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출근길 교통사고로 기저질환이 악화됐다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단독 김주완 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골프장에서 락카룸 관리 등의 업무를 하던 A씨는 지난 2019년 3월 차량을 몰고 출근을 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 사고를 냈다. 당시 반대편 차선 갓길에 설치된 전신주와 충돌했고, 곧바로 응급실로 옮겨졌다. A씨는 '개방창이 없는 대뇌출혈, 기저핵의 뇌내출혈' 진단을 받았고, 2021년 7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해당 질병이 업무상 질병 또는 출퇴근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단은 이미 질병이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상병 유발에 있어 업무적 부담 요인이 높지 않다며 신청을 거절했다.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출근을 위해 오전 4시부터 차량을 운전하던 중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업장에서 근무할 때 적절한 휴식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업무상 과로를 했고, 교대근무를 하며 생체리듬이 깨진 것이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경찰 수사 결과 보고서에는 '원고가 뇌경색 증세로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재돼 있긴 한다"면서도 "이는 추정적 진술 등에 근거한 것으로, 원고 의식 상태를 직접 확인한 운전기사와 119 구급대원의 구급활동일지 기재와 배치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새벽조 근무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가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원고의 기저질환에 사고가 겹쳐서 상병이 유발 또는 악화된 것으로 추단된다"고 봤다. 이어 "원고가 보유하고 있던 기저질환인 심장질환과 고혈압은 언제든지 발병할 수 있을 정도의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볼 만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며 "업무상 사유가 기저질환 등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그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된 경우에도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10-07 18:26:23[파이낸셜뉴스] 산업재해로 34년여간 투병하다 장 질환으로 사망했더라도, 인과관계가 명확히 증명되지 않는다면 업무상 재해에 따른 사망으로 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86년 4월 업무상 재해로 하지마비, 방광 결석 등으로 치료를 받다가 장해등급 제1급 판정을 받았다. 이전에 광부로 근무한 이력에 따라 같은 해 11월에는 진폐증 등으로 장해등급 제3급 판정도 받았다. 이후에도 A씨는 방광 결석과 진폐에 따른 치료를 받는 등 투병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 2020년 9월 사망했는데, 직접사인은 '독성 거대결장'이라는 장 질환이었다. A씨 유족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불복한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망인은 1986년 발생한 업무상 재해 등으로 인해 34년여간 와상생활을 하면서 심신이 쇠약해지고 면역력이 저하됐다"며 "기존 승인상병 및 합병증으로 인해 만성통증과 만성변비 등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망인의 사망과 기종 승인상병 및 합병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독성 거대결장이란 폐색 병변이 없는 대장의 확장과 함께 전신 독성이 있을 때 정의되는 질병으로, 가장 흔한 발생원인은 염증성 장 질환"이라며 "패혈증과 장관 감염 등에 의해서도 발병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망인의 경우 대장내시경, 부검을 시행하지 않아 독성 거대결장이 발생한 정확한 원인을 알기 어렵다"며 "법원 감정의는 망인의 업무 혹은 기존 승인상병과 사망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소견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령 기존 승인상병 및 합병증으로 인한 전신쇠약과 면역력 저하 상태가 사망에 대해 조건관계를 갖는다고 볼 여지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망인의 사망에 유력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9-30 08:55:27[파이낸셜뉴스] 시장에서 일하다 코로나19에 확진돼 사망한 것을 두고 유족이 '업무상 재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사실혼 배우자인 B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도매시장에서 하역원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21년 12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를 받던 중 이듬해 1월 사망했다. 사망진단서상 직접사인은 '호흡부전', 호흡부전의 원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이었다. B씨는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망인이 근무한 사업장은 상인, 유통업자, 소비자 등 불특정 다수인이 왕래하는 곳이어서 전염력이 높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며 "사업장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폭증했던 점, 망인이 근무시간 외에는 대부분 자택에 머물렀던 점, 대중교통이 아닌 자차로 출퇴근을 한 점 등에 비춰보면 업무수행 과정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망인이 사업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또는 업무와 관련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B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코로나19 감염 경로는 매우 다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어서 특정 환자의 감염경로 및 원인을 단정 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망인의 코로나19 확진 당시는 오미크론 변이의 본격적인 확산으로 국내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보편화돼 어디에서든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망인이 코로나19에 확진되기 전 근무일에 차량 입·출차시간을 보면, 활동내역이나 이동경로가 불분명하다"며 "원고 주장과 같이 망인이 자택과 사업장을 오가는 외에는 어떠한 외부활동도 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대중교통 등을 전혀 이용하지 않고 망인의 차량만 이용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5-26 12:55:10[파이낸셜뉴스] 근무 중 회사 차를 운전하다 사고가 나 사망했다면, 무면허 상태였더라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경기도 화성에 있는 공사현장에서 사토(잔토) 처리 운반 업무를 하던 A씨는 2021년 사망했다. 