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등급 바닥에서는 확실히 소리가 잘 안 들리네요. 이 정도면 실생활에서도 차이가 크겠어요.” 지난 21일 세종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토지주택연구원 층간소음연구센터에서 진행된 소음 저감 시연에서는 4등급과 1등급으로 구분된 바닥 구조 위에서 러닝머신이 가동됐다. LH 관계자들과 참가자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소음 저감 시연을 지켜봤다. 시연 직후 한 참가자는 이 같이 말했다. 실제로 4등급 바닥에서는 울림이 아래층까지 생생하게 전달됐지만 1등급 바닥에선 같은 소음이 훨씬 완화된 형태로 들렸다. LH 관계자는 “4등급 바닥에선 아이들이 뛰는 소리가 그대로 전달되지만, 1등급 기술이 적용된 바닥에서는 소음이 현저히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층간소음은 공동주택 거주자 간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갈등 요인으로, 이웃 간의 분쟁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소음은 정서적 스트레스와 수면 방해를 초래해 개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사회적 갈등과 공동체 해체로 이어질 수 있어 해결이 시급한 문제로 여겨진다. 이곳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LH가 설립한 ‘데시벨35랩(㏈35랩)’이다. 이 시설은 국내 최대 층간소음 시험시설로 1등급 기준(37㏈)을 초과하는 35㏈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소인데 LH는 다양한 구조와 슬래브 두께로 구성된 공간을 통해 기술 검증 기간을 기존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고 중소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층간소음 분쟁 예방을 위한 첨단장치도 공개됐다. 대표적으로 ‘노이즈가드’는 소음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월패드나 핸드폰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큰 소음이 발생하자 노이즈가드 화면에서는 '층간 소음이 기준치 이상 발생했습니다. 주의를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실제로 40㏈ 이상의 소음이 세 번 발생하면 이 같은 경고화면이 표시가 된다. LH는 내년 신축 당지에 가구별로 이 기계를 도입해 층간소음 발생 시 입주민 간 자발적 소음 감소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영상으로 소개한 '진동 저감 장치'도 기대를 모았다. 이 장치는 소음이 발생하면 반대 위상의 신호로 상쇄해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소리나 진동을 없애기 위해 그 소리와 정반대의 움직임을 만들어내 소음을 줄인다는 원리다. 아직 사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미래에는 훨씬 정교하게 소음 저감 효과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LH는 정부 건설정책 변화에 발맞춰 내년부터 설계하는 아파트에는 층간 소음 1등급 기술을 적용하고 층간 소음 해결을 위해 기술 개발을 민간으로 확산해 나갈 예정이다. LH 이한준 사장은 “층간소음은 대한민국에 아파트 문화를 처음 들여온 LH가 해결해야 하는 최우선의 당면과제”라면서 “아이들이 까치발로 다니지 않아도 되고 아랫집 옆집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아파트 주거문화를 만드는 데 LH가 앞장서겠다”라고 말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4-11-24 10:59:23【파이낸셜뉴스 광주=장충식 기자】 방세환 경기 광주시장은 23일 "광주시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잠재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 시장은 이날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보육 지원 정책 발전 방안 논의를 위한 현장 밀착토론회에 참석, 이같이 밝히고, 광주시의 보육정책 확대를 약속했다. 현재 시는 보육 정책으로 총 4개 분야 64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총 예산은 1611억원을 편성했다. 분야별로는 △육아지원 분야 15개 사업 △보육교사 근무 여건 개선 분야 16개 사업 △안심 보육 서비스 제공 분야 24개 사업 △통합 공공보육 강화 분야 24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아이 바른 성장(늘품마음성장) 지원 사업'은 발달 지연 및 장애 위험 영유아와 부모를 대상으로 맞춤형 발달 서비스를 지원해 발달 지연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전인적 성장 발달에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광주시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한 특화사업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주요 시책 사업 소개, 보육 지원 사업 성과 보고, 건의 사항 및 의견 논의 순으로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업에 대한 의견 제시와 발전 방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시는 정책 수요자인 시민들의 목소리를 현장에서 직접 듣고 정책에 반영해 보다 빠른 민생문제 해결과 향후 정책 발전 방안 논의를 위해 지난 8월을 첫 시작으로 이번까지 총 2회 현장 밀착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시민이 공감하는 행정 실현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정책 현장을 발굴해 토론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9-23 15:39:53【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 경기도 수원시는 영유아 부모들이 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시간 단위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제 보육 기관을 29개반으로 확대한다고 1일 밝혔다. 이를 위해 시는 8월부터 시간제 보육 통합반 23개반을 추가 지정했다. 시간제 보육은 지정된 기관에서 시간 단위로 보육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용한 시간만큼 보육료를 지불하는 맞춤형 보육 서비스다. 