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무엇이 어려운가?가정법원 판사로 오래 근무하다 보면 결론 내리기 정말 어려운 사건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가정법원에서 처리하는 사건 중 재산분할 사건이 복잡하고 어렵지 않냐고 묻는다. 분할 대상 재산이 많은 경우 그 많은 재산을 다 밝힌 다음 각각의 재산이 분할 대상인지 판단해야 하고 또다시 기여도를 판단하기 위해 재산 형성 과정부터 유지 과정까지 양 당사자의 기여를 철저히 조사해야 하므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도 오갈 수밖에 없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복잡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정법원 판사에게 최고 난이도의 질문을 던지는 그런 분야의 사건은 아니다. 왜냐하면 어떤 재산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판례가 축적되어 있기에 사실관계만 잘 파악하면 기계적으로 판단할 수 있고, 기여도에 대한 판단과 분할 방법 역시 처음 재판할 때는 생소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계속해서 실무를 하다보면 경험이 쌓여서 어느 정도 자신만의 기준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파탄 여부가 쟁점인 사건재산분할보다 어려운 문제는 부부 일방은 이혼을 원하는데, 다른 일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이다. 부부관계가 완전하게 파탄되어 회복 가능성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라면 판단에 어려움이 없으나 파탄 여부나 관계 회복가능 여부에 관하여 경계선에 있는 사건들은 판단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필자는 이혼 사건을 합의부 재판장으로 그리고 단독재판장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는데, 그나마 3명의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재판할 때는 파탄 여부에 관하여 결론내리기 어려워도 3명의 법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가 있어서 부담이 덜했다. 그러나 단독판사로 근무할 때는 혼자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며칠 밤을 고민하며 힘들어했던 적이 많았다. 물론 동료 판사들에게 사안의 개요를 설명해 주고 ‘이런 경우에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 보기도 했지만 어려운 사건의 경우 물어봤던 판사들마다 돌아오는 의견이 달라서 결정에 애를 먹은 적이 많았다. 사실 모든 판사들이 비슷한 의견을 내는 그런 사건들은 애초에 나에게 깊은 고민을 던져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사건은 동료 판사 누구에게 말해도 의견이 갈렸고, 나 자신도 하루는 ‘파탄되었으니 이혼하는게 답이야’ 이렇게 생각했다가 다음 날에는 ‘아니야, 아직 회복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라고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최고 난이도 사건그런데 이러한 사건보다 더욱 판단하기 까다로운 사건이 바로 양육권에 관하여 치열한 다툼이 있는 사건이다. 양육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사건은 일반적으로 서로 양육권을 가지겠다고 부부 양쪽이 다투는 사건이지만 드물게는 서로 아이를 양육하지 않겠다는 사건들도 있다. 이런 경우 법원은 결국 직권으로 보다 양육에 적합한 일방을 양육자로 지정하긴 하는데 이혼 이후 그 아이들이 제대로 양육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양육권에 대하여 다툼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이혼 당사자 양쪽이 모두 아이의 양육을 원하면서 재판부에 자신이 양육자로 적합하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엄청난 자료를 제출한다. 기본이 수백 페이지이고 수천 페이지를 넘는 양육계획서를 프리젠테이션 자료로 제출하는 당사자도 보았다. 양육자를 정할 때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 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 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아이가 어린 경우 아이와의 친밀도 및 애착 정도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소송 중간에 아이를 탈취하는 당사자도 있었다. 의사표현이 가능한 초등학생 이상이 사건본인인 경우 양육자를 지정함에 있어 그 아이의 의사가 중요한데 부부 양쪽이 아이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 앞에서 상대방 대한 욕을 하거나 상대방의 치부를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소송 중인 부부는 결국 이혼으로 남남이 되겠지만 그 아이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친부 또는 친모이므로 이런 경우 아이만 중간에서 엄청난 상처를 받게 된다. 가슴 아픈 사건양육권과 관련해서 정말 마음이 아팠던 사건이 있었다. 10년 전에 결혼한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해외 출장이 잦은 사람이었는데, 두 사람은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바로 아들을 얻었고 큰 문제 없이 잘 살다가 10년 정도 뒤에 서로의 극심한 성격 차이, 속궁합 문제 등으로 이혼 소송을 하게 되었다. 서로 이혼에는 동의하였지만 하나뿐인 아들의 양육권은 꼭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런 사건이었다. 양육권에 대하여 치열한 다툼이 있는 경우 가사 조사를 거치게 되는데 두 사람의 양육 환경을 조사하고 아이도 면담한 결과 남편과 아이의 애착 정도가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육권이 남편에게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가 들자 이 여성은 갑자기 재판부에 청천벽력 같은 고백을 하였다. 사실 이혼 소송 중인 저 남편은 아이의 친부가 아니어서 양육권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신혼 초에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갔을 때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어 낳은 아이라고 말하였다. 남편은 처음엔 이 여성의 말을 믿지 못하고 유전자검사 신청을 했는데 검사 결과 그 남편과 아이 사이에는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를 맞이한 남편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채 한동안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얼마 지난 후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비록 아이가 친자는 아니지만 10년 동안 가슴으로 키운 아이이고 그 아이와는 단 한 순간도 떨어져 살 수 없으니 자신에게 양육권을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친부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이의 양육권을 가질 수는 없었다. 결국 그 여성이 아이의 양육권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남편과 아이는 정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 남편의 이혼 이후의 삶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게 된 그 아이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와 유사한 케이스를 여러 건 본 적 있다. 항상 느끼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현실을 다 따라가지 못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1-23 11:01:25[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최근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오늘은 많은 예비 부부들이 궁금해하는 혼전계약의 유효 여부 및 그 효과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혼전계약에 대한 지대한 관심필자가 가정법원에 근무할 때부터 가사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지금까지 주변 지인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우리나라에서도 혼전계약이 유효합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같은 프리넙(prenuptial agreement)이 안된다면서요?”이다. 외국에서 많은 유명 연예인들이나 정치인들이 이혼하면서 혼인 전 미리 작성한 혼전계약서 덕분에 자신의 특유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는 기사를 언급하는 분들도 많다. 특히 트럼프의 사례는 매우 유명한데 이혼을 거듭할 때마다 업그레이드된 프리넙을 작성하여 비지니스의 달인답게 여러 차례 이혼을 하면서도 자기 재산을 잘 지켜냈다고 한다. 심지어 두 번째 결혼 당시에는 ‘향후 이혼할 경우 자신을 소재로 한 인터뷰 금지, 책 출판 금지’까지 철저하게 미리 프리넙에 포함시켜 ‘프리넙의 제왕’이란 별명까지 얻게 되었다고 한다. 혼인 또는 재혼을 앞두고 있는 고액 자산가들뿐만 아니라 예비부부들을 비롯해 연애 중인 젊은 사람들까지 우리나라에서 혼전계약의 효력을 묻는 이들은 많고 다양하다. 이미 이혼과 재산분할을 거치며 많은 재산을 분할해 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 복잡하고 철저한 재산분할 과정 때문에 재혼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젊은 사람들 역시 ‘내가 왜 혼인 전에 이룬 재산을 상대방에게 분할해줘야 하냐’며 유효한 혼전계약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혼인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혼전계약의 유효성사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서의 혼전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알고 있고, 나아가 일부 법률전문가들도 우리나라에서 혼전계약은 무효라고 얘기하고 다닌다. 그러나 혼인 전 당사자들끼리 자유 의사로 체결한 ‘혼전계약’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계약이라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따라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당사자 사이에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계약의 목적이 범죄를 구성한다든지, 계약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것들이 아닌 한 혼전계약도 하나의 계약으로서 유효한 것이 원칙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혼전계약 뿐만 아니라 혼인 중 부부간의 계약도 당연히 유효하다. 