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 전문 컨설팅 회사인 클라우드의 황순철 대표(사진)는 지금을 '투자 타이밍'으로 봤다. 팬데믹 이후 도쿄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인 데다 금리 및 정책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또 엔저로 향후 환차익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서울 마포구 클라우드 본사에서 만난 황 대표는 일본 부동산 투자가 매력적인 4가지 이유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안정적 정책 △가격 상승 △저금리 △엔화 약세 등이다. 지난 2020년부터 해외 투자자들은 이미 적극적으로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유럽 투자자가 대부분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황 대표는 최근 '돈이 되는 일본 부동산 투자 가이드'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일본 부동산 정책이 우리와 다른 점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인들은 '잃어버린 20년'이라는 저성장기를 경험했다. 이 같은 배경 탓에 일본인들의 부동산에 대한 인식이 한국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부동산은 투자라면 일본에서는 소비재"라며 "일본 정부 역시 정책보다는 민간 시장에 맡기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부동산 정책 변화가 거의 없어 예측이 용이해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일본은행은 기준금리를 인상해 0.25%가 됐다. 하지만 일본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1.8~2.5%로 유지되고 있다. 통상 매매가격의 50~60%까지 대출이 나온다. 기준금리도 미국(5.5%), 한국(3.5%)과 격차가 크다. 부동산 투자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좋은 조건인 셈이다. 황 대표는 "일본 부동산은 팬데믹을 지나면서 조금씩 우상향 중"이라며 "올해 일본 도쿄 도심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주택지는 7.1%, 상업지는 7.3% 올랐고 도쿄도 23구 전체로 봐도 주택 5.4%, 상업 7.0% 상승했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직의 투자상담도 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도쿄 중심부 내 3~10층짜리 꼬마빌딩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는 아파트가 한국과 다른 개념이고, 주상복합에 해당하는 멘션은 임대수익이 적기 때문이다. 건물에 투자해 임대수익 및 매각차익을 얻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당초 국내 투자자들은 도쿄 도심 3구(지요다, 주오, 미나토) 내 빌딩 선호가 높았지만 가격 상승에 따라 7구, 10구까지 눈을 넓히는 분위기다. 황 대표는 "의사나 증권사 종사자 등 전문직에서 투자문의가 많이 늘고 있다"며 "최소 10억원 이상 자기자본을 가진 분들이 20억원 이상 빌딩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이어 "한국과 달리 일본은 급격한 가격 상승은 아니기 때문에 40, 50대가 장기적 관점에서 임대수익을 중심에 두고 투자판단을 하고 있다"며 "현재 엔화가 약세인 상황에서 향후 엔화가치가 오르면 환차익도 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24-08-29 18:20:20일본 엔화의 힘은 셌다. '엔저'가 주는 느낌에 속았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8월 2일 '검은 금요일', 서킷브레이크(주식매매 일시정지)까지 발동된 8월 5일 '검은 월요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에 엔화의 힘을 보여줬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에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가미되면서 시장은 발작을 일으켰다. 일본은 1990년대 경제거품 붕괴로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은행(BOJ)은 기준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내렸다. 일본인의 안전자산 선호는 유별나지만 원금마저 깎이는 상황을 감내하긴 힘들었다.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달러 등 외화를 사두거나 금리가 높은 나라의 예금·자산에 투자했다.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와 '와타나베 부인'의 등장이었다. 국경을 넘나드는 돈은 고려할 게 많다. 외환·금리·세금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BOJ는 지난 3월 17년 만에 단기금리를 올리면서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났다. 7월 31일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했다. 이렇게 되면 엔화 투자금이 감당할 리스크는 커진다. 마침 이 시기에 미국 침체 공포가 부상했다. 글로벌 엔화 투자금은 급격한 청산 과정을 밟았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격이었다. 이틀 연속 폭락을 겪은 시장은 안정세다. 그럼에도 촉각은 곤두서 있다. 추가 청산 규모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JP모건은 4분의 3이 청산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BNY(뱅크오브뉴욕멜론)는 추가 청산 여지가 있고 엔·달러 환율이 30%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추정했다. 변수는 미국과 일본의 정책기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인하로, 일본은 인상으로 방향을 튼 것이 뚜렷해지고 있다. 향후 시장이 출렁일 가능성은 높다. 