보육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가 병원을 이용하거나 취업 준비·단시간 근로 등 사유로 일시적인 보육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활용할 수 있다. 시간제 보육 통합반은 시간 단위 돌봄이 필요한 영아들이 어린이집에서 기존 운영 중인 반에서 같은 연령의 아동들과 함께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운영된다. 기존에 운영되던 독립반 6개반은 별도의 교사가 별도의 보육실에서 시간제보육 서비스를 제공했으나, 통합반은 지정된 어린이집에서 연령반별 정원에 맞춰 이용할 수 있게 확대됐다. 이용 대상은 출생 후 6개월~최대 2세반(2021년생)의 영아 중 어린이집·유치원 등을 이용하지 않는 아동(영아수당 또는 양육수당을 지원받는 아동)이다. 보육료는 시간당 5000원(시간당 정부 지원 3000원, 부모 부담 2000원)이다.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홈페이지 '어린이집→시간제보육사업' 게시판에서 사전 예약 후 이용하면 된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2024-08-01 10:15:59【파이낸셜뉴스 의정부=노진균 기자】 본격적인 여름철이 시작되면서 어린이들 사이에서 수족구병이 급증하고 있다. 수족구병은 주로 5세 이하의 어린이에게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 유행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통계에 따르면 2019년 51만8687명이던 수족구병 진료 환자는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3만3210명, 2021년 1만6328명으로 급감했다가 2022년 25만5849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이수정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수족구병은 어린이들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지만, 예방과 관리에 소홀히 하면 큰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며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도록 지도하고, 의심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수족구병은 보통 6월부터 증가하여 8월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여름철 감염 질환이다. 콕사키바이러스, 엔테로바이러스 등 ‘장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며, 국내 수족구병은 대부분 콕사키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했으나, 최근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비중도 높아졌다. 발병경로는 주로 감염된 사람의 침, 가래, 대변 등을 통해 전염된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3-7일의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나며, 초기에는 발열과 목의 통증을 호소하다가 손, 발, 입안에 물집이 생긴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 공동생활공간에서 쉽게 전파될 수 있어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입 안의 물집과 궤양, 손과 발의 수포성 발진이 있다. 대부분 가벼운 질환으로 미열이 있거나 열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입 안의 인두는 발적되고 혀와 볼 점막, 후부인두, 구개, 잇몸과 입술에 수포가 나타날 수 있다. 발진은 발보다 손에 더 흔하며 3~7mm 크기의 수포성으로 손바닥과 발바닥보다는 손등과 발등에 더 많다. 엉덩이와 사타구니에도 발진이 나타날 수 있고, 엉덩이에 생긴 발진은 대개는 수포를 형성하지 않는다. 수족구병에 감염된 경우, 특별한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주된 치료 방법이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을 취하며, 해열제나 진통제를 통해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아이가 음식을 삼키기 힘들어 할 경우, 부드럽고 차가운 음식을 제공해 목의 통증을 줄이는 것이 좋다. 보통 일주일 정도 지나면 수포성 발진이 호전되나, 엔테로바이러스에 의한 수족구병에서 합병증으로 발열, 두통, 경부(목) 강직증상 등을 나타내는 무균성 뇌수막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드물게 뇌간 뇌척수염, 신경인성 폐부종, 폐출혈, 쇼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수족구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손 씻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 특히 아이들에게 외출 후, 식사 전, 배변 후 등 수시로 손을 깨끗이 씻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한, 아이들의 개인물품(수건, 식기 등)을 따로 사용하고, 장난감과 생활용품을 자주 소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수족구병 환자가 있다면 접촉을 피하고, 환자가 발생한 경우 감염된 아이는 증상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집에서 격리하여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07-15 10:47:22[파이낸셜뉴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아이가 행복이라고 답할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주 부위원장은 이날 포시즌스 서울에서 열린 ‘2024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컨퍼런스’에 참석해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에 대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주 부위원장은 기조강연을 통해 “결혼·출산 지원금 지급, 만남 프로그램 추진, 돌봄시설 운영, 저출생 캠페인 등 저출생 추세 반전에 종교계가 앞장서고 있다"며 “청년들의 인식을 전환하고 전사회적으로 가족친화적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종교계의 