예전에는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었다. 부부간에는 일시적인 애정이나 강압에 의해 진심이 아닌 의사표시가 많았기 때문에 혼인 중 부부간의 계약은 혼인 중에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었으나 이러한 규정은 삭제된 바 있다. 즉 부부가 혼인 전에 한 계약이나 혼인 중에 체결한 계약이나 일반 계약법의 원리에 따라 유·무효가 결정되는 것이지 원칙적으로 무효라거나 무작정 취소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우리 민법 제829조는 혼전계약이 당연히 가능함을 전제로 ‘부부재산의 약정과 그 변경’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혼전계약서에 재산에 대한 내용 뿐만 아니라 결혼 생활 중의 각자의 역할과 책임, 자녀 양육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월 급여의 귀속 문제나 가사 분담에 대한 구체적인 조항을 포함시킬 수 있다. 혼전계약에 이렇게 구체적인 항목이 포함되어 있다면 결혼 후 서로에 대한 기대를 명확히 할 수 있어 더욱 평화로운 결혼 생활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에서 혼전계약이 효력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는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화되지 않은 재산분할청구권을 혼인이 해소되기 전에 미리 포기하는 것은 그 성질상 허용되지 아니한다”는 대법원 결정(2015스451) 때문이다. 위 결정은 “민법 제839조의2 재산분할청구권에 규정된 재산분할제도는 혼인 중에 부부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실질적인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이고, 이혼으로 인한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이 성립한 때에 그 법적 효과로서 비로소 발생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협의 또는 심판에 의하여 구체적 내용이 형성되기까지는 범위 및 내용이 불명확·불확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권리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점을 논거로 삼고 있다. 사실 혼전계약을 체결하는 주된 목적이 혼인 전에 취득한 나의 고유재산, 즉 특유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혼전계약에 분할대상 재산을 제한하거나 일부 재산에 대해 재산분할청구권을 미리 포기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그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혼전계약의 효용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다만 위 대법원 결정에 따라 혼전계약에 포함된 이혼 후 재산분할에 관한 내용이 그대로 관철되기는 어렵겠지만 사안에 따라서는 재산분할에 있어 기여도 판단이나 특유재산인지 공동재산인지 판단하는 중요한 참고자료는 될 수 있으므로 혼인 전이든 혼인 중이든 간에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계약이라면 체결해 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일반 계약법의 원리에 따라 강요나 협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고, 진심이 아닌 의사표시는 무효가 되므로 만약 계약을 체결할 생각이면 둘 사이에 각서처럼 작성할 게 아니라 공증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일방의 강요나 협박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작성된 것이라며 계약의 효력을 다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혼전계약의 효과혼전계약은 향후 부부 간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할 수 있고, 부부간의 갈등이 구체화될 경우 훨씬 신속하고 평화로운 해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다고 본다. 일반 법률관계에서도 서로가 기대하는 바가 다른데 문서로 명확히 규정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좋은 것이 좋다’며 서로 믿고 아무런 구체적인 약속도 없이 동업을 시작했다가 나중에 결국 분쟁을 겪고 원수가 되는 경우를 많이 본다. 혼전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사랑과 신뢰가 부족하다고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혼전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서로의 재산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공유하는 것이 좋고 혼전계약이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될 경우 무효가 될 수 있으므로 가능하면 양측이 독립적인 법률 자문을 받은 후에 임하는 것이 좋다. 마치며사실 사견으로는 “재산분할청구권이란 것이 이혼이 되어야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므로 그 전에 이를 미리 포기하는 약정은 그 효력이 없다”고 하는 판례가 언제까지 유지될지 의문이다. 요즘 들어 혼인제도의 가치가 많이 변하고 있다. 또한 부부재산약정이 현실적으로 의미를 갖는 것은 전적으로 이혼할 때인 점, 다른 나라에서 부부재산약정의 대상에 이혼 시 재산분할을 제외하는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근거로 앞서 언급한 민법 제829조 부부재산약정에 이혼시 재산분할에 관한 내용도 포함시켜 정할 수 있다는 학자들의 견해도 많다. 실제로 젊은 부부들을 만나보면 미국식 프리넙 제도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최근 결혼정보회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다수의 남녀가 모두 결혼 전 각자의 재산을 지키는 의미의 혼전계약에 찬성하고 있다고 한다. 법과 판례는 결국 아주 천천히 변화된 세상을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5-01-11 14:18:55[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최근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오늘은 많은 부부들이 고민하고 있고, 이혼 사유로 자주 등장하는 리스(less)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리스 부부란우선 ‘리스 부부’라는 용어가 흔히 쓰이고 있는데 사실 부부간에 어느 정도 횟수의 성관계를 가져야 리스 부부이고 아닌지가 명확하지 않다. 어떤 부부는 한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도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활화산처럼 성욕이 강한 사람이 있을 테고, 천성적으로 성적 에너지가 작은 사람도 있는 등 사람마다 또 부부마다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들이대기는 어렵다. 예전에 여러 부부들이 나와서 서로의 애로사항을 하소연하는 어떤 TV 프로그램을 봤는데, 어떤 커플의 부인이 자신의 남편이 매일 성관계를 요구해서 너무 힘들고 그것 때문에 이혼까지 고려할 정도로 괴롭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던 다른 커플의 부인들은 괴롭다고 하소연하는 그 부인이 너무 부럽다며 그들의 남편도 좀 저렇게 적극적이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개별 부부마다 각자 느끼는 바와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였다. 그런데 대체적으로 여러 논문이나 관련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한 달에 한 번도 성관계를 하지 않는 부부, 즉 1년으로 따졌을 때 10회 미만의 성관계만 가지는 부부를 리스 부부로 본다고 한다. 위 기준을 따랐을 때 전세계적으로 약 20%의 부부가 리스 부부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36% 정도가 리스 부부에 해당한다고 한다. 왜 우리나라의 리스 부부 비율이 높은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런 논문이나 전문가들이 만들어 놓은 기준은 사실 이혼 소송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앞서 밝혔듯이 부부들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고 각 개인마다 성향도 다르며 나름대로 다 속사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필자는 2010년대 초반 그리고 2020년대 초반 10년 차를 두고 가사 재판을 했는데 통계를 정확히 내 본건 아니지만 2010년대 초반에는 남편 쪽에서 부부관계를 원하는데 부인들이 성관계를 거부하는 그런 케이스들이 많았던 반면 2020년대에는 오히려 부인 쪽에서 부부관계를 원하는데 남편 쪽에서 성관계를 거부하여 문제가 된 케이스들이 많았다. 왜 이렇게 남녀 성향 차이가 바뀌게 되었는지에 대하여 필자로서는 알 수도 없고 연구해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실제 내 주변의 많은 남성들이 예전보다 성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고, 부부 관계에 소극적이며, 실제로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형식적인 ‘의무방어전’만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리스가 문제 되는 경우부부가 모두 엄청난 성적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 서로 원하는 만큼 부부관계를 하고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리고 리스 부부라고 해도 부부 쌍방이 지내는데 전혀 불편한 게 없으면 이혼 문제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부부 관계가 거의 없어도 잘 통하는 대화나 여러 취미 생활을 통해 강한 결속력과 유대감 내지 정서적 친밀감을 형성하고 있는 부부들도 많다. 문제는 부부 일방이 너무나 성관계를 하고 싶어 하는데 다른 한쪽은 성관계를 계속 거부하거나 피하는 경우이다. 우리 민법 826조는 부부간의 동거 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그 동거 의무 안에는 성적으로 서로 교섭할 의무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된다. 따라서 부부 일방의 성관계를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속해서 거부한다면 그것은 민법 제840조 제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할 수 있다. 