당시 A씨는 회사 차량을 끌고 공사 현장에서 사토 하차지로 가던 중 핸들을 잘못 조작해 배수지로 추락, 사망한 상태로 발견됐다. A씨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2022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A씨가 무면허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한 중대한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 사고가 발생했다"며 지급을 거절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근로자의 범죄 행위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이에 불복한 유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망인의 범죄행위(무면허)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이 수행하던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망인은 운전면허가 취소되거나 정지된 일부 기간을 제외하고 상당 기간 동안 운전을 해왔다"며 "운전면허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능력은 있었다고 봐야 하고, 무면허 운전 행위가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고 현장은 미개통된 도로로,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노면이 젖어 있어 매우 미끄러웠으며 다른 조명 시설 등 안전시설물이 없었다"며 "이러한 점에 비춰보면 사고가 온전히 망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4-29 09:29:50[파이낸셜뉴스] 근로자가 회사 차량을 몰다가 사고로 사망한 경우 당시 무면허 상태였더라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숨진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지난달 7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1년 새벽 시간대 경기 화성 소재의 공사 현장에서 나오는 흙을 운반하기 위해 미개통된 도로를 운전하던 중 배수지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그는 1종 대형 운전면허가 있었으나 음주운전으로 취소된 상태였다. 유족들은 2022년 4월 A씨가 근무 중 사망했기에 업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부지급 결정을 내렸다. 사고 당시 A씨는 무면허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해 도로교통법 등을 위반한 중대 과실로 사고가 발생해 산재 인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근로자의 범죄 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앞서 A씨는 2015년 음주운전으로 인해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다. 2016년 1종 대형견인차 운면허와 이듬해 1종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했으나 이 역시 2021년 음주운전으로 취소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족 측은 A씨가 무면허 상태로 차량을 운전한 것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며, 회사 역시 A씨가 차량을 출퇴근·업무용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이유에서 사업주의 지시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업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씨가 1991년부터 운전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면허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망인은 이 사건 차량을 운전할 수 있는 사실상의 능력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한다"며 "무면허운전 행위가 이 사건 사고 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사고 현장은 미개통된 도로로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고 노면이 젖어 매우 미끄러웠고 조명시설 등 안전시설물은 없었다"며 "사고가 온전히 망인의 업무상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으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공단이 불복하지 않아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4-29 09:26:17[파이낸셜뉴스] 우울증을 앓다가 상사의 폭언 등 업무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사망한 A씨의 부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지난 2020년 B사에 입사한 A씨는 같은 해 10월 회사 회의실에서 투신해 사망했다. A씨 부모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이라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회사 대표가 망인에게 심한 질책과 폭언 등을 했고, 망인은 정식 채용을 앞두고 해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며 "이로 인해 망인의 우울증이 급격히 악화됐고, 정상적인 인식능력 등이 뚜렷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실제 A씨는 사망할 무렵 여자친구와의 대화에서 회사 대표가 질책 등을 했다고 거론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전 일기에는 "생각이 복잡하다. 잘 정리가 안 되고, 이번 주에 일도 잘하려고 했는데, 욕먹었던 대표님의 말들이 자꾸 생각난다. 복기할수록 감정도 함께 올라와서 힘들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망인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개인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2018년 12월부터 우울증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며 "우울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했으나,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직장생활을 계속할 정도로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망인은 3개월 수습기간 후 채용을 조건으로 이 회사에 입사했고, 3개월 후 해고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상당히 느끼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상황에 회사 대표로부터 여러 차례 질책을 들었고, 사망 전날에는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처음 들어왔을 때랑 달리 낯빛이 좋지 않다', '정신질환이 있냐'는 폭언을 들어 극심한 수치심과 좌절감 등을 느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가족관계에서의 스트레스, 지속된 좌절,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이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된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망인이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무관하게 오로지 이같은 사정만으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렀다고 볼만한 근거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4-03-19 08:51:16[파이낸셜뉴스] 새로운 업무를 담당하면서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수의사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사망한 수의사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5월부터 국내 제약회사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다 2020년 12월 극단적 선택으로 숨졌다. 당시 A씨의 아내는 남편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유족 측은 A씨가 2020년 초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경험이 없던 애완용 제품 관련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고, 이로 인해 심적 부담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제품 출시 과정에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됐고, 우울감이나 불면증을 호소했다고 했다. 