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진휘가 연극 '하미 2025' 무대로 새로운 매력을 입는다. 강진휘가 출연하는 연극 '하미 2025'는 '베트남 전쟁 종전 50주년'을 맞아 베트남으로 떠난 '평화여행단'의 여행기가 중심이다. 평화여행단이 베트남에서 자연을 즐기던 도중에 하미마을에서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 사건’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진휘는 국회의원 강민주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강민주는 오랜 기간 평화운동을 진행해 온 평화운동가 출신으로 베트남 전쟁 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과 하미 마을 위령비의 숨겨진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서는 인물이다. 강진휘는 탁월한 캐릭터 해석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그동안 강진휘는 연극 '나사와 시계추', '12인의 성난 사람들', '갈매기', '묵호댁' 등 무대에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이며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다수의 작품을 통해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며 쌓아온 연기 내공을 바탕으로 '하미 2025'에서도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보는 이들의 기대치를 200% 충족시키는 배우 강진휘가 출연하는 연극 '하미 2025'는 오는 7월 5일부터 13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nterjin@fnnews.com 한아진 기자 사진=타조엔터테인먼트
2025-06-19 12:06:16[파이낸셜뉴스] 서울시극단을 이끄는 스타 연출가 고선웅 단장이 14년 만에 발표한 창작극 ‘유령’은 이름값을 톡톡히 한다. 지난해 ‘퉁소소리’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작품상을 수상하며 연출력을 다시금 입증했던 그다. 이번 작품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연극과 삶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독특한 형식으로 구현된 수작이다. 오랫동안 품었던 무연고자 이야기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주민등록이 없다는 이유로, 혹은 무연고자라는 이유로 존재 자체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고선웅 단장) 이 작품은 애초 사람에 대한 깊은 연민에서부터 출발했다. 그는 7년 전 접한 무연고자 이야기를 다룬 신문 기사를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다가 “어느 날 빠르게 홀린 듯 글을 쓴” 대본을 직접 연출했다. '유령'은 눈물 나게 슬프면서도 웃기고, 씁쓸하면서도 따뜻하다. 흔히들 “세상은 무대고 인간은 배우”라고 한다. 고 단장은 "무대 위에서 그 말을 한번 증명해 보고 싶었다"며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내가 그 역할을 스스로 선택한 건 아닌지, 등장 인물들을 통해 그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는 연출자의 의도를 무대서 증명해 보인다. ‘유령’은 매 맞는 아내 배명순(이지하 분)의 박복한 삶을 들려주면서 시작한다. 그는 남편의 폭력을 피해 가출하고 새 인생을 위해 주민등록도 포기한 채 ‘정순임’이란 이름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떠돈다. 16년 뒤 원래의 이름을 찾지만 말기 암 진단을 받고 무연고자로 쓸쓸히 죽는다. 시신 안치실로 옮겨지고 그곳에서 화장도 못한 채 떠도는 유령을 만난다는 게 극중극의 주요 내용이다. ‘유령’에선 주요 배역을 빼곤 배우들이 1인 다역을 하는데, 극중극 배역과 무대 위 배우 역을 수시로 오간다. “10년 만에 연극하는데”(이지하), “168번째 맡은 역할”(신현종) 등 실제 배우의 상황이 대사에 투영돼 때로는 연극인지 실제인지 경계도 불분명하다. 극중극 속 삶과 죽음, 배우와 극중극 캐릭터, 우리네 인생과 인생의 축소판인 연극의 경계를 허문 독창적 형식이 무척 신선하다. 무대는 미니멀하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시체 안치실과 무대 위 묘비석처럼 보이는 네모난 직육면체 오브제 그리고 분장실, 이 세 공간이 맞물려 돌아간다. 배명순 역 이지하는 무대에 첫 등장해 관객을 향해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생에서 배씨, 정씨 그리고 다시 배씹니다”라며 자신의 배역을 소개한다. 그러다 누군가에게 맞는 연기를 하면서 배명순의 박복한 인생을 들려준다. 이어 분장사가 등장해 이지하의 얼굴에 멍 분장을 한다. 그는 배명순과 대사를 주고받으며 드라마 전개를 돕다가 또 다른 배역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그 대사 빼고 가자고 연출한테 몇 번을 말했다니까. 