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정말 억울합니다. 제가 대체 뭘 잘못한 걸까요?" 2일 방송된 YTN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서는 홈캠에 녹음된 남편의 은밀한 대화를 불륜 증거로 제출했다가 역고소 당했다는 아내의 사연이 전해졌다. 2009년 결혼한 A씨는 해외 유학을 가 남편이 박사 과정을 마칠 때까지 프리랜서로 일하며 뒷바라지를 했다. 이에 두 사람은 뒤늦게 시험관 시술을 진행, 어렵게 쌍둥이를 얻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남편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벽 늦게까지 연락이 되지 않거나, 같이 있으면 짜증을 내는 등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A씨는 거실에 설치했던 홈캠을 확인하다 남편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 내용이 녹음된 것을 알게 됐다. 대화 내용에는 '어제 우리 사랑을 과격하게 해서'라는 등 은밀한 내용도 있었다. 충격을 받은 A씨는 이 내용을 녹음해 여동생에게 보냈고, 남편과 바람을 피운 여성을 만났지만 그는 불륜을 부인했다. 이에 A씨는 여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그러자 남편은 오히려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을 문제 삼아 통신비밀보호법으로 A씨를 역고소했다. A씨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정말 억울하다. 제가 대체 뭘 잘못했나"라며 "홈캠에 녹음된 걸 듣는 것도 불법인가"라고 토로했다. 법률 전문가는 홈캠에 녹음된 내용을 듣는 것은 '불법 청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거나 전자장치 또는 기계적 수단을 이용하여 청취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 신세계로의 김연지 변호사는 홈캠 관련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며 "대법원은 이미 대화가 끝난 녹음물을 재생해 듣는 것까지 처벌하게 되면 '청취'의 범위를 너무 넓히는 거라고 봤다"며 "홈캠을 설치할 때 남편의 동의를 받았고, 별도 조작을 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녹음되는 방식의 장치였으며, 실시간으로 대화를 엿들은 게 아닌 이상 타인의 대화를 청취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불법녹음'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화 내용을 여동생에게 보낸 점에 대해서도 "이 행위 자체가 불법 녹음이라든가 불법 청취에 해당하지 않고 그 녹음물을 다른 사람 제3자에게 보낸 부분까지도 일단 대법원은 무죄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증거 수집 시 유의사항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블랙박스 메모리 카드를 빼 온 일에 대해 '자동차수색죄' 성립 여부가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결혼생활이 파탄에 이르기 전 법률상 배우자로서 남편의 차를 열어보는 것을 강조하여 무죄가 될 수 있다"면서도 "휴대폰에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것은 유죄가 된다"고 당부했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5-02 13:42:44[파이낸셜뉴스]해군 산하의 한 기관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 군무원을 구성원들이 조직적으로 괴롭히다가 오히려 피해자를 고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산하 기관 소속 군인들이 성추행 피해자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집단으로 괴롭혔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이 기관 소속 군무원 A씨가 2019년 10월 기관장과 현역 군인 등 10여 명이 참석한 회식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해당 기관장은 당시 술에 취한 채 A씨를 비롯한 여성 군무원들에게 노래하도록 지시했고,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 대려고 하는 등 추행을 했다고 센터 측은 말했다. 이 기관장은 관련 신고가 접수돼 그해 11월 말 보직 해임됐다. 당시 양성평등담당관을 맡았던 A씨는 기관장을 신고했다는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따돌림에 시달렸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그는 성추행 사건 이후 업무 관련 상황을 공유받지 못하고 원래 맡았던 업무에서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 이후에도 2년 가까이 군을 떠나지 않고 소통을 위해 노력했으나, 해당 기관 소속 군인들은 A씨를 상대로 '역고소'까지 하는 등 괴롭힘을 이어갔다는 것이 센터의 주장이다. A씨는 팀원이자 선임교관인 B소령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는 원하지 않았으나 A씨가 악수한 것과 자신의 팔을 만진 일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고소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평소 위계질서에 민감했던 A씨는 B소령을 항상 조심해서 대했는데 B소령이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A씨는 B소령에게 악수를 먼저 청한 일도 없었고, 다른 상급자가 교육을 마친 후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해 돌아가면서 악수를 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센터는 A씨가 겪은 2차 가해와 조직적 괴롭힘, 명예훼손 등의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는 한편 A씨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군 관계자는 "여성 군무원과 당시 부대원 간 상호 고소 건은 군 사법기관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2-03-29 13:21:18[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와 관련한 루머를 제기한 유튜버들이 무더기 고발을 당했다. 그러나 유튜버들은 '사과'가 아닌 '역고소'로 맞대응하겠다고 반발했다. 30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대선 캠프는 열린공감TV 등 김건희씨 관련 루머를 제기한 10여명을 고발했다고 전해졌다. 