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시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총 3편이 나왔다. 1997년, 1994년, 1988년이다. 10년 쯤 더 지나 2000년 대를 다룬 응답하라 시리즈가 나온다면 어떨까. 대학 신입생이던 2004년을 돌이켜 보면 떠오르는 기억의 단편들로는 PC방 카트라이더, 보드게임, 불닭, 민들레영토(카페), 캔모아와 아이스베리(빙수) 등등이 있다. 학교 앞 백반집의 가격은 4000원, 학식의 가격은 1500원 정도 하던 시절이었다. 현재는 대부분 사람들이 라면의 수프로 알고 있는 '불닭'도 2000년대에 유행했었다. 숯불에 직화로 구운 닭에 매운 양념을 입힌 요리였다. 캡사이신을 많이 써 먹는 순간 화학적인 매운 맛이 느껴지는 그런 음식이었다. 불닭 식당들은 현재의 탕후루 가게처럼 당시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이후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불닭의 매운맛은 일부 닭발집이 이어 받아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학교 근처에는 틈새라면(빨계떡)이라는 매운 라면 가게도 있었다. 1981년 김복현 창업주가 '김복현의 명동 빨계떡 틈새라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매운 라면 가게였다. 식당 벽면에는 형광색의 포스트잇을 가득 채운 메모가 붙어있었다. 틈새라면은 이후 팔도가 제품화를 통해 2006년 봉지라면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K-라면계의 매운맛 혁명은 2012년 발생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라면회사였지만 '우지 파동'으로 쇠락해 가던 삼양에 해성처럼 등장한 '불닭볶음면' 때문이었다. 당시 라면업계 전문가들조차도 '불닭볶음면'의 히트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매운맛 마니아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불닭볶음면은 한 공중파 TV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편의점에서 불닭을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타며 SNS에서 빠르게 퍼져 나갔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던 불닭볶음면은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 채널에 소개된 뒤 SNS를 통해 '불닭 챌린지'가 유행하며 해외에서도 판매량이 빠르게 늘었다. 2011년 2987억원이던 삼양식품의 매출은 2023년 1조1929억원으로 약 4배 가량 늘었다. 히트 상품은 '천운'..매운맛 성공의 비결은 라면 업계에서만 20년 이상 종사해 온 김영종 팔도 연구1팀 팀장(수석)은 "히트제품은 맛있다고 되는 것도, 광고비를 맛이 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천운이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이든 노래든 선거든 새로운 돌풍은 한 가지 요소가 아니라 여러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한류 그룹을 키워낸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박진영은 K팝의 인기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심지어 음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K팝의 글로벌적인 인기에 대해 궁금해 한다"며 "이에 대해 나는 K팝은 이전까지 유행해 왔던 레게, 락, 힙합 같은 음악스타일을 칭하는 말이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들이 맺는 특별한 '관계의 이름'이다. 음악의 장르가 아니라 관계성이 K팝이 히트한 이유다." K팝 성공의 이유가 노래나, 춤, 가수의 매력 등이 아닌 관계라는 그의 설명은 명쾌하진 않지만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그만큼 이유를 분석하기 어렵고 한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닭볶음면을 선두로 한 K 매운맛의 성공 비결도 어쩌면 '중독성 있는 제품'과 'SNS'라는 단순한 요인으로 분석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2012년 불닭볶음면이 나오기 10년 전 2002년 서울동대문 시장의 작은 매장에서는 '동대문엽기떡볶이'라는 매장이 문을 열었다. 사실 시작은 '땡초 불닭발'이었다. 하지만 2003년 조류 독감으로 불닭발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줄어든 매출을 사이드 메뉴인 '엽기떡볶이'가 채웠고 이후 엽기떡볶이는 10대~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유튜버 먹방의 대표 음식이 된 '엽떡'은 배달 시장의 성장과 함께 또 한번 급성장했다. 불닭볶음면 이전 매운맛이 서서히 유행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스트레스가 매운맛 찾게 하는 이유? 또 2010년 즈음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매운맛을 즐기는 사람들이 출연하기 시작했다. 유뷰트, TV 등에서도 매운맛에 대한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시기였다. 매운 맛은 '스코빌지수'를 통해 수치화가 가능했다. 스코빌지수를 통해 매운맛 단계를 설정하고 이를 참고 견디며 먹는 '챌린지'가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를 통한 '도전 먹방'의 유행에 따라 '신길동 매운짬뽕', '신대방 온정돈가스의 디진다 돈가스', '선화동 매운실비김치', 마라탕 등의 유행도 이어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 음식이 매워지기 시작한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고추의 매운 맛이 확산된 것은 1950년대로 추정되는데 6·25 전쟁 빈곤과 기아의 스트레스가 매운맛을 찾게 했다는 것이다. 