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습니다. 광화문에서는 지구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비건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채식 전환을 통해 지구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죠. 이들은 "축산업과 어업은 기후 재난과 환경 파괴의 핵심 원인"이라며 "한국이 먼저 비건 생활 방식으로 전환해 지구 살리기에 앞장서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채식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건단체들의 이런 주장은 한없이 멀게만 느껴질 겁니다. 기자 역시 처음에는 그랬으니까요.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 오히려 건강에도 안 좋을 텐데. 무엇보다 나 혼자 채식한다고 뭐 그렇게 많이 바뀌겠어?” 비건단체의 강경한 주장을 들을 때마다 이렇게 반박하곤 했죠.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4월 중순에 눈이 쏟아지고, 태풍 같은 비가 내리다가 초여름마냥 해가 쨍쨍한 변덕스러운 날씨를 보며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지구의 기후를 체감하게 됐거든요. 주변을 둘러보면 식물성 대체육을 포함해 비건을 시작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제품들도 꽤 많아졌고, 지난해 말부터 대한민국을 강타한 ‘저속노화’ 트렌드 덕분에 채식이 조금 ‘덜 불편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도 변화의 한 부분일 겁니다. 앞서 “비건?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에코노미 ②비건 지향, 불완전해도 괜찮아> (2025년 4월 20일자) 기사에서 만난 임정우씨는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요즘은 비건하기 꽤 쉬워요. 세세히 분류하자면 정크비건에 들어갈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진짜 고기 대신 먹을 수 있는 가지 탕수육이나 대체육으로 만든 치킨 등의 비건 냉동제품을 대형마트에서 바로 구매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아마 앞으로는 더 쉬워지겠죠." 임씨가 말한 대로, 이런 작은 변화들이 모여 비거노믹스(Veganomics), 채식 산업의 성장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5년 비거노믹스, 어디까지 왔나요 비거노믹스는 채식주의자를 뜻하는 ‘비건(vegan)’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가 합쳐진 말로, 채식주의와 관련된 생산·소비·시장 동향을 연구하는 활동을 뜻합니다. 비거노믹스 대신 ‘채식 산업’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고요. 2023년 6월 시장조사기관 스트레이츠 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비건 시장은 2022년 기준 165억 달러(약 22조원)에서 8년 동안 연평균 9.1%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31년 360억 달러(약 4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인 불경기로 인해 채식 산업에 경기 침체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게 불안요소죠. 우리나라의 경우, 공식적인 통계는 없으나 채식인구의 증가세에 따라 채식 산업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한국채식연합은 2022년 기준 국내 채식 인구를 전체 인구의 약 3~4%에 해당하는 150만~200만명으로 추정한 바 있는데 현재는 이보다 늘어났을 것으로 예쌍됩니다. 또,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의 2024년 조사 결과에서는 우리나라 채식 식품의 시장 규모가 2023년 12억4840만달러(약 1조7900억원)를 기록해 2018~2023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8.4%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조금 더 친숙해진 비건, 늘어가는 채식 관련 식품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1월 발표한 ‘채식 식품산업의 실태와 성장산업화 전략’에서 최근 세계적으로 건강관리의 관심과 환경 보호·탄소 절감 의식 강화, 동물보호와 동물복지 등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세계 채식 인구수는 물론, 채식 산업의 시장 규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채식 인구 증가로 채식 관련 식품이 꾸준히 출시되고, 채식 음식을 취급하는 음식점과 단체 급식 기관들도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실제로 대형마트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건 코너’는 더 이상 ‘희귀한 풍경’이 아닙니다. 편의점에서도 비건 도시락, 비건 김밥, 비건 샌드위치 같은 제품을 예전보다 쉽게 만날 수 있게 됐죠.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은 2024년 식품R&D 동향보고서에서 식물성 대체육을 중심으로 국내 비건 식품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중소기업 중심에서 대기업 중심으로 시장 참여 주체가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기업들은 ‘비건 브랜드’를 별도로 런칭해 기존 제품들과 다른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오뚜기의 ‘헬로베지’, 신세계푸드의 ‘베러미트’, CJ제일제당의 ‘플랜테이블’, 그리고 풀무원의 ‘지구식단’ 등이 그 대표적인 예죠. 특히 지난해 말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저속노화’ 식단과 맞물리며 채식 관련 식품들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저속노화 식단이란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 내과 교수가 2023년 X(옛 트위터)서 소개한 것으로, 설탕 등의 단순당이나 튀김류, 붉은 고기와 동물성 단백질, 가공식품 등을 최대한 줄여 혈당을 낮추고 노화 속도를 늦추는 식단을 말합니다. 여러모로 비건 식단과 닮은 구석이 있는데요, 이 식단이 화제가 되면서 세븐일레븐이 정 교수와 협업해 저속노화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을 출시해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죠. 