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못해 뜨거운 여름이다. 사람들이 잘못 살아온 결과의 죗값이라는 게 밝혀진 사실이다. 인류가 생겨난 이후 가장 뜨거운 맛을 본 경험이 무엇일까.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 직격이라는 말을 하면, 당시 희생되었던 분들에 대한 실례의 언사가 될까. 추호라도 그러한 방향으로 오해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뜨거움으로 인한 죽음의 인간적 경험과 일본 문화를 생각해 본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었던 가장 뜨거웠던 현장이 원폭 낙하의 폭심지일 것이다.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경 히로시마에는 거대한 구름을 동반한 또 하나의 태양 같은 불덩이가 떠올랐다. 이어서 쏟아진 죽음의 검은 비(黑雨)는 타들어가는 사람들의 목을 적셨다. 정신대 근로현장으로 출근 준비 중이던 여중(女中) 3학년의 타나카 양은 히로시마의 외곽 지역에서 번쩍 하는 분홍빛의 '아름다운' 형상을 보았고, 그로 인하여 평생 안구질환을 겪었다. '삐까동'(번쩍하고 떨어졌음을 의미)이라는 주홍글씨가 그녀를 따라다녔고, 차별 신세가 쓰라린 트라우마로 각인되었다. 혼인 적령기에 좋은 남자를 만났지만, 히로시마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파혼당했다. 방사능 오염이라는 지식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다. 관공서의 호적부며 지적도도 다 녹아버린 폭심지에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 나가서 차지하였던 땅에 간이막사를 짓고 살았던 청년을 배필로 만나서 혼인하였다. 후일 탄생한 아들은 12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병원의 진단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남편도 피폭 결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대동아전쟁의 대본영이 자리하였던 히로시마는 최대의 군사기지였고, 인류가 최초로 경험하게 된 미군의 원폭 낙하지점으로 선택되었다. 시마네와 히로시마의 두 현(縣)을 가르는 산맥에서 발원한 오타강(太田川)의 하류에 삼각주로 발달한 땅이 히로시마 시내이고, 삼각주 섬들이 교량으로 연결되었으며, 주변에는 작은 실개천들이 여러 줄기 흐르고 있다. 또 하나의 태양이 떴던 그날 아침 오타강은 타들어가는 사람들의 시체로 가득하였다. 끓고 있는 강물에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불덩이를 체험한 인류사의 일면을 증언한다. 요사이 걱정거리로 등장한 방사능 피폭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도의 폭심지는 모조리 녹았다. 폭심지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수족과 사지의 피부들이 녹아내리면서 타들어갔다.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아직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곳에 사람이 얼마나 살고 있었는지를 정확히 헤아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금 제시되어 있는 숫자는 정확성을 추구한 최대 노력의 결과물인 추정치일 뿐이다. 원폭 피해의 폭심지 상징물인 당시의 상공회관 철골 건물이 강변에 자리한다. 그 일대는 '평화'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다. 기념관의 자료들이 정비되어 있는 것도 참으로 질서 정연히 정돈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안내인들의 엄숙함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그날 아침의 아비규환과는 극단의 대조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매년 거행되는 '위령제'(慰靈祭)라는 이름의 전 지구적 팡파레의 연중행사를 보면서 인류학적 파토스를 헤집어본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치르고, 그 이후 상례라는 이름의 의례들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어느 구석에도 장례식이 있고, 상례와 제사에 관련된 내용의 통과의례를 관찰할 수 있다. 수십만명의 원폭 사망자를 안았던 당시의 제국일본은 어떻게 대응하였는가. 일본의 대동아전쟁 동안에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전쟁을 수행하던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원자폭탄 개발을 추진했고, 독일과 일본도 동일한 신무기 개발에 몰두했다. 동경제국대학에서도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고, 히로시마 원폭 낙하 직후 동대 연구자들이 현장감식을 했다. "바로 이것이다". 자신들이 찾고 있었던 것이었고, 그 내용이 직보되어 '무조건 항복' 선언을 준비하는 절차가 있었다. 유사 이래 전대미문의 참혹한 대량의 '뜨거운' 죽음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처리하였나. 대량 살상사건이 나면 흔히 사회장이나 국장이라는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폭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식은 어떻게 치러졌나. "개별적으로 장례식을 치르고, 후일 국가가 장례비를 지급하였다" 정도의 정보가 전부였다. 폭심지에서 가족이 모두 증발해버린 영혼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일본 민속학자들이 가장 많이 만들어낸 연구논문의 주제가 '원령'(怨靈)에 관한 것이고, 망자의 영혼이 제대로 절차를 밟아서 안치되지 않으면 망령이 되어서 구천을 떠돌아다니게 되고, 그것이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한단다. 공동묘지가 있는 불교사찰에서도 '무연묘'(無緣墓)를 관리하고, 사찰이 없는 외딴 동네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돌보는 무연묘도 있다. 