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1등 국민소주를 만들던 진로그룹은 왜, 어떻게 파산했나? IMF 외환위기 당시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한국 기업을 싼값에 집어삼키려던 글로벌 투자회사의 탐욕이 원인인가? 아니면 재벌 2세의 경영 능력 부재가 잘못이었나? IMF와 함께 불어닥친 기득권층의 모럴해저드는 어떠한가? 30일 개봉한 영화 ‘소주전쟁’이 1997년 진로그룹 파산 및 인수전을 모티브로 해 관심을 모은다. 유해진 이제훈이 주연한 이 영화는 실화 모티브나 허구의 주인공을 내세워 1등 소주회사 국보가 어떻게 파산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준다. 누가 이 전쟁의 승자인지 관점에선 영화판 '데블스플랜' 같기도 한 이 영화는 두 남자의 대립과 선택을 통해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한 한국사회 기업문화를 엿보게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는 우리사회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기업의 구조조정과 그에 따른 대규모 정리해고는 직장과 일에 대한 근본 인식을 바꿨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고, 안정적인 직장보다 연봉과 성과급이 높은 직장을 선호하게 됐다. 직장 내 경쟁은 심화돼 동료는 경쟁자로 인식됐고, 일이 최우선이던 직장인들은 슬슬 ‘워라밸’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주전쟁’은 1등 소주 회사 국보그룹의 재무이사 종록(유해진)과 글로벌 투자사 솔퀸 직원 인범(이제훈)의 대립과 선택을 통해 당시 시대적 분위기를 담아낸다. 종록에게 직장은 내 인생과 같다. 퇴근 후 동료들과의 술 한 잔이 인생의 낙인 그는 IMF 외환 위기로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자 투자사와 법무법인을 만나는 것은 물론이고 직접 소주 판촉까지 하며 위기를 벗어나려고 한다. 반면 엘리트 직장인 인범은 성공이 최우선이다. 그는 야심을 숨긴 채 국보 그룹의 위기를 해결해 줄 것처럼 종록에게 접근한다. 이전 세대와 요즘 세대로 대변되는 둘은 점차 소주를 매개로 가까워진다. 유해진과 이제훈의 연기가 돋보이는 ‘소주전쟁’은 반전과 스릴의 비즈니스 드라마면서 우정과 배신 사이를 오가는 두 남자의 성장담이다. 진로 그룹 인수전에 대해 속속들이 몰랐던 관객이라면 이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또 직장인이라면 종록과 인범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다. 특히 이전 세대라면 종록의 삶과 눈물이 남일 같지 않을 것이다. 후반부 인범이 당하는 인생의 쓴맛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일깨워준다. 전작 ‘야당’에서 출세지향 검사로 활약한 유해진은 이번 영화에선 예의 인간적인 매력을 물씬 풍긴다. 가정보다 일을 우선시하며 한강의 기적을 일구는데 기여한 부모 세대와 닮았다. 그는 29일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종록이 왜 저렇게 살지 싶을 수도 있겠지만 저로선 공감이 갔다”며 “오히려 인범이 이해가 안돼서 나 역시 올드 세대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록이 온기 없는 집안에서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장면을 대본에서 읽고, 눈물이 나와 주면 고마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촬영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눈물이 났다”고 비화도 밝혔다. 이제훈은 명문대 출신의 능력있는 직장인 역할에 맞게 세련된 외모로 캐릭터의 몰입도를 높일뿐 아니라 영어 대사도 능숙하게 소화한다. 그는 “고급 단어를 구사해야 해서 부담이 컸다”면서도 “영어 대사를 코칭해주는 선생님에게 세세하게 지도 편달 받았고 그 어느 때보다 열심히 대사를 달달 외웠다”고 말했다. 영화 ‘빅쇼트’ 등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 바이런 만은 극중 이제훈의 상사로 분했다. 그는 “이제훈이 자신보다 영어를 잘했다"며 추켜세운 뒤 "캐릭터는 허구지만 실화 모티브라서 배우들 모두 실제 존재했을법한 인물로 보일 수 있게 신중하게 감정을 전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영화가 단지 재미를 주는데 그치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고 입을 모았다. 유해진은 “마치 숙취가 남듯, 생각할 거리를 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제훈은 "일과 삶에 있어서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지 이런 명제를 영화가 던진다"고 거들었다. 만은 "좋은 질문을 많이 던진다"며 "한 나라의 문화, 가치, 생각에 대해 다룬다. 동서양의 서로 다른 가치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5-30 19:26:12[파이낸셜뉴스] 태광그룹은 미디어 계열사 티캐스트가 운영하는 예술영화관 씨네큐브에서 진행된 일본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별전이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고 2일 밝혔다. 