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기획을 하다 보면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인연을 귀히 여겨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살지만, 요즘 부쩍 그 인간관계란 것이 힘겹게 느껴지곤 한다. 그런 내게 해와 달 같은 두 사람이 있다. 길해연과 최정원 배우다. 해님 같은 최정원과, 달님 같은 길해연은 소중한 인연들 속에서 특히 내게 위안이 되어준 특별한 사람이다. 신시의 대표 공연에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배우 최정원은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스타다. 진심으로 무대를 사랑하고 배우로 사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는 그녀는 무대에 설 때마다 지금 당장 이 세상에 사라져도 괜찮을 사람처럼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물론 그녀의 연기 인생에도 위기는 있었다. 2007년 성남아트센터에서 '맘마미아!'를 할 때다. 그녀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병인 '담석'에 걸려버린 것이다. 고통 속에서도 최정원은 3개월의 긴 공연을 취소 회차 없이 모두 해냈다. 고통을 견디며 펼친 혼신의 연기와 집념이 배우들에게 큰 자극이 되었던 것일까? 덕분에 맘마미아 성남 공연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공연이 되어버렸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뜨겁다. 화려하고 강렬한 무대 위 모습과 달리 최정원은 참 소박하고 솔직한 사람이다. 새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으면 이유도 없이 그냥 따라 웃게 된다. 그녀의 웃음은 따스한 햇살처럼 푸근하게 사람을 감싼다. 단언컨대 그녀는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한 배우다. 최정원이 햇살 같은 사람이라면 길해연은 사뭇 다른 느낌을 가진 배우다. 그녀는 어두운 밤하늘에 홀로 두둥실 떠서 은은한 빛을 밝혀주는 달님 같다. 이지적이며 세련된 분위기 탓에 처음엔 친해지기 어렵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웬걸, 이 사람 알면 알수록 진국이다. 그녀와 연을 맺게 된 것은 내가 서울연극협회장을 맡아 일할 때였다. 그때 참 책임감이 강하고 의리 있는 사람이구나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다시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과 후원회장으로도 만났다. 정부 지원을 받는 단체가 아닌 후원자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은 모두 피하고 싶어 하는 자리다. 보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자기 돈 쓰며 여기저기 고개도 숙여야 한다. 게다가 조금만 실수해도 욕 먹기 딱 좋은 자리라 선뜻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도 없다. 연극인들 위한 일이니 나서긴 했지만 고충이 많았을 텐데 길해연은 참 씩씩하고 즐겁게 이사장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투명하게 단체를 운영하며 진정한 복지재단으로 단체를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그녀 주위에는 좋은 사람도 참 많다. 몸에 밴 겸손과 배려가 그리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곳에선 성질이 고약했던 사람도 그녀와 일할 때면 참 괜찮은 사람이 되어있다. 일할 때 보면 그녀는 절대 자신을 앞세우지 않는다. 성과가 좋을 때도 늘 함께 일한 사람들 공적을 치켜세운다. 기여한 바를 아주 소소한 것까지 기억해 모두와 공유하며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든다. 누가 원칙에 어긋나는 실수를 해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엄격하게 일을 바로잡는다. 참 좋은 리더다. 그렇다면 이렇게 이사장 일 하느라 연기를 소홀히 하느냐? 결코 아니다. 그녀는 드라마, 영화뿐 아니라 연극 등 장르 불문하고 놀라운 연기를 펼치며 많은 사랑을 받는 배우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이랴. 동양대에서 강의까지 종횡무진이다. 바쁘게 일하는 와중에도 항상 다른 사람들을 챙기는 그녀를 보면 늘 마음이 넉넉해진다. 이렇듯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사람은 내 인생 등대 같은 사람이다. 치열하게 자기 맡은 바를 기쁘게 해내는 두 사람을 보면 자극을 받고, 또 위로도 받는다. 그래, 상처 좀 받으면 어떠랴. 좋은 사람 만나면 또 치유받는 것을. 나도 누군가에게 해님 달님 같은 사람일까? 안 되면 골목 어귀에 가로등이라도 되자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밤이다. 박명성 신시컴퍼니 예술감독