동식물이든 사람이든 영혼은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본 문화의 철칙이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위령탑'(慰靈塔)이라는 것이 무연묘의 역할을 한다고 믿으려는 모양이다. 장례가 치러진 다음에 위령이다. 그런데 엄청난 규모의 국장으로 치러졌어야 할 원폭 희생자들의 장례는 생략되었다. 과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희생자들 영혼은 저세상에 제대로 안착하였는가. 인생고비(life crisis)의 매듭마다 그것을 통과하게 하는 의례 절차들이 있다. 그것들 중의 하나가 장례다. 매듭을 풀지 않으면 다음의 절차가 순조롭지 못하고, 살림살이가 뒤죽박죽으로 가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만시지탄이지만 피폭 80주년이 되는 내년, 천황을 상주로 한 장례가 준비되길 기대한다. 그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길이며, 그래야 이웃 관계도 편해진다. 빗자루와 인형에도 혼령이 내재한다는 생각의 뿌리인 삼계만령(三界萬靈) 사상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공포와 불안 원천인 원령의 존재가 유사 이래 최대의 국책이었던 대동아전쟁으로 비롯되었다는 나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는 없다. 침략으로 일관되었던 과거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일본의 문교정책이라고 하지만, 살림살이가 진행되는 하루하루의 생활에 개입되는 원령과 그로부터 전개되는 원령관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적 불안이 폭증하는 젊은 세대들의 '히키고모리'(은둔자)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원령과 히키고모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한 장의 화면에 교차되면서 어른거리는 현상이 현재 진행형의 일본 문화라는 이해가 가능하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8-19 18:04:41【파이낸셜뉴스 전남=황태종 기자】전남도가 지난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 피폭 피해자 1세대에 대한 생활 지원을 올해부터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전라남도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피폭 피해자에게 연간 60만 원(매월 5만 원)의 생활지원수당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2023년 1월 1일 기준 전남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대한적십자사에 원폭 피해자 1세대로 등록된 9명이다. 전남도는 피해자 대부분이 80세 이상 고령임을 감안해 대상자를 직접 찾아가 생활지원수당 신청을 접수하고 모두 지원받도록 조치했다. 이상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원자폭탄 피해자 생활지원수당 지원이 진료비 등 경제적 부담 완화에 다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복지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2-04 09:27:39[파이낸셜뉴스] 66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을 때, 그 충격으로 산불이 일어났고, 쓰나미가 일어났으며 대기에 엄청난 황을 분출해 태양 빛을 막았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공룡들을 파멸시키는 빙하기의 원인이 됐다. 미국 오스틴시에 있는 텍사스 대학이 이끄는 연구진이 소행성 충돌 후 24시간 이내에 충돌 분화구를 가득 메운 수십m의 암석들에서 확실한 증거를 발견해 과학자들이 세운 가설을 확인했다. 그 증거에는 숯조각, 쓰나미의 역류로 인한 암석의 뒤섞임, 눈에 띄게 황이 없는 것 등이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지구물리학연구소(UTIG)의 숀 굴릭 교수는 "이 증거들은 모두 공룡시대를 종식시킨 대재앙의 여파를 가장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암석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멕시코 동남부 유카탄반도 앞바다의 충돌 현장에서 암석을 회수하는 '2016 국제해양탐색프로그램(IOC) 과학시추' 임무를 공동 지휘한 굴릭 교수는 "이 암석들은 충돌지점 내에서 찾아낼 수 있었던 사건들의 기록으로 그 지점에서의 충격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9월 9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됐으며, 24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팀이 기여했다. 잭슨 스쿨이 공동주도하고 이끈 초기연구를 바탕으로 분화구가 어떻게 형성됐고 충돌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생명들이 회복됐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소행성 충돌=2차 세계대전때 원자폭탄 100억개 충돌 후 몇 시간 이내에 분화구를 가득 메운 대부분의 물질은 충돌 현장에서 생산되거나 주변 멕시코 만에서 다시 분화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에 휩쓸려 들어갔다. 하루 만에 약 130m의 물질을 퇴적시켰는데, 이는 지질학 기록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엄청난 퇴적은 암석들이 충돌 후 몇 분, 몇 시간 안에 분화구 주변과 그 주변 환경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록했다. 또한 지구상 75%의 생명을 앗아간 충격이 더 오래 지속되는 영향의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굴릭 교수는 이를 지역 차원에서 짧은 불지옥으로 묘사했으며 그 다음이 장기간의 빙하기라고 표현했다. 굴릭 교수는 "우리를 튀긴 뒤 얼려 버렸으며, 그날 공룡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공룡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소행성의 충돌이 2차 세계대전때 사용했던 원자폭탄을 100억개 합한 것과 맞먹는 위력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폭발로 수천㎞ 떨어진 나무와 식물에 불이 붙었고 미국 일리노이주까지 내륙에 도달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했다. 