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투자금 명목으로 받은 수십억원을 이른바 '폰지사기' 수법을 이용해 가로챈 40대 여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2일 전북경찰청은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40대 A씨를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정읍과 전주 등에서 지인 등 10여 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21억원 가량을 건네받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A씨에게 투자 명목으로 수억원을 건넸지만 이를 돌려받지 못했다"라는 내용의 고소가 여러 건 접수돼 A씨를 추적해 왔다. A씨는 모습을 감춘 지 3주 만에 경찰에 붙잡혀 현재 구속된 상태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른바 '폰지사기' 수법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폰지사기는 나중에 투자한 사람의 돈으로 먼저 투자한 사람의 수익을 지급하는 피라미드형 금융 사기로 고수익을 약속해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형태로 신뢰를 얻을수록 더 큰돈을 끌어모은 뒤 특정 시점에는 이를 중단하고 잠적하는 방식이다. A씨는 정읍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면서 수년 전부터 거래처 관계자나 지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10~30% 이자를 지급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적은 돈으로 시작했으나 큰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오자 투자자들은 점차 많은 돈을 A씨에게 맡기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던 중 A씨는 지난달 초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기고 자취를 감췄다. A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피해자들이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구속 상태의 피의자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한 끝에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해 송치했다"고 전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3-05-02 14:03:23[파이낸셜뉴스] 배달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음식을 주문한 뒤 50여 차례 넘게 음식값 및 배달비를 내지 않은 30대 여성에게 징역 4개월이 선고됐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단독 사경화 판사는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4개월을 선고했다. 또 손해배상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A씨는 부산 해운대구 한 오피스텔에서 2021년 6월 배달 앱으로 고가의 음식을 주문한 뒤, 배달 기사에게 “계좌번호로 비용을 지불하겠다”고 거짓말했다. A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총 54차례에 걸쳐 배달비 약 207만원을 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가 주문한 배달 음식은 초밥, 햄버거, 맥주, 커피, 디저트 등 다양했다. 그는 배달원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음식 대금을 곧 송금하겠다”고 거짓말을 하며 범행을 이어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같은 해 4월 해운대의 한 돈가스 전문점을 찾아 자신이 방송작가라고 속이며 “곧 웹드라마를 촬영할 예정이다. 드라마 장소로 사용할 식당을 섭외 중인데 당신 식당을 사용하도록 해 주겠으니 협찬비를 달라”고 요청했다. 거짓말에 속은 식당 사장은 두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송금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운영하는 옷 가게 종업원들에게 음식을 먹도록 한 것이고, 재정 사정이 여의찮아 대금을 결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은 동종 범행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집행유예 기간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며 “다만, 잘못을 일부 인정하고 피해 복구를 다짐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3-04-17 17:10:01[파이낸셜뉴스] 비오는 날 옷가게를 찾아온 맨발의 노숙인에게 양말과 신발을 신겨 돌려보낸 한 가게 사장의 사연이 공개돼 훈훈함을 주고 있다. "술 한잔 덜먹지"..장사 안되지만 신발 나눠준 자영업자 지난달 22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매장에 들어온 노숙자…'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옷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작성자 A씨는 "비가 와서 유독 더 한가했던 날 오후에 매장에 노숙자 아저씨가 들어왔다"고 운을 뗐다. 그는 "(노숙자는) 무슨 말인지 계속 중얼중얼 거리며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더니 '겨울옷은 얼마냐'며 한마디 물어보고 조금 있다가 나가더라"고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A씨는 노숙인이 매장을 나서는 뒷모습을 보고 따라나섰다고 한다. 노숙인이 비가 오는 날 물에 퉁퉁 불은 맨발로 걸어 다니는 모습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그는 "참을 수가 없어 나가서 둘러봤더니 멀리는 못갔더라"며 "같이 매장으로 들어와서 판매 중인 양말과 발에 맞는 운동화 신겨서 보내드렸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요즘 너무 한가하지만 술 한잔 안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며칠뒤 수염 깎고 나타난 노숙인 "돈 벌어서 꼭 갚을게요" 그로부터 며칠 뒤, 노숙인은 다시 A씨의 가게를 찾아왔다고 한다. A씨는 "덥수룩하던 흰수염을 다 깎아서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전했다. 