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지법 형사1단독 어재원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 3명에게 징역 1년씩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B씨 등 3명에게 징역 4개월, 6개월, 10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20∼30대로 친구이거나 형제 사이인 이들은 올해 1월 말 울산 남구의 한 타이마사지숍에 들어가 마사지를 받다가 "외국인 마사지사에게 성추행당했다. 당장 사장 불러라"라며 소리를 치며 난동을 부렸다. 이들은 외국인 마사지사들의 도주를 막겠다며 출입문을 지키고 앉아 '야쿠자 문신'을 내보이며 위협했다. 업주에게 "뒤를 봐주는 조직이 있으면 부르라"라며 자신들이 마치 조직폭력배인 것처럼 행동하며 겁을 줬다. 이들은 이런 방법으로 마사지업소 3곳에서 성추행 합의금 명목으로 800여만원을 뜯어냈다. 업주들이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하면, 경찰에 신고해 영업을 못 하게 할 것처럼 으름장을 놓았다. A씨는 이런 수법을 B씨에게 알려줬고, B씨는 A씨가 이미 돈을 갈취한 마사지숍에 다시 찾아가 똑같이 범행하며 돈을 받아냈다. 재판부는 "피고인 대부분 이미 다른 범죄로 집행유예 기간 중이거나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이런 범죄를 저질러 죄질이 매우 나쁘다"라며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을 참작하더라도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2025-06-10 13:49:45[파이낸셜뉴스] 검찰이 폭력조직원들 몸에 불법으로 문신을 새겨주고 거액을 챙긴 업자들에게 최대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광주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고상영 부장판사)는 4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기소된 16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열었다. 16명 중 문신 시술업자 12명은 2014년 10월부터 올해 2월 사이 지역 8개 폭력조직의 조직원 128명에게 일명 '조폭 문신'(이레즈미·야쿠자 문신을 가리키는 일본어)을 하는 등 총 2000여 명에게 문신을 불법 시술해 25억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나머지 4명은 대량의 문신 용품(마취 크림, 진통제용 의료용 마약 등)을 불법 유통, 또는 범죄 수익을 숨긴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년~징역 5년, 벌금 100만 원~1000만 원, 추징금 2억 4000만 원~5억 8000만 원을 각각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불법 의료 행위를 해 죄질이 나쁜 점, 각자 문신 시술을 한 횟수와 물품 불법 유통 경위, 피부염 부작용을 일으켜 사회적 폐해가 큰 점 등을 고려해 구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감찰은 피고인들이 폭력조직 연루 고객을 따로 저장・관리하면서 친분을 유지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범죄 수익 대부분을 가족 명의 계좌로 이체, 차명으로 아파트·자동차 등을 구입한 것을 밝혀냈다. 검찰은 조폭 문신이 폭력 조직의 가입 조건이고, 문신을 새긴 미성년자 4명이 실제 조직에 가입한 점 등도 규명했다. 이와 관련해 피고인들의 법률 대리인은 문신 시술이 보건 위해를 발생할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워 일부 하급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점, 조폭인 줄 모르고 시술했던 정황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10-04 20:13:0018세기 말 제임스 쿡 선장(1728~1779)이 내놓은 항해기에는 폴리네시아섬 사람들의 문신(文身)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이후 폴리네시아에 식민지를 소유한 프랑스 의사들이 피부병과 관련해 문신에 대한 연구작업을 시작했다. 파리인류학회가 간행했던 '파리인류학회잡지'(1860년)에 실린 에흐네스트 베흐숑의 '마르케사스 섬의 타투'가 인류학 분야 최초의 문신 연구논문이며, 그의 단행본인 '타투의 의료사'(1869년)가 전해진다. 항해외과의사였던 베흐숑은 식물학자이면서 폴리네시아를 탐험하고 문신의 정보를 담았던 아돌프 레송의 '망가레바 섬의 탐험'(1844년)을 참고했다. 1850년대까지 모든 섬 사람들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는 정보는 환상을 넘어서는 면전에 펼쳐지는 장관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베흐숑의 연구에 이어서 폴리네시아 전문의 인류학자인 윌로딘 핸디가 '마르케사스의 타투'(1922년)라는 소책자를 하와이의 비숍박물관에서 발행했다. 