분화구 안에서 연구원들은 숯과 토양 곰팡이와 관련된 화학 바이오 마커를 모래 층 또는 바로 위에 발견했다. 이는 새까맣게 타버린 풍경이 쓰나미의 물이 빠지면서 분화구 안으로 빨려들어갔음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 대학의 교수이자 충돌 분화 전문가인 제이 멜로쉬 박사는 산불에 대한 증거를 찾는 것은 과학자들이 소행성 충돌 영향에 대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멜로시 박사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었고,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일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대량 학살의 주범은 대기로 방출된 황 그러나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 충돌 분화구 주변은 황이 풍부한 암석들로 가득하지만 중심부에는 황이 없는 것이다. 이 발견은 소행성 충돌이 충돌 현장에 존재하는 황을 가진 광물을 증발시켜 대기로 방출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대기로 방출된 황이 지구의 기후에 큰 피해를 입혔고, 햇빛을 반사시켜 빙하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소행성의 충돌로 적어도 3250억t의 황이 방출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이것은 1883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 당시 분출된 황보다 4배나 더 큰 규모인데, 이 황은 지구의 기후를 5년간 영하 16℃로 냉각시켰다. 비록 소행성 충돌이 지구 일부 지역을 파괴했지만, 당시 지구상 대부분의 다른 생명체와 공룡들을 멸종시킨 것은 바로 기후 변화였다. 굴릭 교수는 "진짜 살인자는 지구 대기"라며 "이렇게 대량 멸종을 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 효과뿐"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19-09-09 23:13:26[파이낸셜뉴스] 한 외국인 유튜버가 한국 편의점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라면 국물을 책상에 쏟는 등 행패를 부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유튜버는 앞서 평화의 소녀상을 조롱하고 지하철에서 음란물을 보는 등 이미 한국에서 물의를 일으켜 논란이 된 인물이다. 구독자 약 1만 8000명을 보유한 외국인 유튜버 A씨는 지난 17일 한국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올렸다. 영상을 보면 A씨는 편의점에서 라면과 소주 한 병을 산 후 내부 마련된 탁자 앞에 앉았다. 그는 그곳에서 크게 음악을 틀고 소주를 컵에 따르기 시작했다. 이에 직원은 그에게 실내에서 소주를 마실 수 없고 너무 시끄럽다고 조치했다. 그러자 A씨는 떠나는 직원의 뒷모습을 향해 때리는 시늉을 보였다. A씨는 라면 국물과 면발을 일부러 탁자에 쏟아붓기도 했다. 손으로 면을 집어 편의점 출입문을 향해 던지기까지 했다. 이후 냅킨으로 탁자에 쏟은 국물을 닦은 A씨는 쓰레기를 버리러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직원은 탁자 위에 놓인 소주병과 컵을 발견했다. 직원은 “여기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고 말했고, A씨는 “조용히 해달라. 난 여기서 술을 안 마셨다”고 했다. 경찰을 부르겠다는 직원의 말에 그는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앞서 A씨는 지난 9일 이태원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동상에 입맞춤하며 “나는 한국의 생각을 지지한다.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다. 그런가 하면 그는 지하철 객실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실수인 척 음란물을 재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버스에서 북한 음악을 큰 소리로 틀어 쫓겨나기도 했으며 놀이공원에서는 소란을 피우다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민폐 행동을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일본 전철 내에서 음란물 소리를 재생하고,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원자폭탄’이라는 가사가 담긴 음악을 트는 등 민폐 행동을 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19 19:19:13【도쿄=김경민 특파원】 원자폭탄·수소폭탄 피해자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일본 내 피폭자 단체들이 고령화로 존속을 걱정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그동안 나라현과 도치기현 등 11개 현의 피폭자 단체가 이미 해산했거나 활동 휴지에 들어갔다. 내년 3월에는 홋카이도 피폭자협회가 해산할 예정이다. 1965년 출범한 니혼히단쿄는 일본내 지역별 원폭 피해자 단체들이 가입한 전국 조직으로 핵무기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해산 및 활동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생존 피폭자들의 고령화다. 일본 정부에서 의료비 지원을 받는 피폭자 건강수첩 보유자는 지난 3월 말 현재 10만6825명이며 평균 연령은 85.6세다. 피폭자 건강수첩 보유자수 자체도 10년 전보다 8만6000명가량 줄었다. 