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네오위즈의 모바일 신작 '원시전쟁'이 양대 애플리케이션(앱)마켓에 등판한다. 네오위즈는 당사가 서비스하고 '나날이 스튜디오'가 개발한 '원시전쟁'을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 글로벌 출시했다고 27일 밝혔다. 원시전쟁은 돌도끼와 주술로 맞서는 원시인과 공룡이라는 컨셉을 중심으로 대규모 부대를 통한 군단전 등을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공룡과 병사의 전략적인 부대 배치와 병력 운용을 통해 적의 군단을 격파하는 스테이지 모드, 거대 공룡 보스와의 PVE(Player vs Environment)를 통해 역동적인 전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양한 스킬을 지닌 여러 공룡을 수집하는 것을 비롯해 △랭킹전 △이벤트전 등 PVP(사용자간대결)모드를 통해 전 세계 이용자들과 대결할 수 있다. 중국, 네덜란드 등을 제외한 글로벌 156개국에서 서비스, 한국어·영어·일본어 등 총 10개국어 언어를 지원한다. 원시전쟁은 이번 글로벌 정식 출시를 기념해 게임에 최초 접속 시 주술 소환 10회 및 골드 1만개를 우편함을 통해 보상으로 제공한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2022-05-27 16:30:4417세기 이래로 태평양의 폴리네시아는 유럽 사람들의 식민지로 분할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인구가 많은 마오리나 하와이 그리고 타히티 쪽은 그들의 혈통을 유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높다. 근년까지 서구의 영향이 가장 적은 곳들 중 하나가 니우에섬이다. 태평양의 섬들은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화산섬, 산호섬 그리고 산호융기섬. 하와이처럼 대형 섬은 화산섬이지만, 대부분의 섬은 산호섬으로 해발이 낮다. 산호융기섬은 산호섬이 지각변동에 의하여 융기되어 해안선에 모래사장이 극소수다. 따라서 배가 쉽사리 접안할 수 있는 양항이 없고, 외부로부터 받는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모래 해변을 만나면, 한 사람 드러누우면 딱 맞을 정도다. 대부분의 산호섬들은 진주조개 생산량이 많은 반면 산호융기섬은 그렇지 못하다. 식민지 시대에 외부로부터 진주 수집상들이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에 근년까지 전통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규모인 니우에를 방문했다. 통가와 피지 사이에 있으며, 뉴질랜드의 보호령이 되어 있다. 니우에의 거주민은 2000명 정도이지만,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는 4000명 정도가 모여 살고 있었다. 섬 전체는 지형상 삼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산호섬이었던 것이 두 번이나 솟아올라서 삼층을 이루고 있다. 섬의 가운데는 움푹 패어 원시림을 형성하고 있는데, 해발로는 마이너스인 이곳이 원래의 라군(lagoon)이었다. 동네는 모두 13개. 가장 큰 하쿠푸(Hakupu)촌에서 중요한 장소로 인식되는 곳은 대영제국의 일원으로 징집되어서 전사한 군인들의 기념비가 세워진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18명, 2차대전 때는 3명, 1963~1967년 말레시아 독립전쟁 진압군으로 나갔다가 1명이 사망했다. 라디오에서는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보내는 에이엠 방송이 들린다. 주로 짓는 농사는 타로와 얌 그리고 타피오카와 쿠마라(고구마)가 있다. 땅에 가장 많이 기어다니는 것들은 빤짝거리는 색깔의 도마뱀이다. 해변에는 산호로 이루어진 바위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서 날카롭기가 그지없고, 석회암 동굴도 잘 발달되어 있다. 해안의 석회암지대가 넓게 펼쳐진 곳에는 중간중간에 작은 연못 같은 것들이 있어서 '스위밍 풀'이라고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이런 곳을 '깅이통'(깅이=게)이라고 부른다. 파란색, 노란색, 검은색, 검은 줄에 흰 줄무늬가 섞인 그리고 가자미 같은 물고기들이 노닌다. 사람이 들어가도 도망갈 줄을 모르고, 다리에 붙어서 간질거리는 입질을 한다. 이제 자라고 있는 산호들이 노랗게 보라색과 흰색으로 솟아오른다. 해변의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형성된 작은 구멍에서 날치 새끼들이 놀고 있다. 들물의 파도에 맞추어서 외양으로 날아간다. 자신의 몸길이 20배 이상을 난다. 어부인 이키타우에씨(49)를 만났다. 어제 오후에 투나 32㎏짜리를 잡아서 180달러에 팔았다고. 4남5녀를 두었고 장남은 서른두 살, 막내는 일곱 살 그리고 손자는 현재 네 살이란다(1994년 현재).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가서 1년간 목공 노릇을 하면서 살아본 경험도 있다. 아이들은 막내만 남기고 모두 오클랜드로 나갔다. 아이들을 보고 싶으면, 자신이 오클랜드를 1년에 한두 번 방문한다. 낚시꾼은 폴리네시아의 전형적인 단익형(單翼型) 카누(vaka)를 타고, 낚시를 한다. 일인용이고, 낚싯대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손으로 만들었다. 통나무배에 붙인 것도 균형을 잡기 위한 간단한 양식이다. 사람이 배 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배의 윗부분에 걸터앉기 때문에, 외줄 통나무에 날개를 붙이지 않으면 뒤집어진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카누의 홈통에 잡은 고기를 놓고, 도구를 놓기도 하고, 또 파도로 들어온 물을 퍼내는 통도 있다. 파도에 견딜 수 있는 양익형(兩翼型)의 '바카'는 원양항해 때 사용한다. 그에게서 게의 똥이란 것을 배웠다. 길이 1㎝ 정도의 가느다란 흰 국숫발 같다. 만져보니 석회 가루 같기도 하고, 향의 재처럼 된 것, 약간 딱딱한 것, 아주 부드러운 것도 있다. 니우에의 전통음식으로는 산에 사는 '웅아'(椰蟹·coconut crab)의 맛이 일품이다. 웅아는 앞발로 야자의 딱딱한 껍질을 까서 육질을 먹는다. 바나나 껍질로 음식을 싸서 열을 가하면 진공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 대부분의 음식은 바나나 껍질로 싸서 찌는 식이다. 땅바닥에 웅덩이를 파서, 그 속에 돌멩이들을 넣고 불을 지핀다. 바나나 껍질로 싼 음식을 그 위에 얹고, 그 위에 젖은 나뭇잎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뜨거운 돌을 얹는다. 남태평양의 거의 모든 섬에서 공유하는 방식이다. 부모의 토지는 자녀에게 균분상속하며, 협소한 도서이기 때문에 토지 문제가 심각하며, 상속제도가 엄격하다. 선조들은 토지의 경계에 망고나무를 심었다. 집집마다 파파야를 많이 심었다. 가정용이며, 돼지밥으로 많이 쓰인다. 혈통률에 대한 인식은 부모의 양쪽을 다 승계하는 공계제(共系制·cognatic)다. 조부모는 '마뚜아뚜푼나', 어머니는 '마뚜아피피네', 아버지는 '마뚜아따네', 여동생은 '○○○아아네', 오빠는 '마하끼땅아'. 연령구분이 중요하여 주로 사용되는 친척 용어는 '세힌나'(손아래)와 '따오키시'(손위)이며, 이 두 용어는 형제간과 숙질간에도 사용된다. 친구 간에는 '까피싱아'라고 부른다. 여자아이들은 귀불뚫기(seliga), 남자아이는 머리깎기(hifi ulu: hifi=cutting, ulu=hair)가 전통적 성인식이다. 초청되는 손님들은 부조금을 준비하며, 호혜적으로 행사가 일어난다. 성인식 전의 소년이나 소녀들은 댕기머리를 하고 있다. 한 친구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늦게 열아홉 살에 했는데, 손님이 102명 초청되었다. 부조금은 모두 1만7000달러 모였고, 자신은 4000달러의 비용으로 12마리 고기, 25마리 양, 35마리 닭, 10마리 돼지, 650개 타로를 준비했다. 성인식이 있은 뒤에야 결혼이 가능하다. 