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IBK기업은행은 오는 12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멀티미디어 작가 이지연의 '얼룩무지개숲 3'전을 선보인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유망 신진작가 발굴·지원을 위한 전시 프로그램인 'IBK 아트 스테이션'의 세 번째 전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얼룩무지개 숲 3'은 작가가 수년간 작품의 소재로 연구해 온 나노패턴 복제·3D 프린팅 등 기술을 기반으로 새롭게 제작한 설치미술 작품이다. 비가시적·비물질적인 요소를 가시화하는 대형 설치 프로젝트로서 빛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와 심리적인 영향을 통해 일상에 지친 관람객들에게 위로를 전해 주고자 제작됐다. 윤종원 은행장은 "이번 전시의 빛이 상징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시민들께 마음의 위로와 응원이 되면 좋겠다"며 "앞으로도 역량있는 신진작가를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예술 저변을 넓히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2-11-24 10:26:11강선우는 못 들은 척한다. 그녀가 계속한다. “과장급이면 보너스까지 5000달러… 그래, 6만달러짜리 연봉이구나.” 이번에는 강선우의 젖은 어깨와 허리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내려가며, 더 허스키한 목소리로 그녀가 말을 잇는다. “6만달러의 4곱, 24만달러 어때? 그 정도면 크라이슬러 중역 초봉 수준이야. 아니, 거기다 자동차하구 아파트도 제공하겠어. 비행기도 퍼스트 클라스로 타고 다니게 하고, 호텔도 스위트룸으로만 쓰도록 대우해 주겠어.” 강선우는 쏟아지는 샤워 물에 전신을 내맡기고 있다. 눈을 감고 있다. 그는 지금 지터버그 모텔에서처럼 브라이스 케니언 계곡 폭포 아래 서 있다. 폭포 물을 뒤집어쓰고 있다. 햇빛이 유난히 맑은 오후 한나절의 폭포는 흡사 다이아몬드 가루를 한꺼번에 쏟아 놓은 것처럼 영롱한 빛살이 난사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샤워기 아래만 서면, 늘 계곡의 푸르른 폭포를 연상하곤 했던 강선우다. 무지개송어도 마찬가지다. 파랑새의 울음도 그러하다. 물안개가 계곡을 휘감고 나가는 스스스 소리도, 잔숲을 흔드는 바람 소리도, 얼룩무늬범나비의 날개 접는 소리도, 타액을 쏘아 수면 위의 곤충을 잡아먹는 물고기의 지느러미 소리도, 오렌지색 자벌레가 자귀나무 잎새를 갉는 소리도, 그루터기에 묻은 포유동물들의 갖가지 털들이 바람에 떠는 소리도, 정교한 레이더망의 작동인양 깡그리 다 잡아내고 있다. 그처럼 미세한 소리들을 압도하는 소리가 있다. 그레이스 최의 떨리는 듯한 허스키 음성이다. “24만달러 연봉으로 널 다 사버리겠어, 몽땅!” 그녀가 강선우의 탄력있는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린다. 강선우는 새벽 침대 속에서도 그 소리를 듣는다. 소리 끝이 엥엥, 울렸다가 감기는 에코 효과까지 가미된 소리다. 아니, 그 소리 때문에 눈을 번쩍 떴다고 해야 옳다. 나른하다. 떠낼수록 맑아지는 옹달샘을, 샤워 끝내고 침대에 올라와서도 계속 퍼낸 탓일까. 그러나 기분 좋은 나른함이다. 더 자고 싶다. 푸짐하게, 그리고 늘어지게 자고 싶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옆자리에 누워 있는 그레이스 최는 밤새 라벤더 향내를 풍긴다. 뒤척이면 뒤척일수록 더 향기로워진다. 그녀를 본다. 깊이 잠들어 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끌어올려 줘도, 머리맡의 미니 전등을 켜도 마찬가지다. 세상 모르는 원색의 잠에 깊숙이 빠져 있다. 밤새 너무 탐닉한 탓이다. 샘물을 욕심껏 퍼마신 후유증일 터다. 하지만 피곤해 찌푸린 얼굴이 아니다. 만면에 미소가 그려진, 아주 평화로운 표정이다. 뭐든 다 포용하고 수용할것 같은 자애로운 얼굴…. 강선우는 시계를 본다. 정확히 4시다. 에구머니, 강선우가 시트를 걷어차고 일어난다. 뿌드득 뿌드득, 뼈마디가 터지도록 큰 기지개를 켠 다음 침대에서 뛰어내려 대충 샤워를 끝내고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는대도, 그녀는 꿈쩍하지 않는다. 계속 소녀처럼 쌕쌕, 잔코를 골고 있다. 강선우는 프랑스 애정영화에서 흔히 써먹는 방식대로 화장대 거울에 루주로 글씨를 쓴다. “깊은 밤, 깊은 추억… 연락할게요, 안녕.” 강선우가 크라쿠프자동차 공장 사무실에 도착한 것은 약속보다 20분이나 이른 시간이다. 한데도 벌써 사무실은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다. 비단 동남직원들뿐 아니다. 크라쿠프 사람들이 더 많다. 임시 회장실로 쓰고 있는 귀빈 응접실 앞에도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 있다. “어서 와, 강부장.” 강선우의 휴가로 임시 수행비서 업무를 맡고 있는 송부장이다. 그가 다시 한번 강선우의 위아래를 훑고 나서, “강선우 부장.” 이라고 말끝을 마무리한다. 송부장까지 부장이라니… 솔직히 강선우는 쑥스럽다. “아니… 부장이 뭡니까, 부장이?” “회장님 특별 지시야, 당신이 나오면 그렇게 부르라고 당부하셨단 말이야.” 하긴 그 역시 한 계급 승진했다면 아마도 이사이거나, 이사 대우 지위일 터다. /백시종 작 박수룡 그림
2003-02-16 09: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