마이니치신문도 "고령화 영향으로 니혼히단쿄의 지방 조직이 해산이나 중단되고 있다"며 "조직의 존재 방식이 과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10-12 14:14:35[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일본 원자폭탄 생존자 단체인 '니혼 히단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증언을 통해 다시는 핵무기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공로를 인정했다"며 수상 배경을 밝혔다. 1956년 일본 내 피폭자 협회와 태평양 지역 핵무기 실험 피해자들이 결성한 니혼 히단쿄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피폭자 단체다. 이로써 1901년부터 인류 평화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노벨 평화상은 올해 105번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노벨 위원회는 1·2차 세계대전 등을 이유로 19차례(1914~1916년, 1918년, 1923년, 1924년, 1928년, 1932년, 1939~1943년, 1948년, 1955~1956년, 1966~1967년, 1972년) 수상자를 내지 않았다. 현재까지 평화상 수상자는 총 142명이다. 이 중 개인이 111명, 단체가 31곳이다. 두 명의 개인 또는 단체가 공동 수상한 것은 31번이다. 평화상 수상 단체에서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세 차례(1917년, 1944년, 1963년), 유엔난민기구(UNHCR)가 두 차례(1954년, 1981년) 받았다. 유엔과 유럽연합(EU)도 평화상을 한 차례씩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으로 노벨 평화상을 두 번 받은 적은 없지만, 미국 물리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185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후 핵무기 반대 운동 공헌으로 1962년 평화상을 받았다. 역대 여성 수상자는 19명이다. 첫 여성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전쟁 반대를 주장한 소설 '무기를 내려놓으시오'의 오스트리아 소설가 베르타 폰 주트너(1905년), 마지막 여성 수상자는 이란의 여성 억압에 맞서 싸운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2023년)다. 최연소 평화상 수상자는 2014년 탈레반의 총격에 살아남은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당시 17세)이며, 최고령 수상자는 폴란드 태생의 영국 핵물리학자 조지프 로트블랫(1995년)으로 수상 당시 87세였다. 지금까지 평화상 수상을 거부한 사람은 북베트남 대표였던 레둑토 뿐이다. 1973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베트남전 휴전조약인 파리평화협정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조국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한국에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끈 공로로 평화상을 받은 것이 유일하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24-10-11 19:35:52[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일본 원자폭탄 생존자 단체인 '니혼 히단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증언을 통해 다시는 핵무기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공로를 인정했다"며 수상 배경을 밝혔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 위원장인 요르겐 와트네 프리드네스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생존자들로 구성된 풀뿌리 운동인 이 '히바쿠샤'가 핵무기 사용의 치명적인 결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히바쿠샤는 원자폭탄 피폭자를 뜻하기도 한다. 프리드네스 위원장은 "니혼 히단쿄와 다른 히바쿠샤의 대표자들의 노력은 '핵 금기'의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 역사적 증인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 캠페인을 만들고, 핵무기 확산과 사용에 대해 긴급히 경고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를 형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년이 미국이 만든 두 개의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 약 12만명을 사망하게 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라고 소개하며, 오늘날의 핵무기기는 훨씬 더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1956년 일본 내 피폭자 협회와 태평양 지역 핵무기 실험 피해자들이 결성한 니혼 히단쿄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피폭자 단체다. 1901년부터 인류 평화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노벨 평화상은 올해 105번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올해 수상 후보로 개인 197명, 단체 89명 등 286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노벨상 상금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4000만원)다. 노벨위원회는 앞서 7일 생리의학상과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과 10일 문학상을 발표했고,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24-10-11 19:20:42북한 김정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현장지도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농축시설 시스템을 만방에 공개했다. 우라늄 농축도를 90% 이상 고농축하면 우라늄 핵폭탄의 원료가 된다. 김정은은 현장지도를 실시하며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신형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독려했다.