씨네큐브는 개관 25주년을 맞아 고레에다 감독을 초청해 특별전을 진행했으며, 관객 성원에 힘입어 당초 6일까지였던 상영 기간을 오는 13일까지로 일주일 연장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지난 4월 29~5월 1일까지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를 찾아 씨네토크, 마스터클래스 등에 참여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감독의 대표작 13편이 상영됐으며, 영화 상영과 더불어 관객과의 대화, 창작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행사는 1일 진행된 영화 '어느 가족' 상영 후 씨네토크였다. 고레에다 감독과 함께 영화 '브로커'에 출연한 배우 송강호, 이주영이 무대에 올라 '가족'을 주제로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해당 회차는 티켓 오픈 직후 1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며 높은 기대를 입증했다. 앞서 4월 30일에는 감독 데뷔 30주년을 맞은 고레에다 감독이 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자신의 연출 철학과 창작 과정을 직접 소개했다. 강연이 끝난 뒤에는 감독이 깜짝 사인회를 제안하며 관객들과 긴 시간을 함께해 박수를 받았다. 씨네큐브는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지하 2층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 예술영화 전용관으로, 광고 없이 상영하고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등 '영화에 대한 예의'를 실천하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박지예 티캐스트 씨네큐브팀장은 "고레에다 감독 특별전은 예술영화의 가치와 지속 가능성을 다시금 확인한 자리였다"며 "하반기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과의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2025-05-02 09:05:48[파이낸셜뉴스] 배우 김수현과 협업 중이거나 협업할 예정이던 유통업체들이 계약 마무리를 고민하거나 활동 보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현이 최근 고(故) 김새론이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6년간 교제해 왔다는 유튜버 의혹 제기에 따른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12일 "기업은 연예인의 이미지에 마케팅 비용을 지불한다"면서 "그 이미지가 타격을 받으면 고스란히 기업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들은 여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여성팬이 두터운 김수현씨를 모델로 발탁했을 것"이라며 "불거진 의혹이 여성의 분노를 사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는 최근 김새론 유족 측 발언을 인용해 고인이 15살 때부터 6년간 김수현과 교제했고, 김수현의 소속사인 골드메달리스트로부터 7억 원을 갚으라는 내용증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계약 종료 앞두고 재계약 고민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는 김수현과 맺은 브랜드 모델 계약 기간이 이달 종료되면서 재계약 가능성을 두고 고민 중이다. 지난해 9월 CJ푸드빌은 김수현과 6개월 기한으로 뚜레쥬르 브랜드 모델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업계에선 CJ푸드빌이 이달 계약 종료 수순에 들어가는 김수현과의 브랜드 모델 계약과 관련해 재연장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문이 돌았다.. CJ푸드빌은 2015년 김수현을 뚜레쥬르 브랜드 모델로 처음 발탁했고 지난해 10년 만에 다시 한번 브랜드 모델 계약을 맺으며 화제가 됐다. 이달 계약이 종료되는 상황에서 김수현과 관련된 논란이 확산되면서 CJ푸드빌 내부에선 재연장 검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미 일부 매장에선 광고 포스터를 신제품 사진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된 일정 모두 보류 김수현을 모델로 선정한 비건 뷰티브랜드 '딘토(Dinto)' 역시 모델 관련 계획된 일정들을 모두 보류하기로 했다. 안지혜 대표는 1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 직원이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모델 관련 계획된 일정을 모두 보류한 상태"라며 "당사 전 직원이 대응 방향을 논의해왔다. 이번 이슈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사과'는 하루 전 안 대표가 SNS에 올린 글에 관한 것이다. 안 대표는 "모델 관련으론 우선 믿고 기다려 보려한다. 확실하지 않은 것에 흔들리기보다 우선 제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썼다. 해당 글과 관련해 안 대표는 "앞서 올린 글은 3월 10일 저녁부터 11일 새벽 사이에 작성됐다. 