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아이슬란드 북부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이슬란드 여행 6일 차. 섬 동부에서 북부쪽으로 이동한다. 간만에 날씨가 맑아 기분이 좋다. 길이 산으로 이어져 지그재그 도로로 올라가다보니 산아래 바다로 이어진 평야가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무척 멋있었다. 거의 정상까지 올라왔는데 길 위에 눈이 눈사태같이 쏟아져 막혀있는 곳에 다다랐다. 차를 세우고 내려서 살펴보니 꽁꽁 얼어있어 답이 안 나온다. 아무리 우리 렌트카가 4륜구동 지프라도 빙판에 경사도 무척 가팔라서 그대로 통과하다가 잘못하다 미끄러질지도 모르는 상황.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산을 다시 내려가 다른 길로 돌아가기로 했다. 겨울의 아이슬란드에 오면 이렇게 갑자기 갈수 없게 된 도로를 만나는 일이 흔하다고 한다. 4월이었지만 아직도 산 위에는 눈이 안 녹은 곳이 많았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산을 넘을 수 있는데... 너무 아쉬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아쿠레이리이다. 수도인 레이캬비크에 이어 아이슬란드의 제 2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섬을 시계로 생각하면 12시 방향에 있는데 어제까지 머물렀던 동쪽의 에이일스타디르에서 약 3시간 거리이다. 에이일스타디르에서 아쿠레이리까지 3시간 걸린다 우리의 아이슬란드 여행 계획을 카우치서핑에 올렸더니 감사하게도 아쿠레이리에 사는 친구가 우리를 초대해주었다. 친구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마구 설레었다. 아이슬란드의 어마어마한 물가에 며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겠지만 그것보다도 바쁘게 여행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았고 아이슬란드에 대해 현지 친구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싶었다. 어젯밤 새벽에 외진 곳으로 차를 몰고가서 한참을 하늘을 바라보고 기다렸는데 오로라를 볼 수 없었다. 친구에게 오로라에 대해서도 물어봐야겠다. 또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친구가 좋아하는 장소를 알려달라고 해서 찾아가 보고싶다. 여행지에서 현지 친구가 생기면 좋은 것들이 너무너무 많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친구네 집으로 향한다. 회색 구름으로 꾸물꾸물해진 하늘아래 아쿠레이리에 도착했다. 가장 눈에 띈 것이 길가의 빨간 신호등. 하트모양으로 켜진다! 와, 정말 쇼킹하다. 왜 우리는 이런 생각을 못했지? 너무너무 예쁘다. 신호등 불이 동그랗기만 할 필요가 뭐있나. 가는 곳 마다 빨간 하트를 보고는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보통 신호등을 건널 때 빨간불이 켜지면 좀 답답하고 기분이 별로인데 이 하트를 보고 있으면 빨간불이어도 덜 답답하고 심장을 연상하면서 더 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쿠레이리가 여러모로 마음에 든다. 친구네 집에 가기 전 핑크색 돼지가 상징인 보너스라는 마트에 들렀다. 살인적 물가의 아이슬란드에서 그나마 식료품 등을 가성비 있게 살 수 있는 곳이다. 높은 물가로 외식이 어려워 식료품 구입이 중요하다 친구와 함께 먹기 위해 고기와 채소 그리고 과일을 잔뜩 샀다. 친구의 집에 도착하니 은색 기아 소렌토 차량이 집 앞에 서있다. 메세지로 대화를 나눌 때 한국차가 있다고 했는데 친구의 차인 모양이다. 친구의 차 기아쏘렌토 아이슬랜드 험로를 다니기에 좋은 선택이었나보다. 친구의 집은 2층 주택이었는데 담도 없고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안전한 동네 같아 보이고 좋았다. 더부룩한 턱수염에 거의 2미터가 되어 보이는 장신인 비기는 친절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우리가 묵을 방은 커다란 더블배드에 깨끗하고 좋은 환경이었다. 비기는 주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한다. 인사후 비기는 다시 일을 하러 방에 들어가고 우리는 저녁을 준비했다. 상추를 닮은 채소를 쌈채소 삼고 돼지고기를 굽는다. 쌀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튀르키예 메르신에서 받은 인스턴트 떡국과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 캔김치까지 한식 한상차림이다. 비기는 여행을 무척 좋아하고 경험도 무척 많았다. 한국에는 아직 안가봤지만 2020년 일본에 갔다가 코로나로 돌아와야 했다고 한다. 한국에 대해 무척 궁금해하며 이것저것 많은 것을 물어보았다. 식사하며 맥주를 마시다가 한국에서는 건배를 할 때 뭐라고 하냐고 물어봐서 "짠!"이라고 대답해주었다. 건배사가 너무 많아서 가장 쉬운 것으로 골라 알려주었다. 서양사람들이 매운 것을 못 먹는다는 것은 선입견일 뿐이다. 물론 잘 못 먹는 사람도 있지만 의외로 매운 것을 좋아하고 잘 먹는 사람들도 많다. 비기도 매운 맛을 좋아해서 고추장을 맛보고는 무척 좋아했다. 고기를 채소에 싸먹는 것을 알려주니 계속 그렇게 먹는다. 절대 한입에 다 넣어야한다고 제대로 가르쳐주었다. 즐겁게 식사를 하며 아이슬란드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묻고 들을 수 있었는데 여기도 과거 가난한 나라였다가 2차대전 이후 경제발전을 이루었다고 한다. 한국과 비슷한 것이 흥미로왔다. 아이슬란드 전통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비기가 상어고기를 냉장고에서 꺼내왔다. 딱 보기에 하얀 참치살덩이 같아보이는 것이 시큼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삭혔나보다. 하나 쿡 찍어 입에 쏙 넣은 탄이랑 달리 나는 냄새부터 맡아보고 먹으려 입을 벌리다가 멈칫. "어우, 나는 쉽게 못 먹겠는데?" 하며 웃었다. 탄에게 확인해본다. "괜찮아?" "응~" 탄이 잘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한입에 넣었다. 맛있다기보다는 먹을 수 있을 정도인 것 같다. 아이슬란드에서도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좋은 경험이었다. 상어도 먹어보고ㅎㅎ 저녁식사 후 비기의 소장품을 구경했다. 어릴 때 삼촌과 새알을 찾아다니는 것이 취미였다고 한다. 멋진 투명케이스에 크기와 색이 다른 여러가지 새알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다 직접 주워온 것이라고 한다. 제일 큰 것이 백조알이라고 하는 얘기에 깜짝 놀라며 "오 나 백조알 처음 봐요!"하자 비기가 갑자기 케이스를 열고 백조알을 꺼내어 내손 위에 올려놓는다. 살짝 당황했지만 깨질까 조심조심 두 손으로 알을 받아 보았는데 달걀의 네다섯배는 되보이는 크기에 무척 단단한 느낌이다. 신기했다. 아이슬란드라서 가능한 취미일 것 같았다. 알 컬렉션이라니. 그렇게 비기네서 3일간 머물면서 그 근처를 여기저기 마음 편히 돌아다니기로 했다. 탄이는 목감기가 빨리 낫지를 않아 힘들어하면서도 여행을 하기 위해 애를 썼다. 