여기에다 일본 기상청이 '난카이 대지진 임시주의보'를 발령할 정도로 우려하고 있는 지진이 발생하게 되면 엔화 값은 급등한다. 보험사 등 금융권이 피해복구를 위해 해외자산을 팔고 일본으로 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현상이다. 상대적 고수익을 좇는 엔화 투자금이 일본의 정책기조 변화에 맞춰 회귀한 것은 큰 줄기다. 그 과정에서 시장은 출렁였다. 다만 일본의 저금리, 마이너스 금리를 활용한 것은 와타나베 부인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글로벌 은행과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은 거의 공짜로 대출받기 위해 일본에 줄을 섰었다. 일본 자금을 받아 엔비디아 등 미국 기술주, 대만 주식, 부동산에 투자했다. 미국·대만의 주식시장 활황도,'7월 말 8월 초' 시장의 출렁거림도 엔화라는 달러에 버금가는 통화를 보유한 일본의 힘이라고 하면 비약일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엔 캐리 트레이드 사정권 밖일까. 일본 자금의 한국 주식시장 투자 비중은 높지 않다. 6월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의 0.6%, 국내 채권시장의 0.03% 정도다. 2200조원을 훌쩍 넘긴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론 미미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반도에만 한정하면 이 정도라는 것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판단하면 한국에 대한 일본 자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1990년대 후반 'IMF(외환위기)'의 시발점이 일본 자금의 한국 철수였다는 건 당시 정책당국자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또 국내 대기업의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해외 채권 자금줄은 일본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오는 9월 편입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세계국채지수(WGBI)도 성공 여부는 일본이 키를 쥐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의 WGBI 편입 비중은 12%다. 미국(4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빙산 아랫부분을 유념해야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일본을 추월했다는 자신감에 우쭐해선 안 된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처럼 한일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상황은 아니라는 게 다행이라지만 흔들면 흔들릴 수 있다. 엔저의 익숙함에 감춰진 일본의 힘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극일은 자신감만으론 이룰 수 없다. 79주년 광복절을 보낸 소회다. mirror@fnnews.com
2024-08-20 18:05:37【도쿄=김경민 특파원】 2·4분기 일본 7대 완성차 업체의 실적이 엔저(엔화 약세) 효과를 제외하면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행(BOJ)의 금리인상 단행으로 엔화 가치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현재 엔화 가치 수준을 유지한다면 3·4분기에는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주요 7개 완성차의 4~6월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2% 증가한 2조1000억엔(약 19조768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닛산과 미쓰비시 등 2개사를 제외한 5개사가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특히 도요타, 혼다, 스즈키는 설립 이래 사상 최고 이익을 기록했다. 7개사의 증익 요인은 엔저였다. 4~6월의 평균 환율은 1달러당 약 156엔으로 1년전 보다 19엔 하락했다. 엔저는 이익을 5800억엔 끌어올렸다. 전체 이익 폭(2200억엔)을 웃도는 규모다. 엔·달러는 7월 상순에 37년만의 최하인 162엔까지 떨어진 후 BOJ의 추가 금리인상 단행 직후인 5일 한때 141엔대까지 올랐다. 만약 8~9월 엔·달러가 현재 145엔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엔저 효과는 약 5엔으로 2·4분기의 4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자동차 판매 흐름은 그다지 좋지 않다. 자동차 가격 인상 효과가 있었음에도 각사의 세계 판매 합계는 약 580만대로 2% 감소했다. 전기차(EV)와 자율주행 연구개발비와 임금인상 등에 따른 비용증가가 약 3800억엔 이익을 끌어내렸다. 3·4분기 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현실화한다면 9분기 만의 첫 분기 영업이익 감소가 된다. 닛케이는 "3·4분기는 비용이 증가해 7개사가 영업이익 감소로 돌아설 가능성 있다"며 "환율 상정 레이트를 높게 잡은 닛산과 마츠다를 제외한 5개사의 영업이익 감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 자동차 업체의 핵심 시장인 미국의 흐름도 변화가 감지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급 부족이 해결되면서 미국의 올해 승용차 수요 전망은 전년 대비 4% 증가에 그치고 있다. 재고 증가는 신차 가격을 억제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달 말 BOJ는 단기 정책금리를 종전 0∼0.1%에서 0.25% 정도로 인상했다. 이후 급격한 엔고가 진행되면서 전 세계 증시가 한꺼번에 요동쳤다. 일각에서는 BOJ가 성급한 금리인상을 단행했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해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지난 7일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할 것이라는 생각은 경제와 물가 전망이 실현돼 간다고 하는 조건이 붙어있다"고 밝혔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8-08 10:44:27【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올해 2·4분기(4~6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기록했다. 