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기자
2022-02-23 07:49:37[파이낸셜뉴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해도 '북미 대화'가 쉽지 않을 것이며, 북핵을 인정하는 '군축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매우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이날 김 장관은 "2018~2019년 때와는 국제 정세가 변했다"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됐고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시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신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쉽게 열릴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KBS1TV 일요 진단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밝혔다. 김장관은 북미대화 시도 시 한국이 패싱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정부는 미 신행정부와 사전에 조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고, 또 북미 대화가 이뤄진다면 한미가 긴밀하게 사전 조율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은 서울을 거치지 않고는 워싱턴으로 가기가 어려울 것"이라면서 "우리가 한미 공조 체제를 공고히 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우크라이나 전쟁 및 가자지구 중동 전쟁 등 국제 정세 변화를 예로 들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개인 외교를 중요시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한 상황에서 우방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우리나라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궁극적으로는 한국과 미국, 국제사회가 북한에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군축 회담이라는 북한의 요구가 수용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정부는 미 신행정부와 함께 긴밀하게 조율·협의해 미국의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고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추구해 나갈 수 있도록 만전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핵을 용인하는 군축 회담은 대한민국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북핵을 용인하면 한국, 일본 등 여타 국가도 핵을 개발함으로써 핵 도미노 현상이 생기고 핵무기확산방지체제(NPT)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미 대선 결과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북한의 미국에 대한 입장 정리가 아직 덜 돼 있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북한으로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북한 핵을 인정하고 군축 회담을 한다고 할 경우에는 미국과 회담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북한 김정은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다며 "심적 불안에 경호를 강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탈북한 고위 외교관이 ‘김 위원장을 가까이 직접 봤는데 얼굴이 굉장히 홍당무처럼 붉다’고 이야기했다"며 "이는 심적으로 불안하거나 대내외적 상황 때문에 신변 관련 경호를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정은이 “얼마 전, 특수부대 훈련에 참관할 때도 경호원들이 직접 총을 들고 방아쇠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이 이례적으로 확인됐다"며 "전파 방해하는 차량을 항상 동행하고, 드론 공격과 관련된 장비 등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신변 위협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며 경호가 강화된 점도 새로운 동향"이라고 부연했다. 김 장관은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돼 있는 북한군에 대해 "최전선에 투입돼 전투에 가담할지, 후방에서 드론을 사용하는 등 작전에 가담할지, 포병 요원으로 가담할지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정부는 관계기관 그리고 국제사회와 협력해서 그 문제에 대해서 지금 추적하고 있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11-17 21:35:16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중 34.5%입니다. 1인 가구의 급격한 증가는 1인 시대의 도래를 예고하는데요. [혼자인家]는 새로운 유형의 소비부터, 라이프스타일, 맞춤형 정책, 청년 주거, 고독사 등 1인 가구에 대해 다룹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중국 사람이었고, 이름은 이미향이었어. 영어 이름은 안젤라. 나쁜X” 로맨스스캠. 사랑(romance)을 가장한, 사기 행각(scam).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데이팅 앱을 통해 이성에게 접근, 호감을 얻은 후 돈을 뜯어내는 방식의 전기통신금융사기다. 범죄자들은 호감형 외모의 인물을 계정 사진으로 내세우고,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피해자의 의심을 피한다. 이후 재산상 이익을 취하기 위해 금전을 송금하거나 이체하도록 유도한다. "항상 응원해주는데 힘이 나는 거야..." 연예인도 피해가지 못한, 로맨스스캠 가수 김상혁이 로맨스스캠을 당했다. 그는 지난 12일 한 웹예능에 출연, 로맨스스캠으로 1700만원을 잃었던 때를 회상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딘딘은 “상식적으로 진짜야?”라며 이해불가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상혁은 “더블 DJ 할 때 안 좋은 일(이혼)도 있었고, 아버지 묘도 한 번 옮겼다. 따뜻한 말 해주는 친구한테 항상 응원을 받는 데 힘이 났다. 그러다가 점점 비트코인 쪽으로 빠지더라. 얘기가.."