다음날은 날씨가 맑아 동네 근처를 드라이브하러 나왔다. 어딜 가나 처음 보는 자연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삼각형으로 흘러나온 용암이 굳어진 듯한 높은 산맥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고 마치 검은 피라미드가 늘어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어젯밤 비기가 해준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다니면서 왜 이렇게 나무가 없다 했는데 역시나 아이슬란드 전체에 나무가 있는 지역이 거의 없다고 한다. 동물들도 여우와 새들이 조금 있을뿐이라 예전에 유럽에서 순록을 데려와 풀어놓고 길렀는데 혹독한 기후에 서쪽에는 다 죽어버리고 동쪽에 조금 남아있다고 한다. 겨울에 얼마나 추운지 경험해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맑은 물도 이렇게 많고 넓은 땅에 나무와 동물이 거의 없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길을 가다가 일차로밖에 없는 터널을 만났다. 반대편에서 차가 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중간중간에 잠깐 옆에 댈 수 있는 조금 넓은 곳을 찾아 비키면 된다. 그러니 속도를 절대 높이지 않고 조심조심 가야한다. 워낙 큰 땅에 적은 수의 사람이 살다보니 도로도 일차로인 경우가 많아 한쪽이 지나가기를 기다린 후 가야하는 길도 자주 만난다. 확실히 북쪽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많은 관광객이 레이캬비크를 중심으로 남서쪽에 주로 다녀서 그런가보다. 덕분에 우리는 한적한 풍경을 여유있게 보며 다닐 수 있었다. 북쪽 바다를 볼 수 있는 쉼터에 멈춰서서 북극이 있을 곳을 쳐다보기도 하고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지는 폭포를 구경하기도 하고 마음 가는대로 다니는 것이 참 좋았다. 비기네 집에 들어가기 전 다시 마트를 잠시 들렀는데 한 구석에 맥주를 무지 싸게 파는 것 같아 놀라서 가보니 논알콜 맥주라고 한다. 맥주는 정부가 운영하는 특별한 가게에서만 비싼값에 판다고. 비기에게 오로라에 대해 물어보니 오로라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스북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그리고 앱도 하나 알려줬는데 매일매일 아이슬란드 지역별로 오로라지수가 나오는 앱이어서 오로라헌터들이 반드시 깔고 지수가 높은 날을 확인하고 나온다고 한다. 우리도 페북도 가보고 앱도 깔아두었다. 마침 오로라지수가 조금 높은 KP 4가 떴다. 방해안되게 조용히 새벽 1시에 나가보았지만 그 시각에도 하늘은 완전히 까매지지 않았고 아쉽게도 오로라는 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여러번 시도를 하는 것이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을 찾아 도시에서 멀리 벗어난 곳까지 갔던 것이 여러차례인데 모두 실패했다. 가기전에 볼 수 있을까? 궂은 날씨에 도착한 온천 '지오씨'...따뜻한 온천욕을 할 수 있겠지? 일어나보니 눈보라가 휘날린다. 비오는 날은 자주 있었는데 눈이 내리는 것은 처음이다. 오늘은 아쿠레이리에서 북쪽으로 한시간거리의 지오씨(Geosea)에 왔다. 남부의 블루라군이 온천 관광지로 유명한데 인당 14만원이 넘는 입장료가 너무 부담이 되어 대신 이곳을 찾아왔다. 넓은 주차장에 차가 몇대 없다. 이곳의 입장료는 약 5만7000원. 알뜰한 탄이가 모바일 쿠폰을 다운받아와서 10%할인도 받았다. 인터넷으로 다운받았는데 진짜 할인해줄까 싶었는데 흔쾌히 해준다. 탄이와 헤어져 탈의실로 들어갔는데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실내가 매우 고급스럽고 깨끗하다. 샤워시설과 비치용품들도 매우 품질이 좋았다.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나가보니 거센 바람에다가 무지 추워서 김이 모락모락나는 물속으로 곧장 들어갔다. 물 온도도 적당하고 너무 좋다. 이곳은 해수 온천이라 짠물이다. 바다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뜨끈한 온천욕을 하며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너무너무 매력적이었다. 사람들도 많지않아 편안하게 온천을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탄이도 무척 행복해한다. 얼굴에는 눈송이가 떨어지지만 몸이 따뜻하니 기분이 좋다. 풀도 꽤 넓고 여러개가 있어서 이곳저곳을 다녀보는 재미가 있다. 한 쪽에는 음료와 스낵을 파는 곳이 있는데 가격이 후달달하다. 점심시간이 되어 출출해졌을때 탈의실 라커에 가서 미리 비기네에서 만들어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탄이에게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말고 탈의실 가서 잘 먹으라고 줬다. 조금 궁상스럽기는 했지만 이곳 물가를 보면 기꺼이 그럴만 하다. 온천에 들어가있는데 추운 날씨에 수증기가 머리에 맺힌 것이 얼어버렸나보다. 탄이 보고 안스러워한다. "아니야 괜찮아. 하나도 안추워. 따뜻하고 편하고 너무 좋아." 한쪽에는 습식 사우나도 있었는데 사람이 없어 우리가 전세내고 마음껏 즐겼다. 규모는 크기 않지만 온천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던 지오씨, 아이슬란드에서 최고로 좋았던 경험이다. 바다와 눈 쌓인 산을 바라보며 뜨끈한 온천욕을 즐긴 추억은 평생 갈 것 같다. 아이슬란드 여행 중 최고의 경험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hN2xDlFg720?si=1fYzN4IZ2Wq1QmUj>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2-18 14:02:15<50> 아이슬란드 동부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이슬란드 4일차. 숙소에서 일어나니 어제 오후부터 퍼붓던 세찬 비가 아직도 내리고 있었다. 짐을 챙기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숙소에 비치되어있는 까만 머그컵 두개 중 하나가 안보인다. "자기야, 여기 컵이 어디갔지?", "아, 그거 잠시만." 하더니 탄이 밖으로 나갔다가 컵을 가지고 돌아온다. "엥? 그게 왜 밖에 있어?" 하고 물어보았다. 어젯밤 숙소에 입실할때 한 배낭여행자가 로비 의자에 있는 것을 보고 지나가며 인사를 했었다. 근데 아침에 짐을 차에 두려고 왔다갔다 하는데 그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것을 보고도 나는 별 생각없이 무심코 지나쳤는데 탄은 '아마도 여기 예약할 돈은 없고 비바람이 심하니까 피하기 위해 로비에서 밤을 샜나보다.' 하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도 나그네이고 그 사람도 나그네인데 그 사람이 지금 얼마나 힘들까 하는 마음에 그에게 따뜻한 차를 한잔 가져다준 것이었다. 탄이의 말을 듣고 나는 매우 부끄럽고 반성이 되었다. 