물론 성관계 요구를 단 한 차례 거부했다고 해서 바로 이혼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1년 동안 정당한 이유 없이 성관계를 지속해서 거부하였다면 이혼 사유가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6개월 동안 정당한 이유 없는 성관계 거부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을까? 만약 된다면 5개월 거부는 어떨까? 그리고 그 기간에 대한 어떤 일률적인 기준이 있다고 하더라도 성적에너지가 떨어지는 노부부의 경우에는 그 기준을 달리해야 하는 것일까? 앞서 언급했듯이 각 부부마다 성향도 다르고 처한 상황이 모두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거니와 적절하지도 않다. 그리고 성관계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출산 직후 몸이 온전치 않아 일정 기간 있었던 성관계 거부를 정당한 이유 없는 성관계 거부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아가 부부 일방이 신체적 사고를 당하여 성관계가 물리적으로 불편한 경우에도 성관계 거부를 문제 삼을 수 없다. 신체적 불편함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부부 일방의 원가족이나 친한 친구가 사망하여 애도 중인데 성관계를 요구한다면 이를 거부해도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 실무상 정당한 이유 있는 성관계 거부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실제 사건 중 처음에는 안그랬지만 부부 관계가 오래되면서 남편과 성관계 할 때마다 통증이 점점 심해져 남편의 성관계 요구를 조금씩 거부하면서 참고 하다가 나중에는 성관계 자체가 너무 고통스러운 일로 다가와 리스 부부가 되었다는 사건도 있었는데 여기서 부인의 성관계 거부가 정당한 이유 있는 거부인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매우 곤란했었다. 리스를 유책 사유로 입증하는 방법부부간의 성생활이라는게 매우 은밀한 영역이므로 정당한 이유 없는 성관계 거부를 이혼 사유로 주장하지만 입증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부부 일방이 계속 성관계 요구를 했는데 상대방이 오랫동안 거부해왔다고 주장을 하면, 상대방이 ‘난 요구 받은 적도 없고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다. 원고의 주장은 모두 망상이다’라고 답변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재판부는 누구 말을 믿어야 될지 알 수 없게 되어 입증책임에 따라 원고의 주장을 이유 없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 없는 성관계 거부를 이혼 사유로 삼고자 한다면 증거를 미리 확보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대화 당사자로 포함된 대화의 녹취는 불법은 아니므로 부부 일방이 성관계를 요구하고 상대방이 별다른 이유 없이 장기간 성관계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대화를 녹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녹음이 불편하다면 위와 같은 내용을 카톡이나 메시지로 보내고 상대방의 답변 내지 무대응을 수집해 놓는 것도 방법이다. 소심한 분들은 상대방에게 성관계 요구를 직접 하지 못하고 자신의 일기장이나 달력 등에만 표시해 놓고 이를 증거로 제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유형의 증거는 상대방이 증거력에 대해 다투는 경우 증거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정당한 이유가 없는 성관계 거부를 이혼 사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이른바 ‘빼박 증거’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다. 마치며부부간의 성생활은 지극히 프라이빗한 부분이다. 그래서 성욕의 정도라든지 관계 시 개인적인 성적 취향이라든지 다양하게 조율되어야 할 점들이 많은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서로 안 맞게 되면 성관계는 굉장히 힘든 숙제처럼 느껴질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알고 보면 ‘성생활에 대한 불만족’인데 겉으로는 ‘성격 차이’를 이혼 사유로 주장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사실 혼인 전에 남남이었던 부부의 성격도 100%로 맞을 수 없는 것처럼 이 세상에 처음부터 완벽한 속궁합은 존재하기가 어렵다. ‘우리 부부는 성격이 잘 맞아요. 우리 부부는 속궁합이 끝내줘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는데 사실 그런 경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맞춰주고 있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니 다른 부부가 너무 완벽하게 잘 맞는 거 같다고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부부가 같이 살아가며 성격도 맞춰 가고 성숙해지고 성장하는 것처럼 속궁합도 서로 맞춰 나갈 필요가 있다. 원래부터 잘 맞는 사람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서로 다른 취향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맞춰 나가는 노력을 최대한 해보아야 한다. 다만 그 노력의 정도나 범위가 자기가 수용할 수 있는 한도 내라면 계속 노력을 해야 하지만 본인이 희생하면서 맞추어 나가는 노력의 정도가 자신의 수인 한도 밖이라면 이혼도 고민해 볼 만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결핍을 느낄 때 바람을 피운다고 하므로 부부간의 성관계에 있어 어느 일방에 너무 큰 결핍이 있다면 결국 그 일방이 불륜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으므로 험한 상황을 맞이하기 전에 미리 정리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2-28 10:40:32[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최근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오늘은 이혼 사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정행위, 즉 ‘불륜’을 발견하는 과정 및 그 대처법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불륜을 알게 되는 경우먼저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했을 때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견디기 힘든 큰 충격을 받을 것이고, 그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도 느끼게 될 것이다. 성향에 따라 분노 내지 좌절감을 느낄테고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나’ 고민도 하게 될 것이다. 가까운 친구나 부모에게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털어 놓을 수도 있고, 혼자서 끙끙 앓으며 고민할 수도 있다. 분노가 좀 가라앉을 즈음에 ‘도대체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생각하며 배우자와의 혼인 생활을 반추할 수도 있다. 불륜이 예상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불륜의 발견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불륜을 맞이했을 때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 있다. 바로 배우자와 불륜을 저지른 상대방, 즉 상간남 또는 상간녀를 찾아가서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거나 모욕을 주는 것이다. 갑작스런 불륜의 발견으로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상간자를 찾아가 그 사람을 때리게 되면 자신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불륜 행위의 피해자가 이런 감정적인 행동으로 전과자가 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았다. 감정이 지나치게 격앙되어 살인을 저지르거나 상남자에게 중상해를 가하는 경우도 자주 보았다.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고 먼저 그동안의 부부관계를 찬찬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배우자의 불륜이 일시적인 것인지, 배우자가 나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단순히 쾌락을 위해 불륜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정말 상간자와 사랑에 빠진 것인지, 배우자의 불륜을 알고도 계속 배우자를 사랑하거나 사랑이 없더라도 그와 계속 같이 살 수 있을 것인지 등 여러 조건 및 상황들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 볼 시간을 먼저 가져야 하고, 그 시간 동안은 불륜을 알게 되었다는 것을 배우자에게 티를 내선 안된다. 왜냐하면 앞서 다른 칼럼에서 밝혔듯이 요즘에는 불륜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기가 매우 어려워졌고, 내가 불륜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배우자가 알게 되면 증거 수집이 거의 불가능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있다면 더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한다. 어느 심리학 교수가 얘기하길 부모의 이혼 과정은 일부 아이들에게 전쟁을 직접 겪은 군인이 받는 트라우마와 같은 정도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준다고 한다. 따라서 자녀가 있다면 이혼으로 인하여 자신이 얻을 이익과 자녀가 겪어야만 하는 불이익을 비교 형량해야 한다. 오래전에는 이혼을 하게 되면 ‘가문에 먹칠을 한다’는 등 이혼 자체가 나쁜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으나 요즘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결혼도 선택이고 이혼도 선택의 문제지, 이혼 자체가 윤리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절대 아니다. 이혼을 결심한 경우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후 이혼을 결심하였다면 본격적으로 이혼 소송을 위한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많은 의뢰인들이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배우자의 차량이나 사무실 등에 도청장치를 설치한다거나 배우자 핸드폰 비번을 몰래 풀어 스파이앱을 설치한다거나, 배우자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놓는다거나 흥신소를 고용하여 배우자를 미행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이러한 행위들은 위법한 것이고,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고생해서 수집한 증거가 재판 과정에서 증거로 쓰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륜을 알게 되었더라도 배우자로 하여금 이를 눈치채지 못하게 하고 방심하게 하여 불륜 자국을 남기게 해야 한다. 