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 흥행에 힘입어 원작 소설 '미키 7'이 판매량 10만부를 돌파했다. 12일 민음사 계열 출판브랜드 황금가지에 따르면 최근 이 책의 누적 판매량이 10만부를 넘었다. 황금가지는 "이번주 교보문고 소설 부문 주간 7위에 오른데 이어 리디북스 영미소설 부문 1위, 알라딘 및 예스24 SF·장르소설 부문 1위, 알라딘 전자책 도서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원작 소설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2022년 발표한 공상과학소설이다. 죽어도 기억을 간직한 채 복제인간으로 되살아나는 미키의 일곱 번째 삶을 다룬 이야기다. 국내에서도 지난 2022년 번역 출간돼 1년 만에 3만부 이상 판매됐다. 할리우드 영화로 완성돼 지난 2월28일 국내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되면서 판매량이 늘었다. 황금가지는 이날 영화와 소설의 주요 차이점을 비교, 소개했다. 영화에서는 과학자의 부주의로 케이블이 하나 빠진 탓에 미키17과 미키18의 성격이 다르지만 원작에선 미키7과 미키8의 성격이 동일하다. 배경상 영화는 근미래로 미키가 합류한 행성 개척단이 환경이 오염된 지구에서 출발한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선 이미 인류가 여러 행성에 식민 개척에 성공한 후로 나온다. 미키가 사는 행성 역시 그렇게 안착된 식민행성이다. 당연히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소설에서 미키의 직업은 역사가다. 식민 행성에선 일거리가 없는 백수로 나온다. 영화에선 친구의 설득에 넘어가 마카롱 가게를 창업했다 실패한 청년이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것은 동일하지만, 소설에서는 미키의 잘못으로 빚을 지게 된다. 소설에서 미키의 친구 ‘베르토’는 영화 속 친구 ‘티모’와 달리 뭐든 잘하는 훤칠한 남성이다. 미키의 애인인 나샤는 베르토와 동일한 조종사 직업을 갖고 있다. 영화 속 크리퍼는 행성의 원주민이자 공벌레를 연상시키는 생명체로 인류보다 과학적 기술이 더 뛰어난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반면 소설 속 크리퍼는 갑각류이고 인류보다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된다. 프라임 크리퍼를 중심으로 다른 크리퍼들은 모두 프라임 크리퍼의 부속품이라서 영화와 달리 작은 크리퍼가 죽어도 별다른 동요가 없다. 또 인류의 기계 장비를 해킹하고 먼저 통역 기술을 개발해 연락할 정도로 초월적인 기술을 갖고 있다. 영화 속 마샬은 독재자 부부로 묘사됐지만 소설에선 식민 행성의 냉철한 군인이자 종교적 이유로 멀티플을 인간으로서 대우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후속작에서 마샬은 개척 인류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참군인으로 나온다. 멀티플이 금지되도록 만든 매니코바라는 과학자는 영화에선 3인으로 분리돼 연쇄살인을 즐긴 인물로 나온다. 하지만 소설에선 개척 행성으로 건너가 그곳 행성의 개척민을 죽이고, 그 양분을 이용해 자기 복제인간으로 점령해 버린 크나큰 우주적 위협 인물로 나온다. 영화에서는 카이의 여자친구가 얼음에 깔려 죽는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카이의 여자친구는 크리퍼에 의해 죽임당한다. 영화에선 멀티플이 된 미키가 즉각 발각되지만, 소설에선 미키7과 미키8이 오랫동안 자신들이 멀티플임을 숨긴 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기지 내 생활을 이어간다. 영화에선 삭제됐지만 소설에선 ‘반물질’이라는 핵폭탄을 연상시키는 무기가 나온다. 이 무기는 미키에게 크리퍼, 사령관 마샬과의 협상 도구로 사용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3-12 16:03:23[파이낸셜뉴스] "불쌍한 미키를 원작보다 10번은 더 죽인 피도 눈물도 없는 봉준호 감독님." 영화 '미키 17' 예고편에 달린 댓글이다. 봉준호 감독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에선 7번인데 17번으로 늘린 이유는 노동의 일상성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며 "7번은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이 원작인 '미키 17'은 2050년대를 배경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다. '트와일라잇' '더 배트맨'의 로버트 패틴슨이 창업했다가 망하고 '익스펜더블(소모품)'이란 직종에 지원, 우주에서 일하게 된 미키를 연기했다. 봉감독은 주인공 미키에 대해 "정말 불쌍하다. 왜 불쌍한가"라고 반문한 뒤 설명했다. "이 친구의 직업 자체가 죽는 일이다. 반복적으로 죽고, 죽을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현장에 투입된다. 17이라는 숫자가 열일곱번 죽었다는 의미다. 죽을 때마다 새롭게 프린팅된다. 이는 기존 SF영화 속 복제인간과 상당히 다르다. 프린터에서 서류 뽑듯이 인간이 출력된다는 자체가 비인간적이다." 원작소설에서도 기본 콘셉트가 '휴먼 프린팅'이다. 