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박창범 교수는 한국과 미국, 중국 등 국제공동를 통해 세계 최초로 우주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가 아니라, 시간에 따라 크기가 달라질 수 있는 '제5원소'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진은 우리 우주가 우주상수로 가득 차 있다는 기존 평탄한 'ΛCDM 표준 우주 모형'의 이론적 뼈대를 근본적으로 부정했다.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한 결과 기존의 우주상수와 들어맞을 확률은 0.02%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7일 고등과학원에 따르면, ΛCDM 우주 모형은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가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라고 가정한다.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 압력과 밀도의 비율인 상태방정식 값을 측정한다. 지난 20여 년간, 큰 규모의 물질 밀도 요동, 초신성의 밝기, 바리온음향진동의 크기 등 다양한 관측을 이용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과 우주공간의 곡률을 측정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결과가 오차 범위 안에서 우주상수의 상태방정식 값인 -1에 부합되서, 평탄한 ΛCDM 모형은 표준 우주 모형으로 불렸다. 반면, 연구진은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정밀하게 측정해 그 값이 -1과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이 연구는 적색이동 값이 0.8까지 도달하는 거대한 은하 탐사인 슬로운디지털천구측량(SDSS) 자료를 이용했다. 연구진은 SDSS의 은하들이 뭉쳐 있는 형태가 시간에 따라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성질을 발견하고 이를 알콕-파친스키 방법이라는 우주의 팽창 역사 측정법에 적용했다. 이번 연구에서 측정한 우주의 팽창 역사에 따르면, 우리 우주의 팽창 가속도는 ΛCDM 우주 모형에서 예상되는 정도보다 적다. 측정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은 -0.903이고, 불확실성은 0.023이다. 이번 결과가 상태방정식 값이 -1인 우주상수 모형과 부합할 확률은 0.02% 정도에 불과하다. 연구진은 "우리 우주의 가속팽창을 일으키는 암흑에너지는 우주상수가 아니라, 일종의 '제5원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현재 SDSS보다 우주를 더 깊이 볼 수 있는 차세대 은하 탐사인 암흑에너지분광장비(DESI) 탐사 자료에 같은 방법을 적용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한 후속 연구를 수행 중이다. 연구진은 "만약 이 연구의 결과가 DESI 자료에서 재확인된다면, 우리 우주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창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주론 연구에 두 가지 어려운 숙제를 던져준다"고 밝혔다. 우선 이 연구에서 구한 우주의 최근 팽창 역사와 우주배경복사 관측으로부터 얻은 초기 우주의 팽창 역사가 서로 맞지 않는 문제가 있다. 박 교수는 "기존 ΛCDM 우주 모형에서 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양과 특징을 약간 바꾸는 정도로는 상반된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만약 우주의 가속팽창 속도가 기존 ΛCDM 우주 모형보다 더 크다면 최근의 우주와 우주배경복사에서 각각 구한 허블상수 값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허블상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측정한 암흑에너지 상태방정식을 설명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박 교수는 "반대로 이번 연구처럼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이 -1보다 크다면, 허블상수 관측값 불일치는 기존 ΛCDM 우주 모형에서보다 더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현재 ΛCDM 표준 우주 모형 외에도 다양한 암흑에너지와 우주 모형이 존재하는데, 이중에는 이번 연구에서 구한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을 가지면서 동시에 허블상수 관측값 불일치도 해결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도 여럿 존재한다"며, "앞으로 차세대 은하 탐사를 통해 암흑에너지의 상태방정식 값 문제를 보다 확실히 해결하는 후속 연구와, 지난 수십 년 간 ΛCDM 표준 우주 모형이 일궈낸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이번 연구 결과도 잘 설명할 수 있는 새로운 우주 모형을 만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천체물리학저널에 8일자로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박창범 교수와 중국원난대 동 푸유 교수, 한국천문연구원 홍성욱 박사, 고등과학원 김주한 연구교수, 서울대 황호성 교수,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 박현배 박사,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스티븐 애플비 교수가 참여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23-08-07 16:25:41#. 한여름 전력 수급 불안으로 제주도 일부 지역이 갑작스레 정전되자 A씨가 전기차를 집 충전구에 연결한다. 꺼졌던 불이 반짝 들어오고, 에어컨과 환풍기도 다시 작동한다. 폭염으로 갓 태어난 아기가 걱정됐던 A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 홍수로 B씨가 거주하는 지역이 정전되면서 일대가 암흑으로 뒤바뀌었다. 긴급하게 전기차 수백대가 현장에 급파돼 각 가정에 전력을 공급한다. 자칫 재난이 될 수 있는 상황, 인명피해 없이 상황이 정리됐다. 현대차·기아가 내년 제주도에서 양방향 충·방전 플랫폼 기술(Vehicle To Grid·V2G)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국내에서 대규모 V2G 시범사업에 나서는 것은 현대차·기아가 최초다. V2G가 시장에 본격 자리 잡게 되면 전력공급의 패러다임이 뒤바뀔 전망이다. 