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무역 협상 대상국에 부과 중인 기본 관세 10%와 관련, "어떤 경우에는 예외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미국의 무역 상대국에 10% 관세를 부과한 후 처음으로 관세율이 10% 이하가 될 수 있음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 도중 취재진과 문답에서 "누군가 우리를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해준다면 예외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과의 무역 관세 협상에서 상대국이 미국에 커다란 양보한다면 자신이 설정한 기본 상호관세 세율 10%보다 더 낮은 세율을 적용할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거의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했다. 또 한국을 포함한 57개 경제 주체에 대해서는 국가별로 차등 부과되는 상호관세(중국을 제외하고 7월8일까지 유예)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우 10%의 기본 관세에 15%의 국가별 차등 관세를 더한 25%의 상호관세율이 책정됐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과 상호관세율을 놓고 협상을 하면서 기본관세율인 10% 밑으로는 인하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성은 항상 있다. 하지만 최소 관세율 10%가 있고, 몇몇 국가의 경우 지난 몇 년간우리에게 해 온 것처럼 40%, 50%, 60% 등 훨씬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날 영국과의 무역 합의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합의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4∼5개의 다른 합의가 즉시 나올 것"이라면서 "앞으로 많은 합의가 예정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우리는 나머지 국가들과 단지 서명을 할 것이지만, 우리는 항상 기본 10%의 관세율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진행되는 중국과의 첫 공식 무역 협상과 관련, "미국을 위해 훌륭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연간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적자가 1조 달러(약 1400조원)에 달한다고 다시 한번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중국이 잘 되길 원한다. 나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매우 친하며 큰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중국이 그렇게 하도록 계속 허용할 수 없다"며 "따라서 나는 중국과 공정한 무역 협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5-05-10 07:21:42[파이낸셜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해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포함한 반도체특별법을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함께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경쟁국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지 못할망정 최소한 발목만큼은 잡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어제(28일)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본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1호 공약으로 반도체산업 지원계획을 발표했다"며 "이 후보는 반도체특별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와 국민의힘의 몽니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거짓말을 늘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 원내대표는 "최종 후보에 선출된 이후 첫 행보부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을 보니 역시 하나도 바뀐 것이 없구나 싶다.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 통과를 누구보다 강력히 주장해왔다"며 "단순한 지원을 넘어 글로벌 경쟁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불공평한 규제의 굴레를 벗어던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만 TSMC 연구인력들은 주 70시간 이상 근무하며, 미국 엔비디아 역시 고강도 근무로 유명하다. 추격해오는 중국 기업들은 3교대 24시간 연구 체제까지 불사한다고 한다"며 "그런데 우리 대한민국 기업만 민주당이 만든 획일적인 주 52시간 규제에 묶여 뛰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권 원내대표는 "미국은 1938년부터, 영국은 1998년부터 고임금 전문직의 근로시간 유연화제도를 시행해왔다. 일본 또한 2019년부터 고도 프로페셔널 제도를 도입해 국제 표준에 발맞추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도 '몰아서 일하기가 왜 안되냐고 묻는데 할 말이 없더라'고 인정했던 사안인데, 정치적 동업자 민노총이 항의를 하자 또 슬그머니 입장을 바꿨다. 국가를 위한 정책을 버리고 오로지 지지세력만을 위한 정책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후보 캠프와 민주당 당직자들은 주52시간을 준수하고 있나.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들도 지키지 못하는 법을 국민과 기업에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위선이자 폭력"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권 원내대표는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는 갑자기 '국가의 부는 기업이 창출한다'며 친기업, 친시장을 외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진심이 담겨 있다면, 득표를 노린 가짜가 아니라면 반도체특별법을 이번 추경과 함께 통과시키자. 반도체 산업의 고임금 연구인력에 한해 주52시간 예외를 명시한 특별법을 통과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
