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못해 뜨거운 여름이다. 사람들이 잘못 살아온 결과의 죗값이라는 게 밝혀진 사실이다. 인류가 생겨난 이후 가장 뜨거운 맛을 본 경험이 무엇일까. 1945년 8월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폭 직격이라는 말을 하면, 당시 희생되었던 분들에 대한 실례의 언사가 될까. 추호라도 그러한 방향으로 오해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뜨거움으로 인한 죽음의 인간적 경험과 일본 문화를 생각해 본다. 사람이 경험할 수 있었던 가장 뜨거웠던 현장이 원폭 낙하의 폭심지일 것이다. 1945년 8월 6일 아침 8시경 히로시마에는 거대한 구름을 동반한 또 하나의 태양 같은 불덩이가 떠올랐다. 이어서 쏟아진 죽음의 검은 비(黑雨)는 타들어가는 사람들의 목을 적셨다. 정신대 근로현장으로 출근 준비 중이던 여중(女中) 3학년의 타나카 양은 히로시마의 외곽 지역에서 번쩍 하는 분홍빛의 '아름다운' 형상을 보았고, 그로 인하여 평생 안구질환을 겪었다. '삐까동'(번쩍하고 떨어졌음을 의미)이라는 주홍글씨가 그녀를 따라다녔고, 차별 신세가 쓰라린 트라우마로 각인되었다. 혼인 적령기에 좋은 남자를 만났지만, 히로시마 출신이라는 이유 때문에 파혼당했다. 방사능 오염이라는 지식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다. 관공서의 호적부며 지적도도 다 녹아버린 폭심지에 누구보다도 먼저 달려 나가서 차지하였던 땅에 간이막사를 짓고 살았던 청년을 배필로 만나서 혼인하였다. 후일 탄생한 아들은 12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병원의 진단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고, 그녀의 남편도 피폭 결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대동아전쟁의 대본영이 자리하였던 히로시마는 최대의 군사기지였고, 인류가 최초로 경험하게 된 미군의 원폭 낙하지점으로 선택되었다. 시마네와 히로시마의 두 현(縣)을 가르는 산맥에서 발원한 오타강(太田川)의 하류에 삼각주로 발달한 땅이 히로시마 시내이고, 삼각주 섬들이 교량으로 연결되었으며, 주변에는 작은 실개천들이 여러 줄기 흐르고 있다. 또 하나의 태양이 떴던 그날 아침 오타강은 타들어가는 사람들의 시체로 가득하였다. 끓고 있는 강물에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던 불덩이를 체험한 인류사의 일면을 증언한다. 요사이 걱정거리로 등장한 방사능 피폭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수천도의 폭심지는 모조리 녹았다. 폭심지 주변에 있었던 사람들은 수족과 사지의 피부들이 녹아내리면서 타들어갔다.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아직도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곳에 사람이 얼마나 살고 있었는지를 정확히 헤아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지금 제시되어 있는 숫자는 정확성을 추구한 최대 노력의 결과물인 추정치일 뿐이다. 원폭 피해의 폭심지 상징물인 당시의 상공회관 철골 건물이 강변에 자리한다. 그 일대는 '평화'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다. 기념관의 자료들이 정비되어 있는 것도 참으로 질서 정연히 정돈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안내인들의 엄숙함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그날 아침의 아비규환과는 극단의 대조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매년 거행되는 '위령제'(慰靈祭)라는 이름의 전 지구적 팡파레의 연중행사를 보면서 인류학적 파토스를 헤집어본다. 사람이 죽으면 장례를 치르고, 그 이후 상례라는 이름의 의례들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어느 구석에도 장례식이 있고, 상례와 제사에 관련된 내용의 통과의례를 관찰할 수 있다. 수십만명의 원폭 사망자를 안았던 당시의 제국일본은 어떻게 대응하였는가. 일본의 대동아전쟁 동안에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전쟁을 수행하던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라는 원자폭탄 개발을 추진했고, 독일과 일본도 동일한 신무기 개발에 몰두했다. 동경제국대학에서도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고, 히로시마 원폭 낙하 직후 동대 연구자들이 현장감식을 했다. "바로 이것이다". 자신들이 찾고 있었던 것이었고, 그 내용이 직보되어 '무조건 항복' 선언을 준비하는 절차가 있었다. 유사 이래 전대미문의 참혹한 대량의 '뜨거운' 죽음을 일본인들은 어떻게 처리하였나. 대량 살상사건이 나면 흔히 사회장이나 국장이라는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원폭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식은 어떻게 치러졌나. "개별적으로 장례식을 치르고, 후일 국가가 장례비를 지급하였다" 정도의 정보가 전부였다. 