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투숙객이 객실을 난장판을 만들고 도주해 모텔 사장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20일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잡아 XX고 싶다'는 제목의 글과 사진 여러장이 올라왔다. 글쓴이인 모텔 사장 A씨는 "인테리어 업자한테 6억을 사기당하고 어렵게 오픈했는데, 손님이 방을 저렇게 만들고 야반도주했다"고 토로하며 객실 사진을 공개했다. 글쓴이가 올린 사진을 보면 바닥에는 담뱃재로 추정되는 까만 가루가 범벅이 돼 있고, 각종 쓰레기와 페트 소주, 귤 껍질이 널부러져 있다. 하얀 침대 시트는 커피를 쏟아 얼룩져 있고, 벽 곳곳에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얼룩이 발견됐다. 글쓴이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멘탈이 흔들린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제정신으로 가능한 일인가", "테러 수준이다", "대체 뭘 하면 방이 저렇게 되냐", "처벌하고 손해배상 받아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글쓴이의 심경에 공감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1-20 08:09:55▲ 더 랠리스트더 랠리스트 더 랠리스트 배성재가 형 배성우를 폭로해 눈길을 끈다. 지난 15일 방송한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3’에서는 영화 ‘특종: 량첸살인기’의 주연 배우 조정석과 배성우가 출연해 입담을 뽐냈다. 이날 방송에서 배성우의 동생 SBS 배성재 아나운서는 영상 속 특별출연으로 그동안 형 배성우에게 느꼈던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배성재는 “집에서는 형 배성우와 어떻게 지내느냐”는 MC 유재석의 물음에 “집에서는 형제끼리 교류가 없다. 형은 새벽에 들어와 잠만 잔다. 내가 출근할 땐 잠을 자고 있어서 만날 수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MC 전현무가 “형 물건을 가져가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배성재는 “방에 쓰레기 밖에 없어서 가져갈 것도 없다”고 폭로했다. 또한 “갖고 싶은 것이 없느냐”는 형 배성우의 말에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조카를 갖고 싶다”고 대답했고 배성우 또한 “나도 사실 조카를 갖고 싶다”고 받아쳤다. 한편 배성재가 출연하는 ‘더 랠리스트’는 한국을 대표할 랠리 드라이버 선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12시 15분 방송한다. /fnstar@fnnews.com fn스타
2015-10-18 08:50:07[파이낸셜뉴스] 친구에게 4개월 동안 집을 빌려줬다가 쓰레기 더미와 벌레, 쥐로 망가진 집을 돌려받았다는 한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최근 유튜브 채널 '직업의 모든 것'에는 '원룸 4개월 빌려줬다가 청소비만 1000만원 쓰게 된 여자'라는 제목의 영상이 게재됐다. 해당 영상에서 유튜버 황해수(직업의모든것)는 특수청소업체 브라이티 최완성 대표와 함께 한 원룸을 방문했다. 해당 원룸은 입구부터 거실까지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먹다 남긴 음식물쓰레기가 널브러져 있고, 곰팡이가 슨 바닥과 천장엔 쥐와 벌레가 기어다녔다. 방독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방역 소독 연무기를 연사하자, 사방에서는 벌레가 튀어나오기도 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이 원룸을 '쓰레기 집'으로 만든 건 세입자의 친구였다. 세입자는 친구에게 자신이 살던 원룸을 빌려줬는데, 4개월 만에 집이 손 쓸 수 없을 만큼 더러워져 청소를 문의한 것이다. 해당 원룸 청소비용으로는 1000만원가량 들어갔다. 최 대표는 "한 달에 이런 쓰레기 집을 3~4번 다닌다. 아무래도 우울증이라든지 정신적으로 안 좋은 분들이 이런 현장을 만들어 놓는다"면서 "대체로 (세입자가) 여성인 경우가 많다. 한 90% 이상은 여성분들이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 누리꾼은 "저런 사람이 또 다른 집을 저렇게 만들 생각하니까 화가 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친구에게 빌려줬다가 집이 더러워졌다는 사연을 반박하면서, 세입자 자신이 집을 쓰레기 더미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누리꾼들은 "청소업체에서 반년 정도 일했는데 저 정도 견적 나오려면 최소 1년은 방치해야 한다" "저 상태가 4개월 만에 만들어질 리 없다"등 반응을 보였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8-29 07:46:21세상은 본래 상태로 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 현상으로 가득하다.