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30대 남성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구체적인 증거 확보를 통해 수사에 진척을 내고 있다. 남성 A씨는 4개월여 사이에 동거녀와 택시 기사를 잇달아 살해했다. 묻힐 뻔했던 잔혹한 잇단 범행이 세상에 처음 드러나게 된 계기는 옷장 속에서 우연히 60대 택시 기사의 시신을 발견한 현재 여자친구의 112신고였다. 이 여성은 고양이 사료가 떨어지자 사료를 찾으려고 집 안을 뒤지다가 끈으로 묶여있던 옷장 문을 열게 됐고, 짐들 아래에 있던 시신을 발견해 충격 속에서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은 택시 기사 살인 사건이 벌어진 날 A씨와 자신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한 뒤 음주운전을 말리는 문제로 다투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은 29일 A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한다. 또 A씨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검토하는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이날 오후 1시부터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열릴 예정이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2-12-29 09:22:57중국에서 여자친구로부터 이별통보를 받은 한 남성이 여성의 고양이를 잔인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한 외신에 따르면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에 거주하는 24세 남성은 고양이의 목을 조르고 컴퓨터 키보드에 고양이를 내리치는 등 잔인하게 학대했다. 남성은 고양이를 학대하고 난 후 여러차례 칼로 찔러 죽인 후 여성의 아파트 바닥에 방치했다. 앞서 남성은 29세인 여자친구와 3년간 교제하다 헤어졌으며, 여성이 다시 만나주지 않을 경우 고양이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은 부모님의 반대로 남성과 헤어졌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2018-08-16 18:53:17산이, 산이, 산이, 산이, 산이 래퍼 산이가 여자 친구가 있음을 밝혔다. 14일 방송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는 가수 미, 래퍼 산이, 걸그룹 베스티 등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MC 컬투는 산이에게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고 산이는 대답을 피했다. 이에 컬투가 "사귈 수 있다"라고 거들었고 산이는 "네"라고 답하며 여자친구와의 열애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어 산이는 "사실 이번 타이틀곡 '미유(Me You)'에 고양이 소리가 나오는데 그 부분을 여자친구가 해줬다. 다른 방송에서 얘기 안하고 처음이다"라며 "만난 지 1년이 안 됐다"고 말했다. 산이의 'Me You'는 노래 '한여름밤의 꿀'로 호흡을 맞췄던 프로듀서 Cosmic Sound와 다시 한 번 뭉쳐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레는 마음을 상큼하고 매력적인 보이스의 소유자 백예린(15&)과 함께 마치 대화하는 듯이 풀어나간 곡이다. 산이, 산이, 산이, 산이, 산이 onnews@fnnews.com 온라인편집부
2015-05-14 16:23:39산이 산이 산이 산이 산이가수 산이가 '컬투쇼'에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방송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의 코너 '특선라이브쇼'에는 가수 미, 산이, 그룹 베스티가 출연했다. 이날 산이는 토크를 하던 도중 "여자친구가 있다"고 고백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산이는 "솔직하게 밝히겠다"며 "사실 이번 타이틀 곡 '미유(ME YOU)'의 도입부에 고양이 소리가 나온다. 그 부분을 여자친구가 해줬다"고 말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산이는 "여자친구와 만난 지는 1년이 안 됐다"고 덧붙였다.한편 산이는 최근 신보 '양치기 소년'을 발매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산이 산이 산이 산이 산이온라인편집부