폭심지에서 가족이 모두 증발해버린 영혼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일본 민속학자들이 가장 많이 만들어낸 연구논문의 주제가 '원령'(怨靈)에 관한 것이고, 망자의 영혼이 제대로 절차를 밟아서 안치되지 않으면 망령이 되어서 구천을 떠돌아다니게 되고, 그것이 사회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한단다. 공동묘지가 있는 불교사찰에서도 '무연묘'(無緣墓)를 관리하고, 사찰이 없는 외딴 동네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돌보는 무연묘도 있다. 동식물이든 사람이든 영혼은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본 문화의 철칙이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위령탑'(慰靈塔)이라는 것이 무연묘의 역할을 한다고 믿으려는 모양이다. 장례가 치러진 다음에 위령이다. 그런데 엄청난 규모의 국장으로 치러졌어야 할 원폭 희생자들의 장례는 생략되었다. 과연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희생자들 영혼은 저세상에 제대로 안착하였는가. 인생고비(life crisis)의 매듭마다 그것을 통과하게 하는 의례 절차들이 있다. 그것들 중의 하나가 장례다. 매듭을 풀지 않으면 다음의 절차가 순조롭지 못하고, 살림살이가 뒤죽박죽으로 가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만시지탄이지만 피폭 80주년이 되는 내년, 천황을 상주로 한 장례가 준비되길 기대한다. 그게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길이며, 그래야 이웃 관계도 편해진다. 빗자루와 인형에도 혼령이 내재한다는 생각의 뿌리인 삼계만령(三界萬靈) 사상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일본인들의 공포와 불안 원천인 원령의 존재가 유사 이래 최대의 국책이었던 대동아전쟁으로 비롯되었다는 나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는 없다. 침략으로 일관되었던 과거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 것이 일본의 문교정책이라고 하지만, 살림살이가 진행되는 하루하루의 생활에 개입되는 원령과 그로부터 전개되는 원령관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적 불안이 폭증하는 젊은 세대들의 '히키고모리'(은둔자)와 무관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원령과 히키고모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한 장의 화면에 교차되면서 어른거리는 현상이 현재 진행형의 일본 문화라는 이해가 가능하다. 전경수 서울대 인류학과 명예교수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
2024-08-19 18:04:41【파이낸셜뉴스 전남=황태종 기자】전남도가 지난 1945년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한 원자폭탄 피폭 피해자 1세대에 대한 생활 지원을 올해부터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전남도는 지난해 12월 '전라남도 원자폭탄 피해자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피폭 피해자에게 연간 60만 원(매월 5만 원)의 생활지원수당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2023년 1월 1일 기준 전남에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두고 있으며 대한적십자사에 원폭 피해자 1세대로 등록된 9명이다. 전남도는 피해자 대부분이 80세 이상 고령임을 감안해 대상자를 직접 찾아가 생활지원수당 신청을 접수하고 모두 지원받도록 조치했다. 이상심 전남도 보건복지국장은 "원자폭탄 피해자 생활지원수당 지원이 진료비 등 경제적 부담 완화에 다소 도움이 되길 바란다"면서 "원폭 피해자 지원을 위한 복지사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2-04 09:27:39[파이낸셜뉴스] 6600만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했을 때, 그 충격으로 산불이 일어났고, 쓰나미가 일어났으며 대기에 엄청난 황을 분출해 태양 빛을 막았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공룡들을 파멸시키는 빙하기의 원인이 됐다. 미국 오스틴시에 있는 텍사스 대학이 이끄는 연구진이 소행성 충돌 후 24시간 이내에 충돌 분화구를 가득 메운 수십m의 암석들에서 확실한 증거를 발견해 과학자들이 세운 가설을 확인했다. 그 증거에는 숯조각, 쓰나미의 역류로 인한 암석의 뒤섞임, 눈에 띄게 황이 없는 것 등이다. 미국 텍사스주립대 지구물리학연구소(UTIG)의 숀 굴릭 교수는 "이 증거들은 모두 공룡시대를 종식시킨 대재앙의 여파를 가장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암석의 일부"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멕시코 동남부 유카탄반도 앞바다의 충돌 현장에서 암석을 회수하는 '2016 국제해양탐색프로그램(IOC) 과학시추' 임무를 공동 지휘한 굴릭 교수는 "이 암석들은 충돌지점 내에서 찾아낼 수 있었던 사건들의 기록으로 그 지점에서의 충격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9월 9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에 발표됐으며, 24명 이상의 과학자로 구성된 국제팀이 기여했다. 