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중앙은행이 플라스틱 지폐 도입을 앞두고 여론 수렴에 나섰다. 영국에서 화폐 재질이 바뀐다면 지난 1694년 이후 300년 만에 처음이다. 찰스 빈 영국중앙은행 부총재는 10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플라스틱 화폐는 안전하고 깔끔하며 친환경적이다"며 "일반 지폐를 대체하기 전에 대중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측은 지난 3년 동안 화폐재질을 바꾸는 문제를 검토해 왔으며 앞으로 2개월간 순회 공청회를 통해 여론을 수렴한 뒤 올 12월 중 최종결정을 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도입이 결정될 경우 오는 2016년부터 윈스턴 처칠의 얼굴이 들어간 5파운드 지폐와 여류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초상이 새겨진 10파운드 지폐는 플라스틱으로 발행된다. 20파운드나 50파운드를 비롯해 다른 지폐에 대한 교체 여부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 영국 화폐 인쇄 업체 델라 루의 팀 코볼드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화폐는 안전성을 위한 새로운 플랫폼이다"고 말하며 "전 세계 모든 중앙은행들이 결국 이 새로운 화폐를 두고 고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라스틱 화폐는 폴리머(Polymer)로 불리는 플라스틱 합성물에 인쇄되는 만큼 일반 지폐보다 튼튼하다. 기존 지폐 수명이 2년 안밖에 불과한 반면 폴리머 화폐는 5년 가까이 쓸 수 있다. 표면을 특수 코팅하기 때문에 오염이나 습기, 훼손에 강하며 특히 위조하기 힘들다. 원재료는 투명하지만 표면을 백색으로 마감하기 때문에 일반 지폐처럼 인쇄하기 쉽다. 반면 열에 약하고 접고 펴기 힘들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이번에 제작될 새로운 폴리머 화폐 제작비는 기존 지폐보다 장당 약 50% 가량 비싸다. 아울러 새 화폐는 지갑에 넣기 쉽도록 기존 지폐보다 작아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에 영국이 화폐재질을 바꿀 경우 세계에서 21번째 플라스틱 화폐 사용국이 된다. 지난 1988년 호주가 처음 시작한 이래 캐나다, 뉴질랜드, 피지, 멕시코등이 화폐에 플라스틱을 이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지난 8월 동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리셔스가 폴리머 화폐를 도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수습기자
2013-09-11 13:56:42이집트 '룩소르③ 왕가의계곡'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해먹고 쉬고 있었는데 마흐멧에게 문자가 왔다.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자기 엄마가 아프다며 400불(약 50만원)을 빌려달라는 이야기였다. 카우치서핑에서는 금전거래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13년동안 카우치서핑을 통해 친구들을 만나고 여행해왔지만 돈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뭐, 안되겠다고 거절하면 되는거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그 문자를 본 순간부터 엄청난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틀 전 같이 저녁을 먹으며 그는 우리에게 룩소르 다음으로 어디로 갈 계획이냐고 물었다. 다음 행선지가 아스완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자기가 같이 가줄 수 있다고 했었다. 당시에는 좀 의외였지만 '이 친구도 아스완에 일이 있어 겸사겸사 같이 가려 하나' 싶었는데 오늘 온 메세지에도 엄마가 아파서 거액의 치료비가 필요하다고 하면서 우리와 아스완에 여행을 같이 가줄 수 있다는 말을 또 언급한다. 말이 안되었다. 알게 된 지 이틀밖에 안된 사람이 400불이라는 큰 돈을 빌려달라는 것은 그냥 달라는 소리로 밖에 안들렸다. 어떻게 거절하느냐가 큰 문제였다. 사실 마흐멧과 만난 후 처음부터 카우치서핑을 자기 집이 아니라 친구의 집에서 머물도록 하는 것도 이상했고 만나서도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마음으로 여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궁금해하기 보다는 무얼 하고싶냐, 룩소르 다음에는 어디에 갈거냐 등 마치 가이드같은 느낌으로 계속 우리를 대했던 것이 쭉 석연치 않았었다. 그러고보니 마흐멧은 마치 가이드처럼 우리를 대했었다. 그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잘 거절해야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가 작정하고 우리에게 돈을 받아내려 한다면 어떤 위험이 닥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나는 그 집에 한시라도 더 있고 싶지 않아 당장 나가자고 했지만 탄은 일단 오늘밤은 늦었으니 내일 새벽같이 집을 나서자고 했다. 하루정도 더 머물며 룩소르 관광을 느긋하게 즐기려던 계획이 다 틀어졌다. 그렇게 나는 불안에 떨며 밤을 보냈지만 다행히 새벽까지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침 일찍 우리는 모든 짐을 싸서 그 집을 나섰다. 그리고 마흐멧에게는 "나는 아주 친한 친구와도 돈거래는 하지 않는다. 친구를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급하게 일정이 바뀌어 우리는 오늘 아스완으로 가게 되었다. 그동안 감사했다."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그의 카우치 초대에 대한 후기를 남길때 참 고민을 많이 했다. 무언가 석연치않은 상황이 분명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우리에게 해를 끼친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가 우리를 그의 친구집에 머물게 했다는 것과 그와 나일강에서 배를 타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것 등 사실 위주로 글을 남겼지만 "다시 그의 집에 머물겠습니까?"라는 항목에서는 No를 선택했다. 