2025-04-01 18:26:18[파이낸셜뉴스] 전도연 박해수 등 국내 최고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하는 연극 '벚꽃동산'이 오는 13~15일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부산 관객과 만난다. 연극 ‘벚꽃동산’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극작가 안톤 체호프의 유작 '벚꽃동산'이 고전의 틀을 깨고 우리의 이야기로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하고, 세계적 연출가 사이먼 스톤이 연출해 히트 친 ‘벚꽃동산’은 이번 시민회관 공연이 올해 한국에서는 부산 단독 오픈이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은 영국 내셔널시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 세계 최고 무대를 오가며 작품을 올리고 있는 현재 가장 뜨거운 연출가다. 특히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 하우스’, 영화 ‘나의 딸(더 도터)’ 등의 작품을 통해 고전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다. 또 공연, 영화, 드라마 등 장르 구분 없이 국내외 무대에서 활약하는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 최고의 연기력을 갖춘 10명의 배우가 부산에서 단독으로 3일간 ‘원 캐스트’로 출연한다. 연극 ‘벚꽃동산’은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전도연)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그녀가 마주한 서울은 자신의 기억과 아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다. 떠들썩한 사회 분위기, 자유롭고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 무엇보다 그녀의 가족이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작품은 현대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모든 배우들에게는 원작의 캐릭터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이름이 부여됐다. 전도연은 원작의 여주인공 ‘류바’를 재해석한 ‘송도영’ 역을, 박해수는 원작의 ‘로파힌’을 재해석한 ‘황두식’을 연기한다. 손상규는 ‘송도영’의 오빠 ‘송재영’, 최희서는 ‘송도영’의 수양딸 ‘강현숙’, 이지혜는 ‘송도영’의 차녀 ‘강해나’. 남윤호는 ‘변동림’, 유병훈은 ‘김영호’, 박유림은 ‘정두나’, 이세준은 ‘신예빈’, 이주원은 ‘이주동’ 역을 맡는다. 사이먼 스톤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이자 유작인 ‘벚꽃동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국 배우들은 희극과 비극을 넘나들며 연기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면서 “희극이면서도 비극인 ‘벚꽃동산’은 한국 배우들의 놀라운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자 항상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를 담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무대 디자인은 건축 디자이너 사울 킴(Saul Kim)이 맡았다. 사이먼 스톤은 심플하면서도 변칙적인 사울 킴의 디자인 이미지에 매료돼 그를 직접 섭외했다. 사울 킴은 ‘송도영’의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을 특유의 기하학적인 디자인으로 표현해 관객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예정이다. 연극 ‘벚꽃동산’은 3월 13~14일 오후 7시 30분, 3월 15일 오후 3시에 공연된다. 7일 오후 2시 예매 오픈 예정으로 공연예매는 부산시민회관 및 인터파크에서 가능하다. VIP석 11만원, 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으로, 13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다. 복지(50%), 부산시민(15%), 부산문화회관 유료회원(25%), 문화예술인패스(25%) 등 다채로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부산시민회관 홈페이지와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