인증 부정 문제로 생산량이 줄었지만 엔화 약세와 해외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의 인기가 호재로 작용했다. 2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2·4분기 분기 매출이 11조8378억엔(약 107조832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3084억엔(약 11조9179억원)으로 16.7% 증가했고 순이익도 1조3333억엔(약 12조140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2·4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엔저(엔화 약세)와 원가 개선 등이 실적 향상을 견인했다. 2·4분기 평균 엔·달러 환율은 1달러당 약 156엔으로 2024사업연도 전망치(1달러당 약 146엔)보다 약세를 보이면서 약 3700억엔(약 3조3691억원)의 이익이 증가했다. 또 원가 개선 효과도 950억엔(약 8650억원)에 달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높은 수요도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2·4분기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량은 22% 증가한 97만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도요타자동차는 품질 인증 취득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견돼 지난달부터 코롤라 필더 등 3개 차종 생산을 중단했다. 최근 부정행위는 7개 차종에서 추가로 발견돼 일본 국토교통성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에 도요타자동차의 2·4분기 '도요타 렉서스' 브랜드의 세계 생산량은 7% 감소한 236만대에 그쳤고 국내 생산량은 76만대로 9% 감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새로운 부정행위와 함께 중국에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엔화 약세 흐름도 반전되는 모습이라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전망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8-02 04:26:32【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인상과 국채매입 규모 축소를 동시에 단행, 본격적인 '금리 있는 시대'로 진입했다. 일본 당국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이고 '돈풀기' 중단에 나선 만큼 사상 최저로 떨어진 엔화 가치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BOJ는 7월 31일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0~0.1%로 잡았던 정책금리를 0.25%로 올리는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이번 인상으로 단기금리는 리먼브러더스 쇼크 직후의 2008년 12월(0.3% 전후) 이래 15년7개월 만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정책금리 인상으로 가계예금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업의 차입금리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추가 금리인상에는 9명의 정책위원 중 2명이 반대하고 7명이 찬성했다. 금리인상에 반대한 2명은 향후 기업 통계와 임금인상 확산 등의 데이터를 검토한 후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국의 2% 물가안정 목표 실현이 사실상 달성된 데다 역대급 엔저(엔화가치 하락)로 인한 내수경제 타격 등이 금리인상 배경으로 풀이된다. BOJ는 "물가상승률 2% 목표의 지속적·안정적 실현 관점에서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경제·물가가 전망대로 움직인다면 계속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BOJ는 이번 회의에서 국채매입액을 현재의 월 6조엔(약 54조1476억원)가량에서 2026년 1~3월 3조엔까지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원칙적으로 분기별로 4000억엔씩 감액하는 것이다. km@fnnews.com
2024-07-31 18:15:29【 도쿄=김경민 특파원】 7월 31일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리고 국채매입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결정은 12년간 일본 경제정책의 기조였던 '아베노믹스'의 종언이라는 평가다. 대규모 돈풀기 정책으로 거시지표를 챙겼던 아베노믹스와 엔저의 시대를 뒤로하고 다시 엔고로 노를 저어 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경제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엔저로 경제지표는 '최고' 릴레이아베노믹스는 지난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경제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대규모 경제정책이다. 이 정책은 △대규모 금융완화 △적극적 재정정책 △구조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로 구성됐다. 주요 목표는 통화공급을 늘리고 엔화 가치를 낮춰 일본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첫번째 화살인 대규모 금융완화는 엔저(엔화 약세)를 현실화했다. 2012년 말 달러당 약 80엔이던 엔화 가치는 올해 7월 초순 2배인 161엔까지 떨어졌다. 