라고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딘딘은 "기본적으로 전제 조건이, 그 여자의 프로필 사진이 예뻤으니까 형이 계속 연락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고, 김상혁은 "내 스타일도 아니었다. 중국 사람이었고 이름이 이미향이었다. 영어 이름은 안젤라. 나쁜 X"이라고 분노했다. “저 여군인데, 한번 만나볼래요?” 50대 남성 A씨도 로맨스스캠으로 1억원을 날릴 뻔했다.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해 알게 된 여성은 자신을 우크라이나 현직 여군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해 왔다. “오랜 전쟁과 위험에 노출돼 한국으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한국에 가고 싶다”, “당신을 만나고 싶다”, “석유 사업 투자를 통해 얻은 이익이 있는데 전쟁 중이라 보관할 곳이 필요하다. 대신 받아주면 보관료를 내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범인은 본인의 사진과 영상을 전송하면서 현금 1억원을 송금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 말을 믿은 A씨는 지난 8월 23일 천안 서북구 NH농협은행 성정동지점을 방문해 범인의 계좌로 1억원을 송금하려 했다. 담당 직원이 송금 이유를 묻자 “외교관 지인에게 물건 값을 보내야 한다”고 답했는데 수상함을 느낀 직원이 보이스 피싱임을 직감하고 112에 신고,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중장년 남성 1인 가구, 외로움 등 심리적 요인에 취약 로맨스스캠은 ① 파병 여군·유학생·글로벌 기업 재직 한국계 외국인 등이라며 SNS에 가짜 프로필을 게시한 후 연락을 유도하거나 메시지를 보내 접근 ② 가짜인 외국은행·택배사·증권사 앱 화면을 보여주며 도움 유도 ③ 외국 관세청 직원·항공사 직원 등을 사칭해 통관비·등급 업그레이드 비용 등의 명목으로 계좌이체 시켜 금전을 편취하는 식이다. 외로움 등 상대적으로 심리적 요인에 취약한 중장년층이 표적이 되기 쉽다. SNS 활용에 능숙한 2030대도 범죄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올해 8월까지 총 920건, 545억원(월평균 131건·78억원)의 신고가 접수될 만큼 로맨스스캠 피해는 커지고 있다. 피해자가 사기를 의심할 경우 딥페이크 기술을 악용한 영상통화까지 시도하는 등 그 수법이 더욱 교묘해 지고 있다. 해외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대표적 사례로 살펴보면 올해 1~6월 SNS형 투자사기 관련 피해액은 506억3000만엔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7배 증가한 수치로, 피해자는 50~70대가 전체의 70.9%를 차지했다. 그중에서도 로맨스스캠 피해는 올해 상반기 합계 피해 건수가 1498건으로 피해액은 153억9000만엔에 달했다. 건당 평균 피해액만 1000만엔을 넘어선 것이다. 이에 일본 경찰청은 올해 4월 ‘특수 사기 연합 수사반(TAIT)’를 꾸려 로맨스스캠 단속에 나섰다.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피해 증가대비 여전히 뚜렷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로맨스스캠과 같은 신종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다중 사기 범죄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문턱을 넘지 못해 결국 폐기된 바 있다. 그나마 피해 심각성을 파악한 경찰이 올해부터 로맨스스캠을 금융 범죄로 관리, 피해 규모를 산정하고 있다. 또 다중 사기 범죄 방지법과 관련해 22대 국회 시작부터 전략적으로 추진해 통과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는 성과가 없는 상황이다. 관심 끄는 문자, SNS 메시지 받았을 때 사기 아닌지 의심해야 경찰청은 "사기범들이 민·관·경이 마련한 대응책들을 회피해 국민에게 도달하는 범행 시도가 늘어나면서 금융사기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유형은 다양하지만 사기범이 접근한 후 피해자를 속여 금전을 편취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이 비슷하고,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으므로 이를 평소에 숙지해두면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3자로부터 관심을 끄는 문자나 링크, SNS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일단 멈추고 사기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며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보는 모든 정보가 조작되고 가장됐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로맨스스캠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SNS상에서 무분별한 친구 추가 자제 ▲낯선 외국인과의 인터넷 교제 주의 ▲인터넷 교제 시 부탁을 가장한 금전 요구에 입금 금지 ▲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 등을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기억하자, 이유 없이 잘해주는 여자는 ‘엄마’뿐이라는 걸. gaa1003@fnnews.com 안가을 기자
2024-09-25 13:45:31[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여군을 사칭한 범인에게 연애를 빙자한 ‘로맨스스캠’ 사기를 당할 뻔했던 50대가 은행원 도움으로 피해를 예방했다. 29일 충남 천안서북경찰서에 따르면 A씨(50대)는 이달 초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크라이나 현직 여군이라는 B씨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씨는 외국어로 전송된 메시지를 번역기로 해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오랜 전쟁과 위험에 노출돼 한국으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 “한국에 가서 만나고 싶다”, “석유 사업 투자를 통해 얻은 수익을 보관할 곳이 필요한데 A씨가 대신 받아주면 보관료를 지불하겠다”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사진과 영상도 전송하면서 현금 1억원을 송금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를 믿은 A씨는 지난 23일 천안 NH농협은행 성정동지점을 방문해 B씨의 계좌로 1억원을 송금하려고 했다. 