마르케사스의 타투 전문가는 '투후나'이고, 야자 기름이 중요한 재료이며, 12세가 되면 시행하는 타투의 각종 문양에 대한 명칭들을 소상하게 소개했다. 피부질환의 문제로 의사들의 주목을 받았던 문신은 근대화의 위생이라는 개념 앞에 무릎을 꿇고 사라진 역사가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부활하는 문신을 문화재생운동으로 볼 것인가? 인공지능(AI)이 장착된 문화유산 재창조의 길이 열릴 것인가? 마르케사스가 타투 연구의 발상지이며, 이후 잠깐 전파론자들의 주종목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폴리네시아로부터 미크로네시아로, 이어서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로 전파된 타투에 관심을 갖게 된다. 피부가 검은색인 블랙아프리카와 멜라네시아에서는 문신의 보고가 없다. 도쿄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했던 해양동물학자 루트비히 되덜라인이 1880년 관찰한 아마미오시마의 왼 손등 사례가 동아시아 최초의 타투인데, 마르케사스의 문양과 너무나 흡사하다. 한반도에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로 표현된 주자학 사상의 도입이 과거에 있었던 문신 관습을 지워버린 것으로 생각되며, 자청(刺靑)이나 입묵(入墨)으로 기록된 우리나라의 문신은 죄인의 표시로 인식되어 왔다. 깡패나 야쿠자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문신 또는 타투는 단순한 상업적인 유행의 범주를 넘어서서, 지역마다 존재 이유가 명확한 문화유산임이 확인된다. 마오리의 전사들은 적에 대한 위협으로, 타히티와 이푸가오(필리핀) 및 아이누의 여성들은 성인식과 악귀로부터의 보호, 오키나와와 아마미오시마의 여성들은 성인식으로 왼 손등에, 혼례 이후에는 오른 손등에 입묵을 하였다. 각종 사회적 및 신앙적인 관습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것이 문신이고 타투이며, 그 저변에는 발굴을 기다리는 철학과 사상과 미학이 간직되어 있다. 따라서 당연히 문신 전문가의 사회적 지위가 인정되며 특별한 도구가 사용된다. 문양의 의미가 문화전통의 핵심적 요소로 전승되기 때문에 문신은 집단의 아이덴티티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점도 중요한 측면이다. 제국주의자들의 식민통치 항목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었던 정책이 문신 금지령이었던 것은 문화말살(cultural genocide)을 거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집단 정체성이 신체화(身體化)로 표현된 강력한 생물문화적 상징으로 인식된 문신이었기 때문에, 식민통치자들의 일차적 탄압 대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푸가오의 문신 바늘(푼바톡·punbatok)은 목제 손잡이 끝에 철제 바늘이 꽂혀 있고, 바늘의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다양한 문양의 디자인에는 별을 그린 '비닛투원'(binittuwon), 전갈 문양인 '호모호모'(homo-homo), 개를 그린 '키나카후'(kinah-ka-huh), 대형 고사리 문양인 '이납압아팟'(inap-ap-apat), 지네 문양인 '기나이가얌'(ginay-gayam), 번개를 상징하는 '티닉틱쿠'(tiniktikku), 사람 모양인 '타나구타구'(tanagu-tagu) 등이 있다. 문신 기술은 비전의 상속 재산이었다. 도쿄 아사쿠사의 센소지(淺草寺)에서 개최되는 여름 마쓰리는 자기 동네의 신을 태운 100개 팀의 가마가 참여한다. 2004년에 만났던 30여명으로 구성된 한 팀은 전원이 전신에 울긋불긋한 문신을 했다. 정수리부터 발가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채로 구름 속에서 번쩍이는 번개 사이로 꿈틀거리는 용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가마를 메고 들썩이는 청년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당신들은 야쿠자냐?"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이 가능하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모르는 것이 특권으로 인식될 때가 있다. 한손을 절레절레 흔드는 그는 "아니다. 우리는 한 동네 사람들이다"라는 답이었다. 동네의 목욕탕(센토)에 가면 거의 모든 사람이 다 문신을 한 상태라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전신의 문신을 하는 데 8년이 소요되었으며, 금액은 3000만엔이 들었단다. 그 동네의 할머니 한 분이 가장 아름다운 전신 문신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동네로 오면 안내하겠다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그 옆의 청년은 미완성의 검은색 밑그림만 그린 상태였다. 