엔저는 일본의 수출기업과 경상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등에 업고 일본산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2023사업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약 47조883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약 222조7680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주식시장도 훈풍이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7월 11일 사상 최고인 4만2224에 거래를 마감했다. '값싼 일본'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물밀듯이 들어왔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2500만명을 넘었고, 올해는 350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기존 방일 외국인이 가장 많았던 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으로, 3188만명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 방문 외국인 소비액도 올해 약 8조엔(약 70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노믹스는 기업 수익성을 강화하고 고용을 촉진하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언론에서는 "일본이 드디어 '잃어버린 30년'에서 탈피해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슈퍼엔저 현실은…"슬프다"그러나 엔저정책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초래했다. 엔저는 수출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지만 수입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았다. 엔저로 인해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비용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7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30년 동안 물가상승을 경험하지 못한 일본인들에겐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 2년 넘게 계속됐다. 그렇다고 임금이 오른 것도 아니었다. 물가상승분을 뺀 실질임금은 지난 5월까지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내수·중소기업과 저소득층 가구는 이러한 물가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통적으로 '엔저는 좋다'는 일본인의 인식이 '나쁜 엔저' 혹은 '슬픈 엔저'로 변화했다. 막상 마주한 슈퍼엔저의 현실에선 기업들의 살만 찌우고, 정작 서민은 더욱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엔저는 일본의 경제규모도 축소시켰다. 교도통신은 "2023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4조2308억달러(약 5833조원)로 예상된다"며 "일본은 독일에 역전돼 세계 4위로 한 계단 내려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채 발행 지속으로 인한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인 260%(OECD 평균 137%) 이상인 것도 이번 정책전환의 이유로 꼽힌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고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기시다 내각은 아베노믹스에서 벗어나 엔저정책을 완화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BOJ는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0~0.1%로 잡았던 정책금리를 0.25%로 올리는 추가 금리인상과 국채 매입액을 현재의 월 6조엔(약 54조1476억원) 정도에서 2026년 1~3월 3조엔까지 줄인다는 방침을 결정했다. km@fnnews.com
2024-07-31 18:13:02【도쿄=김경민 특파원】 7월 31일 일본은행(BOJ)이 금리를 올리고 국채 매입 규모를 축소하기로 한 결정은 12년간 일본 경제정책의 기조였던 '아베노믹스'의 종언이라는 평가다. 대규모 돈 풀기 정책으로 거시 지표를 챙겼던 아베노믹스와 엔저의 시대를 뒤로 하고 다시 엔고로 노를 저어 고물가에 시름하는 서민 경제를 챙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엔저로 경제지표는 '최고' 릴레이 아베노믹스는 지난 2012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경제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대규모 경제 정책이다. 이 정책은 △대규모 금융완화 △적극적인 재정 정책 △구조 개혁이라는 '3개의 화살'로 구성됐다. 주요 목표는 통화 공급을 늘리고 엔화의 가치를 낮춰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었다. 첫번째 화살인 대규모 금융완화는 엔저(엔화 약세)를 현실화했다. 2012년말 1달러당 약 80엔이었던 엔화 가치는 올해 7월 초순 2배인 161엔까지 떨어졌다. 엔저는 일본의 수출 기업과 경상수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등에 업고 일본산 제품이 불티나게 팔린 것이다. 도요타자동차는 2023사업연도(2023년 4∼2024년 3월)에 사상 최대 영업이익(약 47조883억원)을 올렸다. 같은 기간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약 222조7680억원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주식시장도 훈풍이었다. 일본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7월 11일 사상 최고인 4만2224에 거래를 마감했다. '값싼 일본'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물밀듯이 들어왔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2500만명을 넘었고 올해는 3500만명을 예상하고 있다. 