2015-05-14 15:36:50[파이낸셜뉴스]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고 주거지에 침입해 반려묘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죽인 20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청주지법 형사3단독 김경찬 부장판사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23)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전 여자친구 B씨 집에 창문을 열고 들어가 B씨가 키우던 고양이를 세탁기에 돌려 죽인 뒤 사체를 자신이 다니는 대학 청소 함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B씨와 헤어진 뒤 17회에 걸쳐 주거지에서 기다리거나 전화로 스토킹을 한 혐의도 받는다. 고양이를 죽인 뒤 B씨를 죽이겠다는 예고 글을 대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려 협박한 혐의도 있지만 B씨와 합의해 공소 기각됐다. 협박죄는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김 부장판사는 "잘못을 반성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범행 내용이나 방법 등을 살펴보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과 충격이 커 보이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2024-03-30 13:28:41[파이낸셜뉴스] 20대 남성이 전 여자친구가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에 몰래 들어가 고양이를 죽이고 온라인에 살인 예고글을 올려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 청원경찰서는 전 연인 B씨 집에 들어가 고양이를 죽인 혐의(주거침입·재물손괴 등)로 20대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1일 오후 5시20분쯤 충북 청주 청원구 소재 B씨 집에 창문을 통해 들어간 뒤 고양이를 세탁기에 돌려 죽인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당시 외출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범행 후 고양이 사체와 피가 묻은 옷가지 등을 인근 화장실에 버린 후 자신이 다니는 대학 커뮤니티에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게시글을 본 학생들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지인을 통해 그를 불러낸 뒤, 임의 동행해 조사를 마치고 일단 귀가 조처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전 여자친구가 만나주지 않아 화가 났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다시 불러 정확한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12-12 14:00:31[파이낸셜뉴스] 2005년 1월, 해가 바뀌고 같은 대학의 수원캠퍼스에 다니는 그녀와 다시 만날 약속을 잡았다. 20여년 전의 일이라 정확하진 않지만 1월 5일, 수원경희대학교의 캠퍼스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었다. 수원캠퍼스에 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굉장히 이상한 일이지만 그녀를 만나지 못했던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억은 바로 얼마전처럼 생생한데, 막상 실제로 그녀를 만났던 그날의 기억은 매우 흐릿하다. 우리는 약속 시간에 약속한 장소에서 만났다. 그녀의 첫 인상은 수수하고, 차분하고, 작았다, 라는 느낌이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캠퍼스 근처의 베트남 쌀국수 집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먹었던 것 같다. 그녀는 내게 고양이 일러스트가 들어간 달력인가 다이어리를 선물로 줬었다. 우리가 처음 연락을 하게 된 것도 내가 교지에 '고양이를 좋아하세요?'란 소설을 썼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 그날 크리스마스 카드를 가져가서 그녀에게 건넸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는 않다. 점심을 먹고는 수원캠퍼스의 중앙도서관에 함께 갔다. 수원캠퍼스의 중앙도서관에는 둥근 모양의 쇼파 같은 것이 있었는데 우리는 나란히 앉아서 각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었다. 책을 읽다 그녀는 피곤한 모양인지 잠깐 눈을 붙이고 조는 것 같았다. 스무살의 나는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찐따'였기 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고 마음속으로 '역시나 내가 별로인가 보구나'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그녀에 대해 '첫눈에 반한다'고할 정도로 끌리지는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오히려 다행일수도 있겠다, 라고 생각했다. 그날의 어색하고, 서툴렀던 첫 만남 이후에 나는 그녀를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 약 10년 동안 단 한 명의 여자친구도 사귀지 못한채 서른 살이 된다.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을 열 가지 꼽으라면 그 중 한 가지는 스무살에 그녀와 단 한번의 만남으로 그 관계를 끝냈다는 것이다. 이제 마흔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에 와서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 서로에게 의미를 갖는 관계가 되는 것에 대해 그때와는 다른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 스무살의 나는 연인 관계라는 것은 '심장이 터질 정도로 떨리고, 상대 앞에서면 내가 너무나 하찮은 존재인 것 같아 땅속으로 파고들고 싶어'라는 생각이 들어야만 되는줄로 알았다. 