뒷마당에 두 개의 묘가 있는데, 하나는 어머니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오래된 어머니 쪽의 조상이란다. 두 묘는 사각형 시멘트로 덮었는데, 과거에는 돌로 덮었던 방식이었으며, 그러한 석분(石墳)은 지금도 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집 마당의 방문 바로 앞에 비싼 조화로 장식한 예쁜 무덤은 작년 열 살에 죽은 아들의 묘라고 한다. 30년 전의 니우에가 해수면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태평양에서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1-04 18:36:3817세기 이래로 태평양의 폴리네시아는 유럽 사람들의 식민지로 분할되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인구 숫자가 많은 마오리나 하와이 그리고 타히티 쪽은 그들의 혈통을 유지하는 비율이 아직도 높다. 근년까지 가장 서구의 영향이 적은 곳들 중의 하나가 니우에 섬이다. 태평양의 섬들은 세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화산섬, 산호섬, 그리고 산호융기섬. 하와이처럼 대형 섬은 화산섬이지만, 대부분의 섬들은 산호섬으로서 해발이 낮다. 산호융기섬은 산호섬이 지각변동에 의하여 융기되어 해안선에 모래사장이 극소수다. 따라서 배가 쉽사리 접안할 수 있는 양항이 없고, 외부로부터의 영향이 적을 수밖에 없다. 어쩌다가 모래 해변을 만나면, 한 사람 드러누우면 딱 맞을 정도다. 대부분의 산호섬들은 진주조개 생산량이 많은 반면에 산호융기섬은 그렇지 못하다. 식민지시대에 외부로부터의 진주 수집상들이 드나들지 않았기 때문에, 근년까지 전통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소규모인 니누에를 방문하였다. 통가와 피지 사이에 있으며, 뉴질랜드의 보호령이 되어 있다. 니우에의 거주민은 2000명 정도이지만,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는 4000명 정도가 모여 살고 있었다. 섬 전체는 지형상 삼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래 산호섬이었던 것이 두 번이나 솟아올라서 삼층을 이루고 있다. 섬의 가운데는 움푹 패여서 원시림을 형성하고 있는데, 해발로는 마이너스인 이곳이 원래의 라군(lagoon)이었다. 동네는 모두 13개. 가장 큰 하쿠푸(Hakupu)촌에서 중요한 장소로 인식되는 곳은 대영제국의 일원으로 징집되어서 전사한 군인들의 기념비가 세워진 곳이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18명, 2차대전 때는 3명, 1963~67년 말레시아 독립전쟁 진압군으로 나갔다가 1명이 사망하였다. 라디오에서는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보내는 에이엠 방송이 들린다. 주로 짓는 농사는 타로와 얌 그리고 타피오카와 쿠마라(고구마)가 있다. 땅에 가장 많이 기어다는 것들은 빤짝거리는 색깔의 도마뱀이다. 해변에는 산호로 이루어진 바위들이 삐죽삐죽 튀어나와서 날카롭기가 그지없고, 석회암 동굴도 잘 발달되어 있다. 해안의 석회암지대가 넓게 펼쳐진 곳에는 중간중간에 작은 연못 같은 것들이 있어서 ‘스위밍 풀’이라고 불린다. 제주도에서는 이런 곳을 ‘깅이통’(깅이=게)이라고 부른다. 파란색 노란색 검정색 검은 줄에 흰 줄 무늬가 섞인, 그리고 가자미 같은 물고기들이 노닌다. 사람이 들어가도 도망갈 줄을 모르고, 다리에 붙어서 간질거리는 입질을 한다. 이제 자라고 있는 산호들이 노랗게 보라색과 흰색으로 솟아오른다. 해변의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에 형성된 작은 구멍에서 날치 새끼들이 놀고 있다. 들물의 파도에 맞추어서 외양으로 날아간다. 자신의 몸 길이 20배 이상을 난다. 어부인 이키타우에(49세)씨를 만났다. 어제 오후에 투나 32㎏짜리를 잡아서 180달러에 팔았다고. 4남5녀를 두었고, 장남은 32세, 막내는 7세, 그리고 손자는 현재 4살이란다(1994년 현재).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 가서 1년간 목공 노릇을 하면서 살아본 경험도 있다. 아이들은 막내만 남기고 모두 오클랜드로 나갔다. 아이들을 보고 싶으면, 자신이 오클랜드를 1년에 한 두 번 방문한다. 낚시꾼은 폴리네시아의 전형적인 단익형(單翼型) 커누(vaka)를 타고, 낚시를 한다. 일인용이고, 낚싯대는 나뭇가지를 꺾어서 손으로 만들었다. 통나무배에 붙인 것도 균형을 잡기 위한 간단한 양식이다. 사람이 배 안에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배의 윗부분에 걸터앉기 때문에, 외줄 통나무에 날개를 붙이지 않으면 뒤집어진다. 통나무를 파서 만든 커누의 홈통에 잡은 고기를 놓고, 도구를 놓기도 하고, 또 파도로 들어온 물을 퍼내는 통도 있다. 파도에 견딜 수 있는 양익형(兩翼型)의 '바카'는 원양항해 때 사용한다. 그에게서 게의 똥이란 것을 배웠다. 길이 1㎝ 정도의 가느다란 흰국수발 같다. 만져보니, 석회가루 같기도 하고, 향의 재처럼 된 것, 약간 딱딱한 것, 아주 부드러운 것도 있다. 니우에의 전통음식으로는 산에 사는 '웅아'(椰蟹, coconut crab)의 맛이 일품이다. 웅아는 앞발로 야자의 딱딱한 껍질을 까서 육질을 먹는다. 바나나 껍질로 음식을 싸서 열을 가하면, 진공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 대부분의 음식은 바나나 껍질로 싸서 찌는 식이다. 땅바닥에 웅덩이를 파서, 그 속에 돌멩이들을 넣고 불을 지핀다. 바나나 껍질로 싼 음식을 그 위에 얹고, 그 위에 젖은 나뭇잎을 덮고, 그 위에 다시 뜨거운 돌을 얹는다. 남태평양의 거의 모든 섬에서 공유하는 방식이다. 부모의 토지는 자녀에게 균분상속하며, 협소한 도서이기 때문에 토지 문제가 심각하며, 상속제도가 엄격하다. 선조들은 토지의 경계에 망고나무를 심었다. 집집마다 파파야(pawpaw) 나무를 많이 심었다. 가정용이며, 돼지밥으로 많이 쓰인다. 혈통률에 대한 인식은 부모의 양쪽을 다 승계하는 공계제(共系制, cognatic)다. 조부모는 '마뚜아뚜푼나', 어머니는 '마뚜아피피네', 아버지는 '마뚜아따네', 여동생은 '○○○아아네', 오빠는 '마하끼땅아'. 연령 구분이 중요하여, 주로 사용되는 친척용어는 '세힌나'(손아래)와 '따오키시'(손위)이며, 이 두 용어는 형제 간과 숙질 간에도 사용된다. 친구 간에는 '까피싱아'라고 부른다. 여자아이들은 귀볼뚫기(seliga), 남자아이는 머리깎기(hifi ulu: hifi=cutting, ulu=hair)가 전통적인 성인식이다. 초청되는 손님들은 부조금을 준비하며, 호혜적으로 행사가 일어난다. 성인식 전의 소년이나 소녀들은 댕기머리를 하고 있다. 한 친구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늦게 19살에 했는데, 손님이 102명 초청되었다. 부조금은 모두 1만7000달러 모였고, 자신은 4000달러의 비용으로 12마리 고기, 25마리 양, 35마리 닭, 10마리 돼지, 650개 타로를 준비하였다. 성인식이 있은 뒤에야 결혼이 가능하다. 뒷마당에 두 개의 묘가 있는데, 하나는 어머니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의 오래된 어머니 쪽의 조상이란다. 두 묘는 사각형 시멘트로 덮었는데, 과거에는 돌로 덮었던 방식이었으며, 그러한 석분(石墳)은 지금도 섬의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집 마당의 방문 바로 앞에 비싼 조화로 장식한 예쁜 무덤은 작년 10살에 죽은 아들의 묘라고 한다. 30년 전의 니우에가 해수면 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태평양에서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11-03 16:05:06[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4일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정상 중 13개국 정상 배우자들과 친교 행사를 갖고 활발한 외교 행보를 펼쳤다. 한국과 아프리카가 어려움을 극복해낸 공통점으로 '어머니의 정서'를 언급하면서 양측의 정서적 공감대를 이끌어낸 김 여사는 프랑스어로 된 판소리와 할랄 등 퓨전한식, 한국·아프리카산 꽃으로 장식한 오찬장 등 수개월간 준비한 세심한 배려로 아프리카 정상 배우자들을 맞이해 호응을 얻었다. 