대선 캠프의 법률팀은 전날(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의 배우자를 아무런 근거 없이 '호스티스', '노리개' 등 성매매 직업 여성으로 비하하고, '성 상납', '밤의 여왕' 등 성희롱을 해가며 방송을 내보낸 이들, 그리고 조작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의 기자 등을 형사 고발했다"고 했다. 이들의 혐의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명예훼손) 등이다. 법률팀은 김씨 관련 풍문들에 대해 "단연코 사실이 아니다며 "돈을 노린 소송꾼의 거짓 제보를 의도적으로 확산한 데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고발 당한 열린공감 측은 생방송 등을 통해 '무고(誣告)'로 '역고소'를 하겠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열린공감 측은 자신들이 김씨의 동거설 관련 취재를 위해 검사 출신 A변호사의 94세 모친 자택을 찾아간 것에 대해 정당한 취재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열린공감 측은 오히려 윤 캠프가 자신들을 주거침입과 명예훼손 등으로 고발한 것은 '무고'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무고'는 성립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특히 명예훼손 피해를 주장하고 있는 윤 후보와 부인 김씨가 아니라 제3자인 캠프 법률팀이 하는 '고발' 사건에 대한 '무고' 혐의는 더 입증이 어렵다. 범죄혐의를 제3자가 수사기관에 알리는 형태인 '고발'에서, 고발된 사건이 실제로는 범죄혐의가 거의 없거나 잘못된 고발이었다고 해도 '고발인'이 '무고' 혐의로 처벌을 받거나 수사받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범죄"다. 무고가 성립하려면 △허위사실이 맞고 △고의가 있어야 하고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의 원인이 돼야 한다. 한 변호사는 "주거침입과 명예훼손에 대한 고발을 했는데 냉정히 평가하면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아니라면 명예훼손은 무고가 될 가능성은 없고 주거침입도 법리적 판단의 문제라 무고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평가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1-07-30 07:36:56지난해 5월 발생한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많은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죽을 수 있는 현실이 슬프고 화가 난다"며 거리로 나왔다. 우리 사회의 여성에 대한 혐오와 차별, 폭력에 맞서야 한다는 절박함에 '페미당당' '불꽃페미액션' 등 다양한 여성단체가 생겨났다. 이런 흐름 속에 26년째 성폭력 방지와 여성 인권을 위해 줄곧 한길을 걷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사진).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 창립 멤버인 이 소장 역시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운동에서 큰 전환점이 됐다고 평가한다. 그는 "3만5000여개의 포스트잇이 주변에 붙었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공분했고 그 사건 이후 대안 마련 등을 논의하면서 다양한 단체가 생겼다"며 "상담소는 26년 역사를 가진 단체로, 신선함과 절실함을 보고 새로운 자극을 받았다. 덕분에 젊고 좋은 동지들을 많이 만나게 되면서 그 열정과 패기, 상상력 등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강남역 살인사건과 함께 이슈가 된 사건이라면 유명 연예인들이 잇따라 성폭력 논란에 휩싸인 점을 꼽을 수 있다. 성폭력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을 명예훼손이나 무고죄 등으로 역고소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이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본인의 성폭력 피해 사건 때문에 경찰에 조사를 받으러 갔는데 알고 보니 무고죄로 조사받는 경우도 상당하다. 특히 연예인과 연루된 성폭력 사건의 경우 기획사가 나서서 피고인 변호에 나서는데, 이런 흐름이 다른 성폭력 피고인들에게도 영향을 줘 '안되면 말고' 식으로 역고소를 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는 가중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 무고인 경우 처벌하는 게 맞지만 무고의 판단 기준은 성폭력 피해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성범죄라면 단연 디지털 범죄와 스토킹 범죄를 꼽을 수 있다. 디지털 범죄는 연인 간에 몰래카메라를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포하는 행위 등을 말하며 스토킹 범죄는 현재 경범죄로 분류돼 벌금 8만원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소장은 "현대사회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SNS 등을 사용하는 기본자세를 교육해야 한다. 또 법과 교육이 쫓아가지 못하는 부분을 정치인들이 면밀히 살펴 간극을 메워야 한다"며 "스토킹 처벌 강화는 1999년부터 줄곧 제기됐으나 매번 국회 회기 만료로 자동폐기됐다. 현재도 3~4개 법안이 올라와 있는데 다행히 법무부가 이 부분을 추진해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고 내용이 관건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법.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사회 전반적인 인권 감수성과 내재해 있는 사고방식의 개선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20년 넘게 여성운동을 하면서 체득한 결론 중 하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소장은 "법.제도를 만드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오히려 우리 개개인이 인권에 대한 감수성,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도록 언론이나 학교, 직장 차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면서 "어쩌면 우리 안에 내재해 있을지 모르는 성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 편견이 결국 차별과 혐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소장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제안한 클레어법에 대해서도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클레어법은 재범률이 높은 데이트폭력 방지를 위한 가정폭력전과 공개제도로, 교제 상대방의 폭력전과를 경찰을 통해 조회할 수 있다. 