봉 감독은 "미키는 극한에 처한 노동자 계급"이라며 "영화에 계급 문제가 자연스럽게 스며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정치적인 깃발을 내세운 영화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친구가 얼마나 불쌍한가, 그 힘든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를 다룬다는 측면에서 미키의 성장영화"라고 덧붙였다. 성대 갈아끼운 패틴슨? 어릴 적 본 TV쇼 캐릭터에서 영감 받아 극중 로버트 패틴슨의 달라진 목소리 톤도 눈길을 끌었다. 블랙 코미디 터치의 영화 톤, 캐릭터 성격과 높은 일치율을 보이며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네티즌들도 "패틴슨 성대 깔아 끼웠네" "'더 배트맨'에서 중저음의 간지나는 목소리 낸 그 배우 맞냐. 이런 억양 예상 못했다"며 감탄하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패틴슨은 목소리 톤에 대해 "목소리는 작품을 할 때마다 논리적으로 접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릴 적에 즐겨보던 TV쇼가 있는데 그 캐릭터가 갑자기 생각났다. 그 목소리를 흉내내다가 여러 시도 끝에 미키 목소리를 찾아냈다"고 말했다. "미키 17은 굉장히 불쌍하고 수동적인 캐릭터다. 두려움이 많고, 진정으로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이 흘러가는대로 놔둔다. 그러면 최악은 면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거울을 응시하고 스스로를 얼마나 해치고 있고 또 얼마나 삶을 허비하는지 그런 생각조차 안한다." 그러다 잘못 프린트된 미키 18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패틴슨은 "미키 18은 뇌의 일부가 다 프린트되지 않은 버전"이라며 "미키 17의 잠재된 자아로서 미키 17을 질책하는 모습이 마치 무서운 형과 같다. 동시에 (미키 17에) 애정이 있다"고 두 캐릭터를 비교했다. 봉 감독은 "사실상 1인 2역"이라며 "미키 17이 약간 멍청하고 불쌍하다면, 미키 18은 기괴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광기 어린 캐릭터"라고 분석했다. 그는 "패틴슨은 독립영화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까지 놀라운 연기를 보여줘 늘 관심있게 지켜보다가 이번에 러브콜을 보냈다"며 "캐스팅 과정은 순조로웠다"고 말했다. 패틴슨은 "이런 규모의 거대한 영화에서 이렇게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며 "용감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 영화다. 러브콜을 받고 흔쾌히 출연을 결정했다"고 답했다. 봉 감독은 또 원작에선 미키가 역사 교사지만 영화에선 친구와 마카롱 가게를 창업했다 망하고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청년으로 설정했다. 그는 왜 마카롱 가게였냐는 물음에 "개인적으로 마카롱을 좋아한다. 다쿠아즈도 좋아해 커피와 자주 먹는다"고 답했다. 봉 감독은 원작과 영화가 다른 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원작에선 미키가 역사 교사라 지적인 이야기도 늘어놓는데 노동자 계층의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외로운 인물로 만들고 싶었다. 원작에선 또 과학기술적인 설명도 아주 많은데, 과학에는 큰 관심이 없어서 땀 냄새 나는 인간 이야기로 쫙 채워나갔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5-01-20 21:19:25[파이낸셜뉴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가 전세계 흥행에 성공하면서 원작인 카카오웹툰 ‘조명가게’와 ‘무빙’ 등 강풀 유니버스 웹툰의 조회수와 매출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 19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지난 11일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5화와 6화가 공개된 후 15일까지 추이를 집계한 결과,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원작 웹툰 조회수가 187배, 매출은 159배 증가했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공개 전부터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다양한 웹툰 이벤트 통해 많은 이용자들이 모였고, 웹툰 ‘조명가게’가 2011년 완결작인 만큼 증가폭이 더욱 크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조명가게’ 뿐 아니라 지난 해 글로벌 흥행을 견인한 ‘무빙’ 역시 또 한 번 작품 열람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집계 기준으로 웹툰 ‘무빙’도 조회수가 2배 매출이 3배 늘어났다.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 공개 후 원작인 강풀 작가의 ‘강풀 유니버스’ 웹툰 정주행 열풍도 다시금 불붙는 모습이다. 