같은 것을 보고도 나는 왜 미처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나그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싶어하는 탄을 본받아 나도 사랑하는 마음을 좀 더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비와 바람을 피할 수 있고 음식을 해먹을 수 있었던 깨끗한 숙소에 편안히 묵을 수 있던 것과 추운 날씨와 많은 비에도 좋은 차로 안전하고 편안하게 잘 다닐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오전부터 관광포인트 몇군데를 들렀지만 비가 많이 오는 상황이라 차에서 내려서 구경할 상황이 안된다.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고 있는데 흐린 날씨에 아이슬란드의 남쪽바다가 회색하늘 아래 까맣게만 보였다. 관광명소에 도착해도 차안에서 차창을 통해서 잠시 보고는 다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를 계속하다가 그냥 오늘 예약한 숙소에 바로 가기로 했다. 아이슬란드 동쪽에 이르자 설산들이 보인다. 설산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 비가 내리는 것이 희한하다. 비가 조금씩 잦아들더니 구름 사이로 반가운 파란 하늘이 나왔다. 숙소가 가까워오자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해가 난다. 경치도, 날씨도 변화무쌍한 아이슬란드이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다시 드라이브하러 나왔다. 오늘 비때문에 본게 별로 없는데 날씨가 맑아져 주변을 맘편히 구경하려고 한다. 동네나 한바퀴 돌려고 나왔는데 설산이 점점 가까워 온다. 길이 산으로 이어져 얼떨결에 차로 설산을 오르는데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산길 구비구비 갈색 산 위에 얼룩얼룩 녹지않은 눈이 만들어내는 무늬가 재미있다. 하루종일 비온 것에 대한 보상이 되고도 남는다. 볼 것 많은 재미있는 산길 드라이브. 산을 넘으니 밭과 집들이 띄엄띄엄 있는 평지가 나온다. 설산들에 둘러싸인 동네가 무척 평화롭게 보였다. 마침 해가 지고 있어 길게 드리운 그림자와 석양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또 다른 길을 가다가 엄청나게 넓은 강 옆을 지나게 되었다. 길 옆에 차를 세울 수 있고 테이블이 있어 피크닉 장소 같은 곳에 멈춰서 잠시 강을 바라보는데 대형버스가 우리차 옆에 서더니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린다. 갑자기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하늘은 높고 넓은 강이 유유히 내려오는 모습이 평화롭고 장관이다.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탄이 표지판을 읽고 오더니 이 강에도 네스호처럼 괴물이 나타났었다고 한다. 뭔가 물속에 지나가지는 않을까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강물은 잔잔히 흘러갈 뿐이었다. 아이슬란드 동쪽 끝의 에이일스타디르에 왔다. 여기에는 볼 것이 많을 듯해서 이틀을 묵고 주변 여기저기를 구경하기로 했다. 넓은 강에 하얀 백조떼가 떠있는 곳을 지나 차들이 많이 서있는 곳을 발견했다. 이런 곳은 무조건 가봐야한다. 카메라와 드론을 챙겨 사람들을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이 두갈래로 나뉘어지는 곳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오른쪽으로 올라가던 중 내려오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쪽으로 길이 있는게 맞냐고 물어보니 이길이 더 쉬운길이라며 추천을 해준다. 잘 선택했다. 예정에 없던 트래킹을 한다. 지치면 언제든 돌아갈 양으로 편하게 시작했다. 왼편으로는 깊은 계곡이 구불구불하게 이어져 나무 하나 없는 계곡의 지형이 무척 멋있다. 계곡의 수량이 풍부한 것을 보니 가까운 곳에 큰 폭포가 있을 것 같았다. 계곡의 건너편 절벽위에 사람들이 다니고 있다. 저쪽이 어려운 길인 것 같다. 경사가 거의 없는 길을 경치를 보며 쉬엄쉬엄 걷다보니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금방인 것 같은 느낌. 잠시 바위에 앉아 올라온 길을 내려다보니 강과 산과 계곡이 이어진 모습이 장관이었다. 아무것도 막힘없이 확 트인 시야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고 상쾌한 기분이었다. 이래서 등산을 좋아하는 분들이 그렇게 산을 오르나보다 싶다. 잠시 쉬고 다시 오르자 이번에는 절벽에 주상절리가 보인다. 기기묘묘하고 멋지다. 나무는 한그루도 없어 만약 해가 강하게 났다면 그늘이 없어서 힘들었을 것 같은데 구름이 적당히 있어 다행이다. 산을 오르다보니 문득 이 트래킹이 우리 여행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하루 이동하다보면 유럽에 와있는 거고 산도 한발한발 오르다보면 정상에 도착하게 되고, 우리 인생도 이처럼 작은 하루하루가 쌓여 언젠가는 목표한 곳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역시나 끝에는 산꼭대기에서 내려오는 폭포가 웅장하다. 그 물이 계곡을 따라 흐르고 있는 모습이 아래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환상적인 풍경이었다. 올라온 보람이 있다. 어렵게 올라온 만큼 만난 폭포와 이리저리 흐르는 물줄기가 어우러진 풍경이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정말 손꼽을 만큼 멋진 곳이었다. 한참을 감상하고 내려갈 때는 건너편 길로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쪽으로 올라오신 분께 길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진흙투성이가 된 신발을 가리키며 너무 힘든 코스라고 한다. 우리는 두 말 않고 왔던 길로 다시 내려왔다. 그 다음날, 오늘은 가볍게 드라이브나 하자고 길을 나섰는데 차가 또 산으로 올라간다. 높은 고원으로 이어진 길. 파란하늘과 하얀 구름이 머리에 닿을 듯 낮게 드리우고 까만 아스팔트길 양옆은 하얀 눈이 쌓인 끝도 없는 벌판이다. 말도 안되는 풍경이다. 하늘의 구름은 그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형태로 시시각각 변하고 햇빛은 구름 사이를 오가며 찬란하게 빛나는 것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풍경이다. 마치 천국이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한다. 탄이 "어제가 여행의 하이라이트인줄 알았는데 또 갱신이 되네"라며 감탄한다. 나도 "구름과 이 설원. 저세상 뷰다. 지구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매일매일이 놀라운 풍경과 경험의 연속이다. 정말 아이슬란드는 무계획이 더 좋은, 감동과 경이로움이 가득찬 곳이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BZhyApcTPM?si=hMjpUKh6lMATC9aO>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2-13 17:45:00GS샵은 오는 20일 TV홈쇼핑 업계 최초로 '아이슬란드 일주' 여행 방송을 진행한다고 18일 밝혔다. 