김 여사는 이날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에서 오찬 인사말을 통해 "한국과 아프리카는 문화적·정서적인 면에서도 공통점이 크다"면서 "전쟁과 식민 지배 등 역사적인 아픔을 극복하고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자녀에 대한 희생과 강인함 등 '어머니의 정서'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화전시 기획가 출신인 김 여사는 "아프리카의 원시미술은 표현주의 추상 미술을 비롯해 현대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프리카가 현대 미술을 이끌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세계 경제와 문화 발전의 중심이 될 잠재력이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 자신의 전문 영역을 통해 아프리카 정상 배우자들의 호감도를 높였다. 김 여사는 "한국은 60여 년 전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단기간에 기적적인 성장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면서 "아프리카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대륙으로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해, 한국과 아프리카의 공감대를 부각시키면서 양측이 협력을 강화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재차 언급했다. 이에 아프리카 정상 배우자들은 김 여사의 초청에 사의를 표하고, "한국의 발전 경험을 배우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또 김 여사가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기후환경, 동물 보호, 아동 인권 등의 사회 활동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하면서 "김 여사의 활동에 아프리카는 물론 전 세계인들이 함께하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김 여사는 이날 배우자 프로그램에서 한국 전통문화를 아프리카 영부인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공연을 포함해 메뉴까지 섬세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고로 팔을 잃은 아픔을 이겨낸 의수 화가 석창우 화백이 선보인 수묵 퍼포먼스 '사이클'은 영부인들에게 감동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검정·빨강·초록·노랑·파랑의 범아프리카색으로 여럿이 한 방향으로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크로키로 표현한 석 화백은 그림의 마무리로 '한-아프리카 함께하는 미래를 그리다'라는 낙관을 찍었다. 이에 보츠와나 영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너무 감동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배우자 프로그램을 마친 후 김 여사는 경복궁에서 시에라리온 대통령 영부인 파티마 마다 비오 여사와 차담을 나눴다. 시에라리온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이번 차담에서 비오 여사는 김 여사에게 "영부인께서 평소 여성과 아동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 활동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여성과 아동의 인권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자 만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에라리온에서의 여성 성폭력 및 조혼의 심각성을 언급한 비오 여사는 "이들에게 안전한 안식처(Safe home)가 될 수 있는 공립 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오는 7월 2일 열리는 병원 개원식과 여성 성폭력 및 조혼 방지 캠페인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김 여사는 '시에라리온에서의 여성의 성폭력 문제, 조혼 문제, 인신매매 등의 심각성에 대해 깊게 공감한다"면서 "비오 여사께서 직접 제안해 주셨는데 필요한 지원이 있다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적극 검토하겠다. 이 문제는 같이 협력해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화답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2024-06-04 23:44:01[파이낸셜뉴스] 셰익스피어 비극 '멕베스'가 창작뮤지컬로 거듭난다. 18일 세종문화회관(사장 안호상)에 따르면 오는 12월 2일~30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서울뮤지컬단(단장 김덕희) 창작뮤지컬 '맥베스'를 무대에 올린다. 셰익스피어 원작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원작에서 그린 11세기 스코틀랜드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왕위쟁탈전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내밀한 심리와 욕망을 동시대적 감각으로 선보인다. 연극 '빵야' '목란언니'로 주목받는 작가 김은성과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작은아씨들'의 박천휘 작곡 그리고 '실비아, 살다'의 연출 조윤지가 함께했다. 더불어 서울시뮤지컬단 한일경과 유미, 실력파 뮤지컬 배우 성태준, 이아름솔이 더블캐스팅 돼 피의 권좌에 스스로 올라 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맥베스와 맥버니역을 연기한다. 서울시뮤지컬단 김덕희 단장은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뮤지컬로 만드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쉽지 않은 일이다. 원작을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관객들은 각각의 셰익스피어를 마음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깊이 있는 텍스트로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서울시뮤지컬단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맥베스'를 뮤지컬로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해왔고, 이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 역사에서 반복된 권력에 대한 인간 본성을 그리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발표된 '맥베스'는 역사가 라파엘 홀린셰드의 저서 '연대기(Chronicles)'에 기록되어 있는 스코틀랜드의 한 귀족에게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충신이었던 맥베스는 마녀들의 예언에 현혹되고, 부인의 부추김으로 인해 던컨 왕을 살해하게 된다. 이후에도 자신의 왕권을 위협해 올 인물들에 불안을 느끼고 살인을 거듭해 나간다. 뮤지컬 '맥베스'의 극본을 쓴 작가 김은성은 “원작은 정치권력의 폭력을 다룬 대표적 고전인 반면 뮤지컬 '맥베스'는 보다 현대적인 욕망을 가진 권력자의 파멸을 다룬다”며 원작과의 차이점을 짚었다. ‘맥베스가 왕이 된다’라는 원작 속 세 마녀의 예언은 서로 다른 세 인물로 등장한다. 이 세 인물은 맥베스가 욕망을 키우는 동력이 되는 존재들로 운명의 결정적 순간에 환영으로 나타난다. 