식탁에서 창출하는 지속가능의 가치 비거노믹스의 성공 모델을 가장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기업 중 하나가 풀무원입니다. 풀무원은 ‘채식은 맛이 없다’라는 편견을 깨고 비건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식물성 지향 식품 전문 브랜드 ‘풀무원지구식단’과 식물성 식문화 트렌드 선도를 위한 비거니즘 레스토랑 ‘플랜튜드(Plantude)’를 운영하며 식물성 지향 식품업계를 선도하고 있죠. 기자도 비건 식당을 찾을 때 플랜튜드를 종종 방문하는데, ‘비건’ 식당이라고 했을 때 갖게 되는 선입견이 사라질 만큼 훌륭한 맛과 가격대에 무척 만족하고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지구식단'의 활약이 돋보입니다. ‘풀무원지구식단’의 지난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4% 증가하며 안정적인 상승곡선을 그렸고, '지구식단'이 출시한 B2C 제품군은 80여개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채식 급식 등에 사용되는 B2B 제품군까지 더하면 풀무원이 만드는 식물성 지향 식품의 개수는 더 늘어나죠.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나'를 위해서든 '지구'를 위해서든 지속가능한. 보다 건강한 식단을 위해 식물성 지향 식품을 원하는 소비자가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풀무원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시장의 반응이나 성장세가 조금 느린 면이 있긴 하다. 그러나 꾸준히 수요층이 있는 시장이고, 식물성 지향 식품 사업이 회사 차원에서 핵심 전략일만큼 중요한 만큼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며 "2027년까지 식품 전체 매출의 65%를 지속가능 식품으로 내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고, 업계 선도기업인 만큼 제품군도 계속 다양화하고 개척해나가려고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비거노믹스가 ‘일상’이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풀무원 관계자도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대체육에 대한 반응이 좀 없다보니 '제로면'이라 부르는 대체면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일상에서 쉽게 접하고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다양한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해서 출시 중"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출시한 '두부면', '두유면' 등의 제품이 바로 제로면에 해당하죠. 중요한 건 이런 식으로 일주일에 단 한 끼라도, 편하게 채식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는 겁니다. 비건이든 저속노화든, 식단을 위한 재료와 제품들을 손쉽게 구매할 수 있고 마련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되겠죠. 그렇게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식단’의 선택지가 더욱 늘어나고, 비거노믹스 역시 함께 성장해나가는 긍정적인 선순환이 가능해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왓코노미? 에코노미>★★★ ① 기후위기와 소고기 편 "소고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왜냐면요" https://www.fnnews.com/news/202504111031061149 ② 비건 지향, 불완전해도 괜찮아 편 “비건? 사람이 채소만 먹고 어떻게 살아요?” https://www.fnnews.com/news/202504181451053367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4-25 15:22:39[파이낸셜뉴스] 비거니즘(Veganism)은 어렵습니다. ‘왜 어렵냐’고 묻는다면 육식을 기본값으로 두고 있는 사회문화와 비건을 위한 인프라 부족부터 시작해 사회적 인식, 의지와 현실 간의 간극 등 여러 가지 답변을 내놓을 수 있겠죠. 채소만 먹고 산다면 영양 불균형에 시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맞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어려움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비거니즘을 완벽하게 실천하기가 어렵다’라는 문장이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동물권이나 환경권을 위해 채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 중에는 ‘완벽한 비건’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건 입문서인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그린 보선 작가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사회가 비건 친화적으로 되려면 완벽한 비건 1명이 있는 것보다 불완전한 비건 100명이 있는 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기도 하죠. 최근 비거니즘 트렌드 역시 엄격함보다 실질적 적용과 유연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서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는 뜻으로 소고기를 먹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기자의 이야기를 해드렸는데요. 완벽하지 않아도 비거니즘의 가치를 지향하며 자신의 여건과 상황에 맞게 실천하는 우리 주위의 ‘불완전한 비건인’ 3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비건이 어려운 당신에게 '비건 지향'의 삶을 소개합니다 채식 지향 4년 차로 ‘어쨌든 오늘은 비건’을 독립출판한 작가 수련씨는 자신을 ‘ 비덩주의자’로 소개합니다. ‘비덩주의자’는 덩어리 고기를 먹지 않고 최대한 채식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데요. 수련씨는 “고기 없는 음식을 찾기 힘들고 비건식당이나 비건옵션도 적다 보니 타인과 함께하는 외식이 가장 어려웠다. 내가 민폐가 되는 기분이 들어 불편해졌고, 그래서 덩어리 고기만 먹지 않는 '비덩' 주의의 삶을 선택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직장을 다니며 평소에는 채식을 하되, 고기도 가끔 먹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으로 3년째 사는 중이라는 임정우씨도 비슷한 이유를 들었습니다. 여자친구의 영향으로 비거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임씨는 자신을 '대충비건지향인'이라고 부릅니다. “회식은 물론이고 회사에서 점심을 먹을 때도 불편함을 느꼈다. 