특히 최근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둔화)을 겪고 있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현대차·기아는 이르면 내년 6월 제주에서 V2G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통상 널리 알려진 전원공급 기능(Vehicle To Load·V2L)과의 차이점은 전기차의 전력을 다른 전기차나 건물 등으로 송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움직이는 발전소가 되는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구체적인 사업모델은 '에너지 관리(매니지먼트) 시스템'이다. 낮 시간 신재생발전 등을 통해 전기차에 모아둔 전기를 밤에 에어컨·난방을 포함한 건물 전력공급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녁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낮에 비싸게 되파는 것도 가능해진다. V2G 기술은 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전력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제주도 시범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선 컨소시엄을 포함해 다양한 곳과 협력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 V2G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력중개사업(VPP)에 진출하고, 현대차는 전기차의 활용도를 늘려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기아는 우선 제주에서 사업을 펼치고 안정화되면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V2G 기술로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침체 국면에 빠진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최종근 기자
2024-09-29 18:44:36#OBJECT0#[파이낸셜뉴스] #. 한여름 전력 수급 불안으로 제주도 일부 지역이 갑작스레 정전되자 A씨가 전기차를 집 충전구에 연결한다. 꺼졌던 불이 반짝 들어오고, 에어컨과 환풍기도 다시 작동한다. 폭염으로 갓 태어난 아기가 걱정됐던 A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 홍수로 B씨가 거주하는 지역이 정전되면서 일대가 암흑으로 뒤바뀌었다. 긴급하게 전기차 수백대가 현장에 급파돼 각 가정에 전력을 공급한다. 자칫 재난이 될 수 있는 상황, 인명 피해 없이 상황이 정리됐다. 현대자동차·기아가 내년 제주도에서 양방향 충·방전 플랫폼 기술(Vehicle To Grid·V2G)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국내에서 대규모 V2G 시범 사업에 나서는 것은 현대차·기아가 최초다. V2G가 시장에 본격 자리 잡게 되면 전력 공급의 패러다임이 뒤바뀔 전망이다. 특히 최근 '캐즘'(대중화 전 일시 수요 둔화)을 겪고 있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2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대차·기아는 이르면 내년 6월 제주도에서 V2G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통상 널리 알려진 전원 공급 기능(Vehicle To Load·V2L)과의 차이점은 전기차의 전력을 다른 전기차나 건물 등으로 송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기차가 움직이는 발전소가 되는 셈이다. 현대차·기아의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에너지 관리(매니지먼트) 시스템'이다. 낮 시간 신재생 발전 등을 통해 전기차에 모아둔 전기를 밤에 에어컨, 난방을 포함한 건물 전력 공급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전기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녁 시간에 전기차를 충전하고, 전력 사용량이 많은 낮에 비싸게 되파는 것도 가능해 진다. V2G 기술은 재난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날씨에 영향을 받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단점도 보완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제주도 실증 사업을 단독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다만 이후 사업 확장을 위해선 컨소시엄을 포함해 다양한 곳과 협력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 V2G 상용화를 위한 개발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전력중개사업(VPP) 사업에 진출하고, 현대차는 전기차의 활용도를 늘려 가치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기아는 우선 제주도에서 사업을 펼치고 안정화 되면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산업계는 V2G 기술로 한정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침체 국면에 빠져 있는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최종근 기자