이 소장은 "클레어법이 제정된다 해도 지금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정보공개 기준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성폭력특별법제정위원회부터 우리 사회에서 많은 성폭력 관련법 제정 운동을 해왔지만 법은 저 앞에 있는 반면 사람들의 인식은 저 뒤에 있는 등 간극을 더 벌려놓은 게 아닌가 하는 성찰을 하게 된다"며 "데이트 성폭력도 결국 사람 간의 관계를 어떻게 맺어갈 것인지 접근해야 하는데 이건 결국 교육이다. 무조건 법으로 재단해서 뭘 끊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17-03-23 17:23:04경기 양주시의 한 고깃집에서 환불 갑질을 부려 공분을 산 목사가 최근 피해 사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유튜버 구제역은 고깃집 사장 A씨와 통화 내용을 공개하며 "갑질 목사가 A씨를 고소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최근 목사는 A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려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A씨는 "저희는 상대방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쓴 게 없다. 가게도 일부러 밝히기 싫어 경기도에 모 식당이라고만 썼는데 이게 고소가 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도 어이없어했는데, 일단은 고소가 들어와서 수사는 해야 된다고 하시더라"라며 "그래서 경찰서 가서 조사도 받고 아직 사건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목사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을 모르니까 변호사 선임해서 이렇게 하신 것 같다"며 "고소할 때 가명을 써서 고소하셨다. 이건 변호사 통해서 고소할 때 이렇게 진행할 수 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목사의 갑질 사건은 지난 5월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폐쇄회로(CC)TV 영상과 함께 글을 올리면서 공론화됐다. 목사는 지난 5월 26일 오후 7시쯤 양주 옥정신도시의 한 고깃집에서 딸과 함께 3만2000원짜리 메뉴를 시켜 먹은 뒤 "옆에 노인들이 앉아 불쾌했다"며 돌연 환불을 요구했다. 이어 A씨를 상대로 "이 식당은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 신고하면 벌금 300만원", "돈 내놔, 가만두지 않을 거야" 등 협박성 발언과 함께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해당 음식점이 감염병 관리법 위반을 했다"며 양주시청에 신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양주시는 "해당 식당이 칸막이를 설치했고, 음식값을 계산할 때도 마스크를 착용한 것으로 확인돼 방역수칙을 어기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목사는 SNS 등을 통해 해당 식당에 별점테러 등 사이버 공격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접수한 양주경찰서는 최근 목사와 딸을 공갈미수, 협박,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협의로 의정부지검에 송치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2021-09-29 10:55:19#OBJECT0# 권력형 성희롱 및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입법 움직임도 피해자들의 2차 피해 보호에 집중되고 있다. 사실을 밝혀도 명예훼손이 적용돼 미투를 폭로한 피해자들에 대한 역소송이 제기되고 있어 이같은 2차 피해를 막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에선 이같은 2차 피해를 막겠다는 방침이나 법적으로는 조치엔 신중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선 입법을 통해 적어도 성폭력 피해 사실에 대해선 명예훼손을 적용하지 않게 한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피해자가 해고를 당하거나 불이익을 받는 등의 또 다른 2차 피해에 대해 금지시키는 법안을 발의하면서 법적 근거로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실제 입법화 과정에서 논쟁이 있을 것으로 보여 결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예외적용 추진 11일 국회에 따르면 사실관계를 밝혀도 명예훼손죄가 성립되는 법 조항을 뜯어고치기 위해 형법 개정안,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을 통한 2차 피해 차단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 현행법상 사실인 내용도 가해자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어 이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백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피해자가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경우 기나긴 기간 재판을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피해사실을 반복적으로 진술해야 해 2차 피해를 입는 사례가 빈번했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일명 미투 피해자보호법, 형법 개정안을 통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 처벌 대상에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사실을 말하는 경우를 제외시켰다. 구체적으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사실, 성폭력범죄 피해사실,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피해사실에 관한 경우를 제외토록 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을 원활하게 한다는 목적이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도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죄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통해 사실에 관한 명예훼손죄를 처벌하는 규정을 삭제하도록 했다. 