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총격 살해범인 야마가미 데쓰야(41)의 범행 당시 모습을 재현한 피규어가 출시돼 논란이 일었다. 22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지난 19일(현지시간) 일본 후지TV계열 'FNN 프라임' 등 일본의 언론들은 중국의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총격범의 피규어를 판매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판매 링크는 지난 11일 개설됐으며 아베 전 총리가 피격당해 사망한 지 3일 만이었다. 문제의 피규어는 반팔셔츠와 카고바지 차림에 비스듬히 맨 가방, 테이프로 감싼 총을 손에 쥔 모습까지 재현됐다. 64분의 1 스케일로 축소 제작됐으며 무기는 앞으로 개선하고 현장에 있던 경호원 몇 명을 추가할 예정이라는 판매 문구까지 곁들여졌다. 가격은 현지 화폐 단위로 160위안(약 3만원)이었다. 얼마 뒤에는 총을 든 다른 버전의 피규어도 나왔다. 피규어 사진은 중국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서 빠르게 확산했다. 다수 누리꾼은 "진짜와 똑같다"는 등 호응을 보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고인에게 실례되는 행동", "신중하지 못하다" 등의 부정적인 댓글을 달았다. 이후 일본 누리꾼들 사이에 이 소식이 전해져 논란이 커졌고 결국 피규어 제조사는 사과문을 내고 피규어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아베 전 총리 피격 사망 사건을 상품화한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총격범의 범행 당시 모습이 찍힌 사진을 프린팅해 넣은 티셔츠도 현지 쇼핑몰에서 13.88위안(약 2600원)에 판매 중이었다. SNS상에는 야마가미 총격범을 애니메이션 주인공마냥 그린 팬아트와 그가 범행 당시 입고 있던 옷과 비슷하게 차려입은 남성의 코스프레 영상까지 등장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7-22 07:22:12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3년 8월 13일 야마구치현에 있는 요시다 쇼인의 묘를 참배했다. 일본 근대사에서 아베 총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다. 그는 19세기 정한론(征韓論)의 창시자다. 정한론은 일본이 생존하려면 조선을 침략해야 한다는 사상이다. 요시다 쇼인은 이토 히로부미(초대 조선통감)와 데라우치 마사타케(초대 조선총독), 미우라 고로(명성황후 살해범) 등을 가르쳤다. 이들은 훗날 스승의 가르침에 따라 조선침략의 선봉장이 됐다. 아베 총리가 지난달 한국경제의 심장과도 같은 삼성전자와 반도체 산업에 일격을 가했을 때 나는 요시다 쇼인을 떠올렸다. 아베 총리가 그의 묘소를 참배하는 모습도 연상됐다. 마침 일본 우파 진영에서 신(新)정한론 얘기가 나왔다. 이번 기회에 한국경제를 초토화해 '제2의 IMF 위기'에 빠트려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지난주 추가규제(전략물자 수출우대에서 제외되는 세부품목 지정)를 유보했다. 묶었던 반도체 소재 수출 가운데 1건을 풀어줬다. 기세등등하던 아베 정부를 멈춰 세운 것은 국제사회의 여론이었다. 서방 주요 언론들은 연일 일본을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아사히와 마이니치 등 일본 언론들마저도 '아베의 오판'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비판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각국은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분업을 하고, 각자 생산한 제품을 자유롭게 교역함으로써 함께 이익을 누리고 있다. 일본은 이런 국제분업과 자유무역 체제의 최대 수혜국이다. 그런 일본이 한국과의 분업과 자유무역을 거부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을 훼손하는 것은 일본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계경제도 해치는 행위라는 내용이다. 일본정부는 지난 6월 26일 '2019년 불공정무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안보를 이유로 수출을 규제하면 자유무역을 저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일본은 5일 후 한국에 대해 안보를 이유로 내세워 수출규제를 발표했다. 아베 정부는 자꾸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 역사를 왜곡하고 평화헌법을 개정해서 전쟁할 권리를 찾게 되면 무얼 하려고…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6년 전 일이 궁금해진다. 아베 총리는 그때 요시다 쇼인의 무덤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한없이 무기력하고 두려움에 떨며 굴종하던 한 세기 전 조선인들의 모습을 떠올려보지 않았을까. 아베 정부는 고객의 뒤통수를 때렸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그것은 외국과의 교역에서 특정품목을 특정국가에만 과도하게 의존하면 언젠가는 뒤통수를 얻어맞는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똑같이 맞대응할 필요는 없다. 무리한 일을 벌이면 우리가 보복하지 않아도 필연적으로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얻어맞은 것에 대한 대가는 아베가 준 교훈만으로도 충분하다. 문재인정부는 일본과의 관계를 조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그런 다음 아베가 준 교훈을 흔들림 없이 실천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노력을 기울여 일본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아베 정부가 물건을 팔지 않겠다고 하니 그 의사를 존중하자. 나는 이것이 아베 정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응징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버리자. 한국은 한 세기 전의 조선이 아니다. 두려움이 친일을 낳고, 친일이 매국과 굴종으로 이어졌던 조선의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
2019-08-19 17: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