앞으로 채색 작업의 시간과 자금 투자가 남았단다. 동남아시아의 타투에 관한 서적을 제작한 바 있는 부경환군과 함께 2019년 7월 요코하마의 타투 전문점을 찾았다. 노련한 전문가는 문신과 관련된 문헌과 실물 자료들을 진열한 박물관 같은 별도의 공간을 갖추었고, 시술 장면의 참관이 허락되었다. 전문가도 정수리부터 전신의 문신을 갖추고 있었다. 아픔을 참고 엎드린 청년은 밑그림 시술의 마지막 단계의 과정에 있었다. 남매의 가장인 그는 문신을 함으로써 생활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그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중에는 히키코모리 상태로 주저앉은 이들이 200만명이라는 통계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가. 수없이 반복되었던 문화말살의 식민지 탄압정책으로 희생된 문화 항목들은 문신만이 아니다. 새마을운동을 구가하던 시절에 '헌마을'이 생겨났고, '헌마을'의 살림살이는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던 광경이 안전에서 펼쳐진 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승자의 업적만을 축적한 역사가 가려버린 인류문화의 뒷골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승자와 패자의 갈라치기로 역사를 재단하는 삶의 방식이 지고선인가? 주자학의 도배로 묻혀버린 신앙과 사상에 이어서 근대화의 파도에 휩쓸려버린 살림살이는 쓰레기인가? 경복궁의 기왓장과 주춧돌과 백제 왕릉은 유형유산이고, 봉산탈춤과 종묘제례는 무형유산이란다. 사람이라는 동물체가 춤을 추고, 대금이라는 악기의 물체가 소리를 내는데, 사람도 대금도 모두 형체가 없는 '무형'으로 간주하는 물신숭배의 문화유산 정책이 왜곡의 현대적 원흉이 아닌가. 눈 뜬 사람 코 베어갈 일이다. 왜곡 다음은 화석화고, 화석화 다음엔 말살이 온다. 패자의 살림살이 속에 진정한 역사가 간직되어 있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2025-04-28 18:18:2018세기 말 제임스 쿡 선장(1728~1779)이 내놓은 항해기에는 폴리네시아 섬 사람들의 문신(文身)에 관한 내용이 있다. 이후 폴리네시아에 식민지를 소유한 프랑스의 의사들이 피부병에 관련해 문신에 대한 연구작업을 시작했다. 파리인류학회가 간행했던 '파리인류학회잡지'(1860년)에 실린 에흐네스트 베흐숑의 ‘마르케사스 섬의 타투’가 인류학 분야 최초의 문신 연구 논문이며, 그의 단행본인 '타투의 의료사'(1869년)가 전해진다. 항해외과의사였던 베흐숑은 식물학자이면서 폴리네시아를 탐험하고 문신의 정보를 담았던 아돌프 레쏭의 '망가레바 섬의 탐험'(1844년)을 참고했다. 1850년대까지 모든 섬 사람들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는 정보는 환상을 넘어서는 면전에 펼쳐지는 장관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베흐숑의 연구에 이어서 폴리네시아 전문의 인류학자인 윌로우딘 핸디가 '메르케사스의 타투'(1922년)라는 소책자를 하와이의 비숍박물관에서 발행했다. 마르케사스의 타투 전문가는 ‘투후나’이고, 야자 기름이 중요한 재료이며, 12살이 되면 시행하는 타투의 각종 문양에 대한 명칭들을 소상하게 소개했다. 피부 질환의 문제로 의사들에 의해서 주목받았던 문신은 근대화의 위생이라는 개념 앞에 무릎을 꿇고 사라진 역사가 있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부활하는 문신을 문화재생운동으로 볼 것인가? AI가 장착된 문화유산 재창조의 길이 열릴 것인가? 마르케사스가 타투 연구의 발상지이며, 이후 잠깐 전파론자들의 주종목으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폴리네시아로부터 미크로네시아로, 이어서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로 전파된 타투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다. 피부가 검은색인 블랙아프리카와 멜라네시아에서는 문신의 보고가 없다. 도쿄대학에서 초빙교수로 근무했던 해양동물학자 루드비히 되덜라인이 1880년 관찰한 아마미오오시마의 왼손 등 사례가 동아시아 최초의 타투인데, 마르케사스의 문양과 너무나 흡사하다. 한반도에서는 ‘신체발부수지부모’로 표현된 주자학 사상의 도입이 과거에 있었던 문신 관습을 지워버린 것으로 생각되며, 자청(刺靑)이나 입묵(入墨)으로 기록된 우리나라의 문신은 죄인의 표기로 인식되어 왔다. 깡패나 야쿠자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문신 또는 타투는 단순한 상업적인 유행의 범주를 넘어서서, 지역마다 존재 이유가 명확한 문화유산임이 확인된다. 마오리의 전사들은 적에 대한 위협으로, 타히티와 이푸가오(필리핀) 및 아이누의 여성들은 성인식과 악귀로부터의 보호, 오키나와와 아마미오오시마의 여성들은 성인식으로 왼손 등에, 혼례 이후에는 오른손 등에 입묵을 하였다. 각종 사회적 및 신앙적인 관습과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것이 문신이고 타투이며, 그 저변에는 발굴을 기다리는 철학과 사상과 미학이 간직되어 있다. 