관심과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의 존엄성, 가족에 대한 소중함, 공동체와의 유대감을 기반으로 결혼과 출산, 육아를 환영하고 긍정하는 사회 분위기 및 여건 조성을 위한 종교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사회적 인식변화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주요 과제로 내세우고, 종교계를 비롯해 경제계·언론계 등 각계와의 협력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등 후속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종교계는 가족공동체와 생명의 가치 존중의 인식을 형성하고 확산하는데 같이 협력하고 다양한 사업도 함께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한편 저고위는 방송·언론계, 경제계, 지자체 등 사회 각계와 저출생 해법을 모색하고, 가족친화적인 인식변화와 여건마련을 위한 범사회적 협력활동도 계속 추진한다.ㅍ이를 위해 연말까지 전국 17개 시도를 방문해 각 지역에 거주하는 신혼부부, 다자녀가족, 돌봄시설 관계자 등 다양한 정책 수요자와 공급자를 만나 정책의견 청취와 정책협력도 공고히 해나갈 방침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2024-07-02 14:14:31【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5일 제102회 어린이날을 맞았지만 전북은 아이들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뾰족한 방안도 보이지 않아 아이들 인구 감소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북지역 출생아 숫자는 지난 2018년 1만1명을 기록한 뒤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 2019년 8971명, 2020년 8165명, 2021년 7475명, 2022년 7032명, 지난해 6692명으로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다. 올해는 지난달 말까지 2297명이 태어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전북지역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국 평균 0.72명을 다소 웃돌았다. 여기에 출산율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신혼부부 숫자는 지난 2019년 3만6082명, 2020년 3만 3503명, 2021년 3만1158명, 2022년 2만9072명으로 매해 수천명의 혼인 인구가 줄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이 숫자도 매년 줄고 있다. 2021년 11만2936명에서 2022년 11만30명, 지난해 10만4675명으로 곧 10만명 선이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직장을 구하기 위해 타 지역으로 인구 유출이 많은 실정"이라면서도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 같은 국가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고, 각 시군과 지속적으로 출생 지원을 위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구 문제 해결이) 어렵지만 맞춤형 사업 발굴 등 실효성을 거둘 수 있는 정책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2024-05-03 16:21:39[파이낸셜뉴스]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잠들 경우 수면의 질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서수연 교수 연구팀과 호주 모나시 대학교(Monash University)는 공동연구를 통해 아버지의 ‘야간 자녀’ 양육 참여도가 자녀의 수면과 부부 관계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야간 양육이란 아이를 재우려고 준비하는 시점부터 아이를 재우고, 밤중에 아이가 깨면 돌보는 모든 행동을 포함한다. 서수연 교수 연구팀은 아버지가 밤에 아이를 함께 재울 때, 결혼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하고 자녀 양육에 대한 어머니의 자신감이 함께 상승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지난달 미국 수면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임상수면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Sleep Medicine)에 게재됐다. 특히 아버지가 야간 양육 참여에 적극적일수록, 자녀가 잠드는 시간이 빨라지고 밤중에 깨어있는 횟수와 시간도 줄어들어 자녀와 어머니 모두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어머니가 자녀 수면으로 인해 겪는 스트레스 또한 적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유아 3명 중 1명은 보호자의 도움 없이 잠들지 못하고, 밤중에 자주 깨서 보호자를 찾는 등의 수면 문제가 흔히 발생한다”라며 “부모가 잠에서 깨어야만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야간 양육의 특성상 숙면을 방해하는 것은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6~36개월의 영·유아를 자녀로 둔 국내 여성 290명을 대상으로 '배우자의 야간 양육 참여율'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3.1%가 '배우자의 도움 없이 독박 야간 양육을 하고 있다(0%)'고 답했다. 배우자의 야간 양육 참여율을 '25% 미만'으로 답한 대상자는 전체 응답자 중 74.8%에 달했으며, '50%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 중 49명인 16.9%에 불과했다. 서수연 교수는 “아버지가 야간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이와 건강한 수면은 물론, 어머니의 정신건강을 지켜주고 행복한 부부 생활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가족의 수면과 부부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부모의 공동 야간 양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4-09 08:35:14경남 의령에서 10남매를 키우는 박성용·이계정씨 부부는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감정들은 낳아보고 키워보지 않으면 느낄 수 없다"며 "자녀는 보석이다"라고 강조했다. 