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그림에서든, 조각에서든 나의 어떤 맑은 기운과 관조자의 맑은 기운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길 소망한다." 한국 실험 미술의 선구자 이강소 작가(82)가 50년간 걸어온 실험 미술과 사유의 여정을 응축해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이태원에서 열린다. 글로벌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은 이 작가와 손잡고 글로벌 미술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첫걸음인 개인전 '연하(煙霞)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로 벗을 사마' 전(展)을 오는 8월 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9월 이 작가가 타데우스 로팍과 전속 계약을 체결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전시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독창적이고도 선구적인 위치를 확립한 그의 작품세계를 조망한다. 설치, 회화, 조각,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20여점이 소개된다. 전시 제목 '연하(煙霞)로 집을 삼고, 풍월(風月)로 벗을 사마'는 퇴계 이황의 시조 '도산십이곡' 제2곡에서 인용됐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며 자아를 우주적 질서에 조율하고자 했던 퇴계의 세계관은 이 작가가 예술에 임하는 자세와도 겹친다. 이 작가는 "퇴계의 자연관에 깊이 공명하며, 나의 예술 또한 자아를 표출하거나 고정된 실체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흘러가는 세계의 흐름과 조응하는 행위"라며 "마음과 우주가 하나가 되면 이때 나도 남도 탈각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회화는 동아시아 수묵화의 사유와 서예적 붓질, 인상주의적 색채가 공존한다. 그의 유려한 붓놀림은 윌렘 드 쿠닝, 사이 톰블리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그는 자아를 전면화하기보다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상태를 지향한다. 전시장 입구에 배치된 회화 대표작 '섬에서-03037(2003)'는 안개처럼 흐릿하게 번지는 기운 위에 수직으로 교차하는 선들을 통해 섬이나 해안가와 같은 풍경을 연상시킨다. 이런 형상은 구체적인 대상을 묘사하기보다는 관람객들의 기억과 감각을 자극하며 작품을 마주한 각자 만의 해석에 다다르게 된다.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 속 풍경이나 경험을 투영함으로써 작품과 관계를 맺고 그로써 개인적인 의미를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이 작가는 전했다. 또 다른 회화 대표작 '청명淸明-16229(2016)'은 유려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붓놀림이 서예와 수묵화에 대한 작가의 깊은 이해가 엿보이며 대담하고 즉흥적인 필치가 강한 시각적 인상을 남긴다. 이런 표현은 단순한 형상이나 구성의 차원을 넘어 작가의 신체적 리듬과 정서적 에너지가 응축된 움직임의 흔적으로 작용하며 작가 고유의 '기운생동'의 에너지가 작품 전반에서 여실히 확인된다. 조각 역시 회화의 제스처가 공간으로 확장된 결과다. 청동작 '무제‑94095(1994)'는 평면의 붓질을 입체로 구현했다. 타는 '배'를 둘러싸고 놓인 조각 덩어리들은 작가 특유의 유려하면서도 힘 있는 붓놀림을 연상시키며 회화에서 나타나는 필치의 에너지를 입체적으로 구현한 듯한 형상을 띤다. '팔진도(1981/2017)'도 마치 솟아오른 산맥처럼 공간을 장악하며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넘는다. 이 작품은 중국 삼국지 최고의 전략가인 제갈량의 전략에서 착안한 것으로, 적을 교란시키기 위한 전술적 진형인 팔진도에서 영감을 받아 여덟 개의 문을 갖춘 구조로 설계됐다. 특히 이 설치는 장소에 따라 형태를 달리하며 무한히 변주될 수 있도록 고안했다. 겉보기에는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부에는 관람객이 스스로의 길을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질서 있는 동선이 숨어있다. 관람객들은 작가가 구성한 팔진 속으로 들어가 직접 길을 찾아가며 각자의 속도와 흐름에 따라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타데우스 로팍 측은 "이번 전시는 회화, 조각, 판화, 설치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폭넓게 아우른 전시"라며 "한국 현대미술에서도 독창적이고도 선구적인 이 작가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자리"라고 평했다. 한편, 이 작가는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비롯해 테이트 모던, 구겐하임 미술관, 브루클린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 전시에 참여하며 국제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2021년 갤러리현대 개인전에서는 '청명' 시리즈와 '강에서' 연작을 통해 '기(氣)'의 표현을 강조하며 유럽 수집가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5-06-26 09:51:51[파이낸셜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전 국민에게 15~50만원씩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약 113만명의 빚 탕감에 나서는 등 방안이 포함된 이재명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두고 "국가 경제는 실험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추구하는 이른바 '바우처 경제', '쿠폰 경제'는 결국 단기적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국가가 빚을 내어 현금성 지원을 남발하는 방식"이라며 "코로나 시국에도 이런 소비쿠폰이 잠시 자영업자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는 듯 보였지만, 결국 일회성 소비에 그쳤고, 기대했던 승수효과는 실현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하지만 국가 재정은 단기적 효과를 위한 수단이 돼선 안 된다. 