따라서 당연히 문신 전문가의 사회적 지위가 인정되며, 특별한 도구가 사용된다. 문양의 의미가 문화전통의 핵심적인 요소로 전승되기 때문에, 문신은 집단의 아이덴티티와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는 점도 중요한 측면이다. 제국주의자들의 식민통치 항목에 필수적으로 포함되었던 정책이 문신 금지령이었던 것은 문화말살(cultural genocide)을 거론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집단 정체성이 신체화(身體化)로 표현된 강력한 생물문화적 상징으로 인식된 문신이었기 때문에, 식민통치자들의 일차적 탄압 대상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푸가오의 문신 바늘(푼바톡, punbatok)은 목제 손잡이 끝에 철제 바늘이 꽂혀 있고, 바늘의 크기와 형태가 다양하다. 다양한 문양의 디자인에는 별을 그린 ‘비닛투원’(binittuwon), 전갈 문양인 ‘호모-호모’(homo-homo), 개를 그린 ‘키나카후’(kinah-ka-huh), 대형 고사리 문양인 ‘이납압아팟’(inap-ap-apat), 지네 문양인 ‘기나이-가얌’(ginay-gayam), 번개를 상징하는 ‘티닉틱쿠’(tiniktikku), 사람 모양인 ‘타나구-타구’(tanagu-tagu) 등이 있다. 문신 기술은 비전의 상속 재산이었다. 도쿄 아사쿠사의 센소지(浅草寺)에서 개최되는 여름 마츠리는 자기 동네의 신을 태운 100팀의 가마가 참여한다. 2004년에 만났던 30여명으로 구성된 한 팀은 전원이 전신에 울긋불긋한 문신을 했다. 머리 정수리부터 발가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색채로 구름 속에서 번쩍이는 번개 사이로 꿈틀 거리는 용의 다양한 모습을 그렸다. 가마를 메고 들썩이는 청년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당신들은 야쿠자냐?” 외국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이 가능하다. 인터뷰를 하다 보면, 모르는 것이 특권으로 인식될 때가 있다. 한 손을 절레절레 흔드는 그는 “아니다. 우리는 한 동네 사람들이다”라는 답이었다. 동네의 목욕탕(센토)에 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다 문신을 한 상태라면서, 대화가 이어졌다. 전신의 문신을 하는데 8년이 소요되었으며, 금액은 3000만엔 들었단다. 그 동네의 할머니 한 분이 가장 아름다운 전신 문신을 가지고 있으며, 자기 동네로 오면 안내하겠다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그 옆의 청년은 미완성의 검은색 밑 그림만을 그린 상태였다. 앞으로 채색 작업의 시간과 자금 투자가 남았단다. 동남아시아의 타투에 관한 서적을 제작한 바 있는 부경환군과 함께 2019년 7월 요코하마의 타투 전문점을 찾았다. 노련한 전문가는 문신과 관련된 문헌과 실물 자료들을 진열한 박물관 같은 별도의 공간을 갖추었고, 시술 장면의 참관이 허락되었다. 전문가도 정수리부터 전신의 문신을 갖추고 있었다. 아픔을 참고 엎드린 청년은 밑그림 시술의 마지막 단계의 과정에 있었다. 2남매의 가장인 그는 문신을 함으로써 생활의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고 했다. 그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 중에는 히키고모리 상태로 주저앉은 이들이 200만명이라는 통계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가? 수없이 반복되었던 문화말살의 식민지 탄압 정책으로 희생된 문화 항목들은 문신만이 아니다. 새마을운동을 구가하던 시절에 ‘헌마을’이 생겨났고, ‘헌마을’의 살림살이는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던 광경이 안전에서 펼쳐진지도 반세기가 넘었다. 승자의 업적만을 축적한 역사가 가려버린 인류문화의 뒷골목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승자와 패자의 갈라치기로 역사를 재단하는 삶의 방식이 지고선인가? 주자학의 도배로 묻혀버린 신앙과 사상에 이어서 근대화의 파도에 휩쓸려버린 살림살이는 쓰레기인가? 경복궁의 기왓장과 주춧돌과 백제 왕릉은 유형유산이고, 봉산탈춤과 종묘제례는 무형유산이란다. 사람이라는 동물체가 춤을 추고, 대금이라는 악기의 물체가 소리를 내는데, 사람도 대금도 모두 형체가 없는 '무형'으로 간주하는 물신숭배의 문화유산 정책이 왜곡의 현대적 원흉이 아닌가. 눈 뜬 사람 코 베어갈 일이다. 왜곡 다음은 화석화고, 화석화 다음엔 말살이 온다. 패자의 살림살이 속에 진정한 역사가 간직되어 있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5-04-25 11:22:49[파이낸셜뉴스] 차량이 비틀거려 운전자에게 "음주운전하셨냐"라고 물었다가 흉기에 찔렸다는 피해자의 사연이 전해졌다. 비틀비틀 주행하는 차량 "음주 하셨냐" 묻자 날아온 칼날 26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지난 21일 새벽, 자신의 차량으로 일행을 데려다주다 한 외제차가 중앙선을 넘나드는 모습을 목격했다. 