잭슨 스쿨이 공동주도하고 이끈 초기연구를 바탕으로 분화구가 어떻게 형성됐고 충돌 현장에서 얼마나 빨리 생명들이 회복됐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소행성 충돌=2차 세계대전때 원자폭탄 100억개 충돌 후 몇 시간 이내에 분화구를 가득 메운 대부분의 물질은 충돌 현장에서 생산되거나 주변 멕시코 만에서 다시 분화구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닷물에 휩쓸려 들어갔다. 하루 만에 약 130m의 물질을 퇴적시켰는데, 이는 지질학 기록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 엄청난 퇴적은 암석들이 충돌 후 몇 분, 몇 시간 안에 분화구 주변과 그 주변 환경에서 일어났던 일을 기록했다. 또한 지구상 75%의 생명을 앗아간 충격이 더 오래 지속되는 영향의 단서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굴릭 교수는 이를 지역 차원에서 짧은 불지옥으로 묘사했으며 그 다음이 장기간의 빙하기라고 표현했다. 굴릭 교수는 "우리를 튀긴 뒤 얼려 버렸으며, 그날 공룡이 모두 죽은 것은 아니지만, 많은 공룡들이 죽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소행성의 충돌이 2차 세계대전때 사용했던 원자폭탄을 100억개 합한 것과 맞먹는 위력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폭발로 수천㎞ 떨어진 나무와 식물에 불이 붙었고 미국 일리노이주까지 내륙에 도달한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했다. 분화구 안에서 연구원들은 숯과 토양 곰팡이와 관련된 화학 바이오 마커를 모래 층 또는 바로 위에 발견했다. 이는 새까맣게 타버린 풍경이 쓰나미의 물이 빠지면서 분화구 안으로 빨려들어갔음을 암시하고 있다. 미국 인디애나주 퍼듀 대학의 교수이자 충돌 분화 전문가인 제이 멜로쉬 박사는 산불에 대한 증거를 찾는 것은 과학자들이 소행성 충돌 영향에 대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멜로시 박사는 이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이었고, 지구상에서 일어났던 일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말했다. ■대량 학살의 주범은 대기로 방출된 황 그러나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 충돌 분화구 주변은 황이 풍부한 암석들로 가득하지만 중심부에는 황이 없는 것이다. 이 발견은 소행성 충돌이 충돌 현장에 존재하는 황을 가진 광물을 증발시켜 대기로 방출했다는 이론을 뒷받침한다. 대기로 방출된 황이 지구의 기후에 큰 피해를 입혔고, 햇빛을 반사시켜 빙하기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은 소행성의 충돌로 적어도 3250억t의 황이 방출됐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것을 쉽게 설명하자면, 이것은 1883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 당시 분출된 황보다 4배나 더 큰 규모인데, 이 황은 지구의 기후를 5년간 영하 16℃로 냉각시켰다. 비록 소행성 충돌이 지구 일부 지역을 파괴했지만, 당시 지구상 대부분의 다른 생명체와 공룡들을 멸종시킨 것은 바로 기후 변화였다. 굴릭 교수는 "진짜 살인자는 지구 대기"라며 "이렇게 대량 멸종을 당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기 효과뿐"이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2019-09-09 23:13:26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 1주일 만에 주요 부처 인사를 발표하며 재집권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과거 1기 정부에서 고위 공무원 및 장성들과 자주 다퉜던 그는 이번 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 해당 분야 전문가 대신 열성 지지자들을 요직에 앉혔다. ■'정부효율부' 수장 오른 머스크, 예산삭감 칼 쥐어 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연방정부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는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으로 정부효율부를 이끈다고 밝혔다. 'DOGE'는 머스크가 투자했다고 알려진 가상자산(도지코인)과 이름이 같다. 트럼프는 "훌륭한 이들 두 미국인은 함께 나의 정부를 위해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계획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정부효율부가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의 업무가 "늦어도 2026년 7월 4일(미국 독립기념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스크는 발표 직후 "연방기관 99개면 충분하고 남는다"고 엑스(옛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연방기관이 428개나 필요한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이어 잇따라 올린 게시물에서 "정부를 효율화하거나 아니면 미국이 파산하거나"라고도 했다. 