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입자의 무질서는 증가한다. 쏟아진 물은 주워담기 어렵고, 시간의 흐름은 되돌릴 수 없으며, 죽음에서 삶으로 되돌릴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벌어진 일을 받아들이며 마음을 다잡는다. 이렇게 비가역성으로 가득찬 인간 세계와 달리 인공지능은 가역성을 추구한다. 공학에서는 신호 속 잡음을 제거하는 데 집중해 왔다. 더 깨끗한 통화, 선명한 고화질 화면, 잡음에 강인한 카메라 센서 등. 오토 인코더와 같은 초기의 생성 인공지능 역시 데이터 속 잡음을 제거하며 데이터를 생성하는 법을 학습한다. 그러나 데이터에 잡음이 생기는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기에, 한 번 잡음을 제거한 깨끗한 데이터를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잡음 제거 과정은 일반적으로 비가역적이다. 그러나 현재 생성 인공지능의 선두주자인 디퓨전 모델(Diffusion model)은 순수한 잡음에서 원본 데이터를 복원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제거했던 잡음을 데이터 속에 추가하는 과정까지 학습함으로써 비가역성을 극복한다. 마치 방 청소를 끝낸 뒤, 쓰레기를 주워담은 역순으로 재배치하여 청소 이전의 지저분한 상태를 재현하는 꼴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왜 전력과 메모리를 소비하면서 쓸데없어 보이는 일을 할까. 잡음을 역순으로 다시 추가하는 과정은 데이터 왜곡이 발생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인공지능도 결과를 넘어 과정을 배우며 발전한다. 방이 어질러지는 과정을 이해하면 더 효과적으로 청소할 수 있고, 회사의 손실 발생 과정을 분석하면 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고, 정치인이 특정 집단으로부터 미움받게 된 과정을 이해하면 지지율을 높일 수 있으며, 학생이 문제 풀면서 실수한 과정을 알면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더 잘 풀 수 있다. 성공을 거슬러 빠르게 실패하는 과정을 알수록 오히려 성공의 길이 선명해진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은 시간의 가역성을 과감하게 만들어내기도 한다. 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의 파인튜닝, 딥시크의 전문가 모듈 할당과 가치함수 계산, 그리고 알파고의 기반 기술인 '강화학습'은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최적의 전략을 찾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결과의 책임을 과거의 행동과 같은 잠재적 원인으로 재분배해야 한다. 강화학습은 과거의 사건과 미래의 예측을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하고, 현재의 결과를 잘개 쪼개 과거에 재분배하여 시간의 가역성을 만들어낸다. 현실의 시간은 비가역적이지만, 컴퓨터 메모리에 저장된 기억 속 시간은 순서를 뒤집을 수 있으므로 가역적이다. 인간의 뇌가 강화학습과 유사한 정보처리 과정을 통해 습관과 전략적 행동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바둑의 복기는 이러한 인간의 기억 속 시간 가역적 학습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좋은 사례이다. 인공지능은 인과관계 분석에서도 메모리를 활용해 시간의 비가역성을 극복한다. 카운터팩추얼 분석(Counterfactual analysis) 기반의 인공지능은 '만약 이러한 행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미래는 어떻게 달라질까'를 시뮬레이션하며, 통제집단 합성법(Synthetic control)에서는 비슷한 사건들을 바탕으로 현재 결과 이전의 본래 상태를 추정한다. GPT, 제미나이, 딥시크와 같은 최신 언어모델의 핵심인 자기 주의집중(Self-attention) 모듈은 입력 데이터를 메모리에 한꺼번에 저장하고, 시간 순서에 관계없이 데이터 간 상관관계를 학습하면서 시간적 가역성을 만들어낸다.