값으로는 매길 수 없는 기쁨과 행복이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뉴스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공동개최한 제7회 서울인구심포지엄에서 박성용·이계정씨 부부는 특별강연을 통해 "대한민국에서 아이 키우는게 어렵고 힘든게 맞지만, 그 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상남도 인구정책실무위원회 위원이기도 한 박성용씨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제 삶을 돌아봤다"며 "저는 꿈을 이뤘고, 희망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박씨는 교육자로 일하며 아이들과 함께 밴드 공연도 하고 있다. 이날 처음으로 강연 자리에 올랐다는 10남매 엄마 이계정씨는 "아이를 넷이나 낳았는데 공부를 다시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다섯째를 낳고 시작을 했다"며 "가족들의 지원 덕분에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서 유아교육을 공부하게 됐고, 열심히 해서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알게 됐다"며 "저희 아이들뿐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 보육교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새로 배우는 것들도 많고, 자기 자신도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울고 웃으며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엄마였다"며 "물질적인 것을 다 해줄 수는 없지만, 사랑으로 해준다면 아이들이 세상 살아가는 데 그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의 말 하나하나, 웃음소리에 피곤하고 지쳤던 삶이 희망이 된다"며 "아이를 낳아서 힘든 게 아니라, 먼저 엄마 일을 도와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10명을 정말 잘 낳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박성용·이계정씨는 이날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만나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씨는 "다자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지 않다"며 "국가에서 다 해준다는 것처럼 안좋은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고 짚었다. 다둥이 가정의 현실적인 문제로는 육아비용과 교육비, 소아과 인프라 등을 꼽았다. 박씨는 "대부분의 지원이 초등학교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사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중·고등학교 때"라며 "특히 교육비 부담이 큰데, 청소년들이 쓸 수 있는 교육 바우처 같은 복지카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첫째를 낳은 가정이 둘째를 낳을 수 있도록 정책 포커싱을 맞췄으면 한다"며 "지방에도 저출산 관련 컨트롤타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소망을 전했다. 특별취재팀
2024-03-27 18:20:53"이미 대한민국의 소아청소년과는 무너졌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죽을 수 있다." 충청권에서 아동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는 소아청소년과의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A원장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대학병원에서 10년 있었고, 병원을 개업한 지는 10년이 넘어간다. 도합 20년 넘게 아이들을 진료했지만 이제는 붕괴된 소아청소년과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봤다. ■장성급 의사만 남은 아동병원일단 더 이상 아이들을 볼 의사가 없다고 한다. A 원장은 "우리 병원 의사 정원이 9명인데 4명이 나가고 전문의를 못 구한 지 2년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는 "소아과 병원을 군대에 비유하면 장성들만 남은 상황"이라며 "사람이 수혈돼야 조직이 돌아가는데, 지금은 장성들이 당직은 물론 현장에서 가장 허드렛일까지 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 많은 상급병원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지원자가 미달인 상황. A 원장은 "이제 대학교수들마저 번아웃에 탈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며 "나가서 새로운 소아과를 개업하는 것도 아니고, '놀겠다'는 사람도 허다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 의사들에게 소아청소년과는 지킬 가치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A원장은 소아과 지원을 기피하는 원인을 '하이 리스크 로 리턴(높은 위험부담에 낮은 보상)' 구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아과 전문의 수련 내용은 난이도가 높고 사망자도 많아 리스크가 높은 과"라며 "그런데도 정부는 소아과를 단순히 감기나 치료하는 과로 접근해 의료수가를 책정했고, 의사들은 소송 등 온갖 위험 부담을 다 떠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료도 떠나고, 가족들을 건사해야 하는 의사들이 그런 리스크를 지고 굳이 소아과에 남아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소아과 전공했지만 일반의원 개업서울 지역에서 근무하는 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김모씨(37)는 성인 진료로 돌아섰다. 김씨는 "동료 의사도 부족한데 간호사 인력도 충원하기 힘들어 휴일도 없이 항상 번아웃에 허덕였다"며 "내가 진료하고 있던 아이를 상급병원으로 전원시키기도 힘들어진 환경에서 소송 위험도 커서 이대로는 살아남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부모들의 비수 같은 말들에 상처받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환자 수는 제어할 수 없었고, 수입은 보장되지 않았다. 