연방정부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부효율부는 이름은 '부(Department)'이지만 공식 정부 부처는 아니다. 만약 머스크가 공식 부처 장관이 되려면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공직자 윤리규정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테슬라 지분을 신탁하거나 팔아야 한다. 현지 매체들은 "정부 외부에서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하면서 정부효율부가 '블루리본위원회(BRC)'와 비슷한 조직이라고 추정했다. BRC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자문기구로 역대 여러 정권에서 존재했다. BRC는 자체 행정권이 없으며, 위원회 창설 목적에 맞는 권고안을 만들어 대통령 및 정부에 제출할 때까지 정치적 독립이 보장된다. BRC는 일반적으로 보고서 제출 이후 해체되며, 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공직자 윤리심사가 필요없다.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트럼프 유세에 참석해 자신이 차기 정부에 합류할 경우 최소 2조달러(약 2811조원)의 정부 예산을 삭감한다고 공언했다. ■전문성보다 충성 따져…외교·안보 파격 인사 머스크와 라마스와미 모두 기업가 출신으로 공직과 인연이 없는 인물들이지만, 트럼프의 승리에 기여한 충성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머스크는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 후보를 위해 1억3200만달러(약 1855억원)를 후원했다. 제약사 로이반트사이언스를 창립한 라마스와미는 올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1월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가 이번 인사에서 충성도를 기준으로 후보를 고른다고 분석했다. 초보 정치인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던 트럼프는 2017~2021년 1기 정부 당시 고위 공무원 및 장성 출신 각료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항명 및 기밀유출 의혹에 시달렸다. 앞서 트럼프는 1기 정부 당시 자신에게 반대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은 다시 기용하지 않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가장 파격적인 조치는 외교·안보 인사였다. 트럼프는 12일 성명에서 신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존 랫클리프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랫클리프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냈던 대표적인 트럼프 옹호자다. 그는 과거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주)을 지냈으나 트럼프 정부에 참여하기 전에는 정보부서와 관련 없는 법조계 인물이었다. 같은 날 트럼프는 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공화당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을 지명했다. 올해 50세인 왈츠는 참전용사 출신이지만 장성이 아닌 예비역 대령이다. 그는 반(反)중국·고립주의를 주장하며 트럼프를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다.12일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도 소령으로 제대한 참전용사였다. 44세의 헤그세스는 은행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육군에 입대했으며, 현재는 우파 성향이 강한 폭스뉴스에서 8년째 뉴스 진행자를 맡고 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1-13 18:37:41[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승리 1주일 만에 주요 부처 인사를 발표하며 재집권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과거 1기 정부에서 고위 공무원 및 장성들과 자주 다퉜던 그는 이번 정부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해당 분야 전문가 대신 열성 지지자들을 요직에 앉혔다. '정부효율부' 수장 오른 머스크, 예산 삭감 칼 쥐어AP통신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연방 정부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는 머스크와 비벡 라마스와미가 공동으로 정부효율부를 이끈다고 밝혔다. 