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14일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17%로 3위를 기록했던 시난 오간이 22일 돌연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오간은 이날 앙카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8일 투표에서 야당 지도자인 케말 클르츠다로울루 대신 에르도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4일 투표에서 49.52% 득표율로 2위 클르츠다로울루 공화인민당 대표에 5%p 차로 앞섰지만 과반득표에 실패해 28일 결선투표를 앞두고 있다. 오간은 에르도안 지지가 오랜 논의 끝에 이뤄진 결론이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결정이라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간은 보수주의자로 난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고, 일부 쿠르드족 그룹을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 같은 정책 노선에 부합하는 인물을 지지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는 클르츠다로울루의 공화인민당은 “우리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간은 이번 대선 전까지는 튀르키예 외부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지만 대선에서 5% 넘게 득표하면서 접전을 보이고 있는 대선 결선투표의 킹메이커로 부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23-05-23 04:49:59레체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오전 무라트 체틴카야 터키중앙은행(TCMB) 총재를 전격 해임했다.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에 고분고분하지 않은게 배경으로 지목된다. 2018년 외환위기를 겪고, 지난해 경기침체 와중에도 대통령 선거에서 압승하며 재선에 성공한 뒤 권력집중에 속도를 내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마저 꿰찰 기세다. 이번주 러시아 미사일 배치를 둘러싼 갈등 속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에 경제제재를 예고한터라 중앙은행 독립성 약화와 경제제재까지 겹치는 터키 리라는 급락세를 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을 대놓고 비난해 온 에르도안이 이날 대통령령으로 체틴카야 TCMB 총재를 해임했다. 2016년 4월 임명돼 아직 임기가 1년이 남았지만 에르도안과 고금리를 놓고 갈등을 빚을 끝에 결국 쫓겨났다. 특히 오는 25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예상되던 시점에 눈엣가시 같은 총재를 날려버린 것은 금리인하 폭이 당초 전망보다 깊고, 앞으로도 추가 금리인하가 뒤따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대신 국영 할크방크에서 경력 대부분을 다진 경제학자인 무라트 우이살 TCMB 부총재를 후임으로 지명했다. 체틴카야 해임은 지난달 에르도안의 외신 기자회견에서 예고됐다. 그는 그 자리에서도 고금리가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의 원인이라는 자신의 궤변을 다시 강조하고 중앙은행의 고금리 정책이 터키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체틴카야는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에르도안의 위세에 눌려 긴축적 통화정책에 소극적이었다. 터키 리라가 사상최저치로 폭락하고 터키가 구금한 미국인 선교사 석방 문제로 미 경제제재에 직면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고공행진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금리인상을 주저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9월 에르도안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24%로 끌어올렸고 마침내 인플레이션을 잡는 승기를 마련했다. 금리인상 한달 뒤인 10월 25%까지 치솟았던 인플레이션은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해 지난달에는 15.7%로 떨어졌다. 인플레이션이 잡힐 기미가 보이면서 경기침체를 완화하기 위한 소폭의 금리인하 여력까지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에르도안은 더 과감한 금리인하를 요구하면서 결국 그를 내쫓았다. 시장은 흔들리던 TCMB 독립성이 이번 조처로 유명무실해지게 됐다고 보고 있다. 25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둔화로 만들어진 여력을 바탕으로 금리인하에 나서더라도 시장에서는 이를 정치적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총재 해임을 '멍청한 짓'이라고 칭한 런던 블루베이 자산운용의 팀 애슈 애널리스트는 "새 총재는 대통령궁의 요구에 따라 금리를 낮출 것이라고 게 시장의 가정"이라고 말했다.금리인하가 굴복으로 비쳐지면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로 신뢰를 잃으며 추락하고 있는 터키 리라 하강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운용사 GAM의 폴 맥나마라 펀드매니저는 중앙은행 총재 해임은 "매우 이례적으로 멍청한 짓"이라며 "8일에 장이 열리면 리라는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촉발된 외환위기로 이미 가치가 30% 넘게 추락한 리라가 급락하면 무엇보다 2000억달러가 넘는 외화대출을 쌓아두고 있는 터키 기업들의 채무부담이 커지면서 경제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맥나마라는 체틴카야 해임으로 TCMB는 고금리·유동성 공급 확대를 통한 빚에 기초한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정책목표를 폐기하게 될 것이라면서 빚을 늘려 경기침체를 빠르게 벗어나려한다면 이는 터키 경제를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2019-07-07 17:44:34현대로템이 납품한 전동차가 터키 마르마라이 전 구간에서 운행된다. 현대로템은 12일(현지시간) 터키 카르탈역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르마라이 전 구간 노선 개통식이 열렸다고 13일 밝혔다. 마르마라이는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을 관통하는 세계 최초의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잇는 해저철도로 길이 77㎞의 노선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마르마라이 개통으로 1시간에 7만 5000명, 하루 170만명의 승객이 열차를 이용하게 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8년 약 6700억원 규모의 마르마라이 전동차 440량을 수주한 바 있다. 2013년 95량의 전동차를 납품해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영업운행을 시작했으며, 이번 개통에 240량이 추가 납품됐다. 나머지 차량에 대한 납품은 올해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다. 차량은 5량 1편성과 10량 1편성으로 구성되며 시속 80㎞로 운행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성공적인 영업운행 실적을 바탕으로 터키에서 경쟁력을 확고히 입증하고 추가 수주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19-03-13 10:13:08터키 중앙은행이 경기과열 우려에도 24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터키 리라 가치가 4.2%까지 급락했다. 공공연하게 금리인상에 반대해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터키의 경제 운영 방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7.75%로 동결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의 3배가 넘는 15.4%로 경기과열 조짐이 나타나는 가운데 나온 결정이다. 