오늘 100원을 빌릴 때, 30년 뒤 그 빚을 갚을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보장이 있다면 나름 합리적인 투자가 될 수 있다"며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그 반대다. 30년 뒤, 그 빚을 갚아야 할 인구는 절반으로 줄어드는 인구수축기를 향해 가고 있다. 똑같은 100원이지만 미래 세대가 1인당 짊어져야 할 부담은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이 의원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GDP 대비 부채 비율이나 실질이자율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세대가 1인당 얼마의 부채를 짊어지게 되느냐'"라며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113만명의 부실채무 탕감을 전제로 한 '배드뱅크' 설립 계획도 또 다른 위기를 예고한다. 이 정책은 사회 전반에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수밖에 없고, 물가 안정과 신용 질서의 기반을 뿌리부터 흔드는 위험한 접근이다. 아무리 선의를 포장하더라도, 금융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방식으로는 지속가능한 경제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지금의 코스피 상승은 기대감에 기반한 흐름이다. 그러나 기초 체력 없이 떠 있는 시장은 결국 롤러코스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이 물가 관리에 실패하고 신용시스템 유지에 실패한다면, 대한민국 경제는 반드시 흔들릴 것"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시장에 신뢰를 줄 수 있는 경제부총리 인선을 내놓아야 한다. 국무총리의 제청을 받는다는 형식적 절차를 핑계로 이 중대한 결정을 늦출 여유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 경제는 실험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돈을 뿌리는 속도가 아니라, 신뢰를 쌓는 속도"라고 강조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5-06-24 05:47:02[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은 20일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을 골자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두고 "한 마디로 사이비 호텔경제학의 대국민 실험장"이라고 맹비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대통령 당선 축하파티 열듯 돈을 마구 뿌리는 정치 추경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30조5000억원 규모 추경안에는 전 국민 소비쿠폰 지급 예산 13조2000억원과 지역사랑상품권 6000억원이 포함됐다. 송 원내대표는 "경기 진작과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추경의 필요성에는 일부 동의한다"면서도 "취임 2주 만에 뚝딱 만들어진 정부의 졸속 추경안은 민생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치적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경기 진작효과가 미미하다"며 "(반면) 무차별적 현금살포는 집값 상승과 물가 폭등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국가채무가 1300조원이 넘으며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대통령실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소비쿠폰 지급 방식 검토가 전 국민과 선별지급을 두고 여러 번 뒤집혔다는 점도 꼬집었다. <2025년 6월 11일字 1면 참조> 결국 취약계층은 최대 50만원, 소득상위 10%는 15만원만 지원하는 차등지급으로 결론이 났다. 경제부총리가 아직 임명되지 않아 민주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게 송 원내대표의 지적이다. 송 원내대표는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자영업자와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경기진작용 추경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은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 집중 지원하는 효율적 추경을 정부여당에 요구한다"면서 국회 추경 심사 과정에서의 수정을 요구했다. 김은혜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전 국민 지급을 고집한 탓에 오히려 취약계층에 돌아가는 혜택의 총량은 줄어들었다는 비판을 내놨다. 그는 "지원이 상위 소득층까지 확대되면서 정작 저소득층과 차상위층은 1조5000억원만 지원을 받는다. 전체의 11% 남짓이다. 