스무살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찾아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종종 처음에는 밍숭밍숭한 숭늉처럼 시작해 , 서로 조금씩 물들어 가는 그런 일도 있는 거야"라고 말해도 아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어린 아이에게 "불은 뜨거운 거야"라고 아무리 말로 설명해줘도 그것을 직접 느끼기 전에는 절대로 뜨거움에 대해 알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스무살의 겨울이 지나고 3년이 지나 나는 우연히 그녀와의 일을 하나의 글로 다시 남겨 놓게 된다. 2008년, 당시 다니던 대학의 중앙도서관이 60주년 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는데, 나는 그녀와의 일화를 에세이로 써서 냈다. 제목은 '우연히의 결말이 '우연히' 좋을 확률'이었다. 우연히의 결말이 '우연히' 좋을 확률 중앙도서관의 대출이력을 조회해 보았습니다. 2004년도 한 해 동안 제가 빌린 총 11권의 책 중 8권의 저자는 촌상춘수이거나, 무라카미 하루키이거나, 村上春樹였습니다. 사실 모두 같은 작가의 이름입니다. 저는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 하루키의 책을 처음 접했습니다. 서고의 문학 코너를 계획 없이 돌아다니다가 눈에 띄는 책을 집어 드는 평소의 습관대로 한 권의 책을 골랐고, 우연하게도 그때 제가 서 있던 곳은 일본문학 코너였습니다. 하지만 100권이 넘는 일본 소설 중에서 하필 하루키의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상실의 시대.’ 저는 분명 어딘가에서 그 책의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서고에 선 채로 저는 한 시간 가량 페이지를 넘겨 나갔고, 그다음 날 서점에서 같은 제목의 책을 샀습니다. 대학에 들어와서 수업 교재를 제외하고는 처음 산 책이었습니다. 같은 해 겨울, 아직 대학 신입생이던 저는 크리스마스이브 날 오후 1시에 경희대학교 도서관 앞에서 한 여자아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제가 기다리는 사람이 여자라는 사실을 안 것은 고작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학교의 교지에 하루키의 문체를 흉내 내서 고양이에 관한 짧은 단편을 실었고, 며칠 후에 한 사람으로부터 이메일이 왔습니다. 그 후로 얼마간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고, 문자를 나누다가 이브 날에 만나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1시가 되자 도서관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고, 저는 그 사람이 얘기해 준 풀색 목도리를 찾아 주위를 두리번거렸습니다. 한참을 찾아봐도 찾을 수 없었기에 저는 전화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저도 처음으로 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디에 있느냐고. 입구에 있다는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나도 지금 입구 앞이라고 말했습니다. 한동안 조용히 생각하고 다시 물어봤습니다. 혹시 수원에 있느냐고. 여자는 그렇다고 했습니다. 둘 다 도서관 앞에서, 같은 시간에 서로 상대방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재미있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로 “언젠가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요.”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양쪽 모두의 손에 전해주지 못한 크리스마스이브의 선물이 들려있었고, 제 가방 속에는 아직 쓰지 않은 크리스마스 카드 두 장과 검은색 볼펜 2자루가 들어있었습니다. 며칠 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상실의 시대’를 검색해 봤습니다. 그리고 상실의 시대에 남겨져 있는 서평을 봤습니다. '서평. 이라기보다 저의 주저리입니다만, '이란 문장으로 그 서평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참 상투적이고 / 우스운 흑백논리의 힘을 빌리자면, / 사람은 /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과, / 친구가 될 수 없는 사람으로 /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 적어도 / 나의 친구는 / 상실의 시대를 읽고 / 허무함을 알고 /외로움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를 / 희망합니다.’ ‘아무도 글을 남겨놓으시지 않았기에, / 흔적을 처음으로 / 제가 영광스럽게 남깁니다. / 그 누가 알겠냐만은 / 나 아닌 그 누가 이 사실을 알겠냐만은 / 참 자랑스럽습니다. 2005년 10월에 작성된 서평이었습니다. 