강인한 힘을 키워 장차 왕이 되라며 강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맥베스의 돌아가신 아버지(스콧), 맥베스가 전쟁터를 떠도느라 보살피지 못해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앤디),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내는 용맹한 장군이 되면 언젠가 왕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던 청년 시절 자신의 모습이 환영이 되어 그의 주변을 맴돈다. 원작의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을 설득해 왕을 암살하도록 하고 왕비가 되지만 죄책감에 몽유병을 앓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셰익스피어 작품 속 대표적인 악녀 중 하나로 꼽힌다. 뮤지컬 '맥베스'는 레이디 맥베스를 맥버니라는 이름의 더욱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물로 그린다. 맥버니는 남편 맥베스와 함께 왕의 암살을 도모할 뿐 아니라 가장 가까이에서 왕위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고, 뛰어난 검술을 겸비한 인물로 그려진다. ■ 고전에 스타일을 더하다 뮤지컬 '맥베스'는 스타일과 형식적 특징을 살린 연출로 극의 템포와 리듬감을 강화한다. 특히 맥베스와 맥버니를 제외한 모든 배역의 배우들이 코러스를 겸해 극의 입체감을 더할 예정이다. 조윤지 연출은 뮤지컬 '맥베스'의 코러스에 대해 “전쟁영웅이기도 하지만 무참한 살인자이기도 한 맥베스가 뮤지컬로 관객과 만날 때, 관객들은 멋지게 노래하고 있는 악인에게 감정이입을 해야할지 갈등하게 될 것”이라며 “뮤지컬 '맥베스'의 ‘코러스’는 이 드라마를 관객과 함께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셰익스피어 원작 특유의 시적 언어는 어떻게 구현될까? 제작진은 "시적 언어를 음악적 리듬으로 쌓아올린 셰익스피어 원작의 대사들이 뮤지컬 '맥베스'의 음악을 만나 어떻게 변주될지가 고전 애호가들의 관극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팝, 왈츠, 행진곡, 대관식 찬가(anthem), 원시적 리듬의 주술적 음악을 비롯한 다채로운 음악들을 코러스들의 합창으로 한층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박천휘 작곡가는 “원작의 무게가 많이 부담스러웠으나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뮤지컬이 될 수 있도록 명쾌하게 그리고자 했다”며 극이 전개되면 “맥베스와 맥버니의 끓어오르는 욕망으로 인해 시작되는 죽음의 소용돌이 속에서 끊임없이 요동치는 감정들이 다채로운 음악 속에 펼쳐지고, 그 안에 우리와 같은 나약한 인간들의 모습을 직면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뮤지컬 '맥베스'는 10월 26일부터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공연개막 첫 주인 12월 2일~8일 공연에 한해 프리뷰 할인을 30% 제공하며, 11월 11일까지 조기예매 권종 예매자에 한해 누구나 25%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 밖에 관람인원에 따른 패키지 할인도 35%까지 가능하다. 관람료 정가 3만원~7만원.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0-18 09:05:16지난 6월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언론 인터뷰 파동은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한중 관계에 대한 불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중국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이 최근 들어 자주 감지된다. 윤 대통령과 리창 총리의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의 만남, 시진핑 국가주석과 한덕수 총리의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만남 이후 한중 관계가 해빙된 듯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 인사들도 "중국은 한중 관계 발전에 분명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한국 외교가 미일에 이어 중국에도 큰 성과를 낼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 때 한국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로서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 한중 관계 개선의 첫 단추로 여겨지는 한중일 정상회담의 경우 회담 특성상 중국에서는 총리가 참석하고 경제이슈를 주로 다루기 때문에 난이도가 낮다. 개최 가능성이 크다. 단 한중일 3국 외교부의 단계별 준비와 중국의 국내 정치일정상 올해 개최는 시간적으로 촉박해 보인다. 내년 초라도 열린다면 한중 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치는 커진다. 다음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한중 정상회담이, 2023년 말 혹은 2024년 초 한중일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릴 수 있다면 난이도 높은 시 주석의 '10년 만의 방한'도 기대해볼 만하다. 한국 정부는 시 주석이 한 총리에게 먼저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한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의 원칙적 입장으로 이해된다. APEC에서 한중 정상회담이 짧게라도 열린다면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올해가 될지는 자신 없지만 내년엔 기대하셔도 좋다"는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의 발언은 신중함이 묻어나나 여전히 낙관적 느낌이다. 중국 측은 한국처럼 누가 먼저 와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나, 먼저 온다면 대신 조건을 달 듯하다. 첫째, 환영하는 분위기여야 한다. 적어도 대중 적대시·경원시 분위기는 없어야 한다. 둘째, 한국 측이 방한선물을 준비해야 한다. 적어도 사드 3불(사드 추가배치와 미국의 MD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하지 않음)의 견지와 대만, 남중국해 등 중국의 핵심이익을 존중한다는 약조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대중 정책은 한미 관계뿐만 아니라 미중 관계에 영향을 받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켈리 기후변화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이 방중한 데 이어 곧 척 슈머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방중도 예정되어 있다. 이들의 연쇄 방중에서 보듯 미국의 각 분야 채널 복원 노력이 확연해지면서 한국도 한중 관계 관리모드가 필요해졌다. 미중 관계의 가드레일 안에서만 움직여도 현재의 한중 관계보다는 훨씬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적으로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했기 때문에 중국이 끌려온다는 시각이 있다. 일부 맞으나 한국의 대중 우위는 크게 취약하다. 경제 이외에도 북한은 여전히 한국 안보에 큰 약점이다.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9·9절) 75주년 행사에 류궈중 경제담당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한 것을 보면 중국은 대북 경제협력과 지원을 지렛대로 북한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의지가 있어 보인다. 중국은 북중러 북방 3각에 동참하지 않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위기와 함께 불안감이 커지는 한반도에서 중국의 역할이 재부상할 듯하다. '소가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는 속담에서 뒷걸음질하다 쥐 잡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뒷걸음치다 잡을 수만 있다면 다행이다. 단 확률적으로 희박하고 행운에 기대야 한다. 한미일 협력 강화로만 중국을 다루기 쉽지 않고, 한국의 독자적 대중전략이 필요하다. 때늦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