담당 은행원이 송금 이유를 묻자 “외교관 지인에게 물건 값을 보내야 한다”고 답했다. A씨의 표정과 답변에서 수상함을 느낀 은행원은 송금을 중지시킨 뒤 112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메시지는 모두 사기로 드러났다. 이혼 후 혼자 생활하던 A씨는 범죄 피해를 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천안서북경찰서는 28일 NH농협은행 성정동지점을 찾아 사기 피해를 막은 은행원에게 감사장을 전달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8-29 05:28:56[파이낸셜뉴스] 북러간 동맹 복원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북러간 밀착이 또 다른 군사적 제한요인으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급랭 됐던 한중간 관계개선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일고 있는 데다 북중간 관계 악화 징후를 보이고 있어 어느 때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역학관계가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북한이 북러 밀착을 둘러싸고 반목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양국의 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양측의 사상자는 50만명이 넘는다고 추산되며, 우크라이나가 최소한의 핵억제력을 보유했다면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논리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구상 최초로 법제화한 이른바 '핵무력 정책법'은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며 한국은 심각한 딜레마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中, 북한은 한반도 레버리지...대미 전략 카드 지난달 27일 열린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 행사에 북한 주재 각국 외교관들을 초대했지만, 주북 중국대사 왕야쥔만 불참하는 등 북중 관계 사이에는 곳곳에서 예전과는 다른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북중 교역이 감소하고, 2018년 5월 북중 정상회담 후 중국 다롄 외곽 휴양지 방추이다오 해변을 산책하며 친교를 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기념물인 '김정은-시진핑 발자국 동판'이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또 최근 북한 당국에 체류 허가 기한이 조만간 만료되는 10만명가량의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귀국시키라고 통보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의 90%가량은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북한 외화벌이의 핵심이자 '김정은 체제' 유지 기반이다. 북중과의 갈등 구조는 앞서 지난 1월에도 감지됐다. 김정은은 지난 1월 초 일본 지진 때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각하'란 표현을 쓰며 위로 서한을 보냈지만, 같은달 22일 발생한 중국의 대규모 지진과 산사태에 대해서는 위로 서한을 보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북한은 관계가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주기적으로 겪는다"며 "중국은 역사적으로 북한 지도자가 중국에서 멀어져 러시아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일 때 불쾌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 가장 큰 장기적·전략적 경쟁자인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북한 카드는 필수적인 전략적 가치가 있다"면서 나아가 "중국이 올해 안에 김정은을 중국에 초청해 투자와 원조를 약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입장에선 북러 밀착으로 인해 중국의 턱밑 한반도 주변에 한미일의 전력이 집중되고 특히 미국의 전략무기 동원의 상시화 등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꼭 필요하단 얘기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도 본지에 중국의 북한 노동자 송환 통보에도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연결된 가까운 이웃이며 줄곧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중우호를 강조했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중국이 북한과 소원해진 것이 현실이지만 이를 부인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면서 중국을 불편하게 하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으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北 핵무장 자신감...중·러와 '등거리 전략' 구사 관측 중국의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북한은 전략적 자율성과 등거리 전략으로 맞서는 구도가 역력하다. 국제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핵무장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넘은 '등거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반 센터장은 1961년에는 김일성이 소련을 찾아 조약을 체결했지만, 이번 2024년 북러간 '포괄적 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 체결은 푸틴이 북한을 찾아 조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자신이 선대와는 위상이 다르다는 전략적 자율성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최근 외교적 행보는 신냉전 구도를 역이용해 자신이 원할 때 중국과 다시 밀착할 수 있다는 신호이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간 외교적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가 아니라 외교 시소게임을 통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담판은 외교 뿐 아니라 군사,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외교라는 플랫폼을 전략 구사를 위한 최적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의 '등거리 전략'이라는 설명이 적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우러전쟁 양측 사상자 추산 50만명 넘어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은 양측에서 사이버전 전개와 전쟁 그 자체의 속성상 상대에 대한 기만과 선전전을 겸하고 있는 탓에 인명 피해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 집계는 어렵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우러전쟁으로 양측 사상자는 2023년 말 기준 50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이는 한국 군 전체 규모를 상회하는 규모다. 