고추장을 사용한 신당동 떡볶이 역시 1953년 처음 나왔다고 한다. 해당 내용은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연구원의 2009년 논문 '고추, 그 매운맛에 대한 역사민속학적 시론-한국 사회는 왜 고추의 매운맛에 열광하는가'에 나온다. 안 연구원은 "고추의 매운맛은 중독 증세와 엔도르핀 효과에 힘입어 상업성을 띠었다”며 “이에 따라 1960년대 무교동 낙지볶음, 경기 연천의 망향비빔국수, 대구의 매운 갈비찜 등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1위 국가다. 스트레스 강도와 자살률을 단순히 인과관계로 놓을 순 없지만 '스트레스가 매운 맛을 찾게 만든다'는 가설이 맞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매운맛 사랑도 납득이 간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3-31 16:01:35한국 라면의 첫 장을 연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이른바 공업용 우지 사건 이후 경쟁업체에 밀리던 삼양은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K라면'의 중심에 삼양의 '불닭볶음면'이 있다. 이 제품의 지난해 수출액이 66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국내 라면 전체 수출의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 그 덕분에 삼양식품 매출도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조원대에 들어섰다. 농심 '신라면' 수출도 24% 늘었고, 일찍이 러시아에 진출한 '팔도라면'은 기업들이 탈출하는 가운데서도 매출을 끌어올리며 선전 중이라고 한다. 1919년생인 고 전중윤 선대회장이 국내 최초의 라면 '삼양라면'을 내놓은 것은 1963년 9월 15일이다. 첫 광고는 그다음 달 신문에 실렸다(경향신문 1963년 10월 2일자·사진). 즉석 국수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식생활은 해결됐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그 말대로 라면은 우리의 허기를 달래준 데서 나아가 '최애' 식품으로 발전했다. 비닐포장에 그려진 닭은 수프가 닭고기 맛이라는 뜻이다. 나중에 소고기 맛으로 바뀌었다. 전 회장은 강원 철원 출신으로 선린상업학교를 나와 조선총독부에서 보험담당 공무원으로 일했다고 한다. 광복 후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창업에 참여, 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다. 어느 날 서울 남대문시장을 지나가던 그는 미군이 버린 음식으로 만든 '꿀꿀이죽'을 사 먹으려고 길게 줄지어 선 사람들을 우연히 보게 된다. 순간 1959년 일본 출장 때 먹어보았던 라면이 뇌리를 스쳤다. 이런 계기로 전 회장은 1961년 보험업계를 떠나 삼양라면을 창업하기에 이른다. '삼양(三養)'은 세상을 구성하는 3요소인 하늘, 땅, 사람을 기른다(養)는 뜻이라고 한다. 5만달러를 정부에서 지원받았다. 제조법을 배워야 했다. 라면의 원조국가인 일본으로 건너가 라면업체 대표들을 잇따라 만났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과도한 요구와 냉대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묘조식품 오쿠이 사장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묘조식품은 수프를 따로 첨부한 라면으로 돌풍을 일으킨 기업이었다. 전 회장의 열정에 감복한 오쿠이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기술을 전수했다. 다만 기밀이기도 한 수프 제조기술은 직원들의 반대에 부닥쳐 받지 못했다. 그러다 반전이 일어났다. 낙심해 귀국길에 올랐던 전 회장에게 오쿠이가 공항에 비서를 보내 수프 제조기술이 적힌 편지를 몰래 전해준 것이다. 삼양라면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전 회장은 오쿠이와 평생 막역한 사이로 지냈다. 처음 라면을 내놓자 소비자들은 음식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심지어 옷감이나 실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삼양 직원들은 인파가 붐비는 곳마다 찾아다니며 시식행사를 펼쳐 라면을 알렸다. 국수만 알던 소비자들은 서서히 라면의 맛에 빠져들었다. 출시 6년 후인 1969년에는 베트남에 처음으로 라면을 수출했다. 1989년에 일어난 '우지 파동'은 삼양식품에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검찰청에 날아든 익명의 투서가 발단이었다. 라면을 튀기는 데 식용이 아닌 공업용 우지(소기름)를 사용한다는 주장이었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삼양식품, 오뚜기식품, 삼립유지, 서울 하인즈, 부산유지 등 5개사 대표와 실무자 10명을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8년 만인 1997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우지가 1등급 식용은 아닌 2~3등급이지만 인체에 아무런 해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큰 타격을 받은 뒤였다. 100만상자가 넘는 라면을 폐기하고 직원 3000여명 가운데 1000여명이 회사를 떠나는 수난을 겪었다. 30%를 넘던 시장점유율은 10%대까지 급락했고, 대규모 적자로 이어졌다. 반면 후발주자인 신라면에는 시장을 장악할 기회가 됐다. 전 회장은 아흔의 나이까지 열정을 잃지 않고 회장으로 일하며 삼양라면을 위기에서 구해 놓은 뒤 2014년 세상을 떠났다. 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실장