서평의 작성자는 우연히도 제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2004년의 크리스마스이브에 저는 그 사람과 만나려고 했었습니다. 몇 년이나 전의 일이긴 하지만 분명히 저는 이 흔적을 남긴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남긴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비록 2004년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저는 그 사람과 다음 해 1월에 한번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원에 있는 경희대학교의 도서관에서. 하지만 그 사람과 친구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대학 신입생 시절의 저는 상실의 시대를 읽고, 외로움도 느끼고 있었지만 너무나 서툴렀습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말입니다. 신간이 없다는 건 알지만 요즘에도 도서관에 가면 때때로 일본문학 코너를 서성이게 됩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10-01 14:17:39[파이낸셜뉴스] 서울 경희대학교 본관 2004년, 기말 고사가 끝나고 크리스마스를 2주 정도 앞둔 12월 중순이었다. 중앙도서관, 종합강의동 등 학교의 주요 건물마다 교지가 쌓여있었다. 교지에는 내가 보낸 단편 소설도 실려있었다. 이름과 소속학부, 이메일이 내 글과 함께 실려 있었다. 종이로 된 공식 출판물에서 내 글을 보게 되니 남다른 느낌이 들었다. 당시 썼던 소설의 제목은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부제는 '학교 가는 지하철의 두 고양이 소녀에 대해'였다. 아래는 전문. 해당 글은 2004년 경희대학교의 교지와, 필자가 별도로 운영하는 브런치에도 동일하게 실려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1.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바보 같은 질문이다. 어째서 하필 고양이인가? 하지만 그건 내 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양이라는 말은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과 함께, 고양이적 신비스러운 힘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햇빛을 반사해 솜털이 반짝거리는 소녀의 하얀 목선이나, 부드럽고 적당하게 솟은 봉긋한 가슴, 아킬레스건이 드러나는 투명 에나멜 샌들을 신은 소녀의 발"과 같은 말처럼 고양이란 말은 나를 묘한 기분이 들게 만든다. 2. 2004년의 어느 목요일과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 잠에서 깬 후 욕실에서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면도를 할까 하다가 관두었다. 초록색의 촌스러운 수건으로 머리를 몇 번 털어 대충 말리고 TV를 켰다. 남아메리카의 어느 오지에 사는 원시 부족의 삶을 보면서 설탕이 묻어 있는 콘 시리얼을 우유에 말고, 설탕에 잰 토마토를 먹었다. 설탕이 듬뿍 있는 페스츄리 빵도 먹을까 하다가 형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사실 이건 거짓말이다- 페스츄리 빵 따위 내 아침식사엔 없었다. 이제부터는 설탕이 묻어 있는 콘 시리얼과 설탕에 잰 토마토를 먹고 설탕이 듬뿍 있는 페스츄리 빵을 형의 몫으로 남겨 놓은 한 소년의 이야기다. 소년과 동의하에 소년을 칭하는 말은 ‘나’로 하기로 한다. 대충의 아침을 챙겨 먹고 ‘나’는 여느 2004년의 목요일처럼 학교로 가는 지하철에 탔다. 최근 반년 동안의 관성으로 지하철에 탄 후 하루키를 읽는다. 빨간색 표지의 400페이지가 넘는 ‘화요일의 여자들’이란 단편집이다. 책도 상당히 무거울뿐더러, 어제 동아리 사람들과 같이 늦게 까지 술을 먹은 탓인지 상당히 피곤하다. 사람이 많은 지하철에서는 내 앞에 자리가 나도 좀처럼 앉지 않지만 피곤을 핑계로 주변 눈치 보지 않고 앉는다. 아침 출근길의 지하철 좌석을 차지한 학생이 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행동- 책을 읽거나 잔다- 중에 전자의 것을 택한다. 전날 읽던 단편 하나를 다 읽은 후 책을 덮는다. 잠을 자려고 눈을 붙인다. 울타리를 넘는 양의 수를 세려다 관두고 고양이에 대해 생각한다. 3. 현재 고양이를 기르지 않지만 나는 꽤 여러 마리를 고양이를 길렀었다. 지금은 모두 사리지고 없지만. 얼마간 기르다가 고양이가 집을 나간 적도 있고, 잠깐 바깥을 구경하러 나간 새에 누가 가져가서 대신 키워 준 경우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내가 기른 고양이는 모두 사라졌다. 한 번은 몇 년 동안 길렀던 암컷 고양이-기르는 동안 두 번 새끼를 낳았다- 가 차에 치여서 죽었다. 당시에는 고양이의 장례식을 치러줄 정도의 집안 분위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양이의 주검은 아버지에 의해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과연 사라진 고양이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사라진 고양이들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고 고양이 별에 대해 생각한다. 고양이 별인은 태어날 때 고양이 가면을 쓴 채로 태어난다. 12살이 되는 해에 성인식을 치르게 되는데 이날 고양이 별인은 고양이 가면을 벗고 한 명의 당당한 고양이 별의 성인으로 인정받게 된다. 