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의 높이를 보면 1m70㎝의 높이로 김정은의 키와 비슷한데 신형 원심분리기를 만들라는 말은 원심분리기의 높이를 높이면 핵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지만 미국이나 한국, 일본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운이 따라주어 오래전에 일본의 원심분리기와 유럽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시찰한 적이 있다. 혼자만 안내받아 간 것이기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에 휩쓸려 애물단지가 되기 이전에 시찰을 했는데 원심분리기를 독립기술로 만드는 데 실패도 많았다고 했다. 우라늄을 고농축하려면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원통형으로 생긴 원심분리기가 초음속으로 회전을 해야 하는데, 기초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바람에 건물 전체가 흔들거릴 때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언제든지 우라늄 핵폭탄급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을 가졌지만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은 전혀 손대지 않고 있고 일반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쓰는 3~5%의 저농축 우라늄만 생산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 일본 원자력발전소용 전체 수요량의 15% 정도만 생산한다고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러시아나 프랑스 등에서 수입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자체적으로 원심분리기가 있는데 왜 100%를 생산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경제성이 없다"고 했다. 수입가격이 훨씬 싸다는 답변이었다. 언제든지 핵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원심분리기를 많이 가동해 핵무기 개발이라는 의혹을 피하려는 속내도 있는 것 같았다. 북한이 느닷없이 핵무기를 만드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을 보며 핵무기 숫자를 더 늘리려는 목표는 더욱 분명해졌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이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하기 위해서라도 핵무기 무장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과거 수십년 동안 핵무장론은 말도 못 꺼냈던 시간들이었는데 한국의 경제력이 높아지고 새로운 세대들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미국에만 전적으로 맡기지 말고 한국 스스로의 핵무장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을 기회로 삼아 적어도 원심분리기만큼은 개발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25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의 자체 공급은 물론 유사시를 대비하여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국이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3개의 원자폭탄을 만들었는데, '리틀보이'로 이름 지어진 우라늄 폭탄은 실험도 하지 않고 히로시마에 투여했고 ,플루토늄 폭탄은 2개 만들어 그중 하나를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폭발실험을 해 성공한 것을 확인한 이후 나가사키에 떨어뜨렸던 '팻맨(Fat Man)' 원자폭탄이다. 우라늄 원자폭탄은 구조적으로 대포알과 같은 포신형으로 양쪽 끝에 우라늄을 배치해 놓고 TNT를 터뜨려 한쪽의 우라늄이 한쪽 끝에 배치된 우라늄과 만나면서 폭발하는 구조로 실험이 필요없다. 그러나 플루토늄 폭탄은 일명 내폭형이라 하여 동심원 구조에 군데군데 플루토늄을 배치해 TNT가 폭발하며 플루토늄을 정중앙에서 동시에 만나게 하면서 터지는 구조라서 반드시 핵실험을 해봐야 한다. 25기의 원자로에 쓰일 저농축 우라늄도 생산하고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만들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야 될 때라고 본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2024-09-26 18:22:54[파이낸셜뉴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꾸준히 핵무기를 언급하며 서방을 위협했던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 침공 전부터 서방을 대상으로 핵공격을 포함한 선제공격을 계획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격 목표에는 한반도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나토 내 32곳 표적 노려, 한반도 표적도 3곳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서방 정부 관계자를 통해 유사시 러시아 해군의 미사일 타격 전략이 담긴 기밀문서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해당 문서는 실제 일선 부대 작전용이 아닌 내부 발표 자료로 2008~2014년 사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서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전면 충돌 시 러시아 해군이 미사일로 타격할 잠재 표적이 표시된 지도가 함께 들어 있었다. 문서에는 표적에 재래식 화약 탄두 혹은 전술 핵탄두를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 포함되었으며 문서 작성자들은 핵탄두 사용 시 이점을 강조했다. 지도에는 러시아 발틱함대의 공격 목표로 노르웨이 베르겐의 해군 기지를 비롯해 독일 등의 레이더 기지들이 표시되었다. 