대체로 불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매우 조심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대담해지는 경향이 있다.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며 계속 예의주시하다면 보면 결정적인 증거를 발견할 때가 많을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 배우자 차량을 살펴보다가 불륜 상대방의 머리카락이나 음모, 귀고리 등 장신구, 모텔 영수증 같은 것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간혹 영악한 배우자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불륜을 용서해 주는 경우도 본다.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다’며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잘못을 뼈저리게 후회하는 것 같아 배우자의 불륜을 용서하고 이혼 소송을 취하해줬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불륜을 저지르는 것을 보고 다시 사건을 의뢰하는 분들도 있다. 예로부터 ‘한번도 바람을 안핀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바람피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여러 사건들을 겪어본 결과 꼭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주의할 점은 불륜을 용서해 준 후에는 그 불륜을 원인으로 해서 이혼 소송 제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하여 그 사람에게 정이 떨어졌고 이미 헤어지기로 마음먹었다면 용서해 주기보다는 위자료라도 많이 받아서 정신적 고통을 치유하는 편이 훨씬 낫다. 최근에는 불륜 배우자나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가 증액되는 추세이다. 이혼하지 않기로 결심한 경우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하고 그 또는 그녀에게서 마음이 떠났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하고도 여전히 그 불륜 배우자를 사랑한다거나 자녀들을 위해서 참고 살기로 결심하면 훨씬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부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 배우자의 불륜을 발견한 후 “원래도 마음에 안들었는데 이참에 유책 사유 잡아냈으니 ‘운명이다’ 생각하고 이혼하자“고 결심하는 경우가 가장 불편하지 않은 경우이다. 불륜을 발견한 사람들은 그 배우자를 사랑했던 만큼 더 고통받을 것이다. 사실 앞서 얘기했듯이 불륜을 저지른 사람은 다시 불륜을 저지를 가능성이 크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은 데다가 각종 유혹이 도사리고 있는데 한번 그 유혹에 넘어간 사람은 다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경우 또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를 사랑하고 그 또는 그녀를 놓치기 싫어서 이혼하지 않기로 결심한 경우라면 매우 힘들겠지만 가급적 불륜 얘기는 서로 꺼내지 않는 것이 좋다. 불륜을 발견했던 사람은 그 얘기를 꺼냄으로써 그 고통스러운 순간이나 분노가 다시 떠오를 테고 불륜을 저질렀던 배우자도 결코 그 얘기를 다시 하는 것이 달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어야 한다. 불륜을 저질렀던 사람 역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므로 ‘본인을 사랑하는 배우자를 두고 그러한 비윤리적인 행동에 이르렀던 마음의 구조’에 대해 탐색하고 치유할 필요가 있다. 불륜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은 사람은 그 고통을 경감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기 위해서라도 전문적인 심리상담을 받을 것을 추천한다. 그리고 사람 일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불륜을 용서하더라도 가급적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로부터 각서 등을 징구할 필요는 있다. 오래전에는 ‘부부간의 계약취소권’이 있어서 혼인기간 중 부부간의 계약은 언제나 일방이 취소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그 규정이 삭제되어 혼인기간 중 부부간의 계약도 원칙적으로는 유효하다. ‘사전 재산분할약정’에 해당하는 경우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겠지만 다른 법 규정과 충돌하지 않고 상당성을 인정할 만한 약정은 효력이 인정될 것이다. 설령 재산분할약정에 해당되어 효력이 부인되더라도 향후 재산분할심판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는 될 수 있다. 그리고 배우자와 불륜을 저지른 상간자로부터도 확실한 약속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나의 배우자와 다시 연락하거나 만날 경우 얼마의 금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 등이다. 이러한 약정은 약정금으로 효력을 가지므로 추후 조건 성취 시 소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며수많은 사건을 처리하며 보게 된 진실이 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음이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륜을 발견하고 사건을 의뢰하는 당사자들에게 배우자를 용서하라고 권하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 담당했던 사건 중에 바람난 부인이 오히려 먼저 남편을 상대로 이혼을 청구한 사건이 있었다. 그녀가 이혼 소송을 제기하며 가출했기에 남편이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은 법정이었고 유일한 시간은 변론시간이었다. 재판 당시 법정에는 그들의 두 아들들도 나와 있었다. 재판 내내 그녀는 남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고 남편은 재판 내내 그녀만 쳐다보았다. 재판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창문 너머로 그 남편과 교복을 입은 두 아들이 모두 꽃다발을 들고 그녀를 졸졸 쫓아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법원을 떠나갔다. 중간에 임지가 바뀌어 그 사건의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였기에 기각 판결이 나왔을 것이다. ‘이혼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그 가족은 다시 화목하게 살 수 없지 않을까?’ 그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고 마음 떠난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2-14 13:04:32[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랜 재판 경험에 더하여 최근 변호사로서의 경험도 점점 쌓여가는바 오늘은 최신 이혼 소송 트렌드에 대하여 얘기해 보고자 한다. 위자료 액수 증액 경향먼저 실무상 체감되는 부분은 부정행위가 혼인 파탄의 원인이 되는 경우 법원이 정하는 위자료 액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근무할 당시 부정행위를 저지른 상대방에 대한 위자료는 3,000만 원, 상간자에 대한 위자료는 1,500만 원이 일반적이었고, 여기서 여러 참작 사정에 따라 위자료가 적절히 가감되곤 하였다. 이러한 추세는 필자가 수원가정법원에 근무할 당시까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추세였다. 하급심, 특히 민사사건에서 간간이 파격적인(?) 위자료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체로 가정법원 판사들은 위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판결을 하였다. 그러다가 법원 내에서 위자료의 불법예방 기능을 강조하며 위자료 액수를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차 많아졌고, 위자료 상향에 대한 여러 연구도 진행된 바 있다. 최근 최태원/노소영 이혼 사건에서 법원이 20억 원의 위자료를 인정해 주면서 하급심에서 인정되는 위자료 액수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혼 사유로서 부정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짐정확한 수치는 통계를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10년 차이를 두고 이혼 재판을 한 경험과 최근 수임된 사건의 내용들을 보면 이혼 사유로서 부정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커진 듯하다.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인 2012-2014년 재판 당시에는 부정행위가 이혼 사유로 등장하는 사건의 비율은 체감상 50%에 미치지 못하였다. 배우자의 폭력, 도박, 유기, 가출, 시부모와의 갈등, 경제적인 문제 등이 이혼 사유로 많이 등장하였고, 부정행위는 여러 이혼 사유 중에 하나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인 2022-2024년 재판 당시에는 부정행위가 대부분의 사건에서 이혼 사유로 등장하였다. 물론 경제적 문제나 배우자와의 성격 차이가 발단이 되어 부정행위에 이르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부부 일방이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그 부정행위가 바로 이혼 사유로 되는 사건도 꽤나 많았다. SNS의 비약적 발달, 정조의무에 대한 가치관 변화 등과 함께 간통죄 폐지도 부정행위 증가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예전에는 부정행위를 발견하고도 이를 용서하고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최근에는 참지 않고 바로 이혼을 결심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른바 ‘맞바람’으로 대응하며 이혼의 길로 가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 같다. 