그리고 몇달 뒤 한 대만여성에게 메세지가 왔는데 자기도 마흐멧에게 초대를 받았다며 왜 재방문을 거절하는 항목을 남겼냐고 물어왔다. 너무 다행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당신이 그 초대를 받기 전 나에게 질문을 해서 너무 다행이다. 이러이러한 일이 있었고 이집트 사람들은 아직 카우치서핑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있는 것 같다."고 나의 의견을 보내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후기를 그렇게 남기기를 참 잘한것 같고 혹시라도 여행중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내가 이집트 사람들이 카우치서핑 문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한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룩소르 뿐 아니라 아스완에서도 우리를 먼저 초대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또한 프로필에 후기나 다른 사람들의 레퍼런스가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우리가 아스완으로 가기 몇일전 우리가 머물 곳이 본인 집이 아니라는 것과 인터넷과 담요 등을 사용하려면 얼마간의 돈을 내야한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이집트에서는 호텔에서 묵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부터 이집트에서는 호텔에서 묵기로 결정하고 그에게도 사정이 생겨 그의 집에 못가겠다는 답을 보내며 초대를 거절했다. 출발전 이집트의 카우치 홈페이지에 여행계획을 올리고 초대를 받을때에는 이 사이트를 알정도면 이집트에서도 좀 경제력이 있고 여행경험이 많은 수준있는 사람들이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형편 어려운 사람들이 또다른 돈벌이를 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듯 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겠지만 너무 경제적으로 못사는 나라에서는 카우치서핑 이용은 안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마흐멧 친구의 집을 아무런 제재없이 무사히 나올 수 있어 다행이었다. 룩소르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탄이 꼭 보고싶어했던 왕가의 계곡을 들렀다가 남쪽 아스완으로 가기로 했다. 왕가의 계곡에 들렀다가 남쪽 아스완으로 가기로 왕가의 계곡도 망자의 방향인 강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사막의 구릉을 한참 지나서 꼭꼭 숨은 왕가의 계곡에 도착을 했다. 고대 이집트의 묘역인 피라미드가 도굴꾼의 표적이 되자 BC 1500년 이후의 신왕조부터 이곳 숨겨진 계곡을 파라오의 묘지로 조성한 곳이다. 매표소가 있는 건물안으로 들어오자 계곡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는데 발견 순서대로 묘에 번호가 붙어있는 점이 흥미로왔다. 총 65개의 무덤들이 지금까지 발굴되었다. 표를 사야하는데 종류가 너무 많다. 미리 알아본 바로는 260파운드(약 만원)표 하나를 구입하면 3개의 무덤을 선택해서 들어가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도 그정도면 충분하다 싶어 그것으로 선택했다. 도굴이 안된 유일한 무덤인 투탕카멘의 무덤은 따로 돈을 내야한다. 하지만 안에 부장품은 모두 영국과 프랑스의 박물관으로 옮겨지고 미이라만 있다는 텅빈 무덤을 큰 돈 주고 들어갈 필요 없다는 생각에 패스하기로 했다. 표를 내고 나오니 하얀 전기카트들이 있다. 핫셉수트 장제전때 걸어보니 조금 힘들기도 하고 어제 종일 걸어다녀 피곤이 덜풀린 상태라서 카트를 타기로 했다. 인당 10파운드(약 400원)정도니 탈만하다. 카트이용권을 사고있는데 한 직원이 다가오더니 달러를 큰돈으로 바꿔달라고 부탁해왔다. 보니까 1달러짜리를 뭉텅이로 가지고 있다. 관광객들에게 팁으로 받은 돈인가보다. 우리도 큰 지폐를 가지고 다니며 꺼내기가 부담스러웠는데 나쁘지 않은 거래인듯해서 50달러짜리 하나를 바꿨다. 어디서 왔냐는 질문은 빼놓지 않고 한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자기차도 한국차라며 연신 한국 좋다고 립서비스를 해주신다. 길에서 환전은 조심해야하지만 달러를 달러로 바꾸는 것이니 숫자만 확인하면 실수할 일이 없다. 단, 반대의 경우 잔돈을 고액 달러의 화폐로 바꾸는 것은 위폐의 가능성이 있으니 하지말아야 한다. 돈을 바꾸고 전기카트에 올라탔다. 다른 손님이 없어 8인승 카트에 둘만 탔는데 바로 출발한다. 운전사분이 매우 친절하다. 길이 오르막에다 1km 정도의 거리라서 타기를 잘했다 싶었다. 중간에 운전사분이 또 1달러뭉치를 보이며 돈을 바꿔달라고 한다. 헉 저희 벌써 다른분께 바꿔드려서 이제 없어요. 아마도 깨끗한 큰 달러화폐여야 이집트돈으로 환전이 되어서 바꾸려고들 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입장권을 받는 입구에 도착해 차에서 내려 들어갔다. 우리 표로는 3개의 무덤에 들어갈 수 있는데 60개가 넘는 것 중 어디를 갈것인가가 문제였다. 사람들 많이 가는 곳에 따라 들어가면 되겠지 막연하게 생각하고 왔는데 너무 일찍 와서인지 우리밖에 사람이 없다. 지도앞에서 번호와 이름을 째려보고 있는데 탄이 청소하고 계시는 분을 붙잡고 추천을 부탁했다. 말은 거의 안통했지만 미소와 손짓발짓으로 3개를 추천받을 수 있었다. 첫번째로 추천 받은 KV.2에 갔다. 입구에서 무척 가까운편이다. 무덤앞에 가자 이집트원피스를 입은 직원분이 표를 받아 펀치로 구멍을 뚫고 돌려주신다. KV2는 람세스4세의 무덤이다. 경사가 완만해서 크게 힘들지 않았고 역시 무덤안이라 채색이 화려하게 살아있다. 무덤 끝까지 깊이가 89m, 가장 큰 공간은 높이가 5.22m라고 한다. 맨 끝에 거대한 석관이 놓여져있고 석관이 있는 방은 노란색과 푸른색으로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 특히 천장에는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고 고대이집트인들이 믿었던 누트여신이 그려져 있었다. 무덤 내부에 발판도 잘 만들어져있고 조명도 잘 설치되어 구경하기 매우 좋았지만 옛 이집트인들이 이곳을 만들때는 대체 어떻게 작업했을지 궁금해졌다. 그을음이 묻으면 안되니 횃불을 가지고 들어오기도 어려웠을테고, 이 어두운 곳에서 어떻게 온갖 그림과 조각을 했을지 의문이었다. 두번째 무덤으로 가는 길. 1월, 오전 8시도 안되었는데 벌써부터 더위가 느껴진다. 한낮에는 30도가 넘는다고 한다. 