노숙인은 주머니에서 증명사진을 꺼내 A씨에게 보여주며 "주민등록증 재발급하러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A씨는 "(노숙인이) 돈 벌어서 신발값이라도 갚겠다고 하는 걸 선물이니 괜찮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통해 저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작게나마 더 베풀며 열심히 살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장님 복받으실 거다", "감동적이다", "쉽지 않은 일인데 존경스럽다", "마음이 따뜻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11-12 08:16:03[파이낸셜뉴스] 한 여성 손님이 빵 모양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사장에게 빵을 던져버리는 등 행패를 부려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25일 JTBC '사건반장’은 울산광역시 북구의 한 매장에서 빵을 판매하는 A 씨의 사연을 보도했다 A 씨에 따르면 지난 20일 50~60대로 보이는 한 여성 손님이 가게를 찾아왔다. A 씨는 손님에게 카드를 받아 결제한 뒤 주문 받은 빵을 만들고 있었다. 그런데 빵 반죽에 치즈를 넣는 과정을 보던 손님이 갑자기 “치즈를 반듯하게 사각형 모양으로 자르지 않았다”며 “그런 식으로 장사하냐?”고 따지기 시작했다. 이에 A 씨는 “자연산 치즈라 다소 부자연스럽게 잘릴 수 있다”며 “크기가 다르게 잘려도 양이 더 많은 부분을 넣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님은 계속 빵 모양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언성을 높이더니 급기야 A 씨를 향해 빵을 던져버렸다. A 씨 옷에 슈크림이 묻자, 손님은 "내가 그런 게 아니다"라고 얼버무린 뒤 그대로 가게를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손님이 다시 나타나 A 씨를 향해 “던진 빵을 다시 내놓아라.””며 황당한 요구를 했다. A 씨는 “빵을 다시 만들어 주겠다고 했는데도 거절하더라”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손님에게 화내기가 어렵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하소연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젠 모양으로 진상 짓하냐?”, “CCTV가 신의 한 수다”, “돈 냈으니까 갑질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건가” 등 무례한 손님에 대한 비판 글을 쏟아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많은 네티즌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고소하고 보상받으세요. 손님에게 그런 일을 당하는 것을 당연시하면 안 됩니다. 이건 범죄입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꼭 피해보상 받으세요. 안 그러면 다른 사람도 피해를 봅니다"라며 피해 보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젠 모양으로 진상 짓하냐?”, “돈 냈으니까 갑질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건가” 등 다양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7-29 05:18:10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비슈케크에서 계획한 일들이 거의 끝나가자 슬슬 이곳을 떠나 다음 나라로 갈 준비를 했다. 서너달가량 아무 문제없이 잘 달려준 까브리지만 한국분들이 많은 비슈케크에서 한번 체크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코리아모터스란 정비소를 소개받아 찾아갔다. 친절하신 사장님은 까브리 안쪽 타이어까지 꼼꼼하게 공기압체크를 해주시고 차를 잘 돌봐주셔서 매우 든든했다. 비슈케크를 떠나기 전 들린 곳은 '카페 비스킷'이다. 이곳에 도착한 첫주에 현지분들과 처음 만나 식사를 한 곳인데 정말 맛있고 저렴해서 앞으로 이런 식당을 또 만나랴 싶어 탄이와 둘이서 비슈케크 마지막 식사를 하러왔다. 작은 마시멜로가 듬뿍 올라간 코코아로 당을 채우고 행복해하는 탄이. 내가 좋아하는 브런치요리가 예쁘게 담겨 나왔다. 샐러드, 수란, 핫케잌, 베이컨 등등 맛있게 냠냠. 다음 목적지는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이다. 목적지까지 3일이상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이 될것이다. 카자흐스탄을 경유하는 코스도 있지만 국경을 2번이나 넘는 것이 부담이 돼서 키르기스스탄 남서쪽의 오시(Osh)를 통해 우즈벡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비슈케크를 출발하는 아침, 새벽에 눈이 떠졌다. 두달간 머무르며 좋은 분들과 의미있는 경험을 하는 시간도 좋았지만 다시 여행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흥분과 설레임이 우리를 사로잡았다. 여태껏 비슈케크에서 카라콜, 이식쿨호수, 나른 등등 주변을 다닐때는 항상 동쪽으로 갔었는데 처음으로 서쪽으로 방향을 잡고 떠난다. 가을이 된 비슈케크는 여름내 한방울도 안온 비가 많이도 내린다. 출발하는 날에는 약간 흐렸지만 비는 안와서 짐 싣기 좋았다. 비슈케크에서 왔다갔다 할 때와는 다른 느낌의 드라이브. 이제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곳으로 떠난다는 실감이 몹시도 든다. 하늘에 아름다운 뭉게구름과 저멀리 병풍처럼 이어진 키르기스의 설산과 황금빛 들판이 엽서속 풍경인양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참을 달려 산 근처까지 다다르자 웬 화물차들이 끝이 없는 줄을 지으며 길 양옆에 서있다. 이 차들은 뭘까? 설마 우리도 줄서서 기다려야 하는 건 아니겠지? 살짝 불안한 마음으로 끝까지 가보자 황당하게도 톨게이트가 나왔다. 한국 떠난 후 처음 보는 톨게이트다. 827솜을 내고 QR코드가 있는 영수증같은 것을 받았는데 징수원이 열심히 설명하는 것이 표를 절대 버리면 안된다고 하는 듯 하다. 