이 글로 인해 혼란과 불편이 야기된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당시엔 정보의 파편만을 바탕으로 성급한 판단을 하기보다는 제가 모니터링하고 있음과 사실관계를 보다 명확히 확인하는 과정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모델로 발탁한 또 다른 기업들 '예의주시' 김수현이 모델로 나선 또 다른 유통 업체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미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와 외식 브랜드 '샤브올데이'는 공식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서 김수현의 사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브랜드 외에도 김수현은 홈플러스·신한은행·쿠쿠·프라다·조 말론 런던 등 10여개가 넘는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김수현에 대한 논란 때문에 그를 브랜드 모델로 기용한 유통업체들로선 고심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광고 모델의 논란은 브랜드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빠르게 손절하려는 업체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3-12 19:00:20[파이낸셜뉴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중국의 지속적인 문화공정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벌어진 사례들을 언급하며 이번 대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서 교수는 "중국은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때마다 한국 문화를 자국의 문화로 홍보하려는 시도를 보여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논란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한 사건으로도 드러났다. 메인 미디어 센터와 미디어 빌리지 식당에서 제공된 김치가 중국식 절임 음식으로 소개되어 국내외에서 반발을 샀다. 또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는 한복과 상모춤 장면 등이 등장해 한국 문화를 중국 것으로 오인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특히 베이징시 광전총국이 제작 지원한 쇼트트랙 영화 '날아라, 빙판 위의 빛'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반칙왕'으로 묘사되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응원만큼이나 잘못된 역사나 문화 왜곡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5-02-07 08:47:06[파이낸셜뉴스]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지난 19일 방송된 JTBC 예능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가운데, 그의 앞에만 A사의 콜라가 놓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방송에 따르면 이날 출연진 가운데 장원영 앞에만 A사 콜라가 놓이지 않았다. 쉐프들과 MC, 다른 게스트인 이은지의 앞에는 A사 콜라가 놓여 있었다. 이는 장원영이 속한 아이돌그룹 아이브가 A사와 경쟁관계인 B사의 콜라 모델을 맡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편, PPL 경쟁사에 대한 언급은 민감한 사안이다. 2022년 Mnet ‘스트릿 맨 파이터’ MC를 맡은 가수 강다니엘은 멘트 도중 "광고주분들께도 인사드리겠습니다"라며 "○○○(A사 탄산수 제품명) 맛있어요. 장난입니다. 반은 진심이고요"라고 말했다. 그동안 '스맨파'에 협찬해 준 광고주에게 감사인사를 전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온라인에서 큰 논란이 됐다. '스맨파'에 제작지원을 한 탄산수 브랜드는 A사가 아닌 경쟁사 B사였던 것. 탄산수 시장에서 서로 경쟁 관계에 놓인 브랜드들인 만큼 강다니엘 씨의 발언이 경솔하고 예의 없었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또한 같은해 11월 6일 방송된 '1박 2일'에서 김종민은 "정상에 올랐으니 라면을 주겠다"는 PD의 제안에 자신이 광고하고 있는 라면인지를 먼저 물어봤다. 하지만 제작진이 준비한 라면은 김종민이 광고 모델 활동 중인 라면이 아니었다. 이에 김종민은 동료 출연진 나인우가 라면을 두 개나 끓여 먹는 동안 따로 떨어져 앉아 물만 들이킨 바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 협찬을 받았던 아이돌 그룹 ‘보이넥스트도어’는 계약이 끝나자마자 공항에서 아이폰을 인증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보이넥스트도어는 공항에서 만난 취재진들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던 중 멤버 전원이 신형 아이폰 모델을 들고 포즈를 취하며 빈축을 샀다. 갤럭시 협찬이 끝나자마자 경쟁사인 아이폰을 사용하는 모습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갤럭시에서 해방된 남자아이돌'이라는 제목이 붙여지며 퍼져 더욱 논란이 됐다. PPL은 특정상품을 방송 매체 속에 의도적이고 자연스럽게 노출시켜 광고효과를 노리는 광고 전략을 일컫는 말이다. 드라마, 영화 속에서 많이 등장하던 PPL은 최근에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프로그램에서 PPL을 사용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제작비’ 탓이다. PPL은 제작비 확보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필수적인 요건이 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1-21 22:21:02[파이낸셜뉴스] 이승환이 선배 가수 나훈아를 겨냥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나훈아는 지난 12일 공연에서 "여러분(관객)이 저한테 뭐라고 하시면 인정하겠지만, 저것들(정치권)이 뭐라고 하는 건 내가 용서 못 한다"며 "어디 어른이 얘기하는데 XX 하고 있냐? 