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2024 파리올림픽에서 가장 유명해진 지도자를 딱 한 명만 꼽자면 역시 태권도 오혜리 코치일 것이다. 한국 체육대학 교수로 재학 중인 오 코치는 이번 대회 서건우를 전담코치하며 판정을 뒤집는 걸크러시의 면모와 선수를 따뜻하게 보듬는 엄마 리더십으로 엄청난 조명을 받았다. 그녀의 리우 올림픽 금메달 이력까지 덩달아 주목받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역도에서 박주효, 박혜정 등의 코치 논란이 거센 가운데 올림픽 코치의 전형은 바로 오혜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오 코치가 주목받은 것은 박빙의 상황에서 정말 빠른 판단력이다. 9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80㎏급 16강전에서 서건우는 호아킨 추르칠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다. 오코치는 서건우가 5점 이상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있었다. 오 코치는 “일단 뒤돌려차기가 들어가고, 여기에 득점이 나온 상황에서는 넘어지면 감점이 없다. 단, 상대편은 라인밖으로 벗어나면 감점이 나온다. 만약 그런 상황에서 동점이 되면 그 이후에는 기술 점수로 들어간다. 회전차기 기술이 많이 나온 쪽이 승리하는 것”라고 해당 상황을 복기했다. 그리고 동점이 된 상황에서 승패가 뒤바뀌자 회전차기 기술이 서건우가 더 많다는 것을 정확하게 복기하고 경기장 위로 뛰어올라갔다. 여기에 더해 기록원실까지 뛰어가서 이 부분을 봐달라고 정확하게 집었다. 코치가 왜 경기장에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8월 14일 한국체대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며 마주 앉은 오 코치는 당시 상황에 대해 “물러서면 상황은 끝이었다. 다음 경기가 바로 시작되고 상대 선수가 퇴장하면 우리는 억울해도 받아들여야만 한다. 훗날 태권도연맹의 사과는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과는 필요없다. 이 순간을 위해 3년을 달려온 제자가 잘못된 판정으로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랐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세계태권도연맹은 오 코치의 행위에 대해서 정식으로 사과를 하라는 공문을 발송해왔다. 오 코치는 “제가 잘못했으니 해야죠”라고 웃으면서도 “그런 상황이 오면 나는 다음번에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오 코치는 엄마 리더십도 각별하다. 서건우는 올림픽 직후 다리에 기브스를 했다. 애초부터 좋지 않았던 무릎이 경기를 치르면서 인대쪽을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오 코치는 “건우에게 늘 하지 말라는 것 투성이었다. 쉬지마라, 콜라 마시지 마라 등 잔소리만 했는데 그 고생이 메달로 돌아오지 못해 너무 속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우가 나간 80kg은 마의 체급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에 처음 나간 체급이고,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 뛴 경험 자체가 없다. 악착같이 기어올라서 올림픽에 나간 것이라서 더 힘들었다”라고 회상하기도 했다. 오혜리 코치는 한국 태권도의 미래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태권도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민국이 금2 동1개로 전체 1위다. 한국이 태권도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금 2·동 3) 이후 8년 만이다. 태권도는 세계화가 잘 진행되어 총 8개의 금메달을 한국, 이란, 프랑스, 튀니지, 헝가리, 태국, 우즈베키스탄이 나눠가졌다. 오 코치는 “한국은 만약 태권도 협회와 체육회가 체계적인 지원만 해주면 몇 배의 금메달이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태권도는 초기에는 한국이 메달을 독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출전을 제한했지만, 이제는 그것이 모두 풀렸다. 각 체급에 16명밖에 없는 이유는 회원국 수가 워낙 많아 올림픽에 가기가 위해서는 엄청난 예선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올림픽 태권도는 남자 4체급(-58kg, -68kg, -80kg, +80kg) 여자4체급(-49kg, -57kg, -67kg, +67kg)으로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있다. 출전권 획득 방법은 총 3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특정 기간까지 랭킹 5위안에 들면 자동 출전권이 주어진다. 두 번째는 중국에서 열리는 우시그랜드슬램시리즈대회다. 해당 대회 포인트가 가장 높은 1명이 자동 출전권 획득이다. 세 번째는 지역 대륙선발전이다. 아시아는 총 2장의 출전권이 걸려있다. 김유진이 이렇게 올림픽에 출전한 케이스다. 이렇게 해서 총 8장까지 획득이 가능하다. 오 코치는 “태권도는 겨루기 외에도 품새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또한, 미리부터 랭킹을 관리하려면 여러 세계대회에 나가야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예산도 상당히 많이 든다. 