나중에 확인하는 곳이 있으니 잘 간수해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아무도 보자고 한 사람은 없었다. 해발 3000m를 향한 본격적인 자동차 산행이 시작 되었다. 구불구불 오르막 산길을 계속 가다보니 눈이 쌓인 산들이 옆으로 지나간다. 코너를 돌 때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온다. 스마트폰의 고도계 앱으로 계속 현재 고도를 확인했는데 2000, 2500, 드디어 3000m가 넘었다. 세상이 온통 하얗고 눈보라가 겨울왕국인듯 신비한 장면을 만들고 있었다. 아스팔트 위로 눈알갱이인지 연기같은 하얀 가루들이 바람에 물결무늬를 만드는 모습이 신기하다. 하지만 내리는 눈과 안개에 시야가 점점 안좋아져서 도로의 상태가 걱정되고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때 다행히도 탄의 레이더에 들어온 노련한 운전자의 차 한대. 든든한 선행차 친구가 있으니 초행길도 문제 없다. 룰루랄라 따라가다보니 터널이 나왔다. 한국을 떠난 이후로 처음 보는것이 톨게이트뿐이 아니었다. 그 넓은 시베리아와 세나라를 다니는 동안 단 한개의 터널도 없었던거다. 큰 트럭들이 터널앞에 줄서있는데 우리 친구차는 옆을 지나쳐 들어가는 것이 대충 분위기가 터널이 좁아서 큰 트럭은 신호등의 신호를 받고 가야하고 작은 차들은 그냥 가도 되는 것 같았다. 터널앞 신호등은 빨간불이었지만 우리도 얼른 친구차를 따라 들어갔다. 터널 폭은 좁고 노면은 울퉁불퉁해서 속도를 낼 수가 없다. 생각보다 꽤 긴 터널이었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이곳은 눈이 펑펑내리는 완전히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세상이다. 길가옆에 부랴부랴 스노우체인을 장착하는 승용차들이 여럿 보였다. 다행히 까브리는 겨울용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빙판에 미끄러지는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래도 좀 위안이 된다. 앞차의 흔들림이 심상지 않은 것을 보니 바짝 긴장이 된다. 눈과 얼음으로 길에 심한 요철구간을 지난다. 쿵덕쿵덕 천장에 머리를 찧을 정도로 흔들리며 우리도 조심조심 지나갔다. 도로의 난이도가 계속해서 올라가는 것 같다. 그래도 노련한 선행차가 있어 다행이다. 절대 놓치지 말아야겠다. 탄이는 내가 아름답다고 하는 경치 보랴 어려운 구간 운전하랴 바쁘다. 터널을 지나니 곧 내리막길이 되어 산을 어느정도 내려오자 도로상태가 매끈하니 좋아졌다. 산을 내려오자 좀전에 눈보라에 온세상이 하얗던 겨울왕국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봄이 찾아왔다. 계속 달려 한두시간이 지나자 이번엔 뙤약볕이 내리쬐고 민둥산에 갈색들판의 사막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대체 하루에 몇가지 계절을 보는건지 참 버라이어티하다. 점심 즈음에 커다란 호수를 만났다. 호수 가까이 차를 대고 잠시 쉬며 식사를 하기로 했다. 구름 사이로 햇빛 줄기가 퍼지고 영롱한 푸른빛의 호숫물이 반짝이고 주변의 높은 언덕은 맨 흙의 속살을 드러내며 태초에 지어진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호수를 두르고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오늘 하루동안 정말 다양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열심히 일하며 보낸 두달을 모두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남서쪽으로 달리고 달려 해가 지기 시작할때가 되어 차박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길에서 조금 들어간 평지에 강이 내려다보이는 멋진 정박지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풍경이 예술이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어떨까 기대된다. 그런데 우리가 차를 세운 언덕 바로 아래쪽에 살림집이 있어 탄이가 이곳에 차를 대고 자도 괜찮겠냐고 물어봐야겠다며 갔다. 처음엔 돈을 내라고 해서 그럼 그냥 가겠다고 하자 그냥 자도 된다고 했다고 한다. 그집 아이들과도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었다. 차를 잘 대고 잠을 청하는데 개짖는 소리가 심상치가 않다. 개떼가 차를 둘러싸고 짖는 듯이 위협적이고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개떼가 밤에 노는 곳을 우리가 뺏은건가 싶을 정도였다. 버티다버티다 안되겠어서 일어나 깜깜한 밤 조용히 다른 잘곳을 찾아 차를 몰았다. 길옆 작은 마을로 들어가서 적당한 곳을 발견하고 나머지 잠을 잤다. 오늘은 국경을 넘는 날이다. 지도를 보니 오시까지 안가더라도 근처 1시간거리에 국경이 있는 듯 했다. 꼭 오시에 갈일이 있는게 아니니 '더 빠른 국경이 있으면 좋지' 하며 찾아갔다. 마을에 도착하자 국경 근처부터 차와 사람들이 엄청 많다. 차는 많은데 길이 막혀있다. 내려서 물어보고 말이 안통해 고생하다 겨우 알아낸 것은 차량 통과는 안되고 사람만 왕래가 가능한 국경인 모양이다. 사람들이 괜히 오시 이야기를 한게 아니었다. 뭐 이것으로 사람만 통과 가능한 국경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치고 다시 오시로 향했다. 오시에 다다르자 차가 막히기 시작한다. 다시 도시에 들어온 느낌이다. 러시아번호판을 단 차량이 종종 보인다. 징집을 피해 주변국으로 도망가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그런 사람들인가 싶었다. 키르기스스탄 제2도시 오시, 도시의 분주함이 느껴진다 드디어 국경검문소에 도착했다. 커다란 화물트럭들이 줄지어 서있다. 검문소 앞에 도착하니 바로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알고보니 길 좌우에 세워진 승용차들이 다 입국을 기다리고 있는 차들이었다. 말도 안통하는데 삐끼인듯한 사람이 자꾸 와서 말을 건다. 대충 눈치가 돈을 내면 빨리 들어갈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같은데 그냥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시간 정도 기다리자 드디어 우리 차례가 왔다. 기다림이 길어져서 삐끼도움이라도 받아야하나 좀 고민하고 있었는데 역시 기다리니 순서대로 해준다. 다행이다. 군인의 지시대로 안쪽으로 들어왔다. 국경을 넘는 다른 차들은 대개 짐이 없다. 불필요한 의심을 안받고 검문과정을 쉽게 넘기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맥시멀리스트로 4계절 살림을 다 싣고 다니니 입국심사가 오래걸릴 수 밖에 없다. 