2024-02-01 18:33:56[파이낸셜뉴스] 역사는 반복된다. 최근 식품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은 싱겁게 끝났다. 간단히 정리하면 "아스파탐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일부 있지만 현재의 식습관 하에서 위험성은 매우 낮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였다. 의학적으로 아스파탐과 비슷한 발암 가능 물질군은 '고사리', '스마트폰 전자파', '절인 채소' 등이 있다. 발암 물질은 4단계로 분류된다. △발암 확인 물질(그룹1) △발암 추정 물질(그룹2A) △발암 가능 물질(그룹2B) △발암성 미분류 물질이다. 그룹1에는 술, 담배, 방사선 등이 포함된다. 그룹2A는 튀김, 소고기, 야간교대 근무 등이 있다. 아스파탐은 이들보다 발암성이 약한 그룹2B에 속한다. 발암 '가능' 물질이다. 현재 아스파탐 1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60kg인 성인을 기준으로 약 2400mg이다. 제로 콜라 1캔(250mL)에는 43mg이 들어가는데 하루 55캔을 먹어야 섭취 허용량을 초과한다. 서울장수막걸리 한 병에는 약 73mg의 아스파탐이 들어가는데 하루 허용치는 33병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소고기, 돼지고기도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식품이다"며 "아스파탐도 현 섭취 기준 하에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소고기, 돼지고기 등 적색육은 아스파탐보다 더 위험한 그룹2A에 속하는 발암 추정 물질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스파탐이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를 반박하며 "FDA 과학자들은 승인된 조건에서 아스파탐이 사용될 때 어떤 안전성 우려도 없다고 보고 있다"고 외신 등이 보도했다. 사카린, MSG, 우지파동 '데자뷔' 아스파탐 논란은 과거 사카린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사카린은 아스파탐과 마찬가지로 단맛을 가진 인공감미료다. 설탕의 300배 단맛을 내며 소량만 사용해 칼로리도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3년부터 사카린을 식품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1977년 해외에서 사카린이 암을 유발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오며 사카린 파동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20년이 더 지나 200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사카린의 위해성을 입증할 근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1990년에는 사카린 사용을 엄격히 제한했으나 2001년부터 사카린 사용을 대부분 허용했다. 감칠맛을 나게 하는 글루타민산 나트륨, 일명 MSG도 비슷한 사태를 겪었다. 대상그룹이 '미원'을 통해 국내에 알린 MSG는 후발주자인 제일제당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 이 과정에서 제일제당은 '다시다'를 출시하고 천연 재료를 강조하며 홍보했고, MSG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커졌다. 인공 재료가 몸에 해롭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하지만 현재 MSG는 인체에 무해한 성분으로 밝혀진지 오래다. 라면업계에는 '우지파동'이 있었다. 삼양식품 등 일부 라면회사가 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우지(쇠기름)를 써서 라면을 제조했다는 것이 알려지며 검찰 수사까지 이뤄졌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우지가 무해하다고 결론냈고 대법원에서도 삼양식품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모든 라면회사들이 우지 사용을 피했다. 우지 파동 사태로 라면 업계의 순위(점유율)는 크게 흔들렸다. 현재 라면은 식물성 기름인 '팜유'로 튀기는데 과거 우지라면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당시 중식인 짜장면에도 라드(돼지기름)를 사용했었는데 동물성 기름이 몸에 나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라드 대신 식용유를 사용하는 중국집이 많아졌다. 식용유 짜장면은 라드 짜장면보다 맛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카제인나트륨, 대왕카스텔라 논란도 남양유업은 2010년 말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며 크리머에 '카제인나트륨' 대신 우유를 넣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제인나트륨'은 부정적인 첨가물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경쟁사인 동서 역시 크게 반발했다. 하지만 MSG와 마찬가지로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은 입증된 것이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정청은 남양유업에 비방광고 판정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카제인나트륨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는데 소비자에게 유해한 것처럼 보이게 광고를 했다는 것이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업계 자체가 거의 괴멸했던 적도 있다. 