고기를 제외하면 점심에 먹을 수 있는 식사의 종류가 샐러드뿐이라 일하는 데도 영향이 있어 고심하다 최대한 채식을 하되 일상생활에서 불가피한 경우 고기나 생선을 먹는 쪽으로 '대충'하고 있다”라는 게 그 이유입니다. 반나무씨의 경우, "나 비건 지향으로 살려고 노력 중이야"라는 말을 처음 꺼낸 건 2년 전이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일주일에 한 번 비건 실천하기'와 같은 ' 간헐적 비건'에 도전하는 정도였는데요. 현재는 축소주의자로서 고기나 해산물,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을 '적게' 먹는 것을 실천하는 중입니다. 반씨는 "100% 실천을 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완벽을 기하려고 하다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들고 완벽한 비건 식사를 해내지 못했을 때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는 것이 심적으로 어렵더라"며 축소주의가 불완전 하지만 비건 지향을 위한 하나의 방식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맛있는 게 이렇게 많은 세상인데요 맛있는 게 이토록 가득한 세상에서 비건 지향의 길을 걷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음식이란 무척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이들의 공통점도 ‘고기를 좋아해서 비건을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반씨와 수련씨는 “치킨, 삼계탕 등 닭고기 요리를 정말 좋아해서 미루기만 했었다”, “원래 고기를 좋아하던 사람이라 일부러 ‘흐린 눈’을 하고 (비건) 관련 정보는 찾아보지 않았다”라고 했고, 임씨는 "100% 완벽한 비건이 되려고 했다면 시도조차 못하고, 아직도 삼시세끼 고기를 먹는 ‘고기 매니아’였을 것"이라고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동물권 문제와 기후위기 등의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비거니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비거노믹스(Veganomics) 역시 성장하는 추세지만 '비건 지향'의 삶에도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반씨는 "한국 외식 문화에서 고기가 차지하는 비율이 무척 크기 때문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때 식당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라며 "전보다 비건 식당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일부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외국인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인천공항에 비건 메뉴가 많이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임씨는 주변의 시선이 아직 불편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가급적 고기를 안 먹으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유난 떤다'는 반응이 돌아와 기분이 좋지 않았던 적이 많다"라고 이야기한 임씨는 "비건 지향으로, 채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이유만으로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쯤, 우리 같이 불완전해져 볼까요 타인에게 비건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 불편해지지 않는 선에서 이들이 '비건 지향'을 유지하는 방식은 다양합니다. 주로 혼자 식사를 할 때는 최대한 채식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먹을 때는 식단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씨는 "최근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왔는데, 혼자 먹는 기내식은 비건 식사를 신청해서 먹고 친구들과 식사할 때는 원하는 메뉴를 함께 먹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임씨는 앞서 말한 것처럼 회사 사람들이나 친구들과 먹을 때 외엔 채식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고, 이를 위해 최근에는 유튜브 등을 통해 채식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습니다. 수련씨도 "집에서는 가급적 채식으로 요리해 먹고, 만두나 마요네즈 등 비건을 위한 제품이 있다면 구매하는 쪽으로 바뀌었다"라고 이야기했고요. 이들은 비건 지향의 삶에 대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경험'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불완전한 비건인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생겼으면 하는 마음”에 비건 일상툰 책까지 출판한 수련씨는 "비건으로 살며 나를 더 많이 돌볼 수 있게 됐다. 일주일에 하루, 하루 한끼는 채식을 해보는 걸 권한다"라고 강조합니다. 비거니즘을 알게 해준 여자친구와 머지 않아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임씨도 "평소 먹는 것보다 고기를 조금 덜 먹는 것만으로 앞으로 살아갈 미래와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했다. 임씨는 "뉴스 등을 보면서 환경 문제 같은 것들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라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기부를 하거나 재활용을 하는 것 이상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기분이 든다"라는 소감을 전했고요. "예전에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욱여 넣을 때도 있었고, 끼니를 때우는 식으로 라면, 통조림햄 등 간편한 식품을 자주 먹었는데 사실을 이 모든 것이 내 건강에 좋지 않은 일이었다"라고 말한 반씨는 " 비건 지향의 삶이 결국 궁극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자 나와 우리 모두에게 좋은 삶의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게 특히 기분 좋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소극적 비건'들의 첫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왓코노미 에코노미 ①기후위기와 소고기> "소고기를 끊기로 결심했습니다, 왜냐면요"(2025년 4월 10일자)를 검색해보세요.