키르기스출국심사를 통과하고 우즈벡 입국심사를 받을때엔 벌써 해가 졌다. 입국심사 때에는 동승자는 하차해서 도보로 통과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번에는 당황하지 않고 여권과 간단한 배낭 하나를 들고 내렸다.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걸어가다가 검문대 앞에 줄을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희잡 쓴 아주머니들이 농산물 등 짐을 잔뜩 들고 간다. 여기도 국경간 농산물 통과가 자유롭나보다. X레이 검사대 같은 것이 있긴했는데 그냥 옆으로 지나서 십여분 만에 국경을 통과했다. 키르기스 국경보다는 훨씬 큰 상점과 음식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탄이를 기다렸다. 낮엔 더웠는데 밤이 되자 기온이 점점 내려간다. 얇은 긴팔 하나만 입고 나왔는데 너무 추워서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몸을 움직이면 좀 덜 추울까 하고 손으로 팔을 비비며 깡총깡총 뛰고 있는데 뒤쪽에서 누가 오더니 말을 건다. 음식점 주인이 나의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는 실내에서 기다리라며 고마운 제안을 해주셨다. 마침 손님이 하나 없어 편하게 테이블에 앉아서 기다릴 수 있었다. 가게에서도 내가 떨고 있는 걸 보더니 입고 있던 얇은 패딩 윗옷을 벗어 덮어주기까지 했다. 염치없었지만 너무 추워서 냉큼 받았다. 민망하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3시간정도 기다린 후에 드디어 탄이 까브리와 함께 나왔다. 나그네의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온정을 베풀어주신 고마운 음식점 사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까브리에 탔다. 나는 도움 받은 일을 탄이에게 신나게 이야기하고 탄이는 국경 넘은 과정을 이야기해주었다. 생각보다 그렇게 까다롭게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입국을 자축하며 잘 곳을 찾아 가까운 작은 도시에 들어갔다. 한적한 어떤 주차장에서 차박을 하기로 했다. 큰길에서 약간 들어간 곳이라 조용하고 한산했는데 자다가 지나가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 긴장하기도 했지만 별일 없이 잘 잤다. 무사히 하룻밤을 또 보내고 이제 드디어 타슈켄트에 도착하는 날이다. 새로운 나라에 왔으니 환전과 유심구입을 해야한다. 키르기스 돈은 솜인데 우즈벡 돈은 숨이다. 오 다르고 우 다르다. 안디잔과 나망간을 경유해서 400km 6시간 거리이니 오후에는 도착하겠다 싶었다. 우즈벡의 도로는 키르기스스탄보다 넓고 포장 상태도 좋다. 여정이 편안하다. 가는 길에 보이는 차들이 거의가 하얀색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하얀색 다마스가 엄청 많이 눈에 띄어 한번에 5~6대의 하얀색 다마스를 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마치 하얀양떼가 우르르 함께 돌아다니는 것 같은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대우에서 우즈벡에 공장을 세워 여기서 생산된 다마스가 매우 저렴하게 판매되어 인기가 많다고 한다. 우즈벡의 도로는 정비 잘된 고속도로의 느낌이어서 어제 지나온 길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우리 마음속에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였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SKa6Pdx5afI?si=SOqgaoMsnZ3dwvzN>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11 14:58:04[파이낸셜뉴스] 자신이 운영하는 만화카페에서 손님들이 성행위를 해 고민이라는 업주의 사연이 전해졌다. 9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스터디카페 만화카페 보드카페 손님 성행위 어디까지 참아야 하나'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만화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장마로 비도 오고 습해서 짜증나는데 굴방 내 성행위 때문에 미치겠다. 발견하면 심장이 뛰고 손발도 떨린다"고 털어놨다. 결국 굴방 내 커튼을 모두 없앤 A씨. 그는 "근데도 (성행위를) 한다"며 "미성년자들은 호기심에 뽀뽀, 키스 다 할 수 있다고 이해한다. 그런데 왜 공공장소에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미성년자는 좋게 얘기해서 보내거나 부모님들 불러서 상황 말씀 드리고 혼내면 해결되는데, 나이가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처럼 보이는 분들이 다 보이는 곳에서 옷 벗고 물고 빨고 있으니 눈이 돌더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여자 분은 도망가고 남자 분만 경찰서에 넘겼다. '더워서 옷을 벗고 있었다'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더라"라며 "옆자리 손님이 같이 진술해주셨고 지금 형사님 전화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에는 참지 않고 민사까지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게는 사각지대가 없다.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고, 커튼도 없다. 굴방마다 과도한 스킨십 또는 음란 행위 시 공연음란죄로 고소하겠다고 명시돼 있기도 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제가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 시작한 일인 만큼 이번 사건은 꼭 엄중처벌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게 운영에도 더욱 신경 쓰겠다"고 마무리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굴방 자체를 없애야 할 듯" "참 가지가지 한다" "미성년자 애들도 이해 안 되는데 40~50대 사람들은 뭐냐" "아이들도 기겁하고 만화방 안 올 것 같네요.. 