2025-04-29 09:29:58[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종묘 차담회'가 논란을 빚은 뒤 규정 정비에 나선 국가 유산청이 개편된 개정안을 내놨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23일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개정안은 궁능 유적 관람 허가 및 촬영 기준 등을 엄격하게 하고 세분화했다. 궁능유적본부는 "궁능유적 촬영과 장소사용 허가 관련 분산된 규정을 통합해 심의 기준과 대상 등을 명확히 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은 예외 적용기준 삭제 등 현실에 부합하게 정비하고자 했다"고 개정 이유를 전했다. 현행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궁궐이나 종묘 안 장소 사용이나 촬영은 궁능유적본부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정된 기준을 보면 형평성에 맞지 않는 장소 사용 허가 예외 적용을 삭제하고 국내외 주요 인사 등의 방문 모니터링 등록 관련 규정은 명문화했다. 궁·능 유적 안에서 촬영할 때 적용하는 기준도 촬영 목적과 결과물에 따라 상업용과 비상업용으로 구분하는 등 재정비됐다. 드론 등을 이용한 항공촬영은 공공기관이 공익적 목적으로 촬영하는 경우나 궁능유적본부장이 인정하는 경우에만 한정해 허가한다. 다만 사전에 국방부 지침 등 관련 규정에 따라 항공 촬영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웨딩 촬영이나 캐릭터 의상, 인형탈, 에어수트 등 비일상복이나 소품을 활용한 촬영은 관람객의 밀집·혼잡 예방을 위해 경내 특정 구역의 촬영을 제한할 수 있고 조선왕릉·종묘·칠궁은 장소의 특수성을 고려해 제한될 수 있도록 했다. 궁능유적본부는 다음 달 13일까지 각계 의견을 검토한 뒤,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9월 김 여사는 종묘 망묘루에서 외부인과 차담회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가 주요 사적을 개인 목적으로 이용했다는 비난과 관련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출석한 이재필 궁능유적본부장은 "사적 사용이 맞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이에 궁능유적본부는 지난해 12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리고 "9월3일 궁능유적본부 종묘관리소의 망묘루에서 진행된 행사와 관련해 '궁·능 관람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장소 사용 허가 관련 규정 해석에 있어 엄밀하지 못해 논란을 일으킨 점을 사과드린다"고 알렸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4-23 13:35:45[파이낸셜뉴스] 주 52시간제 예외조항을 두고 양 교섭단체가 논쟁을 지속해 온 반도체특별법이 범진보 진영의 단독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으로 협상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국민의힘은 "반국익적 처사"라고 반발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반도체특별법 외 은행법 개정안, 가맹사업법 개정안 등도 패스트트랙에 올리면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회는 17일 본회의를 열고 교섭단체 간 쟁점이었던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뺀 반도체특별법을 범진보 진영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은행법 개정안,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패스트트랙에 지정했다. 이에 따라 해당법안은 추후 소관 상임위에서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90일 이내 심사를 마치고, 그로부터 60일 이내 본회의에서 상정돼야 한다. 반도체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교섭단체 간 명암은 엇갈렸다. 앞서 주 52시간 예외조항을 무조건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해 온 국민의힘은 이번 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거애 야당의 폭거", "반국익적 처사"라고 맹비난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민의힘 위원 일동은 성명을 내고 "거대야당은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고 있는 반도체산업의 절규에 아예 눈과 귀를 닫고 있다"며 "국회의 책임과 역할을 포기하는 태도이고, 거대야당의 '잘사니즘'도 말뿐인 구호란 사실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경쟁국들에는 없는 대못 규제인 주 52시간제는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겼다. 국회 산자위에 속한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본회의 이후 "그간 국민의힘이 주 52시간 예외를 핑계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이제는 지체 없이 속도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더 늦기 전에 반드시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정쟁에 머물지 말고 국가 전략을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5-04-17 18:52:36[파이낸셜뉴스] 국회가 1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핵심 연구개발(R&D) 인력 등에 대한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예외 조항 적용을 뺀 반도체특별법을 범진보 진영 단독으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각각 180일과 90일 이내 심사하고, 법사위 심사 이후 60일 이내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5-04-17 13:57:37[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를 포함한 전자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면제 논란에 “예외는 없다”며 관세 부과를 계속 검토한다고 밝혔다. 상호관세가 아니라 다른 범주로 부과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지난 11일 발표와 관련된 혼란을 해명했다. 지난 2일부터 세계 185개 지역 및 국가에 ‘상호관세’를 추가한 트럼프는 11일 대통령 각서에서 상호관세에서 제외되는 반도체 등 전자제품 품목을 명시했으며, 같은 날 관세 징수를 담당하는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해당 수입품의 품목 코드(HTSUS)를 공지했다. CBP가 공지한 상호관세 제외 품목에는 반도체 제조 장비, 스마트폰, 평면 디스플레이 모듈,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다이오드와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반도체 장치, 집적회로 등 여러 전자제품이 포함됐다. 