무늬만 선별복지지 약자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추경안에 포함된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상 만성채무자 빚 탕감'을 두고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은 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며 "지원이 꼭 필요한 분들을 제대로 선별하고 성실상환자에 인센티브를 주는 공정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2025-06-20 09:36:45[파이낸셜뉴스] 창원NC파크 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가 지난 3월 발생한 인명 사상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시설물 '루버'의 안전성 검증에 나섰다. 창원시는 사조위가 사고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최근까지 총 4차례 회의를 진행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조위는 회의 과정에서 시설물 루버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실제 창원NC파크 외벽에 사용되었던 루버를 이용한 안전성 실험을 결정했다. 사고 당시, 길이 2.6m, 폭 40cm, 무게 60kg 상당의 알루미늄 재질 루버가 경기장 외벽에서 떨어져 야구팬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이후 야구팬들은 루버 구조물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고, 창원시는 지난 4월 창원NC파크 내외부에 설치된 루버 313개를 전면 철거했다. 이번 안전성 실험은 실제 사용된 루버와 접합부의 플레이트, 볼트 등을 활용하여 진행된다. 창원시는 실험 수행을 위해 전문 학회를 선정했으며, 해당 학회는 루버 접합부 조임 상태 등 외관 조사와 더불어 플레이트 및 볼트에 대한 인장 시험과 피로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인장 시험은 재료가 끊어질 때까지 양쪽 끝을 잡아당기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피로 시험은 반복적인 하중을 가해 재료의 피로 한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조위 측은 이번 실험을 통해 루버 접합부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인하고, 향후 루버 접합부 설계에 대한 기초 자료 확보와 유사 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사조위 위원들이 다양한 환경에서 루버가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을 실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실험은 약 한 달간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5-06-19 14:49:19오늘날의 글로벌 통화질서는 지속 가능성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달러에 대한 과도한 유동성 집중과 무역 결제 인프라의 정치적 종속성은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 왔다. "어떤 통화가 국제 기준이 되고, 누가 청산의 규칙을 설계하는가"라는 질문은 국제 권력 구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새로운 금융질서는 바로 이 권력 프레임의 재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디지털 방코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된 통화 실험이다. 특정 국가에 편향되지 않은 다자 합의 구조, 코드 기반 자동 실행, 분산형 거버넌스를 결합해 유동성 공급과 청산 메커니즘의 탈중앙화를 지향한다. 통화의 신뢰는 발행국의 권력이 아니라, 합의된 규칙과 집단적 투명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철학이 디지털 방코르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설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현실로 옮길 실행 전략이다. 출발점은 지역 기반 파일럿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이행을 위해서는 제도화 가능성을 입증할 실험과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최적의 무대는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APEC)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통화 발행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자유무역, 금융 디지털화, 지속가능성 등을 공동 의제로 다룬다. 무엇보다 APEC은 안보동맹이 아닌 경제협의체로, 정치적 대립을 최소화하며 제도 실험을 설계할 수 있는 드문 다자 협의 틀이다. 올해 11월, APEC 정상회의가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린다. 이는 디지털 방코르의 지역 기반 실험을 공식 제안할 수 있는 결정적 외교 무대다. 특히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 재정적자 확대, 금리 정책의 딜레마, 글로벌 달러 수요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방코르는 '달러의 지속 가능성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달러 패권의 퇴조'가 아닌, '시스템 리스크의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미국을 설득함으로써 현실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한국이 제안국으로 나서고, 아세안 국가와 디지털 무역 선도국들을 파일럿에 참여시킨다면,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제도 아키텍처의 초기 설계까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 예컨대 블록체인 기반 청산 계정과 분산형 거버넌스 규칙을 적용한 제한적 거래 실험(테스트넷)은 이미 구현 가능한 단계에 도달해 있다. 