'DOGE'는 머스크가 투자했다고 알려진 가상자산(도지코인)과 이름이 같다. 트럼프는 "훌륭한 이들 두 미국인은 함께 나의 정부를 위해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고, 낭비되는 지출을 삭감하고, 연방 기관을 재건하기 위한 길을 닦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미국 구하기' 운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 계획이었던 '맨해튼 프로젝트'를 언급하면서 정부효율부가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정부효율부에 대해 "급진적인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정부의 외부에서 조언을 제공할 것이며 백악관과 예산관리국(OMB)과 협력해 대규모 구조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에 대한 전에 없던 기업가적 접근 방식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효율부의 업무가 "늦어도 2026년 7월 4일(미국 독립기념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독립선언 250주년을 맞아 미국에 완벽한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효율부는 이름은 '부(Department)'지만 공식 정부 부처는 아니다. 만약 머스크가 공식 부처의 장관이 되려면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쳐야 하고, 공직자 윤리 규정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테슬라 지분을 신탁하거나 팔아야 한다. 현지 매체들은 "정부 외부에서 조언을 제공할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에 주목하면서 정부효율부가 '블루리본위원회(BRC)'와 비슷한 조직이라고 추정했다. BRC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전문가 자문기구로 역대 여러 정권에서 존재했다. BRC는 자체 행정권이 없으며, 위원회 창설 목적에 맞는 권고안을 만들어 대통령 및 정부에 제출할 때까지 정치적 독립이 보장된다. BRC는 일반적으로 보고서 제출 이후 해체되며 위원장 임명 과정에서 공직자 윤리 심사가 필요없다. 머스크는 지난달 27일 트럼프 유세에 참석해 자신이 차기 정부에 합류할 경우 최소 2조달러(약 2811조원)의 정부 예산을 삭감한다고 공언했다. 전문성보다 충성 따져...외교·안보 파격 인사머스크와 라와스마니 모두 기업가 출신으로 공직과 인연이 없는 인물들이지만 트럼프 승리에 기여한 충성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CEO를 맡고 있는 머스크는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의원 후보를 위해 1억3200만달러(약 1855억원)를 후원했다. 제약사 '로이반트 사이언스'를 창립한 라와스마니는 올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으나 1월 중도 사퇴하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가 이번 인사에서 충성도를 기준으로 후보를 고른다고 분석했다. 초보 정치인으로 백악관에 입성했던 트럼프는 2017~2021년 1기 정부 당시 고위 공무원 및 장성 출신 각료들과 끊임없이 충돌하면서 항명 및 기밀 유출 의혹에 시달렸다. 앞서 트럼프는 1기 정부 당시 자신에게 반대했던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등은 다시 기용하지 않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가장 파격적인 조치는 외교·안보 인사였다. 트럼프는 12일 성명에서 신임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존 랫클리프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랫클리프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냈던 대표적인 트럼프 옹호자다. 그는 과거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주)을 지냈으나 트럼프 정부에 참여하기 전에는 정보부서와 관련 없는 법조계 인물이었다. 같은날 트럼프는 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공화당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플로리다)을 지명했다. 올해 50세인 왈츠는 참전용사 출신이지만 장성이 아닌 예비역 대령이다. 그는 반(反)중국·고립주의를 주장하며 트럼프를 열렬하게 지지하고 있다. 12일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도 소령으로 제대한 참전용사였다. 44세의 헤그세스는 은행 애널리스트로 일하다 육군에 입대했으며 현재는 우파 성향이 강한 폭스뉴스에서 8년째 뉴스 진행자를 맡고 있다. 트럼프는 헤그세스 지명에 대해 "그가 키를 잡고 있는 한 미국의 적들은 '미국 군대는 다시 위대해질 것이며, 미국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는 경고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트럼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차기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놈 역시 코로나19 당시 트럼프와 함께 마스크를 거부했던 충성파 중 하나다. 