정부도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가 폭로하는 내용에 대해선 죄가 되지 않는 쪽으로 법 해석을 적극적 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법적으로 사실적시에 따른 명예훼손을 삭제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당장 추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해자가 미투 운동 참여자의 과거 행실을 알리며 신상털기 방식으로 반격에 나설 경우 처벌할 방법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해고 등 불이익 방지 나서 성범죄 피해자들의 또 다른 2차 피해는 이를 폭로한 피해자들에 대해 소속 기업에서 해고 또는 불이익 조치를 취하는 경우다. 피해자들과 피해자 조력자들이 회사에서의 불이익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다 해도 회사가 이들을 제대로 대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른미래당은 성폭력 피해자 2차 피해 방지를 비롯해 재발방지를 위한 법안으로,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기관 등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여성가족부에 통보하고 성폭력 사건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제출을 의무화하게 한 것이다. 특히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 금지 규정을 구체화하도록 했다. 피해자에 대해선 파면, 해임, 해고 등을 금지하고 징계, 정직, 감봉, 강등, 승진 제한 등도 금지했다. 직무를 부여하지 않거나 본인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도 금지하고 직무 재배치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인사조치도 금지 대상이다. 평가 등에서의 차별이나 이에 따른 임금 또는 상여금 등의 차별 지급도 해선 안되고 집단 따돌림, 폭행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도 일체 금지행위로 포함시켰다. 이같은 개정안을 놓고는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개정안에 포함되면서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인사가 영향을 받는 부작용도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당 관계자는 "피해자에 대한 해고와 승진 제한 금지까지는 어느정도 수긍이 가지만 직무 재배치 과정에서 본인이 원치 않은 인사조치도 금지한다면 기업의 인사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며 "법안 논의 과정에서 조정되겠지만 지금은 논쟁만 야기할 법안 보다 성범죄 사전예방 분위기를 조성할 법안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호연 기자
2018-03-11 09:42:16[파이낸셜뉴스] 아이돌 출신 BJ가 카페 사장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 1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2일 늦은 밤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폭행을 당한 사장 A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방송에 따르면 A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B씨를 형이라 부르며 가깝게 지냈다고 한다. 하지만 사건 당일 B씨는 누군가를 험담하더니 이를 A씨가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나를 무시하냐'며 막말과 욕설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후 A씨가 싸움으로 번질까 봐 자리를 피하려고 하자 뺨을 때리더니 의자를 집어던지면서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B씨는 피를 흘리는 A씨를 보고도 피를 흘린다며 욕설을 하며 조롱했다. 이번 사건으로 전치 4주 상해 피해와 2도 화상을 입은 A씨는 결국 카페를 폐업했고, 지금도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우울증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개된 영상에는 폭행 장면과 집기를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리는 가해 남성 B씨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B씨는 "뭐 하는 거냐" "하지 말라"는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집기를 부수기 시작했다. 말리는 A씨를 마구 폭행하고 담뱃불로 얼굴을 지지려고 했다. A씨는 머신이나 그라인더, 집기대 등도 때려 부쉈다. 또 A씨가 SNS를 통해 피해 사실을 알리자 B씨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A씨를 역고소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평소 본인을 아이돌 출신 BJ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일본에서 활동하던 아이돌 출신이고 인터넷 방송에서 BJ 활동 및 유명 드라마에도 출연했으며, 개인 SNS에는 '모델'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또 B씨는 사건 이후 새 SNS 계정을 만들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재판 날짜를 연기하면서까지 제주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재판부는 B씨가 사건을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합의나 배상 노력도 하지 않고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을 명령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3-12-03 08:18:51해군 산하의 한 기관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성 군무원을 구성원들이 조직적으로 괴롭히다가 오히려 피해자를 고소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9일 서울 마포구 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 산하 기관 소속 군인들이 성추행 피해자를 배신자로 낙인찍어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집단으로 괴롭혔다"고 밝혔다. 센터에 따르면 이 기관 소속 군무원 A씨가 2019년 10월 기관장과 현역 군인 등 10여 명이 참석한 회식에서 성추행을 당했다고 했다. 해당 기관장은 당시 술에 취한 채 A씨를 비롯한 여성 군무원들에게 노래하도록 지시했고,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 대려고 하는 등 추행을 했다고 센터 측은 말했다. 이 기관장은 관련 신고가 접수돼 그해 11월 말 보직 해임됐다. 