이에 A씨가 "차량이 비틀거리던데 혹시 술 드셨냐"라고 다가가 묻자, 운전자 B씨는 "술 마셨다. 우리 조폭인데 어쩔 거냐. 너희 오늘 죽여 준다"라며 곧바로 흉기를 꺼내 피해자의 목과 일행의 팔을 찔렀다고 한다. B씨 옆에 있던 동승자 역시 "오늘 잘못 걸렸다. 너희 교육해 줄게"라며 신고하려는 A씨 일행의 뺨을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A씨가 편의점 직원에게 경찰 신고를 부탁하는 사이 범죄 현장에서 달아났다가 약 6시간 후 경찰에 자수했다. A씨 측은 이들이 "문신을 보여 주면서 조폭이라고 말했다. 이레즈미(야쿠자 문신을 가리키는 일본어)로 덮고 있었다"라며 "폭력 조직에 속해 있거나 가까운 인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블랙박스 영상도 삭제... 증거 인멸 의혹 제기 또 B씨 측의 증거 인멸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차문을 잠그지 못하고 병원에 이송됐다가, (블랙박스를) 확인하러 갔더니 사건 발생 1시간 전까지의 영상만 남아 있었다"라며 "관련된 폭력 조직원들이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지운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A씨는 "몇 달 징역살고 나오면 그만이다. 형들(운전자와 동승자)은 경찰이 관리하는 계보에 없어서 큰 사건도 안 된다"라며 한 조폭 조직원이 합의를 종용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현재 목에 깊이 4㎝의 자상과 타박상 등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 수사 중인 경찰 "목 아니고 목 뒤쪽에 가벼운 상처" 경찰은 흉기를 휘두른 운전자 B씨를 특수상해 혐의로 구속하고, 동승자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불구속 수사 중이다. A씨는 사건반장에 "의사가 경동맥 근처를 깊게 찔려 잘못하면 죽을 뻔했다고 했는데, 왜 살인미수가 적용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찰이 미리 블랙박스 영상부터 확보해 줬다면 좋았을 것 같다. 미온적 수사에 대해 아쉽고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에 경찰은 "목이 아니고 목 뒤쪽에 가벼운 상처가 난 거다. 살인미수로 볼 수 없다"라고 밝혔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11-27 10:51:47[파이낸셜뉴스] 길거리에서 흉기를 들고 패싸움을 벌이고 홀덤펍에서 수천만원을 갈취해 온 20~30대 'MZ 조직폭력배'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4일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단체 등의 구성·활동) 위반 등의 혐의로 폭력조직 S파 조직원 24명을 검거해 이 중 6명을 구속 송치하고 18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8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경기북부 지역에서 신흥 폭력조직을 결성해 행동강령과 합숙 생활, 탈퇴 조직원 보복 등 체계를 갖추고 각종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몸에 '야쿠자 문신'과 가슴과 등에 S파 조직명을 새긴 채 주점이나 야외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다니며 SNS를 통해 자신들의 조직을 과시하고, 비슷한 또래 다른 조직폭력배들과 모임을 가지며 자신들의 조직 이름을 외치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올리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기존 경기북부에 있던 폭력조직을 추종해 행동대원 격으로 결성됐고 주로 동네 선·후배들끼리 서로 소개하거나 지인을 통해 조직에 지원하는 형태로 세력을 키웠다. 주로 20대 초·중반의 조직원들이 가입했으며 일정한 직업 없이 임차한 빌라와 아파트 등지에서 합숙 생활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S파 조직 행동대원들은 2022월 4월 서울 지역의 다른 조직폭력배가 자신들을 무시하고, 자기 지역에 왔다는 이유로 시내 노상에서 너클이나 야구방망이를 들고 집단 패싸움을 벌여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경기북부 지역 불법 홀덤펍 3곳의 업주로부터 다른 조직폭력배의 협박을 막아주는 대가로 수천만원의 보호비를 받아 챙겼다. '조직에서 탈퇴한 자는 보복을 당하며,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행동 강령을 내세워 탈퇴 의사를 밝힌 20대 조직원을 북한강 둔치로 끌고 가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하반기 조직폭력 범죄에 대한 집중 단속 과정에서 S파의 범행 사실을 파악하고, 잠복수사 끝에 