2024-09-27 10:47:494일 부산에서 열린 '2024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기조연설을 한 이는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이다. 그는 "IEA가 3년 전에 예측한 대로 원자력은 다시 강력하게 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활과 산업 전 부문에서 전기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방향성이 명확한 만큼 전기 수요를 어떻게 충족할 것인지가 시대 과제라는 말도 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전력 안보와 원자력의 역할이 더없이 중요해졌다고 했는데, 새겨들을 내용이다. 이 박람회는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처음 열렸고, 올해가 두번째다. 정부와 부산시, 민간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행사로 이번엔 IEA도 함께 준비했다고 한다. 사흘 일정 행사에서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청정에너지 기술을 선보이고 글로벌 전문가들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열띤 토론을 이어간다. 정부는 박람회에서 원전 활용을 핵심으로 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 캠페인을 벌인다. IEA는 이미 강력 지지 의사를 밝혔다. CFE 이니셔티브는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를 활용해 보다 현실적인 탄소중립을 추진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지난해 9월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에 제안했고, 정부는 지난 2월 올해를 'CFE 이니셔티브 확산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우리와 뜻을 같이할 세계 각국을 회원국으로 모아 원전·에너지 강국의 입지를 다질 수 있길 기대한다. 세계는 IEA가 예상했듯 원전 회귀 흐름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최근엔 스위스까지 친원전으로 돌아섰다. 스위스는 앞서 2017년 신규 원전 건설을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던 나라다. 스위스는 이제 이를 뒤집어 올해 말까지 탈원전 폐지 법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스위스 에너지부 장관은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선택권을 뺏는 것은 미래세대를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7월엔 1호 탈원전 국가였던 이탈리아가 원전 복구를 선언했다. 이보다 앞서 스웨덴, 벨기에가 탈원전을 접었고 프랑스와 영국은 대규모 원전사업을 공식화했다. 여전히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는 나라는 독일과 대만 정도다. 다시 꽃피기 시작한 원전 르네상스 시기에 시장 급팽창의 혜택은 우리 K원전 몫으로 만들어야 한다. 해외에선 2030년 전 세계 원전시장 규모가 10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원전 암흑기를 겪으며 생태계가 무너지는 듯했으나 다행히 기술은 녹슬지 않았다. 유럽 한복판에서 실력으로 경쟁자를 눌러 기술의 원팀 코리아 위상을 한껏 높였다. 체코 수주에 이어 슬로바키아, 네덜란드에서도 도미노 수주가 기대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억지 특허 제동은 정부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원전 생태계 복원도 속도를 더 내야 한다. 인재를 키우고 정권에 따라 원전 경쟁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 방폐장법, 전력망법 처리도 말할 것도 없다.
2024-09-04 18:20:52아시아 대륙 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서서히 저물고 베트남, 인도 등 남아시아 시대가 열리고 있다. 1990년 소련의 갑작스런 붕괴에도 흔들리지 않던 아시아를 요동치게 만든 것은 30년 만에 다시 도래한 신냉전이다. 그 진원지는 중국, 더 정확히 말하면 시진핑이다. 시진핑은 2013년 국가주석직에 오르면서 '중국몽'을 외쳤다. "중화민국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것으로 2021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국가를 건설하고,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실현하고, 2049년에는 경제, 군사, 외교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을 뛰어넘겠다고 했다. 시진핑의 도발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중국이 1978년 개혁개방 이후 30년 넘게 고도의 성장을 누리며 세계무대에 빅2로 올라섰다는 자신감과 치기의 표현으로 여겼다. 그러나 시진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짜 도발을 했다. 2017년 10월 제19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자회의에서다. 그는 "2050년까지 세계 최강대국, 세계 일류 군대를 만들겠다"며 미국에 직접 도전장을 던졌다. 전 세계 질서를 다시 만들어가던 '빅 보이' 트럼프가 이를 그냥 두고 볼 리 없었다. ■암흑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간 중국 트럼프는 우선 관세카드를 꺼내들었다. 2018년 7월8일 중국산 수입품 818개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중국이 집중투자하고 있는 정보기술(IT), 전기차, 로봇 등 첨단 제품이 대상이었다. 액수로는 340억 달러에 달했다. 앞서 미국은 시진핑의 도발에 즉각 상법 301조를 발동해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조사에 착수했었다. 시진핑도 물러서지 않았다. 미국이 관세 부과를 발표하자마자 미국에서 들어오는 농산물과 자동차 등 545개 품목에 똑같은 액수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을 넘어서겠다"고 중국 인민에 공언한 시진핑은 이 게임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줄 알면서도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미국이 9월에 다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상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도 미국산 육류 등 600억 달러 규모의 상품에 최고 10%의 관세로 보복했다. 미중 패권전쟁은 이렇게 시작했다. 트럼프는 집권 기간 내내 시진핑의 중국을 거칠게 몰아부쳤다. 관세폭탄 외에도 대만 주권, 홍콩 민주화운동, 위구르 인권탄압 등 트럼프는 늘 시진핑이 불편해하는 사실에 대해 직접적이고 강렬한 수사를 던졌다. 국제사회 공식석상에서도 예외가 없었다. 트럼프를 마주한 시진핑의 얼굴에선 늘 견디기 힘들어하는 긴장과 초조함이 묻어났다. 여기에 중국을 더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북한이었다. 