2023-10-09 18:45:46"우남(雩南) 이승만의 행적을 살피고 평가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긴요한 부분입니다."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전기소설 '물로 씌어진 이름'을 출간한 소설가이자 사회평론가 복거일은 이같이 강조했다.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복 작가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우남의 공(功)과 업적을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복 작가는 2014년 간암 판정을 받고서도 이승만 연구에 마지막 남은 힘을 쏟아붓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규정했다. 이념 대립이 극에 달했던 근현대사의 시대적 환경을 직시해야 한국의 정체성을 바로 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승만 일대기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긴 작품은 필연과 우연이 어우러져서 나옵니다. 조선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우리 역사에서 이승만은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었습니다. 그를 빼놓으면 우리 현대사를 제대로 쓸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그의 행적을 살피고 평가하는 일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긴요한 부분입니다. 이승만의 삶과 업적에 대한 폄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그에 관한 사실들이 극도로 왜곡되고 지워지는 현실은 그런 필연을 사명으로 만들었습니다. ―역사의 격동기를 '이승만 시점'으로 관찰하는 작업을 했는데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승만의 삶은 우리 역사를 보는 창이라고 여깁니다. 그의 삶이 우리 역사의 전개에서 워낙 중요했으므로, 그의 눈으로 보면 우리를 형성한 요소들이 잘 보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역사적 풍경 속에 그를 놓아야 비로소 우리는 이승만이라는 위대한 인물을 이해하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이 졸작에 이승만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얘기합니다. 통상적 역사소설이나 전기소설과는 다르다는 얘기죠. 역사적 풍경 속에 이승만을 놓고 그를 다시 살피는 것은 힘든 지적 작업입니다. ―책 내용이 방대합니다. 주목해야 할 하이라이트는 어떤 부분입니까. ▲아무래도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부분들을 밝히는 대목에 마음이 많이 가죠. 1945년의 얄타 회담에서 조선에 관한 비밀 협약이 있었다고 이승만이 폭로한 사건에 특히 마음을 썼습니다. 그의 폭로로 한반도를 독차지하려던 소비에트 러시아의 음모가 좌절되고 대한민국이 세워질 지리적 요건이 마련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그 비밀 협약의 내용을 추적해서 밝힌 것은 저로선 흐뭇한 일입니다. ―이승만에 대한 공과 논쟁이 여전합니다. 이 책은 객관적 사실 혹은 새로운 해석의 관점을 견지하고 있습니까. ▲소설은 역사서나 논문이 아니니 이승만의 공과를 따지는 일은 핵심적 사항은 아닙니다. 이승만에 대한 평가가 편향적이었으므로 사실을 밝히면 자연스럽게 그의 업적과 허물이 함께 드러나겠죠. 우리 사회는 국경 안의 일들에 너무 집착합니다. 우리 역사 개설서들도 그렇습니다. 우리가 늘 작은 국가였으므로 우리 역사를 형성한 중요한 사건들은 거의 다 외부에서 일어난 일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그 점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개항 이후 우리를 형성한 힘들도 모두 외부에서 왔습니다. 특히 발전된 문명을 지니고 밀려온 서양 세력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2차 세계대전으로 독립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그 거대한 전쟁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현실은 비참할 정도로 다릅니다. 저는 그런 사정을 조금이라도 바꾸어 보고 싶었습니다. ―이승만의 아들인 이인수 박사가 4·19묘역을 참배하고 유가족에게 남긴 언급들이 이승만 기념관 건립에 영향을 미칠까요. ▲그 일은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 도움이 되니 기념관 건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양쪽이 좀 화해하는 방향으로 한다는 것이니까요. 이승만이 역사적으로 두드러지게 중요한 인물이니 그를 알아야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알게 됩니다. 편향을 조금이라도 씻어내려면 이승만의 행적을 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이승만 기념관은 그런 기회를 제공하게 되겠죠. ―과거 역사를 둘러싼 이념 충돌이 심각합니다.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 아닌가 싶습니다. ▲대한민국은 70년 넘게 자유민주주의를 정치적 구성 원리로 삼았고 시장 경제를 경제적 구성 원리로 삼았잖아요. 이런 역사를 지닌 나라가 아시아 대륙에서는 드물거든요. 그러니까 우리의 정체성이 아주 좋아요. 이런 정체성을 많이 새길수록 융화가 이루어질 수 있거든요. 생각을 해보세요. 우리와 이웃한 나라가 러시아, 북한, 중국입니다. 이 세 나라 다 전체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주의 경험이 단 1년도 없는 나라들이에요. 그런 나라들과 우리나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우리가 외부의 영향을 잘 막아내고 좋은 정치적 구성 원리와 경제 발전까지 이룬 과정을 잘 이해하면 융화에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진영논리를 떠나 대승적인 역사관으로 융화를 할 순 없을까요. ▲저는 본질적으로 우리나라 좌우가 똑같다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다는 식으로 나가면 우리 대한민국의 우수한 구성 원리의 타당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낳거든요. 그러니까 대승적인 건 좋은데 그 지향점만은 하나여야 될 거 아니냐 그런 얘기죠. 그것이 뭐냐 하면 대한민국의 구성원리인 거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입니다. ―작품을 다루는 영역이 매우 넓은 편입니다. 차기 작품으로 염두에 둔 주제는 무엇입니까. ▲저는 원래 과학소설 작가입니다. 인공지능에 관한 과학소설 작품을 쓸 생각입니다. 원시적인 인공지능에서 지금은 상당히 발전된 인공지능이 나왔잖아요. 예컨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는 전체주의 위협을 다뤘어요. 엄청난 통제와 감시 카메라가 작동하는 세상이라는 먼 미래를 내다본 작품이죠. 그런데 지금은 AI가 발전했을 때의 미래를 예측해봐야죠. 그래야 우리가 미리 대비하고 마음의 준비를 갖출 수가 있거든요. 미래를 예측하고 그 모습을 미리 보여줘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과학소설의 역할입니다. 제가 원래 과학 소설로 출발했기 때문에 그 일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습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논설위원