이 상품은 핵심 관광지 및 도시를 엄선해 7일 동안 둘러보는 코스로, 화산섬으로 이루어진 아이슬란드는 지형이 특이하고 아름다워 이색 여행지로 각광받아왔다. '인터스텔라' 등 SF 영화의 촬영지로 손꼽히면서 국내 수요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롯데관광, 국적기 대한항공 등을 이용하며, 모든 일정에는 아이슬란드 전문 인솔자와 한국인 가이드가 동행한다. 또 아이슬란드 모스 티', 'BBP 핫도그' 등 4대 특식을 제공하며, 아이슬란드 여행의 꽃인 골든서클 투어 등 주요 관광지 입장료 및 최대 1억원의 여행자 보험 등이 포함됐다. 마지막 날은 경유지인 런던에서 1일 자유일정이 가능하다. GS샵 라이프스타일사업부 전우정 MD는 "기존 TV홈쇼핑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북대서양의 섬나라 '아이슬란드'라는 이색 여행지를 소개하게 되어 기쁘다"며 "GS샵은 앞으로도 특색 있고 믿을 수 있는 여행 상품을 꾸준히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19-04-18 09:17:14KGC인삼공사의 대표상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이 직장인 기(氣)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친 직장인들을 위한 서프라이즈 이벤트로 당첨자에게는 최근 홍삼정 에브리타임의 모델인 배우 조정석이 활약 중인 tvN '꽃보다 청춘'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보내준다. 이벤트는 2월 11일까지 정관장 이벤트 홈페이지(http://event.kgc.co.kr/everytime/)에서 함께 하고 싶은 직장동료나 친구에게 휴가 신청서를 보낸 후 친구가 동의를 하게 되면 자동으로 이벤트 참여가 완료된다. 휴가 당첨자 1명에게는 북유럽의 오로라를 감상할 수 있는 아이슬란드 여행권(동반1인포함, 800만원상당)과 함께 회사 동료들에게도 홍삼정 에브리타임을 선물로 증정한다. 또한 응모자전원에게는 홍삼정 에브리타임 할인 쿠폰을 증정한다. 홍석근 기자
2016-01-08 18:15:36▲ 꽃청춘 정우 배우 정우가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온 소감을 전했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tvN ‘꽃보다 청춘 in 아이슬란드’ 제작발표회가 열린 가운데 배우 정우, 조정석, 강하늘, 방송인 정상훈, 나영석 PD 등이 참석했다. 정우는 이번 여행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가봤던 여행 중에 최고다”라고 답하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이건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스태프, 카메라도 있지만 너무 편했다”며 “걱정이 되는 건 너무 편한 나머지 카메라 의식을 안했다는 점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너무 즐거웠다. 감독님 말씀처럼 각자 위치에서 열심히 배우로서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가니까 너무 좋았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우가 출연하는 '꽃보다 청춘 in 아이슬란드'는 2016년 1월 1일 오후 9시 45분에 첫 방송 된다. /fnstar@fnnews.com fn스타
2015-12-30 11:40:16▲ 꽃보다 청춘 정상훈 꽃보다 청춘 정상훈 꽃보다 청춘 정상훈과 조정석, 정우의 여행이 눈길을 끌고 있다. 꽃보다 청춘 정상훈, 조정석, 정우는 최근 촬영을 위해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정상훈과 조정석의 경우 정상훈의 결혼식 사회를 조정석이 봐줄 정도로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과거 JTBC ‘썰전-인물실록’ 코너에 출연한 정상훈은 “조정석과 굉장히 친하다”며 “내 결혼식에 조정석이 사회를 봐줬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던 바 있다. 한편 꽃보다 청춘 정상훈의 친분에 대해 네티즌들은 "꽃보다 청춘 정상훈, 멋지다" "꽃보다 청춘 정상훈, 부러워요" "꽃보다 청춘 정상훈, 잘 되어서 좋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fnstar@fnnews.com fn스타
2015-11-25 20:37:43이효리 아이슬란드 (사진=이효리 트위터,이효리 팬카페) 가수 이효리 아이슬란드 근황이 공개됐다. 지난 29일 이효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이슬란드”라는 짧은 글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음악 축제인 ‘아이슬란드 에어웨이브’ 포스터 사진이 담겨 있다. 특히 해당 인증샷은 유럽으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효리와 이상순의 행복한 근황을 담은 것이라 눈길을 끈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아이슬란드 에어웨이브’는 매년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열리며 올해는 현지 시간으로 30일 막을 올려 오는 11월3일까지 계속된다. 이에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효리 아이슬란드에 있구나”, “이효리 이상순 행복한 신혼여행 중인 듯”, “이효리 이상순 좋아 보인다”, “이효리 아이슬란드 에어웨이브 갔구나! 부럽다!”, “이효리 이상순 둘 다 가수라 신혼여행에서도 이런 거 보는구나”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이효리는 지난 9월1일 남편 이상순과 제주도에 위치한 자신의 별장에서 소수의 지인들을 초대해 비공개로 결혼식을 올렸다.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syafei@starnnews.com김동주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3-10-30 11:22:15<56>프랑스 '세인트 마거릿 섬'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다음날 아침 일찍 베르나르씨와 함께 골프 주엉에 다시 왔다. 베르나르씨가 자신의 차로 배 선착장에 데려다주시고 매표소에 함께 와서 표사는 것까지 도와주셨다. 현지 친구와 함께하니 헤메는 것도 없이 바로 찾을 수 있어 너무 감사했다. 매표소가 한참 안쪽에 있어서 우리끼리 왔을때 못 찾았던 것도 그럴만 했다. 일찍 왔지만 손님이 몇명 안와서 첫배 출항 시간에 배가 안뜬다고 한다. 10명 이상 모여야 출발한다고 한다. 한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 뭐 급할 것 없으니 느긋하게 자리를 깔고 앉아 드론 촬영이나 하기로 했다. 하늘에서 보는 골프 주엉은 지중해의 해변 휴양지다운 모습이었다. 바다에 드문드문 요트들이 떠있고 항구의 요트정박지에도 수많은 요트들이 줄지어 있는 풍경이 장관이다. 하늘에서 보기엔 안티베나 니스나 골프 주엉이나 비슷비슷해 보인다. 니스와 다른 점은 고운 모래사장이라는 점! 이곳은 안티베의 서쪽이므로 해변이 모래로 되어있다. 참 특이하다. 날이 맑아 지중해가 투명하게 빛났다. 한참을 기다리자 우리 뒤로 손님들이 더 왔고 한시간이 지나 드디어 승선할 수 있었다. 깨끗하고 좋은 보트 위층에 파란 의자에 앉았다. 