러시아 북해 함대의 경우 영국 해군의 핵심 조선소가 있는 영국 헐이나 배로인퍼니스를 타격할 예정이며, 흑해 함대 역시 개전과 동시에 불가리아와 튀르키예 등 동유럽 인근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수 있다. 지도에는 총 32곳의 나토 표적이 설정되었고 아제르바이잔과 이란 같은 카스피해 연안 우호 국가에도 타격 목표가 지정되었다. FT는 러시아가 중국과 북한 같은 우호국과도 교전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동아시아에 표적을 설정했다고 전했다. 지도에는 일본 열도와 만주 일대 다수의 표적이 설정되었으며 특히 한반도에는 함경남도 함흥, 황해남도 해주, 전라남도 중부까지 최소 3곳에 미사일 표적이 표시되었다. 문서 제작자들은 유사시 해군의 "높은 기동성"을 이용해 "갑작스러운 선제공격"이 가능하다며 러시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칙적으로" 핵무기와 다른 재래식 무기를 "함께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나토에서 무기통제국장을 역임한 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하는 윌리엄 앨버크는 지도에 표시된 표적이 "유럽 전역에 걸쳐 수백개의 표적 중 일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문서와 관련해 러시아가 폴란드나 발트 3국 등 접경 지역의 나토 회원국과 교전하는 즉시 전 유럽이 미사일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핵무기 거리낌 없어, 위협용으로 터뜨릴 수도미국 싱크탱크 미들버리 국제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은 "러시아는 전면전을 상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가 전술 핵탄두를 "전쟁을 이기기 위한 잠재적인 수단"으로 본다며, "그들은 그것을 사용하길 원할 것이며 상당히 빠르게 동원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술 핵탄두는 일반적으로 적국 도시를 노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비교적 작고, 배나 항공기 등에서 발사할 수 있는 미사일에 탑재하는 핵탄두지만 엄연히 1945년 일본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는 훨씬 강력하다. 미국 등 서방의 핵보유국들은 전술 핵무기 역시 ICBM만큼이나 경계하고 있으나 러시아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FT가 입수한 문서를 작성한 러시아 관계자들은 "적대적인 위협이 임박한 상황"에서 서방과 직접 충돌하기 전에 겁을 주는 용도로 외진 곳에서 핵무기를 터뜨리는 이른바 '시범 타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문서 저자들은 이러한 시범 타격으로 "러시아의 정밀 비(非)전략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과 준비 상태, 사용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앨버크는 "러시아 핵무기에 대한 공포는 서방의 묵인을 얻어내는 마법의 열쇠"라고 지적했다. 앞서 FT는 지난 2월에도 2008~2014년 사이 작성된 러시아 기밀문서를 인용해 러시아가 생각보다 훨씬 쉽게 핵무기를 터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핵무기 관련 잠수함 20%, 3척 이상 순양함 손실, 3곳 이상 비행장 피해 등에도 핵으로 대응한다고 규정했다. 러시아 정부는 군이 적대국의 침략 억제나 영토 상실 방지 등 광범위한 목표 달성에도 전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프랑스에서 우크라 파병론이 제기되자 국정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새로 개입하려는 시도는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대규모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는 약 2000개로 알려졌으며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전술 핵무기는 약 100개로 추정된다. 미국 CNN은 지난 3월 보도에서 미국 정부가 2022년 하반기에 실제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대비한 비상 계획을 수립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다라 매시콧 수석 연구원은 걸핏하면 핵무기를 꺼내는 러시아의 태도에 대해 재래식 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와 전쟁이 길어지자 포탄 및 미사일, 로켓 부족으로 북한과 협상하기도 했다. 매시콧은 "러시아는 그저 미사일이 모자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08-13 12:56:44[파이낸셜뉴스] 북러간 동맹 복원으로 인한 한반도 안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하는 양상이다. 중국은 북러간 밀착이 또 다른 군사적 제한요인으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급랭 됐던 한중간 관계개선의 움직임이 미세하게 일고 있는 데다 북중간 관계 악화 징후를 보이고 있어 어느 때보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역학관계가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북한이 북러 밀착을 둘러싸고 반목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양국의 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서 양측의 사상자는 50만명이 넘는다고 추산되며, 우크라이나가 최소한의 핵억제력을 보유했다면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논리가 제기됐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지구상 최초로 법제화한 이른바 '핵무력 정책법'은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하며 한국은 심각한 딜레마에 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살펴본다. ■中, 북한은 한반도 레버리지...