영업방해 혐의도 추가해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7-11 11:05:47[파이낸셜뉴스]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카페 사장에게 음료를 붓고 언성을 높인 손님의 모습이 공개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24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 카페에서 스무디 2잔을 주문한 남성이 사장에게 음료를 쏟아붓고는 사과 없이 도망가는 일이 발생했다. A씨가 운영하는 카페를 찾은 남성 2명은 스무디 2잔을 주문했다. A씨는 먹고 가겠다는 말에 음료를 제조한 뒤 손님들에게 "주문한 음료 나왔습니다"라고 두 차례 알렸다. 그러나 대화 중이었던 이들은 A씨의 말을 듣지 못했다. 잠시 후 이들은 카운터로 와 음료 포장을 요청했다. A씨가 음료를 옮겨 담고 있는 사이 "음료 언제 나와?"라고 반말로 물었다. 이에 A씨가 "두 분이 얘기 중이신 거 같다. 두 번 불렀는데 못 들으신 거 같다"고 하자 "네가 직접 왔어야지. 기분 나쁘게 하네"라며 큰소리 내며 삿대질을 하더니 A씨에게 다가와 음료를 던졌다. 남성이 던진 음료에 A씨의 옷과 주방은 엉망이 됐고, A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하려고 했다. 그러자 남성은 가게 밖으로 나가 4차선 도로를 무단 횡단해 도망쳤다. A씨는 일행이라도 잡아보겠다고 따라나섰지만 일행도 함께 도망갔다. A씨는 "3년째 카페를 운영하는데 이런 식의 모욕은 처음 겪었다"며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일찍 마감하고 경찰에 신고했는데 아직 잡지는 못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성인 남성을 볼 때마다 두려운 생각이 들어서 아예 매장을 내놨다"고 호소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6-25 14:26:55[파이낸셜뉴스] 포장이 되지 않는다는 식당 측 말에 남은 음식을 테이블에 고의로 부어버리고 식사 비용까지 결제하지 않은 진상 손님들의 모습들이 공개돼 공분을 샀다. 지난 29일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먹튀에 고의적 음식테러까지…힘드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8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A씨는 "너무 속상하고 화나는 마음에 하소연이라도 해야 마음이 굳건해질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게 된다"고 운을 뗐다. 그는 "어느 날 남성 두 분이 가게를 찾아와 술찜을 주문해 음식을 제공했다"며 "시간이 지나고 손님이 직원을 부르더니 남은 술찜을 포장해달라고 하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다만 A씨 가게는 배달 및 포장을 하고 있지 않았고, 이에 호출된 직원을 통해 "정 원하신다면 일회용 봉투에 포장해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자 손님은 "왜 포장이 되지 않느냐" "나보고 봉투를 들고 가라는 거냐"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제는 그다음에 일어났다. 직원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이들은 포장해달라던 술찜을 테이블에 고의로 부어버리고 계산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나버렸다. 이 모습은 폐쇄회로(CC)TV에게 고스란히 담겼다. A씨는 "그동안 겪었던 '먹튀'에 대해서는 손님들이 취했을 수도 있고 깜빡했을 수도 있다 생각해 그러려니 했다"며 "하지만 이번 먹튀는 너무 수치스럽고 마음이 무너지는 기분이 컸다. 경기침체로 확연히 줄어든 손님들과 물가 상승에도 더 좋은 서비스와 좋은 음식을 제공하려는 악착같이 버티던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고 하소연했다. 해당 손님에 향해서는 "음식을 웃으며 자신의 옷에 튀지 않게 조심스럽게 부어버리고 자신의 옷을 훌훌 털고 가는 모습에 수치스러움을 느낀다"며 "자영업자들은 당신의 화풀이 혹은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A씨는 "사람 마음을 쉽게 짓밟고 상처준다면 자신에게도 돌아가기 마련"이라며 "이 게시물을 해당 손님들이 본다면 진심으로 사과해달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사장님 얼마나 속상하실까" "저런 사람들은 얼굴을 공개해버려야 한다" "인간이면 인간답게 행동하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4-30 13:40:04[편집자주] 2024년 갑진년을 맞아, 파이낸셜뉴스는 일상 뒷편의 숨겨진 문제들을 찾아 연속 보도하였습니다. 대한민국 현주소를 비춰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찾아보기 위해 제작한 '2024 대한민국 보고서'가 10회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1. "고객에 치이고, 불경기에 치이고...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막막해. 월급 주는 날마다 마이너스 통장 되는데, 더 이상 버티기 어렵네." -10년 차 프랜차이즈 제과점 업주 박모씨(60) #2. "사업 20년 만에 이런 경기 처음이에요. 지난달엔 일한 날이 이틀 밖에 안돼요. 차라리 폐업하겠다는 사장들이 많아요. 저희는 그나마 임대료가 안 나가서 다행이지" -20년 차 주방 인테리어 시공업체 사장 홍모씨(51) #3.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드네요. 손님들도 요즘 저가 커피만 찾아요. 작년 1월부터 흑자 난 적이 없다니까요. 부모님 도움으로 꾸역꾸역 살고는 있지만, 이게 맞나 싶네요" -창업 5년 차 개인 카페 운영 선모씨(30)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은 "그야말로 최악 경기"라며 한목소리를 냈다. 6일 서울의 '젊은 상권'으로 꼽히는 신촌과 이대 앞 상가 골목엔 임대 안내판이 붙은 빈 점포들이 즐비했다. 과거 외국인 관광객들과 젊은이들로 시끌벅적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특히 과거 이대 앞 골목 곳곳에 늘어져 있던 화장품 가게와 옷 가게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고, 상가 전체가 비어있는 곳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상가들 사이로 시민들은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들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연체액 증가율과 노란우산공제의 폐업 건수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절규를 대변하는 지표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불황인데, 임금·임대료·원자재값 '트리플 급등' 자영업자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세 가지는 임금, 임대료, 원자재값 인상이다. 