작지않은 보트에 손님들이 가득 탔다. 한 20~30명은 돼보인다. 배가 출발하자 바닷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지중해에서 배를 타보다니. 웬지 낭만적이다. 베르나르씨 아니었으면 올 생각도 못했을 섬에 배를 타고 간다. 현지 친구 덕분이다. 배에서 세인트 마거릿 섬에 대한 안내가 나온다. 칸에서 매우 가까운 섬으로 길이는 약 3km, 폭은 900m로 섬에는 요새 감옥이 있는데 17세기에 철가면을 쓴 사나이가 수감되었다고 전해진단다. 소설 '삼총사'에 나오는 그 철가면일까. 긴 선착장에 배가 멈췄다. 나무 선착장을 지나 섬에 오른다. 숲속의 오솔길같은 흙길을 걷자니 그냥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흙을 밟은 지가 얼마나 되었는지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아름드리 나무들이 무성하게 서있고 새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같은 기분까지 든다. 한가롭게 거닐며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곳이다.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던 세인트 마가렛섬 미리 받아온 종이 지도를 보며 섬을 탐험해보기로 했다. 섬의 서쪽 끝으로 가니 바다 건너 '칸'이 보인다. 정말 가깝구나. 다시 길을 따라 걷다보니 돌로 견고하게 지어진 성이 나왔다. 철가면이 갇혔었다는 요새 '포트로얄(Fort Royal)' 이다. 호기심에 들어가보려 했지만 입장료를 따로 받아서 그냥 성 앞에서 외부만 구경했다. 유럽의 성은 이미 많이 가봐서 비슷비슷할 것 같아 굳이 돈을 내면서 까지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철가면은 프랑스의 미스테리로 남아있는 역사적 인물로 루이 14세의 쌍둥이 형제였는데 왕위계승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한 왕실에서 어릴 때부터 유폐시켰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섬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가는 길을 따라 유칼립투스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잎사귀가 그리 맛있어 보이지는 않는데 코알라들은 왜 이것만 먹는 걸까? 코알라는 보이지 않는데 이 나무들은 어떻게 여기 자라고 있는지 궁금하다. 남쪽 해변에 도착하니 맑은 바다에 동글동글 자갈이 깔려있다. 여유가 더 있었으면 근처에 있다는 수중 박물관에도 가봤을텐데 물에 들어가기엔 옷이며 씻어야 하는 등 일이 커져서 그냥 해변 적당한 곳에 자리를 깔고 바다를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 놀고있는 꼬마들을 보고는 나도 바지를 걷어올리고 살짝 발을 담가보았는데 으아, 생각보다 물이 차서 금방 나왔다. 저 꼬마들은 어떻게 이런 차가운 물에서 노는지 대단하다. 좀 더 들어가면 온도가 따뜻한걸까? 물어보고 싶지만 불어가 안된다.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이 많이 보였다. 해변에서 태닝을 하며 한가로이 햇빛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도 그늘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즐겼다. 해변의 나무그늘에 누워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는 마냥 평화롭고 보아도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철가면 이야기때문에 방문하게 되었으나 숲길을 걷고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았던 세인트 마거릿 섬. 한적하고 평화로운 섬에서 잘 즐기고 갑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베르나르씨와 여행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A2사이즈의 세계지도를 가지고 있었는데 자신이 여행하고 다녀온 나라와 도시에 색깔 스티커를 붙여놓았다. 빼곡하게 붙어있는 스티커들을 보니 전세계 안가본 곳이 거의 없어보인다. 특히 빨간 점은 카우치서핑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우리가 카우치서핑을 알고 시작한 것은 약 12년 전이었는데 베르나르씨는 카우치서핑이 시작한 초창기부터 멤버이셨던 거였다. 한국과 일본에서도 카우치서핑을 하셨다고 한다. 좋은 분들을 만나셨나보다. 한국에 대한 기억이 좋으신걸보니. 남극과 가장 가까운 남미의 파타고니아, 우수아이아의 빙하까지 보고 오셨다고 한다. 남아프리카에서 기린과 코끼리들도 보고 그러나 아직 아이슬란드는 안가보셨다고 한다. 하하 우리는 얼마 전 다녀왔다고 꼭 가보시라고 추천해드렸다. 우리가 떠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베르나르씨가 우리를 붙잡으셨다. 몇일 더 머물다가라고 조르신다. 손님은 오면 좋고 가면 더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더 있다 가라고 하는 호스트는 참 드문데 너무 감사하다. 안티베에 숨겨진 산책로를 보여주겠다고 유혹하셔서 넘어가드렸다. 그리고 우리뿐 아니라 대만에서 베르나르씨를 호스트했던 다른 서퍼도 만났다. 그분은 베르나르씨가 운영하는 에어비앤비에 몇일 묵으며 우리와도 친분을 나누었다. 카우치서핑으로 만났지만 알고보니 같은 회사(Air France)에서 일하고 있었다고 한다. 참 신기한 인연이다. 베르나르씨의 인도로 대만친구와 함께 안티베 시내로 가서 커다란 귀족저택같은 집들을 지나니 작은 숲길이 나왔다. 이 일대의 땅의 소유주가 이 넓은 땅을 시에 기증해서 공원이 되었다고 한다. 도시안에 나무가 우거진, 굽이굽이 이런 오솔길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이곳은 관광지는 아니고 현지 사람들만 아는 산책로인듯 하다. 중간에 멋진 바위 동굴도 나오고 바닷가옆 절벽도 지나고 프라이빗 해변도 있다. 이곳이 누구나 올 수 있는 공원이 되었다니 좋은 일이다. 숨겨진 자연을 탐험을 하는 기분으로 즐겁게 산책했다. 베르나르씨께 식객으로 있은지 벌써 6일. 이제는 정말 떠날 때가 되었다. 베르나르씨는 잊지않고 작은 도자기 인형들을 가득 가지고 나와 원하는 만큼 가져가라고 주셨다. 나는 달모양 등 귀여운 인형 5개를 골라가졌다. 그 외에도 에어프랑스에서 일하실 때 받아 가지고 있던 귀한 기념품이며 여러가지를 자꾸자꾸 선물해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다. 마지막으로 짐을 챙겨 차로 가는데 짐까지 함께 날라주시고 우리가 떠나는 것이 못내 서운하신 것이 역력하셔서 우리도 마음이 참 안타까왔다.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백명도 넘는 카우치서퍼들이 왔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몰래 눈물을 훔치시는 것 같았다. 가장 어려운 작별이라고 하신다. 정말 마음을 다 내어주신 베르나르씨께 어떻게 감사를 해야할지 몰랐다. 만나서 행복했다고 서로 진심이 담긴 인사를 하고 긴 포옹으로 인사를 마쳤다. 다음에 한국에 또 오시게 되면 반드시 우리집에 초대하겠다고 몇번이고 다짐했다. 베르나르씨는 우리 차가 안보일때까지 길에서서 손을 흔들어주셨다. 베르나르씨와 함께한 시간, 그의 배려와 맛있는 프랑스 가정식들 모두 하나하나 절대 잊지않고 기억할 것이다. 