기존 방일 외국인이 가장 많았던 해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으로 3188만명이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 방문 외국인 소비액도 올해 약 8조엔(약 70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노믹스는 기업 수익성을 강화하고 고용을 촉진하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언론에서는 "일본이 드디어 '잃어버린 30년'에서 탈피해 새로운 미래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슈퍼엔저 현실은..."슬프다" 그러나 엔저 정책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초래했다. 엔저는 수출기업의 이익을 증가시키지만 수입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를 낳았다. 엔저로 인해 원자재와 에너지 수입 비용이 증가하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7개월 연속 2%를 웃돌았다. 30년 동안 물가 상승을 경험하지 못한 일본인들에겐 납득하지 못할 상황이 2년이 넘게 계속됐다. 그렇다고 임금이 오른 것도 아니었다. 물가 상승분을 뺀 실질임금은 지난 5월까지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내수·중소기업과 저소득층 가구는 이러한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통적으로 '엔저는 좋다'는 일본인의 인식이 '나쁜 엔저' 혹은 '슬픈 엔저'로 변화했다. 막상 마주한 슈퍼 엔저의 현실에선 기업들의 살만 찌우고, 정작 서민은 더욱 가난해졌다는 것이다. 엔저는 일본의 경제 규모도 축소시켰다. 교도통신은 "2023년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4조2308억달러(약 5833조원)로 예상된다"며 "일본은 독일에 역전돼 세계 4위로 한 계단 내려가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채 발행 지속으로 인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세계 최고인 260%(OECD 평균 137%) 이상인 것도 이번 정책 전환의 이유로 꼽힌다.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고 부작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판단한 기시다 내각은 아베노믹스의에서 벗어나 엔저 정책을 완화하고 보다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BOJ는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0~0.1%로 잡았던 정책금리를 0.25%로 올리는 추가 금리인상과 국채 매입액을 현재의 월 6조엔(약 54조1476억원) 정도에서 2026년 1~3월 3조엔까지 줄일 방침을 결정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7-31 15:29:10【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인상과 국채 매입 규모 축소를 동시에 단행, 본격적인 '금리 있는 시대'로 진입했다. 일본 당국이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거둬들이고, '돈 풀기' 중단에 나선 만큼 사상 최저로 떨어진 엔화 가치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BOJ는 7월 31일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 0~0.1%로 잡았던 정책금리를 0.25%로 올리는 추가 금리인상을 결정했다. 이번 인상으로 단기 금리는 리먼브러더스 쇼크 직후의 2008년 12월(0.3% 전후) 이래 15년 7개월 만의 수준으로 돌아갔다. 정책 금리인상으로 가계 예금과 주택담보대출 금리, 기업의 차입금리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추가 금리인상에는 9명의 정책위원 중 2명이 반대하고 7명이 찬성했다. 금리인상에 반대한 2명은 향후 기업 통계와 임금 인상 확산 등의 데이터를 검토한 후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국의 2% 물가안정 목표 실현이 사실상 달성된 데다 역대급 엔저(엔저가치 하락)로 인한 내수 경제 타격 등이 금리인상 배경으로 풀이된다. BOJ는 "물가상승률 2% 목표의 지속적·안정적 실현 관점에서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도 경제·물가가 전망대로 움직인다면 계속해 정책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BOJ는 7월 '경제·물가 정세의 전망 리포트'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신선 식품 제외)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이 2026년까지 약 2%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도별로는 2024년에는 2.5%, 2025년 2.1%, 2026년 1.9%로 각각 전망했다. 아울러 BOJ는 이번 회의에서 국채 매입액을 현재의 월 6조엔(약 54조1476억원) 수준에서 2026년 1~3월 3조엔까지 줄일 방침을 결정했다. 원칙적으로 분기별로 4000억엔씩 감액하는 것이다. 국채 매입의 감액 방침에 대해서는 정책위원 전원이 찬성하고 8월부터 감액을 실시한다. BOJ는 현재 600조엔 가까이 있는 국채 보유 잔고가 매입 감액에 따라 2026년 3월까지 7~8%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BOJ는 "국채 시장의 안정과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예상 가능한 형태의 감액이 적절하다"면서 "내년 6월 회의에서 중간 평가를 실시하며 장기금리가 급상승할 경우에는 매입 규모를 유연하게 늘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7-31 14:02:30【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은행(BOJ)이 30~31일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추가 금리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역대급 엔저(엔화가치 하락) 속에 3개월 연속 금리를 동결한 일본이 언제 금리인상을 단행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동결 무게… 커지는 인상 압박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6월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7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경제·물가 정세에 관한 데이터에 따라 당연히 (금리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당국의 2% 물가안정 목표 실현이 가까워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BOJ는 통계정보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임금인상 속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정책금리는 0.25% 정도로 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 엔화 약세가 경제에 부정적이라는 정권 실세의 발언도 추가 금리인상에 힘을 보탠다.