그는 "아직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자부하지만, 이제 다시 그 복잡한 대기실 안을 비집고 가서 진료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김씨의 소아과 선배 의사들은 잇따라 일반의원으로 개업했다. 그가 지원할 때만 해도 소아청소년과는 경쟁이 치열했지만, 이 과에 남아 있는 동기들도 몇 안 남은 상황. 대학교수들도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아 많이 힘들고 지친 상태라고 한다. 김씨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사망 사건'을 소아과 붕괴의 신호탄으로 봤다. 지난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4명이 균 감염으로 숨지자 의료진 7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의료진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는 "내가 선배 전공의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을 당시였다"며 "리스크가 너무 커지다 보니 그 이후로 지원자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회상했다. 후배들만 부족한 게 아니다. 김씨는 교수들마저 떠나는 현 상황에 "배울 환경이 안 될 것 같아 걱정이 든다"고 했다. 가르쳐 줄 교수도 떠나고, 전문적 지식을 쌓기 어려워 제대로 된 전공의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정부에서 정말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 시그널을 잘 읽어야 한다"며 "낙수과로 찍혀 훈련된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무너지고, 정말 복구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01-17 19:08:59[파이낸셜뉴스] 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장치를 넣어 교사 목소리를 녹취했다면 법정에서 증거로 활용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교사의 정서적 아동 학대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사재판에서 부모가 아이를 통해 몰래 한 녹음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교실에 학생들이 많았어도 일반 대중에겐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이기 때문에 증거능력이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1일 담임으로 있던 초등학교의 학생에게 모욕적인 발언의 정서적 학대 행위를 한 혐의(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교사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8년 3월 한 초등학교 3학년 교실 수업 중 10여일 전 전학 온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1·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 갔다만 했나 봐” 등 모두 16차례 걸쳐 정신건강·발달에 해를 끼치는 언급을 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A씨의 이 같은 표현은 피해 아동의 말을 들은 부모가 아동 가방에 녹음장치를 넣어 등교시키면서 드러났다. 1심은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재범예방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반면 A씨는 “피해 아동의 부모가 타인 간의 대화를 비밀리에 녹음한 것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항소했다. 또 피해 아동의 수업 태도를 수정하고 다른 학생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주의를 준 ‘훈육의 일환’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2심은 “증거 능력이 있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초등학교 3학년이 스스로 법익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점 △부모가 녹음하게 된 동기 △부모와 아동은 동일시할 정도로 밀접한 인적 관련이 있는 점 △녹음 외에는 A씨 범죄행위를 밝혀낼 유효·적절한 수단을 강구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이어 A씨의 발언이 30여명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 이뤄졌기 때문에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녹음할 수 없다고 규정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가 아니라 ‘공개된 대화’라고 봤다. 재판부는 아울러 아동학대범죄 신고 의무자인 교사 A씨의 발언은 중대한 범죄 행위이므로 증거를 수집할 필요성이 인정되며, 녹음파일 제출로 A씨 사생활 비밀이 일정 침해되더라도 이는 기본권의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2심은 A씨의 발언 16차례 중 2차례는 대상이 다른 학생이라는 점을 근거로 무죄로 선고하면서 초범이라는 점 등도 감안, 벌금 500만원으로 형을 낮췄다. 대법원에서도 쟁점은 ‘몰래 녹음’의 증거 능력 여부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 발언의 경우 교실 내 학생 30여명 외에 불특정 다수에겐 공개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원심과 달리 ‘공개되지 않은 대화’라고 봤다. 또 피해 아동의 부모는 A씨의 대화 상대방이 아니었다는 점을 근거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결국 이 사건 녹음 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1항을 위반해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라며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원칙에 관한 예외가 인정된 바는 없다”면서 “다만 해당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를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것으로 유무죄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1-11 11:19: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