불륜 증거 확보의 어려움필자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 재판을 할 당시에는 이혼 소송에서 당사자의 통화내역, 문자내역, 카톡내역, 카드사용내역 등에 관한 증거신청이 있는 경우 대부분 채택해 주었고, 그에 따라 통신사나 카카오, 카드회사 등으로부터 필요한 내역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렇게 확보된 내역들은 모두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되어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구태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탈법적인 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었다.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에는 수사기관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배우자 및 그 상간자가 투숙하고 있는 모텔에 현행범 체포 명목으로 기습적으로 들어가 둘의 알몸이나 비치된 콘돔 등을 촬영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고소인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었고 이렇게 확보된 증거들은 이혼 소송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현재는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프라이버시 보호 등의 이유로 부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이혼 소송 또는 상간자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이혼 소송 실무에서 당사자의 통화내역, 문자내역, 카톡내역, 카드사용내역 등에 관한 증거신청은 거의 채택되지 않고, 설령 채택되더라도 통신사 등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등을 이유로 영장이 없는 한 위와 같은 내역을 순순히 제공해 주지 않는다. 물론 작년 대법원 결정으로 통신 내역을 회보받는 경우가 종종 있긴 하나 과거에 비해서 부정행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형사 처벌을 감수하면서도 도청장치를 심어놓는다거나 위치추적기를 단다거나 흥신소를 고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혼 전문 변호사의 과잉오랫동안 가사 재판을 하다가 변호사로 나와 보니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너무 많다. 지하철이나 SNS에서도 이혼 전문을 표방하는 변호사들이 넘쳐난다. 필자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근무할 당시에는 이혼 재판에 입정하는 변호사님들은 다 거기서 거기였고, 그래서 그분들의 변론 스타일이나 사건 진행 방식을 다 알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가정법원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정말 다양한 이혼 전문 변호사를 보게 되었다. 그 이유를 살펴보자면 우선 로스쿨 제도 도입으로 변호사 공급이 늘어나게 되면서 변호사 업무 영역 중 하나인 이혼 소송 분야에 뛰어든 변호사 숫자 자체가 늘게 된 것이 하나의 원인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이혼 소송의 소송물이 다른 복잡한 소송이나 자문 영역과 비교해 볼 때 비교적 단순하여 다른 특수 전문 분야보다 이른바 ‘초짜 변호사’들이 진입 하기 쉽다는 점도 원인으로 보인다. 또 다른 원인은 이혼 소송의 경우 대부분 재산분할청구가 병합되는데 최근 몇 년 동안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하여 소송물 가액이 커지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변호사들이 받는 수임료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나아가 재산분할청구 심판의 경우 전부승소/전부패소가 드물기에 소송 결과에 대한 부담감도 적다. 마지막으로 이혼 이슈 자체가 과거보다 사회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이혼하면 가문에 먹칠을 한다’면서 이혼 사실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이혼은 선택의 문제가 되었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프로그램들(돌싱글스, 돌생포맨 등)도 많이 늘었다. 최근 이혼 전문 변호사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굿파트너’의 히트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경향은 법관들의 인사 희망 패턴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2000년대에는 가사전문법관의 인기가 높지 않아 가사전문법관에게 지방근무 면제라는 엄청난 혜택을 주었으나, 최근 가사전문법관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기존에 주던 혜택들은 이미 모두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해마다 가사전문법관 선발 경쟁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11-26 11:21:56유류분의 탄생 이전 칼럼에서는 유언의 5가지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불필요한 상속분쟁을 막기 위해 직접 유언장을 작성해 보자고 권유했었다. 사실 1977년 민법 개정 전에는 유언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되었다. 예를 들면 자신의 모든 재산을 특정한 상속인 1인에게 전부 유증하여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농경사회에서는 피상속인이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장남에게 유증하고 장남은 돌아가신 피상속인의 유지를 받들어 제사를 주재하고 어린 동생들을 보살피기도 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의 연장, 여권의 신장 등 여러 사회 인식의 변화로 1977년 민법 개정을 통해 유류분 제도가 우리나라에 탄생했고 그 유류분 제도는 최근 헌법재판소의 위헌 및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그대로 유지되었다. 미국은 배우자의 유루분만, 영국은 배우자와 자녀의 유류분만, 독일은 배우자, 자녀 및 부모의 유류분만 인정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민법은 형제자매에게 까지 유루분을 인정하고 있었다.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의 활성화 유류분은 쉽게 말하자면 상속인의 법정상속분 중 최소한 일정 지분에 해당하는 몫은 법으로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우리 민법은 유류분 상실 사유를 따로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상속결격자가 아니라면 법정상속분 중 몇분의 몇에 해당하는 몫은 언제나 확보된 것이었다(배우자와 직계비속은 법정상속분의 1/2,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1/3). 상속결격자는 고의로 피상속인이나 선순위 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살해하려고 한 자나 사기 또는 강박으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등 법에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즉 상속인이 위 상속결격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한 피상속인에게 패륜행위를 하여도 유류분을 보장받았던 것이다. 유류분 제도가 생긴 이래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건수는 계속 늘어 2012년에 590건에 이르렀고 2023년에는 2,035건으로 크게 늘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 요즈음 결혼 적령기에 있는 남녀 중에 비혼이 꽤 많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망할 경우 1순위 법정상속인은 부모가 된다. 만약 부모가 먼저 돌아가신 경우라면 형제자매가 1순위 법정상속인이 된다. 그런데 만약 이런 사람들이 유언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공익재단 등에 유증하였을 경우 형제자매들이 자신들의 유류분을 주장하며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합당한지가 문제되었는데 헌법재판소는 형제자매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현행 민법 규정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다른 나라의 입법례와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 정서 및 가족관계 상의 변화에 비추어 위 결정은 타당하다. 이로써 현재 진행되고 있는 형제자매가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은 모두 기각될 것이고, 비혼 무자녀에 부모까지 돌아가신 사람들의 사실혼 배우자나 형제자매가 아닌 제3자에 대한 유증 내지 증여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유류분에 기여분을 준용하지 않는 부분과 유류분 상실 사유를 따로 규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결정을 하였고, 이에 따라 국회는 2025. 12. 31.까지 관련 규정을 마련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상속인이 될 여러 자녀 중 한 명이 피상속인에게 어느 정도의 패륜행위를 하였을 때 유류분이 상실된다고 봐야 할까? 상속결격 사유에 이르지 않는 피상속인에 대한 폭행 또는 상해도 있을 수 있고, 부양이 필요한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실 현재 유류분 상실 사유로 거론되는 많은 주장들은 상속재산분할심판 과정에서 자주 등장했던 주장들이다. 그러나 상속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을 법정상속분대로 분할해주는 제도이므로 그와 같은 주장들이 효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상속재산분할심판 과정에서 거의 항상 동반되는 기여분 청구 및 그에 관한 법리는 앞으로 기여분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는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에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별개의견 이번 헌재 결정에서는 가업승계를 목적으로 하는 증여를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편입해서는 안된다는 별개의견과 배우자의 유류분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별개의견이 있었다. 