웹툰 ‘조명가게’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맴도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조명가게의 미스테리를 다룬다. 인물 저마다의 사연이 밝혀질수록 처음 느끼던 공포감을 뒤로하고 점차 깊은 휴머니즘으로 확장되는 서사적 작품성이 뛰어나다. ‘조명가게’는 강풀 작가가 2011년 집필한 ‘미심썰’(미스테리심리썰렁물) 장르로 원작에서는 무빙(2015)보다 앞서 연재된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작품 세계관과 등장 인물 등을 공유하는 ‘강풀 유니버스’ 작품이다. ‘조명가게’ 뿐 아니라 최근 국내는 물론 글로벌에서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MBC 금토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도 카카오페이지 웹소설이 원작이다. 이 역시 드라마 방영 후 원작 웹소설과 노블코믹스 된 웹툰 모두 인기 상승세를 그리는 중이다. 드라마 첫 방영일이었던 지난 11월 22일을 기준으로 방영 전 대비 원작 웹소설 조회수가 약 5배, 매출이 약 15배 증가했으며, 웹툰 조회수는 약 4배, 매출은 약 7배 가량 상승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올해도 영상 업계에 카카오엔터 IP 활약이 단연 두드러졌다. ‘선재 업고 튀어’로 시작해 ‘조명가게’와 ‘지금 거신 전화는’으로 마무리하며 한 해의 흥행을 견인한 가운데, 원작과도 좋은 시너지가 일어나고 있다”며 “경쟁력 있는 IP 발굴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기울여온 만큼, 내년에도 국내외를 아울러 완성도 높은 작품들을 많이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2024-12-19 09:07:01[파이낸셜뉴스] 네이버웹툰 원작 애니메이션 '연의 편지'가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2024)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스튜디오N은 '연의 편지'가 제26회 BIAF 2024에서 장편 심사위원상, 코코믹스 음악상,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장상(기술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했다고 30일 밝혔다. 스튜디오N과 스튜디오 리코가 공동 제작해 이룬 성과다. 김용환 감독이 연출한 '연의 편지'는 앞서 북미 최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OIAF) 스페셜 스크리닝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네이버웹툰에서 2018년에 선보인 웹툰 '연의 편지(조현아)'는 따돌림을 당하던 친구를 돕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게 된 주인공이 시골로 전학 오게 되고 의문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영어, 일본어, 인니어, 태국어 등 7개 언어로 서비스 중이다. 원작자인 조현아 작가는 "각색과 작화와 음악, 연기까지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하게 되어 원작자로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권미경 스튜디오N 대표는 "웹툰과 애니메이션의 시너지를 극대화해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시장에 활력을 더하는 한편 웹툰 IP 저변을 확대해가겠다"고 전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4-10-30 10:35:07[파이낸셜뉴스] 동명 웹툰 원작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가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지상파 포함 전 채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 4화에서는 매란 국극단에서 퇴출당한 정년이(김태리 분)가 국극단 복귀를 꿈꾸며, 생계를 위한 임시방편으로 '텔레비죤' 가수 데뷔를 준비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마지못해 ‘텔레비죤’ 가수로 전향하며 험난한 미래를 예고한 가운데 국극단의 엘리트 동료인 신예은과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긴장감을 높였다.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정년이’ 4화는 수도권 가구 평균 13.6%, 최고 15.0%, 전국 12.7%, 최고 14.3%로 모든 시청률 지표에서 또 한번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 정상급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찬란한 성장기를 그리는 드라마. 매주 금, 토 밤 9시 20분에 방송된다. 한편 2024 부천만화대상 수상작인 '정년이'(서이레·나몬 작)는 ‘여성 서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창극, 드라마로 만들어져 제2의 파생 문화를 이끌고 있다. 드라마에 앞서 지난해 3월 웹툰 최초로 국립창극단의 창극으로 만들어져 국립극장 무대를 밟았다. 