2023-09-26 18:15:38[파이낸셜뉴스] 미중 관계에서 대만은 “불침항모(不沈航母)”?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전 로이터 인터뷰에서 대만문제에 관한 원론적인 이야기에 한국과 중국간의 외교가에서 격한 말들이 오고 갔다. 통 큰 대국외교를 한다고 하는 중국이지만 대만문제에 대해서 만큼은 중국이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날카롭게 예민하게 대응하는 까닭은 세가지다. 첫째, 명분이다. 체면에 목숨도 거는 중국이다. 전세계 주요국 중 한국을 제외한 또 하나의 유일한 분단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세계2위의 대국이고 일대일로를 통해 인류운명공동체를 주장하는 중국이지만 작은 자기나라 섬 하나도 통일 못하면서 무슨 세계평화와 운명공동체를 논하냐는 논리에는 막히고 만다. 그래서 대만문제를 언급하면 중국은 어느 나라건 막론하고 막말 공세를 퍼 부었다. 지난 2022년 7월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전화정상회담에서도 대만문제에 대해 바이든이 언급하자 "불장난을 하면 타 죽는다"는 말을 사용했다. 둘째, 대만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을 공격하고 봉쇄하는 데 중요한 '절대 가라 않지 않는 불침항모(不沈航母)'이기 때문이다. 맥아더장군은 대만에 대해 “대만은 불침항모(不沈航母)”와 같기 때문에 미국의 서태평양 방어선(일본~오키나와~필리핀)에서 제외시켜선 안 된다는 언급을 하면서 대만의 대중국 봉쇄에서 중요성을 주장했다. 대만은 유사시 미국이 중국 본토를 공격하는데 중요한 군사기지이고 중국에게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셋째, 첨단반도체 생산기지로서 대만의 중요성이다. 지금 대만은 미중의 반도체전쟁에 뜨거운 감자다. 5nm이하의 첨단반도체 파운드리는 중국과 미국 모두 대만의 TSMC에 의존했는데 미국이 TSMC의 첨단반도체 대중국 수출을 막자 중국은 당장 중국1위의 IT업체인 화웨이가 스마트폰사업을 접었을 정도로 타격을 받았고, 4차산업혁명의 문턱에서 중국은 첨단반도체의 수급문제로 모든 첨단산업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대만 첨단반도체 수출금지를 통해 중국의 첨단산업을 통제할 수 있지만, 미국 역시 5nm이하 첨단반도체는 모두 대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유사시 중국이 대만의 TSMC반도체공장을 파괴하면 미국도 반도체 원시시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대만을 무력이 아닌 방법으로 통일하게 되어 TSMC 첨단반도체공장을 접수하는 순간 중국은 미국을 넘어서는 반도체강국으로, 4차산업혁명에서 미국을 추월하는 패를 쥐게 되기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산업의 기술진화와 시장 과점화> 자료:YOLE 반도체는 더 이상 '무어의 법칙'이 아닌 '소유의 법칙'의 시대 지금 반도체는 발명자의 취미생활도, 첨단기술개발로 초고수익의 '발자 이익' 누리는 고수익성 사업도, 재벌의 수익사업도 아닌 국가의 안보산업으로 변했다. 미중의 반도체전쟁을 계기로 4차산업혁명의 패권을 가를 무기로 등장했다. 반도체가 패권장악의 무기로 변신하면서 반도체는 '먹고 사는 경제상품'에서 '죽고 사는 안보상품'으로 그 지위와 기능, 역할이 격상됐다.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없고 숲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있을 수 없다. 반도체가 안보상품으로 격상하는 순간 반도체는 위험한 무기가 되었다. 목숨을 다투는 전쟁에서 2류는 죽음이고 빌려온 무기, 빌려온 용병으로는 1번의 전투에서는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긴 전쟁에서는 못 이긴다. 반도체는 이제 안보상품으로 올려졌고 다루기 위험한 무기가 되었다. 첨단무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용수익 상관없이 확보하는 것이 정답이다. 미국이 파격적인, 외자반도체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도 천문학적인 정부자금을 5~10년이상 쏟아 붓는 것은 반도체가 아니라 펜타곤이 원자폭탄 개발하듯이 신무기 확보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제 반도체 패권의 법칙은 집적도를 높이는 '무어의 법칙(Moore’s Low)'이 아니라 무조건 1류기술, 무조건 소유하라는 닥치고 '소유의 법칙'다. 4차산업 혁명의 신무기를 확보하는 미국의 프로젝트인 반도체에는 지금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없다 오로지 미국 우선주의만 있다. IT 하드웨어가 중심이 된 정보혁명 시대의 3차산업혁명 시대에 반도체산업에서 미국은 일본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새로운 석유가 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처리하는 반도체의 중요성이 핵심이 되자 미국은 반도체의 외주생산이 아닌 미국내 '반도체 내재화(Semiconductor Inside)' 전략으로 선회했다. 미국은 한국과 대만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를 공급하고 생산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와 성장에 치명적인 독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이 제조에서, 기술에서, 금융에서, 세계 1위였을때는 자유무역과 시장개방 글로벌화가 최고의 선이고 모든 나라가 따라가야 할 철칙으로 인식시켰다. 그러나 2000년부터 중국의 부상과 아시아 국가들의 진격으로 미국의 입지가 흔들리자 모조리 뒤집었다. 디커플링, 리쇼어링, 프렌드쇼어링이 시대의 새로운 패션이고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가 모든 가치에 최우선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일지> 자료: 중국경제금융연구소 한국, 일본의 미일반도체협정(1986년)의 교훈을 직시해야 돈 되면 동맹이고 돈 안되면 동맹도 죽이는 것이 냉혹한 국제관계다. 지금 주목해야 될 것은 1986년에 미일반도체협정으로 일본 반도체를 죽였던 미국이 2022년 미일반도체동맹(CHIP4)을 결성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인텔마저 DRAM사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던 1980년대 잘나갔던 일본 반도체를 미국은 1986년부터 5년 단위의 미일반도체 협정 3번을 연장하면서 일본 반도체를 몰살시켰다. 최첨단 기술을 자랑했던 일본 반도체의 몰락의 배경은 물론 여러가지가 있다. 반도체산업 경영 측면에서는 미국이 보장해준 이익에 취해 기술개발을 게을리하고 추격하는 한국을 물로 본 일본 반도체업계의 오판이 있었다. 미국의 301조, 덤핑제소, 직권조사로 속수무책 일본은 미일 반도체협정을 체결해 당시 10% 수준이던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점유율을 1992년까지 20%로 높이고 기존의 반도체 저가 수출을 중단했다. 