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4-18 14:51:53[파이낸셜뉴스] 지난해 한국환경연구원(KEI)이 발표한 2024 국민환경의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가운데 7명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환경문제로 ‘기후변화’를 꼽았습니다. 2021년 당시(39.2%)에 비해 30%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68.2%의 응답률을 기록한 건데요. 아마도 이 짧은 기간 동안 우리가 기후위기를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이게끔 하는 여러 가지 징조가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과거에 비해 훨씬 오랫동안 이어지는 무더위나 3월에도 쏟아지는 눈, 빠르게 녹아버린 남극의 빙하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같은 조사 결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 불안감(75.7%)과 미안함(66.3%), 분노감(64.8%)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면서도 환경친화적 행동을 우선한다는 응답은 점점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2018년 70.5%에 달했던 ‘환경친화적 행동 우선(58.4%)’이라는 응답이 12%포인트 이상 감소하고, ‘생활의 편리함 우선(20%)’이라는 응답은 8%포인트 가까이 증가했죠.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에 대한 심각성 인식이 증가하는 것과 별개로, 친환경적 행동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는 줄어들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로는 ‘손실’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친환경적 행동이 시간이나 건강, 비용면에서 여러모로 손실을 유발한다는 건데요. 기후위기와 우리의 물질적·심리적 손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기후위기의 시대, 친환경과 경제는 어떻게 함께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코노미’ 이야기를 다룰 ‘왓코노미’에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탄소 발자국, 그게 대체 무슨 발자국이기에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라는 개념을 아시나요? 기후위기가 본격적인 화두로 등장하면서 여기저기서 꽤 많이 들려온 단어라 아마 들어본 적 있으실 텐데요. 탄소발자국은 개인을 비롯해 기업 등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뜻하며 대체로 1년 동안 발생한 이산화탄소(CO2)의 양으로 측정합니다. 탄소 발자국의 개념을 처음 제안한 건 영국의회 과학기술처(POST)로, 품을 생산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발자국'으로 표시하는 데서 유래해 이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뜻인지 선명히 와 닿지 않아 고개를 갸웃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환경성 지표 단위가 됐죠. 기자가 소고기를 끊은 이유 기자가 소고기를 끊은 이유는 바로 이 탄소 발자국과 관련이 있습니다. 영국의 기후 전문 매체인 카본브리프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1을 음식이 차지하며, 그 중에서도 소는 1㎏당 최대 60㎏에 가까운 CO₂e(이산화탄소 환산량)을 배출한다고 합니다. 돼지고기(약 7㎏)나 닭, 오리 등의 가금류(약 6㎏)와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죠. 영국의 동물학자이자 옥스퍼드 대학교의 인구 생물학 교수인 찰스 갓프레이는 “반추동물에 속하는 소나 양의 위는 풀과 같은 질기고 섬유질이 많은 물질을 소화할 수 있는 특수 박테리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소가 음식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8배 이상 더 강력한 온실가스”라고 설명합니다(소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장내발효에 의한 메탄과 가축분뇨에서 발생하는 메탄, 아산화질소로 계산합니다). 뿐만 아니라 자라서 번식하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더 많은 사료와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탄소 집약도가 더 높다는 거죠. 물론 소를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몰아가려는 것은 아닙니다. 통계에 따른 숫자는 여러 가지 허점이 있고, 사육 방식 하나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르게 계산되기도 하니까요. 실제로 한국의 경우, 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이 타 산업에 비해 높지 않은 데다 다른 나라에 비해 소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에 저탄소 소고기 생산 기술 개발을 비롯해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여러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고요. 완전 채식은 못하더라도 소고기 정도는 카본브리프는 식물성 음식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동물성 음식에 비해 최소 10배, 최대 50배는 작다는 점을 들어 육식 위주의 식단에서 채식주의 식단으로 전환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유의미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후위기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비건(Vegan)’이 키워드로 떠올랐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비건의 길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는 ‘비건’은 완전히 식물성 음식만 먹는 경우를 의미하는데요. 육류는 물론이고 우유나 달걀 등 동물에서 비롯된 모든 성분을 섭취하지 않기 때문에 식단을 고수하기 무척 어렵습니다.