베르나르씨 한국에서 만나요!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ujDNwuYg8V0?si=MwZtzQJ8HhGqibK->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27 17:54:24<53> 룩셈부르크-프랑스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이슬란드에서 비행기를 타고 다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와서 기차를 타고 친구집이 있는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왔다. 친구와 아이슬란드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우리는 까브리를 타고 다시 길을 떠났다. 룩셈부르크는 독일과 프랑스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다. 베네룩스 3국 중 하나다. 이 작은 나라가 GDP 세계 1위라고 하는데 어떤 곳인지 궁금해서 들렀다. 날이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라 거리는 우중충해보였다. 높은 빌딩은 찾기 힘들고 현대적인 10층 아래의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는 것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고,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다. 시내의 건물과 다니는 차들, 사람들 모두 유럽 여느 도시들과 느낌이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가 20대때 많이 듣던 크라잉넛의 룩셈부르크 노래가 떠올랐다. 룩, 룩, 룩셈부르크에 왔다. 제주도의 1.4배 크기이고 인구는 약 64만명으로 경기도 안산시 정도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서비스업, 금융업의 비중이 높으며 비밀보장, 절세 등의 이유로 다국적 기업들이 이곳에 자회사를 설립한 경우가 많아 GDP가 그렇게 높다고 한다. 한국이 3만5000불, 룩셈부르크는 13만 5000불, 거의 4배가까운 차이가 나는데 길에 다니는 미래에서 온 것 같은 고급스러운 트램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물가까지 서너배 비싼건 아니라 다행이다.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룩셈부르크에서는 '휘발유·담배·술' 등 3가지가 싸다고 한다. 휘발유는 독일이 1.7~2.1유로 정도였는데 여기는 1.4 유로 정도로 저렴하다. 기름이나 빵빵하게 넣고 프랑스로 넘어가야겠다. 만날 친구도 없고 딱히 볼 것도 없어 우리는 계속해서 남쪽 프랑스로 향했다. 지방도로로 다니면 고속도로보다 속도는 느리고 길을 잘 찾아야 하지만 길가 풍경과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어서 좋다. 멋진 가로수가 길게 이어진 길을 지나고 유럽의 농가를 구경한다. 노란 꽃밭도 지나고 오늘의 쉴 곳 캠핑장에 도착했다. 유럽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숙소를 잡을 엄두를 쉽게 못낸다. 대신 캠핑장이 잘돼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여행 후 처음으로 캠핑장을 찾아왔다. 넓은 캠핑장에 캠핑카들이 띄엄띄엄 자리잡고 있고 우리도 예약된 사이트를 찾아 잘 주차했다. 조용하고 쉬기에 좋았지만 역시 씻거나 세탁을 하기에는 많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자연 속에서 조용히 하루를 보내고 나왔다. 프랑스는 남한의 5배크기라고 한다. 산도 많고 숲도 우거지고 마을도 많아 참으로 풍요로워 보인다. 내가 나무를 이렇게 좋아하는 줄 몰랐다. 나무들이 많이 보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리옹(Lyon)에서 가까운 스키리조트에 저렴한 숙소를 찾아내어 그곳으로 향한다. 아이슬란드에서 걸린 감기가 낫지를 않아 숙소를 잡고 몇일 쉬고 싶었다. 하지만 프랑스 물가가 워낙 높아서 겨우 찾은 저렴한 숙소는 시즌이 끝나 사람들이 잘 찾지않는 스키리조트의 콘도였다. 산길을 차로 오르고 올라 해지기 전 무사히 도착했다. 우리 숙소는 19층이었는데 아주 작은 원룸 스타일로, 방은 작아도 있을 것은 다 있었다. 최대 4명이 잘 수 있는 이층침대와 싱크대, 욕조가 있는 화장실과 세탁기 등 부족함이 없는 좋은 곳이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창밖으로 보이는 뷰가 예술이었다. 기대하고 온 것이 아니라 더 놀라운, 산 위에 지어진 높은 리조트 19층에서 내려다보이는 산의 풍경이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가까이 작은 스위스풍의 집들에서 저 멀리 설산이 겹겹히 보이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자연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는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것 같아 잘 회복할 수 있었다. 프랑스 남부의 안티베(Antibes)로 카우치 서핑 친구를 만나러 간다 맥도날드에 아침을 먹으러 들렀다. 우리나라에선 아침엔 맥모닝 메뉴만 가능한데 프랑스의 맥도날드에서는 아침에도 빅맥을 먹을 수 있다. 프랑스는 어느 곳을 다니던 풍경이 참 아름다웠는데 남부의 국립공원을 지나는 드라이브를 할 때 특히 멋진 바위 산과 숲과 나무들 그리고 시골 마을 등 볼 것이 많아 더 기억에 남았다. 탄이 카우치서핑에서 호스트를 검색하다가 한국을 여행했다는 베르나르씨를 발견하고 메세지를 보냈더니 감사하게도 우리 요청을 받아주셨다. 베르나르씨가 사는 안티베는 지중해 연안에 있는 작은 도시로 니스와 매우 가깝다. 안티베가 가까워지자 '오늘 오후에 도착하겠다'고 베르나르씨께 문자를 보냈다. 생각지 않은 저녁을 준비해주신다고 한다. 감사한 마음에 가게에 들러 와인을 한 병 샀다. 프랑스인이니 와인을 좋아하시겠지 하는 마음이다. 베르나르씨 집앞에 도착하자 거대한 철문 앞으로 마중을 나오셨다. 이곳에 차를 주차하기가 쉽지 않다며 베르나르씨의 차를 옮기고 그 자리에 우리 까브리를 주차하라고 배려해주신다. 호스트가 주차까지 신경써주시는 것은 처음이다. 너무너무 감사했다. 베르나르씨는 철문 안쪽 주차장에 차를 주차할 자리가 있는데도 우리 자리를 맡아주기 위해 바깥에 차를 대셨던 것이다. 알고보니 우리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이신 머리가 하얀 노인이셨다. 외국 사람은 다 키크고 코가 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베르나르씨는 탄이보다도 아담한 키에 귀여운 노인이셨다. 주차를 한 후에 우리는 함께 철문을 지나 넓은 정원 끝 빌라에 갔다. 방이 하나밖에 없는데 우리에게 더블베드가 있는 방을 내주시고 자신은 거실 쇼파에서 주무신다고 한다. 우리가 말도 안된다고 만류하고 "카우치 서핑이란 쇼파를 빌리는 건데 왜 주인이 쇼파에서 자냐"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끝끝내 그렇게 잠자리를 정하셨다. 할아버지를 쇼파에서 주무시게 하는 것이 편치 않았지만 워낙 뜻이 확고하셔서 친절을 감사히 받기로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사흘정도 머물기로 했다. 