며 "그래도 다행히 머리를 다치지 않은 것 보니 열리는 문에 기대면서 기절한 것 같다"라고 썼다. 이어 "너무 경황 없고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멀리 앉아서 인사만 드렸다. 덕분에 구급차 타고 응급실에서 모든 검사 받고 퇴원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A씨는 "병원 검사 결과, 미주신경성실신을 진단받았다"며 "출근길이라 시간도 없으셨을 텐데 도와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꼭 인사드리고 싶다. 이 글 보시면 모두 연락 달라"고 덧붙였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6-08 15:43:56[파이낸셜뉴스]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뇌전증을 연기한 래퍼 라비(30)가 병역 브로커와 공모해 지속적인 연기로 허위 병무용 진단서를 발급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지난 3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이후로 계속해서 병역을 미뤄왔다. 그러던 중 2021년 2월쯤 라비의 소속사 김 대표가 병역 브로커 구모씨(47)를 알게됐다. 김 대표는 라비의 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두고 구씨와 면담했다. 구씨는 이 자리에서 라비가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라비와 협의해 구씨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3월에 구씨에게 보수 5000만원을 지불하고 계약했다. 구씨는 계약서에 '군 면제 처분을 받지 않으면 비용 전액을 환불 처리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했다. 이때부터 라비는 구씨로부터 받은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충실히 이행했다.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선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라비는 외래진료에서 의사에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등 거짓말을 해 뇌파 및 MRI 검사 일정을 잡았다. 그해 4월 라비와 김 대표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치료나 약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당황해 김 대표가 구씨에게 연락하자, 구씨는 "약 처방 해달라고 해. 만약에 또 그러면 멘탈 나가고 음악생활도 끝이다, 아니면 진료의뢰서 끊어달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대표는 다시 진료실로 들어가 의사에게 '약 처방을 해달라'고 요구해 결국 약물 치료 의견을 받아냈다. 이후에도 약을 추가 처방받은 라비는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다. 구씨는 김 대표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 받고는 "굿, 군대 면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라비는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 뇌전증 약을 복용해 소변검사를 대비했다. 소변검사에서 적절한 약물 농도가 검출되게 해 진짜로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내기 위한 것이다. 결국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그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라비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와 김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브로커 구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4-04 07:32:21[파이낸셜뉴스] 구급차를 몰다 사고를 내 이송 중이던 임신부를 하반신 마비에 이르게 한 구급 대원이 운전 당시 정신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는 수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형사 입건한 수원소방서 소속 A씨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 12일 오전 5시 40분께 안산시 상록구 2차로 도로에서 오른쪽 진출로로 빠져나가다가 충격 흡수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구급차 안에 타고 있던 30대 임신부 B씨가 척추를 크게 다쳤고 남편도 어깨뼈 골절상을 입었다. B씨는 제왕절개로 아이를 무사히 출산했으나, 하반신 마비 증상으로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사고 당시 정신을 잃었다"라며 "사고 전부터 속이 메스꺼웠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의료기관에 A씨의 건강 상태에 대한 진단을 의뢰해 A씨가 '미주 신경성 실신' 증세가 있다는 진단서를 회신받았다. 미주 신경성 실신은 극도의 신체적 또는 정신적 긴장으로 인해 혈관이 확장하고, 심장 박동이 느려져 혈압이 낮아지면서 나타나는 유형이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이 사실인 것으로 보고, 조만간 A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1-24 11:4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