트럼프는 13일 글에서 "지난 금요일(11일)에 발표한 것은 관세 예외가 아니다. 이들 제품은 기존 20% 펜타닐 관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단지 다른 관세 범주(bucket)로 옮기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다가오는 국가 안보 관세 조사에서 반도체와 전자제품 공급망 전체를 들여다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상대로 이용한 비(非)금전적 관세 장벽 및 불공정한 무역수지와 관련해 누구도 봐주지 않겠다. 특히 우리를 최악으로 대우하는 중국은 봐주지 않겠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우리는 제품을 미국에서 만들어야 하며 우리는 다른 나라에 인질로 잡히지 않을 것이다. 특히 중국같이 미국민을 무시하기 위해 가진 모든 권력을 이용할 적대적인 교역국에 대해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들은 CBP 발표 직후 트럼프 정부가 지난 9일 국가별 추가 상호관세 시행을 90일 연기하더니 전자제품 관세 면제까지 꺼내면서 관세 정책을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미국 민주당의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주)은 NBC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이제 신뢰성의 위기에 처했다"며 "우리는 전 세계로부터 듣고 있다. 사람들은 트럼프를 신뢰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중복 방지 위한 노력, 관세 정책 그대로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은 CBP의 면제 목록 관련 보도에 즉각 해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 장관은 13일 ABC뉴스 인터뷰에서 CBP의 공지에 대해 "그 제품들은 상호관세를 면제받지만, 아마 한두 달 내로 나올 반도체 관세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러트닉은 "품목별 관세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이건 영구적인 성격의 면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그저 이런 것은 다른 나라들이 협상해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 것이다. 이런 것은 국가 안보이며 미국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같은 날 CBS 인터뷰에서 "앞서 상호관세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전자제품은 정부 조사 후 별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리어는 "해당 제품들은 상호관세 항목이 아니라 '국가 안보 관세' 항목으로 분류됐기 때문에 상호관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안보 관세 품목들은 관세 부과 전 조사를 필요로 한다"며 "현재 반도체, 의약품, 금속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은 전자제품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다루기 위해 상호관세가 아닌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로 처리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하거나 고율의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이다. 트럼프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해당 법률을 이용해 수입 철강·알루미늄과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추가했으며 구리, 의약품, 목재 등 다른 품목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일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이미 관세를 추가했거나 관련 조사에 들어간 품목에는 중복으로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의 케빈 해싯 위원장은 13일 CNN 인터뷰에서 "(무역확장법) 232조 대상 품목은 늘 (상호관세에서) 제외됐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반도체는 많은 국방 장비에 중요한 핵심 부품인데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결정하는 조사를 진행해 그런 것들을 면밀히 파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5-04-14 06:21:05#OBJECT0# [파이낸셜뉴스] 반도체특별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 단순한 입법을 넘어 산업 경쟁력, 노동권 보호, 나아가 주요 대선주자들의 경제·정치 철학까지 맞물리며 대선 정국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조항은 산업계가 첨단기술 육성과 국제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강하게 요구하는 반면 노동계는 결사적으로 반대하며 여야 간 접점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사안은 단순한 법률 기술 논쟁을 넘어 ‘어떤 국가 성장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유연화 필요"에서 당내 반발에 전략적 후퇴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애초에 근로시간 유연화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산업계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입장이었다. 