러시아 군인이 31만5000명, 우크라이나에서는 17~19만명 정도에 우크라이나 민간인도 수만명에 달하며 피란민은 416만명, 실종자는 2만3000명에 이른다. 러시아는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 전에 유지하고 있던 지상군 병력의 약 87%를 잃었으며 전차의 약 3분의 2인 2200대와 보병전투차 및 병력수송장갑차 4400대 또한 파괴된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우크라이나의 병력 손실도 막대하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에 따른 국방력 손실을 국가 비밀로 취급해 정확한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시민 단체는 약 3만명의 군인이 전사한 것으로 최근 주장했고, 뉴욕 타임즈는 이미 지난 8월에 전사자 수가 7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간인 피해도 누적되고 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CR)는 지난해 11월, 민간인 사망자의 수가 만명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 핵탄두 약 1700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0기 이상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그러나 1994년 미국, 영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보전을 약속하는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Budapest Memorandum on Security Assurances)를 채택하면서 핵무기를 포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러전쟁 발발의 원인과 경과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선제 핵공격을 가해온 상대방에게 핵으로 강력한 보복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단 몇기의 제2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 즉 최소한의 핵억제력을 보유했다면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란 추리와 논리를 제기하고 있다. ■北 지구상 최초 핵무기 사용 법제화 "언제든 필요하면 사용" 북한은 핵개발 완성 전까지 핵억제만 한다고 나왔다. 남북대화에선 "우리가 설마 동족을 향해서 핵을 겨누겠느냐"고까지 말했다. 이후 북한은 현재 핵무력정책법 같은 것을 통해서 선제 핵사용을 명문화하고 남쪽을 향해서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하겠다고 여러번 반복해서 공언하고 나섰다. 2022년 북한이 제정한 핵무력 정책법 제3조 1항에는 핵무력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위에 복종한다. 2항에는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에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고 규정돼 있다. 제5조 2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우리를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그 비핵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위협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는 미국의 핵우산과 한미동맹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선 남조선을 향해 언제든 핵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제6조에는 △핵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공격 감행 또는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핵, 비핵공격감행 또는 임박 판단 △국가 중요전략적 대상들에 치명적 군사공격 감행 또는 임박 판단 △유사시 전쟁 확대·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 장악을 위해 작전상 불가피한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로 핵대응이 불가피한 경우로 규정돼 있다. 결국 한마디로 김정은 한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구상에 이 같은 핵사용 여건을 열거하고 법제화한 나라는 북한뿐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위험성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핵 대응, 한국의 딜레마..방치해선 안 돼 1941년 맨하탄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이자 핵물리학자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프로메테우스 전쟁 승리의 영웅이 됐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만든 핵무기 위력을 보고 이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하는 비탄에 빠져든다. 강력한 핵군축을 주장한 그는 수소폭탄을 만들려는 트루먼 대통령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미소의 일촉즉발에 처한 위험한 상황을 설파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주장했다.