2025-03-05 09:26:26[파이낸셜뉴스] 연극배우 강명주(54)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28일 연극계에 따르면 고인은 전날 오후 5시52분 가족과 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성모병원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3월 2일 오전 7시40분이다. 유족으로는 배우인 남편 박윤희와 두 딸이 있다. 어머니와 같은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딸 박세영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어머니께서 어제 오후 먼 길을 떠나셨다"라며 "어머니가 사랑했던 무대와 그 빛났던 순간들을 함께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부고 소식을 전했다. 고인은 1992년 극단실험극장의 '쿠니, 나라'로 데뷔해 '구일만 햄릿', '피와 씨앗', ‘인간이든 신이든’, '코리올라누스' 등 다수의 연극에 출연했다. 최근까지도 암과 싸우며 '스웨트', '비Bea', '20세기 블루스' 등의 작품에서 열연을 펼친 바 있다. 무대는 물론, 여러 드라마에서도 주·조연으로 활약했고 2022년에는 화제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판사 역으로 출연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2-28 20:03:57[파이낸셜뉴스] “‘햄릿’은 모든 배우들이 선망하는 작품이죠. 하지만 그보다 더 영광인 것은 함께 참여하는 배우들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개무량합니다.”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에 새로 합류한 배우 이승주가 7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다른 소감을 밝혔다. 이승주는 “연습실에서 경이롭고 놀라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처음에 제안을 받고 선뜻 하겠다고 못했다. 두려웠다. 중압감이 컸다. 내 그릇이 되나, 하루 동안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깨지더라고, 어떤 형태로건 (내 그릇을) 만들어보자고 마음 먹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를 캐스팅해줘 감사한다”고 인사했다. 오는 6월 9일 개막하는 ‘햄릿’ 세 번째 시즌은 60년 경력의 이호재, 전무송, 박정자, 손숙을 비롯해 김재건, 정동환, 김성녀, 길용우, 손봉숙, 남명렬, 정경순, 길해연, 전수경, 이항나와 같은 각종 연기상을 휩쓴 중견 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작품이다. 여기에 햄릿에 더블 캐스팅된 강필석, 이승주를 필두로 양승리, 이충주, 정환, 이호철 그리고 에프엑스 루나 등 젊은 배우들까지 24명이 장장 80일 동안 불멸의 고전을 무대에 올린다. 배삼식이 극본을 쓰고 손진책이 연출하며, 이태섭(무대), 정영두(안무), 박명성(프로듀서) 등 공연계 스타 제작진이 함께한다. 오필리어의 아버지 폴로니우스 역으로 새로 합류한 박지일도 이날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하게 된 사실에 감격해하며 “이 시대 전설적 배우와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가슴 벅찬 하루를 보내고 있다. 연습실에 가면 호재형, 무송이형, 정자 누나, 숙이 누나와 함께 재밌게 연습하고 있다. 연습장 분위기는 다 청년이나 다름없다. 열기가 뜨겁다”며 즐거워했다. 오필리어 역에 캐스팅된 막내 루나 역시 “연극을, 그것도 ‘햄릿’을 하게 돼 영광”이라며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겠다.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지난 2022년에 이어 다시 합류한 햄릿 역의 강필석은 “당시에는 부담감이 커 정신을 못 차렸는데, 지금은 연습실 가는 게 너무 행복하다. 선생님들과 어떻게 무대를 만들지 고민중”이라며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손진책,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 손진책 연출은 앞서 ‘연극이 인간학이라면 ‘햄릿’은 죽음학’이라고 했다. 그는 “한 SF소설가가 쓴 책의 서문에서 '지구에 다녀간 생명이 천억명이다. 지금 현재 1인당 30명의 유령을 등에 지고 산다'는 글을 읽었는데,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극 속 인물들이 마치 사령(死靈)처럼, 죽은 채로 살아있는 ‘비존재의 존재’로서 움직인다. 유령의 상태에서 산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는 것이 이 연극의 기본 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를 언급하며 “메인 대사며 주제인데, 산다고 해도 비겁하게 살면 살아도 죽은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삶을 다시 보고, 삶의 가치를 다시 음미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고 부연했다. ‘햄릿’은 지난 2016년 햄릿 역의 유인촌을 포함해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한 9명의 배우가 28회 공연 전회를 매진시켰다. 