식품 고발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어 온 이영돈PD는 대만식 카스텔라 편에서 식용유를 사용해 해당 빵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대부분 업체들이 버터가 아닌 식용유를 쓰고 있다는 것이었다. 방송 이후 대다수 대왕 카스텔라 업체들은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후 재판 등을 통해 식용유를 사용한 대왕 카스텔라 제작은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반대로 소비자들이 몰랐던 사실을 마케팅에 잘 활용해 성공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헬리코박터 파일러리균'을 알고 있다. 해당 균은 위에 염증을 일으키는 위해균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위까지 생각한 발효유'라는 광고 문구로 당시 '윌'이라는 제품을 히트 시켰다. 상대 회사를 깎아 내리는 대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것이다. 아스파탐 논란...득과 실 보는 기업은? '아스파탐 발암물질' 논란은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한번 소비자 인식에 각인된 '발암'과 '아스파탐'이란 단어는 쉽게 떠나질 않는다. 과거의 많은 논란에서처럼 식품과 관련된 논란에 소비자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번 아스파탐 논란으로 분명히 피해를 보는 기업과 반사 이익을 보는 기업이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펩시 콜라는 제로 콜라에 아스파탐을 일부 사용하지만, 코카콜라는 다른 감미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 업계에서도 아스파탐 대신 다른 감미료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아예 인공감미료를 피하고 설탕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도 있다. 언론과 증권사 등을 통해 유통되는 일명 '지라시'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비밀리에 퍼뜨리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때때로 이 지라시는 '자가발전' 형태를 통해 없는 정보를 사실인 것처럼 호도하거나, 적수를 비방하는데도 사용된다. 여기서 '자가발전'이란 지라시의 생산자가 기자가 아닌 사건 당사자 본인이 직접 만들어 뿌리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 등의 인사철에 이 '자가발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정 자리에 특정인이 매우 능력있는 것처럼 지라시가 돌거나 반대로 특정인이 매우 부적합하다는 식의 지라시가 도는 것이다. 아스파탐 논란의 결론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이번 논란을 통해 어떤 기업은 돈을 더 벌 것이고, 어떤 기업은 큰 손해를 볼 것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7-18 16:38:46법무부가 23일 기업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두 가지 법안을 공개했다. 하나는 집단소송법 제정안이다. 지금은 피해자가 재판에서 이겨도 소송을 낸 사람만 배상을 받는다. 소송 대상도 증권분야로 국한돼 있다. 제정안은 소송 대상을 산업 전 분야로 넓혔다. 또 피해자 중 일부만 재판에서 이겨도 피해자 모두가 구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다른 하나는 상법 개정안이다. 현재 제조물책임법 등 여러 법에 흩어진 징벌적 손해배상제 규정을 상법으로 통일한다는 내용이다. 두 법안은 28일 입법예고를 거쳐 연내 국회에 제출된다.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15년 독일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 뒤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었고, 2018년엔 독일 BMW 일부 차량에서 자꾸 불이 나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불안에 떨었다. 그러자 지난해 9월 당시 조국 법무장관은 당정협의에서 집단소송제 전면 확대 방침을 밝혔다. 그로부터 1년 뒤 추미애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는 제정안을 내놨다. 소비자 권익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집단소송제는 그 나름 명분이 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그야말로 기함할 노릇이다. 이른바 '공정 3법'도 벅찬 마당에 정부가 새로운 대형 규제법을 또 내놓았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밀린 숙제 하듯 기업을 옥죄는 법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지금이 호기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집단소송제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라는 좋은 뜻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먼저 소송남발이다. 집단소송제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겹치면 소비자는 일단 소송부터 걸고 보자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 밑져야 본전이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이 기획소송을 부추길 공산도 크다. 