위 의견의 당부를 떠나 만약 상속인 중 1인이 가업승계를 위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의 유지 또는 증가에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라면 앞으로는 기여분을 주장하는 방법으로 위 별개의견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 현재 피상속인의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사망 바로 직전에 피상속인과 이혼하면 혼인 기간에 따라 최대 50%의 재산을 세금 없이 분할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혼하지 않고 있다가 피상속인이 갑자기 사망하면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자녀들과 피상속인의 재산을 나누어 상속받게 되는데, 자녀가 2명이라면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은 3/7밖에 되지 않고, 자녀가 더 많은 경우 배우자의 상속비율은 그보다 더 작아지게 된다. 그리고 배우자는 그 상속받는 재산에 대해 다시 50%에 가까운 상속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위와 같은 별개의견이 있었던 것이고, 일각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법제가 이혼을 부추기고 있다고도 한다. 절차의 일원화 상속재산분할심판은 가정법원에서 비송절차로 심리되고, 유류분반환청구는 민사법원에서 소송절차로 진행된다. 보통 상속재산분할심판절차와 유류분반환청구소송절차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상속재산분할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원칙이다. 왜냐하면 상속재산분할 심리 과정에서 상속재산과 상속인들이 모두 특정되고, 특별수익과 기여분이 전부 조사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유류분반환청구소송에서도 기여분 규정이 준용되는 만큼 상속재산분할심판과 유류분반환청구소송 심리는 상당 부분 중복될 것이므로 일회적인 분쟁 해결을 위해 양 절차를 모두 가정법원 관할로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2024-07-09 14:41:06유언의 필요성 얼마 전 친한 지인이 갑자기 사망했다. 그 지인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도 놀라웠는데 더 놀라웠던 건 몇 개월 뒤에 들려온 소식이다. 사이 좋던 그 지인의 상속인들이 그 지인이 남겨 놓은 상속재산을 가지고 분쟁 중이란 것이다. 수원가정법원에서 수년간 상속재산분할심판 사건을 처리하면서 느낀 점은 피상속인이 재산을 많이 남긴 채 사망한 경우에는 거의 상속인들끼리 꼭 분쟁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상속받을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상속인들끼리 잘 지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나에게 재산이 좀 있는데 나의 사망 후 자녀들을 포함한 나의 상속인들로 하여금 상속 전쟁을 치르지 않게 하려면 미리미리 유언을 통해 상속재산 정리를 제대로 해 놓는 것이 필요하다. 유언의 요건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데 사실 유언은 만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남자들은 군대 가서 유언장을 작성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유언을 하여서는 안된다. 우리 민법은 유언의 방식을 엄격하게 정해 놓고 있고, 그 방식에 따르지 않는 유언은 원칙적으로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언은 유언한 사람이 사망하여야 효력이 발생한다. 그리고 유언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언제든지 유언을 철회하거나 변경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언할 때 유언자에게 의사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유언의 대상유언의 대상은 주로 사후에 자신의 재산을 누구에게 귀속시킨다는 취지의 유증이다. 그러나 유언으로 친생부인, 인지 등도 할 수 있고, 재단법인 설립을 위한 재산 출연이나 신탁의 설정도 가능하다. 또한 후견인의 지정이나 5년 이내 상속재산분할의 금지도 유언을 통해 가능하다. 장기 기증 의사나 장례식의 형식이나 제사 문제, 시신의 매장 장소 등을 유언의 대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사항들은 유언의 대상이 아니다. 유언의 5가지 방식우리 민법상 유언에는 5가지 방식이 있다. 자필증서유언, 녹음유언, 공정증서유언, 비밀증서유언 및 구수증서유언이다. 먼저 자필증서유언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형태의 유언이다. 유언자가 유언 전문을 직접 자필로 작성한 후 작성 연월일, 주소, 성명 역시 자필로 기재한 다음 날인을 하여야 한다. 날인은 무인으로 대신할 수도 있다. 앞서 밝혔듯이 유언은 언제든지 철회, 변경될 수 있는바 두 가지 유언이 존재하는 경우 후에 이루어진 유언의 효력이 우선하기 때문에 그 작성 연월일의 기재는 매우 중요하다. 또한 유언은 의사능력이 있는 상태에서만 가능한데 유언자의 의사능력이 오락가락하는 경우 작성 연월일이 정확하게 기재되어 있어야 그 시점에서의 유언장의 효력을 따질 수 있다. 유언장에 기재할 주소는 작성지가 아닌 거주지여야 한다. 자필증서유언의 장점은 다른 유언과 달리 증인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녹음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 유언자의 성명, 유언 연월일을 구술하고 증인이 그 유언의 정확함과 자신의 성명을 구술하는 과정을 녹음하거나 동영상 촬영하는 방식의 유언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아무나 증인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미성년자나 유언으로 이익을 받을 사람 및 그의 배우자와 직계혈족 등 법에서 정한 일부 사람들은 증인이 될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공정증서유언은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유언을 구술하면 공증인이 이를 받아 적고 낭독한 후 유언자와 증인 2명이 그 낭독의 정확함을 승인한 후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고, 공증인이 다시 확인하고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는 방식의 유언이다. 공정증서유언은 다른 유언과 달리 유언자가 공증인 앞에서 유언을 해야 하므로 번거롭고 비용도 들게 된다. 그러나 가정법원의 검인 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그 내용이 진실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장점이 있다. 비밀증서유언은 유언자가 사망할 때까지 유언의 내용을 비밀로 하길 원하는 경우에 하는 유언이다. 먼저 유언자가 유언의 내용과 성명을 기재한 후 엄봉날인한다. 그리고 2인의 증인 앞에서 엄봉날인한 유언서가 자신의 유언서임을 표시한 후 봉투 표면에 제출 연월일을 기재한다. 그다음 유언자와 증인 2명이 그 봉투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해야 한다. 비밀증서로 작성된 유언장은 5일 이내에 공증인 또는 법원서기에게 제출하여 봉투에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구수증서유언이다. 구수증서 유언은 유언자가 질병 등으로 그의 사망이 가까워졌을 때 하는 유언이다. 유언자는 증인 2명 앞에서 유언 내용을 구술한다. 증인 중 1명이 그 구술 내용을 필기하고 낭독한다. 그리면 다른 증인 1명이 그 증인 낭독의 정확함을 확인한 후 증인들이 서명 또는 기명 날인한다. 이 방식의 유언은 다른 유언이 불가능할 때만 유효하다. 또한 구수증서유언은 유언장 작성 후 7일 이내에 가정법원의 검인을 받아야 한다. 유언 연습공정증서유언이 비용도 들고 번거롭기도 하지만 유언장의 내용과 효력에 대한 다툼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장점이 있어 시간과 여력이 된다면 공정증서유언을 추천한다. 어차피 나머지 4가지 방식의 유언도 가정법원의 검인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번거롭기는 마찬가지이다. 앞서 밝혔듯이 내가 유언만 제대로 해 놓는다면 내가 아끼는 상속인들끼리의 분쟁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위헌 내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조정된 상속인들의 유류분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유류분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유언은 또 다른 분쟁을 야기한다. 자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이제 펜을 들고 유언장을 작성해 보자. 의사능력을 갖춘 만 17세 이상의 사람이라면 앞서 설명한 유언 대상에 대해서 자기 나름대로 유언장을 작성할 수 있다. 언제든지 철회, 변경 가능하므로 크게 부담가질 필요도 없다. 절친한 친구 한두 명 불러놓고 자필증서유언이나 녹음증서유언을 연습삼아 해 보면 많은 생각이 들 것이다. 나도 얼마 전에 한번 작성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유증할 재산이 없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경건한 마음으로 유언장을 써보고 나니 앞으로 남은 인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살짝 힌트가 생겼다. 여러분도 꼭 이 경험을 해 보길 바란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6-25 07:47:34[파이낸셜뉴스] 대부분의 이혼 소송에는 위자료 청구 소송, 재산분할청구,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청구, 면접교섭 청구 등이 병합된다. 사실 실무를 하다 보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액수보다 누구를 양육자로 정해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많다. 양육권 분쟁에 있어 대부분은 서로 자녀의 양육권을 가지려고 하는 경우지만, 어떤 부부는 서로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고 하기도 한다. 양육권에 대해 치열한 다툼이 있었던 경우 법원의 심판으로 양육자가 지정되더라도 상대방이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녀 인도 청구의 현실 양육자로 지정된 사람은 그 양육의 권리·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자녀를 자기의 보호 아래에 둘 필요가 있다. 따라서 양육자로 지정되지 아니한 자가 자녀를 데리고 있는 때에는 양육자는 비양육자를 상대로 양육권의 방해배제로서 자녀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인 자녀라고 하더라도 민법상의 책임능력이 있는 정도의 연령에 달한 때에는 독립한 인격의 주체로서 그 신체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므로 인도청구나 강제집행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만 13세 이상 되는 자녀가 비양육자 보호 아래에 있다고 하더라도 비양육자를 상대로 한 자녀 인도 청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비양육자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양육자에게 자녀를 인도하려 하여도 자녀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면접교섭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법원이 면접교섭의 시기, 장소 및 방법을 정해주었고, 양 당사자 모두 이를 이행하려는 의사가 있었지만 자녀가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다. 