여름에는 50도이상이라고 하니 역시 이집트여행은 겨울이 적기이다. 카페가 있는 중앙광장 바로 앞에 투탕카멘 무덤이 있다. 역시 등잔밑이 어둡다고 이렇게 입구에서 가까운 곳이니 도굴꾼들도 미처 못찾고 말았지 싶다. 투탕카멘 무덤 옆을 지나 두번째 방문할 KV8로 걸어간다. 아침엔 꽤 쌀쌀해서 두꺼운 옷들을 껴입은 것이 후회될 정도로 햇빛이 따갑다. 밝은 모래와 자갈들에 햇빛이 반사되어 눈이 부셔서 썬그라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무덤앞에서 표에 두번째 구멍을 뚫고 KV8 메르넵타(Merenptah)의 무덤으로 들어갔다. 메르넵타는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 2세의 13번째 아들이다. 람세스 2세가 장수하며 너무 오랫동안 왕위에 있다보니 위의 형 12명은 모두 죽고 70세가 넘은 메르넵타가 다음 왕이 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보니 경사가 만만치않다. 한참을 깊이 내려가야한다. 갔다 오려면 꽤나 힘들듯 했지만 이미 표에 구멍을 뚫었으니 갈수밖에 없다. 입구의 세련된 부조가 눈길을 끈다. 파라오와 호루스가 실물크기로 조각되어 채색되있는데 보존상태가 좋고 솜씨가 매우 섬세하고 훌륭하다. 메르넵타의 무덤은 첫무덤의 두배 가까이 되는 164m 길이로, 내려가는 중간에 넓은 큰 방이 두개 있었는데 도굴꾼을 속이기 위한 가짜방이었지 않나 싶었다. 두번째 방에서 현지인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에게 카메라를 맡기기도 불안하고 당연히 돈을 요구할거란걸 알기에 웃으며 거절하고 지나쳤다. 그리고 조금 더 내려가면 또다시 가짜 방이 하나 더 있고 끝까지 더 내려가면 무척 넓고 높은 홀 같은 방이 나오는데 그 곳이 진짜 파라오의 미이라가 있는 묘실이었다. 땅속의 무덤은 동굴처럼 시원할 줄 알았는데 무덤 안도 여전히 더웠다. 묘실 천장은 아치형으로 되어있었고 매우 높아 공간감이 있었다. 이 넓은 방 가득히 유물들이 놓여져 있었겠지. 지금은 석관과 돌로만든 뚜껑만이 남아있다. 다시 올라가면서 벽의 그림들을 찬찬히 보았는데 훼손이 심했다. 입구의 부조를 보면 모든 벽의 그림들의 퀄리티가 상당했을것으로 예상되는데 심하게 훼손되어있는 것이 매우 안타까왔다. 깊은 경사로를 다 올라오니 체력소모가 심했다. 덥고 지쳐서 마침 앞에 보이는 카페에서 좀 쉬기로 했다. 관광지에 있는 카페치고 음료수 가격도 좋았고 갓짜낸 신선한 생과일쥬스가 시원하고 맛있었다. 피라미드 뷰 카페에 이어 왕가의 계곡 뷰 카페도 추천할만하다. KV6, 람세스 9세의 무덤..볼거리가 제법 많다 우리의 마지막 선택은 KV6, 람세스 9세의 무덤이었다. 세번째 펀치를 찍고 들어가니 통로가 꽤 넓은 것이 규모가 이전 두개와 차이가 난다.벽 양옆에 유리로 보호를 해놓아 관광객의 혹시 모를 훼손으로부터 안전해보여 마음이 놓인다. 경사가 거의 없어 다행이었고 서너명이 함께 걸을 수 있을정도로 통로가 넓고 천장도 매우 높았다. 망자의 배, 사람들 등 많은 벽화들이 잘 보존되어있는 볼거리가 많은 무덤이었다. 3개의 무덤을 둘러보았지만 사실 비슷비슷해서 다른 50여개를 더 안봐도 될것 같았다. 예전에는 무덤안에서 촬영을 하면 추가돈을 냈어야 했다는데 우리가 갔을때는 아무런 제재없이 플래쉬만 터트리지 않는다면 사진이고 영상이고 촬영이 가능했다. 세번째 무덤까지 다 보고 나오니 관광객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역시 일찍일찍 다녀야해. 카트는 왕복이라 표를 잘 간수했다가 내려갈때 다시 보여주었다. 올라올때 태워주었던 같은 운전사의 카트에 타게되었다. 우리를 기억하고 반가와해주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룩소르에서의 마지막 기억이 좋게 마무리 되어 다행이다. 안녕 룩소르~ 앞유리를 뽀득뽀득 닦고 아스완까지 먼길을 떠난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Qf0xQeaqs_Q?si=O1QCTlGjlw1FEglq>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11-07 09:32:39[파이낸셜뉴스] “제도와 권력은 투자자를 보호하기도 중앙화에 집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을 수용한 수용자들이다.” 정재욱 하나금융지주 상무(인공지능·디지털전략본부)는 4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KBW 2024: IMPACT에서 “문명은 기술의 발전 다시 말해 권력이 새로운 기술을 제도화해온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관중들에게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욱 상무는 "플로우에 있는 여러분과 저 같은 은행원 모두가 그냥 단순하게 코인의 제도화를 예측할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주체가 된다고 생각하면 미래는 우리가 맡을 것"이라며 "이런 맥락에서 하나금융그룹은 비트고와 함께 손잡고 시대를 당당하게 앞서나가고, 같이 만들어 나가기로 의사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정 상무는 화폐의 역사를 통해서 디지털 자산의 미래를 전망했다. 화폐의 3대 조건이자 성격인 △교환의 매개 수단 △가치의 척도 △가치의 저장 수단 등에 따라 선사시대부터 이집트, 아테네와 로마를 넘어 원나라까지 살펴봤다. 그는 “로마인들은 코인(금화)에 황제에 얼굴을 새겨 이는 황제가 인정한 것이니 믿어도 좋다고 보증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이나 은으로 만든 코인은 무거워 교환수단으로 활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종이 화폐, 즉 지폐의 원형은 원나라의 '교초'다. 교초는 이후 유럽 화폐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다.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교황청의 자금을 수탁·관리하는 과정에서 은행업의 기틀을 닦았다. 정 상무는 “금세공업자였던 영국의 골드 스미스가 내줬던 금 교환권이 ‘은행권’의 시초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신대륙 발견이 통화 팽창으로 이어져 각종 전쟁이 일어나고 통화 팽창 속 뱅크런이 발생하자 중앙은행, 예금자보호제도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화폐와 은행의 역사에 이어 증권업의 역사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정 상무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최초의 주식회사”라며 “투자 자본을 모으고 증권 거래소와 같은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말했다. 