우리집 애들이 이 연극 보러 오겠어.” 배명순 삶의 빌런인 ‘오사장, 박사장, 형사’ 역의 강신구는 극중극 캐릭터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악역만 맡는 자신의 현실을 한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번도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 연출을 찾기도 한다. 마치 인간들이 신을 찾듯. 배우들은 자주 창작 진의 일원이 돼 방백을 통해 연출의 의도 등을 드러낸다. “분장사 시분 역할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배우 전유경의 방백을 듣고 있노라면, 사람이 태어나 누군가의 아들이나 딸, 어머니나 아버지, 친구, 동료, 이웃 등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사는 우리네 인생이 떠오른다. 그 인생이란 게 사람에 따라 나쁘거나 좋거나 후지거나 빛나는 삶을 살다 죽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연극은 박복한 삶을 산 이들을 비춘다. “세상은 무대, 사람은 배우” “제아무리 후진 역할도” “제아무리 못난 역할도” “결국은 다 퇴장이구나”는 대사의 나열은 누구나 죽는다는 명제와 함께 무연고자의 삶을 신이 부여한 연극의 배역처럼 치환하며 그들의 삶을 가만히 위로한다. 고 연출은 무대감독 역을 맡은 배우 이승우를 통해 이 연극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자신의 간절한 속마음도 전한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으로 살다가 사람처럼 죽어야 마땅하다”는 연출의 변을 통해 무연고자가 처한 가혹한 현실에 대한 관심을 당부한다. 기발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소동극의 형태로 전개돼 웃음을 자아낸다는 점이다. 이는 무겁고 우울한 소재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전달할지 오랫동안 고심한 노력과 실험의 결과다. ‘유령’은 삶과 죽음, 실제 배우와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 우리네 인생과 인생의 축소판인 연극의 경계를 허물며 재미와 감동,생각할거리를 안긴다. 무엇보다 우리 시대, 진정 필요한 가치는 혐오가 아닌 사람에 대한 연민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사람에 대한 연민이야말로 인간성 회복의 첫걸음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6-11 10:02:04【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국내 최대 연극축제인 제43회 대한민국연극제가 다음 달 5∼27일 인천 전역에서 펼쳐진다. 인천시는 10일 인천시청 앞 샤펠드미앙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한민국연극제의 추진 상황과 세부 일정을 발표했다. 연극제는 ‘연극, 인천에 상륙하다’를 주제로 해양도시로서 인천의 정체성과 예술성을 결합한 특색 있는 축제로 펼쳐진다. 내달 5일 인천 상상플랫폼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에서 선발된 대표 극단들이 참가하는 본선 경연과 다양한 부대 행사가 열린다. 부대 행사로는 해외 초청 공연을 비롯 국제 연극페스티벌 기획자 및 예술감독 초청 포럼, 전국 연극인들이 참여하는 연극인 100인 토론회 등이 진행된다. 김종진 집행위원장은 “올여름 인천은 연극으로 숨 쉬고, 예술로 움직이는 도시가 될 준비를 마쳤다. 많은 시민들이 연극제를 찾아 생생한 문화적 감동과 예술적 교류를 함께 느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정복 시장은 “이번 연극제를 통해 인천이 문화도시 임을 알리고 연극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2025-06-10 14:41:57[파이낸셜뉴스] 삼성화재는 브랜드 캠페인의 일환으로 마련한 젠지(GenZ·Z세대) 대상 체험형 팝업스토어 '드림시어터'를 운영 중이라고 26일 밝혔다. 드림시어터는 삼성화재의 아이덴티티인 '지키다 일상, 꿈꾸다 그 이상'을 테마로 한 공간형 콘텐츠로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상황부터 미래의 도전까지 관객이 직접 연극의 주인공이 돼 체험할 수 있도록 지난 23일부터 운영 중이다. 팝업스토어는 2개의 오프라인과 1개의 온라인 공간으로 구성됐다. 관객은 입장 시에 연극 리플렛처럼 제작된 입장 티켓을 받고 첫번째 공간인 '일상' 존으로 이동하게 된다. '일상' 존은 젠지의 일상을 주제로 실제 배우와 함께 연극형 방탈출을 하는 공간으로 미션 중 위기 상황이 오면 찬스카드 사용을 통해 일상 속 위기를 극복하는 보험의 기능을 경험할 수 있다. 이어 두번째 '이상' 존은 젠지가 흔히 도전하는 자격증 취득, 고백하기, 첫 해외여행 등의 목표를 선택하고 결과에 대한 보상을 받는 공간이다. 