본인들 일이나 똑바로 하라"고 불쾌한 기색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나훈아가 어른을 언급한 것을 두고 '꼰대'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승환이 SNS에 어른을 주제로 한 게시물을 올린 것이다. 이승환은 지난 13일 SNS에 "노인과 어른은 구분돼야 한다. 얕고 알량한 지식, 빈곤한 철학으로 그 긴 세월에도 통찰이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그저 오래만 살았다면 노인이다. 어른은 귀하고 드물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여기 닮고 싶은 참 어른의 이야기가 있다. ‘어른 김장하’ 꼭 들 보셨음 좋겠다”라고 지난 2023년 11월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감독 김현지)를 추천했다. 해당 영화는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60여년간 선행을 이어오며 수백억원을 사회에 기부한 김장하 선생에 대한 이야기다. 이승환의 팬들은 이 글에 "노인 한 분이 자기 분야 최고라는 타이틀을 달고 마치 세상사 모든 걸 다 안다고 거들먹거렸더라", "노래 들으러 온 관객에게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는 예의 없는 노인이 있었다", "그 노인이 가수 은퇴하고 제2의 인생 펼칠까 걱정된다" 등 나훈아를 겨냥한 댓글을 달았다. 한편, 나훈아는 지난 10일부터 진행된 자신의 은퇴공연에서 연일 정치적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 10일 공연에서는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왼쪽, 너는 잘했냐”며 “형제는 어떤 이유가 있든 싸우면 안 된다고 하셨다. 지금하는 꼬락서니가 정말 국가, 국민을 위한 짓거리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일부 정치인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12일 공연에서 "국회의원인지 도지사인지 잘 들으라. 나보고 뭐라고 하는 저것들, 자기 일이나 똑바로 하라.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XX들을 하고 있느냐"고 받아쳤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5-01-14 22:45:19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레베카 호른(79)은 안젤름 키퍼와 함께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민작가로 불린다. 20대 후반이었던 1970년대 초반부터 퍼포먼스, 영화, 오브제, 조각, 키네틱 기계조각, 페인팅,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장르와 미술형식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파격적인 실험을 선보였다. 기성의 가치와 미술 장르의 경계를 뛰어 넘으려는 호른의 작업은 특유의 예리한 직관을 바탕으로 당대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며 일종의 부재와 현존으로서의 새로운 정신질서와 시공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린 시절, 의류 관련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양한 유럽 국가와 지역의 문화를 몸으로 경험하며 성장한 호른은 그녀만의 날카로운 상상력과 독특한 형식, 매체를 통해 지난 경험과 기억을 예술적으로 직조해나갔다. 몸, 의복, 신화, 전설, 종교, 제도, 사물과 자연습성, 내부와 외부의 사이, 관계 등을 모티프로 독창적 사회적, 예술적 담론을 예의 창출했다. 호른은 훗날 어린 시절의 자신이 그러했듯, 스스로를 '세계 사이의 방랑자(wanderer between worlds)'라 불렀다. 함부르크조형예술학교에서 조각을 배울 당시에는 문학에 심취해 프란츠 카프카, 마르셀 프루스트 같은 여러 유럽 문학가들의 정신적 자취를 추체험하고 수많은 문학서적을 탐독했다. 호른 작품세계 전반에 걸쳐 있는 문학적 상상력과 분위기,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어법과 초현실적 상징, 알레고리 등은 이 시절에 대부분의 얼개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작업을 '잃어버린 시간으로서의 프루스트적 여정'으로 돌아보는 이유다. 호른은 특정 시공에서의 기억과 경험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팩션화하며 시간적 경험을 공간적 경험으로 전치시킨다. 특정 내러티브로 구조화하기보다는 관객을 일상의 현실에서 끄집어내어 자신의 예술세계로 인도하려는, '의식(儀式)'의 차원을 상대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호른은 심각한 폐질환으로 세상과 격리됐던 1년여의 요양소 생활로 인해 작업의 일대 전환을 경험한다. 그녀가 무거운 방식과 재료로부터 벗어나 깃털, 면, 붕대 등과 같은 가벼운 재료들로 몸을 고안하거나 바느질로 꿰는 조립 작업을 선보인 것도 이러한 고립적 한계상황으로부터 비롯한 소통의지로 보인다. 아카데미 제도권 교육을 마친 호른은 자신의 몸과 신체기관을 모티프로 한 퍼포먼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퍼포먼스의 주요 개념은 '의인화된 기계'와 '사물의 존재성'이었다. 몸에 관계하는 인공 보조 장치, 혹은 상징적인 의미로 등장하는 호른의 의인화된 기계는 현대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나 알레고리라기보다는 의인화된 자동기계가 인간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의 실체를 드러내고 전하려는 호른 특유의 의식 기제로 이해된다.