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채식주의에 해당하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이나 ‘유연한 채식주의자’로 불리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등 보다 다양한 채식의 개념이 생겨난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고기를 좋아하고 국물을 사랑하는 평범한 한국인인 기자 역시 처음부터 비건에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아 선택한 것이 ‘불완전한 비건 지향’의 길입니다. 그 첫 걸음(이자 어쩌면 마지막 걸음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이 바로 소고기를 먹지 않는 것이었고요. 완전 채식은 못하더라도, 살면서 소고기를 먹지 않는 정도의 노력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7개월가량,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큰 문제없이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안 하는 것보다 이거라도 하는 게 낫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불완전한’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왓코노미’ 다음 편에서 만나볼 ‘불완전한 비건인’들처럼요.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5-04-11 11:15:11[파이낸셜뉴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 ‘펫코노미(petconomy)’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토끼, 앵무새 등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반려동물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552만 가구, 약 1262만명이 반려동물을 양육 중입니다. 이런저런 ‘-코노미’ 이야기를 다룰 ‘왓코노미’가 첫 번째 주제로 ‘펫코노미’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혹시 펫택스(Pet Tax)라는 말을 아시나요? #1.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사는 직장인 김수현씨(가명)는 얼마 전, 자신이 먹을 유산균과 고양이에게 먹일 유산균을 함께 구매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늘 따로 구매해 비교해볼 생각을 못했는데 두 제품의 가격 차이가 상당했기 때문이죠. 수현씨가 먹는 A제품은 3만원에 6개월 어치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 고양이용 유산균은 같은 돈으로 겨우 1개월 어치밖에 살 수 없었습니다. 수현씨는 “사람과 개, 고양이는 서로 다른 장내 미생물로 구성되어있다고 해서 반려동물 전용 유산균을 구매하고 있다. 조금 비싸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격 차이가 크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라고 말했습니다. #2. 9살짜리 반려견을 위해 영양제를 사려던 박종원씨(가명)의 사정도 비슷합니다. 박씨는 어릴 때부터 키워온 강아지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영양제를 꾸준히 구매해왔는데 최근 들어 회의감이 든다고 털어놨죠. 그는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는데 성분 표기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이걸 사는 게 맞나?’하면서 고민하게 된다”라며 "이런 게 바로 '펫택스'인가 싶다"라고 토로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는 분이라면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텐데요. ‘택스’라는 표현이 붙었지만 실제 세금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주로 반려동물과 관련된 제품 및 서비스가 일반적으로 더 높은 가격을 받는 현상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용어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지불하는 ‘심리적 세금’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여성용 제품이나 서비스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남성용 제품에 비해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을 일컫는 ‘핑크택스(Pink Tax)’와 유사하게, 특정 소비자 그룹에게 더 높은 비용 부담이 생기는 구조를 지적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소비도 커진다? 앞서 두 편의 ‘펫코노미’ 관련 기사(▶ "가족이라며, 돈때문에 파양해요?" 반려동물 한평생 얼마나 든다고 [왓코노미] ▶ "개똥 치울 비용" 보유세 논란에, "세금 얼마든지 냅니다, 그런데" [왓코노미])에서 ‘펫팸(Pet+Family)’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펫팸’ 트렌드는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펫휴머나이제이션(Pet-Humanization)’과 밀접한 연관이 있죠. ‘펫휴머나이제이션’ 트렌드가 확산할수록 반려동물을 둘러싼 ‘펫코노미’ 산업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KIET)이 올해 3월 발표한 ‘국내 펫코노미 연관산업의 성장과 혁신방안’ 보고서는 “반려동물의 ‘가족화’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반려인들은 자기만족과 가족의 만족을 위해 소비 촉진 문화를 형성한다”라고 분석하는데요. 또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변화가 사료, 간식, 장난감 등 핵심 리테일 시장의 고급화를 이끌고 있으며,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과 고급화로 인해 반려인들의 다양한 소비수요가 발생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펫코노미 전반의 성장이 촉진된다”라고 설명하고 있죠. ‘반려동물 전용’이라는 마법의 단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휴머나이제이션’ 트렌드는 반려가구의 소비 습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반려동물의 삶의 질이나 건강관리 관련 항목에는 아낌없이 지출하는 경향이 큰데요. 실제로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가구의 주요 관심사는 건강관리(55%), 양육(38.8%), 외출(27%), 교육(22.2%), 여행(21.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펫택스 문제는 바로 여기서 튀어나옵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다는 반려인들의 심리를 파고들어 ‘반려동물 전용’ 등의 이름을 붙이고 비싼 가격을 매기는 거죠. 