배상의 판돈이 커지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제가 없는 지금도 제조사들은 소비자 소송에 휘말릴까 전전긍긍한다. 긴 재판 과정에서 이미지 추락이 불가피해서다. 삼양라면은 1989년 공업용 우지(소기름) 파동을 겪었다. 8년 소송 끝에 결국 재판에서 이겼지만 시장 판도는 이미 뒤집혔다. 집단소송제를 산업 전 분야로 넓히면 제2, 제3의 삼양라면 사태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집단소송제를 찬성하는 쪽에서는 흔히 미국의 예를 든다. 종종 미국에선 기업이 천문학적 배상금 탓에 휘청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근본적으로 규제방식이 다르다. 미국은 사후규제가 원칙이다. 일단 풀어준 뒤 말썽이 생기면 세게 때린다. 한국은 사전규제가 원칙이다. 여기에 집단소송제까지 전면 도입하면 사후규제까지 덧대는 격이다. 규제지옥이 따로 없다. 한국 경제에서 기업은 보물 같은 존재다. 집단소송제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짓이다.
2020-09-24 17:41:06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햄버거병'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에는 라면에서 유전자변형(GMO) 대두와 옥수수가 검출돼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2008년 '광우병 파동'이 연상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당시 염려했던 광우병 환자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현재 우리나라 소고기 수입량 1위 국가는 미국이다. 이달 들어 5일 4세 여아가 덜 익은 고기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먹은 데서 사달이 났다. 부모는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용혈성요독증후군(HUS)에 노출돼 하루 10시간씩 복막투석을 받고 있다며 해당업체를 고소했다. 엎친 데 덮쳐 추가 피해아동까지 생겼다. 같은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제품을 먹고 설사, 복통에 이어 혈변까지 봤다고 주장하는 3세 남아 가족이 지난 12일 또 고소했다. 일단 피해를 본 가족들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겠지만 결론을 내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HUS를 일으키는 원인은 수없이 다양하며, 특정 음식에 한정 지을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기 때문이다. 특히 육류를 잘 익히지 않은 채 먹는 경우 외에도 살균되지 않은 우유나 오염된 채소, 주스, 소시지 등을 통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병원성대장균은 열에 매우 취약하다. 적당히 가열해 조리하면 이 병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사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했더라도 일반 성인의 면역력이라면 몇 주 안에 완쾌된다. 다만 최근 6년간 국내에서 발견된 24명의 HUS 환자 중 4세 이하가 절반을 넘기 때문에 어린이나 면역력이 부족한 노약자는 조심해야 한다. 발병 원인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햄버거병'에 화들짝 놀라 건강한 성인들까지 제조방식이 전혀 다른 프랜차이즈나 수제버거까지 기피하는 것은 다소 지나치다. 이에 비해 라면업계는 이제 겨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는 중이다. 지난달 GMO 물질이 국산 라면제품에서 검출됐다는 한 방송사의 보도를 접했을 때만 해도 30여년 전 '우지 파동'의 악몽이 되살아나 몸서리를 쳤다. 이달 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미국산 밀과 밀가루에 GMO 대두나 옥수수가 미량으로 혼입된 것이라고 발표한 뒤부터는 국면이 오히려 전환됐다. 조사 결과 GMO 혼입비율은 평균 0.1%로, 허용기준치인 3%에 크게 못 미칠 정도로 미미했던 것이다. 혼입 경위도 미국 현지 보관창고나 선박 등에 일부 남아있던 GMO 대두나 옥수수의 극소량이 운송 중에 섞인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의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으냐는 의혹을 불식한 셈이다. 근본적으로 GMO의 안전성 문제는 논란 있는 이슈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만 지금까지 우리나라, 유럽연합(EU) 등 외국 정부기관에서 승인된 '위해성 입증 사례'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하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노벨상 수상자 123명이 공동명의로 세계적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에 GMO 반대운동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서신을 보낸 적이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 소비자도 과거처럼 근거 없는 '먹거리 괴담'에 우왕좌왕하지는 않는 것 같다. 광우병 파동을 겪으면서 식품안전이나 식재료 정보에 대한 객관적 지식 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고가 터진 후 인터넷 댓글 보기가 무서웠어요. 그런데 차츰 '아직 밝혀진 것도 아닌데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응도 많아지고 과거보다 훨씬 이성적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의 전언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 생활경제부 부장