당시 양성평등담당관을 맡았던 A씨는 기관장을 신고했다는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혀 따돌림에 시달렸다고 센터는 설명했다. 그는 성추행 사건 이후 업무 관련 상황을 공유받지 못하고 원래 맡았던 업무에서도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사건 이후에도 2년 가까이 군을 떠나지 않고 소통을 위해 노력했으나, 해당 기관 소속 군인들은 A씨를 상대로 '역고소'까지 하는 등 괴롭힘을 이어갔다는 것이 센터의 주장이다. A씨는 팀원이자 선임교관인 B소령으로부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그는 원하지 않았으나 A씨가 악수한 것과 자신의 팔을 만진 일에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고소장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평소 위계질서에 민감했던 A씨는 B소령을 항상 조심해서 대했는데 B소령이 A씨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A씨는 B소령에게 악수를 먼저 청한 일도 없었고, 다른 상급자가 교육을 마친 후 수고했다며 악수를 청해 돌아가면서 악수를 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센터는 A씨가 겪은 2차 가해와 조직적 괴롭힘, 명예훼손 등의 가해자를 엄중 처벌하는 한편 A씨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군 관계자는 "여성 군무원과 당시 부대원 간 상호 고소 건은 군 사법기관에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2022-03-29 18:04:46체육인 인권보호를 위해 설립된 스포츠윤리센터가 2주년을 맞았지만 조사 공간, 인력, 조사권 부족으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에대해 '예산 증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조사권 강화를 통한 선수 보호가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윤리교육 대상 40만명에 담당자 1명 15일 시민사회 등에 따르면 체육계 인권 보호를 위해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스포츠계의 부패 실태 및 관련 제도개선 연구'에 따르면 부패행위 신고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스포츠윤리센터를 이용한 비율은 10명 중 1명꼴인 13.0%에 그쳤다. 문체부는 조재범 코치 사건 등 체육계 비리 등이 잇따르자 지난 2020년 8월 체육인 인권 보호를 위해 그간 여러 기관에 분산돼 왔던 신고 채널을 일원화 한 '스포츠윤리센터'를 개설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스포츠윤리센터를 통한 부패행위 신고율은 대한체육회(25.9%), 소속 기관(16.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스포츠윤리센터 내 조사 공간, 필수 인력 등이 턱없이 부족해 빚어진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스포츠윤리센터 내 조합원들은 지난달 19일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지원을 위한 전문인력, 상담공간, 예산 등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라며 "국민들의 눈물과 분노로 만들어진 스포츠윤리센터에 원래의 설립 취지는 사라진 지 오래 전"이라고 비판했다. 해당 기자회견에 참여했던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윤리센터 내 조사관 19명이 사용하는 조사실은 1곳에 그친다"며 "가해자와 피해자 간 분리가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협소해 조사관들이 직접 사비를 들여 피해자와 따로 면담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체육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윤리교육 수강 대상자는 40만명에 이르는 반면 센터 내 담당 실무자는 1명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사건 조사를 위해 배정된 예산도 턱없이 부족해 조사관들이 전자 서명 도구 등 필요 물품을 구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관계자는 "여전히 많은 체육계 피해자들은 신고하면 신분이 드러나 선수 생활이 끝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그 불안감을 떨칠 수 있도록 윤리센터가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인력, 예산, 공간 등 모든 것이 부족해 답답하다"고 했다. ■조사권 강화 및 체육계 인식 개선 이에 대해 문체부는 예산 증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전년 대비 예산이 8억7300만원 증액 편성됐다"며 "윤리센터 내 인력·공간 부족 문제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예산 증액과 더불어 스포츠 윤리센터에 부여된 조사권 강화를 통해 체육인 보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정훈 체육시민연대 대표는 "현재 스포츠윤리센터이 갖고 있는 조사권에는 강제성이 없다"며 "가해자 등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그에 맞는 조처를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특별사법경찰제도 등을 도입해 센터가 갖는 조사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며 "예산 확충을 통해 전문성 있는 조사관 확보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도 "조사에 강제성이 없어 현재는 가해자가 조사에 불응할 경우 응할 때까지 설득하거나, 제 3자를 만나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있다"며 "가해자는 그 사이 피해자를 색출해 훈련에서 배척하거나 역고소를 하는 등 2차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조사권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체육인 인권 보호를 위해선 전반적인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윤리센터 설립만으로 스포츠 비리가 한 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관이 제대로 정착하고 작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며 "여전히 체육계에선 '메달을 따지 못하면 망했다'는 인식이 팽배한데 이러한 자체적 문화가 변화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2022-02-15 18:1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