인천에서 10년째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최근 폐업을 고민 중이다. 불경기와 인건비 등이 이유다. 박씨는 "임금이 너무 올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본사에 주는 돈과 임대료, 알바비까지 도대체 내가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객들은 빵값이 너무 올랐다고 하지만 원료값이 워낙 올라서 벌 수가 없는 구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알바를 안 쓰는 것뿐이다. 알바를 안 쓰고 내가 일하면 그게 내 월급이라고 생각하고 가져가는 수준"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는 본사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 이후 손님이 줄자 본사에서는 제품 할인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손님 입장에서는 좋지만 점주들은 손해를 떠안게 된다. 본사는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선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19년에 문을 연 선씨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고 호소했다. 너무 오른 인건비로 아르바이트 비용을 벌기 위해 부업까지 한다며 한숨이다. 선씨는 "손님들도 힘드니까 저가 커피집만 찾는 상황인데, 그렇다고 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써서 커피 맛을 떨어뜨릴 수도 없고, 커피값도 올릴 수 없으니 악순환"이라고 한탄했다. 십수년간 신촌을 지키고 있는 대형 고깃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근무했다는 조모씨(54). 조씨도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어렵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조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손님이 많이 줄었다. 그전에 손님 100명이 왔다면 지금은 70~80명 정도 오는 것 같다. 예전엔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불경기 처음인 MZ사장 '직격탄'...대출 연체율 급상승 경기 악화에 고금리까지 장기화되면서 자영업자들의 대출부터 경고음이 켜졌다. 나이스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기업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335만8499명이 총 1109조6658억원의 금융기관 대출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말과 비교해 1년 사이 대출자는 8만4851명(2.6%), 대출잔액은 27조400억원(2.5%)이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이들의 연체금액(3개월 이상)은 18조2941억원에서 27조3833억원으로 49.7% 급증했고, 평균 연체율도 1.69%에서 2.47%로 약 0.8%포인트 뛰었다. 특히 사업 경험이나 자산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의 연체액 증가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30∼39세)가 62.5%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이어 60세 이상 58.0%, 50∼59세 56.0%, 40∼49세 43.7%, 29세 이하 36.1% 순이다. 연체율은 29세 이하(6.59%)에서 최고치를 보였으며, 30대가 3.90%로 그 뒤를 이었다. 40대(3.61%)·50대(2.95%)·60세 이상(2.51%)으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연체율은 낮아졌다. 이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20·30세대 젊은 자영업자들이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양 의원은 "젊은 층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의 급증하는 대출과 취약한 상환 능력을 감안할 때 이대로 방치하다가 경제 전반으로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하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적극적인 자영업자 부실 채무 경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너도나도 커피집, 치킨집... 소상공인 경쟁 격화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리나라 소상공인의 숫자가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불황 때 구조조정을 하면 퇴직자들이 나와서 먹고살기 위해 자영업을 하는데, 이게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자영업자 수는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종합소득세 신고자 중 사업소득을 신고한 사람은 전년(656만8000명)보다 10.1%(723만2000명) 늘었다. 자영업자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들의 연 소득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1인당 평균 사업소득은 2018년 2136만원에서 2019년 2115만원으로 줄어들었고, 2020년 2049만원, 2021년 1952만원, 2022년 1938만원으로 집계됐다. 벼랑 끝 내몰리는 자영업자, 결국 폐업의 길로 소상공인들이 폐업하거나 사망할 경우 지급하는 노란우산 공제금도 크게 늘어, 자영업자들이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0년 공제금 지급 건수는 8만4459건이었으나 2021년 9만9388건으로 올랐고, 2022년 9만7850건으로 소폭 하락했으나 2023년 11만9626건으로 상승했다. 