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좌성향 인사로 몰려 청문회 조사를 받고 1951년 모든 공직을 박탈당하고 모든 명예를 잃게 된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오펜하이머 사후 공직을 박탈했던 징계를 취소함으로써 명예를 회복했지만 그는 결국 비핵론자로 1967년 63세로 쓸쓸하게 사망했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은 이같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의 생전 고뇌는 좁은 병속에 두 마리의 독침 전갈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위험한 상태를 벗어나자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오펜하이머가 그토록 절망스럽게 생각했던 딜레마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남북은 좁은 병속에 독침을 가진 전갈 앞에 우리는 무침 곤충으로 남아 있는 셈"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처한 딜레마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8-11 18:09:29[파이낸셜뉴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우만스케 마을을 장악했다"고 2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이 우만스키 마을을 '해방'했으며, 지난 24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 5개 여단에 패배를 안기고 5건의 반격을 격퇴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북동부 하르키우를 비롯한 '특별군사작전' 전장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달 31일 러시아군이 5월 한 달간 28개 마을을 장악했으며 우크라이나군은 8∼9㎞ 후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르키우에서 가까운 러시아의 접경지 벨고로드주에서는 우크라이나 공격에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가 주장했다. 그는 벨고로드 코로찬스키 지구의 행정 부수장 겸 지역 안보위원회 서기인 이고르 네치포렌코가 탄약 폭발로 사망하고 다른 관리들이 경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벨고로드 셰베키노 마을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포격에 버스 승객 5명과 길거리에 있던 1명이 파편에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은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러시아 국방부는 밤사이 벨고로드, 쿠르스크주와 아조우해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3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를 도와 이달 중순 열리는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다른 국가와 지도자들에게 우크라이나 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말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중국의 영향력과 외교관까지 동원해 평화회의를 방해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중국 같은 독립적인 강대국이 푸틴의 도구라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6-02 19:43:25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경제 전문가로 전격 교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행된 장수 교체라 전쟁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모스크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 경제 보좌관이자 제1 부총리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사진)를 국방장관 후보로 내세웠고, 쇼이구는 안보리 수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안보리는 최근 들어 힘이 약해져 유명무실해진 부서다. 이번 개각은 2022년 2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첫 번째 대규모 개각이다. 정치 컨설턴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쇼이구 장관의 후임으로 벨로우소프가 임명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전쟁에 대한 크렘린궁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벨로우소프는 개인적으로 푸틴에게 충성하고 있으며 그가 전쟁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쇼이구가 경질된 것은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부 차관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바그너 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을 사전에 진압하지 못한 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국방장관에 임명된 벨로우소프는 군 출신이 아니다. 그는 1981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8년 경제부 국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이후 경제부 장관을 맡은 뒤 푸틴의 경제 보좌관을 지냈으며, 2020년 1월부터 제1 부총리를 맡고 있다. 강력한 국가 재건이라는 푸틴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푸틴의 다른 측근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에 있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인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직 러시아 외교관이자 현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알렉산드르 바우노프는 "민간인을 국방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푸틴이 국제 시장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기반 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특히 성급한 변화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보기 드문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러시아가 점차 우크라이나 전장의 주도권을 찾아가면서 변화를 꾀하는 한편, 러시아가 장기전을 이어갈 규율과 경제적 능력을 갖췄음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4-05-13 17:56:10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을 경제 전문가로 전격 교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단행된 장수 교체라 전쟁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모스크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전 경제 보좌관이자 제1 부총리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를 국방장관 후보로 내세웠고, 쇼이구는 안보리 수장으로 임명될 예정이다. 