대미 전략 카드 지난달 27일 열린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 행사에 북한 주재 각국 외교관들을 초대했지만, 주북 중국대사 왕야쥔만 불참하는 등 북중 관계 사이에는 곳곳에서 예전과는 다른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북중 교역이 감소하고, 2018년 5월 북중 정상회담 후 중국 다롄 외곽 휴양지 방추이다오 해변을 산책하며 친교를 쌓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설치된 기념물인 '김정은-시진핑 발자국 동판'이 제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은 또 최근 북한 당국에 체류 허가 기한이 조만간 만료되는 10만명가량의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귀국시키라고 통보했다. 북한의 해외 노동자 파견의 90%가량은 중국에 집중돼 있으며, 북한 외화벌이의 핵심이자 '김정은 체제' 유지 기반이다. 북중과의 갈등 구조는 앞서 지난 1월에도 감지됐다. 김정은은 지난 1월 초 일본 지진 때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각하'란 표현을 쓰며 위로 서한을 보냈지만, 같은달 22일 발생한 중국의 대규모 지진과 산사태에 대해서는 위로 서한을 보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성윤 우드로윌슨센터 연구원은 미국의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북한은 관계가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은 때를 주기적으로 겪는다"며 "중국은 역사적으로 북한 지도자가 중국에서 멀어져 러시아에 가까워지는 것처럼 보일 때 불쾌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 가장 큰 장기적·전략적 경쟁자인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북한 카드는 필수적인 전략적 가치가 있다"면서 나아가 "중국이 올해 안에 김정은을 중국에 초청해 투자와 원조를 약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입장에선 북러 밀착으로 인해 중국의 턱밑 한반도 주변에 한미일의 전력이 집중되고 특히 미국의 전략무기 동원의 상시화 등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꼭 필요하단 얘기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도 본지에 중국의 북한 노동자 송환 통보에도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북한은 산과 물이 서로 연결된 가까운 이웃이며 줄곧 전통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중우호를 강조했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중국이 북한과 소원해진 것이 현실이지만 이를 부인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면서 중국을 불편하게 하면 손해를 볼 것이라는 메시지를 북한에 발신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에 대해 레버리지를 가지고 있으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큰 이익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北 핵무장 자신감...중·러와 '등거리 전략' 구사 관측 중국의 이 같은 전략적 모호성에 대해 북한은 전략적 자율성과 등거리 전략으로 맞서는 구도가 역력하다. 국제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최근 북한의 행태를 보면 핵무장에 성공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등거리 외교'를 넘은 '등거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반 센터장은 1961년에는 김일성이 소련을 찾아 조약을 체결했지만, 이번 2024년 북러간 '포괄적 전략적동반자관계 조약' 체결은 푸틴이 북한을 찾아 조약을 체결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자신이 선대와는 위상이 다르다는 전략적 자율성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최근 외교적 행보는 신냉전 구도를 역이용해 자신이 원할 때 중국과 다시 밀착할 수 있다는 신호이며,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간 외교적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가 아니라 외교 시소게임을 통해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행태라고 설명했다. 반 센터장은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담판은 외교 뿐 아니라 군사,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영역을 다룬다는 점에서 외교라는 플랫폼을 전략 구사를 위한 최적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의 '등거리 전략'이라는 설명이 적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우러전쟁 양측 사상자 추산 50만명 넘어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은 양측에서 사이버전 전개와 전쟁 그 자체의 속성상 상대에 대한 기만과 선전전을 겸하고 있는 탓에 인명 피해와 관련한 정확한 통계 집계는 어렵다.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미국 의회에 제출한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우러전쟁으로 양측 사상자는 2023년 말 기준 50만명을 넘어섰다고 추산했다. 이는 한국 군 전체 규모를 상회하는 규모다. 러시아 군인이 31만5000명, 우크라이나에서는 17~19만명 정도에 우크라이나 민간인도 수만명에 달하며 피란민은 416만명, 실종자는 2만3000명에 이른다. 