위험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이 고도화되면서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암스테르담 증권거래소가 설립됐다. 그는 사우스 시 버블이 일어났을 때 ‘음악의 어머니’ 헨델은 돈을 벌었고, 뉴턴은 고점에 들어가 파산을 했다는 역사적 일화도 소개했다. 버블이 반복되는 가운데 현대 금융 상품으로는 ETF(상장지수펀드)가 도입돼 투자자들에겐 새로운 거래 및 투자 기회를 제공했다. 정 상무가 이처럼 긴 화폐·금융·증권의 역사를 훓은 이유는 역사가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그는 “과거 100년씩 걸리던 새로운 기술의 제도화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 과정에서 볼 수 있듯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디지털 자산, 블록체인의 제도화는 더 빠른 속도로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mj@fnnews.com 박문수 노유정 박지연 김미희 기자
2024-09-04 14:22:40【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이 신권을 발행한 가운데 현지에서 무현금 결제 문화가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3일 오전에 신권이 은행 지점에 도착했지만 새 지폐를 구하기 위해 점포를 방문한 사람은 드물었다"며 "신권 발행 전날 밤부터 새 지폐를 요구하는 사람이 일본은행 본점에 모인 20년 전의 디자인 변경 때와 비교하면 분위기가 다르다"고 보도했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캐시리스(무현금) 결제 비율은 2023년 39% 정도다. 2025년까지 40%로 끌어올리겠다는 일본 정부 목표에 이미 육박했다. 이번 신권 발행에 따른 자동판매기 및 현금자동인출기(ATM) 등 기종 변경, 시스템 개선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연 0.27%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신권 환경에 대응하지 않고 완전한 무현금 결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지난 5월 도쿄 내 라멘전문점인 '브레이크 비츠'는 현금을 받지 않는 티켓 자판기로 교체했다. 현금 기반 모델 대비 도입 비용은 절반이 채 안 됐다. 은행 점포 수도 20년 동안 30% 이상 줄었다. 신용카드 발행 건수는 3억건을 넘었고, 스마트폰 결제 시장의 약 70% 이상 점유율을 차지한 페이페이의 등록자 수는 6400만명에 달한다. 금융기관도 디지털화를 가속화 중이다.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은 중기 투자 규모를 1000억엔 늘려 스마트폰 전용 금융 서비스 '올리브'의 기능을 확대하고 점포 수를 줄여간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아직 일본의 무현금 결제 비중은 주요국 대비 뒤처졌다는 평가다. 캐시리스 결제 비율은 2020년 기준 영국은 63.9%, 싱가포르는 60.4%, 미국은 55.8%에 이른다. 글로벌 사회는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고액권 지폐를 폐지하는 추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16년 500유로권(약 74만5000원)을 폐지했고, 싱가포르는 2021년에 1000싱가포르 달러권(약 102만원)의 발행을 중단했다. 일본은행(BOJ)에 따르면 현재 유통되는 화폐량은 4조7000억엔(40조2353억원) 정도로 20년 전 대비 6% 증가했지만, 1만엔권으로 발행된 지폐는 약 120조엔으로 60% 증가했다. 당국의 금융완화로 자금 공급이 늘어난 데다 저금리로 은행 예금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은행에 맡기지 않는 '장롱 예금'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일본은 전날 1만엔권, 5000엔권, 1000엔권 등 3가지 신권을 발행했다. 특히 새 1만엔권의 얼굴에 일본 '자본주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가 낙점됐다. 시부사와는 한반도 침략이 선봉자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신권에 들어가기에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7-04 12:58:43깜짝 놀랐다. 신입직원에게 돼지저금통 얘기를 꺼냈는데, 처음 들어보는 눈치였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기 시작한 즈음부터 빨간 돼지 한 마리씩을 키웠다. '땡그랑 한 푼'이라며 저축습관을 기르고 차곡차곡 목돈을 마련한다는 취지였으리라 생각된다. 얼큰하게 취하신 아버지의 노래 신청을 만족시켜 드리고 1만원짜리 지폐를 받는 날은 돼지가 배부른 날이었고, 돼지가 무거워지기 전에 배를 살짝 갈라 딱지나 구슬 매입을 위한 개인 비자금(?)으로 쓰기도 했었다. 어찌 됐건 저금통은 어린이들의 미래였다. 돼지 한 마리가 예기치 못한 일을 해결해 주는 보험금이 되었고, 대학 학자금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취업용 정장 한 벌을 사는 데 보태기도 했다. 자녀가 사회 진출하는 데 든든한 밑천이 되어 온 녀석이었다. 지금도 빨간 돼지가 아이들의 미래가 될까? 보험금, 학자금, 취업준비금이라는 3대 밑천 외에도 돈 들어갈 곳이 많아졌다. 학원비로, 휴대폰과 인터넷 요금으로, 일자리 탐색, 주거마련 비용까지 이제는 수백마리의 저금통이 있어야 아이가 사회로 나갈 수 있다. 실제 한 보고서는 '자녀를 사회로 내보내기 위해 양육비 3억7000만원, 학자금 4000만원, 결혼비용 1억7000만원 등 총 6억원 이상이 든다'고 했다. 여기에 사교육비, 수도권 주거비까지 더하면 얼마나 많은 자금이 소요될지 가늠조차 어렵다. 저출생이 지구촌 이슈가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초경쟁' 사회가 되면서 사회진출의 예상비용은 커져만 가고 있는 반면 '저성장' 뉴노멀로 미래 예상소득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무한경쟁의 어두운 미래에 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뜻인 듯싶다. 