공제금 지급액은 3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20년 7900억원이던 지급액이 2023년에는 1조5518억원으로 집계됐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코로나 이후에 경기가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복합적인 위기에 체력이 한계에 도달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임대료, 이자비용 등 여러 비용이 올라갔지만 매출은 감소하고 정체됐다"며 "여기에 배달 플랫폼에서 배달 수수료 문제도 발생하는데, 예전엔 크지 않았던 비용들이 많아졌다. 이러한 복합적인 상황이 맞물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상공인의 경우 비용은 고정성이고 매출은 변동성이라는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정책적인 실패와 코로나 등으로 악화됐다"며 "당시 정부에선 재난지원금 등을 조금씩 지원해 줬지만 코로나 여파와 내수 침체로 인해 살아나지 못하고 가계부채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내수부양·대출정책 함께 추진해야"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구제할 방법은 없을까. 차 본부장은 내수 활성화를 통해 소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수를 낮추는 게 결국 내수를 활성화할 수 있는 씨앗이 되는 것"이라며 "금융권 입장에서는 폐업으로 이어질 경우 회수가 안 되기 때문에 이자비용 등을 축소시키거나 대환대출 정책 등 금융 관련 정책들을 유연하게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 역시 "새출발기금, 배드뱅크 등으로 채무 조정은 했지만 영업 활성화 등에 대한 것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요즘 소상공인 이자 비용을 은행에서 이자 환급해 주고, 대환대출도 해주고 있지만 그거 가지고는 해결이 안 된다"며 "소비 활성화 또는 소상공인의 매출 촉진 방안 등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본부장은 "소상공인들에게 임대료, 인건비, 공과금 등 고정된 지출에 대한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하다"며 "인건비도 좀 더 적절하게 업종별 구분을 해 (인건비를) 많이 줄 수 있는 업종과 업종별로 구분해서 구조적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 구조화 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 희망통장이나 안심통장 등 희망을 주는 통장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2024-03-05 20:28:21[파이낸셜뉴스] 지금부터 딱 30년전 부모님은 경기도 부천에서 과일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전통시장이나 가두에 있는 소규모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 일이 일반적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 겨울 대표 과일 귤은 1000원에 10개, 20개도 팔던 시절이었다. 당시 학교를 마치고 초등학생이던 기자도 가게를 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손님이 2000원어치 귤을 사면 1개를 더 서비스로 넣어 주면서 "1개 더 넣어 드렸어요"라고 말했다. 10살 남짓이었지만 부모님 어깨 너머로 장사의 비결이란 '서비스로 귤 1개를 더 넣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을 손님에게 알리며 생색을 내는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소매 판매 외에도 당시 '초원청과(과일 가게 이름)'는 인근 유흥주점과 호프집에 과일 배달도 많이 했다. 아버지는 전화로 주문을 받고, 먹지가 있는 영수증에 외상 내역을 적고, 오토바이를 타고 이곳 저곳 배달을 다녔다. 당연히 별도 배달비는 없었다. 부모님이 초원청과를 시작하고 5년 정도 지나 부천 역사 안에 '이마트'가 생겼다. 부천역 북부에는 '로얄백화점'이 부천역 남부에는 '자유시장'이라고 하는 전통시장이 함께 공존했다. 초원청과, 전통시장, 대형마트의 공존은 이후로도 10년 넘게 이어졌다. 이마트의 등장 후 몇 년이 지나자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옷과 책을 주문하는 일이 늘었다. 동네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작은 서점'이었다. 서점이 사라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 빵집들도 사라지거나 간판을 바꿔 달았다. 동네 빵집의 대명사였던 크라운베이커리도 2013년 완전히 문을 닫았다. 현재 우리나라 빵집은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높은 품질의 빵을 즐길 수 있고, 한국의 빵이 빵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도 인기라고 한다. 하지만 막상 우리나라의 빵 가격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단순히 임대료와 인건비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빵을 먹은 외국인들은 "맛있다"면서도 "비싸다"고 입을 모은다. 1990년 중반 시작한 부모님의 초원청과는 2010년 후반 쯤에 문을 닫는다. 문을 닫기 전 2~3년 동안은 적자를 봤다.하지만 초원청과의 폐업이 대형마트의 등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2000년 이전까지의 소비자들은 흠집이 난 사과를 저렴하게 떨이로 초원청과에서 사갔지만 이후에는 대형마트의 깔끔한 사과를 더 선호했다. 소득이 늘고,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선택권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운명이었던 것이다. 연탄 가게가 문을 닫고, 필름 카메라 회사가 망하는 것이 기름 보일러 회사와 디지털 카메라 회사의 탓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취지는 좋았던 12년전 유통산업 발전법 국회는 지난 2012년 대형마트의 야간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주말 2회 강제 휴무를 하도록 한 '유통산업 발전법(유통법)'을 제정했다. 