한국은 이 실험의 기획자이자 연결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디지털 인프라, 미국·중국 양국과의 안정적 외교 관계, 주요 20개국(G20)에서의 활동과 주요 7개국(G7)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 경험은 한국이 중립적 금융 실험을 조율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한국은 수동적 참가국이 아닌, 새로운 통화질서 실험의 거점으로서 역사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방코르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 기반 유동성 공급과 무역 결제 인프라의 전환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통화 구조의 재편을 지향한다. 이 실험은 미래 통화질서를 넘어, 인류 보편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시도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이 새로운 질서는 누가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은 그 물음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
2025-06-16 18:36:39[파이낸셜뉴스] 오늘날의 글로벌 통화질서는 지속 가능성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달러에 대한 과도한 유동성 집중과 무역 결제 인프라의 정치적 종속성은 무역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전 세계로 확산시켜 왔다. “어떤 통화가 국제 기준이 되고, 누가 청산의 규칙을 설계하는가”라는 질문은 국제 권력 구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다. 새로운 금융질서는 바로 이 권력 프레임의 재설계에서 출발해야 한다. 디지털 방코르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하나의 해답으로 제시된 통화 실험이다. 특정 국가에 편향되지 않은 다자 합의 구조, 코드 기반 자동 실행, 분산형 거버넌스를 결합해 유동성 공급과 청산 메커니즘의 탈중앙화를 지향한다. 통화의 신뢰는 발행국의 권력이 아니라, 합의된 규칙과 집단적 투명성에 기반해야 한다는 철학이 디지털 방코르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설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를 현실로 옮길 실행 전략이다. 출발점은 지역 기반 파일럿이다. 글로벌 거버넌스의 이행을 위해서는 제도화 가능성을 입증할 실험과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최적의 무대는 아시아·태평양 경제공동체(APEC)이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 통화 발행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자유무역, 금융 디지털화, 지속가능성 등을 공동 의제로 다룬다. 무엇보다 APEC은 안보동맹이 아닌 경제협의체로, 정치적 대립을 최소화하며 제도 실험을 설계할 수 있는 드문 다자 협의 틀이다. 올해 11월, APEC 정상회의가 대한민국 경주에서 열린다. 이는 디지털 방코르의 지역 기반 실험을 공식 제안할 수 있는 결정적 외교 무대다. 특히 미국의 무역수지 악화, 재정적자 확대, 금리 정책의 딜레마, 글로벌 달러 수요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디지털 방코르는 ‘달러의 지속 가능성을 보완하는 완충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따라서 ‘달러 패권의 퇴조’가 아닌, ‘시스템 리스크의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미국을 설득함으로써 현실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한국이 제안국으로 나서고, 아세안 국가와 디지털 무역 선도국들을 파일럿에 참여시킨다면,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제도 아키텍처의 초기 설계까지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다. 예컨대 블록체인 기반 청산 계정과 분산형 거버넌스 규칙을 적용한 제한적 거래 실험(테스트넷)은 이미 구현 가능한 단계에 도달해 있다. 한국은 이 실험의 기획자이자 연결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경쟁력 있는 디지털 인프라, 미국·중국 양국과의 안정적 외교 관계, 주요 20개국(G20)에서의 활동과 주요 7개국(G7) 국가들과의 전략적 협력 경험은 한국이 중립적 금융 실험을 조율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한국은 수동적 참가국이 아닌, 새로운 통화질서 실험의 거점으로서 역사적 위상을 확보할 수 있다. 디지털 방코르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역 기반 유동성 공급과 무역 결제 인프라의 전환을,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통화 구조의 재편을 지향한다. 이 실험은 미래 통화질서를 넘어, 인류 보편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새롭게 구성하려는 시도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묻는다. 이 새로운 질서는 누가 설계할 것인가? 그리고 한국은 그 물음에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