또 미국의 대일본 반도체 직접투자 금지도 철폐했다. 협정 이후에도 미국은 일본의 미준수를 거론해 보복관세 부과압박, 일본 반도체 산업 감시를 지속했고 그 결과 일본 반도체업계는 몰락했다. < DRAM시장에서 점유율 추이와 나쁜 시나리오> 자료: SIA, WSTS, 중국경제금융연구소 그러나 궁금증은 G2로 MIT가 'Japan Bashing'이라는 책까지 낼 정도로 강력했던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진짜 이유는 국방을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한계 때문이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미국의 일본 핵우산제거의 위협에 당했다. 37년전 일본반도체산업의 몰락을 잘 봐야 한다. 일본기업이 미국이 보장해준 이익에 만족해 한눈 팔다 반도체를 몰살시켰다는 것은 절반만 맞는 얘기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지금 중국은 반도체를 인체의 가장 중요한 '심장'으로 정의했고 미국은 '안보'로 정의했다. 미국의 안보상품으로 등장한 반도체는 '막가파'다. 뭐든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는 것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말은 부드럽게 하지만 뒤로는 쇠몽둥이를 내 보일판이다. 지금 미국은 대만의 로직 파운드리의 첨단기술을 확실하게 미국에 내재화할 때까지는 대만에게 온갖 감언이설과 우대 조치를 하고 한국은 대만의 변심이 나오지 않도록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하도록 조정하고 유혹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첨단기술에서는 양보도, 동맹도 없다. 결국 반도체는 미국이 정의한 데로 안보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 대만에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무기를 팔고, 안전을 보장해주는 대가로 첨단 반도체공장을 미국에 짓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에게는 70년 한미군사동맹을 통해 과거 일본에 썼던 미일반도체협정과 같은 안보 위협을 암시하면서 미국내 반도체공장 내재화에 동참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중국의 군사적 위협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미국에 공장 짓는 것이 정답이라 논리다. <양안위험지수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자료: 중국해협연구소 자료: wiki/List_of_US_arms_sales_to_Taiwan 첨단기술에서는 양보도, 동맹도 없다. 일본과의 미일반도체협정의 사례로 보면 미국은 첨단기술문제에 있어서는 인정사정이 없다. 동맹도 죽인다. 세계 G2인 동맹도 죽이는 데 G10정도의 한국같은 동맹은 말할 것도 없다. 우방이기 때문에, 혈맹이기 때문에 한국은 특별대우나 고려를 할 것이라는 것은 착각이고 환상이다. 미국의 반도체 내재화전략을 냉정하게 봐야 하고 미국의 절박함과 강경한 의지를 오판하면 안된다. 미국에 대해 어설픈 동맹으로 우대를 기대한 접근이나 중국에 대한 과도한 감성으로 접근은 의미 없다. 한국의 반도체는 미국과 중국의 정부가 본격적으로 개입한 이상 이젠 서바이벌 게임이고 냉철하고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기술의 세계는 냉정하고 냉혹하다. 자존심이고 체면이고 없다. 1980~90년대 세계반도체 산업을 호령했던 일본은 21세기 산업혁명시대의 석유데이터를 생산하는 장비인 반도체산업을 유지하는데 실패했다. 그러나 일본은 30~40년전 이라면 처다 보지도 않았을 대만의 TSMC에 다시 머리 숙이고 보조금 주고 세금 우대하면서 구마모토 지역에 TSMC 공장을 유치하고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다. 이젠 전략물자로 성격이 바뀐 반도체를 일본이 혼자서 맨땅에 헤딩해 다시 만들려면 10~20년 걸릴 판이고 대만 이외에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일반도체협정을 반면교사로 한국은 잘 하는 메모리에 특화해 목숨 걸고 반드시 지켜내고 시장을 제패해야 한다. CPU, AP, GPU가 중요하고 기술난이도도 높지만 메모리 없이는 작동이 안된다. CPU든 AP든 GPU든간에 반드시 메모리와 짝을 이루어 칩셋을 만들어야 한다. NVIDIA의 A100이 챗GPT시장의 핵심으로 떠 올랐지만 NVIDIA의 1만달러짜리 A100칩셋에 200달러짜리 한국산 고대역폭 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가 없으면 작동이 안된다. 그런데 지금 NVIDIA에 HBM을 공급하는 업체는 한국의 하이닉스다. < 하이닉스의 고대역폭 메모리 HBM> 자료: 하이닉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2023-04-28 10:39:19[파이낸셜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 4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계엄령 선포 지역 가운데 헤르손에서는 이날 주민 대피가 시작되기도 했다. 이에 우크라이나는 “주민을 겁주려는 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AP통신 보도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확대 국가안보회의를 개최하고 지난달 주민투표를 통해 합병한 4개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에 계엄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계엄령 하에 어떠한 조치가 취해질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20일부터 계엄령이 발효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연방 평의회(상원)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4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한 대통령령을 즉시 승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러시아의 안보와 미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들을 지키기 위한 굉장히 어려운 대규모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금 이 시간 전선에 있거나, 사격장이나 훈련 센터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이들은 그들이 우리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느끼고, 또 크고 위대한 국가와 하나된 국민이 그들의 뒤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계엄령 선포는 이 지역에서 더 강한 군사 작전을 펼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최근 점령지 4곳에서 서방 무기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러시아 8개 지역에도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다. 벨고로드, 쿠르스크, 크라스노다르, 보로네즈, 로소토프, 브리얀스크,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등이다.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강제 합병한 지역이다. 나머지 6개 지역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러시아 영토다. 