보험 프로세스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일상'과 '이상' 공간에서는 20종 이상의 다양한 키링 파츠를 보상으로 획득할 수 있으며, 나만의 키링 DIY(Do It Yourself)도 준비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또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관객 전원에게는 드림시어터 전용 온라인 공간에 언제 어디서나 입장할 수 있는 특별한 근거리무선통신(NFC) 키링이 제공된다. 이 온라인 공간에서는 젠지를 위한 응원 메시지 및 고민상담 코너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한편 팝업스토어 앞마당에서는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소개하는 특별 부스도 운영된다. 이 부스에서는 랜덤 뽑기를 통해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으며, 소중한 사람에게 보험을 선물하는 방법도 쉽고 재미있게 안내 받을 수 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2025-05-26 10:06:34[파이낸셜뉴스] 대경대학교(총장 이채영)는 김건표 연기예술과(한류캠퍼스) 교수(사진)가 세계 공연예술축제인 '제22회 부산국제연극제(BIPAF)' 글로벌 포럼 좌장을 맡아 한국연극 세계화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국제적인 공연연출 관계자들과 포럼을 이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 이탈리아, 멕시코, 칠레, 중국등 6개국이 참여하며, 오는 25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 위치한 어댑터씨어터 1관에서 개최된다. 포럼의 발제 주제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하는 파프리카 유로파 재단의 마우리지아 세템브리 예술감독의 이탈리아 무용, 연극의 동시대성 주제 발제에 이어 중국계림 예술위원회 양슈오 사무총장의 도시공간의 연극성을 주제로 계림예술제의 특징을 살펴본다. 이밖에도 멕시코 문화부 국립 예술 창작자 프로그램 국가 예술상 디렉터인 루이스 타레케 오르티즈 시스네로스의 멕시코 국립 예술 창작 시스템의 역할과 이동성을 주제로 발제를 이끌게 되며 칠레 플라데아 페스티발의 국제적 경쟁력과 뉴욕 라 마마 실험 극장 메인 큐레이터인 니키 파라이소의 라마마극장 공연예술의 특징과 부산국제연극제 세계화에 대해 주제 발표를 진행하게 된다. 김 교수는 "이번 글로벌 포럼을 통해 부산국제연극제를 통해 한국적인 작품들이 세계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유통구조가 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국제연극제 손병태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연극제가 해외 우수 작품을 국내 관객에게 소개하는 역할 뿐 아니라 한국 공연예술을 세계로 진출시키는 국제공연예술축제의 역할을 부산에서 하게 될 것 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경대 김건표 교수는 연극평론가로 국립극단, 한국연극평론가 협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맹꽁이 아저씨와 훔쳐보는 연기나라'(1996)를 출판으로 연극평론집 '동시대의 연극읽기',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장면연기텍스트', '말과 정치문화'를 펴냈다. 김 교수는 밀양연극축제 조직위원장과 총예술감독을 지낸 바 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5-05-23 09:04:06부산시와 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는 오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10일간 영화의전당, 부산시민회관 등 8곳에서 '제22회 부산국제연극제'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는 부산연극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단체로, 조직위원장은 부산시장이다. 연극제는 23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개막식이 진행된다. 이어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어댑터 씨어터, 동서대학교 민석소극장, 동서대학교 소향실험극장, 백양문화예술회관 공연장, 밀락더마켓, 영화의전당 야외광장 등에서 14개국 58개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22주년을 맞아 '재생과 균형(Regeneration & Balance)'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한국-이탈리아 상호 문화 교류의 해를 기념해 지난해에 이어 이탈리아가 주빈국으로 참여하며 개·폐막작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준비했다. 