미국 안보의 최전선인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미국 본토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타격할 수도 있다고 공언하는 김정은은 그야말로 골치덩어리였다. 김정은이 미중 갈등 속에 고도의 정치 노림수를 던진 것이었지만 문제는 그가 시진핑마저 무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미중 갈등을 더욱 부추기고 중국이 동북아 지역을 컨트롤하지 못한다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시진핑을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물러나고 2021년 1월 등장한 바이든은 시진핑을 훨씬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바이든의 대중국 정책은 트럼프보다 훨씬 무섭고 더 정교하다. 바이든은 취임하자마자 세계를 자유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나누고 신뢰가치사슬(TVC)이라는 이름으로 블록화했다. 쿼드(QUAD), 오커스(AUKUS),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IPEF)이 그것이다. IPEF는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제외한 인도태평양 국가를 경제공동체로 묶은 것이다. 역내 포괄적 경제협력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대중국 압박정책이다. 쿼드는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핵심 동맹국인 일본, 호주와 동맹국은 아니지만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인도를 포함시킨 4자 안보대화체다. 오커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영국과 호주가 포함된 3자 안보사슬이다. 모두가 중국의 패권주의 야망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이제 안에서도 무너진다 중국은 내부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내수는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중국을 탈출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식지 않던 용광로는 불이 꺼졌고 이제 균열마저 일어나고 있다. 우선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외국기업들이 대거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IBM은 지난 달 말 중국 내 연구개발과 테스트를 담당하는 중국개발센터와 중국시스템센터를 폐쇄했다. 중국 내에서 핵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 1000여명도 짐을 쌌다. IBM만이 아니다. 이미 올해 들어서만 테슬라, 아마존, 인텔, 에릭슨 등이 중국에서 철수를 했거나 사업 축소를 시작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올 2분기 중국의 해외직접투자(FDI)는 148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3분기 때 1998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21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엄청 놀랐지만 이번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자 중국 당국은 긴장한 내색이 역력하다. 소비 침체도 심각하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에서 강력한 셧다운 정책을 무려 3년 가까이 진행하면서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엄청나게 타격을 입었다. 이는 곧 부동산 시장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훌쩍 넘는다. 집이 안팔리면서 '헝다' 등 거대 부동산 기업의 부도 사태가 발생하고, 이는 주택 구매에 나섰던 사람들의 돈이 묶이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 중국 정부에 따르면 소비 척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는 2월 5.5%에서 3월 3.1%, 4월 2.3%, 6월 2.0%까지 떨어졌다. 제조업 PMI도 1월 49.2, 3월 50.8, 5월 49.5를 기록하다가 7월에는 49.4까지 하락한 상태다. 문제는 중국의 붕괴가 앞으로 더욱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진핑이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은 이상 미국 등 서방세계의 입장이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든 이후 미국을 이끌 대통령 후보인 해리스와 트럼프도 중국 옥죄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젊고 우수한 노동시장 베트남이 뜬다 중국을 빠져나온 글로벌 기업들은 베트남과 인도 등에 새롭게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있다. 중국 소비시장이 붕괴된데다 미중 갈등으로 인한 서방의 수입규제를 피해 중국을 탈출해 이들 국가에 안착한 것이다. 이 중 주목할 곳이 베트남이다. 베트남은 인구가 1억 명에 달하는데다 양질의 노동자가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인구의 70%가 생산가능인구(15~64세)다. 이중 35%가 30대 이하 청년층이다. 이는 그만큼 생산과 소비 활동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왕성한 교육열도 주목받고 있다. 사교육이 극성을 부릴 정도의 높은 교육열은 노동시장에 양질의 노동력을 끊임없이 공급한다. 이같은 역동성 덕분에 베트남은 2018년부터 매년 8% 안팎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중에도 2%대가 넘는 성장세를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공산국가임에도 서방 자유진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도 중국과는 다른 점이다. 