결국 책임능력 있는 나이의 자녀에 대한 법원의 면접교섭에 관한 처분은 일응의 기준 정도로 남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유아의 경우 다만 유아 인도 청구는 가능하고 실무상으로도 빈번하다. 유아의 인도는 양육에 관한 처분 중 하나로서 부모 일방인 양육자가 다른 일방인 비양육자를 상대로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다. 부모 이외의 제3자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을 경우에는 그 자를 공동상대방으로 하여 자녀의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가사소송규칙 제99조 제3항). 이 때 제3자는 부모의 한쪽인 상대방이 제3자에게 양육을 의뢰한 경우에만 해당되고, 전혀 관계없는 제3자가 유아를 탈취한 경우에는 양육에 관한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민사소송에 의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비양육자가 면접교섭 이후 면접교섭 시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양육자에게 유아를 인도하지 않는 경우 또는 비양육자가 유아를 자신의 부모(유아의 입장에선 조부모)에게 맡긴 채 유아를 인도하지 않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유아 인도 청구가 가능하나, 납치범이 유아를 탈취한 경우에는 가정법원이 아닌 민사법원에 유아 인도 청구를 해야 한다. 또한 유아 인도 청구는 친권의 남용에 해당하지 않아야 하므로(대법원 1979. 7. 10. 선고 79므5 판결) 학대받은 아동을 부모로부터 격리 보호하는 경우와 같이 제3자가 정당한 권한에 의하여 자녀를 보호하고 있을 때에는 유아 인도 청구가 불가능하다. 아무리 친권자이자 양육자라 하더라도 유아를 학대하여 그 유아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아동복지시설 등에 입소해 있는 때에는 그 시설을 상대로 유아 인도 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아 인도를 명하는 경우 심판이 확정되지 않아도 집행력을 가질 수 있도록 가집행선고를 붙인다. 유아 인도의 집행은 유체동산인도청구권의 집행절차에 준하여 집행관이 이를 강제집행할 수 있는데, 의사능력이 있는 유아가 스스로 인도를 거부하는 때에는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하다. 유아 인도 청구를 인용하는 심판 등이 이루어진 다음 정당한 이유 없이 의무자가 유아 인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신청에 의하여 의무자에게 그 의무의 이행을 명하고(이행명령), 이를 위반할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30일 이내의 감치를 명할 수 있다. 이혼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자녀에 대한 양육권을 주장하며 협의 없이 유아를 데리고 가출하는 당사자를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경우 법원은 최대한 빨리 양육 환경을 조사하여 부모 중 일방을 임시양육자로 지정하게 되는데 만약 임시양육자로 지정되지 못한 자가 임시양육자로부터 유아를 탈취하는 경우 임시양육자는 비양육자를 상대로 유아 인도 청구를 할 수 있다. 조부모의 면접교섭권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 일방의 직계존속은 그 부모 일방이 사망하였거나 질병, 외국거주, 그 밖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자를 면접교섭할 수 없는 경우 가정법원에 손자녀와의 면접교섭을 청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혼 후 비양육자인 부부 일방이 자녀에 대해 면접교섭권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일방이 사망하였거나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등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 일방의 부모가 손자, 손녀를 면섭교섭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조부모와 양육자의 갈등이 매우 심각한 경우에도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이 그대로 인정될까? 일반적으로 양육자와 비양육자 사이에 갈등이 심각하다고 하더라도 그 사유만으로 비양육자의 면접교섭권이 제한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은 부모의 면접교섭권과 비교하면 권리로서 성격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조부모와 양육자 사이에 현저하고 명백한 갈등이 있고 자녀가 조부모와의 면접교섭 과정에서 그 갈등에 노출될 수도 있는 경우 자녀의 복리를 고려해 조부모의 면접교섭권이 일부 제한될 수도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6-17 08:37:01[파이낸셜뉴스] 지난 칼럼에서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으로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잘 구별해야 한다는 점, 분할대상인 상속재산은 청구인 스스로 특정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그 후 실무상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인지 상속인의 고유재산인지 자주 헷갈리는 보험금지급청구권, 유족급여, 손해배상청구권, 양육비채권 및 부양료채권 등이 어떠한 경우에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혼 소송 중 부부 일방이 사망한 경우 이혼 청구에 병합된 위자료청구권과 재산분할청구권이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가분채권도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되는지 그리고 상속재산분할 대상인지 여부에 대하여 실무상 논의가 있었던 기타 재산에 관하여 알아보자. 재산분할청구권 및 위자료청구권의 상속성부부가 같이 살다가 일방이 사망하게 되면 생존 배우자는 사망한 배우자의 재산에 대해 상속재산분할청구를 할 수 있을 뿐 재산분할청구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부부 일방이 다른 일방을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청구 소송 계속 중 부부 일방이 사망한 경우 이혼의 성립을 전제로 한 이혼소송에 부대한 재산분할청구는 이를 유지할 이익이 없어 이혼 소송의 종료와 동시에 종료되고 상속의 문제만 남게 된다. 쉽게 예를 들어보도록 하자. 남자 A와 여자 B가 있었다. 여자 B가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려 집을 나갔다. 그런데 A와 B가 혼인 중에 형성한 재산은 모두 B 명의로 되어 있었다. A는 B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청구를 하였다. A와 B의 혼인기간이 짧지 않았고, B명의로 되어 있던 재산은 모두 부부공동재산이어서 향후 판결로 갔을 때 50:50으로 재산분할이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소송 중에 갑자기 A가 사망하였다. 이런 경우 앞의 법리에 따라 이혼 소송과 재산분할청구는 모두 종료된다. A와 B 사이에 형성된 부부공동재산은 모두 B 명의로 되어 있으므로 A의 상속인들은 아무런 재산도 분할 받지 못한다. 특히 A와 B가 재혼이고, A의 상속인들이 B와 혈연관계가 없었을 때 A의 상속인들은 더욱 당황스러운 결과를 맞게 된다. 만약 A가 이혼 소송 종료 후 사망하였다면 A의 상속인들은 A가 재산분할로 받을, 즉 B 명의로 된 재산 중 1/2정도에 대해서 상속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A가 이혼 소송 종료 전에 사망하는 바람에 A의 상속인들은 B 명의의 재산에 대해 아무런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앞의 사례에서 사망한 부부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가지고 있었던 위자료청구권은 어떻게 될까? 원칙적으로 위자료청구권은 양도 또는 승계되지 않지만 이미 위자료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후에 그 청구권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의 예에서 A의 상속인들은 A의 B에 대한 위자료청구권을 상속받게 되고 A가 B를 상대로 한 위자료청구 소송을 수계할 수 있다. 사실혼 배우자의 경우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사실혼 배우자는 피상속인과 아무리 오래 살았다 하더라도 상속인이 될 수 없다. 다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국민연금법, 공무원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등은 사실혼 배우자가 사실혼 관계를 입증하면 법률상 배우자와 동일하게 연금을 받을 수 있게끔 규정하고 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에도 사실혼 배우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조항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9조는 “임차인이 상속인 없이 사망한 경우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가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 임차인이 사망한 때에 사망 당시 상속인이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주택에서 가정공동생활을 하던 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자와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사실혼 관계에 있던 일방이 사망하였고, 별다른 상속인이 없는 경우라면 피상속인과 함께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던 사실혼 배우자가 피상속인의 임차권을 승계한다. 또한 상속인이 있었더라도 그 상속인이 피상속인과 가정공동생활을 하고 있지 않았던 경우라면 피상속인의 임차권은 사실혼 배우자와 2촌 이내의 친족이 공동으로 승계하게 되고,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가분채권 대해서는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할 수 없는 것이 원칙가분채권(대표적으로 예금채권 등 금전채권)은 상속개시와 동시에 당연히 법정상속분에 따라 공동상속인들에게 분할되어 귀속되므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일부 상속인에게 특별수익이나 기여분이 있는 경우에는 상속재산분할을 통하여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형평을 기할 필요가 있으므로 가분채권도 예외적으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이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 1억 원밖에 없을 때는 원칙적으로 그 예금채권은 상속인들에게 법정상속분대로 귀속되므로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의 이익이 없지만 일부 공동상속인의 특별수익이나 기여분이 문제된다면 분할대상재산이 예금채권밖에 없더라도 상속재산분할심판 청구가 가능하다. 