원작의 나몬 작가는 당시 "서이레 작가와 무대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웹툰)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드라마에서도 매란국극단 단원들이 소리를 하며 공연을 하는 장면은 드라마의 주요 볼거리 중 하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0-21 08:48:44[파이낸셜뉴스] 한강 작가 소설 원작 영화 ‘채식주의자’와 ‘흉터’가 재개봉한다. 15일 CGV는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두편의 영화 ‘채식주의자’, ‘흉터’(배급: 해피송)를 오는 17일부터 단독 상영한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는 2010년 개봉한 영화로 한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여성이 어느 날 갑자기 육식을 거부하고, 채식주의를 선언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과 선댄스영화제 월드시네마 드라마 경쟁 부문에 초청받은 바 있다. ‘흉터’는 2011년 작품으로 한강 작가의 소설집 ‘내 여자의 열매’에 수록된 ‘아기부처’를 원작으로 한다. 엄격하게 자라면서 감정이 메마른 여자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남자의 외롭고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보여준다. CGV용산아이파크몰 등 전국 45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티켓가는 ‘채식주의자’ 1만원, ‘흉터’ 6000원이다. 편당 티켓값 1만5000원보다 싸다. CGV 측은 "특별 상영일 경우 배급사와의 협의를 통해 티켓 가격을 조정해서 개봉한다"며 "한강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2편의 경우 러닝타임과 관객의 관심도·인지도, 선호도 등 관람의향을 고려해서 배급사와의 협의를 통해 티켓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0-15 09:05:46"미디어믹스의 성공은 원천 IP가 지닌 힘과 재미, 제작사의 경쟁력, 파트너사의 협업과 유연성에 달려 있다." 최원영 디앤씨미디어 대표는 25일 파이낸셜뉴스가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서울강남에서 개최한 제11회 대한민국 문화콘텐츠포럼에서 원천 IP의 미디어믹스 확장 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디앤씨미디어는 지난 20여년간 1400여종 이상의 웹소설을 만들어왔다. 그간 선보인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웹소설 '나 혼자만 레벨업'은 2016년 연재를 시작했다. 이후 출시된 단행본과 웹툰, 애니, 게임까지 인기를 끌면서 장르의 경계를 넘어선 미디어믹스 원천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최 대표는 "'나 혼자만 레벨업' 인기 순위는 줄곧 1~2위를 유지했고, 몰입감 있게 각색한 웹툰을 론칭한 이후 웹소설은 더 큰 인기를 얻었다"며 "제작진들의 애정과 헌신, 카카오의 홍보 등 여러 요소가 혼합돼 글로벌 IP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2년 기준 웹소설 시장 규모는 1조390억원, 국내 웹소설 이용자수는 587만명으로 추산된다. 북미와 러시아, 유럽을 중심으로 단행본 수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나 혼자만 레벨업'을 원작으로 일본 제작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은 약 3년간의 준비를 거쳐 올해 1월 시즌1이 전 세계 TV, OTT, VOD 플랫폼을 통해 송출됐다. 애니에 앞서 웹소설과 세계관이 유사한 액션 롤플레잉게임(RPG) '나혼렙 어라이즈'도 론칭했다. 현재 애니 시즌2 방영을 앞둔 '나 혼자만 레벨업'은 실사 영상화와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에 대해 그는 "미디어믹스 콘텐츠에서는 원천 IP가 가진 재미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원작의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파트너사에게 창작의 자율성을 존중한 결과 각 영역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서로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작품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가는 게 목표다. hippo@fnnews.com 김찬미 전상일 장인서 유선준 임수빈 신진아 기자