이어 지난 2022년 초연의 원로 배우는 조연과 앙상블로 물러서고 햄릿 강필석, 오필리어 박지연을 포함한 젊은 배우들이 가세하여 15명의 배우가 세대를 뛰어넘는 연극을 완성했다. 세 번째 시즌인 올해는 주요 배역을 더블캐스팅하는 등 24명의 배우로 늘어났다. 신시컴퍼니의 박명성 프로듀서는 올여름 대극장 연극이 많은데 공연 기간이 연극치곤 다소 긴 80~90일에 달한다는 지적에 "올여름 대극장 연극이 줄줄이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라며 "함께 붐업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과거 뮤지컬 '아이다'를 8개월간 장기 공연을 시도했는데, 지금은 뮤지컬 6개월 장기공연은 다반사가 됐다"며 "이번 연극을 3개월로 도전한 것은 흥행을 확신해서라기보다 좋은 작품을 믿고, 새로운 공연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의미로 시도했다. 훌륭한 대가들과 함께 하니, 객석을 어떻게든 채우려 한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2년 후에 이 식구들이 다시 뭉쳐서 '햄릿'을 하지 않을까. 고전은 영원히 고전이면서 우리에게 너무나 큰 울림을 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의 공통언어다. 돈키호테와 같은 박명성 대표에게 감사하다. 신시컴퍼니도 끝까지 살아 남아서 '햄릿' 또 하고, '갈매기'도 하면 좋겠다. 출연료 안받아도 좋다”며 프로젝트에 애정을 표했다. 한편 이번 공연의 수입 일부는 고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맞은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될 예정이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5-07 18:01:47[파이낸셜뉴스] 연극배우 주선옥씨(38)가 연극 연습 도중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장기기증을 통해 2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18일 연예계에 따르면 주씨는 지난 4일 연극 연습 도중 갑작스럽게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뇌출혈 진단을 받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뇌사 판정을 받았다. 주씨 가족은 "건강하던 딸이 갑작스럽게 뇌사 판정을 받아 황망하다"라며 "평소 선행을 베풀고 장기기증에 대한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던 딸의 뜻에 따라 장기기증에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유족의 뜻에 따라 주씨의 심장과 폐는 장기기증을 기다리던 남성 환자에게, 좌·우 신장과 간은 여성 환자에게 기증되어 수술이 진행됐으며 안구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한편 1986년생인 주씨는 연극 외길을 걸으며 '하카나', '늑대는 눈알부터 자란다', '권력에 맞서 진실을 외쳐라', '유치뽕짝' 등의 작품에서 활약했다. 이후 기독교 영화 촬영을 앞두고 세상을 떠났다. 주씨의 장례가 치러진 11일은 그녀가 연출한 세월호 10주기 추모공연 '너를 부른다'의 첫 무대가 올려지는 날이었기에 안타까움을 더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4-04-18 09:15:41[파이낸셜뉴스] “초심 잊지 않겠다.” 임대일 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이 제14대 이사장으로 재선출됐다. 사단법인 한국연극배우협회는 지난 3월 29일 오후 2시 대학로 예술가의 집 3층, 다목적홀에서 ‘제33차 정기총회 제14대 이사장 선거’를 개최하고 제14대 이사장으로 임대일 현 이사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고 2일 밝혔다. 임기는 이달부터 2028년 3월까지 총 4년이다. 한국연극배우협회에 따르면 임대일 이사장은 지난 3년 협회에 오랫동안 내려온 빚을 다 청산했다. 또한 △한국연극배우협회 최초 회원 조사_데이터베이스(DB)구축 △ 청년예술인 연극배우_MZ 세대 인재 모집 △한국연극배우협회 최초 브랜딩 시작 △신사업 모델 발굴_배우 잇다 오디션(2022년~2023년) 개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사업 ‘한국인 표정 3D 촬영’ 등을 전개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배우 이순재, 임동진 원로회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배우 이순재, 초대회장 박웅, 사무총장이자 배우잇다집행위원회 위원장 신바람이 공로상을 받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4-02 08:35:55연극계가 근대극을 통해 예술 본연의 역할인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한편, AI시대에 맞춰 로봇 배우를 무대에 세우는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먼저 서울시극단은 오는 29일부터 내달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인간의 절대 고독을 주제로 한 연극 '욘(John)'을 선보인다. 