당시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휴식 시간이 없어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야간에 쉴 공간도 없어 노동자로서의 인권이 지켜지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또 빠르게 증가하는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이 출점을 늘려 나가며 골목 상권을 장악하고 있었다. 국내 대형 유통기업들은 이 시기에 백화점, 교외형 아웃렛, 대형마트 등의 매장을 늘려나가며 몸집을 키웠다. 유통법 시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은 '을지로위원회'를 조직했다. 을지로위원회는 2013년 5월 남양유업의 대리점 갑질사태를 계기로 탄생했다. 세상의 '을'들을 위해 활동하고 연구하는 집단으로 유통법의 시행과 유지에도 큰 역할을 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취지도 좋았다. 2014년 말부터 필자는 파이낸셜뉴스 생활경제부에 소속돼 취재를 시작했다. 매년 명절이면 대형마트, 전통 시장을 방문해 설 민심을 살피고 시행 몇 년이 지난 유통법의 효과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한 목소리로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니 그나마 살 것 같다"며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서 매출이 늘었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기자의 물음에 구체적으로 수치(20% 늘어난 것 같다는 등)를 주기도 했지만 근거가 있지는 않았다. 다만 기자 역시 시장에서 만나는 상인들이 또 다른 '초원청과'의 사장님처럼 보였고 그들의 목소리를 더 유심히 들었다. 현장에서 직접 만나본 대형마트 본사의 직원들은 "주말에 문을 닫게 되면서 주말에 일하던 직원들이 해당 시간에 근무를 할 수 없게 됐다"며 "일부 대형마트 근로자들은 오히려 추가 수당이 나오는 야간, 주말 근무를 선호하기도 했는데 법 때문에 원천적으로 막혀버렸다"고 토로했다. 주변 지인들 중에서도 "평일에 시간이 없어 주말을 이용해 대형마트에 차를 몰고 갔는데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 헛걸음을 했다"며 불편을 토로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하지만 전국의 초원청과 사장님들, '을'들을 위해 선의로 제정된 '유통산업 발전법'의 취지 자체는 반드시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효과는 글쎄 시간이 지나면서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실효성을 문제 삼는 여러 연구들이 나왔다. 해당 연구들은 대부분 대형마트가 회원사로 가입된 협회나 대기업 등이 소속된 연구기관을 통해서 나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당 연구들이 편향됐다고만도 볼 수 없었다. 한국유통학회(2017년, 2019년), 한국중소기업학회(2018년)는 총 3차례에 걸쳐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의 실효성을 분석했다. 신용카드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수조사 방식으로 그 결과 대형마트 의무 규제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을 경우 주변 소매 점포 소비금액은 8~15% 감소했다. 반면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쇼핑 이용금액이 최고 37% 증가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주변 상권이 이득을 본 게 아니라 온라인 쇼핑으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2017년 연구에서는 대형마트가 출점할 경우 전통시장은 100명의 고객 중 4.91명의 고객을 뺏기지만, 오히려 14.56명의 고객이 신규 유입돼 모객에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대형마트 1곳이 폐점할 경우 반경 3㎞이내 주변상권에서 총 429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가 일자리 유지면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를 시작한 2012년과 10년 뒤인 2021년 대형마트와 전문소매점(전통시장 및 골목상권 등) 매출 점유율은 각각 23.9%와 32.6% 감소했다. 반면 이 기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무점포소매의 시장 점유율은 129.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법은 대형마트를 규제해 죽어가는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의도였지만 규제로 인한 소상공인의 반사 이익은 크지 않았다는 점이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해 4월 한국유통학회, 한국소비자학회, 한국프랜차이즈학회, 한국로지스틱스학회의 유통물류 관련 4개 학회 전문가 108명을 대상으로 '유통규제 10년, 전문가의견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문가 10명 중 7명(70.4%)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대형마트는 물론 보호대상인 전통시장까지도 패자로 내몰았다고 답했다. 83.3%의 전문가는 "대형마트 규제 폐지 또는 완화가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76.9%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로 인한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가 없다"고 답했다. 정연승 단국대 교수는 이미 2020년에 "유통시장은 '대형마트' VS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시장 VS 오프라인 시장'의 경쟁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1-29 17:3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