개막작은 국내 초연작인 사르디니아 씨어터의 '트라구디아(Tragudia)-오이디푸스의 노래'로, 고대 그리스 비극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폐막작은 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대표작을 강렬한 연극적 언어로 표현했다. 이와 함께 K-스테이지 무대로 판소리 아지트 놀애박스의 '오버더떼창 : 문전본풀이', 하땅세의 '고래바위에서 기다려', 극단 맥의 '비나리' 등 작품이 경연을 펼친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 연극이 세계로 나가고, 국제문화교류의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5-05-19 18:50:02[파이낸셜뉴스] 부산시와 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원회는 오는 23일부터 6월 1일까지 10일간 영화의전당, 부산시민회관 등 8곳에서 '제22회 부산국제연극제'를 개최한다고 19일 밝혔다. 부산국제연극제조직위는 부산연극의 세계화를 도모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단체로, 조직위원장은 부산시장이다. 연극제는 23일 오후 7시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개막식이 진행된다. 이어 부산시민회관 소극장, 어댑터 씨어터, 동서대학교 민석소극장, 동서대학교 소향실험극장, 백양문화예술회관 공연장, 밀락더마켓, 영화의전당 야외광장 등에서 14개국 58개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22주년을 맞아 '재생과 균형(Regeneration & Balance)'이라는 콘셉트로 진행된다. 한국-이탈리아 상호 문화 교류의 해를 기념해 지난해에 이어 이탈리아가 주빈국으로 참여하며 개·폐막작을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화제작으로 준비했다. 개막작은 국내 초연작인 사르디니아 씨어터의 '트라구디아(Tragudia)-오이디푸스의 노래'로, 고대 그리스 비극의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폐막작은 이탈리아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의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로,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대표작을 강렬한 연극적 언어로 표현했다. 이와 함께 K-스테이지 무대로 판소리 아지트 놀애박스의 '오버더떼창 : 문전본풀이', 하땅세의 '고래바위에서 기다려', 극단 맥의 '비나리' 등 작품이 경연을 펼친다. 신진 공연예술가 발굴을 위해 동서대와 협력해 신설한 '비파프 루키즈(BIPAF Rookies)' 부문에선 윤태식 교수가 연출한 신체극 '대답 되지 않은 질문'이 공연된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된 우수한 거리 예술가들이 펼치는 '다이내믹 스트릿(Dynamic Street)'과 시민들이 직접 공연을 만드는 '10분 연극제'도 진행된다. 이 밖에도 일본 극작가이자 연출가 타카히로 후지타가 진행하는 '마스터 클래스 워크숍' '글로벌 포럼' '아티스트 토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수준 높은 공연예술의 진수를 선사할 예정이다. 박형준 시장은 “부산국제연극제는 공연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글로벌 축제”라며 “부산 연극이 세계로 나가고, 국제문화교류의 매개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밝혔다. bsk730@fnnews.com 권병석 기자
2025-05-19 10:18:43[파이낸셜뉴스] “일생을 두고 한 우물을 파십시오. 물이 나옵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불안한 청년의 질문에 89세 신구는 짧게 응답했다. 13일 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더 파이널’ 기부 공연 직후 열린 관객과의 대화(GV)에서다. 우리나라 연극계를 대표하는 두 배우, 신구(89)와 박근형(85)이 함께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더 파이널’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무대는 2023년 12월 초연을 시작으로, 2024년 앙코르 공연과 전국 21개 도시 투어까지 이어진 대장정의 정점을 장식하는 세 번째이자 마지막 무대다. 특히 13일 공연은 청년 예술인을 위한 ‘연극내일기금’ 기부 공연으로 사회적 의미도 더했다. 가수 출신 배우 최민호가 사회자로 재능 기부에 나섰다. 신구와 박근형은 ‘무대의 거목’다운 내공과 존재감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공연의 재미와 완성도뿐만 아니라 연기라는 한 우물을 판 두 배우에 대한 경외감은 이날 공연 후 우레와 같이 터진 박수에서 고스란히 드러냈다. 사무엘 베케트의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뚜렷한 사건 전개나 인물 변화, 결말이 없는 부조리극이다. 