선수가 어느정도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예산을 투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은 이해한다. 하지만 금메달 1개를 만드는데 얼마나 힘이 드는지를 생각해보면, 태권도는 체계적으로 랭킹을 관리하고 투자하면 무더기 금메달이 가능한 종목이다. 8체급 출전하면 최소 절반 이상은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오 코치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이번에도 한국은 4체급 전원이 4강에 올랐고 2개의 금메달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옆 나라 일본은 레슬링에서 무려 8개의 금메달을 쓸어서 종합 3위에 올랐다. 한국도 충분히 가능하고, 지원만 체계적으로 들어가면 대한민국 최다 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양궁이 아니라 태권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오 코치는 이번 올림픽에 대해 “박태준은 워낙 당일 몸이 좋았다. 장준이라는 라이벌을 꺾고 갔기 때문에 더 사기가 충천했을 것이다. 김유진은 워낙 리치가 길어 상대가 접근을 못하더라. 서건우는 이 체급에서는 적수가 없어서 다음 올림픽도 충분히 출전 가능하다. 공백이 생긴 이다빈의 체급에 누가 치고 나오는지가 관건”이라며 다음 올림픽에도 태권도의 미래가 밝다고 확언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16 20:30:04[파이낸셜뉴스] 서건우가 끝내 메달에 실패하자 오혜리 코치도 함께 울어버렸다.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오혜리(36) 코치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서건우(20·한국체대)를 말 그대로 구했다. 9일(현지시간) 오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80㎏급 16강전은 서건우의 올림픽 데뷔 무대였다. 서건우는 호아킨 추르칠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다. 최종 승자는 서건우였지만 2라운드가 막 끝난 시점 승자가 추르칠로 선언됐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와 함께 회심의 뒤차기를 성공한 데다 상대 감점까지 끌어내 16-16을 만들었다. 이같이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오 코치는 서건우가 두 차례, 추르칠이 한 차례 회전 공격을 성공했음을 알고 있었다. 일단 경기가 종료되고 선수들과 경기 관계자들이 모두 떠나면 더는 결과를 바로잡을 기회가 없다고 판단했다. 빠르게 마음을 굳힌 오 코치는 코트로 뛰어들어 심판을 붙잡고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양손 검지를 흔들며 잘못된 판정임을 강조한 오 코치는 이번에는 본부석으로 뛰어가 오심이라고 따졌다. 오 코치의 대처 덕에 판정은 번복됐다. 시스템상 오류로 회전 공격보다 감점 빈도가 먼저 계산된 게 드러났다. 서건우는 기사회생해서 16강을 통과했다. 오 코치는 16강전을 돌아보며 "심판 대신 기술 담당 대표에게 말해야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뒷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대로 끝나면 뭘 해도 뒤집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오 코치는 당시 항의로 인해 세계태권도연맹(WT)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규정상 지도자는 심판이 아니라 기술 담당 대표에게 항의해야 한다. 장내의 관중들을 상대로 특정한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행동도 자제해야 한다. 양팔을 높게 치켜들며 억울함을 표현했던 오 코치의 행동에 WT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공개 사과도 요구했다. 징계 조치 가운데 오 코치에게 '경고 및 공개 사과'를 적용한 것이다. 오 코치는 "내가 사과해야 한다"면서도 "선수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뭐든지 해야 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체대와 대표팀에서 서건우를 지도한 오 코치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여자 67㎏급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만, 이런 오코치의 노력은 메달로 돌아오지는 못햇다. 아쉽게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서건우는 3위 결정전에서 '덴마크 복병' 에디 흐르니치에게 라운드 점수 0-2(2-15 8-11)로 졌다. 눈시울이 붉어진 오혜리 코치는 "건우가 정말, 누구보다도 열심히 했다"며 "좋아하는 콜라도 끊고, 탄산수를 먹이면서 운동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서건우 또한 메달로 보답하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 하며 "오 코치님께 너무 감사하다. 더욱 열심히 하는 제자가 되겠다"라고 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10 08:03:34[파이낸셜뉴스] 말 그대로 죽다 살아났다. 모두가 진 줄 알았다. 하지만 오혜리 코치의 강단있는 항의가 서건우를 살렸다. 사흘 연속 '금빛 낭보'를 꿈꾸는 한국 태권도 대표팀의 서건우(20·한국체대)가 2024 파리 올림픽 첫판에서 판정 번복 끝에 기사회생했다. 