첫날엔 베르나르씨가 만든 라따뚜이로 저녁을 먹었다. 프랑스 가정식 라따뚜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보았는데 몸도 마음도 편해지는 좋은 음식이었다. 재료도 훌륭하고 맛도 있었다. 여행을 매우 사랑하는 베르나르씨는 일본과 한국을 가장 좋아한다 베르나르씨는 비행기를 매우 사랑하는 굉장한 여행가였다. 지금은 은퇴하셨지만 젊은 시절 프랑스항공에 다니셔서 여행할 기회가 무척 많았다고 한다. 세계 여러나라를 다니셨지만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는 일본과 한국이라고 했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일본과 한국은 자꾸 가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 어떤 여행지는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고 어떤 여행지는 새로운 것은 없어도 자꾸 가고싶어지는 곳이 있는데 한국과 일본이 그렇다고 했다. 한국에는 총 5번인가 방문하셨다는데 다행히 한국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기억들을 가지고 계셨다. 베르나르씨의 거실에 한국 돗자리가 깔려있었는데 전라도를 여행할 때 숙소에 깔려있는 돗자리가 마음에 들어서 호스텔에 구입방법을 물어보고 사오셨다고 한다. 프랑스인이 사는 집 거실에 한국 돗자리가 깔려있다니, 무척 반가웠다. 우리처럼 베르나르씨도 대도시보다 소도시 여행을 좋아하신다고 한다. 한국의 소도시 여행을 하며 겪은 에피소드를 몇가지 이야기해주셨는데 25년 전 첫 한국여행 때도 서울을 거쳐서 국내선 환승으로 바로 부산에 가셨다고 한다. 지금은 부산도 큰 대도시이지만 당시에는 그렇게까지 번잡하지 않아보였다고 했다. "산위에 있는 어떤 큰절에 갔어요. 그때 그 곳에 외국인 관광객은 나 혼자 밖에 없었지요. 그 절에 어떤 문이 열려있는 것을 보았고 사람들이 들어가려고 줄을 서있었어요.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저도 줄을 섰습니다. 줄을 따라가다가 입구에 다다랐을 때 정원은 없고 복도가 나왔어요. 그 곳에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더라구요. 얼떨결에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 줄이 음식을 받는 줄인줄 몰랐었어요. 저는 자리를 잡고 음식을 받았습니다. 노인과 은퇴한 사람들이 음식을 받으러 왔던 것 같아요. 평일이었고 젊은 사람들은 일하러 간 시간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아주머니들의 수다가 시작되었어요. 아주머니들의 이야기 소리에 졸음이 몰려오더군요. 그곳에서 잠이 들었어요. 몇 분 후에 잠에서 깨고 나서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베르나르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때의 상황이 어땠을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눈에 그려지는 그 상황이 너무도 재미있었고 작은 외국아저씨가 절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음식을 먹고 잠이 든 것을 본 부산아지매들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서 계속 웃음이 났다. 이야기를 나누는 베르나르씨도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한번 행복해 하시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베르나르씨의 집에 머물며 다른 어디에서보다 더 많은 대화와 깊은 마음을 나누었다. 베르나르씨는 손수 만든 음식으로 우리를 정성껏 대접해주셨고 전세계를 여행한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1층에 위치한 베르나르씨의 집에는 집보다 더 넓은 정원이 있어서 잔디며 나무들이 자연스럽게 자라나고 있다. 매일아침 그의 정원에 비둘기 비슷한 새가 찾아온다. 가끔 여러 마리가 오기도 하는데 특히 목 뒤에 무늬가 있는 새는 베르나르씨의 친구였다. 그 새를 위해 모이와 예쁜 그릇을 준비놓고 매일 조금씩 주는 것이 일과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매일 그 새가 날아와서 모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정말 신기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NUkqBFtVuUc?si=tZUeB5xZ8DkV6uTO>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3-06 11:10:37<52>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아이슬란드는 섬나라에 인구가 적어서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기 전 상대가 가까운 혈연관계인지 알아보는 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비기에게 혹시나 하고 물어보니 진짜 있다고 하며 보여준다. 짧은 비기의 에피소드를 들었는데 호감가는 여성을 만나서 설마하며 앱을 돌려보았는데 친척관계라는 것을 알고 그냥 친구로 남았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동성동본 결혼금지 제도가 있었다는 것이 생각났다. 우리는 이제 인구가 엄청 늘어서 그런 걱정은 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이곳은 매우 주의해야하는 상황인가보다. 신기하다. 며칠간 비기네 머물면서 비기의 친구도 만나고 소소하고 즐겁게 지냈다. 비기의 친구는 이스라엘에서 온 여자였는데 몸이 안 좋다고해서 스프를 끓여주었더니 스프 봉지를 보자며 자기가 채식주의자라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스프 내용물은 다행히 버섯 등 채소만 들어간 것 같았는데 결국 먹지 않았다. 친절이 무시된 것 이라기보다는 문화 차이에서 오는 엇갈림이 아닐까 하며 지나갔다. 생선과 손님은 사흘 지나면 악취를 풍긴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비기와 서로 반갑고 즐거워하는 딱 3일째 집을 나섰다. 비기의 직업이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일이라 돈이 좀 모이면 다시 여행을 할거라고 한다. 우리는 꼭 한국에도 오라고 춘천에서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다시 길을 떠나는데 하늘에서 진눈깨비가 내린다. 길에 살얼음이 얼고 진창이 되어 비포장도로인 곳을 지나가면 차가 롤러코스터를 탄듯 미끄러진다. 철없는 시로는 독일 판타지아랜드에서 탄 타론(롤러코스터 이름)보다 재미있다며 즐거워했다. 길도 오르락내리락 해서 아슬아슬 아찔한 순간이 많았지만 탄의 능숙한 운전실력으로 안전하게 위험지대를 잘 지났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반드시 지프를 빌리라는 수운씨의 충고가 새삼 감사하다. 겨울왕국의 차답게 우리 지프에는 스노우타이어 기본장착은 물론 한국에서 금지된 뾰족뾰족 스파이크까지 박혀있다. 아이슬란드의 혹독한 환경은 스파이크 타이어를 권장한다 유명한 "신의 폭포"라는 고다포스를 들렀다. 