2024-09-25 18:19:38화려한 출연진들과 환상적인 무대로 펼쳐지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은 한국의 대극장 창작뮤지컬을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2014년 충무아트홀과의 공동제작으로 개발되었던 이 작품이 2024년 EMK로 제작사를 옮겨서 흥행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흥행 비결은 하이노트로 탄성을 자아내는 넘버들, 가창력과 연기력과 티켓 파워까지 갖춘 배우들 그리고 무대의 환타지를 벅차게 구현하는 무대미술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가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메리 셸리가 1818년에 쓴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각색하여 만든 뮤지컬이다. 뮤지컬이 원작과 어떤 다른 선택을 했는지를 들여다보면 뮤지컬이 관객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매우 다르다. 몇 가지 모티프를 제외하고는 같은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과감하게 각색했다. 원작 소설은 초자연적 현상에 관심 많았던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대학에 가서 자연과학의 세계에 빠져들어 결국은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방법을 알아낸다. 멈출 수 없는 지적 호기심에 결국 괴물을 만들어내지만 그 흉측한 모습에 놀라고, 괴물은 달아난다. 괴물은 시골 마을의 한 가정을 몰래 엿보면서 인간의 언어와 문화를 익히지만 결국 흉측하다는 이유로 공격당하고 배척당한다. 점점 선한 의지가 사라진 괴물은 창조주를 원망하게 되어 빅터의 동생을 죽이고 가정부도 죽게 한다. 절망한 빅터 앞에 나타난 괴물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줄 여자 괴물을 만들어 주면 인간세계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여자 괴물을 만들 수 없었던 프랑켄슈타인은 결국 거절하고 괴물은 빅터의 친구과 부인까지 살해하여 혼자가 되는 고통을 맛보게 한다. 괴물을 쫓아 북극까지 온 빅터는 결국 병으로 죽게 되고, 괴물은 빅터를 따라 죽음을 맞이한다. 서간문으로 되어 있는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뮤지컬은 무대적 상상력을 구현하기 위해 과감하게 재구성한다. 첫째, 앙리 뒤프레라는 친구의 희생과 그를 살리기 위한 실험을 통해 괴물이 만들어졌다. 두 캐릭터의 갈등을 표면화하고 그 격차를 더 강화하기 위한 설정이다. 친구를 살렸는데 괴물이 되어 자신의 가족들을 해치게 된다. 엔딩 역시 괴물이 스스로 먼저 죽음으로 빅터에게 복수를 한다. 둘째, 2막의 격투장 장면을 통해 괴물이 인간에게 당하는 멸시와 고난을 화려한 쇼의 장면으로 만들어냈다. 더불어 주요 인물들의 1인 2역을 통해 연기적 재미와 인간의 이중성을 보여준다. 셋째, 여자 괴물을 만들어달라는 설정을 빼고 대신에 자신의 존재적 고독과 고통을 똑같이 맛보게 하겠다는 괴물의 의지를 강화하여 괴물과 빅터 두 인물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감정적 고통의 상황을 더 깊게 만들어놓았다. 원작은 북극을 탐험하고 있던 로버트 윌튼 대위가 여동생 마가렛에게 보내는 서간문으로 되어 있으며, 탐험 중에 구조한 프랑켄슈타인에게 들은 괴이한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1인칭 시점의 소설을 무대적 장면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공연은 1막의 오프닝은 실험 직전의 상황에서 과거의 이야기로 전개되며, 2막 오프닝은 프랑켄슈타인과 괴물과의 만남에서 지난 3년 동안 괴물이 겪은 이야기로 돌아간다. 과감한 개작의 과정에서 순수한 과학의 탐구로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과학자의 몰락을 통해 신의 역할과 인간의 존재에 대한 질문들이 약해진 것은 아쉽지만, 대신에 두 인물의 깊어진 갈등, 실험실과 북극에 이르는 무대적 환타지의 재현, 격투장을 통한 화려한 쇼와 1인 2역의 연기적 재미,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절망속에서 강렬하게 전달되는 하이노트의 넘버들로 채웠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대극장 뮤지컬에서 보고 싶었던 판타지들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10년 동안 관객들의 환호를 받으며 성공적으로 공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6-24 08:36:31국내 양대 플랫폼사인 네이버, 카카오가 서비스하는 K-웹툰·웹소설의 파생 콘텐츠가 글로벌 인기를 끌고 있다. 웹툰·웹소설 지식재산권(IP)으로 탄생한 영화나 애니메이션, 게임까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원작 콘텐츠에 이용자들이 다시 유입, 선순환 구조도 형성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네이버웹툰을 통해 연재 및 서비스된 IP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영화 등 영상 콘텐츠는 16개 작품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반기 예정작으로 외부에 확정 공개된 IP는 10개지만, 이 밖에 다양한 핵심 IP가 영상화 제작을 앞두고 있어 더 많은 영상 콘텐츠를 선보이게 될 예정이다. 