물론 고양이 가면 속의 얼굴도 고양이다. 고양이 별인인 것이다. 하지만 종종 고양이 가면 속의 얼굴이 사람인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그 고양이 별인은 고양이 별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햇살이 좋은 어느 날 대중교통의 창을 통해서. 지구로 추방된 고양이 별인은 평생 동안 고양이 별인 적 특징으로 살아갈 수도 있고, 어느 기간 동안에만 고양이 별인의 특징을 간직하고 살 수도 있다. 하지만 고양이 별인은 지구에서 사는 동안 자신이 고양이 별인 이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나는 고양이 별인을 알아볼 수 있다. 전생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도 없지만, 전생이 있다라고 가정하면, 나는 전생에 수고양이였을지도 모른다. 전생에 대해 이제 처음 생각한 녀석의 전생 따윈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나는 역사상 가장 불쌍한 쥐였는지도 모른다. 안데스의 초원에서 양질의 풀을 먹고사는 오스트프리시안종 양의 우유로 만든 페루의 파마산 치즈로 앙고라 고양이에게 프러포즈를 했다가 한 끼의 점심이 되어버린. 뭐, 가장 이상적인 경우라면 상상력이 풍부한 고양이와 사랑에 빠질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저런 고양이 별에 대한 생각으로 잠이 오질 않았다. 자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책을 폈다. 책에 좀처럼 집중을 할 수없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깐! 고개를 멈추고 다시 흘끗 내 왼쪽을 처다 보았다. 한 소녀가 책을 읽고 있다. 어깨에 닿을 듯 말듯한 단발머리를 가진 소녀다. 무슨 책을 읽을까라는 궁금증이 들 무렵 소녀가 살짝 고개를 든다. 머리의 커튼이 걷히고 소녀의 옆얼굴이 보인다. 매우 매력적인 옆모습이다. 몰래 소녀의 옆모습을 훔쳐보고 있다는 걸 들키지 않기 위해 곧바로 책으로 시선을 옮긴다. 하지만 이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매력적인 소녀들이란 으레 멀리서 지켜보기에 좋은 존재들이다. 이런 소녀들이 보통 아무 생각 없이 지하철의 내 옆자리에라도 앉게 되면 보통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될뿐더러 사고와 리듬을 어지럽혀 놓아 내 페이스를 잃게 만든다. 배려심이 없다기보다는 아예 모르는 것이다. 나와 같은 종류의 인간이 있다는 걸. 이쯤 되면 매력적인 소녀들에 대한 알레르기보다는 선천적으로 그런 종류의 소녀들에게 면역이 결핍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내 쪽의 이런 고충을 그런 소녀들이 알리 없다. 4. 바나나 빛이라기보다는 레몬 빛이 나는 부드러운 노란빛의 비닐 재킷 속에 같은 색 계통의 얇은 폴로 티를 입고 있다. 상의와 잘 어울리는 색 바지를 입고 분홍색의 스니커즈를 신고 있다. 얼핏 얼핏 보이는 소녀의 옆얼굴은 좀처럼 말로 할 수 없다.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고양이 소녀의 모습을 말로 표현하기란 내겐 불가능한 것이다. 매력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계속 쳐다볼 수 도 없는 노릇이고 보니,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내용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지만 혼자만 신경 쓰며 안절부절못하는데 저 쪽에선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오기로라도 책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아마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겠지만 꾀 긴 시간이 지났다고 느껴졌다. 소녀의 옆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자주 쳐다보면 혹시라도 이 쪽의 입장이 들킬까 봐 주위를 둘러보는 척하며 은근슬쩍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느 정도 그 고양이 소녀 적 옆모습의 리듬에 적응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리듬이 급속히 흐트러졌다. 주위를 둘러보는 중에 우연히도 내 오른쪽에 또 다른 고양이 소녀의 존재를 알아 버렸다. 다행히도 자고 있다.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소녀를 본다. 염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약간은 금빛이 나는 단발머리가 조금은 상해있다. 붉은색 바탕에 검은 줄 이간 체크무늬 치마 위에는 커다란 캔버스용 가방을 올려놓았고, 그 위에 두 손을 모아 놓았다. 미술을 전공하거나 디자인을 전공하나 보다. 손톱은 봉선화 빛 바탕의 매니큐어에 흰색의 장미가 아주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고양이의 발톱으로 긁어놓은 듯한 아주 얇은 선이다. 