기타 상속재산인지 혼동이 잦은 경우유언으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경우, 출연재산은 유언의 효력이 발생한 때, 즉 출연자가 사망한 때로부터 법인에 귀속되므로 그 출연재산은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다만 피상속인이 생전에 부동산을 제3자에게 증여하였다고 하더라도 그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가 없었다면 그 부동산은 여전히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고, 상속인은 피상속인의 제3자에 대한 증여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 즉 채무를 상속하게 된다. 상속 개시 당시 상속재산을 구성하던 재산이 그 후 처분되거나 멸실, 훼손되었다면 그 재산은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나, 상속인이 그 대가로 처분대금, 보험금, 보상금 등 대상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대상재산이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상속재산인 부동산의 차임, 예금의 이자, 주식의 배당금 등 상속재산의 과실 중 상속개시 시까지 발생한 부분은 당연히 상속재산이 되지만 상속개시 이후의 과실은 원물인 상속재산과 독립한 것으로 분할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즉 피상속인에게 수익형 부동산이 있었다면 피상속인 사망 당시까지 발생한 부동산의 차임은 당연히 피상속인의 재산이므로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되지만 피상속인 사망 이후에 발생한 차임은 피상속인의 재산으로 볼 수 없으므로 상속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는다. 상속재산분할심판 업무를 진행할 당시 피상속인 명의의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차임 중 피상속인 사망 이후의 것을 상속재산분할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특히 많았는데, 주의할 필요가 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5-30 12:49:33[파이낸셜뉴스] 지난 칼럼에서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의 기본 구조를 알아봤다. 그 후 상속재산분할심판의 당사자에 모든 상속인들이 포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어느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 가장 유리할 지에 대해서도 알아봤다. 이번 칼럼에서는 상속재산분할심판의 객체, 즉 분할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에 대해 알아보자. 분할대상인 상속재산은 청구인 스스로 특정해야상속재산분할심판의 대상은 청구인이 현실적으로 분할의 대상으로 삼은 것에 한한다. 간혹 청구인이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면서 청구취지를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관하여 적절한 상속재산분할을 구한다”라고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상속재산분할심판은 소송이 아니라 비송이기 때문에 “적절한 상속재산분할을 구한다” 부분은 괜찮다. 그러나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관하여” 부분은 틀렸다. 법원은 청구인이 특정한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심판한다. 그렇기 때문에 피상속인에게 여러 개의 부동산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 대해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였다면 다음번에는 다른 부동산에 대하여 다시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만약 청구인이 법원에서 알아서 피상속인의 재산을 모두 찾아서 알아서 적절하게 분할하여 달라는 취지의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를 하게 되면 법원은 청구인에게 분할대상인 상속재산을 구체적으로 특정하라고 석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이 상속재산을 제대로 특정하지 않는 경우 그 심판청구는 각하될 수 밖에 없다. 보험금지급청구권과 관련하여분할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은 주로 부동산, 주식, 예금채권 등이다. 상속재산으로 문제가 되는 몇 가지 경우를 살펴보자. 먼저 피상속인이 자신을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로 지정하여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금을 납입하던 중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금지급청구권은 피상속인이 재산이므로 당연히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보험수익자를 공동상속인들 중 한 명으로 지정한 경우, 추상적으로 상속인이라고만 지정한 경우, 상속인이 아닌 제3자를 지정한 경우,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고 사망한 경우에 보험금지급청구권은 피상속인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고 상속인이나 제3에게 귀속되는 것이어서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즉 아버지가 자신을 피보험자 겸 보험수익자로 지정하여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금을 납입하던 중 사망한 경우 그 보험금지급청구권은 아버지의 재산이므로 당연히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만 보험수익자를 공동상속인들 중 한 명인 아들(B)로 지정한 경우에는 아버지의 사망 시 그 보험금지급청구권은 아버지에게 귀속되는 것이 아니고 아들(B)의 고유재산이 되므로 분할 대상이 되는 상속재산이 아니다. 또한 피상속인이 타인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하였는데 사망한 경우에 피상속인이 보험수익자의 지위에서 보험사에 대하여 가지는 보험금지급청구권이 상속재산이 될 수 있는지 문제 되는데, 상법 제733조 제3항은 “보험수익자가 보험 존속 중에 사망한 때에는 보험계약자는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다. 이 경우에 보험계약자가 지정권을 행사하지 아니하고 사망한 때에는 보험수익자의 상속인을 보험수익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사례에서의 보험금지급청구권은 분할 대상인 상속재산이 아니다. 유족급여, 손해배상청구권, 양육비채권 및 부양료채권과 관련하여공무원연금법,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 군인연금법 등 법률에 의하여 지급되는 유족급여는 유족의 생활보장을 위한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서 해당 법률에서 수급권자의 순위나 지급 방법을 재산상속과 별도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유족급여는 피상속인 사망 당시 피상속인의 재산으로 볼 수 없으므로 상속재산에 해당하지 않고 수급권자 고유의 권리가 된다. 회사의 내규,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의한 유족급여, 상조회에서 지급하는 사망위로금 등은 내규 등에 의하여 그 지급대상이나 지급방법의 정함이 있으면 그에 따르면 될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이러한 재산권들은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취득한 손해배상청구권은 당연히 상속재산이 된다.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생전에 그의 재산을 허락 없이 처분한 경우, 피상속인은 상속인에 대해 배상이나 반환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러한 청구권은 상속재산이 된다. 허락을 받고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대가를 피상속인에게 전달하지 않았다면 역시 부당이득을 원인으로 한 반환의무를 부담하고 그러한 청구권도 상속재산이 된다. 예를 들어 아들이 아버지의 생전에 그의 아파트를 아버지의 허락 없이 처분한 경우 아버지는 아들에 대해 법률관계에 따라 아파트를 반환받거나 손해배상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그러한 청구권은 모두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피상속인이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로 즉사한 경우에 피상속인이 가해자에 대하여 가지는 생명침해에 의한 손배배상청구권(재산상 손해, 위자료 모두 포함)도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양육자가 비양육자에 대하여 자녀 양육비의 지급을 구할 권리(민법 제837조), 친족 사의의 부양청구권(민법 제974조) 등은 신분적 지위에서 당연히 발생하는 일신전속적인 권리이므로 원칙적으로 일방의 사망에 의하여 상속되지 않지만 이미 당사자 사이에 협의 또는 조정, 가정법원의 심판 등에 의하여 양육비 또는 부양료 채권이 구체적인 지급청구권으로 성립된 후에는 상속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수년간 상속재산분할심판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은 의외로 많은 당사자들이 피상속인의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법률전문가인 대리인들도 상속재산분할심판청구 업무를 많이 해보지 않은 경우 피상속인의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혼동하기도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법원은 상속재산분할심판의 청구인이 분할해 달라는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분할해준다. 따라서 여러 절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불필요하게 분할대상인 상속재산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을 상세히 파악하여 분할대상에 모두 포함시켜야 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2024-05-14 16:28: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