그러나 공단은 회사 업무로 인한 압박보다는 업무에 대한 개인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현실로 인해 자살에 이르렀다며 업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불복해 A씨 아내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사망과 업무 간의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로 인해 망인에게 우울증이 발병, 악화됐다"며 "그로 인해 망인이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나 행위선택 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결여되거나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망인은 과장 승진 이전까지는 주로 수산, 양봉, 축산 등과 관련된 업무만을 담당했지만, 승진 후 기능성 사료 등 애완동물 관련 신제품 개발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다"며 "애완동물용 사료 등의 경우 제품 성능 외에도 디자인이나 마케팅 관련 측면이 강조됐고, 망인은 이와 같은 업무 적응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망인의 완벽주의적 성향, 다소 소극적인 기질 등 개인적인 성향 또한 우울증의 원인 중 하나였다고 보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가 이같은 성향과 결합, 혹은 성향을 강화시켜 우울증을 악화시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11-03 15:06:29[파이낸셜뉴스]매주 40여명의 환자를 상대로 도수치료를 해오다 사망한 물리치료사에 대해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박정대)는 40대 물리치료사의 유족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장의비 부지급 처분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14일 원고 승소판결했다. 물리치료사 B씨는 2010년 7월 한 병원에 입사해 물리치료와 도수치료 업무를 맡아오다 2020년 8월 사망했다. 부검 당시 사인은 뇌혈관 질병으로 인한 대동맥 파열이었다. 유족 A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공단측은 "(B씨의 사망은) 업무적 부담보다는 개인적 위험요인에 의한 것이므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유를 들었다. A씨는 행정법원의 소를 제기하고 "(B씨는)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만성 과로에 시달렸으며 도수치료사의 특성상 육체적인 업무강도나 높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의 체질이나 건강상태에 관계없이 이미 신체적·정신적으로 가해지는 부담이 질병을 야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B씨의 근무시간 산정은 예약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되며 환자의 만족도 관리가 필요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며 "치료환자 수에 비례해 수입이 증가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고려하면 근로시간 수가 인정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업무 관련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B씨는 일주일에 평균 42명의 환자를 치료했는데 상당한 힘을 쏟아야 하는 치료 특성상 그 업무 강도가 통상 사무직 근로자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게다가 B씨가 주 6일제 근로자였던 점 역시 신체 부담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2023-10-29 17:38:08[파이낸셜뉴스] 업무 중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하고 1년 뒤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다만 공황장애의 경우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8-1부(정총령·조진구·신용호 부장판사)는 철강업체 직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달리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6년 2월 사업장에서 쇳물을 녹이는 작업을 하던 중 지게차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듬해 5월 A씨는 동료가 동일한 작업을 하는 것을 보다가 불안감을 느껴 병원을 찾았고, 적응장애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이후 A씨는 치료를 받으면서 증상이 일부 호전됐지만, 2020년 1월 또 다른 동료가 지게차 작업 도중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질병이 다시 악화됐다. A씨는 2020년 6월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업무적 요인보다 개인적 환경에 의한 질병으로 보인다"며 요양비를 지급하지 않았고, A씨는 공단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의 업무로 인해 적응장애와 공황장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적응장애와 달리 공황장애는 업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힘들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의 적응장애는 사고·업무와 관련해 발생한 여러 사정으로 인해 유발됐거나, 원고의 성격·가정환경 등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공황장애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공황장애는 업무와 무관하게 주로 생물학적 원인으로 발병하는 정신질환이라는 감정의 소견 등을 종합해 볼 때 사고 이후 악화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2023-07-28 09:42:59[파이낸셜뉴스] 밤 근무를 하며 전국 600개 무인주차장 이용자들을 상대한 콜센터 직원이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2월부터 콜센터 시스템 운영 대행업체에 파견돼 약 7개월간 상담원으로 근무했다. 그의 주 업무는 약 600개 가맹업체의 무인주차장 관련 전화문의에 응대하는 것이었다. 3교대 석간조에 속한 A씨는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근무했다. 저녁 시간 1시간 외 휴게시간은 없었고 별도의 휴게장소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2019년 9월 사업장 인근에서 식사 중 쓰러졌는데 반신 마비와 실어증 증세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병원에서 '뇌 기저핵 출혈' 진단을 받자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 신청을 했지만 거부됐고, 이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냈다. 1심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A씨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A씨 청구를 기각하며 1심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A씨의 병은 개인적 요인이 자연적 경과에 따라 악화함으로써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A씨 업무가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의 업무 강도가 아니었다는 결론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A씨가 당시 근무한사업장이 업무 강도가 높고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에 종사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는 취지에서다. 대법원은 "A씨의 근무 강도와 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비록 A씨의 기저질환인 고혈압을 주된 발병 원인으로 보더라도 업무상 스트레스가 고혈압과 겹쳐서 뇌출혈을 악화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업무상 재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3-04-25 13:4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