지난 2월 열린 반도체 특별법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이 전 대표는 “총 노동시간을 늘리지 않는 한도에서, 고숙련 전문 인력이 특정 시기에 몰입할 수 있는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조건부 예외 허용’에 사실상 동의했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속도전 특성상 특정 시기에 과도한 노동이 필요한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곧바로 당내 반발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계와의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고, 당내 노동계 출신 의원들과 한국노총 등 지지 기반은 유연화 조항을 '노동권 후퇴'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이 전 대표는 결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 자체를 중단하자는 것이 아니라 ‘주52시간제 유연화’ 논의는 별도로 미루고 시급한 산업 인프라 및 인재 양성 중심 법안부터 우선 처리하자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국회 산자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본지에 “노동계가 주52시간제 유연화에 대해 전혀 합의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체 법안을 묶어 처리하려 하면 결국 산업계가 피해를 입게 된다”며 “국민의힘은 산업을 돕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가며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현실 정치의 절충’이라는 분석과 ‘우유부단한 메시지’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김문수·한동훈, 주52시간 ‘예외’ 정조준 국민의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회의 논의 지연을 비판하며 정부 차원의 행정조치로 근로시간 유연화를 확보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지난 3월 한 간담회에서 "현행 특별연장근로 3개월은 R&D(연구·개발) 성과를 내기엔 턱없이 짧다”며 “이를 6개월+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는 지침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업계는 지금 당장 필요한 건 법률 개정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현실적 대책”이라며 정부가 보다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정치권의 교착 상황을 우회하려는 정부 차원의 ‘비상 대응’ 시그널로 읽힌다. 업계 관계자들 또한 법안 논의만 기다리다간 골든타임을 놓친다는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이재명 전 대표의 이중적 태도를 강하게 꼬집으며 정치적 일관성과 진정성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이 주52시간 유연화에 대해 간만 보다가 접은 것처럼, 상속세 개편도 결국 정치적 계산 아래 움직이는 것 아니냐”며 노골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지금 필요한 건 확고한 입장과 실천 의지”라며 “진심이라면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산업을 위해서도, 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도 당장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반도체 특별법, 상속세 개편, 감세안 등 쟁점에서 줄곧 ‘시장 친화적 개혁’이라는 정체성을 부각시키며 대선 정국에서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 “유연화는 후순위…핵심은 인프라·인재” 반도체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과는 결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 출신의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주52시간제 예외는 산업 전체의 본질적 요건은 아니다”라며 “일정 시점에 프로젝트 마감이 몰리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필요한 유연성이지, 모든 반도체 노동자에게 예외를 두자는 것은 오히려 제도 악용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진짜 시급한 것은 반도체 생태계를 떠받칠 기반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특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의 공업용수, 전력 인프라, 고급 인력 양성 체계 등이 미비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정부가 보다 선제적으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도체청 같은 조직을 만들어, AI 반도체·비메모리 등 한국이 뒤처진 분야를 집중 관리해야 한다”며 “이러한 전략이 먼저 작동해야 노동 유연화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원 법안 전체를 유연화 논란으로 발목 잡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일”이라며 법안의 시급성과 산업의 생존 문제를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송지원 기자
2025-04-13 12:55:02[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협상하는 것과 관련 상호관세의 기본 세율인 10%가 국가별 상호관세의 하한선 수준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플로리다주로 이동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언론과 만나 국가별 관세와 관련해 10%가 하한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에) 매우 가깝다"라면서 "분명한 이유로 몇 가지 예외가 있을 수 있으나 나는 10%가 하한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관세 협상에 대해 많은 나라와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10% 이상의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5일부터 10%의 기본 관세가 시행되고 있으며 이른바 '최악 침해국'에 대해서는 10%를 초과하는 관세가 9일부터 부과됐으나 시행 직후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이를 90일간 유예했다. 이후 미국은 이들 국가와 이른바 맞춤형 협상을 진행중이다. 협상을 책임지고 있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지난 9일 개별 국가에 대한 관세와 관련해 지난 2일 발표한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상한(ceiling)'이며 기본 관세율인 10%가 '하한'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복 관세로 대응하고 있는 중국과 관련, 시진핑 국가주석과 자신이 항상 잘 지낸다고 언급하면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채에 대해서는 "잠깐 (문제의) 순간이 있었지만 내가 그 문제를 빨리 해결했다"면서 "채권시장은 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면서 채권 시장 문제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 대한 국가별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키로 한 결정의 배경이 됐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그는 또 미국 달러에 대해 "사람들이 우리가 하는 일을 이해하면 달러 가치는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축 통화이며 항상 그럴 것이다. 