이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20~30대 조직폭력배들의 무분별한 세력 과시와 집단 폭력 범죄에 대해 집중적으로 단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04 11:06:28【파이낸셜뉴스 의정부=노진균 기자】 경기북부 지역에서 20대 초중반으로 구성된 신흥 폭력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야쿠자식 문신으로 위세를 과시하고 불법 도박장에서 보호비를 갈취하는 등 조직적 범죄 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단체등의 구성·활동) 혐의로 신흥 폭력조직 'S파' 조직원 18명과 이들과 연관된 가담자 6명 등 총 24명을 검거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가운데 주요 혐의자 6명은 구속 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8년 1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경기북부 일대에서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S파는 빌라와 아파트를 임차해 합숙 생활을 하며 세를 불렸으며, 주로 지인 소개를 통해 조직원을 모집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온몸에 이른바 '야쿠자 문신'과 조직 이름을 새기고, 이를 SNS에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또한 전국의 또래 조직폭력배들과 친목 모임을 갖고 조직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주력했다. S파는 2022년 4월부터 2023년 3월까지 경기북부 지역의 불법 홀덤펍 3곳에서 보호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갈취했다. 더욱이 "조직 탈퇴자는 보복을 당하고 지역을 떠나야 한다"는 행동강령을 내세워, 탈퇴를 시도한 조직원을 북한강 둔치로 끌고 가 야구방망이로 폭행하는 등 조직적 폭력을 자행했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관계자는 "20~30대 조직폭력배들의 무분별한 세력 과시와 집단 폭력 범죄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11-04 10:42:24[파이낸셜뉴스] 웃통을 벗고 거리를 활보한 남성과 길에서 아이에게 대변을 누게 한 엄마 등 제주도에서 중국인들의 논란이 지속하고 있다. 제주도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은 1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제주도의 누적 불법체류 인원은 1만1191명이다. 이들은 제주에 무사증으로 입국했다가 귀국하지 않고 소재가 불분명한 외국인이다. 상당수는 제주에 체류 중이지만 일부는 몰래 제주 외 지역으로 무단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불법체류자는 지난해 1만826명보다 3.4%(365명) 증가했고, 2022년 8569명, 2021년 9972명에 비해서는 각각 30.6%(2622명), 12.2%(1219명) 늘었다. 코로나19 팬더믹 시기 주춤했던 불법체류자는 지난해부터 다시 증가 추세다. 불법체류자의 국적은 중국 1만412명(93%), 베트남 326명(2.9%), 인도네시아 291명(2.6%), 필리핀 239명(2.1%), 몽골 133명(1.2%), 캄보디아 31명(0.3%), 라오스 28명(0.3%) 등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따라 현재 111개국 외국인에 대해 사증 없이 입국이 가능한 무사증 제도를 운용 중이다. 무사증으로 제주도에 들어오면 최장 30일간 체류할 수 있으나 입국 후 국내 다른 지역으로는 이동이 제한된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제주를 방문한 무사증 외국인 관광객은 131만5638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한편 최근 제주도에서는 물의를 일으키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다수 포착돼 논란을 일으켰다. 이달 초에는 상의를 탈의한 채 야시장을 활보하고 있는 중국인 남성의 사진이 공유됐는데, 그는 상반신부터 하반신까지 전신에 이른바 ‘조폭 문신’으로 불리는 ‘이레즈미’(야쿠자 문신을 가리키는 일본어)가 새겨져 있다. 또 지난 6월에는 도로 위 가로수 옆에서 한 어린 아이가 대변을 보고 있었지만, 엄마는 이를 제지하지도 않고 뒤처리도 하지 않아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7월 2일에는 일부 중국인 관광객들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성산일출봉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꽁초를 함부로 버려 논란이 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23 05:33:43[파이낸셜뉴스] 제주에서 한 중국인 관광객이 웃통을 벗고 거리를 활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제주맘카페에 '수목원야시장 방문 충격'이라는 글을 올린 A씨는 "가족들과 맛난 것도 먹고 기분 좋게 즐기고 있는데 이거 몰카냐"면서 사진 한 장을 공유했다. 