앞서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최소 1%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동결 발표에 리라 가치는 급락했다. 이날 유럽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리라 가치는 4.2%까지 떨어졌다가 3%로 다소 낙폭을 줄였다. 이는 중앙은행이 저금리를 선호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굴복하고 있다는 시장의 공포를 반영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석했다.투자자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터키를 통화위기로 밀어넣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리가 물가상승 원인이라는 독특한 경제관을 역설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상에 줄곧 거부반응을 보였다. 지난 6월 대선 직전 언론 인터뷰에선 재선에 성공한다면 통화정책 개입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18-07-25 17:14:29문재인 대통령은 2일 우리나라를 국빈 방한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향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직후 한반도 평화의 봄을 함께 축복하기 위해 방한한 첫 번째 국빈"이라며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정세에 대해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더욱 특별한 의미가 느껴진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터키를 '우리와 매우 가까운 오랜 친구'라고 표현하며 "터키는 한국전쟁에 참여해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 피를 흘렸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한국 국민은 터키를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 간 우의와 신뢰기반을 다진 것을 의미깊게 생각하며 앞으로 더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됐고 이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면서 "터키 국민을 대표해 진심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 전쟁에 대한 공포를 완전히 없애주는 굉장히 중요한 회담"이라고 평가하며 "화해의 분위기가 앞으로 영원히 지속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이 남한 외에도 주변국과 협상해 문제를 풀어간다면 더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터키에도 임무가 있다면 성심껏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양 정상은 이날 한반도 정세와 함께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미래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댔다. 문 대통령은 "실질 협력 분야에서도 2013년 한·터키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된 이후 양국 간의 교육 투자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인프라, 에너지, 과학기술, 방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돼 가고 있다"고 평가하며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특히 방산업에 주목하며 "방산 분야를 필두로 기술협약을 증진해간다면 무역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혈맹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관계를 새로 조성해야 한다. 이번 방문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기를 바란다"고 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2018-05-02 16:15:36레젭 타입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으로 5월 2일 우리나라를 국빈 방문한다고 청와대는 25일 밝혔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터키는 6·25 전쟁에 참전해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함께한 형제국가"라며 "이번 에르도안 대통령의 방문은 2012년 양국관계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이후 최초로 이루어지는 정상교류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 남북정상회담 이후 방한하는 첫 국빈인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국빈만찬을 주최할 예정이다. 양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발전 현황을 점검하고 교역·투자, 교통·인프라, 에너지·자원 등 분야에서 양국간 호혜적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예정이다. 고 대변인은 "터키는 중견국간 협의체로 자리 잡은 MIKTA(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터키·호주)의 일원"이라며 "국제무대에서 MIKTA 차원의 협력 강화를 통해 우리 외교의 저변을 확대하고 다변화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2018-04-25 11:47:50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개헌으로 내가 독재자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21세기 술탄(정치지도자를 뜻하는 아랍어) 개헌'을 강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이하 현지시간) CNN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번 개헌은 터키의 민주 역사에서 변혁과 변화를 상징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개헌이 터키의 정치 체제를 개편한 것이 아닌 자신을 위한 조치였다는 비난에 대해 부정했다. 그러면서 "나는 불사의 존재가 아니며, 언제든 죽을 수 있다"며 "독재 체제가 존재한다면 대통령은 필요없다"고 일축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개헌안이 국민의 민주적 절차에 의해 통과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투표함이 있고, 민주주의는 국민의 힘으로부터 나온다. 우리는 이것을 '국가 의지(national will)'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통과된 터키 개헌안은 대통령에게 권한을 몰아줘 '제왕적 대통령제'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이 최대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어 장기 독재 체제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투표에서는 찬성표가 51.4%로 반대(48.6%)를 근소하게 앞섰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2017-04-19 17:22:11터키의 집권제도가 94년만에 바뀌게 됐다.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중심제로 전환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 터키의 개헌 국민투표가 결국 통과되면서 거의 1세기 동안 이어진 '아타튀르크(국부)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개헌을 통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영향력은 커졌으며 장기 집권도 가능할 전망이다. 하지만 찬성 의견이 예상보다 높지 않았고 부정투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어 향후 터키는 더 격랑에 휩싸일 수 있다. 