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임용된 지 두 달 된 경남 양산의 한 초등학교 신임 여교사가 교장으로부터 외모 비하 등 인격 모독에 시달렸다고 호소해 지역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1일 경남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따르면 경남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인 A교사는 지난달 31일 교사 커뮤니티에 그동안 교내에서 겪은 일들을 적어 올렸다. 지난 9월 1일 자로 신규 임용됐다는 A교사(25)는 교장이 신규 임용 첫날부터 옷차림을 훑어보더니 “나는 수수한 차림도 싫고 어려보이는 것도 싫으니 빚이라도 져서 백화점에서 옷을 사입어라”고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요즘 애들은 선생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본다. 예쁜 선생이면 민원도 없다”고 덧붙였다. 어느 날은 A교사가 가르치던 학생이 친구들 뺨을 때려 학부모 면담이 있자 교장이 교직원 회의에서 “신규는 경험이 없어 종종 학부모 민원을 받는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고 토로했다. 이외에도 교장은 A교사와 교장 본인의 경력을 칠판에 써 비교하고 학생들 앞에서 “A교사의 경력이 짧아 너희들이 고생한다”는 말을 했다고도 적었다. A교사는 “어느 날 문득 컴퓨터 화면에 유서를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슬프고 애통한 마음이었다”고 토로했다. 또 “무너져 간 교실에서 잘해보려고 지난 두 달을 버텨 왔는데 처방받은 약봉지를 보면 서러움이 몰려온다”며 “임용시험 합격하고 6개월간 대기하며 취미생활을 즐겼던 저는 정말 건강했는데”라고 적었다. 경남교육청은 지난달 31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교육지원청을 통해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지역교육지원청에서 갑질 피해를 호소한 A교사를 상대로 상담했으며 내용을 파악 중”이라며 “학교측도 방문해 조사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현재 A교사가 커뮤니티에 쓴 글은 삭제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11-02 05:15:35[파이낸셜뉴스] 사상 처음으로 교권 보호를 위한 전국 교사들의 집단 '우회 파업'이 4일 시작됐다. 부임 1년차 서울 서초구 서이초 A모 여교사의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전국단위 추모분위기가 A교사의 49재인 이날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전국 교사들은 이날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지정하고 연가·병가·재량휴업을 통한 우회 파업에 돌입했다. 이같은 교권보호를 위한 교사들의 집단행동은 과거 전례를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 이날 오후 4시30분부턴 국회 앞 집회도 예정됐다. 충남·대구교육청 앞 등 전국 각지에서 추모집회를 열 예정이다. 서울교대 등 전국 5개 교육대에서도 오후 7시부터 학내에서 추모집회가 열린다. 하지만 교육부가 교사들의 우회파업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최고 파면까지 시키겠다는 초강경 대응에 돌입해 충돌이 우려된다. 형사고발까지 할 것이라고 교육부는 교사들을 강도높게 압박하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곁에서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이초에서는 이날 오후 A여교사 49재 추모제를 연다. 전국적으로도 시·도 교육청, 교원단체, 교원양성대학마다 추모 활동이 시작된다. A여교사는 검찰 수사관·경찰 학부모 부부로부터 자녀 민원을 받은 이후 사망했다. 하지만 경찰은 검.경 학부모의 '갑질' 의혹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했다. 이날 재량휴업을 결정한 전국 초등학교는 지난 1일 이미 30여곳을 넘겼다. 임시휴업 형태가 아니더라도 단축수업, 독서 지도 등 수업 운영 변경을 예고한 학교도 상당하다. 교사들의 연가·병가 수요를 예측할 수 없어 당일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기 고양, 성남, 전북 군산에서 교사 3명이 잇따라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교사가 우회 파업에 동참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전날 분당경찰서에 따르면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청계산 등산로에서 A(60대·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전날 집을 나선 A씨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를 받고 추적을 벌여 A를 찾았다. A씨는 발견 당시 유서를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은 없다"며 "최근 학부모 민원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유족 진술이 있어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울 양천지역 초등학교 14년차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이달 1일엔 전북 군산 동백대교 아래 해상에서 군산지역 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됐다. 자녀 등교를 놓고 초등학생 학부모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단축수업 여부 등 학교 차원의 구체적인 통보를 받지 못한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담임 선생님이 학교에 나오는지조차 알 수 없어 다소 혼란 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각 학교가 이처럼 모호한 입장을 취하는 배경에는 형사고발을 예고한 교육부 눈치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전의 일부 초등학교가 4일엔 학교 자체 프로그램 또는 단축수업을 진행한다는 내용과 함께 교외체험학습 신청 방법을 안내했다가, 대전시교육청으로부터 "우회적으로 체험학습을 권유한 것처럼 비친다"고 지적을 받았다. 이에 해당 학교들은 4일에 정상 수업을 한다는 공지와 함께 학부모들에게 신청한 체험학습을 철회해달라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재발송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3-09-04 07:57:01[파이낸셜뉴스] 임용된지 1년 여밖에 되지 않은 젊은 여교사가 교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가 전국 교사들의 대규모 '조화 시위' 장소로 변하고 있다. 21일 서이초 교문을 기점으로 학교 담장 좌우로 전국 각지의 동료 교사들이 보낸 추모 조화들이 빼곡히 들어차고 있다. 