기사 첫 부분에서 다룬 반려동물용 영양제가 대표적이고, 간식이나 장난감, 식기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고양이 집사인 기자 역시 ‘고양이 전용 식기’라는 말에 6만원짜리 물그릇을 구매했다가 동네 할인마트에서 비슷한 그릇을 8000원에 파는 걸 보고 후회한 경험이 있습니다) 반려견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펫패션’ 트렌드 역시 반려인들 사이에서 ‘펫택스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야인데요. 산책 때문에 외출이 잦은 반려견을 겨냥해 ‘개나다구스’, ‘멍클레어’ 등 유명 브랜드의 이름을 따 다양한 강아지 옷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올해로 10살이 된 반려견을 키우는 윤소망씨(가명)는 “다른 것보다 미용이나 의류 관련 지출에서 느끼는 부분이 크다"라며 "강아지 패딩 하나에 15만원, 20만원이 넘어가는데 이게 맞나 싶다. 내 옷보다 비싸다”라고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나와 반려동물을 위한 현명한 소비 방법 찾기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증명하기 위해 굳이 더 비싼 제품을 구매할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제조 공정이나 유통 등의 문제로 사람용 제품보다 비싼 가격이 매겨질 수밖에 없는 제품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요. 구매하려는 ‘반려동물 전용’ 제품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될 때, 비슷한 제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용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할 경우, 가격이 훨씬 저렴해지기 때문이죠. 사방에 흩날리는 반려동물의 털을 청소하기 위해 브러쉬를 구매할 때나, 양치질을 시키기 위해 칫솔을 구매할 때 특히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종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반려동물 한 마리를 평생 양육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2000만원 이상입니다. 여기에 펫택스의 부담이 커지면 커질수록 감당해야 할 양육비 역시 커질 수밖에 없죠. 보다 오래, 보다 안정적으로 반려동물을 책임지기 위해 ‘펫택스를 피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2-17 08:05:48[파이낸셜뉴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 ‘펫코노미(petconomy)’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토끼, 앵무새 등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반려동물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552만 가구, 약 1262만명이 반려동물을 양육 중입니다. 이런저런 ‘-코노미’ 이야기를 다룰 ‘왓코노미’가 첫 번째 주제로 ‘펫코노미’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반려동물 증가→시장 규모 확대와 사회적 비용 문제로 한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더 이상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닙니다. ‘펫팸(Pet+Family)’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이제는 어엿한 가족 구성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반려동물 가구의 증가와 이로 인한 인식 변화는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및 시장 규모의 급속한 확대로 이어지고 있죠. 동시에 반려동물 증가로 인한 공공서비스 부담, 유기 문제, 환경미화 등 사회적 비용 역시 커지고 있습니다.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일정 금액의 세금을 부과해 공공의 이익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하자는 의미에서 ‘반려동물 보유세’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제 3차 동물복지 종합계획’ 수립과정에서 반려동물 보호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지면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펼쳐지기도 했죠. 반려동물 보유세가 대체 뭔가요? 반려동물 보유세는 강아지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매년 일정 금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목적은 동물 복지 강화를 위한 재원 마련과 과세를 통한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책임 및 의무 강화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와 관련해 정책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이를 위한 별도 재원 마련 차원에서 보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앞으로도 반려동물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려동물 관련 정책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금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인데요. 반려동물과 관련한 대표적인 정책 비용 중 하나가 바로 유실·유기동물 관련 비용일 겁니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행한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는 “최근 반려동물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함과 동시에 유기동물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동물보호센터의 유기동물 관리에 필요한 시설 확보 및 운영에 필요한 재정 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다”라고 명시한 만큼, 세금을 통해 관련 정책 비용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찬반 논란 벌어지는 이유는? 