두 남자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어느 황량한 시골길에서 ‘고도’라는 인물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고도가 누구인지, 왜 기다리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둘은 매일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고,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고, 막간에 포조와 그의 하인 럭키가 등장해 또 다른 부조리와 권력 구조를 보여준다. ‘고도는 무엇이냐’는 질문은 매번 반복된다. 이날도 관객석에서 같은 질문이 나왔다. 박근형은 “나는 이미 고도를 여러 번 만났다. 관객 여러분도 각자의 인생에서 고도를 만나실 것”이라고 답했다. 신구는 “이 작품이 제 인생극”이라고 했다. “제게 고도는 기도입니다. 각자 마음속의 기도이기도 하지요. 자유일 수도, 돈이나 명예일 수도 있어요. 병마와 싸우는 사람에겐 죽음일 수도 있겠지요. 저에게는 고도를 기다린 이 인생 자체가 곧 고도였습니다.” 막 성인이 된 청춘의 불안감이 잔뜩 묻어난 질문도 나왔다. “간절히 기다리던 고도가 내 기대보다 못할까봐 불안하기도 하다”는 물음에 연출을 맡은 오경택은 “고도가 반드시 위대하거나 거창할 필요는 없다”며 “요즘은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란 말도 있다. 그런 하루를 살아낸 것 자체로도 충분하다”고 답했다. 박근형은 “항상 준비하자”고 조언했다. “무작정 기다리면 안 돼요. 비가 와야 무지개가 뜨죠. 고도도 그런 겁니다. 노력하십시다.” 그리고 신구는 “일생을 두고 한 우물을 팔라"며 자신의 인생 경험이 녹아난 간결한 조언을 건넸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한 여고생은 "어릴 적 드라마에서 본 배우들이 내 눈앞에서 직접 연기를 한다는 자체가 너무 떨렸고 흥분됐다"며 "신구와 박근형 두 분이 이 무대에 계신다는 그 자체만으로 제게는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음악이 있는 뮤지컬과 달리 연극은 말맛이라고 할까. 대사에 집중할 수 있어 연극만의 매력이 있다"며 "작품이 좋으면 원작까지 찾아보게 된다"며 긍정적 영향도 짚었다. 한편 '고도를 기다리며 더 파이널' 서울 공연은 전 회차 매진돼 예매가 불가능하다. 취소표를 운 좋게 구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관객이 이 무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전국 투어 공연 뿐이다. 현재 구리(5월 30~31일), 대구(6월 6~8일), 천안(6월 13~14일), 군산(6월 20~21일), 당진(7월 18~19일) 공연이 확정됐다. 이후 음성, 부산, 인천에서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14 08:26:17새로운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할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미쳤다"거나 "대단하다"이다. 흥행에 실패하면 "미쳤다"인 거고, 성공하면 "대단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를 공연계의 돈키호테라고 부른다. 보통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을 돈키호테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꿈꾸는 인간에 대한 찬사를 할 때 그 사람을 돈키호테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무모할지언정 꿈을 향해 행동하는 돈키호테가 되기를 자처한다. 미쳤거나 대단한 사람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아찔해질 때마다 나는 늘 무대를 떠올린다. 내게 무대는 그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나의 어릴 적부터의 꿈이자 나 자신이다. 객석을 가득 메운 기대에 찬 눈빛과 배우, 스태프의 땀과 열정이 마주치며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오는 그 순간, 나의 꿈은 완성이 되고 극장이라는 공간에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의 꿈도 함께 이루어진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공연 프로듀서가 된 나 자신을 다독거린다. 잘했어 박명성, 정말 잘했어! 공연 프로듀서는 최초의 꿈을 꾸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작품을 선정하고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고 조율하며 끝까지 공연을 책임져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사람이다. 그들이 가진 재능과 열정이 무대에서 가장 빛날 수 있도록 판을 벌이고 그 이야기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고단하기만 할 것 같은 머슴 같은 그 역할이 나는 그저 즐겁기만 하다. 