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됐던 필름과 비디오는 이후 또다른 소통, 공감기제로서의 영화 형식으로 발전했다. 일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하기도 했던 호른의 영화는 다양한 기계 설치물과 오브제들을 함께 선보였는데 이들은 개별적인 조각 작품으로 여러 차례 대중에 소개되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 등장한 소형 전기모터에 의해 움직이는 본격 '키네틱 기계 조각'들이 대표적인 그것으로 상당수는 영화 속에 작가의 분신처럼 자리했던 소품들이다.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채택하고 실험하며 이들이 창출하는 강렬한 상호 작용을 온몸으로 강조해온 호른의 작업에 있어 영화와 조각, 영혼이 존재하는 듯 움직이는 키네틱 기계조각과 공감각적인 설치의 긴밀한 관계는 호른의 예술의 힘이자, 생명력 넘치는 '영매(靈媒)적 메타언어'의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요소다. 매체 간의 의미 있는 구조적 상조(相助), 상호관계를 줄곧 집중 탐색해온 호른의 작업은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장르 경계 해체와 확장에 직접적인 동인이 됐으며 현재도 유효하다. 호른은 1973년 베를린 소재 르네 블록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신체 공간'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전시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녀는 평생에 걸쳐 서로 다른 영역들의 사이와 간극에 주목하고 내부와 외부의 상호접점을 찾으려 애썼으며 시간과 공간이 하나 되는, 육체적, 정신적 의식 분열이 촉발하기 직전의 순간, 찰나의 틈새, 경계 등을 천착했다. 가히 독일 '무당'이라 하겠다. 2007년 한국에서의 개인전 개막식에서 '만신(萬神)'으로 불리던 한국의 대표적 인간문화재 김금화 선생(1931~2019)과의 뜨거운 만남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박천남 2023한강조각프로젝트 예술감독
2023-12-28 19:37:18[파이낸셜뉴스] 배우 이선균이 27일 세상을 떠난 가운데, 영화계 인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이선균의 출연작 중 좋아하는 장면을 공유하며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마약 투약 혐의가 명확히 밝혀지기 전에 "권력기관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가 고인을 벼랑으로 내몰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 "이 배우, 우리가 다시 사랑하면 안될까" 이선균이 주연한 영화 ‘파주’ 포스터를 첨부한 한 영화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박찬옥 감독의 ‘파주’”라며 “영화 포스터 문구는 이 사람...사랑해도 될까요 였다”라고 썼다. 그는 “이걸 다시 돌려주고 싶다. 이선균 이 배우 우리가 다시 사랑하면 안될까. 그를 오래, 영원히 기억하면 안될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를 죽인 셈”이라며 “참으로 악랄한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제 통음했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안됐다. 불쌍하다 이선균. 그리고 모두들”이라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한 영화제작자는 “이게 어떻게 자살이냐. 타살이지”라고 분노하며 “애도는 하겠다만 수사도 해라. 범인(들)을 찾고 책임을 물어라. 그게 정의다”라며 마지막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내 그의 명예가 어느 정도 회복되길 바라는 심정을 전했다. 또 다른 영화 제작자도 “권력기관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필요하다”는 기사의 한 문구를 인용한 뒤 “그리고, 이선균씨, 부디 평안하기를. 안식을 찾기를요”라고 애도했다. 번역가 황석희는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에서 가장 큰 죄는”이라는 글씨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가장 큰 죄는) 괘씸죄다. 세상이 누군가의 가식, 위선, 기만 등의 냄새를 포착하는 순간, 그 대상은 죽는 게 나 을 정도의 조롱과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사 기관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이라는 같잖은 면죄부 뒤에 숨어 개인의 존엄을 팔아대고 언론은 그 소스를 가공해 개인의 수치를 생중계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강요하듯 절벽 끝으로 몰아세운다”며 “결국 절벽 밑으로 떠밀리면 입 모아 손가락질하던 세상은 그제야 손가락을 거두고 합장하며 추모한다”며 이선균이 자신이 지은 잘못 이상의 대가를 치른 게 아닌지 안타까워했고 또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반성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 선후배 배우 등 "영원한 대장님 나의 아저씨" "죄책감과 분노가 교차" 고인과 오랜 친구로 알려진 문정희은 28일 국화 사진과 함께 "친구를 잃었다"며 애통해했다. 그는 "19살에 만나 거의 30년이 된 친구다. 어떤 모습이어도 서로 응원하며 힘이 되어줬다. 죄책감과 분노가 교차로 치민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에서 자유하길, 평안하길, 그리고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박호산은 이날 “나에겐 선균이 보단 동훈이었던 선균아, 동훈아 내 동생아, 네가 무얼 했던 난 정말 널 믿어”라고 따뜻한 한마디를 건넸다. 