실제 50년 전만 해도 지구촌 출산율은 4.4명으로 인구폭발을 걱정했었는데 최근(2022년) 2.4명까지 떨어졌다. 한국 역시 50년 전 4.5명에 이르던 출산율이 이제는 0.6명대이다. 이러다 보니 각국의 정책역량도 저출생에 집중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출산지원금이다. 상당수 나라들은 '아이 낳으면 지원금 드립니다' 식의 정책을 펼치지만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먼저 6억원의 사회화 비용 중 상당 부분을 지원한다면 재정파탄은 시간문제다. 또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에게 획기적 현금지원을 하지만 이들이 자라서 만들어 내는 사회적 가치는 훨씬 작다는 것이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기도 하다. 젊은 세대들이 희망을 가지고 2세 키울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먼저 경쟁압박을 줄여야 한다. 지금은 전국 일자리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 모여 있다. 이곳에서 질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지난주 정부는 '정책대응 실기' 등을 인정하며 일·가정 양립, 양육부담 해소와 함께 그린벨트 지역에 출산가구 주택 공급, 청약요건 완화, 전세자금 대출 완화 등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자 하고 있다. 0세부터 11세까지 육아경쟁을 벗어날 퍼블릭 케어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음으로 저성장 뉴노멀을 넘어설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성장이 이루어지면 그만큼 일자리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인공지능(AI), 로봇, 반도체, 바이오, 우주항공 등 첨단분야의 일자리라면 더 환영이다. 이 같은 4차 산업혁명은 청년 1명이 노인 여러 명을 부양해야 하는 연금부담도 줄여줄 것이다. 여기에 저출생을 예정된 미래로 받아들이고 주니어들의 미래 부담은 감소시키면서 시니어들의 현재 생산역량을 제고하는 지혜도 필요해 보인다. 다음달 11일이 인구의 날이란다. 지구촌에 50억명 출생을 축하하기 위해 만든 날이다. 정부는 퍼블릭 케어, 연금개혁, 교육개혁이라는 돼지저금통을 마련하고, 기업들은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국민들은 '아이가 미래'라는 긍정의 마인드로 돼지저금통을 채워나가면서 매년 빵빵한 인구의 날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2024-06-27 18:21:38【파이낸셜뉴스 하남=노진균 기자】 이현재 경기 하남시장이 고(故)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프론티어 리더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울산 HD현대중공업을 방문했다. 19일 하남시에 따르면 하남시 공직자 6급 이상 직원 210명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벤치마킹 일정을 진행했다. 이번 벤치마킹은 K-스타월드 조성, 교산 자족용지·캠프콜번 등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하남시의 공직자들이 정주영 회장의 개척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기획됐다. 정주영 회장은 불굴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으로 조선(造船)산업의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을 세계적인 조선강국으로 성장시킨 최고의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이에 하남시는 조선소 건설의 역사를 체험하기 위해 벤치마킹 대상지로 HD현대중공업을 선택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은 1971년 9월 영국은행(바클레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 컨설턴트 회사(애플도어)의 롱바텀 회장을 찾아가 지갑에서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보여주며 “우리는 영국보다 300년 앞서 철갑선을 만들었다”라고 설득해 추천서를 받아냈다. 이어 그는 그리스의 리바노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계약금에 이자를 얹어주고 배에 하자가 있으면 원금을 돌려준다는 파격적 조건으로 26만톤 규모의 선박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정회장은 '나보다도 더 미친 사람'이라고 회고한 리바노스 덕분에 영국 은행에서 차관을 빌렸고 2년 3개월 만에 조선소를 준공했다. 하남시 방문단은 조선소 건설 에피소드를 청취한 후 약 1900㎡(580여평) 규모로 조성된 아산기념전시실을 방문해 정 회장의 생애와 철학, 경제활동, 사회공헌 등을 살펴봤다. 이어 해양공장 및 대형엔진조립공장을 시찰하고, 영빈관 한옥을 둘러보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현재 시장은 "이번 HD현대중공업 벤치마킹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고 정주영 회장의 프론티어 정신을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배울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며 "우리시는 정주영 회장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벤치마킹해 시민 행정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개발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대한민국 최고의 살기좋은 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njk6246@fnnews.com 노진균 기자