트럼프의 인사 원칙은 11일 공개된 외교 부분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차기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공화당 엘리스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주)을 임명한다고 밝혔다. 스테파닉은 트럼프 지지자지만 외교 경험이 전무하다. 트럼프는 12일 차기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로 개신교 목사 출신인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를 지명했다. 현지 매체들은 11일 보도에서 트럼프가 차기 국무장관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주)을 지명한다고 예측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1-13 12:49:23[파이낸셜뉴스] 한 외국인 유튜버가 한국 편의점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라면 국물을 책상에 쏟는 등 행패를 부려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유튜버는 앞서 평화의 소녀상을 조롱하고 지하철에서 음란물을 보는 등 이미 한국에서 물의를 일으켜 논란이 된 인물이다. 구독자 약 1만 8000명을 보유한 외국인 유튜버 A씨는 지난 17일 한국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올렸다. 영상을 보면 A씨는 편의점에서 라면과 소주 한 병을 산 후 내부 마련된 탁자 앞에 앉았다. 그는 그곳에서 크게 음악을 틀고 소주를 컵에 따르기 시작했다. 이에 직원은 그에게 실내에서 소주를 마실 수 없고 너무 시끄럽다고 조치했다. 그러자 A씨는 떠나는 직원의 뒷모습을 향해 때리는 시늉을 보였다. A씨는 라면 국물과 면발을 일부러 탁자에 쏟아붓기도 했다. 손으로 면을 집어 편의점 출입문을 향해 던지기까지 했다. 이후 냅킨으로 탁자에 쏟은 국물을 닦은 A씨는 쓰레기를 버리러 자리를 비웠고, 그 사이 직원은 탁자 위에 놓인 소주병과 컵을 발견했다. 직원은 “여기에서 술 마시면 안 된다”고 말했고, A씨는 “조용히 해달라. 난 여기서 술을 안 마셨다”고 했다. 경찰을 부르겠다는 직원의 말에 그는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앞서 A씨는 지난 9일 이태원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동상에 입맞춤하며 “나는 한국의 생각을 지지한다.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다. 그런가 하면 그는 지하철 객실 안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실수인 척 음란물을 재생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버스에서 북한 음악을 큰 소리로 틀어 쫓겨나기도 했으며 놀이공원에서는 소란을 피우다 경찰까지 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일본에서도 비슷한 민폐 행동을 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일본 전철 내에서 음란물 소리를 재생하고,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원자폭탄’이라는 가사가 담긴 음악을 트는 등 민폐 행동을 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10-19 19:19:13【도쿄=김경민 특파원】 원자폭탄·수소폭탄 피해자 단체인 일본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니혼히단쿄)가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가운데 일본 내 피폭자 단체들이 고령화로 존속을 걱정하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2일 보도했다. 그동안 나라현과 도치기현 등 11개 현의 피폭자 단체가 이미 해산했거나 활동 휴지에 들어갔다. 내년 3월에는 홋카이도 피폭자협회가 해산할 예정이다. 1965년 출범한 니혼히단쿄는 일본내 지역별 원폭 피해자 단체들이 가입한 전국 조직으로 핵무기 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해산 및 활동 중단의 가장 큰 이유는 생존 피폭자들의 고령화다. 일본 정부에서 의료비 지원을 받는 피폭자 건강수첩 보유자는 지난 3월 말 현재 10만6825명이며 평균 연령은 85.6세다. 피폭자 건강수첩 보유자수 자체도 10년 전보다 8만6000명가량 줄었다. 마이니치신문도 "고령화 영향으로 니혼히단쿄의 지방 조직이 해산이나 중단되고 있다"며 "조직의 존재 방식이 과제가 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10-12 14:14:35[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일본 원자폭탄 생존자 단체인 '니혼 히단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증언을 통해 다시는 핵무기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공로를 인정했다"며 수상 배경을 밝혔다. 1956년 일본 내 피폭자 협회와 태평양 지역 핵무기 실험 피해자들이 결성한 니혼 히단쿄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피폭자 단체다. 