안보리는 최근 들어 힘이 약해져 유명무실해진 부서다. 이번 개각은 2022년 2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첫 번째 대규모 개각이다. 정치 컨설턴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쇼이구 장관의 후임으로 벨로우소프가 임명된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전쟁에 대한 크렘린궁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벨로우소프는 개인적으로 푸틴에게 충성하고 있으며 그가 전쟁을 정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쇼이구가 경질된 것은 티무르 이바노프 전 국방부 차관이 연루된 부패 스캔들과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또 바그너 그룹 설립자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반란을 사전에 진압하지 못한 책임을 추궁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국방장관에 임명된 벨로우소프는 군 출신이 아니다. 그는 1981년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받았다. 푸틴 대통령이 총리로 재직하던 2008년 경제부 국장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그는 이후 경제부 장관을 맡은 뒤 푸틴의 경제 보좌관을 지냈으며, 2020년 1월부터 제1 부총리를 맡고 있다. 강력한 국가 재건이라는 푸틴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으며 푸틴의 다른 측근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에 있는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 선임연구원은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수행할 수 있는 민간인을 국방장관에 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직 러시아 외교관이자 현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알렉산드르 바우노프는 "민간인을 국방 장관으로 임명하겠다는 것은 푸틴이 국제 시장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경제적으로 지속가능한 기반 위에 두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면서 "특히 성급한 변화를 피하는 경향이 있는 푸틴 대통령에게 보기 드문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이어 "러시아가 점차 우크라이나 전장의 주도권을 찾아가면서 변화를 꾀하는 한편, 러시아가 장기전을 이어갈 규율과 경제적 능력을 갖췄음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시사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4-05-13 07:27:462017년 7월 싱가포르 외교가가 갑자기 발칵 뒤집혔다. 세계적 명성의 싱가포르 국립대에 리콴유 대학원을 설립하고 13년째 초대 학장을 맡고 있던 키쇼어 마부바니 교수를 전직 외교장관과 대사들이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발단은 '소국은 언제나 소국답게 행동해야만 하는 것'이 국제정치의 불문율이며, 싱가포르는 남중국해 등 중국이 중시하는 사안에 대해서 함부로 나서지 말고 극히 말조심해야 한다는 마부바니의 언론 기고문이었다. 마부바니는 '소국'인 싱가포르는 '대국'인 중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말과 행동을 삼가고, 때로는 원칙을 굽히고 타협하는 것이 실리 확보를 위한 현명한 외교라고 주장했다. 싱가포르의 대표적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마부바니의 이런 주장에 대해 그의 옛 동료들이 싱가포르 국익을 해치는 극히 위험한 발상일 뿐만 아니라 국부로 추앙받는 리콴유가 정립한 국익중심 원칙외교에 대한 모욕이라고 발끈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서울보다 조금 넓은 면적에 인구도 570만 수준으로 그야말로 진짜 '소국'이다. 외교 상대는 모두 자신보다 덩치가 큰 '대국'들이다. 마부바니의 옛 동료들은 싱가포르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제발전에 성공하고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마부바니의 주장과 달리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래 결코 한 번도 '소국답게' 외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외교차관과 유엔대사 등을 역임한 빌라하리 카우시칸은 강대국이 좌우하는 국제정치에서 '소국' 싱가포르는 소국이라는 사실만으로 무시당하거나 강대국 간 흥정의 대상이 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소국답게 행동'하는 순간 전략적 존재감은 사라지고 국익을 지킬 수 있는 기반도 하루아침에 허물어진다고 마부바니를 맹비난했다. 그는 만약 싱가포르가 독립 이후 이웃의 덩치 큰 '대국'들의 수많은 외교적 압박에 스스로 알아서 굴복하고 타협했다면 이미 지도상에서 사라졌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래서인지 마부바니는 그해 말 학장직을 그만두었다. 지도상에서 동남아의 '작은 붉은 점'으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적을 만들지 않고 모든 국가를 친구로 만드는 외교를 추구해 왔다. 이는 소국으로서 당연한 외교 지향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강대국들의 자발적 선의에 기대거나 우호적 국제환경에 대한 어떠한 환상도 배제한 냉정한 현실주의 외교를 추구해 왔다. 