2024-06-19 15:30:36"한 주는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해럴드 윌슨 전 영국 총리의 이 발언은 정치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할 때 영미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미국 대선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은 긴 시간이지만, 추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인다. 바이든의 고령 핸디캡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등 외교정책에서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내용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도 있다. 바이든은 '법질서(law and order)' 영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마약과 이와 연관된 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수의 미국인은 바이든이 마약과 범죄에 유약하게 대처해 치안 상태가 악화했다고 믿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충돌로 이어졌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는데, 이때 급진 좌파 진영에서 들고나온 구호가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였다. 경찰을 아예 해체하자는 주장이었는데, 시위대 편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구호였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은 매우 과격하다는 반응이었다. 바이든은 임기 초반 급진 좌파 세력에 끌려다닌 경향이 있다.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약과 범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비해 대통령 당시 트럼프는 시위진압을 위해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는데, 그래서인지 유권자들은 법질서 확립을 잘할 수 있는 후보로 트럼프를 더 많이 꼽고 있다. 바이든은 '문화전쟁(culture war)'에서도 트럼프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우선 '워키즘(wokism)'이다. 원래 소수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깨어(woke)' 있자는 사회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극단적 양상으로 변질되어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족가치와 기독교가치를 좀먹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다수의 미국인은 좌파 정치인이 워키즘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에 비판적이고, 트럼프만이 이런 문화 좌파로부터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줄 정치인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다음은 '이민' 문제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장벽을 비난하던 바이든은 포용적 이민정책이 재선 가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2023년 10월 입장을 바꿔 국경장벽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이민 문제를 잘 다룰 후보로 트럼프에게 월등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바이든은 입장 선회 후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잃고 있다. 문화전쟁에서 '낙태'만이 바이든에게 유리한 이슈다. 여성 표가 바이든으로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오랜 기간 낙태권을 찬성했지만, 공화당원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견해를 바꿨다. 2022년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을 때 자신이 판결 번복을 이끈 대법관 세 명을 임명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다. 지난 4월 애리조나주가 낙태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과했다며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금지법을 거부할 것임을 다짐했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꿔도 컬트와 같은 그의 팬덤은 여전히 견고하다. 올해 3월 바이든이 국정연설 후 지지율이 오르며 박빙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정연설의 컨벤션 효과는 다했고, 다시 트럼프의 반등이 시작됐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6월 말 맞짱토론을 한다. 일종의 조기 승부수인데, 바이든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추세를 보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4-05-20 18:33:24“한 주는 정치에서 긴 시간이다.” 해럴드 윌슨 전 영국 총리의 이 발언은 정치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급변할 때 영미 정치권에서 자주 인용되곤 한다. 미국 대선까지 5개월 정도 남았다. 정치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져도 놀랍지 않은 긴 시간이지만, 추세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불리해 보인다. 바이든의 고령 핸디캡과 좀처럼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가자(Gaza) 전쟁 등 외교정책에서의 어려움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내용인데, 우리가 잘 모르는 이유도 있다. 바이든은 ‘법질서(law and order)’ 영역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사람들은 느꼈겠지만, 마약과 이와 연관된 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다. 