2025-06-16 13:46:16[파이낸셜뉴스] 강스템바이오텍은 11일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자금 사용목적에 대한 설명과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 현황, 향후 사업화 전략 등에 대해 발표했다. 회사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약 49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오스카(OSCA)’의 국내 임상2a상 투약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신약개발 제품 등의 효능평가에 활용되는 피부 오가노이드의 사업개발을 추진해 2026년 내 해외 라이선스 아웃 성과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국내 협력기관과의 국내 임상연구 진행 및 일본 재생의료사업 환자투약 개시를 통해 임상연구 데이터를 확보하고 치료제 공급을 통한 수익을 실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스템바이오텍 임상개발본부장은 “지난 3월 개시한 오스카의 국내 임상2a상 환자투약은 연내 완료할 계획이다"라며 "임상1상의 뛰어난 개선 데이터로 의료진 및 환자들의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환자 모집 속도도 예상보다 빨라져 현재 전체 대상자의 25%가 모집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는 10월 모집 완료를 목표하고 있고 2026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해외 임상시험 준비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동물실험 의무조항 삭제 및 단계적 폐지 발표에 따라 동물대체시험법으로 각광 받는 피부 오가노이드는 인체 피부와의 높은 유사도로 인체에서의 효능과 독성을 예측할 수 있어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또한 손상 세포 및 조직의 대체가 가능해 탈모치료제 등 재생치료제로의 개발도 이어나간다. 강스템바이오텍 사업개발본부장은 “오스카는 임상1상과 12개월 장기 추적조사를 통해 확인된 강력한 통증 완화, 연골재생 등 구조적 개선 및 항염, 수술 없는 투약 편의성, 대량 생산 등을 통해 미국, 유럽, 일본 등 글로벌 기업과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빅딜을 위해 임상2a상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를 한 시점에서의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업개발본부장은 “피부 오가노이드는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기존에 존재하지 않는 독보적인 기술로 동물대체시험법은 물론, 재생치료제로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며 "이에 유증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오가노이드 플랫폼 검증 시험 확대를 진행해 차별적 가치를 극대화해 라이선스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5-06-11 15:57:51글로벌 유동성이 특정 통화에 집중된 구조는 무역 불균형과 금융 불안정을 심화시켜 왔다. 이는 국제 금융 인프라의 권력 편중이라는 한계를 드러낸다. 2022년 러시아 일부 은행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된 사건은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은 글로벌 결제망이 중립적이지 않으며, 어느 국가든 경제적 통제를 받을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다. 금융 권력이 편중된 현재의 체제는 지정학 리스크를 세계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며, 다극화된 오늘날의 국제 질서에는 더 이상 부합하지 않는다. 디지털 방코르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는 새로운 글로벌 청산 시스템이다. 특정 국가의 통제를 받지 않는 합의 방식,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한 자동 집행,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기반의 운영 메커니즘이 핵심이다. 청산 시스템은 국가 간 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채무를 상계해 실질적으로 순액만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모든 참여국이 동등하게 의사결정과 집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감지-제안-심의-집행의 순환 절차는 예측 가능한 다자 합의 구조로 작동한다. 이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두 가지 설계 원칙이 핵심이다. 첫째는 권력 집중을 억제하는 투표 방식이다. 기존 국제기구에서는 경제력이나 군사력에 따라 의결권이 사실상 차등 배분되지만, 디지털 방코르 청산기구에서는 모든 참여국이 동등한 표를 갖는다. 여기에 적용되는 제곱투표(quadratic voting)는 특정 안건에 더 많은 표를 투입할수록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방식이다. 참여국은 중요한 사안에 더 큰 지지를 보낼 수 있지만, 그만큼 높은 비용이 수반되므로 과도한 영향력 행사는 자연스럽게 억제된다. 이로써 강한 소수 의견도 정책 결정에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둘째는 인센티브 정합성이다. 디지털 방코르는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이익이 각국의 자국 이익 추구와 자연스럽게 맞물리도록 설계된다. 이를 위해 무역 불균형에 대한 자동 조정 메커니즘, 과잉 적자국에 대한 패널티, 책임 분담에 따른 보상 체계 등을 포함한다. 