서건우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제압하고 8강으로 올라섰다. 2라운드처럼 동점이 된 라운드에서는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1라운드를 패한 서건우가 이 기준에 따라 2라운드도 내준 듯했다. 이에 따라 심판도 처음에는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하지만 오혜리 대표팀 코치의 강력한 항의로 심판들이 모여 다시 각 동작들을 검토한 결과, 판정을 번복하고 2라운드를 서건우의 승리로 인정했다. 심기일전한 서건우는 이어진 운명의 3라운드에서 30초 만에 연속 8점을 내며 승기를 잡았고, 결국 14-1로 완승했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올림픽 직전인 지난 6월까지 집계한 겨루기 랭킹에서 서건우는 4위, 추르칠은 24위다. 8강 상대는 요르단의 강호이자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살리흐 엘샤라바티(5위)와 엔히키 마르케스 페르난지스(브라질·23위)의 맞대결 승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9 17:10:04[파이낸셜뉴스] 14일 한국체대에서 만난 오혜리 코치는 당시 서건우의 상황에 대해서 “점수를 일일이 계산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히 잘못된 것은 알고 있었다. 선수가 퇴장하고 내가 들어가버리면 상황은 끝이다. 나중에 재심을 신청하면 사과는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사과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못된 판정이고 이것을 바로 잡아달라고 말하기 위해서 뛰어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오혜리 코치는 서건우의 모든 것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훈련 과정을 모두가 다 통솔했고, 그의 장단점과 상대, 그리고 태권도의 복잡한 규칙까지 모두 꿰고 있었다. 4강에서 탈락한 뒤 서건우는 “오혜리 코치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며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태권도는 이번 대회 총 4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전체가 함께 훈련하지만, 코치는 그 선수에 대해서 잘아는 코치가 맡았다. 한국 체대 교수인 오 코치가 서건우의 전담 코치로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역도 국가대표 코치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일단 메달 획득에 실패한 역도 국가대표 박주효(27·고양시청)가 코치진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은메달을 딴 박혜정(21·고양시청)은 코치진의 실수로 용상 마지막 3차 시기를 허무하게 실패한 후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박주효는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제가 목표하던 것들 중에 가장 컸던, 그리고 가장 꿈꿔왔던 올림픽을 마쳤다”며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는데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잔인했던 올림픽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림픽이라는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저와 저를 응원해 주셨던 분들께 너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박주효는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회 때 그동안 나와 쭉 호흡을 맞췄던 지도자분께서 제 시합 때 작전을 맡아주셨으면 좋겠다”며 “내가 얼마나 준비했는지, 몇 ㎏을 자신 있게 하고 왔는지를 모르시는 분께서 지휘하다 보니까 내가 준비한 무게보다 너무 많이 다운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합 도중 멘탈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박주효는 사연이 많은 선수다. 군 복무 시절 허리를 크게 다쳐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역도를 포기하라"고 권고하는 의료진도 있었다. 하지만 박주효는 의사가 '최소 3년'이라고 예상했던 재활 기간을 '1년'으로 줄였고,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다. 이어 올해 4월 태국 푸껫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남자 73㎏급 경기에서 인상 150㎏, 용상 195㎏, 합계 345㎏을 들어 5위를 차지하며 2024 파리 올림픽 진출권도 따냈다. 극적으로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결과는 아쉬웠다. 용상 3차 시기에서 196㎏을 시도하다가 바벨을 등 뒤로 떨어뜨린 뒤 박주효는 눈물을 흘렸다. 역도에서의 코치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박혜정은 용상 3차 173㎏을 신청했고, 전용성 역도 대표팀 감독 등 코치진은 신청 무게를 더 올릴지 고민하다가 '무게 변경 시간'을 놓쳤다. 결국 박혜정은 서둘러 플랫폼에 올랐다. 역도는 '알람'이 울린 뒤 1분 안에 바벨을 들어야 성공 판정을 받는다. 선수 대부분은 40초 정도 남기고 플랫폼에 올라 바벨을 든다. 