이렇게 필요성만 놓고 보면 지금 당장 도입해도 나쁠 게 없어 보이는데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결국 실효성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가계 경제에 미칠 영향과 세금 사용에 대한 투명성 확보 문제도 빼놓을 수 없고요. # 이래서 찬성합니다 도입에 찬성하는 측은 반려동물 증가로 발생하는 정책 비용을 실제 수혜자인 반려동물 인구에게 과세함으로써 세수를 확보하고 사회적 비용까지 분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통해 반려동물과 관련한 더 많은 복지와 정책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 보는 시각이죠. 또한 반려동물 입양 및 양육에 더 큰 책임감이 필요해져 장기적 관점에서 유기동물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있습니다. 반려동물 중에서도 반려견을 대상으로 ‘반려견세(Hundesteuer)’를 부과하는 독일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독일은 견종과 마리 수 등에 따라 반려견세를 매기는데, 이렇게 거둔 세금은 지방세로 도로 청소비용이나 반려견 보호소 등의 운영비용, 안락사 비용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 이래서 반대합니다 하지만 반대 측은 모든 제도가 이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유기동물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이 반려동물 양육자의 유기 때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는 해도 보유세 도입 과세를 위해 또다른 행정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 등이 이유로 꼽힙니다. 또한 이미 반려동물 양육비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세금을 내게 되면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껴 오히려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습니다. 또한 세금의 사용처와 관리 시스템에 대한 투명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보유세' 명칭부터 바꾸는 건 어떨까요? 무엇보다, 반려동물 ‘보유세’라는 명칭부터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려동물 양육자나 비양육자 모두에게 '보유세'라는 이름이 주는 거부감이 있기 때문인데요. 또한 기존에 존재하는 '반려동물 등록제'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소장은 본지를 통해 “세수 확보 목적보다는 반려동물 기르는 사람들의 책임감을 강화하기 위해, 보유세가 아닌 반려동물 등록제 개선을 주장해왔다”라고 설명합니다. 현재의 반려동물 등록제는 일회성인데다가 허술한 제도로 인해 실제 등록 비율이 저조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등록제를 갱신형으로 바꾸고, 갱신 시 등록비를 내게 해 이를 반려동물 관련 세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겁니다. 이 소장은 “어웨어의 2023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 일정 비용을 내고 갱신하는 것이 반려동물 소유자의 책임 강화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71.1%로 조사됐다”라며 “해당 항목에서 양육자(74.2%)와 비양육자(65.5%) 간 의견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제도 도입을 검토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찬반 논란보다 더 중요한 건 ‘논의’ 그 자체입니다 반려동물 보유세와 관련해 찬반 논란이 거세지자,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10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참석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보유세 검토 계획은 있지만 논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본다”라며 논의의 필요성을 인정했죠. 사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여부 그 자체보다, 도입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 논의를 시작하는 일일 겁니다. 이 소장은 본지와 통화에서 “(보유세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되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소장은 “제도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있기 마련이다. 방법적으로 가능·불가능 여부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조사나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당연히 찬반 의견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반대 의견만 보고 논의 자체를 시작하지 않는 건 현재 반려동물 숫자나 인식을 봤을 때 맞지 않는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2020년부터 꾸준히 화제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찬반 논란만 반복한 뒤 다시 수면 아래로 사라지곤 했죠. 그러나 향후 더 늘어날 반려동물 인구와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를 생각하면 이제는 보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2-06 14:44:50[파이낸셜뉴스]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을 훌쩍 뛰어넘은 지금, ‘펫코노미(petconomy)’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도 강아지, 고양이는 물론 햄스터나 토끼, 앵무새 등 다양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반려동물 인구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552만 가구, 약 1262만명이 반려동물을 양육 중입니다. 이런저런 ‘-코노미’ 이야기를 다룰 ‘왓코노미’가 첫 번째 주제로 ‘펫코노미’를 선택한 이유입니다. 펫코노미, 어디까지 성장했나요? ‘펫코노미’는 반려동물과 관련된 모든 경제 활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 전반을 일컫는 말입니다. 반려동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출이 증가하면서 펫코노미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요. 