2017-07-14 17:30:481989년 일어났던 삼양라면 우지파동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가 라면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던 우지(소의 기름)에 문제가 있다며 제조업체인 삼양식품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를 놓고 이 우지가 먹어선 안 될 '쓰레기' '공업용'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 라면은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국민이 많이 찾는 제품이었다. 회사 측은 법정에서 위해성 여부를 따졌고,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7년9개월이라는 긴 법정 공방을 벌이는 동안 50%가 넘던 시장점유율이 10%대로 곤두박질쳤고 회사는 큰 타격을 받았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이 회사는 25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가짜 백수오 논란이 뜨겁다. 토종 약초인 백수오는 은조롱으로 불리는 식물의 뿌리다. 면역력 강화, 항산화, 갱년기 장애 개선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중장년층 여성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논란의 불을 댕겼다. 소비자원은 시중에 유통되는 32개 제품을 유전자 분석한 결과 백수오로 만든 제품은 3개에 그쳤다고 22일 밝혔다. 9개는 백수오와 이엽우피소 혼합, 12개는 이엽우피소만을 원료로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엽우피소는 독성 작물로 분류돼 있고 유산 위험성, 간 독성, 신경쇠약 등의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업계 1위인 내츄럴엔도텍도 가짜 백수오 파동에 휘말렸다. 파문은 곧바로 주식시장으로 옮겨붙었다. 코스닥시장의 시총 상위권인 이 회사 주식이 소비자원 발표와 함께 가격하한폭까지 빠졌다. 거침없는 상승세를 타던 코스닥 시장 전체가 44포인트 넘게 요동쳤다. 해당 업체들은 분석 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내츄럴엔도텍 측은 "소비자원의 검사방식은 식약처의 공인된 검사방식을 무시한 것"이라며 "소비자원이 분석한 백수오 샘플은 지난 2월 식약처의 유전자검사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았던 샘플"이라고 반박했다. 소비자원의 검찰고발과 내츄럴엔도텍 측의 가처분신청 및 소송으로 진위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식품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시장의 혼선과 후유증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 답은 사전에 위해 여부를 정확히 검증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거다.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기업도, 시장도 다쳐서는 안 된다. 제2의 삼양라면 파동은 다시 없어야 한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 논설위원
2015-04-23 17:23:21조계사 옆 옅은 하늘색의 나지막한 구식 건물. 2층 안쪽의 회장실은 늘 조용했다. 찾아오는 손님도 많지 않았다. 회장님은 외출도 않은 채 방에서 혼자 점심을 들 때가 적지 않았다. 단골 메뉴는 자신의 회사가 만든 라면이었다. 회사가 직영하는 시식 코너에서 조리된 것이었다. 젓가락 대신 포크로 면발을 돌돌 말아 들기도 했다. 노(老)회장의 점심 식탁에 오른 건 라면 사랑과 자부심 그리고 고독이 전부였다. 그제 영결식을 치른 고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개척자이자 큰 산이었다. 1961년 42세의 나이에 삼양식품을 세운 후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인스턴트 라면을 선보인 고인은 먹거리 절대 부족의 국가적 고민 해결에 큰 공을 세웠다는 데 강한 자부심을 가져 왔다. 그가 새로 뛰어든 사업도 축산, 유가공 등 식품과 관련된 업종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그에게 '식품업계의 대부'라는 닉네임이 따라다닌 건 당연했다. 그러나 기업가로서 고인의 말년은 불운했다. 1989년 11월에 터진 우지(牛脂) 파동은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공업용 소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다는 익명의 투서가 검찰에 날아들면서 시작된 사태의 후폭풍은 끔찍했다. 회사는 악덕기업으로 낙인 찍히면서 반품소동 속에 라면시장 챔피언에서 마켓셰어 10% 이하의 군소업체로 추락했다. 회사가 망하기 전 퇴직금이라도 받겠다며 1000명에 가까운 직원이 줄줄이 떠나갔다. '정직과 신용'이 자신의 경영 신념이라며 아무리 진실을 얘기해도 검찰은 물론 세상도 귀를 열어 주지 않았다. 8년 뒤인 1997년에야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판결을 받아냈지만 피해보상의 길은 막막했다. 우지파동 후 고인은 부쩍 말이 없어졌다. 검찰은 물론 세상에 대해서도 유감이 많은 듯했다. "장난 삼아 던진 돌이 개구리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걸 왜 모르느냐"는 말로 애타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공명심을 앞세운 무리한 수사가 기업 생명을 끊을 수 있다고 항변하는 뜻으로 비쳤다. 언론과도 접촉을 끊었다. 회고록을 꼭 남기셔야 한다며 1990년대 중반 어느 날 서울 신교동 자택 앞에서 한밤중 '뻗치기'에 들어갔던 필자에게는 대문 사이로 메모가 전해져 왔다.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대관령과 강원도 사랑이 각별해 틈날 때마다 이곳을 찾았던 그는 대관령 삼양목장 내 선영하에 묻혔다. 뒤늦게나마 고인의 명복을 빈다. tanuki2656@fnnews.com 양승득 논설주간