이는 특정 국가의 일방적 이익 추구를 제어하고, 전체 시스템의 균형 있는 성장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방코르는 단순한 합의 플랫폼을 넘어 이해관계가 내적으로 조율되는 자기조정형 거버넌스를 지향한다. 통화 체제는 금융 인프라 영역을 넘어 국제정치의 핵심 기제다. 어떤 통화가 기준이 되고, 누가 청산 규칙을 설계하는지는 곧 글로벌 권력의 배분을 반영한다. 디지털 방코르는 이 권력의 중심축을 탈중앙화하고, 다자 협의를 통해 재구성하려는 도전이다. 디지털 방코르가 지향하는 다자 통화 질서는 세계시민주의적 상상력의 표현이다. 이는 보다 공정하고 포용적인 통화 인프라를 실현하려는 실험이자, 자동화된 절차를 통해 신뢰를 유지하며, 모든 참여국이 동등하게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국가 중심의 통화 주권을 넘어 연대와 상호의존성을 반영하는 새로운 프로토콜로 작동하며, 통화를 21세기 글로벌 공공재로 재구상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블록체인법학회 부회장) ■다음 마지막 회차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화 조건과 실행 전략을 다룰 예정이다.
2025-06-09 18:10:53[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실험실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1명이 중상을 입었다. 5일 대전 유성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 52분께 대전 유성구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동 5층 실험실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공부하는 도중에 갑자기 '펑' 소리가 났다"는 신고에 소방당국은 소방차 등 25대와 대원 등 60명을 투입해 30여 분만인 오후 10시52분께 불을 껐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A씨가 얼굴과 등, 왼쪽 손에 열상과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실험실에 있던 4명도 연기흡입을 했지만, 병원으로 이송되지는 않았다. 화재로 인해 30여 명이 대피했으며, 실험 장비 등이 불에 탔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아세톤을 이용해 실험 도중 갑자기 폭발했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정확한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5-06-05 10:19:00[파이낸셜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역화폐 공약에 대해 "노벨평화상을 받을 정책"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31일 국민의힘은 "위험한 '4차원' 경제실험"이라고 일축했다. 이미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지역화폐 발행이 소형 지방자치단체 매출 감소와 예산 낭비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하는 등 역효과가 규정됐고 강조한 국민의힘은 지역화폐 공약을 제시한 이재명 후보를 향해 "이 정도면 집착을 넘어 망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용찬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공보메시지단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지역화폐 집착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지역화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소개한 박 단장은 지난 2020년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밝힌 정책적 평가를 제시했다. △지역화폐 발행 지역 소비 진작과 인접 지역 경제적 위축 초래 △모든 지자체 지역화폐 발행시 소형 지자체 매출 감소 △발행 비용·보조금 지급에 따른 예산 낭비 등의 부작용을 소개한 박 단장은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마찬가지 분석을 내렸다. 한마디로 효과는 분명하지 않고 비용만 많이 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2024년부터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화폐 발행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실정이라고 강조한 박 단장은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이재명 후보가 또다시 사실상의 현금살포인 지역화폐를 들고나오는 것을 보면 선거가 급하긴 급한가 보다"고 진단했다. 박 단장은 "이재명 후보의 경제관이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이른바 '4차원' 경제관이라며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느닷없이 '호텔경제학'과 '커피원가 120원'으로 국민을 놀라게 하더니 이번엔 "지역화폐는 노벨평화상"이라고 강변해 국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박 단장은 "경제는 실험이 아니며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면서 "이재명 후보의 위험한 '4차원' 경제실험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오는 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이재명 집권을 막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5-05-31 14:37: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