인도까지 줄줄이 이어진 전국 교사들이 보낸 대형 근조화환과 크고 작은 각종 조화들은 1000여개를 넘겼다. 눈에 띄는 2~3단 근조화환만 500여개가 넘었다. 추모 조화들이 계속 도착하면서 일부는 학교 인근 옆 상가 건물로도 들어서고 있다. 극단적 선택을 한 A씨(23)는 지난해 3월 임용된 신규 교사였다. 아직 여교사의 사인에 대한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학내에서 사건이 벌어졌고, 최근 해당 교사가 학내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국 동료교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서이초 담장에는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각종 갑질을 호소하는 동료교사들의 수많은 게시물도 내걸렸다. 악성민원 '괴물 학부모' 질타 목소리 커져'학부모 악성민원으로 인한 타살' '학부모 갑질' '괴물 학부모' 등을 질타하는 크고 작은 게시물들이 서이초 주변에 내걸렸다. 극단 선택을 한 A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으면서 정확한 사인은 아직 미스터리다. A씨가 고통을 호소하는 일기장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아직 관련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동료 교사들은 전날 서이초 교내에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교장을 면담하려는 교사들과 학교 측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미 수천명의 교사들이 서이초 현장을 찾아 조문했다. 서이초측은 무리한 억측을 삼가달라고 요청했다. 서이초 교장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고인의 담당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가 아닌 나이스 권한 관리 업무였다. 해당 학급에서는 올해 학교폭력신고 사안이 없었으며 학교폭력과 관련해 해당 교사가 교육지원청을 방문한 일도 없었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교사단체와 유족들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내보였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전날 서울시교육청에서 서울신규교사 사망사건 추모 및 사실확인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극단선택을 한 교사 A씨의 외삼촌 B씨도 참여했다. B씨는 기자들을 만나 A씨의 극단적 선택을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해선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개인의 공간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공적인 학교라는 공간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그렇다면 학교에서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문제로 치부해버리면 근본적인 학교 현장의 문제해결도 안되고, 고인이 원치 않는다고 본다. 학교에서 메시지를 남기고 싶어했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 앞에는 '서이초 진상규명 촉구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 조화도 30개가 배송되기도 했다. 고위직 정치인·학부모 연루설 등 유언비어 난무 교원단체들은 A교사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진상조사와 함께 악성 민원에 대한 교원보호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작금의 상황을 한 교사의 참담한 교권침해를 넘어 전체 공교육의 붕괴로 엄중히 받아들인다"며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무고성 악성 민원이 더 이상 발 붙 일 수 없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날 오후 서이초를 찾아 애도의 뜻을 표하고 "교권은 너무 위축돼 있고 나머지는 너무 과잉보호되고 있다"며 교권침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매우 엄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인터넷에서는 학생들 다툼에서 비롯한 이른바 '학부모 갑질'이 A씨 사망의 원인이 됐다거나 특정 정치인이 연루됐다는 등 의혹 제기와 소문이 계속 퍼지고 있다. 이 국회의원은 이 자신과 가족은 A씨 사망과 무관하다고 공식 해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파문이 확산하자 경찰은 서이초 교사 전원을 상대로 극단적 선택의 배경을 탐문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사가 학교 내에서 생을 마감한 것을 두고 심각한 교권 침해가 원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우리 교육계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23-07-21 11:28:24[파이낸셜뉴스] 투병 중 세상을 떠난 한 중학교 교사가 제자들을 위한 장학금을 남긴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8일 울산시 북구 화봉중학교에 따르면 지난해 고(故) 한경화 교사(46) 유가족이 학교 측에 장학금 300만원을 전달했다. 한 교사는 지난해 3월 화봉중에 부임해 두 달 동안 근무하다 5월께 지병으로 병가를 내고 투병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해 10월 별세했다. 한 교사는 투병 생활 중 유서 형식의 메모를 남기곤 했는데, 메모 중에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라는 내용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교사의 유가족은 그 뜻에 따라 장례식에서 학생과 학부모 등으로부터 받은 부의금 300만원을 마지막 근무지인 화봉중에 기탁했다. 한편 2000년부터 교직 생활을 시작한 한 교사는 전임 근무지였던 신정중에서는 학년 부장을 맡기도 했으며, 교육 활동에 모범이 된 공로를 인정받아 울산시교육감 표창을 받기도 했다. 한 교사와 함께 근무했던 한 교직원은 "평소 차분한 성격에 아프다는 내색도 전혀 하지 않으셨다"라며 "학생들에게 열의가 많으셨고, 활기차고 열정적으로 수업을 하셨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전했다. 화봉중은 올해 졸업한 3학년 학생 중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모범이 되는 학생 5명에게 한 교사가 남긴 장학금을 30만원씩 전달했다. 내년 졸업생 중에서도 5명을 선정해 나머지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1-18 13:2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