2014-07-15 16:57:06"한번 낙인이 찍히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게 식품업계입니다." 산양분유 1위 업체인 일동후디스는 산양분유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인 세슘이 검출됐다고 발표한 환경운동연합과 항소심까지 소송을 벌인 끝에 승소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다. 서울고법 민사13부(고의영 부장판사)는 일동후디스가 환경운동연합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화해조정 결정을 내리면서 환경운동연합이 1심 재판 결과를 받아들여 사과하고 '세슘 분유' 관련 자료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도록 이달 초 지시했다. 1심 재판부는 "검출된 세슘 양은 안전기준치의 1000분의 1에 해당하는 극소량"이라며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안전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점 등을 들어 환경운동연합에 기업 이미지훼손에 대한 위자료 8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환경운동연합이 일동후디스 측에 사과하면서 소송은 종결됐다. 하지만 한 번 의심을 품은 소비자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다. 판결 직후 일동후디스 경영진은 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판결 결과를 적극 홍보토록 실무진에게 지시했으나 포기했다. 홍보를 하더라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오히려 잔상 효과가 더 커져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에선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가 변화하면 다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삼양라면의 공업용 우지 사용 파동이다. 지난 1963년 창립된 삼양식품은 당시만해도 시장 점유율 90%를 차지하며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1989년 공업용 소기름을 사용했다는 '우지 파동'이 일어나면서 와르르 무너졌다. 8년 뒤 법정에서 무죄 판정을 받았지만 삼양라면은 이 사건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2014-04-20 16:59:16위기는 누구에게나, 예고없이 닥친다. 오늘날 모든 기업은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내 최대의 유가공업체인 남양유업이 '갑의 횡포'와 '을의 반격'에 얽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문제는 위기 자체가 아니라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위기 관리를 잘 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심지어 브랜드 가치를 더욱 높이기도 하지만, 잘못하는 기업은 이내 무대 뒤편으로 사라지곤 한다. 위기 대응을 잘못해 추락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미쓰비시자동차를 꼽을 수 있다. 2002년 요코하마 도로를 달리던 미쓰비시 트럭의 바퀴가 빠져 길을 걷던 가족을 덮쳤다. 29세 엄마가 사망하고 두 아들이 다쳤다. 회사 측은 자동차 결함을 알고도 시종 부인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양심의 가책을 못 견딘 직원의 제보로 클러치 오작동 사실이 만천하게 드러났다. 그 결과 회장을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줄줄이 구속됐다. 미쓰비시는 위기에 은폐와 축소, 변명으로 일관했다. 1990년대 후반 미국 현지 자동차공장에서의 성희롱 사건, 2000년 자동차 리콜 정보의 조직적 은폐 등 잇따라 발생한 불상사에 대해서도 미봉책으로 대응했다. 결국 미쓰비시는 존립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불상사가 발생하면 무엇보다 신속하고 철저한 원인 규명과 진솔한 사과, 현실성있는 후속조치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미쓰비시 사건의 교훈이다. 91년 사회를 뒤흔들었던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은 회사 측이 초동 대응을 소홀히 했다가 큰 곤욕을 치른 케이스다. 회사 측이 무단 방류했다는 오해를 사면서 박용곤 두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대구시에 200억원을 기부하는 등 큰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사태가 벌어지면 소비자들은 기업의 실제 잘잘못보다는 대응방식을 보고 기업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89년 '공업용 우지 라면' 파동을 겪은 삼양식품의 경우가 그렇다. 훗날 공업용 우지가 인체에 아무 해도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지만 회사는 끝내 잃은 시장을 되찾지 못했다. 