다수의 미국인은 바이든이 마약과 범죄에 유약하게 대처해 치안 상태가 악화했다고 믿고 있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에 의해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시위대와 경찰의 무력 충돌로 이어졌다.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졌는데, 이때 급진 좌파 진영에서 들고나온 구호가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였다. 경찰을 아예 해체하자는 주장이었는데, 시위대 편 사람들에게는 솔깃한 구호였을지 몰라도 일반 국민은 매우 과격하다는 반응이었다. 바이든은 임기 초반 급진 좌파 세력에 끌려다닌 경향이 있다.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약과 범죄 문제에 강력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비해 당시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시위 진압을 위해 주방위군까지 투입했는데, 그래서인지 유권자들은 법질서 확립을 잘할 수 있는 후보로 트럼프를 더 많이 꼽고 있다. 바이든은 ‘문화전쟁(culture war)’에서도 트럼프에게 밀리는 양상이다. 우선 ‘워키즘(wokism)’이다. 원래 소수인종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깨어(woke)’ 있자는 사회운동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극단적인 양상으로 변질되어 미국 사회를 지탱하는 가족가치(family value)와 기독교가치를 좀 먹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다수의 미국인은 좌파 정치인이 워키즘을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에 비판적이고, 트럼프만이 이런 문화 좌파로부터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줄 정치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음은 ‘이민’ 문제다. 트럼프의 멕시코 국경장벽을 비난하던 바이든은 포용적 이민 정책이 재선 가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판단했고, 2023년 10월 입장을 바꿔 국경장벽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유권자들은 이민 문제를 잘 다룰 후보로 트럼프에게 월등히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바이든은 입장 선회 후 히스패닉 유권자의 표심을 잃고 있다. 문화전쟁에서 ‘낙태’만이 바이든에게 유리한 이슈다. 여성표가 바이든으로 결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낙태에 대한 트럼프의 입장은 오락가락했다. 오랜 기간 낙태권을 찬성했지만, 공화당원으로 정치를 시작하면서 견해를 바꿨다. 2022년 미국 대법원이 낙태권을 인정한 1973년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는 결정을 내렸을 때, 자신이 판결 번복을 이끈 대법관 세 명을 임명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최근 입장을 슬그머니 바꿨다. 지난 4월 애리조나 주가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과했다며 본인이 대통령이 되면 연방정부 차원의 낙태 금지법을 거부할 것임을 다짐했다.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주요 사안에 대한 입장을 바꿔도 컬트와 같은 그의 팬덤은 여전히 견고하다. 올해 3월 바이든이 국정연설 후 지지율이 오르며 박빙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정연설의 컨벤션 효과는 다했고, 다시 트럼프의 반등이 시작했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6월 말 맞짱토론을 한다. 일종의 조기 승부수인데, 바이든은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추세를 보면 쉬워 보이지 않는다.
2024-05-20 09:16:31"200년 전 만들어진 오페라를 지금 보면 우스꽝스럽죠. 현실에 맞게 각색이 필요합니다." 예술의전당이 오는 26~29일 전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제작 '노르마'를 공연한다. 2016년 로열오페라하우스 시즌 개막작으로 초연됐던 이 작품은 압도적인 무대와 파격적인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 공연을 앞두고 처음 내한한 스페인 연출가 알렉스 오예(63)는 오페라 비전공자다. "전통적인 오페라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힌 그는 "내 무대는 굉장히 현실적이고, 전통적인 틀에서 벗어나 있어 리스크도 있다"도 말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음악과 춤, 연기 그리고 특수효과도 많이 사용합니다. 무엇보다 관객이 무대에 공감하고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죠." 인형극을 전공한 그는 프랑코 독재정권(1936~1975년) 후 자유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거셌던 1970~80년대 획기적 연출로 유명했던 '라 푸라 델스 바우스'의 예술감독 중 한명으로 활약했다. 폐공장, 폐가, 거리 등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하며 관객과 호흡하는 법을 체득했고, 1992년 바로셀로나 올림픽 개막식을 연출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날 '올드보이' 박찬욱과 배우 황정민을 언급하며 "한국영화 빅팬"이라며 팬심도 드러냈다. ■"아직도 노르마처럼 억압받는 여성 많아" 소프라노의 고난도 가창력이 요구되는 '노르마'는 이탈리아 오페라 작곡가 벨리니의 손꼽히는 수작이다. 이탈리아 지폐에 새겨진 유일한 오페라로 역사적 의미도 있다. 사랑을 위해 조국을 버린 노르마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다. 로마의 지배를 받는 갈리아 지방의 여사제 노르마는 점령군 수장과 사랑에 빠져 아이까지 낳지만, 남자의 배신으로 삼각관계에 빠지고 시기와 질투, 복수의 소용돌이 속에서 신성 모독의 여론 재판에 내몰린다. 오예는 "아직도 노르마처럼 사회·문화적으로 억압받는 여성은 많다"며 "노르마는 권력을 가진 여성이면서 누군가의 연인이자 엄마였다. 