이어 “(장례)식장에 가봐야 하는데, 좀 무섭다”며 “어쨌든 가볼거야 오늘, 이따가 말 못하더라도 이 말 가지고 가, ‘난, 널 아는 우리 모두는, 정말로 정말로 널 믿어’”라고 강조했다. “이왕에 누웠으니 편하게,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상심 모두 지우고 날리고 편하게 자렴, 편하게 쉬렴”이라며 “따뜻했던 동생아”라고 썼다. 지난 2016년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로 인연을 맺은 가수 겸 배우 보아도 "누구보다 아낌없는 응원과 분위기 메이커까지 해주시며 챙겨주셨던 우리 대장님, 그립습니다"라며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홀로 고군분투 하셨을 성격이신데, 그래도 이제는 편안히 행복한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대장님 나의 아저씨 사랑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배우 겸 작가 명로진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한 장면을 캡처해 첨부한 뒤 “저 얼굴을 보면 3년전 세상을 떠난 친구가 보이고, 오래 전 가신 아버지가 보이고, 세상의 모든 가장이 보이고, 내가 보인다”며 “당신은 영원히 ‘나의 아저씨’입니다”라며 추모했다. 앞서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자신의 SNS에 이선균의 명복을 빌며 "수많은 작품 중 영화 ‘기생충’에서는 칭찬받을만한 연기를 펼쳤고, ‘나의 아저씨’에서는 특출났다"며 "이선균이 그의 뛰어난 작품과 창조적인 재능과 함께 기억되길" 바랐다. 배우 수현도 당일 애도를 표하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 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사람은 두 번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적었다. “한국 연예계는 훌륭한 인재를 잃었다. 그의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기도를 보낸다. Rest In Peace”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밖에 영화를 함께 찍었던 성현아, 진재영, 드라마 '파스타'로 인연이 된 셰프 샘 킴 그리고 박준형 등도 고인을 애도했다. ■“참 좋은 사람” 대학 친구 증언, 팬들 이선균 연기 명장면 올리며 애도 팬들은 자신만의 영화나 드라마 속 이선균 연기 명장면을 공유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영화 ‘우리 선희’의 한 장면을 올린 한 팬은 페이스북에 “홍상수 감독의 세계관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좋았던 점이 있다면 그를 통한 이선균의 재발견이었다”고 썼다. “선배 재학(정재영 분)과의 호프집 취중설전 컷은 오로지 이선균이라 가능했던 장면이었다. 실제로 소주를 마셔가며 찍었는데 거듭되는 NG에 만취가 된 이선균. 장면 속 대사는 고주망태가 된 이선균의 애드립이었다고 한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또 다른 팬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이 송골매의 ‘아득히 먼 곳’을 부르던 장면을 올린 뒤 “(나와) 동갑내기가 타깃 수사의 희생양이 되어 세상을 먼저 떠난 건 너무 아프네. 나는 그를 많이 믿고 있었구나. 잘 가시오 당신은 정말 좋은 배우였어요”라며 추모했다. 이선균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라 밝힌 한 네티즌은 "호기심을 조금 미루고, 한 인간의 마지막에 최소한의 예의"를 당부했다. 지난 27일 1994년 한예종 입학 기념 만년필 사진을 공개한 그는 “짧게라도 글 하나 남기고 싶었던 것은 선균이가 참 착했던 애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라면서 "기본적인 인성이 참 좋은 친구였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남에게 피해 주는 거 싫어하고, 선배들에게 예의 있었고, 후배들은 잘 챙기려고 노력했던 아이였다"며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한계는 있었을 거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느냐"며 "비난과 시시비비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 미뤄주시고 한 인간의 마지막에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시면 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썼다. ■ 고인의 빈소, 밤늦게까지 조문 행렬 이어져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이날 늦은 밤까지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28일에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이 빈소를 찾았고 아내 전혜진이 상주로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연예계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에는 영화 '킹메이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설경구와 고인의 유작 중 한 편인 '행복의 나라로'에 출연한 유재명, 조정석이 빈소를 찾았다. 