유럽 등 국제사회에서는 벌써부터 터키가 독재국가화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16일(이하 현지시간) 터키 국영통신 아나돌루에 따르면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헌안 국민투표 개표 결과 '찬성'이 51.4%로 반대 의견(48.6%)을 근소하게 앞섰다고 발표했다. 개헌안을 밀어붙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승리가 확정되자 이스탄불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정부 개혁안을 제정했다. 민주주의 역사에 새 장이 열릴 것"이라며 "이번 승리를 국민의 부와 평화를 위해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안은 대통령 중심으로 권한을 집중시키는 내용이 핵심이다. 대통령의 권한 집행력을 강화하고, 총리직은 폐지한다. 대통령은 또 장관과 일부 사법기관장 임명권을 가지며, 입법권도 일부 보유하게 된다. 비상사태 선포권까지 가진다. 결과적으로 현직인 에르도안 대통령에 막강한 권한을 몰아줬다. 장기 집권 길도 열렸다. 개헌안에서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중임이 가능하다. 새 헌법은 2019년에 발효된다. 에르도안은 잔여 임기를 보장받고, 새 헌법 하에서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있다. 2019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중임까지 성공할 경우,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론적으로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재임 중 조기 대선을 치른다면 2034년까지 권력을 연장할 수도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에 재직하면서부터 14년간 권좌를 지켜 왔다. 17년간 더 집권할 수 있는 '독재'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찬성 의견이 개헌파의 기대보다 낮고, 부정선거 시비가 끊이지 않아 개헌안 선포 전까지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기대했던 승리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했다. 야당 등 개헌 반대파는 불공정한 선거였다며 이번 결과에 대해 공식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AP통신에 따르면 터키 제1야당 공화인민당의 에르달 아크순가르 부대표는 "전체 투표함 중 최대 60%의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며 "150만표에 달하는 무효표가 찬성표로 인정됐다"고 주장했다. 쿠르드계 소수정당인 인민민주당도 총 투표의 3분의 2에 대해 재검표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AP는 전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2017-04-17 19:03:30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나치 잔재" 발언이 유럽 정치권의 큰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덜란드 당국이 현지에서 개최하려던 터키 개헌 지지집회를 불허하고 터키 각료의 집회 참석을 위한 입국을 막자 이같은 비난을 했다. 12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기괴하며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격분했다. 이어 그는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와 8차례 이상 통화를 하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FP는 네덜란드 외무부 대변인이 이번 발언에 대해 터키 당국에 항의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에서 가장 민감한 단어인 '나치'와 '파시즘'을 입에 올리자 당사국인 네덜란드 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비판 메시지가 나왔다. FT는 라르스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가 오는 20일로 예정됐던 이을드름 총리와의 회담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라스무센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네덜란드에 대한 터키의 공격과 이번 회담은 분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 앞서 집회 개최를 놓고 터키와 마찰을 빚었던 독일 당국도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주 쾰른 등 독일 지방자치단체들은 터키 법무장관이 참석하려던 현지 집회에 불허 조치를 내린 바 있다. 당시에도 에르도안 총리는 독일 정부가 "나치 같다"며 비난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 집회는 독일에서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라면 터키 경제 원조 논의를 이어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유력 대선주자들도 일제히 에르도안 대통령을 비판했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프랑스 내 터키 집회 금지를 요구하면서 신속히 비난 의견을 내놨다.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도 "프랑스의 동맹국인 독일과 네덜란드가 터키에 모욕을 당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FT는 오스트리아, 스위스, 독일 등도 예정된 터키와의 대화 취소를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럽 국가와 마찰을 빚으면서까지 현지 집회를 강행하려는 것은 다음달 16일 예정된 개헌 국민투표 통과를 위해 터키 재외국민의 찬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라고 AP통신은 분석했다. AFP는 약 550만 터키 재외국민 중 독일에만 140만명이 거주 중이라고 전했다. 이는 터키 전체로 따져도 4번째로 큰 선거구다. 네덜란드에는 약 40만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투표에서 터키 국민들은 현행 내각중심제인 터키 헌법을 대통령중심제로 수정할지를 결정한다. 개헌을 통해 5년 중임 대통령제로 터키 행정부가 바뀐다면, 오는 2019년 임기가 끝나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장 2029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포권과 의회 해산권까지 가질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것이 독재의 초석을 쌓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AP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에르도안의 터키 정부의 권위주의가 심해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 여름 일어난 쿠데타 미수 후 이같은 성향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2017-03-13 15:51:21▲ 사진=방송 캡처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군부 쿠테타를 실패도 규정하고 배후세력으로 페툴라 귤렌을 지목했다. 지난 16일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테타의 배후로 지목한 페툴라 귤렌을 추방해 터키로 보낼 것을 미국에 공식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터키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한 테러리스트 추방 요구를 거절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우리가 전략적 파트너라면 미국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페툴라 귤렌의 추방을 요구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앞서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 한 연설을 통해 미국으로 망명한 페툴라 귤렌의 지시로 군부 쿠테타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hanew@fnnews.com 한은우 기자
2016-07-17 09: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