그것이 나의 꿈이었기에! 가만 돌이켜 보면 내가 만든 작품들은 참 다양하다. 내 부모님 같은 분들께 위로와 웃음을 드리고 싶어 시작한 작품도 있고, 젊은 연인들에게 사랑의 설렘을 일깨워주고 싶어 만든 무대도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이건 즐겁고 웃음 가득한 이야기이건 다양한 빛깔의 꿈들이 무대 위에서 펼쳐지고 그것을 본 관객들이 살아 있음을 느낄 때 나는 비로소 내 할 일을 제대로 했구나, 안도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컬(맘마미아!)은 내게 특별한 무대이다. 대구 공연 때의 일이다. 공연 내내 소년 소녀처럼 해맑게 웃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시던 백발의 노부부가 "행복했네, 정말 행복했어. 덕분에 오랜만에 실컷 웃었네"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나는 또 한번 무모한 꿈을 꾸게 되었다. "이 행복을 전국에 계신 분들께 나눠 드리자." 정말 미쳤다 소리 딱 듣기 좋은 생각이다. 오리지널 무대 세트로는 전국순회가 불가능하다. 비용도 문제지만 기술적인 문제들이 내 꿈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나는 전 세계 맘마미아 공연들을 찾아보며 결국 방법을 찾아냈고 전용 투어세트를 별도로 제작해 전국의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가끔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 몸과 마음이 부서지고 닳아 가도록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나의 답은 늘 한결같다.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관객들이 무대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울고 웃으며 위로받는 그 마법 같은 순간! 그 순간을 만드는 일이 내 삶의 가장 큰 이유이자 보람이다. 연극은 내게 즐거움이자 고통이며 좌절이자 구원이다. 가장 암울했던 시절의 눈이 부시게 찬란한 기억! 나는 그 찬란한 기억을 안고 "최초의 꿈을 꾸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또 다른 꿈을 프로듀싱하기 위해 무대 뒤로 들어간다. 풍차를 향해 무모하게 달려가는 돈키호테처럼! 어두운 무대 뒤로 걸어 들어가며 나는 돈키호테의 말을 되뇌어 본다. "(진정한 용기를 이길 마법이 있겠는가?) 마법사들이 내게서 행운을 앗아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노력과 용기를 빼앗지는 못할 것이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2025-05-13 20:19:49블랙코미디 연극 ‘죽여주는 이야기’가 올해로 17주년을 맞이했다. 2008년 첫 공연을 올린 이 작품은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450만 명을 돌파하며 대학로 대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죽여주는 이야기’는 자살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죽음을 ‘상품’으로 제공하는 사이트 회장 ‘안락사’와 그를 찾아온 의문의 여인 ‘마돈나’, 그리고 살인청부업자 ‘바보레옹’ 등 세 인물이 극을 이끈다. 한 배역당 10여 명의 배우가 번갈아 출연하는 방식으로 매 회차 다른 조합을 선보이며 N차 관람 유도에 효과를 거두고 있다. 김영대, 현봉식 등 현재 연기 활동 중인 배우들이 데뷔한 무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주)삼형제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하고 스튜디오틈(주)이 제작했으며, 실제 4남매 중 삼형제가 연출과 기획을 맡고 막내가 배우로 참여하는 구조로 구성돼 ‘가족 창작극’으로 불린다. 17주년을 맞은 올해, 남성 배우가 ‘마돈나’ 역을 연기하는 구성도 다시 선보인다. 이는 2008년 초연 당시에도 관객 반응이 뜨거웠던 설정으로, 제작진은 이번 시즌에도 흥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출연진은 ‘안락사’ 역에 정승환, 정홍재, 이주영 등, ‘마돈나’ 역에 남경화, 신시온, 장윤정 등, ‘바보레옹’ 역에 신광희, 이정혁, 안승찬 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대학로뿐 아니라 대구 ‘송죽씨어터’에서도 동시 공연 중이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제작사는 평일·주말 할인, 특정 요일 할인 등 다양한 관람 이벤트를 운영 중이다. 티켓 예매는 놀티켓, 네이버 예약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가능하다. 제작사 측은 “관객들의 지속적인 관심 덕분에 공연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hjp1005@fnnews.com 홍정표 기자
2025-05-08 16:46: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