앞서 언급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서는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를 약 7조원으로 추산하며, 2030년 15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사료, 의료, 용품뿐 아니라 반려동물 전용 호텔, 보험, 장례 서비스와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전처럼 단순히 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Pet+Family)’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 형식도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아마 국내 반려가구 대부분은 ‘펫팸’족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반려인들을 대상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을 묻자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한다’는 답변이 81.6%에 달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인식 및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인해, 반려동물 양육에는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뒤따르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내 반려동물과 평생 함께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요?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죽을 때까지 책임져주기 위해 드는 돈은 얼마나 될까요?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의 반려동물 생애 지출 비용을 바탕으로 계산해보았습니다. 최근에는 반려인들의 인식 변화로 인해 애견센터/반려동물 복합매장(23.1%)에서 ‘구매’하기보다 친구/지인(33.6%)이나 동물보호센터/유기동물 직접 구조(19.9%)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따라서 초기 입양 비용은 계산에서 제외했습니다. 우선 반려가구의 월평균 총 양육비는 15만4000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양육비는 사료비(31.7%), 간식비(19.1%) 등 식비(50.8%)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배변패드나 고양이 모래, 미용용품이나 위생용품, 장난감 이용료, 돌봄서비스 이용료 등으로 구성되는데요. 반려견과 반려묘 1마리당 양육비로 나눠 살펴보면 반려견이 월평균 13만5000원, 반려묘가 월평균 12만6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금액을 바탕으로, 반려견과 반려묘의 평균 수명에 따라 총 양육비를 계산해보면 강아지를 0살부터 12살까지 키우는데 드는 양육비는 1944만원, 고양이를 0살부터 15살까지 키우는데 드는 양육비는 2268만원입니다. 양육비에 포함되지 않은 치료비와 장례비까지 포함하면 한 마리당 최소 2000만원~2500만원 이상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양육비 최대 변수는 치료비…각종 추가비용도 각오해야 합니다 치료비는 총 양육비의 최대 변수이기도 합니다.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에 따라 비정기적으로 발생해 대비가 어려운데다, 금액도 상당하기 때문이죠. 더구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치료비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마련입니다. 최근 2년간 반려동물을 위해 치료비를 지출한 반려가구는 73.4%로 전체의 4분의3에 달했으며 치료비 지출 규모는 평균 78만7000원 선으로 나타났습니다. 연령별로 봤을 때는 8세 이후부터 대폭 증가하여 평균 100만원을 넘어섰고요. 여기에 평생을 함께한 반려동물을 위해 장례를 지낼 생각이라면 추가적으로 평균 38만원의 장례비가 발생하죠. 물론 이밖에도 금전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여행은 물론 카페나 음식점 등을 반려동물과 함께 방문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장소를 이용해야 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최근 펫보험 시장의 잠재력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도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증가하면서 의료비 절감 등 경제적 부분에서 그 필요성이 확대됐기 때문인데요. 국내 펫보험 가입률은 현재 1% 미만으로, 스웨덴(40%)이나 영국(25%) 등 일찍부터 펫보험을 받아들인 유럽 국가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반려동물 인구의 증가와 펫코노미의 성장으로 인해 펫보험 시장의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10개 보험사의 일반·장기 펫보험 상품 보유계약 건수가 14만4884건으로 크게 증가했으며, 이런 추세 속에 금융감독원이 내년 하반기부터 펫보험 별도 비교공시를 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나와 내 반려동물, 모두를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23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18.2%가 반려동물의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하는 것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중 40.2%가 ‘예상보다 지출이 많다’라는 이유로 파양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고요. 이처럼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은 우리에게 커다란 감정적 보상을 주지만, 동시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기도 합니다.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기 위해 장기적인 재정 계획이 필수인 이유죠. 물론 개인의 노력은 물론, 양육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 역시 동반되어야 하고요. 반려동물은 이제 더 이상 단순 소비 대상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우리의 가족이자, 보호자와 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 주체이기도 하죠. 우리 모두를 위해, 반려동물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현실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26 10: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