날씨가 꾸물꾸물해서 그런지 유명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도로를 달리다가 길옆에 우연히 지나는 폭포들이 훨씬 더 멋있다. 귀여운 버전의 나이아가라 폭포 느낌이다. 높이 12m에 폭 30m로 이름에 비해 작고 소중하다. 잠시 사진 인증을 하고 출발했다. 가다가 주유소가 나와 기름을 넣으며 그동안 벼르고 벼르던 무료커피를 받는데 성공했다. 첫날 지프를 렌트할 때 사무실에서 안내 브로슈어를 받았는데 그 안에 무료커피쿠폰이 있는 것을 보고 좋아했었다. 근데 다니다가 그 브로슈어가 없어져서 매우 낙담했었는데 엊그제 짐을 챙기다가 우연히 짐 깊숙한 곳에서 다시 발견하고는 교환을 시도했던 것이다. 한국에서는 잘 마시지도 않는 커피가 왜이리 반갑고 좋은지 대단한 선물을 받은 듯 감사하고 기뻤다. 도로를 다시 달리는데 길 옆에 비기가 이야기해주었던 아이슬란드 전통가옥이 보였다. 비기의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은 아쿠레이리에서 얼마쯤 떨어진 계곡에서 저런 집을 짓고 사셨다고 했다. 지붕이 걸어올라갈 수 있을 듯 땅까지 이어지고 흙으로 덮여 풀이 나있고 집과 집 사이가 가까워 지붕이 연결된 특이한 모습이다. 반지의 제왕에서 나온 호빗 하우스가 연상된다. 비기에 의하면 아이슬란드에는 나무가 거의 자라지 않기에 목재가 매우 부족한데 북쪽 해안에 시베리아로부터 바다를 건너 떠내려온 나무들이 많이 발견되어 옛날 사람들은 그 나무를 가져다 집을 지었다고 한다. 새삼 나무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부족한 목재를 대체하고 이곳의 춥고 눈 많이 오는 기후에 맞게 이런 지붕에 흙과 잔디를 덮어 짓는 잔디집(Turf house)이 세워졌나보다. 비기가 해준 이야기를 눈으로 직접 목격하니 더 의미있게 보였다. 중간중간 숙소를 잡아 자면서 점점 서남쪽으로 내려간다. 지구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의 생생한 증거를 만날 수 있는 '싱벨리어 국립공원' 우리는 싱벨리어 국립공원에 방문했다. 레이캬비크에서 동쪽으로 한시간 거리에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의 판이 맞닿아 생긴 협곡이 있다. 지구 판구조론과 대륙이동설의 생생한 증거가 되는 현장이다. 차를 주차하고 입구 건물에 들어가니 이곳 지형을 작은 스케일모형으로 만들어놓은 것이 눈길을 끈다. 키오스크를 찾아 주차요금(7500원)을 냈다. 주차시간에 관한 이야기가 없는 것이 따로 제한은 없나보다. 그 외에 입장료는 따로 받지 않았다. 협곡 사이에 길을 따라 걸어본다. 왼쪽이 유럽판, 오른쪽이 아메리카판이라고 한다. 지금도 이 판들은 미세하게 서로를 밀어내려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매우 이상하고 희한했다. 한참을 걸어가자 전망대같은 곳이 나왔다. 계단도 있고 공원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위치 좋고 시설 좋은 곳이다. 바로 앞에 강줄기가 이리저리 흐르고 멀리 산도 보인다. 풍경이 근사하다. 하늘에서 보는 협곡이 궁금해서 드론을 띄워보았다. 판과 판이 만나는 모습이 공중에서 보니 더 확실하게 느껴지고 그 거대한 스케일이 감동적이었다. 다음은 간헐천 지역을 방문했다. 간헐천은 미국 옐로스톤 공원에서 엄청난 경험을 한 적이 있어 그저 끄덕거리며 다녔다. 예전 기억이 떠올라 유황냄새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풍경들이 반가웠다. 유황냄새를 맡으면 삶은 계란이 먹고싶어지는 건 나만 그런건가? 메인 스팟에 우리가 막 도착했을 때 웅덩이에서 5~7미터 높이의 간헐천이 치솟았다. "우와! 대박. 이렇게 갑자기?" 이 게이사르(간헐천)는 8~10분 주기로 분출한다고 한다. 오자마자 볼 수 있어 운이 좋았다. 드디어 수도 레이캬비크에 왔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인구가 적은 아이슬란드는 살기에 어떨지 궁금하다 랜드마크인 할그림스키르캬 교회도 보고 알록달록 예쁜 시내 건물도 구경하고 해안공원의 조각품들도 구경했다. 유리로 된 거대한 건물인 하르파 콘서트홀은 아이슬란드 절벽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빙하가 연상되기도 했다. 나무가 없어서 나무를 그리워해서인가 5층짜리 아파트단지가 모두 나무 모양으로 지어져있는 모습이 재미있다. 레이캬비크 중심부에는 호수도 있어 산책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국토 크기에 비해 인구가 무지무지 적은 아이슬란드를 여행하는 내내 여기서 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사계절별로 만끽하려면 일 년 정도는 살아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아이슬란드의 무시무시한 물가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것은 날계란 한 알에 650원이다. 하루에 계란프라이 하나를 먹는 것도 두세번 고민하게 된다. 대체 이곳 사람들은 돈을 얼마나 많이 벌길래 이런 물가에서 일상을 사는지 궁금하다. 여행 막바지에 우리는 큰맘을 먹고 외식을 한번 하기로 했다. 이케아에 방문. 이케아 레스토랑은 저렴하기로 유명한데 물론 외부 식당들에 비해서는 싼 편이었지만 한국 이케아를 생각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감자튀김과 치킨, 으깬 감자와 커틀릿 등 둘이 잘 먹고 약 3만원을 썼다. 일반 식당은 인당 3~5만원 한다고 한다. 여행 10일 차 저녁. 레이캬비크에서 조금 떨어진 저렴한 숙소에 묵었다. 병원을 숙박시설로 개조한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이제 탄이는 감기가 거의 나았는데 그 감기가 나에게 옮은건지 그동안 힘들어서인지 이번엔 내가 감기로 헤롱헤롱 대고 있었다. 탄이 핸드폰을 보다가 흥분하며 오늘 저녁 오로라지수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슬란드에 온 이후 가장 높은 KP 6이라고 한다. 페이스북에도 사람들의 술렁임이 느껴진다. 탄이 함께 나가자고 한다. "나는 틀렸어. 당신 혼자 다녀와." 하며 보내주었다. 오로라를 보는 것이 오랜 꿈이었긴 하지만 아이슬란드의 장엄한 자연풍경에 충분히 감동을 받았고 지금까지 서너번 시도를 했으나 계속된 실패에 실망하는 마음도 있었고 다시 나갈 체력도 없었다. 다음날 아침 눈을 떠 탄이에게 "봤어?"하고 물어보았더니 매우 기쁜 표정으로 이미 대답이 끝났다.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야간영상용 소니카메라를 들고 나가 한참을 기다리고 거의 포기할 무렵 드디어 녹색 빛줄기가 하늘에서 춤을 추는 광경을 보았다고 하는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았구나 싶었다. 그리고 비록 아파서 함께 나가 보지는 못했지만 탄이가 찍어온 영상을 함께 보며 나도 무척 기뻐했다. 탄은 오로라를 본 소감을 한마디로 이야기했다. "경이로웠어." 탄이 아이슬란드에서 버킷리스트를 이루었다. 마지막 날 밤, 6차례 시도 끝에 만난 오로라 짧지만 강렬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dFXuB546sCY?si=t0FwcD8k8sM-oBgW>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2-27 13:0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