미국은 1995년 베트남과 수교를 시작한 이후 각종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베트남을 전략적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할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베트남을 최대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무려 1만 건에 육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수출시장이자 최대 무역흑자 대상국으로 교역액이 877억 달러에 달한다. ■인도의 변화는 정말 눈부시다 인도는 베트남과 함께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이다. 가장 큰 매력은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이며 노동인구가 젊다는 것이다. 인도는 지난 2023년 4월 14억2800만명을 기록하며 중국(14억2500만명)을 추월했다. 이 중 생산가능인구는 무려 68%에 달한다. 중위연령이 28세로 베트남보다도 젊다. 게다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노동인구가 많아 글로벌 생산기지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는 지난 10년간 연 평균 6%대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이를통해 2022년 세계 5위의 경제대국이 됐다.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독일, 일본을 제치고 2027년에는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도의 또 다른 특징은 슈퍼리치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국 부동산기업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에 따르면 인도는 향후 5년간 아시아 슈퍼리치 증가율이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선 것으로 이는 그만큼 벤처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유니콘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는 2014년 모디 총리가 집권한 후 완전히 달라진 나라다.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펴면서 서비스업 의존도에서 벗어나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통신, ICT, 신재생에너지, 우주산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모디는 또 2015년부터는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면서 연매출 1조원을 넘기는 유니콘 기업을 83개나 키워냈다. 미국, 중국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인도는 전통적인 비동맹주의에서 벗어나 이제 서방 자유진영에 속하고 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안보체제를 완성하는 쿼드의 일원이다. 이는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는 나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2024-09-01 19:29:30"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능력이 우리(인간)만의 능력이 아니며, AI가 기대 이상으로 놀라운 창의성을 가지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창의성'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AI는 사용자가 텍스트를 제시하면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면서 '창작'과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AI 시대' 대한민국에 위기이자 기회 국내 대표 뇌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1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AI의 창의성은 데이터를 결합하고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능력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탁월하다"고 말했다. 다만 "평균적인 인간 수준과 비교하면 놀랍지만, 아직은 탁월한 창의성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보여진다"며 "인간의 창의성은 개인적 경험이 만들어내는 뇌의 개성적 연결이 원천인 만큼 인간과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알쓸신잡 등 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국내 대표 뇌과학자이자 스타 교수다. 오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열리는 'AI월드 2024'에서 '인간과 AI의 공존'을 주제로 파올로 베난티 프란치스코 교황 AI윤리부문 고문과 대담을 나눈다. 그는 뇌인지과학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뇌'와 'AI'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능의 목적'으로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인간은 자연 생태계에서 '생존'하고 유전자를 '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다른 인간들과의 대규모 협력을 통한 맥락 이해와 섬세한 소통을 위해 뇌가 발달해 왔다"며 "반면 인공지능은 수학천재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해온 터라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문제들을 능숙하게 풀어내고 데이터들의 수학적 특성들을 놀랍도록 잘 포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단한 건 AI의 수학적 알고리즘과 엄청난 계산 능력을 인간의 인지적 영역에 적용해 마치 의식과 감정을 가진 존재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현대 AI 연구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AI 발전은 놀랍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2030년 전후로 개발될 수 있다는 전망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AI 시대'는 획일화된 교육으로 