사진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상의를 탈의한 채 야시장을 활보하고 있었다. 상반신에는 빈틈이 안보일 정도로 빼곡하게 문신까지 한 모습이다. A씨는 "중국인인 것 같은데 전신 이레즈미(야쿠자 문신을 가리키는 일본어)하고 웃통 까고 야시장 한가운데 이러고 있다"고 했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왜 한국에 와서 자기네 방식으로 사나", "티셔츠인 줄 알았다", "나도 길거리에서 밀짚모자 쓰고 웃통 벗고 걸어가는 사람 봤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외에서는 이런 중국인들의 복장을 가리켜 '베이징 비키니' 라고 부른다. 워싱턴포스트(WP)는 "베이징 비키니는 중국에 여름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확실한 신호"라고 전한 바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길거리 웃통남'을 저지하기 위해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스페인의 해안 도시 말라가는 지난해부터 이들에게 750유로(약 110만원), 프랑스 니스는 지난 1999년부터 35유로(약 5만원)를 부과하고 있다. '길거리 등 공공장소에선 항상 상의를 입으라'는 문구도 곳곳에 붙였다. 한편, 가디언에 따르면 글로벌 조사업체 퍼스펙터스 글로벌이 영국인 2000명에게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해변이나 수영장을 제외한 공공장소에서 남성이 윗옷을 벗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여성(76%)뿐 아니라 남성(72%)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응답자의 33%는 '길거리 등에서 남성의 상반신 노출을 금지해야 한다'고 했고, 22%는 '그런 남성들에게 벌금을 물려야 한다'고 했다. 일부 여성 응답자들은 "남성들만 길거리에서 상의를 벗고 다니는 게 용인되는 건 이중 잣대"라고 지적했다. 만약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이렇게 하면 사방에서 눈총과 음란하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것이란 이유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0-06 08:41:43“살수는 속을 알 수 없는 뱀 같은 놈”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는 천상배우 이범수가 영화 ‘신의 한 수’로 ‘절대 악의 존재’ 살수로 변신, 존재만으로도 위압감을 주는 악역으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스타엔과의 인터뷰에서 이범수는 ‘신의 한 수’는 “모든 출연 배우들이 아쉬움 하나 없이 만족하는 영화”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 평화롭고 신선놀음 같은 바둑..“들여다보면 치열한 두뇌싸움” ‘신의 한 수’는 내기 바둑의 세계와 범죄액션물이 만나 오락액션 영화로 점잖은 놀이문화로만 여겨졌던 바둑 세계의 새로운 이면을 보여줌으로써 소재부터 시선을 당긴다. 처음 ‘신의 한 수’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신선한 소재가 흥미로웠다던 이범수는 “사기 도박에 바둑을 접목해 액션이 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시나리오가 굉장히 짜임새 있고, 술술 넘어가더라”라고 회상했다. 바둑이 주가 되는 만큼 모든 배우들이 캐릭터 색깔에 맞게 바둑을 두는 손 모양, 돌을 만지는 모습까지도 하나하나 세세하게 표현해야 했단다. “평소 바둑에 대한 관심은 있었다. 하지만 쉽게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었고, 착수(바둑돌 놓는 것) 연습만 엄청 했다. 모두 폼새 하나하나가 다르다. 태석(정우성 분)은 바둑기사 출신이기에 정석적으로 놓지만 살수(이범수 분)는 자기만의 착수가 있다. 나는 중지와 약지로 바둑돌을 놨다” 또한 영화에서 배우들은 바둑판 크기인 45cm의 거리를 두고 평범한 바둑이 아닌 내기 바둑을 하기에 상대방의 수를 읽고, 팽팽한 신경전을 펼친다. 이에 이범수는 “바둑을 두는 모습은 평화롭고 신선놀음 같은데 안으로 들여다보면 치열한 두뇌싸움이다. 하물며 우리 영화에서는 우아하고 멋있게 바둑을 두고 있지만 바둑돌을 놓는 것이 심장에 칼을 꽂는 격이다. 겉과 속이 너무 대조적인 상황이 흥미롭다”라고 영화의 강점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촬영장에는 한국 최고의 바둑단체인 한국기원의 바둑기사 3명이 항상 함께 했었다고 한다. 