네이버웹툰 IP 기반으로 영상화된 작품의 수는 2022년 25개, 2023년 29개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웹툰 IP 원작 기반으로 한 콘텐츠 다수는 이미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14개 중 사냥개들, 마스크걸 등 절반이 네이버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해당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 글로벌 TV쇼(비영어권) 상위 10위권에 들었다.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등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운영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도 IP 비즈니스에 힘쓰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카카오엔터 IP를 활용해 영상화된 작품으로는 △선산(영화) △나 혼자만 레벨업(애니메이션) △외과의사 앨리제(애니메이션) △내일의 으뜸(드라마) 등이 있으며, 향후 필리핀에 드라마 '김 비서가 왜 그럴까' 출시 등을 앞두고 있다. 영상 콘텐츠가 화제가 되면서 원작에도 덩달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네이버웹툰에서 연재된 배진수 작가의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넷플릭스에서 해당 콘텐츠가 공개된 후 10일만에 원작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의 국내 조회수는 각각 31.1배와 11.7배, 국내 거래액은 16.1배와 18.5배 각각 증가했다. 카카오엔터의 경우 최근 화제작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인기에 힘입어 카카오페이지 내 원작 '내일의 으뜸' 웹소설과 웹툰의 조회 수도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방영 기간(4월 8일~5월 28일) 이전인 3월 마지막주 대비 4월 셋째주에 웹소설과 웹툰 조회주는 각각 약 18배, 20배 증가했다. 인기 IP인 '나 혼자만 레벨업' 웹소설과 웹툰도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방영(1월 6일~3월 30일)된 전주인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대비 1월 둘째 주 기준 조회 수가 각각 약 7배, 4배 뛰었다. 이처럼 IP 비즈니스가 활발해짐에 따라 K-웹툰·웹소설에 대한 글로벌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네이버웹툰은 나스닥 상장에 나선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에 따르면 네이버웹툰 본사인 미국 법인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최근 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업계에선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30억~40억달러(약 4조1300억~5조5100억원)로 추산 중이다.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이미 콘텐츠 시장에서는 웹툰이나 웹소설에 대한 관심이 높고 IP 산업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며 "웹툰·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콘텐츠가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성장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6-03 19:27:22"사춘기 시절 (영국 첩보소설가) 존 르 카레의 '추운 나라에서 온 스파이'를 읽고 심하게 반했었다. 그의 소설엔 '스마일리'라고 공작 계획을 짜는 스파이 마스터가 나온다. 마치 영화감독처럼 거대한 거짓말을 창조하고 그게 진짜인 것처럼 아주 디테일하게 모든 걸 설계한다. 필요한 예산도 따고, 상대를 속일 배우도 캐스팅하고. 제가 영화감독이 된 것과 스파이 소설을 좋아한 것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박찬욱 감독(사진)이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이후 두 번째 글로벌 시리즈를 내놨다. 지난 15일부터 쿠팡플레이를 통해 독점 공개되고 있는 HBO 드라마 '동조자'다. 두 작품은 냉전시대 스파이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베트남전 스파이 이야기 '동조자' '동조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베트남계 미국 작가 비엣 탄 응우옌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이중첩자 경계인의 딜레마를 그린 이 작품은 "베트남전과 그 참상을 남다른 관점으로 제시한 전쟁소설의 새로운 고전" "매혹적인 스파이 소설이자 정체성에 관한 연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할리우드 신흥 명가 A24가 제작한 7부작 드라마는 박찬욱 감독이 쇼러너를 맡아 제작과 각본·연출까지 전 과정을 지휘했다. 