산업화 시대를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컨설팅 비즈니스는 아이디어 승부가 되고, 수많은 바이오·제약 실험들은 인공지능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할 인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지만, 평범한 역할을 수행해온 사람들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AI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AI 산업은 더 많은 투자와 더 많은 데이터, 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수록 유리한 자본경쟁에 돌입한 만큼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얼마 없다"며 "적은 데이터로 탁월한 지적 능력을 보여주는 '인간 뇌를 닮은 AI' 분야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아 우리가 뛰어들면 승산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인간의 뇌를 닮은 AI 발전을 위한 뇌인지과학과의 시너지도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빅데이터 기반의 AI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사용, 머신러닝의 개인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보호 등에 취약점이 있다"며 "뇌인지과학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적은 데이터만으로 놀라운 지적 능력에 도달했는지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거품론? 이미 비즈니스 지형도 크게 변화 저출생·초고령화로 야기된 노동생산인구 감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다만 생산성을 늘리더라도 '소비' 시장이 작으면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못하는 만큼 글로벌 마켓으로의 진출은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AI의 발전에 따른 '윤리' 논란은 필연적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AI 수술 전략 실패로 인한 의료사고 책임,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판단을 고민하는 '트롤리 딜레마' 등 AI 발전과 더불어 윤리 문제도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정 교수는 "현대 인공지능은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내포하고 있어 AI 윤리 문제는 향후 10년 내에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며 "AI 시대의 새로운 기술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윤리관, 가치관 확립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법률 분야에 적용하는 '리걸테크'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내비쳤다. 최근 강력범죄 양형이 예상보다 낮다는 이유로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며 'AI 판사' 도입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그는 "AI가 구체적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진 못하더라도 수많은 유사 판례를 찾아준다거나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존 데이터(판례)를 바탕으로 한 접근은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편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판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인공지능 비서를 판사 곁에 두는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2016년에도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AI 열풍을 불러일으켰지만, 챗GPT가 발표된 2022년 전까지 한동안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그는 "챗GPT와 달리 AI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니' 같은 범용 인공지능 서비스는 구글의 검색엔진처럼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의 삶은 인공지능으로 검색하는 것을 넘어서, AI에 의지해 의사결정을 하는 '의존'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AI는 비즈니스의 지형도를 크게 바꿔 놓은 만큼 반짝 인기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과 AI의 공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제조사가 다른 AI 간 협업이나 사람들만의 협업보다 인간과 AI가 '원 팀'을 이룰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 존재만이 아니라 우리의 협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AI를 팀 메이트로 여기고, 인간과 역할 분담을 정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2024-09-01 18:28:02[파이낸셜뉴스] 중국 구이저우의 한 마을에서 로켓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인근 마을에 떨어져 주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을 통해 공개된 영상에는 로켓 잔해로 보이는 물체가 노란색 연기를 뿜으며 떨어지자 마을 주민들이 혼비백산 달아나는 모습이 담겼다. 어린이를 포함한 일부는 귀를 막은 채 도망가는 모습도 보인다. 현지 당국이 부상자 발생 사실을 보고한 적은 없다. 영상이 온라인에 오른 시점은 지난 22일 오후 3시쯤이고, 영상이 촬영된 곳은 쓰촨성 남동쪽에 인접한 구이저우성 셴차오 마을이다. 