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는 격언은 시간의 비가역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은 기억 속에서 시간의 가역성을 만들어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마음 다스림 글 읽기와 언어모델을 잠시 멈추고, 실패의 기억을 견딜 수 있는 수준에서 복기하여 시간의 비가역성을 극복한다면 격언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상완 KAIST 뇌인지과학과 부교수·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2025-05-18 19:02:11【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대학 캠퍼스 도로와 야산 등 곳곳에 불을 지른 뒤 출국하려다 붙잡힌 외국인 교환학생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형사1단독 어재원 부장판사는 방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울산 모 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A씨는 올해 2월 기숙사에서 이불과 노트 등을 가지고 나와 대학 내 흡연 부스 안에 있는 원통형 재떨이에 넣고 불을 질렀다. 이를 보고 놀란 교직원과 다른 학생들이 불을 끄는데도 A씨는 다시 기숙사 방에서 쓰레기와 노트 등을 들고나온 후 약 2시간 사이에 대학 내 도로, 인근 야산 등 4곳에서 연달아 태웠다. A씨는 범행 이튿날 중국으로 도주하려 했으나 경찰에 검거됐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조사받거나 재판 과정에서 범행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방화로 임야 50㎡가 소실됐고, 자칫 큰 화재로 번질 수도 있었다"라며 "뻔뻔한 태도로 범행 일부를 부인하고 있으나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피고인의 정신 상태가 좋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5-05-06 08:41:41【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월세가 밀리자 자신이 사는 원룸에 불을 지른 3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는 현존건조물방화 혐의로 기소된 A씨(38·여)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1월10일 오전 7시40분께 전주시 완산구 한 다세대주택 원룸에 불을 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 불로 260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A씨가 방화 직후 다른 주민들에게 화재를 알려 참극은 피할 수 있었다. 조사결과 일정한 수입이 없던 A씨는 1000만원 가량의 월세를 내지 못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월세도 못 냈는데 방 안에 쓰레기가 쌓여 있는 것을 누가 볼까 봐 걱정됐다. 불을 지르면 쓰레기를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다수의 사람이 거주하는 원룸 건물에 불을 질렀다"라며 "이 범행으로 실제 건물이 불탔는데도 피고인은 피해 복구를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도 "다만 이번 화재로 중대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초범인 피고인이 불안 및 우울장애 등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5-04-21 13:05:2130년 전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에 있는 한국 기업을 견학하는 길에 공장의 창고책임자인 하디씨(당시 44세)의 집을 방문했다. 자녀 셋과 함께 거주하는 방 3개로 구성된 허름한 집이다. 새로 생긴 공단의 보세구역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가난한 동네의 가옥이다. 7~8채의 가옥이 둥그런 큰 마당(꺼분) 하나와 공동변소가 있는 연못을 둘러쌌다. 연못도 마당의 일부다. 마당 한편으로 웅덩이 위에 대나무로 촘촘히 엮은 움막 같은 변소도 있다. 이를 '좀베란'(구정물 통이라는 뜻)이라고 부른다. 이 웅덩이에서 공동으로 메기를 키운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구정물과 대소변은 메기의 먹이가 되고, 메기들이 충분히 성장하면 동네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잡아먹는다. 베트남 메콩델타의 '캑산노이'와 똑같은 모양이다. 물이 흔한 곳에서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활성화해 폐수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생태학적 시스템이다. 사람 사는 동네를 구성하는 기본조건이 마당과 연못이다. 손님이 온 것을 본 이웃 노인이 건너편에 열린 두리안(본래 명칭은 두리안 브사르) 열매를 대접하기 위해 작대기를 들고 나온다. 