또 영화 '끝까지 간다'의 조진웅과 'PMC: 더 벙커'에서 호흡한 하정우가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정우성, 이정재, 전도연, 류준열, 임시완, 김남길, 송영규, 유연석, 김상호, 김성철, 장성규, 배성우 등 동료들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영화계·방송가 관계자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영화 '킬링 로맨스'의 이원석 감독을 비롯해 '화차'의 변영주 감독,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과 이창동 감독,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조문했다. ■ 미개봉 두편의 영화 남기고 커리어 정점서 소천 이선균은 정극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넓은 영역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 ‘기생충’ 이후 외국 관객도 주목한 ‘꿀성대’로 유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1기 출신으로 졸업 후 한동안 백수 생활을 하다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했다. 이후 MBC 시트콤 ‘연인들’에서 이윤성의 남동생 배역으로 TV 신고식을 치렀다. 2005년 이윤정 PD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MBC 드라마 ‘태릉선수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어 2007년 이 PD의 히트작 ‘커피프린스 1호점’과 김명민과 주연한 ‘하얀 거탑’이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두며 스타 배우로 발돋움했다. 2010년 공효진과 함께 연기한 드라마 ‘파스타’가 성공하며 로맨스 드라마의 대표 배우로 떠올랐다. 2018년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인기에 힘입어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또 2020년에는 비영어권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으로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받으며 40대 중반에 돈과 명예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영화 ‘파주’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악질경찰’ ‘킹메이커’에서 활약했으며, 올해 ‘킬링 로맨스’와 ‘잠’을 선보였다. 이선균은 올 1월 방영된 12부작 SBS 드라마 '법쩐' 촬영 당시 회당 2억원을 받을 정도로 몸값도 치솟았다. 올해 5월에는 '잠',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2편이 칸영화제에 동시 초청돼 커리어 정점에 섰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에게 큰 충격을 줬다. 사건의 시시비비가 명확히 발견지지 않은 채 수사를 시작한 지 두달여 만에 세상을 떴다. 생전에 3차례에 걸쳐 경찰에 출석했고 "(유흥업소 여실장이 준 게)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과 함께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족과 소속사에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개봉 예정이던 영화 ‘행복의 나라’와 올해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마약 문제가 불거지며 개봉 일을 잡지 못한 상태로 고인의 유작이 됐다. 한편 이선균 소속사 측은 27일 고인의 비보에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2-28 09:34:40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진 레베카 호른(79·사진)은 안젤름 키퍼와 함께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국민작가로 불린다. 20대 후반이었던 1970년대 초반부터 퍼포먼스, 영화, 오브제, 조각, 키네틱 기계조각, 페인팅, 드로잉, 사진 등 다양한 장르와 미술형식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파격적인 실험을 선보였다. 기성의 가치와 미술 장르의 경계를 뛰어 넘으려는 호른의 작업은 특유의 예리한 직관을 바탕으로 당대 사회의 금기에 도전하며 일종의 부재와 현존으로서의 새로운 정신질서와 시공의 힘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어린 시절, 의류 관련 사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다양한 유럽 국가와 지역의 문화를 몸으로 경험하며 성장한 호른은 그녀만의 날카로운 상상력과 독특한 형식, 매체를 통해 지난 경험과 기억을 예술적으로 직조해나갔다. 몸, 의복, 신화, 전설, 종교, 제도, 사물과 자연습성, 내부와 외부의 사이, 관계 등을 모티프로 독창적 사회적, 예술적 담론을 예의 창출했다. 호른은 훗날 어린 시절의 자신이 그러했듯, 스스로를 ‘세계 사이의 방랑자(wanderer between worlds)’라 불렀다. 함부르크조형예술학교에서 조각을 배울 당시에는 문학에 심취해 프란츠 카프카, 마르셀 프루스트 같은 여러 유럽 문학가들의 정신적 자취를 추체험하고 수많은 문학서적을 탐독했다. 호른 작품세계 전반에 걸쳐 있는 문학적 상상력과 분위기,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어법과 초현실적 상징, 알레고리 등은 이 시절에 대부분의 얼개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녀의 작업을 ‘잃어버린 시간으로서의 프루스트적 여정’으로 돌아보는 이유다. 