그저 누군가를 사랑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노르마를 화형까지 몰고 간 것은 사회의 광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노르마'의 테마로 증오, 광기, 희생, 종교 등을 꼽았다. "모든 종교를 존경하나, 종교가 도가 지나치면? 종교가 권력을 잡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집중해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2016년 초연 당시 그로테스크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오예는 "그렇게 평가한 사람은 카톨릭 문화를 잘 몰라서 그렇게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내 작품은 매우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프랑코 독재치하가 끝날 무렵 나고 자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참고로 스페인 국교는 카톨릭이고, 프랑코 역시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다. "아이들이 원뿔 모양 마스크를 쓰고 나오는데, 이는 사순절의 흔한 풍경입니다. 사람들이 채찍으로 자신을 때리며 회개하는 퍼포먼스도 펼치죠." 3500개의 십자가를 공간 연출에 활용한 것과 관련해선 "리투아니아의 성지, 십자가 언덕 이미지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코의 흑백 사진과 고야의 그림, 아이를 안고 있는 앵글로색슨교 여성 사제 사진을 보여주며 "이렇게 현실에 있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아 의상 및 무대디자인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성악가 여지원이 연기해 더 의미" 로베르토 아바도가 지휘봉을 잡는 이번 공연에서 시그니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를 부를 주역은 소프라노 여지원과 이탈리아 대표 성악가 중 한 명인 데시레 랑카토레다. 유럽서 활동하는 여지원이 국내에서 노르마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예는 "한국인 소프라노가 노르마 역을 맡아서 더 의미가 있다"며 "연기도 노래도 잘하기 때문에 여지원의 노르마를 보면 감명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지원은 앞서 "사랑과 배신 등 감정 변화부터 높은 음역대의 어려운 기법에 우아함까지 '노르마'는 이 모든 것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무대"라며 "'정결한 여신이여'뿐 아니라 정말 주옥같은 아리아와 장면들이 많다. 특히 피날레는 노르마와 더불어 합창, 테너의 슬픈 멜로디가 합쳐져 벨리니 음악의 정수를 느낄 것"이라고 전했다. 벨칸토 오페라의 극치로 평가받는 '노르마'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성악가 마리아 칼라스(1923~1977)와 인연이 깊다. 1831년 초연된 이 오페라는 1948년 칼라스가 '노르마'의 주역이 되면서 다시금 주목받았다. 1958년 칼라스가 공연 전 목 상태가 좋지 않아 출연 취소를 간청했는데 '누구도 칼라스를 대신할 수 없다'며 공연을 강행했다 중단사태를 맞았던 공연 역시 '노르마'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0-02 18:42:28[파이낸셜뉴스] 변기에 앉아서 볼일만 보면 신원을 파악하고 대소변의 상태를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변기가 있다. 이 변기를 발명한 미 스탠퍼드 의대 비뇨기의학과의 박승민 박사가 올해의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을 수상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과학 유머 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하버드대에서 시상식을 열고 화학·지질학, 문학, 기계공학, 공공보건 등 10개 분야 수상자를 발표했다. AIR은 매년 노벨상 발표에 앞서 재미있고 기발한 과학 연구를 내놓은 연구진에게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노벨상을 수여해 왔다. 이그 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해 1991년 만들어졌다. 노벨상 발표 한 달 전 발표하는 ‘짝퉁 노벨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이그 노벨상은 진짜 노벨상처럼 과학상, 문학상, 경제학상, 평화상 등을 수상한다. 노벨상에는 없는 수학상이나 환경보호상도 있다. 올해 공공보건 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박 박사는 ‘스탠퍼드 변기’를 발명했다. 이 변기에는 2개의 센서(압력 센서, 모션 센서), 소변 검사지, 3개의 카메라(대변, 항문, 소변)가 장착돼 있다. 사용자가 대변 또는 소변을 보면 카메라가 대변 색과 크기, 소변량 등을 찍어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 감염병 여부 등 10여개의 질병을 분석한다. 박 박사가 발명한 변기는 대변 모양을 시각적으로 분석해 암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징후를 찾아내고, 소변에 포도당이나 적혈구 등이 포함돼 있는지도 확인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지문처럼 사람마다 형태가 다른 것으로 알려진 항문 모양으로 신원을 파악해 여러 사람이 사용할 경우에도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가능하다. 박 박사는 영국 P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종종 가장 개인적 공간으로 여겨지는 화장실은 우리 건강의 조용한 수호자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그노벨상 수상자들에게는 트로피와 함께 2000년대 초인플레이션을 겪을 당시 짐바브웨가 발행한 10조 짐바브웨 달러 짜리 지폐 1장이 상금으로 수여됐다.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이 지폐는 현재 1∼2만원 수준에 거래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9-21 17:3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