근대극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헨리크 입센(1828~1906)이 만년에 쓴,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이 원작이다. 입센은 세계문학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최초의 페미니즘 희곡 '인형이 집' 등 총 23편의 희곡을 발표했다. 서울시극단 예술감독 고선웅의 각색·연출로 선보이는 '욘'은 젊은 시절에 누렸던 부와 명예를 한순간에 잃고 병든 늑대처럼 8년간 칩거해온 남자 '욘'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충돌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고독을 극적으로 그린다. 입센 희곡전집 번역으로 노르웨이 왕실 공로 훈장을 받은 김미혜 한양대 명예교수가 드라마트루그로 참여한다. 세종문화회관 안호상 사장은 "노르웨이의 헨리크 입센이 약 130년 전 제기했던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여전히 지금 서울의 현실에서도 작동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립극단은 극단 74년 역사상 최초로 로봇 배우가 등장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천선란 작가의 동명 공상과학 소설을 원작으로 한 '천 개의 파랑'은 오는 4월 4∼28일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열린다. 소외된 존재들의 연대를 그린 이 작품은 경주마 투데이와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의 우정을 중심으로 방황하는 소녀 연재와 척수성 소아마비를 가진 은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연을 위해 특별 제작한 로봇이 콜리를 연기한다. 국립극단에 따르면 키 145㎝에 원작처럼 브로콜리색 몸통을 지닌 로봇은 조명 장치를 제어할 때 사용하는 신호를 받아 자동으로 상반신과 팔, 손목, 목 관절 등을 움직이며 대사를 소화한다. 가슴에는 대사를 발화하는 스피커가 달린다. 장면에 따라 콜리 역할의 인간 배우 김예은의 도움을 받아 움직일 예정이다. 오작동을 대비해 콜리와 똑같은 사양의 '커버 배우'도 준비된다. 한편, 연출을 맡은 장한새는 앞서 2023년 국립극단 작품개발사업 공모로 선발돼 '과학기술과 예술'을 주제로 이번 작품을 개발했다. 신진아 기자
2024-03-04 18:45:54[파이낸셜뉴스] 단출한 무대에 여자가 걸어 나와 말한다. “오랜만이에요. 벌써 2년쯤 됐나? 우리 못 만난 지가.” 그는 어느새 바닥에 앉아 달뜬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여전해 당신은. 어쩌면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하고 다정한지.” 한쪽 의자에 앉은 쇠약한 남자도 과거의 어떤 순간을 떠올린다. “글쎄, 무슨 마음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나도 모르게 난 그걸 만지고 말았지…그냥 아무 생각 없었어.”(남자) 빈 공간을 채우는 독백 사이로, 가끔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그렇게 남자와 여자의 독백이 마치 대화하듯 교차한다. 안무가 정영두는 천천히, 느리게 몸을 움직였다. 가만히 한 손을 하늘로 뻗어다가 그 손으로 자신의 몸을 어루만졌고, 때로 소리나게 숨을 내쉬었다가 다시 절제된 움직임을 부드럽게 이어갔다. 배우 손숙, 연극인생 60주년 기념 연극 '토카타' 신시컴퍼니가 오는 8월19일부터 9월10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연극 ‘토카타’를 공연한다. '토카타'는 손숙 연극 인생 60주년 기념 연극이다. 제목인 ‘토카타’는 접촉하다, 손대다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에서 유래된 것으로 기교적·즉흥적인 건반음악의 형식을 뜻한다. 손진책 연출은 1일 ‘토카타’ 연습실 공개 및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로 인해 2여 년 간 서로 단절된 시간이 있었다. 이 작품은 거기로부터 나왔다”며 “심리적인 접촉과 물리적 접촉에 관한 연극”이라고 말했다. 등장 인물도 단출하다.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홀로 된 여인(손숙 분)과 바이러스에 감염된 극한 상황에서 한때 화려했던 접촉을 생각하는 중년 남성(김수현 분) 그리고 존재론적 고독을 몸으로 표현하는 춤추는 사람(정영두 분)이 출연한다. 특별한 내러티브도 없다. 손 연출은 “세 인물이 각각 독립적인 이야기와 춤을 선보이는 독특한 4악장의 연극”이라며 “세 인물의 삼중주"라고 부연했다. 여기에 언덕을 옮겨 놓은 듯한 미니멀한 무대 디자인과 최우정의 음악이 더해질 뿐이다. 이날 행사에는 배우 손숙, 김수현과 배삼식 작가, 이태섭 무대미술가, 박명성 프로듀서가 참석했다. 