이로써 1901년부터 인류 평화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노벨 평화상은 올해 105번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노벨 위원회는 1·2차 세계대전 등을 이유로 19차례(1914~1916년, 1918년, 1923년, 1924년, 1928년, 1932년, 1939~1943년, 1948년, 1955~1956년, 1966~1967년, 1972년) 수상자를 내지 않았다. 현재까지 평화상 수상자는 총 142명이다. 이 중 개인이 111명, 단체가 31곳이다. 두 명의 개인 또는 단체가 공동 수상한 것은 31번이다. 평화상 수상 단체에서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세 차례(1917년, 1944년, 1963년), 유엔난민기구(UNHCR)가 두 차례(1954년, 1981년) 받았다. 유엔과 유럽연합(EU)도 평화상을 한 차례씩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개인으로 노벨 평화상을 두 번 받은 적은 없지만, 미국 물리학자 라이너스 폴링이 1854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후 핵무기 반대 운동 공헌으로 1962년 평화상을 받았다. 역대 여성 수상자는 19명이다. 첫 여성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전쟁 반대를 주장한 소설 '무기를 내려놓으시오'의 오스트리아 소설가 베르타 폰 주트너(1905년), 마지막 여성 수상자는 이란의 여성 억압에 맞서 싸운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2023년)다. 최연소 평화상 수상자는 2014년 탈레반의 총격에 살아남은 파키스탄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당시 17세)이며, 최고령 수상자는 폴란드 태생의 영국 핵물리학자 조지프 로트블랫(1995년)으로 수상 당시 87세였다. 지금까지 평화상 수상을 거부한 사람은 북베트남 대표였던 레둑토 뿐이다. 1973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함께 베트남전 휴전조약인 파리평화협정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조국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수상을 거부했다. 한국에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끈 공로로 평화상을 받은 것이 유일하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24-10-11 19:35:52[파이낸셜뉴스]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일본 원자폭탄 생존자 단체인 '니혼 히단쿄(원폭피해자단체협의회)'가 선정됐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핵무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증언을 통해 다시는 핵무기가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공로를 인정했다"며 수상 배경을 밝혔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 위원장인 요르겐 와트네 프리드네스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폭 생존자들로 구성된 풀뿌리 운동인 이 '히바쿠샤'가 핵무기 사용의 치명적인 결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히바쿠샤는 원자폭탄 피폭자를 뜻하기도 한다. 프리드네스 위원장은 "니혼 히단쿄와 다른 히바쿠샤의 대표자들의 노력은 '핵 금기'의 확립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 역사적 증인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 캠페인을 만들고, 핵무기 확산과 사용에 대해 긴급히 경고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에 대한 광범위한 반대를 형성하고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년이 미국이 만든 두 개의 원자폭탄이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주민 약 12만명을 사망하게 한 지 80주년이 되는 해라고 소개하며, 오늘날의 핵무기기는 훨씬 더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1956년 일본 내 피폭자 협회와 태평양 지역 핵무기 실험 피해자들이 결성한 니혼 히단쿄는 일본에서 가장 크고 영향력 있는 피폭자 단체다. 1901년부터 인류 평화에 기여한 인물이나 단체에 주는 노벨 평화상은 올해 105번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노르웨이 노벨 위원회는 올해 수상 후보로 개인 197명, 단체 89명 등 286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노벨상 상금은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4000만원)다. 