바둑기사들의 현장 반응을 묻자 이범수는 “현장에서 바둑기사들은 정말 열정적이었다”라며 “너무 보고싶다”라고 뜬금없이 그리움을 표현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 영화 ‘짝패’ 이은 악역연기..“겹치지 않을까 걱정됐다” ‘짝패’ 장필호 이후 9년만에 악역으로 돌아온 이범수는 영화에서 그동안의 연기 갈증을 해소하듯 섬뜩하고 악랄한 악역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가 맡은 살수는 과거 ‘짝패’에서 했던 악역과 겹쳐 보일까봐 부담스럽고 걱정됐다고. “같은 배우지만 전혀 다른 종자의 악당을 새롭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부담감이 더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새로운 고민을 했고, 현장에서도 더더욱 집중을 했다. 매 순간 촬영하면서 ‘내가 더 악당같아 보여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가지고 촬영에 임했다.” 그러기 위해 이범수는 자신이 맡은 살수에 대해 “속을 알 수 없는 놈. 주도면밀하고 민첩하고 두뇌회전이 빠른 뱀 같은 놈”이라고 정의를 내렸단다. 이를 증명하듯 영화에서 이범수는 무태 안경 속 차가운 눈, 도무지 무슨 생각하는 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영화에서 대사보다는 행동과 표정으로 위압감을 표현하고 싶었다던 그는 일본 최고 야쿠자만 한다는 전신문신까지 직접 제안했다고. “전신문신 중에서도 일본 야쿠자 문신이 제일 차갑고 제일 기분 나빠 보였다. 전신 문신 자체가 혐오스럽기 때문에 선택했고, 살수라는 인물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사람을 봤을 때 그 살기가 전해지길 원했다. 전신문신은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살수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이런 이범수의 모습은 앞서 언론시사회에서 이시영이 언급하며 화제를 모았던 전라신에 고스란히 드러나 해당 장면만으로도 그의 존재는 보통을 뛰어 넘는 어마어마한 인물임을 각인시켰다. ◇ 천상배우 이범수..“촬영장에서 배우는 월드컵 키커의 심정이다” 영화를 개봉하는 시점에도 이범수는 현재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 촬영까지 함께 하고 있어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극과 극 캐릭터를 선보이는 자신에 대해 이범수는 “내가 즐길 수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내가 즐기지 못하면 그렇게 캐릭터 변신을 못 할 것 같다. 그만큼 촬영할 때 집중하고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천상배우’임을 입증해 보였다. 또한 어떤 역할, 장르던지 다 재밌다는 이범수는 그동안 했던 작품들을 돌이켜보면 추억같은 느낌이라고. 그는 어떤 순간에도 최선을 다하고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한단다. “순간순간 배우가 사력을 다해서 현장에서 집중할 때는 피가 마른다. 배우들은 그런 일을 하루에도 몇 시간을 한다. 마치 패털티 킥을 차기 전 ‘월드컵 키커’와 같은 심정이다.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기에 순간 감정 변화가 가능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만큼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컨디션 난조로 보이기도 한다며 아쉬운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영화 말미에는 속편을 예고하는 듯한 장면이 등장한다. 속편에 출연할 의사에 대해 묻자 이범수는 “조범구 감독님이 너무나 좋다. 배우들을 너무 배려해준다. 배우로서 존중 받으면서 연기하는 기분이었다”라며 “감독님의 세 번째 작품인데 신인 감독처럼 배우들 하나하나 다 챙기면서 현장에서 잘 해주셨다. 그게 감독님한테 배울 점 같다. 감독님이 하자고 하면 또 할 것이다”라며 기꺼이 출연하겠다고 답했다. 더불어 이범수는 “‘신의 한 수’는 바둑기사의 일대기가 아니다. 여름 성수기 포문을 여는 소재로서 시원시원한 액션과 배우들의 환상적인 앙상블을 볼 수 있다. 관객들도 바둑 액션이라는 독특한 소재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영화에 기대감을 높이기도 했다. 한편 범죄로 변해버린 바둑판을 배경으로 정우성, 이범수, 안성기, 김인권, 이시영, 안길강, 최진혁, 이도경, 정해균, 안서현이 펼치는 바둑액션을 그린 영화 ‘신의 한 수’는 지난 2일 전야 개봉해 절찬리 상영중이다. (사진=이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스타엔 nedai@starnnews.com노이슬 기자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starnnews.com
2014-07-07 13:0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