호른은 특정 시공에서의 기억과 경험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팩션화하며 시간적 경험을 공간적 경험으로 전치시킨다. 특정 내러티브로 구조화하기보다는 관객을 일상의 현실에서 끄집어내어 자신의 예술세계로 인도하려는, ‘의식(儀式)’의 차원을 상대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젊은 호른은 심각한 폐질환으로 세상과 격리됐던 1년여의 요양소 생활로 인해 작업의 일대 전환을 경험한다. 그녀가 무거운 방식과 재료로부터 벗어나 깃털, 면, 붕대 등과 같은 가벼운 재료들로 몸을 고안하거나 바느질로 꿰는 조립 작업을 선보인 것도 이러한 고립적 한계상황으로부터 비롯한 소통의지로 보인다. 아카데미 제도권 교육을 마친 호른은 자신의 몸과 신체기관을 모티프로 한 퍼포먼스를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퍼포먼스의 주요 개념은 ‘의인화된 기계’와 ‘사물의 존재성’이었다. 몸에 관계하는 인공 보조 장치, 혹은 상징적인 의미로 등장하는 호른의 의인화된 기계는 현대 기계문명에 대한 비판의식이나 알레고리라기보다는 의인화된 자동기계가 인간으로 ‘변신’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의 실체를 드러내고 전하려는 호른 특유의 의식 기제로 이해된다.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용도로 사용됐던 필름과 비디오는 이후 또다른 소통, 공감기제로서의 영화 형식으로 발전했다. 일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하기도 했던 호른의 영화는 다양한 기계 설치물과 오브제들을 함께 선보였는데 이들은 개별적인 조각 작품으로 여러 차례 대중에 소개되기도 했다. 1980년대 들어 등장한 소형 전기모터에 의해 움직이는 본격 ‘키네틱 기계 조각’들이 대표적인 그것으로 상당수는 영화 속에 작가의 분신처럼 자리했던 소품들이다.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채택하고 실험하며 이들이 창출하는 강렬한 상호 작용을 온몸으로 강조해온 호른의 작업에 있어 영화와 조각, 영혼이 존재하는 듯 움직이는 키네틱 기계조각과 공감각적인 설치의 긴밀한 관계는 호른의 예술의 힘이자, 생명력 넘치는 ‘영매(靈媒)적 메타언어’의 세계를 이해하는 핵심 요소다. 매체 간의 의미 있는 구조적 상조(相助), 상호관계를 줄곧 집중 탐색해온 호른의 작업은 1980년대 이후 현대미술의 장르 경계 해체와 확장에 직접적인 동인이 됐으며 현재도 유효하다. 호른은 1973년 베를린 소재 르네 블록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신체 공간'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전시 공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그녀는 평생에 걸쳐 서로 다른 영역들의 사이와 간극에 주목하고 내부와 외부의 상호접점을 찾으려 애썼으며 시간과 공간이 하나 되는, 육체적, 정신적 의식 분열이 촉발하기 직전의 순간, 찰나의 틈새, 경계 등을 천착했다. 가히 독일 ‘무당’이라 하겠다. 2007년 한국에서의 개인전 개막식에서 '만신(萬神)'으로 불리던 한국의 대표적 인간문화재 김금화 선생(1931~2019)과의 뜨거운 만남은 지금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박천남 2023한강조각프로젝트 예술감독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3-12-27 10:58:01[파이낸셜뉴스] 주 52시간제가 되면서 촬영 현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 공개를 앞둔 배우 박서준이 지난 12일 나영석 PD가 하는 유튜브 ‘채널십오야’에 출연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작품 거절하는게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주 52시간제가 되면서 한작품 하는데 거의 1년이 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박서준은 상대를 배려해 “최대한 거절을 빨리 한다”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밝혔다. "2~3주간 고민하는 것은 제작자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배우라는 단어의 무게도 언급하며 “톱스타라는 말보다 배우라는 말이 더 무겁다”며 “톱스타라는 말도 불안하다”며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그것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박서준이 한소희가 호흡한 ‘경성크리처’는 오는 12월 22일 첫 공개된다. 이어 파트2는 내년 1월 5일 공개된다.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다. 박서준은 경성 최고의 전당포 금옥당의 대주이자 제1의 정보통 ‘장태상’을 연기한다. 뛰어난 외모와 능란한 처세술의 장태상은 이시카와 경무관의 협박으로 사라진 그의 애첩을 찾던 중 실종된 사람을 찾는 토두꾼 채옥과 얽히게 된다. 박서준은 이날 방송에서 “‘경성크리처’를 지난 2년 간 찍으면서 번아웃이 왔다”고 토로했다. “괜찮아진 지 얼마 안 됐다. 팬들이 팬미팅을 원했으나 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쉴 때는 그동안 못본 영화나 드라마를 보거나 골프를 친다고. 그는 “골프를 치면 아무 생각이 안든다”며 “지금은 다시 (상태가) 괜찮아져서 열심히 달려보자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서준은 올해 지난 몇년간 찍은 영화가 잇따라 공개됐다. 영화 '드림'과 '콘크리트 유토피아' '더 마블스'가 개봉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2-13 09: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