두 번째의 고양이 소녀로 인해 책을 보는 것은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 혼자서 안절부절못할 바엔 차라리 잠이라도 자면 좀 편해지겠지란 생각에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의식을 날려 버리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잠이 든 오른쪽의 고양이 소녀는 내게 기대 왔다. 얇은 티 하나를 통해 전해오는 소녀의 부드러운 팔의 감촉은 지금이 두꺼운 스웨터가 필요한 겨울이 아닌 것을 다행으로 여기게 했다. 지하철이 흔들릴 때마다 살짝살짝 기대 오는 고양이 소녀를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지진 않는다. 혹시나 상상력이 풍부한 사춘기의 고양이 소녀가 내 생각을 알아채고 “당신은 언제나 그런 생각뿐인가요?”라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생각해 본다. 한동안 생각 끝에 정답은 아니지만 그 상황을 모면할 만한 답을 찾는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분명히 내 입술을 움직이고, 성대를 떨게 한 것 같은데 공기의 진동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소녀의 잠을 깨울 만큼의 진동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그저 상상일 뿐인 사고의 소리였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 고양이 소녀는 여전히 내 오른쪽 어깨에 고개를 기울인 채 잠을 자고 있다. 5. 지하철의 창을 통과한 보통의 빛 보다 더 무거운 밀도를 지닌 빛이 내 목덜미와 등을 덥힌다. 고양이 혹성으로부터의 빛일지도 모른다. 눈을 뜬다. 아마 잠들었었나 보다. 하긴, 내 페이스를 너무 잃었다. 두 고양이 소녀 모두 내린 모양이다. 내 오른쪽 자리는 비어있고 왼쪽에는 머리가 반쯤 벗겨진 아저씨가 앉아 있다. 내 상상이었는지, 엷은 꿈이었는지 모를 흐릿한 기억이 있다. 그 상상에서(혹은 꿈에서) 난 고양이 소년이었다. 지금과는 정 반대인. 꿈에서 나는 한 고양이 소녀를 만나고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고양이 소녀에게 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현실적인 언어로 고백한다. 소설이 끝나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교지가 발행되고 며칠이 지난 뒤에 나는 하나의 이메일을 받게 된다. 이메일의 제목은 내가 쓴 글인 "고양이를 좋아하세요?"였다.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그 이메일의 내용이 정확히는 기억 나지 않지만 대체적으로 교지에서 내가 쓴 글을 재미있게 봤으며 나와 친구가 되고 싶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살면서 칭찬을 별로 받아 본 적이 없었는데 소설 '소나기'의 칭찬 이후로 모처럼 듣게된 아주 기분 좋은 말이었다. 마음속으로 이런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여자일 확률이 높을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켠에서 어쩌면 대학 1년 동안 나와 친해진 놈들 중에 한 두 놈이 나를 놀리기 위해 고도로 공을 들인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12월 중순부터 몇 번의 메일을 주고 받으며 상대방이 여자이며, 나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상대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고 있었다. 20년 가까이 여자친구가 없었던 필자는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두고 상대에게 과감하게 이메일로 데이트를 신청했다. "저기, 크리스마스 이브에 별 일이 없다면 우리 학교 정문에서 한 번 만나지 않을래요?"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9-11 17:36:32[파이낸셜뉴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나가사와는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은 손도 대려고 하지 않는다. 고전 외에는 신용하지 않는 것이다. "현대 문학을 신용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야. 다만 시간의 세례를 받지 않은 것을 읽느라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지. 인생은 짧아." (상실의 시대 中) 하지만 살아있는 작가의 책을 읽을 때 좋은 점도 있다. 바로 그 작가가 아직 죽지 않고 펜을 들 힘이 남아 있다면 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언젠가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사를 보다 우연히 하루키의 장편 소설 신작이 이달 6일에 한국에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다. 6일 공식적인 업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가까운 교보문고에 들렸다. 하지만 해당 점포에는 아직 하루키의 신간이 진열되지 않은 상태였다. 