손숙은 “60주년 기념 공연이라고 해서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했는데, 대본 보고 깜짝 놀랐다"며 웃었다. "근데 대본이 너무 신선했다. 배우가 해야 할 여지가 많았다. 좋은 작품 써줘서 배삼식 작가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배삼식 작가는 “때론 서늘하고 괴팍할 수도 있는 작품을 흔쾌히 받아준 손숙 선생님께 감사하다. 영광“이라고 말했다. 선배의 60주년 기념연극을 함께하게 된 김수현은 ”혹시나 작품에 누가 될까봐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고 있다.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정영두 역시 “60주년 기념 연극에 함께하게 돼 영광”이라며 “즐겁고 기쁘게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연출은 “대사가 음미할 부분이 많다. 대본이 마치 악보와 같아서 연기의 디테일이 많이 요구된다. 손숙의 연기를 보면서 연륜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 게, 삶을 저렇게 볼 수 있구나, 삶이란 이렇게 찬란하구나. 슬프다거나 고독한게 아니라 마치 삶의 찬가를 듣는 것 같았고 그렇게 느낄수 있도록 연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숙 "토카타가 나를 일으켜세웠죠" 흔히 기념 공연은 배우의 대표작을 리바이벌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번 작품은 기존 기념 공연의 공식에 따르지 않은 신작일 뿐 아니라 장르적 측면에서도 획기적이다. 배삼식 작가는 “이 작품을 (손숙 배우님께) 써드리고 박정자 선생님께 많이 혼났다. 힘든 작품을 드렸다고. 그런데 작가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손숙 선생님에 대한 ) 예의라고 생각했다.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이야기, 관객들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서사가 없지 않다”면서 “대부분의 서사는 지난 2년, 팬데믹 기간 산책길에서 나왔다. 할 일 없던 시간에 혼자 걷던 시간에 생각했던 것들이다. 남녀의 행위를 보면, 여자는 끊임없이 (실제로) 산책하고, 고립된 남자도 기억을 더듬으며 (머릿 속을) 산책한다”고 설명했다. “촉각은 우리 인간이 가진 감각 중 가장 오래됐다. 그런데 팬데믹으로 인해 인간 간 접촉이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 촉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꾸밈을 최대한 배제했다. 순수한 목소리가, 무대에서 들려지길 원했다. 손숙 선생님이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랬기에 연습실에 올 때마다 기뻤다”며 손숙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손숙 역시 이번 작품에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하며 살다보니 60년이 지났다”는 그는 “이번 연습을 하면서 지난 1963년에 내가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느낌을 받았다. 솔직히 손 연출이 배우를 가만두지 않는다. 달달 볶는다. ‘손을 움직이지 말고 마음을 움직여라'는 둥 어려운 소리를 한다. 몸도 쓰게 만든다. 그래서 몸은 힘든데, 머리는 굉장히 맑다. 연습 나오는 게 오랜만에 설렌다.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배삼식 작품을 좋아하는 게 대본에 향기가 있다. 품위도 있다. 배삼식 작가의 작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토카타’는 원래 상반기에 공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손숙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로 하반기로 연기됐다. 손숙은 “결과적으로 이 작품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했다. "갑자기 아프면서 한 3개월 걷지를 못했다. 꼼짝없이 집에 있다 보니 거의 매일 하루에 한두 번씩 작품을 봤다. 눈이 나빠 대본을 녹음해 밤마다 들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이걸 해야지,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야지, 생각했다. 연극이 연기 돼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했지만, 나로선 연극이 연기된 게 모노드라마나 다름없는 긴 대사를 외우고, 완성도를 높이는데 굉장히 도움이 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8-01 18:32:22[파이낸셜뉴스] 배우 손숙이 연극인생 60년 기념작 '토카타(Toccata)'를 선보인다. 6일 신시컴퍼니에 따르면 이 연극은 오는 8월 19일부터 9월 10일까지 3주간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배삼식 작가, 손진책 연출이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연극이다. 