바틱의 세밀함이 이웃 간의 관심과 관계에도 드러나는 것 같다. '삼블'(고추와 액젓을 버무린 것), '사율 앗씀'(멀린조 나무의 열매와 잎사귀를 끓이면서 옥수수를 넣어서 삶은 것), '떠리'(멸치를 고추와 함께 볶은 것), '따후'(두부 구운 것), '뗌베이'(콩을 썰어서 납작하게 만들어서 구운 것), '이깐'(생선)과 '아얌'(닭)을 구운 것, 그리고 '나시'(밥)를 방바닥 돗자리 위에 놓고 점심을 먹었다. 다섯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 버무려서 입안으로 운반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하디의 집은 1993년에 누님의 도움으로 구입한 것인데 미화로 3500달러를 지불했다. 3년 만에 7000달러로 뛰었단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누님으로부터 빌린 목돈은 조금씩 모아서 갚아나가는 중이다. 마당 앞에 목재로 쓸 만한 나무토막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데, 그것들은 회사에 자재가 들어올 때 포장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을 가지고 나왔다. 공장이 있는 곳은 보세구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 내에 들어온 물건들을 가지고 나가지 못하도록 입구에서 철저한 경비를 서고 있는데, 회사의 허락을 얻어서 들고 나온 것이다. 성취 동기가 강한 면을 본다. 공장의 차량을 운전하는 우딘(32)은 월 200달러 정도를 벌어서 단칸방의 월세로 40달러를 낸다. 그의 처가 '아리산'(arisan·계와 동일한 방식)을 한다. 한 개의 아리산 조직은 40명 정도다. 동네 부인네들을 중심으로 하며, 한 번 모일 때마다 미화로 약 5달러씩 낸다. 시골동네에서는 한 그룹의 아리산 인원수가 200~300명인 경우도 있는데 도시에서는 보통 40~50명 정도로 구성한다. 한 달에 한꺼번에 2~3명이 계금을 수령한다. 계금을 꼭 타고 싶은 경우에 타지 못하게 되면 곗돈을 탄 사람으로부터 20~30%를 제하고 곗돈을 꾸어서 쓰는 경우도 있다. 공장에서도 공정의 라인(50명)별로 아리산을 한다. 일인당 2000루피아씩 갹출하며, 전체를 관리하는 계주가 있다. '집 장만'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내세운 아리산도 있다. 인플레가 심하기 때문에 돈의 가치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아리산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고, 받고, 되갚는' 사이클로 함께 살아가기의 공동체 지향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공동체 의식과 성취 동기가 강한 심성의 사람들이라는 증거다. 동네 공원에서 아리산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약 160명의 성장한 부인네들이 커다란 파빌리온에 둥그렇게 둘러앉아서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 놓고, 서로의 음식을 맛보면서 담소를 나눈다. 아이들도 따라왔기 때문에 족히 300명은 넘게 모여 시끌벅적한 상황이다. 주최 측에서는 핸드마이크로 설명을 한다. 한 달에 5달러에 해당되는 루피아를 개인별로 갹출해 진행하는 아리산인데, 한 달에 한 번씩 만난다. 한 바퀴 돌아가려면 최소한도 50개월이 지나야 한다. 공동체라는 형식의 양적 규모뿐만 아니라 시간적 지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리산의 우산 밑에 있으면 구성원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내 차례가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한통속이 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방식을 터득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다. 나와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바라보고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 숙달된 사람들이 타협을 모색하는 여유를 마련한다. 산스크리트어의 조합인 판차실라(pancasila) 이념의 원리도 동네에서 이뤄지는 아리산 개념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생국 인도네시아의 판차실라는 1945년 8월 18일에 시작됐다. '판차'는 다섯을 의미하고 '실라'는 원리라는 뜻이다. 힌두 신화의 신조(神鳥)인 가루다의 가슴에 그려진 다섯가지 그림들의 상징은 다음과 같다. 가운데의 별은 전능자에 대한 신앙을 의미하며, 오른쪽 아래의 체인은 민주주의, 오른쪽 위의 나무는 하나의 인도네시아, 왼쪽 위의 뿔 달린 소머리는 인권의 공평, 왼쪽 밑의 벼와 목화는 정의와 복지를 의미한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과목이 판차실라다. 