하지만, 이날 용상 3차 시기에서 박혜정은 약 10초가 남은 상황에서 벨트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플랫폼에 올랐다. 입장하면서 벨트를 걸쳤고 분가루도 제대로 바르지 못하고 2초를 남기고 겨우 바벨을 잡았다. 정신 집중할 시간은 언감생심이었다. 바벨을 드는 클린은 종료 1초를 남기고 성공했다. 하지만 당연히 실패를 할 수밖에 없었다. 방송 중계를 하던 전현무 아나운서가 “왜 저렇게 급하게 나오죠”라고 질문할 정도였다. 박혜정은 “탄마 가루도 제대로 바르지 못하고 들어갔다. 17초를 남기고 들어가서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금메달 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용상 3차 시기가 너무 많이 아쉽고 화가났다”라고 말했다. 리원원과의 격차가 예상보다 훨씬 작았기에, 용상 3차 시기의 실수는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역도는 이번 대회 5명이 출전해서 박혜정 은메달 외에 메달이 없다. 나머지는 전원 6위 밑으로 떨어졌다. 결과는 반드시 그 이유가 있는 법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14 16:41:59기사회생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쓰는 것이다. 한국 태권도 서건우(20·한국체대)가 판정 시스템 오작동으로 하마터면 2024 파리 올림픽 첫판에서 탈락할 뻔했다. 태권도 경기에서 라운드 동점 시 승자를 가리려 각종 경기 지표를 계산할 때 일부 항목의 우선순위가 잘못 설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서건우(세계랭킹 4위)는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그랑팔레에서 열린 대회 남자 80㎏급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24위)을 라운드 점수 2-1(6-8 16-16 14-1)로 이겼다. 그야말로 진땀승이었다. 1라운드를 내준 서건우는 2라운드 종료 34초 전 6-15까지 밀렸다. 다급해진 서건우는 매서운 발차기 공세를 퍼부었다. 2라운드 종료 13초 전 상대 감점으로 1점을 딴 서건우는 한 차례 감점을 받긴 했지만 이후 회전 몸통 공격(4점)으로 11-16까지 따라갔다. 이어 종료 직전 온 힘을 짜내 뒤차기를 시도한 게 상대 몸통에 맞았다. 동시에 추르칠이 경기장 밖으로 나가 감점까지 주어지면서 경기가 종료됐다. 이 때부터 '판정의 시간'이 시작됐다. 서건우의 마지막 공격은 처음에 2점으로 인정됐다. 하지만 회전 공격으로 몸통을 때리면 4점을 받아야 한다. 14-16으로 최종 스코어가 끝난 상황에서 심판진이 장면 검토에 들어갔고, 칠레 코치진도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서건우가 뒤차기를 한 걸로 인정돼 극적으로 2라운드가 16-16 동점이 됐다. 라운드 동점인 경우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몸통-주먹-감점의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각 항목을 검토한 심판진은 처음에는 추르칠의 승리를 선언했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의 공식 정보 사이트 마이인포에도 이때 추르칠을 16강전의 승자로 발표됐다. 그러자 서건우가 심판에 항의했고, 오혜리 대표팀 코치까지 코트로 뛰어들어와 이의를 제기했다. 오 코치는 10초간 경기장 위에서 심판과 본부석을 오가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경기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각 동작과 장면을 따져보며 동점 상황에서 판정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재검토했다. 이 과정이 길어지자 '정확한 판정을 위함이니 양해를 부탁 드린다'는 장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결과는 번복이었다. 서건우의 2라운드 승리가 인정됐다. 우승 후보로 언급되다가 첫판부터 패배 직전까지 간 서건우는 심기일전해 3라운드를 14-1로 완승했다. 서건우의 8강 상대는 요르단의 강호이자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살리흐 엘샤라바티(5위)를 꺾고 올라온 엔히키 마르케스 페르난지스(브라질·23위)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2024-08-09 19:25:56[파이낸셜뉴스] 2024 파리올림픽 태권도 남자 80㎏급에 출전한 서건우(20·한국체대)가 8강에 진출했다. 서건우는 9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태권도 남자 80㎏급 16강전에서 호아킨 추르칠(칠레)을 2-1(6-8 16-16 14-1)로 이기고 8강에 올라갔다. 2라운드처럼 동점이 된 라운드에서는 회전차기로 딴 점수가 더 많은 선수, 머리와 몸통, 주먹, 감점 순으로 낸 점수가 더 많은 선수, 전자호구 유효 타격이 많은 선수 순으로 승자를 결정한다. 심판은 처음에 2라운드 서건우 패배를 선언했지만 오혜리 대표팀 코치 항의로 재검토한 끝에 판정을 번복하고 2라운드 승리로 인정했다. 서건우는 이어진 3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두며 최종 2-1로 8강에 진출했다. 서건우는 2003년생으로 지난해 12월 월드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우승하며 파리행 티켓을 따냈다. 우리나라는 이 체급 메달이 아직 없다. 서건우가 우승할 경우 우리나라는 태권도 종목에서 사흘 연속으로 금메달을 수확하게 된다. butter@fnnews.com 강경래 기자
2024-08-09 17:4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