고대 재학 시절인 1963년 '삼각모자'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연극 인생의 첫 발을 뗀 손숙은 이번 기념 연극 '토카타'에 대해 "손쉽게 올릴 수 있는 잔치 같은 공연을 다시 보여드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시 연극을 꿈꿨던 그 어릴 적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새로운 연극으로 관객 여러분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었다"며 "배삼식 작가가 이런 저의 마음을 너무 잘 반영한 너무도 훌륭한 작품을 써주었다"고 부연했다. '토카타'는 장르적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형식의 연극이다. '토카타'는 배우, 독백, 춤, 음악이 하나의 악보처럼 어우러져 연주되는 연극이다. 접촉하다, 손대다 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토카레(toccare, 영어 touch)에서 유래된 것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촉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관계의 단절과 갑작스러운 죽음들이 우리에게 남겼던 충격과 슬픔 그리고 고독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배삼식 작가는 사회 문제가 아닌 가장 근본적인 인간의 심상으로 눈을 돌렸다. 배삼식 작가는 "인간의 접촉이 대단히 불순하고 위험한 것이었던 2년, 그 시절을 겪으면서 촉각이라는 것, 인간의 피부, 촉감이 중요한 이야기의 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고립이라는 측면에서 조금 더 일반 사람들보다 몰아붙여진 인간들의 이야기입니다. 외부와의 단절에 즉각적으로 고통을 표출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결국은 자기 내면으로 더 눈을 돌리고 그 안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것을 따라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죠. 우리 내면의 공간에 더 집중하는 이야기입니다.” 연출 손진책은 “내러티브가 없는 연극이기 때문에 그 낯섦이 분명히 있겠지만 그것이 우리 연극의 매력”이라 말한다. “이 작품은 존재론적 고독에 대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침잠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의 찬미로 이어지는 그런 작품이 되기 바란다. 관객이 그 과정을 함께 ‘산책’하는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손숙(여자役)과 김수현(남자役)이 들려주는 독백과 정영두(춤추는 사람役)의 몸짓, 그리고 최우정의 음악이 각각 독립된 악장으로, 그러나 하나의 악보처럼 모여 마치 한 곡을 연주하듯이 가는 연극을 만들고자 한다”고 포부를 다졌다. 배우 김수현은 전작 '햄릿'에서 손숙과 호흡을 맞췄다. 배삼식 작가는 집필 당시부터 손숙과 김수현을 염두에 두고 썼다. 안무가 겸 연출이며 '토카타'에서는 ‘춤추는 사람’으로 출연하게 된 정영두와 음악감독 최우정은 배삼식 작가와 오랫동안 친구이자 동지로 다양한 작품을 함께 완성해왔다. 또 손진책 연출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무대디자인 이태섭과 조명디자인 김창기가 합류했고, 손진책 연출과 손숙 배우의 오랜 지인인 진태옥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7-06 09:03:58[파이낸셜뉴스] 과거 'SNL코리아'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뽐낸 배우 김민교가 대학로에서 본인이 연출 및 배우로 등장하는 연극을 선보인다. 김민교가 연출한 연극 '리미트(RE-MEET)'는 현재 대학로 'JTN아트홀'에서 공연 중으로 이달 17일과 25일에는 김민교가 무대에 오른다. 연극 '리미트'는 평범한 남녀의 현실적인 재회를 그린 로맨스 코미디 극이다. 서로의 첫 사랑인 남(구봉필)과 여(공수지)가 15년 만에 팬트하우스에서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편 김민교는 지난 4일 JTBC '아는 형님'에 주현영, 정상훈, 정이랑, 권혁수, 이수지, 김아영 등과 함께 'SNL 코리아 시즌3 크루' 특집으로 출연했다. 인턴 기자 캐릭터 등으로 요새 대세로 등극한 주현영은 "처음 김민교 선배님의 강렬한 첫인상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첫 연기 파트너가 되었을 때 선배님께서 존재감을 순식간에 각인시킬 수 있는 연기 방법을 직접 코칭해 주셨다”고 미담을 전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3-07 10:5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