푸틴 대통령은 아울러 전국 80여개 지역 수반을 향해 핵심 시설 방어와 공공질서 유지, 특별 군사작전 지원을 위한 생산 증대 등을 위해 추가 권한을 부여했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맞불을 놓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전쟁 양상은 더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계엄령 선포 지역 가운데 헤르손에서는 이날 주민 대피가 시작됐다. 주민 5만~6만명이 매일 약 1만명씩 러시아 지역으로 이주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주민들에게 곧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실장은 “러시아의 프로파간다 쇼”라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 군은 시민을 향해 총을 쏘지 않는다. 원시적인 수준의 러시아 전술일 뿐”이라고 말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2022-10-20 08:22:03[파이낸셜뉴스]1912년엔 단순히 두 비행기가 나란히 저속으로 비행하면서 '가솔린 깡통'을 던져 주고받는 식의 원시적인(?) 형태의 공중 급유가 시도된 적이 있었다고 전한다. 공식적으로 맨 처음 시도된 공중 급유는 기록상 1921년 11월 2일 웨슬리 메이, 프랭크 호크스와 얼 도허티에 의해 시도된 방법으로 스턴트에 가까운 묘기였다. 두 대의 비행기가 저속으로 날개를 맞대고 나란히 날고 있는 상태에서 조종사 후방석에 앉아있는 사람이 연료 기름통을 직접 들고 급유를 받을 기체의 날개를 통해 기어 올라가 건너편 비행기로 이동해 연료를 채워 넣어 직접 주유하는 방식이었다. 당시의 비행기는 매우 느린 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후 1920년대 공중급유의 초기 실험은 두 대의 저속 비행기가 편대 비행을 하면서, 한쪽에서 휴대용 가스탱크의 호스를 던져서, 그것을 다른 비행기에서 받아 연료주입구에 넣는 방식이 개발되지만 매우 위험한 방식이었다. 1935년에 프레드와 알 키 형제와 지역 발명가이자 정비공인 A. D. 헌터에 의해 새지 않는(spill-free) 재급유 노즐 The Flying Keys를 개발 상용화하는데 성공한다. 이 밸브는 연료 탱크에 삽입되지 않는 한 연료가 흐르지 않으며 노즐을 탱크에서 제거하면 연료 공급이 자동으로 멈춘다. 오늘날에도 이 노즐은 설계가 일부 개선되어 여전히 사용 중이며 특별히 설계된 공중 급유 장비를 가진 공중급유기의 개발로 최신 제트기까지 공중급유가 가능해진다. 가장 일반적인 공중급유 방식은 '플라잉 붐 방식(Flying boom)'과 '프로브 앤 드로그 방식(probe and drogue)' 두 가지다. 프로브 앤 드로그는 급유기의 급유 호스 끝에 배드민턴 셔틀콕과 같은 드로그(Drogue)를 장착해 공중급유를 하는 방식이다. 급유를 받는 항공기는 급유봉인 프로브(Probe)를 장착해 이를 드로그에 결합해 급유한다. 항공기 제작 후에도 급유체계의 추가 설치가 가능하다. 미 해군과 해병대,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다. 플라잉 붐 방식은 급유기에 긴 급유 붐(Boom)을 장착해 항공기의 수유구에 삽입하는 방식이다. 붐을 장착한 전용 급유기가 필요하며 항공기도 설계 때부터 수유구를 설치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미 공군만 사용한다. 한국 공군은 유럽 에어버스 디펜스앤스페이스의 A330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4대를 운영하는 데 양날개 아래 공중급유 포드(pod)와 동체 중앙의 재급유 붐을 갖추고 있다. ■공중급유기, 공군 군사 분야의 예술 공중급유는 공군 군사 분야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공중을 나는 급유기에서 뻗어 나온 급유선을 정확히 잡고 다른 비행기의 연료통에 고정시키는 것은 아주 복잡한 작업이다. 항공유는 인화성이 아주 강하기 때문에 두 비행기간의 고도 속력이 정확히 조율되어야 하고 무엇보다 마찰이 없어야 한다. 현재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32개국이나 된다. 하지만 실제로 공중급유기를 잘 운용하고 있는 국가는 18개국에 불과하며 이 중에서도 공증 급유기의 가치를 제대로 활용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최초의 공증급유기를 실전에 배치하고 가장 많은 공중급유기를 가지고 있는 미국이 독보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중 급유기는 하늘에서 다른 비행기에 기름을 전달할 수 있는 기름 탱크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공중급유기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전쟁의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인정받고 있다 공중 급유기는 기본적으로 공중전력의 효율성을 증가시킨다. 항공기는 이착륙 시 긴 활주로가 필요하고 여러 가지 주변 환경과 조건이 맞아야 이착륙이 가능하기 때문에 착륙하지 않고 공중에서 급유를 받는다는 것은 엄청난 효율성을 발휘하게 된다. 두 번째는 전략을 확장시킬 수 있다. 전투기는 최대 이륙 중량 제한을 받아 무장을 한 상태에서는 기름을 충분히 싣을 수가 없다. 따라서 이륙 시에는 기본 연료를 주유하고 최대의 무장과 장비를 갖춘 채 이륙한 후 공중에서 급유를 받게 되면 전투기의 중량을 최대로 끌어올려서 최대 무장을 탑재해 활용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수송기로서의 임무다. 최초의 공중급유기를 폭격기로 만들었지만 지금은 수송기를 개조해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일반 여객기처럼 내부 공간이 존재한다. 덕분에 원래 본연의 임무인 공중급유의 기본 업무를 수행하고 그 외에 VIP운송이나 자국민 구출, 재해복구 등 다목적으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쟁 승패의 변수...공중급유기의 활약 베트남 전쟁에서 공중 급유는 전투기들이 태평양을 횡단할 수 있게 한 것 말고도 손상된 전투기들이 공중급유기에 접속한 채로 공군기지에 착륙할 수 있는 위치까지 비행하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이것은 수많은 생명들을 구했고, 전장에서 공중급유기의 가장 훌륭한 사용의 한 사례였다. 포클랜드 전쟁 기간 동안 공중 급유는 대부분 핸들리 페이지 빅터(Handley Page Victor) 공중급유기에 의해 이루어졌다. 빅터 공중급유기는 영국에서 출발한 공격기, 수송기, 해상순찰기들이 중간 기착지인 남대서양의 Ascension 섬에 전개되도록 도왔다. 가장 유명한 공중 급유 작전은 Black Buck 작전이었다. 빅터 공중급유기들은 애브로 벌컨 폭격기들을 공중 급유했고, 폭격기들은 포클랜드 섬에 있던 아르헨티나군을 공격했다. 이 작전은 포클랜드에 전개되는 영국 비행기들에 대한 아르헨티나 공군을 저지하는 데 효과적이었고, 전개된 전투기들은 아르헨티나 본토의 방어선을 저지했다. 걸프 전쟁에서 사막의 방패 작전 기간 동안 영국령 디에고 가르시아 섬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군 기지로부터 미 공군의 KC-135와 KC-10 익스텐더가 전개됐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진한 공중급유기는, "Frisbee"라고 비공식적으로 불린, 이라크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립지대에서 궤도비행을 하면서 연합군 비행기들을 공중 급유했다. 사막의 폭풍 작전 기간 동안 24시간의 공중 급유 지대(zone)는 밀집한 공중 작전을 도왔다. 1991년 1월 16일과 17일, 미국 루이지애나의 박스데일 공군기지에서, 사막의 폭풍 작전의 첫 전투출격이자 역사상 가장 장거리의 전투출격이 있었다. 7대의 B-52 폭격기는 35시간의 작전시간 동안 비행하면서 걸프 만에 갔다가 되돌아왔다. 이것은 공중 급유에 의해 가능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1-11-06 23:15: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