다시 광화문 교보문고로 가서, 하루키의 신간(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집어들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는 3분15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성격이 급한 필자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를 언제나 성큼성큼 걸어가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계단의 오른편에 얌전히 서서 하루키의 책 첫장을 넘겨나갔다. 지하철을 타고 사는 동네에 도착해서 가까운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카페의 이름은 '카페동네 심곡점'으로 살이 너무 쪄서 손님이 만져도 귀찮아서 피하지 않는 고양이가 있는 멋진 곳이다. 책을 읽다 마음속에서 문득 '하루키의 책을 좋아하는 수많은 기자들 중에서 가장 먼저 리뷰를 써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다른 사람의 평론이나 리뷰를 만에 하나 먼저 보게될 경우 내 자신의 온전한 감상에 방해가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페이지를 확인해 보니 작가 후기가 있는 마지막 페이지는 '767p'였다. 밤을 새서 읽으면 하루 만에 다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 먹었다. 아마추어인 나보다 평론을 전공하거나 훨씬 더 훌륭한 리뷰를 써줄 사람이 많을 것이기 때문에 각을 잡고 본격 리뷰를 쓰기 보다는 개인적인 감상과 하루키와 연결된 나의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보기로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7일 오후 10시 33분 현재 필자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767p 중 275p까지 읽기를 마쳤다. ■하루키와 04학번의 고양이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04년 경희대학교 영어학부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같이 수강신청을 하고 어울려 다니던 무리 중에 하루키를 굉장히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내가 최초로 읽은 하루키의 글은 '4월의 어느 맑은 아침에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였던 것 같다. 하루키의 장편 소설 중 가장 먼저 읽은 작품은 '댄스 댄스 댄스'였다. 그때 당시 영문학 수업을 같이 듣던 동기 중에 어떤 사연으로 나보다 2살인가 3살이 많았던 여자 동기가 있었다. 다른 동기 여자아이들과 달리 확실히 화장이 능숙하고 진했다. 또 묘한 카리스마 같은 것이 있어서 다른 여자 동기들이 다가가기 쉽지 않은 스타일이었다. 말하자면 일종의 보이지 않는 선 같은 걸 그어 놓고 '용건이 없다면 굳이 말 걸지 말아 줄래. 그리고 용건이 있더라도 필요 이상으로 접근은 삼가주라'라는 분위기를 풍기는 아이였다. 하지만 당시 나는 그런 눈치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영문학 수업을 같이 듣던 그 애와 조심성 없이 말을 섞게 됐고, 그 친구도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하고 있으며, '댄스 댄스 댄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그 친구에게 그 책을 빌려서 읽어보게 됐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니 그 아이의 인상은 당시 자우림이란 그룹의 보컬이었던 가수 김윤아씨와 비슷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튼 '댄스 댄스 댄스'를 읽은 후에 나는 도서관에 있는 하루키의 소설들을 하나씩 독파해 나갔다. 개인적으로는 '상실의 시대'를 최고로 꼽고, 그 다음이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였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확실한데 세 번째는 조금 애매하다. 3위 후보로는 '해변의 카프카', '양을 쫓는 모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등등이 있다. 대학 신입생 당시 필자는 영문학과, 통번역학과, 영어학과 3개 과가 합쳐진 영어학부의 학부지 편집 동아리에 속해 있었다. 학기마다 한 번씩 200~300여 명 정도되는 학부생을 위해 학부지를 펴냈다. 당시 동아리를 같이 했던 여자 선배가 있었는데 그 선배는 어느날 내게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며 지금은 고인이 되신 마광수 작가(교수)의 소설 몇 권인가를 선물로 줬었다. 마광수 작가는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이 음란물로 간주되며 구속이 돼 감옥살이를 한 비운의 천재 작가로 유명하다. 선배가 주신 책 중에 '즐거운 사라'도 있었다. 시대를 앞서 파격적인 성애 묘사를 과감히 시도한 마광수 작가의 천재성은 느낄 수 있었지만 당시엔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문체를 더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같은 성애 묘사를 하더라도 보여주기와 숨기기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고, 훔쳐보기와 상상하기의 줄타기 속에서 윤리적 죄의식과 거리낌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마광수 작가의 그것은 너무나 거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 지나서 김기덕 감독의 여러 영화들을 보면서도 마광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거부감과 비슷한 종류의 감정을 더 강하게 느꼈다. 