이 과목을 10점 만점에 6점 미만을 받으면 낙제다. 인도네시아 국기는 붉은색과 흰색이 가로로 반반으로 나뉘었다. 위의 붉은 절반은 용기, 아래의 흰 절반은 신성을 상징한다. 붉은 것은 사람의 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이고, 아래의 흰 것은 사람의 뼈로부터 나온 개념이란다. 국기가 인도네시아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피와 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다원주의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뼈와 피로 만들어낸 통합정신의 판차실라가 인도네시아의 힘이다. 수마트라, 술라웨시, 할마헤라, 보르네오, 발리, 순다열도와 파푸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앙과 일상언어가 다른 6000개의 섬에 2억8000만명이 한 울타리로 살아가는 그곳에 요즈음은 '사야판차실라'(SayaPancasila·내가 판차실라다)라는 해시태그도 유행한다. 인류학적 사상의 출발점인 원초심성론(elementargedanken)을 제안했던 독일 민족학자 아돌프 바스티안이 인도네시아를 주목한 것은 필연이었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4-14 18:05:0330년 전 인도네시아의 수라바야에 있는 한국 기업을 견학하는 길에 공장의 창고책임자인 하디씨(당시 44세)의 집을 방문했다. 자녀 셋과 함께 거주하는 방 3개로 구성된 허름한 집이다. 새로 생긴 공단의 보세구역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가난한 동네의 가옥이다. 7~8채의 가옥이 둥그런 큰 마당(꺼분) 하나와 공동변소가 있는 연못을 둘러쌌다. 연못도 마당의 일부다. 마당의 한 편으로 웅덩이 위에 대나무로 촘촘히 엮은 움막 같은 변소도 있다. 이를 '좀베란’(구정물 통이라는 뜻)이라고 부른다. 이 웅덩이에서 공동으로 메기를 키운다. 각 가정에서 나오는 구정물과 대소변은 메기의 먹이가 되고, 메기들이 충분히 성장하면 동네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잡아먹는다. 베트남 메콩델타의 ‘캑산노이’와 똑같은 모양이다. 물이 흔한 곳에서 리사이클링 시스템을 활성화시켜 폐수와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생태학적 시스템이다. 사람 사는 동네를 구성하는 기본 조건이 마당과 연못이다. 손님이 온 것을 본 이웃 노인이 건너편에 열린 두리안(본래 명칭은 두리안 브사르) 열매를 대접하기 위해 작대기를 들고 나온다. 바틱의 세밀함이 이웃간의 관심과 관계에도 드러나는 것 같다. ‘삼블’(고추와 액젓을 버무린 것), ‘사율 앗씀’(멀린조 나무의 열매와 잎사귀를 끓이면서 옥수수를 넣어서 삶은 것), ‘떠리’(멸치를 고추와 함께 볶은 것), ‘따후’(두부 구운 것), ‘뗌베이’(콩을 썰어서 납작하게 만들어서 구운 것), ‘이깐’(생선)과 ‘아얌’(닭)을 구운 것, 그리고 ‘나시’(밥)를 방바닥 돗자리 위에 놓고 점심을 먹었다. 다섯 손가락을 부지런히 움직여 버무려서 입안으로 운반하는 동작을 반복했다. 하디의 집은 1993년에 누님의 도움으로 구입한 것인데, 미화로 3500달러를 지불했다. 3년 만에 7000달러로 뛰었단다. 보건소에 근무하는 누님으로부터 빌린 목돈은 조금씩 모아서 갚아나가는 중이다. 마당 앞에 목재로 쓸만한 나무토막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데, 그것들은 회사에 자재가 들어올 때, 포장용으로 사용되었던 것을 가지고 나왔다. 공장이 있는 곳은 보세구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 내에 들어온 물건들을 가지고 나가지 못하도록 입구에서 철저한 경비를 서고 있는데, 회사의 허락을 얻어서 들고 나온 것이다. 성취 동기가 강한 면을 본다. 공장의 차량을 운전하는 우딘(32세)은 월 200달러 정도를 벌어서, 단칸방의 월세로 40달러를 낸다. 그의 처가 ‘아리산’(arisan, 계와 동일한 방식)을 한다. 한 개의 아리산 조직은 40명 정도다. 동네의 부인네들을 중심으로 하며, 한 번 모일 때마다 미화로 약 5달러 정도씩 낸다. 시골동네에서는 한 그룹의 아리산 인원수가 200~300명 정도인 경우도 있는데, 도시에서는 보통 40~50명 정도로 구성한다. 한 달에 한꺼번에 2~3명이 계금을 수령한다. 계금을 꼭 타고 싶은 경우에 타지 못하게 되면, 곗돈을 탄 사람으로부터 20~30%를 제하고 곗돈을 꾸어서 쓰는 경우도 있다. 공장에서도 공정의 라인(50명)별로 아리산을 한다. 일인당 2000루피아씩 갹출하며, 전체를 관리하는 계주가 있다. ‘집 장만’이라는 특별한 명칭을 내세운 아리산도 있다. 