노벨위원회는 앞서 7일 생리의학상과 8일 물리학상, 9일 화학상과 10일 문학상을 발표했고,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2024-10-11 19:20:42북한 김정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현장지도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농축시설 시스템을 만방에 공개했다. 우라늄 농축도를 90% 이상 고농축하면 우라늄 핵폭탄의 원료가 된다. 김정은은 현장지도를 실시하며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이미 완성단계에 이른 신형 원심분리기 도입 사업도 계획대로 추진하라"고 독려했다. 북한이 공개한 원심분리기의 높이를 보면 1m70㎝의 높이로 김정은의 키와 비슷한데 신형 원심분리기를 만들라는 말은 원심분리기의 높이를 높이면 핵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더 많이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바이지만 미국이나 한국, 일본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필자는 운이 따라주어 오래전에 일본의 원심분리기와 유럽의 원심분리기 시설을 시찰한 적이 있다. 혼자만 안내받아 간 것이기에 여러 가지 질문을 할 수 있었다. 후쿠시마 원전이 쓰나미에 휩쓸려 애물단지가 되기 이전에 시찰을 했는데 원심분리기를 독립기술로 만드는 데 실패도 많았다고 했다. 우라늄을 고농축하려면 고강도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원통형으로 생긴 원심분리기가 초음속으로 회전을 해야 하는데, 기초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바람에 건물 전체가 흔들거릴 때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지금은 언제든지 우라늄 핵폭탄급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과 기술을 가졌지만 핵무기용 고농축 우라늄은 전혀 손대지 않고 있고 일반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쓰는 3~5%의 저농축 우라늄만 생산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면서 일본 원자력발전소용 전체 수요량의 15% 정도만 생산한다고 했다. 그러면 나머지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러시아나 프랑스 등에서 수입해서 사용한다고 했다. 자체적으로 원심분리기가 있는데 왜 100%를 생산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더니 "경제성이 없다"고 했다. 수입가격이 훨씬 싸다는 답변이었다. 언제든지 핵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원심분리기를 많이 가동해 핵무기 개발이라는 의혹을 피하려는 속내도 있는 것 같았다. 북한이 느닷없이 핵무기를 만드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을 보며 핵무기 숫자를 더 늘리려는 목표는 더욱 분명해졌다. 그러면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이 북한의 핵공격을 억지하기 위해서라도 핵무기 무장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과거 수십년 동안 핵무장론은 말도 못 꺼냈던 시간들이었는데 한국의 경제력이 높아지고 새로운 세대들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서라도 미국에만 전적으로 맡기지 말고 한국 스스로의 핵무장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을 기회로 삼아 적어도 원심분리기만큼은 개발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25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의 자체 공급은 물론 유사시를 대비하여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미국이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3개의 원자폭탄을 만들었는데, '리틀보이'로 이름 지어진 우라늄 폭탄은 실험도 하지 않고 히로시마에 투여했고 ,플루토늄 폭탄은 2개 만들어 그중 하나를 뉴멕시코주 사막에서 폭발실험을 해 성공한 것을 확인한 이후 나가사키에 떨어뜨렸던 '팻맨(Fat Man)' 원자폭탄이다. 우라늄 원자폭탄은 구조적으로 대포알과 같은 포신형으로 양쪽 끝에 우라늄을 배치해 놓고 TNT를 터뜨려 한쪽의 우라늄이 한쪽 끝에 배치된 우라늄과 만나면서 폭발하는 구조로 실험이 필요없다. 그러나 플루토늄 폭탄은 일명 내폭형이라 하여 동심원 구조에 군데군데 플루토늄을 배치해 TNT가 폭발하며 플루토늄을 정중앙에서 동시에 만나게 하면서 터지는 구조라서 반드시 핵실험을 해봐야 한다. 25기의 원자로에 쓰일 저농축 우라늄도 생산하고 고농축 우라늄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만들어 북한의 핵공격에 대비해야 될 때라고 본다. 김경민 한양대 명예교수
2024-09-26 18:2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