또 국익과 원칙에 기반해 정립한 외교정책은 강대국의 어떠한 압력과 요구에도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외교규범을 지켜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며 대러제재에 동참한 나라는 동남아에서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중국의 온갖 회유와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에 보병·기갑·포병 합동 전술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장을 3개나 유지하면서 대만과 군사교류를 지속하고 있다. 미군이 1990년대 초 필리핀에서 철수하자 다른 동남아 국가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군사협력 협정을 맺어 미국 항공모함이 창이 해군기지에 기항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역내에서 힘의 공백을 방지하고 군사적 균형을 유지하고자 한 '소국' 싱가포르의 전략적 결단이었다. 또 전투기 등 미국의 첨단 군사장비를 꾸준히 도입하여 유사시를 대비한 상당한 국방력도 보유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들이 '소국' 싱가포르가 중국을 비롯한 주변 '대국'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이다. 싱가포르 소국 논쟁의 결론은 명확하다. 소국은 결코 '소국답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국과 소국의 우호적 관계는 굴종이 아니라 상호존중의 바탕 위에서만 가능하다. 소국이 자발적으로 굴복하거나 타협한다고 해서 대국의 존중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대의 요구에 국익과 원칙을 타협하고 선의를 기대하는 것은 실리외교가 아니다. 더구나 국제정치에서 소국과 대국은 절대적인 구분이 아니라 상대적 개념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외교를 어떻게 하는가이지 나라 크기가 아니다. 외교가 곧 국력이다. 최원기 국립외교원 교수
2024-05-12 18:33:52문화체육관광부와 청와대재단은 청와대 개방 2주년을 맞이해 개방의 의미를 돌아보고 그 가치를 되새기는 특별 문화예술행사를 개최한다고 30일 밝혔다. 문체부와 재단은 역사적 상징성과 특수성을 가진 청와대에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을 더했다. 나아가 이번 개방 2주년 행사를 전시와 음악회, 다양한 분야 공연, 다원예술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해 청와대의 새로운 장소적 가치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먼저, 5월 1일부터 7월 29일까지 청와대 본관에서 글로벌 중추국가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의 여정을 문화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전시 '정상의 악수, 자유의 약속 : 정상으로 모십니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2년간의 정상외교 기록을 바탕으로 문화강국으로 거듭난 대한민국의 위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과학기술, 보훈, 국방, 문화, 산업의 영역에서 이루어진 정상외교의 기록을 문화기술, 작가 협업 미디어아트, 정상의 증정품 등을 활용해 문화적으로 해석했다. 대형 족자에 그려진 각국 정상들의 전신 초상화는 한국화의 양식적 특징을 학습한 인공지능이 생성한 작품이다. 아울러 각 나라를 대표하는 장소를 배경으로 해당국의 정상과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 가상(버추얼) 외교관 ‘청마루’와 재미있는 대결을 벌이는 외교상식 퀴즈 ‘청마루를 이겨라’, ‘청마루’가 6.25 전쟁 당시로 돌아가 참전용사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푸른 베레모’ 등의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특별전과 연계해 5월 1일부터 6월 3일까지 춘추관 2층에서는 '희망을 그리는 아이들: 우크라이나 아동 그림전'이 열린다. 우크라이나 문화정책정보부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는 전쟁을 겪은 우크라이나 어린이들이 일상과 희망을 그린 그림 15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또 춘추관 1층에서는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와 재단이 공동으로 마련한 전쟁아동 그림전 ‘함께 그리는 희망이야기’를 개최해 세계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메시지를 전한다. 청와대 개방 2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도 마련됐다. 5월 7일 청와대 대정원에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청와대, 세계와 만나는 K-컬처’라는 주제로 KBS 열린음학회가 열린다. 1600여명이 함께하는 이번 음악회에는 국가유공자, 사회적 배려계층, 다자녀·다문화가족 등 일반 국민 400여명과 외교사절, 외국인 유학생 등 체류 외국인 700여명을 특별 초청했다. 대니 구, SG워너비, 헤이즈, 김민석(멜로망스), 스테이씨, 악단광칠, 라포엠, 타악그룹 타고 등이 출연해 국악,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열린음악회는 KBS 1TV를 통해 5월 19일 오후 5시40분부터 80분간 녹화방송한다. 아울러 6월 말까지 청와대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가 펼쳐진다. 어린이날을 맞아 5월 4일과 5일 헬기장 등 야외공간에서는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하는 ‘클래식 가족음악회’, ‘청와대 키즈 콘서트’, ‘청와대 버블 열차’ 등을 진행하고, 5월 18일과 19일에는 청와대 헬기장, 녹지원, 홍보관 등지에서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를 열어 농악, 전통음악, 줄타기, 탈춤 등을 선보인다. 이어 5월 25일에는 소정원에서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재즈밴드의 ‘봄의 재즈 향연’을, 6월 29일에는 청와대 홍보관에서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갈라 콘서트’를 각각 개최한다. 문체부 정책 담당자는 "문체부와 재단은 청와대를 국민과 함께 복합문화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며 "가을에도 더욱 풍부한 볼거리와 청와대의 특별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04-30 07:3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