박 감독은 지난 18일 '동조자' 기자간담회에서 "스파이가 주로 활동했던 냉전시대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은데, 냉전시대는 끝난 듯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남한사회 역시 여전히 이념갈등이 격렬한 곳"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리 역시 (베트남처럼) 이념 투쟁을 겪었고, 내전 배경에 강대국이 있었다. 근현대사의 공통점을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동변상련의 마음이 있다"라고 말했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70년대, 프랑스와 베트남 혼혈인 이중첩자 '캡틴'(호아 수안데)은 남베트남 특수부 소속 군인이자 북베트남이 심어 놓은 간첩이다. CIA 공작원 '클로드'(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발탁된 비밀요원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베트콩 재교육 수용소에 갇힌 '캡틴'의 자백으로 시작된다. 드라마는 원작에 마치 대위가 쓴 자술서(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들려주듯 '화면 정지'와 '되감기'와 같은 영화적 장치로 개성을 더했다. 또 박 감독 특유의 유머와 미국 대중문화가 곳곳에 녹아들어 살벌한 상황 속에서도 '웃픈' 상황과 경쾌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박 감독은 "문학적 장치에 영화적 기법을 결합했다"며 "특히 코미디에 신경 썼다. 배우의 얼굴, 공간 등 영상 요소를 활용해 어떤 상황의 부조리함을 드러내는 요소로 코미디를 활용했다. 논리적이지 않고, 불쌍하면서도 비극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씁쓸한 유머가 소설과 가장 차별화된 지점"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원작의 "아이러니, 패러독스"를 살렸다. 그는 "배우들에게도 강조했다. 이 작품은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겉과 다른 안의 의미를 항상 생각해라. 각색 과정에서도 부조리성을 중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혼혈이자 이중간첩인 주인공 캡틴의 정체성과도 연결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1인4역 '동조자'는 기존 베트남전 소재 유명 작품과 달리 베트남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여전히 권력욕을 놓지 않고 도망쳐온 미국에서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남베트남 군인들, 오리엔탈리즘적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구출자' 미국인들, 그 사이 두 얼굴의 남자로 살아가는 나(캡틴)와 남·북베트남을 상징하는 두 친구에 관한 우정 그리고 고도의 정치·사회 풍자 이야기가 전개된다. 박 감독은 "원작소설 속 다양한 인물을 다 등장시키고 그들의 매력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 배우 캐스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미국·영국·호주·캐나다·아시아에서 베트남계 배우를 포함해 일반인까지 몇 천명을 오디션 봤다. 장군 역 배우는 디즈니사 웹디자이너 출신으로 연기가 처음이다. 베트남 유명 영화 감독도 출연했다. 그들을 믿는데 용기가 필요했다. 다행히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을 많이 누렸다"며 뿌듯해 했다. '아이언맨'으로 유명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1인 4역을 한 것도 관전 포인트다. 그는 "각각 CIA 요원·교수·영화감독·하원의원 등 네 얼굴이 알고 보면 미국의 기관·자본·시스템 등을 상징하는 미국의 얼굴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존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근 아시아 역사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글로벌 OTT에서 인기다. 박 감독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파친코'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사회는 다인종 국가인데도 그동안 특정 집단·인종의 목소리만 대중문화에 담아왔다. 반성이 너무나 늦었지만 생기고 있고, 또 소수집단이 힘을 갖게 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낼 통로를 찾고, 또 그걸 만들 수 있는 힘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1억달러(1400억원)가 넘는 쇼(드라마)에 처음 보는 베트남 배우가 대거 등장하고 대사의 절반 이상이 베트남어가 사용된다. 이런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 놀랍고, 너무 늦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4-22 18: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