인플레가 심하기 때문에 돈의 가치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아리산을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주고, 받고, 되갚는’ 사이클로 함께 살아가기의 공동체 지향에 있다고 생각된다. 그만큼 공동체 의식과 성취 동기가 강한 심성의 사람들이라는 증거다. 동네 공원에서 아리산을 하는 장면을 보았다. 약 160여명의 성장한 부인네들이 커다란 파빌리온에 둥그렇게 둘러 앉아서 각자 준비해온 음식을 펼쳐 놓고, 서로의 음식을 맛보면서 담소를 나눈다. 아이들도 따라왔기 때문에 족히 300명은 넘게 모여 시끌벅적한 상황이다. 주최 측에서는 핸드마이크로 설명을 한다. 한 달에 미화 5달러에 해당되는 루피아를 개인별로 갹출해 진행하는 아리산인데, 한 달에 한 번씩 만난다. 한 바퀴 돌아가려면 최소한도 50개월이 지나야 한다. 공동체라는 형식의 양적 규모뿐만 아니라 시간적 지속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아리산의 우산 밑에 있으면, 구성원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내 차례가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한통속이 되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방식을 터득한 사람들의 생활양식이다. 나와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어울려서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바라보고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 숙달된 사람들이 타협을 모색하는 여유를 마련한다. 산스크리트어의 조합인 판차실라(pancasila) 이념의 원리도 동네에서 이뤄지는 아리산 개념의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신생국 인도네시아의 판차실라는 1945년 8월 18일에 시작됐다. ‘판차’는 다섯을 의미하고, ‘실라’는 원리라는 뜻이다. 힌두 신화의 신조(神鳥)인 가루다의 가슴에 그려진 다섯가지 그림들의 상징은 다음과 같다. 가운데의 별은 전능자에 대한 신앙을 의미하며, 오른쪽 아래의 체인은 민주주의, 오른쪽 위의 나무는 하나의 인도네시아, 왼쪽 위의 뿔 달린 소머리는 인권의 공평, 왼쪽 밑의 벼와 목화는 정의와 복지를 의미한다.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 학교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과목이 판차실라다. 이 과목을 10점 만점에 6점 미만을 받으면, 낙제다. 인도네시아 국기는 붉은색과 흰색이 가로로 반반으로 나뉘었다. 위의 붉은 절반은 용기, 아래의 흰 절반은 신성을 상징한다. 붉은 것은 사람의 피로부터 나온 아이디어이고, 아래의 흰 것은 사람의 뼈로부터 나온 개념이란다. 국기가 인도네시아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피와 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화다원주의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뼈와 피로 만들어낸 통합정신의 판차실라가 인도네시아의 힘이다. 수마트라, 술라웨시, 할마헤라, 보르네오, 발리, 순다열도와 파푸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신앙과 일상언어가 다른 6000개의 섬에 2억8000만명이 한 울타리로 살아가는 그곳에 요즈음은 '사야판차실라'(SayaPancasila, 내가 판차실라다)라는 해시태그도 유행한다. 인류학적 사상의 출발점인 원초심성론(elementargedanken)을 제안했던 독일 민족학자 아돌프 바스티안이 인도네시아를 주목한 것은 필연이었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4-11 13:58:36[파이낸셜뉴스] 지난 2023년 성탄절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사건 방화자의 항소심이 기각됐다. 서울북부지법 제1-2형사부(원정숙 부장판사)는 1일 중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70대 김씨에 대한 공판을 열고 김씨에 대해선 원심과 같은 금고 5년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화재를 확인한 이후에도 소방서에 신고하는 등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관문을 열어놔 연기가 계단을 통해 확산했고, 그로 인해 불이 커졌다"며 "피해자들은 생명을 잃었고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 남은 삶에서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과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피고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였고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회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피해자들이나 