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집권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22일 강연에서 "엔저가 일본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서 "단계적인 금리인상 검토를 포함해 금융정책을 정상화할 방침을 더욱 명확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OJ 내에는 아직 부족한 개인소비를 이유로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세다. 마이니치신문은 "BOJ 한 간부는 '부진한 개인소비가 상승하는 모습을 확인해야 한다. 급하게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며 "경제·물가 정세를 면밀히 점검한 다음 금리인상의 타당성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도 "시장참가자 사이에서 추가 금리인상을 전망하는 소리는 많지 않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퀵(QUICK)이 지난 23∼25일 증권회사, 보험사, 은행 등에 근무하는 채권시장 관계자 123명(유효 응답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74%가 금리인상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 다수는 BOJ가 국채 매입 규모 축소와 금리인상을 동시에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엔화 가치가 상승 흐름을 탄 것도 금리인상을 보류할 요인으로 분석된다. 엔·달러 환율은 이달 초순 161엔대까지 올랐다가 이날 154엔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채 매입 축소, 돈풀기 줄인다아울러 BOJ는 이번 회의에서 금리인상 외에도 구체적 국채 매입 축소 계획을 발표하며 양적긴축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BOJ는 현재 은행과 보험회사 등이 보유한 국채를 매달 6조엔(약 54조원) 정도 매입하고 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월 6조엔인 장기 국채 매입 규모를 4조5000억엔(약 40조5000억원)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장기적으로 국채 매입 규모가 현재의 거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BOJ가 향후 1∼2년간 단계적으로 2조∼4조엔까지 줄이는 방안을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BOJ는 지난 3월 -0.1%였던 기준금리를 0∼0.1%로 인상해 17년 만에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종료한 뒤 3개월간 기준금리를 동결해왔다. 이 밖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영국중앙은행(BOE)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이번 주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면서 이들의 결정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km@fnnews.com
2024-07-30 18:17:58[파이낸셜뉴스] 식비를 아껴가며 약 9300만엔(약 8억1200만원)을 모아 화제가 됐던 일본의 40대 남성이 최근 근검절약의 삶을 후회한다고 밝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절대퇴사맨’이라는 닉네임의 일본 네티즌은 A씨는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 X(옛 트위터)에 “이대로 엔저가 계속 진행되면 파이어족(경제적 자유를 얻어 일찍 은퇴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제 무리가 아닐까 한다”며 “21년간 무엇을 위해 열심히 (저축을) 해왔는지. 정말 무의미한 삶이었다”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16일 오후 기준 조회수 88만회를 기록했다. A씨는 1년 전 45세의 나이에 9300만엔을 저축했다고 밝혀 화제가 된 인물이다. 그는 직장에 입사한 20대 중반부터 생활비를 아끼고 오로지 저축만 고집했다고 한다. 직접 저녁 밥상 사진을 올려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진 속 그의 저녁 식사는 즉석밥에 장아찌 한 개, 편의점 계란말이가 전부였다. 건강이 염려된다는 말이 나오자 A씨는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며 “담백한 식습관 때문에 의외로 괜찮다. 호화로운 음식을 먹는 것보다 검소한 식단이 더 건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계속 되는 엔저 현상에 1년 만에 자신의 삶을 후회하는 듯한 글을 남긴 것이다. A씨는 또 다른 글에서 “2034년에는 편의점 기저귀가 1개에 1만엔, 편의점 시급 3000엔, 환율은 달러당 5000엔이 되는 것 아니냐”라며 “잿빛 미래만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다. 우울증에 걸린 걸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최근 엔화 가치는 거품 경제 시기인 1986년 12월 이후 3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7-16 20:5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