러시아는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 전에 유지하고 있던 지상군 병력의 약 87%를 잃었으며 전차의 약 3분의 2인 2200대와 보병전투차 및 병력수송장갑차 4400대 또한 파괴된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우크라이나의 병력 손실도 막대하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쟁에 따른 국방력 손실을 국가 비밀로 취급해 정확한 수치를 발표하지 않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시민 단체는 약 3만명의 군인이 전사한 것으로 최근 주장했고, 뉴욕 타임즈는 이미 지난 8월에 전사자 수가 7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간인 피해도 누적되고 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UNHCR)는 지난해 11월, 민간인 사망자의 수가 만명을 초과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구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 핵탄두 약 1700발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70기 이상을 보유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다. 그러나 1994년 미국, 영국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독립과 영토보전을 약속하는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Budapest Memorandum on Security Assurances)를 채택하면서 핵무기를 포기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우러전쟁 발발의 원인과 경과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선제 핵공격을 가해온 상대방에게 핵으로 강력한 보복능력을 실현할 수 있는 단 몇기의 제2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 즉 최소한의 핵억제력을 보유했다면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란 추리와 논리를 제기하고 있다. ■北 지구상 최초 핵무기 사용 법제화 "언제든 필요하면 사용" 북한은 핵개발 완성 전까지 핵억제만 한다고 나왔다. 남북대화에선 "우리가 설마 동족을 향해서 핵을 겨누겠느냐"고까지 말했다. 이후 북한은 현재 핵무력정책법 같은 것을 통해서 선제 핵사용을 명문화하고 남쪽을 향해서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하겠다고 여러번 반복해서 공언하고 나섰다. 2022년 북한이 제정한 핵무력 정책법 제3조 1항에는 핵무력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위에 복종한다. 2항에는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에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고 규정돼 있다. 제5조 2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비핵국가들이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우리를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그 비핵국에 대해서는 핵무기를 위협하거나 사용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는 미국의 핵우산과 한미동맹을 인정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불리한 상황에선 남조선을 향해 언제든 핵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제6조에는 △핵을 포함해 대량살상무기공격 감행 또는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경우 △국가지도부와 국가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핵, 비핵공격감행 또는 임박 판단 △국가 중요전략적 대상들에 치명적 군사공격 감행 또는 임박 판단 △유사시 전쟁 확대·장기화를 막고 전쟁 주도권 장악을 위해 작전상 불가피한 경우 △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로 핵대응이 불가피한 경우로 규정돼 있다. 결국 한마디로 김정은 한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구상에 이 같은 핵사용 여건을 열거하고 법제화한 나라는 북한뿐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위험성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핵 대응, 한국의 딜레마..방치해선 안 돼 1941년 맨하탄 프로젝트의 연구책임자이자 핵물리학자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프로메테우스 전쟁 승리의 영웅이 됐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만든 핵무기 위력을 보고 이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하는 비탄에 빠져든다. 강력한 핵군축을 주장한 그는 수소폭탄을 만들려는 트루먼 대통령에 강력히 반대했다. 그는 미소의 일촉즉발에 처한 위험한 상황을 설파하면서 비핵화협상을 주장했다.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좌성향 인사로 몰려 청문회 조사를 받고 1951년 모든 공직을 박탈당하고 모든 명예를 잃게 된다. 미국 정부는 2022년 오펜하이머 사후 공직을 박탈했던 징계를 취소함으로써 명예를 회복했지만 그는 결국 비핵론자로 1967년 63세로 쓸쓸하게 사망했다.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은 이같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의 생전 고뇌는 좁은 병속에 두 마리의 독침 전갈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위험한 상태를 벗어나자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지금 대한민국은 오펜하이머가 그토록 절망스럽게 생각했던 딜레마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남북은 좁은 병속에 독침을 가진 전갈 앞에 우리는 무침 곤충으로 남아 있는 셈"이라며 "우리는 우리가 처한 딜레마를 계속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8-11 18: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