당시 중국은 쓰촨성 시창발사센터에서 프랑스와 공동 개발한 우주 감마선 폭발 관측용 위성 'SVOM'(Space Variable Objects Monitor)을 창정 2C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이 위성 임무는 다양한 감마선 폭발을 관측해 폭발의 전자기 복사 특성을 종합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암흑 에너지와 우주 진화를 연구하고, 중력과 관련된 전자기 신호를 관찰하는 것이다. 창정 2C 로켓을 개발한 국영 중국항천과기집단공사는 당시 발사에 완전히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에 등장하는 목격자들은 "잔해가 땅에 추락한 뒤 큰 폭발음이 들렸다"면서 "톡 쏘는 냄새도 났다"고 말했다. 로켓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부연구원은 잔해가 사산화질소와 비대칭디메틸히드라진(UDMH)으로 구성된 액체 추진제를 사용하는 창정 2C 로켓의 1단계 부스터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러 부연구원은 "이런 부스터는 매우 강한 독성과 발암성이 있는 노란색 연기를 방출한다"면서 "이를 들이마시는 모든 생명체는 가까운 미래에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도 했다. 서방 우주 기관들은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사용 중인 독성이 강한 액체 추진체를 대부분 단계적으로 폐지했다. 이번 발사를 앞두고 중국 당국은 독성가스와 폭발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로켓 발사 전 주민들에게 잔해에서 멀리 떨어지라고 경고했고, 잔해 사진을 찍거나 관련 영상을 전파하는 것을 금지했다고 CNN은 전했다. 현재 소셜미디어의 일부 관련 영상은 현재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rainbow@fnnews.com 김주리 기자
2024-06-27 06:40:16[파이낸셜뉴스] 삼일PwC가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을 전망해보는 자리를 만든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암흑기를 지나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PwC는 오는 28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본사 2층 아모레홀에서 ‘M&A 시장 전망과 대응전략-2024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는 PwC가 매년 발간하는 ‘2024 글로벌 M&A 산업 트렌드 전망’ 보고서를 토대로 구내 M&A 시장을 전망하고, 올해 경제·산업의 주요 경향성을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참가 신청은 오는 26일까지 삼일PwC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삼일PwC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가운데 올해 M&A 시장은 불황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전환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둔화와 금리 인하 기대로 인해 금융시장은 개선되며, 불확실성으로 지체됐던 M&A 거래가 되살아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세미나는 세 가지 세션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이은영 삼일PwC 경영연구원 상무가 ‘키워드로 보는 2024년 경제 및 산업 트렌드’, 류길주 딜 1그룹장이 ‘2024년 산업별 M&A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2부에선 김홍동 비즈니스 턴어라운드 서비스(BTS) 센터 파트너가 실사 및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고려사항을 설명하고, 홍성표 통신산업 리더가 ‘AI시대의 M&A 전략’을 주제로 강연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서용태 에너지트랜지션센터 파트너가 ‘에너지 전환을 향한 에너지산업의 투자 전략’을, 곽윤구 모빌리티팀 리더가 ‘로보틱스가 이끄는 산업재 및 자동차’를 주제로 발표를 실시한다. 박대준 삼일PwC 딜 부문 대표는 “M&A를 준비하는 기업 담당자는 물론 자본시장에 관심 있는 이해 관계자도 주요 산업 트렌드 및 M&A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2024-02-06 11:00:46[파이낸셜뉴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상임위에서 원전 분야 예산을 대거 삭감한 데 대해 "민주당의 망국적 예산 폭주로 황금알을 낳는 원전 산업에도, 탄소 중립에도 암흑이 드리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대통령이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 외국에 가서 아무리 세일즈 성과를 올려도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어깃장을 놓고 있는데 그럼에도 국익 중시하는 수권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양국이 원전 협력 양해각서(MOU) 9건을 체결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의 원전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 받으며 주요 수출 사업으로 부상하는데 국회에서는 탈원전의 망령을 되살리며 원전 사업을 가로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선 20일 민주당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원전 분야 예산을 1820억원 삭감한 반면 신재생에너지 4500억원을 증액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삭감된 원전 예산에는 원전 수출 보증 예산 250억원, 생태계 조성 예산 1112억원,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R&D) 예산 333억원 등이 있다. 이를 두고 윤 원내대표는 "원전 수출도 막고, 복원과 활성화도 막고, 차세대 원전 개발도 막겠다는 것"이라며 "특히 혁신형 SMR R&D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은 민주당 지지자도 납득할 수 없는 자가 당착"이라고 했다. 