잘잘못을 가리는 데만 열중해 이미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경영학계가 위기관리의 롤모델로 제시하는 기업이 존슨앤존슨이다. 82년 미국 시카고의 어느 정신병자가 진통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해 7명이 사망했다. 제임스 버크 회장은 즉각 사과하고 판매를 중단하는 한편 미국 전역에 깔린 타이레놀 전량을 수거했다. 범인이 잡히고도 반년이 지나 캡슐을 쉽게 뜯을 수 없는 새로운 포장법을 개발하고서야 타이레놀 판매를 재개했다. 그 덕에 타이레놀은 소비자 신뢰를 얻어 시장점유율 1위에 복귀했다. 남양유업은 지난 9일 대표이사가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리점 지원과 반송시스템 도입 등 후속조치도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 대리점주들은 "사과에 진정성이 없고 후속 대책도 불명확하다"며 반발하고 있고 각계의 불매운동은 더욱 확산될 움직임이다.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남양유업의 대응이 너무 엉성하고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쏟아진다. 지난 3일 인터넷에 남양유업 전 영업사원의 '막말 통화'가 유포되자 남양유업은 다음날 홈페이지에 간단한 사과문을 게재했을 뿐이다. 불매운동이 벌어지자 그제서야 사과 기자회견을 했다. 피해 당사자보다 국민에게 먼저 사과하는 수순 착오를 범했고 '밀어내기'영업에 대해서는 "최근 조사를 해보고서 알게 됐다"며 실태 규명을 꺼리는 느낌을 줬다. 오너인 홍원식 회장이 직접 사과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래서는 성난 소비자들을 설득하지 못한다. 창사 이래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얼마 전 세계경영연구원이 제시한 '위기관리 10계명' 중 제1계명이 '위기는 사회가 당신 회사를 심판하는 재판의 과정'이며 제2계명이 '처음 24시간이 전부'라는 것이었다. 신속하고 솔직하게 소비자들과 소통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ljhoon@fnnews.com
2013-05-13 16:25:08"공공제약사 설립은 약가인하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신약 등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무법인 화우 이경환 파트너변호사(사법연수원 17기·사진)는 "제약사별로 필요한 설비를 갖추고 경제원칙에 따라 특화된 약품을 생산하고 있다"며 "수백, 수천 가지의 의약품을 공공제약사가 생산한다면 설비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돼 경제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공제약사 설립 방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따라서 "공공제약사는 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비싼 전문의약품과 일반 제약사들이 추진하기 어려운 신약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대 교수서 변신 그는 1989년 국내 대표적인 라면회사의 우지파동 당시 식품과 환경, 보건학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의료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게 됐다. 이 변호사는 연세대 보건대학원과 대학원 보건학과에 진학해 8년간 석·박사과정을 마쳤고 연세대 의과대학의 의료법윤리학과 전임교수를 거쳐, 연대 법학전문대학원 의료법 겸임교수와 가톨릭대학교 및 이화여대 의대 외래교수를 겸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최근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입을 제대로 다물지 못해 TV출연을 하지 못한 한 연예인을 대리한 사건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성형수술은 질병이 아닌 상태에서 미용을 위한 시술을 하는 만큼 위험성이나 부작용에 대해 의료진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지만 의료진이 수입을 앞세워 설명의무를 소홀히해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특히 연예인이라면 보수도 좋고 매스컴 광고효과도 크다 보니 욕심이 생겨 설명을 게을리하는 경우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가습기 살균제 사용으로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을 대리해 가습기 제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제조사가 명확한 근거 없이 살균제를 인체에 무해하다고 표시했고 따라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주장이다. ■"리베이트 처벌 강화해야" 이 변호사는 "의약계에서 관행으로 여겨지고 있는 리베이트는 공공재정에 대한 배임성이 있지만 의사의 재량권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배임보다는 처벌가치가 낮다"면서도 "고정 월급을 받는 대학병원의 교수의료진이나 사회적 영향력이 큰 대형병원의 유명 의사에게는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약업계 최대 화두인 약가인하 취소 소송과 관련, "약가인하 소송은 리베이트 근절과 보험재정 확충 등 정책 목적과 예측가능성 및 단계적 인하라는 절차적 합리성 문제에 대한 소송"이라며 "괘씸죄로 비칠까봐 제약사들이 소 제기를 어려워하고 있지만 행정관행이나 법치행정을 위해 사법적 판단을 받아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2-03-13 17:3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