그 유족들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며 "원심 판결 이후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고려할 만한 새로운 사정은 없고, 오히려 피해자들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호소하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1심 재판부는 씨가 담배꽁초의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아 발생한 화재로 판단하고 지난해 9월 김씨에게 중과실치사상 혐의의 법정 최고형인 금고 5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사실관계 오인과 법리 오해 등을 이유로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김씨는 2023년 12월 25일 오전 도봉구 방학동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 자신의 집에서 담배를 피우다 불을 내 같은 아파트 주민 3명을 숨지게 하고 26명이 중경상을 입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등의 조사에 따르면 김씨는 이른바 '컴퓨터 방'이라고 불리는 거실에 인접한 작은 방에서 신문지 등 생활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가득 쌓여 있음에도 계속해서 담배를 피운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약 7시간 동안 바둑 영상을 시청하며 담배를 피우다 담배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은 채 나갔고, 그 불씨가 주변 가연물에 옮겨붙어 불길이 확산한 것으로 파악됐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5-04-01 11:41:16대구 일대 풀 빌트인 브랜드 아파트가 공급된다. 합리적인 분양가로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를 도입한 게 강점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대구 수성구 황금동 일원에 풀 빌트인 브랜드 아파트 '힐스테이트 황금역리저브'(조감도)를 공급한다. '힐스테이트 황금역리저브'는 지하 4층~지상 최고 40층, 5개동, 전용면적 82~83㎡ 아파트 337가구, 오피스텔 74실로 구성돼 있다. 현재 아파트 일부 잔여 호실에 대한 선착순 계약을 진행 중이다. 동·호수 지정이 가능하며,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거주지 제한도 없다. 분양가는 주변 시세 대비 합리적으로 책정됐다. 평균 분양가는 1단지 8억4000만원, 2단지 평균 8억2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약 1억원 상당의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단지와 같은 황금동에 위치한 'H단지' 전용면적 84㎡는 올해 2월 8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인근 범어동에 위치한 'B단지' 전용면적 84㎡는 10억67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특히 단지는 약 9000만원 규모의 무상 옵션을 제공하는 풀 빌트인 아파트로 가전·가구 구입 비용이나 이사 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 모든 가구에 시스템 에어컨과 3연동 슬라이딩 중문, 안방·자녀방 붙박이장, 빌트인 냉장고, 세탁·건조기, 인덕션, 오븐, 에어드레서, 음식물 쓰레기 이송 설비 등을 기본으로 제공하며, 발코니 확장과 집안 곳곳 고급 마감재도 무상으로 지원한다. 계약조건 안심보장제도 도입했다. 향후 분양조건이 유리하게 변경될 시 기존 동별, 층별, 라인별에 해당하는 계약자들에게도 같은 조건을 적용하는 것으로, 모든 계약자들이 공평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취지다. 안심보장제는 분양 완료 시까지 모두 소급 적용된다. '힐스테이트 황금역리저브' 단지는 대구 수성구 가운데도 교통 편의성과 생활 인프라가 빼어나다. 대구 도시철도 3호선 황금역이 도보권에 있으며, 수성구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동대구로와 청수로를 통해 대구 어디로든 이동하기 쉽다. 남향 위주로 배치하고, 수요자들의 선호도 높은 판상형 구조로 설계해 채광과 조망이 우수하다. 연지안 기자
2025-02-27 18:3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