인간 심연의 깊은 곳에 잠겨 있는 '날 것'을 퍼다 독자의 눈 앞에 들이미는 것은 그 자체로 파괴적 예술 행위이긴 하나, 그만큼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날 것'을 '레어'가 아닌 '웰던'으로 푹 익혀서 낼 경우 예술적 충격이 줄어들게 되므로 별로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다. 역시나 예술은 어렵다.) 1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마광수의 책을 내게 선물해준 선배는 학교 교지에 실을 원고를 청탁 받았는데 그것을 한번 써보면 어떻겠느냐고 내게 제안해 왔다. 별도의 원고료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형식과 내용은 제한이 없었고 나는 짧은 단편 소설을 하나 쓰기로 했다. 대학 1년 내내 나는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왔으므로 알게 모르게 하루키의 문체를 흉내내서 글을 썼던 것 같다. 당시 200매 원고지 한 장당 7000원 인가를 받았던 것 같다. 글을 써서 상금이 아닌 원고료를 받았던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썼던 단편 소설의 제목은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부제는 '학교 가는 지하철의 두 고양이 소녀에 대해'였다. 소설의 첫 문단은 아래와 같이 시작한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바보 같은 질문이다. 어째서 하필 고양이인가? 하지만 그건 내 쪽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고양이라는 말은 성적인 상상력을 자극하는 말과 함께, 고양이적 신비스러운 힘으로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햇빛을 반사해 솜털이 반짝거리는 소녀의 하얀 목선이나, 부드럽고 적당하게 솟은 봉긋한 가슴, 아킬레스건이 드러나는 투명 에나멜 샌들을 신은 소녀의 발-과 같은 말처럼 고양이란 말은 나를 묘한 기분이 되게 만든다. 그렇다고 고양이란 말에 발기를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 cat이나 ねこ라는 말도 내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페니스와 그것의 우리말 번역이 전혀 다른 것처럼 느껴지듯이. 그리고 지금 나는 두 명의 고양이 소녀적 옆모습을 가지고 있는 소녀들의 사이에 있다. (계속) #무라카미 하루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9-07 23:13:45[파이낸셜뉴스] 여자친구가 기르는 고양이를 몰래 죽이고 유기한 남성이 CCTV에 덜미를 잡혔다. 동물권 단체 ‘케어’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2시쯤 남성 A씨는 여자친구 B씨가 사는 오피스텔에서 고양이를 죽인 뒤 사체를 쇼핑백에 담아 유기했다. A씨는 범행 전 B씨가 집을 비우도록 유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귀가 후 돌아온 B씨는 집 안의 거울이 깨져 있는 것을 봤고 고양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 후 A씨에게 고양이의 행방을 물었다. A씨는 “모른다”고 말했고, B씨는 고양이가 집을 나갔다고 생각해 며칠 동안 고양이의 행방을 찾아 헤맸다. 끝내 고양이를 찾지 못한 B씨는 오피스텔 엘리베이터의 CCTV 영상을 확인했다가 큰 충격을 받았다. 영상에는 B씨가 고양이의 사체와 깨진 유리(거울)조각을 쇼핑백에 담아 오피스텔을 나가는 장면이 담겨있다. 쇼핑백의 벌어진 틈으로 눈도 감지 못한 채 숨을 거둔 고양이 모습이 보였다. B씨가 이를 확인하고 추궁하자 A씨는 “고양이가 할퀴어 한 대 쳤는데 죽어 사체를 가지고 나갔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A씨는 사체 유기 장소는 밝히지 않고,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케어는 “CCTV를 보면 A씨는 전혀 술에 취한 모습이 아니다”라며 “택시를 잡아 이동했으며, 유리 파편까지 쇼핑백에 담아 나오는 등 범죄 흔적을 치우는 치밀함을 보였다”고 반박했다. 이어 “A씨가 주장한 대로 고양이가 그를 할퀴어서 한 대 쳤다고 해도 바로 죽을 수 없고, 죽일 이유 또한 되지 않는다”며 “거울이 깨질 정도로 A씨가 고양이를 가혹하게 폭행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자친구에게 미리 집에서 나가 있으라고 지시한 점, 고양이가 죽어가는데 응급처치를 하지 않은 점, 유기 후에도 사실을 숨긴 점 등을 비추어 보면 A씨가 고양이를 죽일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케어는 A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7-03 07:10: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