윤 원내대표는 "혁신형 SMR은 문재인 정부 하에서 본격 추진돼 2022년 5월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후 현재 진행 중인 사업으로, 이재명 대표의 공약이기도 했다"며 "민주당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이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1600억을 삭감했어도 혁신형 SMR은 손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윤 원내대표는 "산자위에서 원전의 산업과 미래가 걸린 기술을 싹을 자르는 한편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재생에너지를 그대로 살렸다는 건 탈원전에 대한 뿌리 깊은 집착과 아집, 재생에너지에 대한 어리석은 맹신 외 설명할 길이 없다"고 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11-23 10:14:38"지난 팬데믹 이후 영화산업이 위축되면서 영화가 이렇게 덧없이 사라지나? 영화란 무엇인가? '거미집'에는 당시 내가 느낀 여러 상념과 처음 영화를 할 때 했던 질문들을 담았습니다." 신작 '거미집'을 내놓은 김지운 감독의 말이다. 김지운 감독(사진)이 자신의 영혼의 단짝 송강호와 데뷔작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다섯번째 호흡을 맞췄다. '거미집'은 한국영화 암흑기인 1970년대 문공부 산하 공무원이 시나리오 검열을 하던 시기의 영화 현장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앞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팬데믹 기간 영화와 사랑에 빠진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자전적 영화 '파벨만스'를 내놨는데, 영화와 영화 현장을 그린 '거미집'은 시네필 출신 김지운 감독의 영화 사랑이 듬뿍 담긴 영화다. ■걸작 만들고 싶은 감독의 고뇌와 광기 "결말을 조금만 바꾸면 아주 걸작이 나올 것 같아. 딱 이틀이면 돼."(감독) "걸작을 왜 만들어요? 그냥 하던 거 하세요"(제작자) "저 드라마 찍으러 가야 해요! 저 힘들다고 아~까부터 얘기했어요."(라이징 스타) '거미집'은 다 찍은 영화의 결말을 바꿔 걸작을 만들고 싶은 중견감독 김열(송강호 분)이 악조건 속에서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을 완성해내는 과정을 앙상블 코미디로 그린다.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영화 촬영장은 컬러로, 영화 속 영화는 흑백으로 찍었다. 흑백 장면을 위해 당시 실제로 쓰이던 텅스텐 조명을 사용했으며 배우들은 극중극 장면에선 한국영화를 '방화'라 칭하던 시절, 그때의 과장된 연기와 말투로 연기를 한다. 장르는 그야말로 짬뽕이다. 극중극이 치정과 멜로, 호러에 재난과 괴기물까지 오가는 강렬한 복수극이라면 촬영 현장은 좌충우돌 그 자체로 짠하고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는 블랙코미디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 속 영화는) 이만희 감독의 '마의 계단'(1964)과 김기영 감독의 '하녀'(1960), 히치콕의 '싸이코'(1960) 등을 레퍼런스로 삼았다"며 "클래식 영화라는 상징 때문에 흑백으로 찍었다"고 말했다. 김열 감독은 1960년대 한국영화 황금기를 이끌었던 김기영, 신상옥 등 여러 감독들과 시대를 막론하고 창작자라면 누구나 가질 모습을 투영했다. 김지운 감독 자신의 모습 역시 녹아있다. 김 감독은 "내 신조가 최악의 순간이 와도 평상심과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인데, 평소에는 잘 유지한다"며 "그런데 현장만 가면 영화가 뭐라고 자학하고 비탄에 빠지고 생각의 나래를 편다. 내가 현장에서 느낀 감정이 김열을 통해 나왔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박찬욱 감독도 어떤 날은 자신이 천재 같고 어떤 날은 쓰레기와 같다고 하시더라"며 "현장에서 나의 감정 역시 그렇다. 고뇌하는 김열의 모습은 감독의 초상"이라고 말했다. 광기어린 김열의 모습 역시 김 감독의 경험담이 투영됐다. 그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할 때 대규모 폭발신을 찍다 불이 난 적이 있다"며 "컷 소리와 함께 전부 다 화재 진압하러 갔는데, 오직 나만 반대로 달려갔다. 잘 담겼냐고 묻는 내 모습이 너무 강력해 촬영감독이 움찔했을 정도"라고 돌이켰다. ■"끝끝내 영화로, 자존심 지켰죠" '거미집'에는 '플랑 세캉스'라는 영화용어가 여러번 등장한다. '원신원컷' 즉, 단 한번의 카메라 워크로 완성하는 시퀀스를 말한다. 제작진 모두의 완벽한 합이 필요하다. "한 장면을 위해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순간, 감동을 느끼면서 영화는 협동예술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혹자의 말처럼 창작자는 메가톤급 에너지를 쏟아서 관객들에게 깃털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게 숙명인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은 "온갖 방해와 몰이해를 딛고, 분투 끝에 완성되는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현장을 통해, 인생이 늘 온갖 아이러니와 고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갔듯, 영화 또한 계속되리라는 조심스러운 낙관과 희망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거미집'은 김 감독의 표현을 빌면 '팬데믹 이전의 세상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상황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김 감독은 "영화로 기획되기 어려웠던 작품이라 OTT로 가는 것도 고려했으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극중 김열 감독처럼 기어코 해냈고, 그런 측면에서 영화의 자존심을 지켰다"며 남다른 감회도 밝혔다. "아무리 좋아서 한 일도 어느 순간 환멸을 느낄 때가 있고, 사랑의 온도가 차가워지기도 하잖아요. 이 영화가 역경과 난관에 부딪힌 사람들에게 격려가 돼 잃은 것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랐어요. 한 감독이 VIP 시사회 후 뒤풀이에 참석 안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거미집' 보고 기운을 받아 시나리오 쓰러 갔다고 하더라고요. 제겐 최고의 찬사였죠." 27일 개봉. 신진아 기자
2023-09-25 18:2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