달러는 엄청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이란간 12일 오만에서 회담과 관련해서는 "나는 이란이 훌륭하고 행복한 나라가 되길 바란다"면서 "그러나 그들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2025-04-12 10:16:58트럼프발(發) 관세폭탄 등 요동치는 국제 외교통상 질서속에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보호막'인 반도체특별법이 여야간 대립으로 장기간 표류중이다. 반도체 산업 주요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국민의힘과 주 52시간 문제 외 내용을 먼저 통과시키자는 민주당 간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뺀 반도체특별법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특별법은 적어도 6개월은 지나야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을 수 있게 된다. 이를 놓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폭탄을 비롯해 대한민국의 반도체 위상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매몰된 채 반도체법 처리의 시급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8일 국회에서 소위회의를 열고 여야 의원들이 각각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심의했지만,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모두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끝내 합의 처리가 불발됐다. 반도체 산업 주요 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제 예외를 '킬러조항'으로 보고 있는 국민의힘은 해당 특례를 포함시키지 않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패권 경쟁 속 미국의 화이트칼라이그젬션, 일본의 고도기술자제도처럼 한국도 고임금·고숙련 개발자에 한해 근로시간을 자율화해야 한다는 게 여권의 주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정부가 지난달 근로기준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반도체 산업의 특별연장근로 인가기간을 최대 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확대하면서 근로시간 문제가 일부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이에 주 52시간 문제를 뺀 나머지 내용들부터 먼저 처리하자고 촉구했다. 산자특허소위원장인 김원이 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특별연장근로 관련 장관고시가 바뀌었으니 산업 현장의 요구는 해소됐다고 본다"며 합의 내용 우선 처리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부의 특별연장근로기간 연장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소위 위원인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본지에 "특별연장근로기간 시행령 개정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반도체 분야의 경우,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나오면서 개발 기간이 길어져서 1년에서 1년 6개월 이상 걸린다. 업계에선 주 근무시간을 정하는 것 자체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각차 속에서 민주당은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패스트트랙을 통해 법안 통과를 강행하겠다는 태세다. 김 소위원장은 "민주당 지도부에 패스트트랙을 상정해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겠다고 법안소위에서 공식적으로 발언했다"고 밝혔다. 이르면 9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반도체특별법 패스트트랙 지정을 지도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소관 상임위인 산자위 위원장은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맡고 있기 때문에 6개월이 소요되겠지만, 민주당 측이 위원장과 국회의장으로 있는 법사위와 본회의에선 이를 신속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측 계산이지만 현재 국내 반도체 산업 위기를 감안할 때 너무 안이한 대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5-04-08 18:10:11[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8일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 통과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주 52시간제 적용 예외를 포함한 반도체특별법 원안으로 국운을 건 반도체 산업 국가총력전에 함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반도체특별법을 상정해 해당 법안 심의에 나선다. 이 자리에서 여야 간 이견이 갈리는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R&D) 분야 종사자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 여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 주요국 반도체 산업 현황과 국내 재벌총수들의 위기의식을 언급한 김 정책위의장은 "반도체특별법은 단순한 노동시간 유연화가 아니라 국가경쟁력과 생존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며 "170여석의 거대 민주당이 더는 강성귀족노조 중심의 협소한 시각에 머물러선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헌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경제계는 정치권이 경제현안에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며 "지금 국민이 원하는 건 민생을 위한 협치다. 국민 전체의 이익, 국민과 산업의 미래를 위한 책임있는 결단으로 반도체특별법 원안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설 줄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5-04-08 09:5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