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경제사령탑에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이 발탁됐다. 트럼프 미국 정부발(發) 관세 및 통상 전쟁 대응을 총괄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에는 민간 기업 대표인 김정관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이 내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약 30조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까지 긴급 투입할 정도로 생존 절벽으로 내몰린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경제 수장과 산업분야 각료에 뛰어난 실무능력, 전문성이 높은 민간 대표를 전격 발탁함으로써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경제를 구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기조가 녹아들었다는 평이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속 지방시대위원장(장관급)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총괄 관리할 행정안전부 장관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각각 임·지명, 이들의 풍부한 의정경험 및 경륜을 활용해 당면과제인 지방소멸 등에 적극 대처하겠다는 복안이다. 초대 법무부 장관에는 최측근 복심이자 사법연수원(18기) 동기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등을 발탁한 것도 뛰어난 전문성과 사법개혁, 의료개혁 등 실무에 밝은 인사들을 대거 등용, 개혁작업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는 분석이다. ■실무형 관료 출신 전진 배치 경제사령탑을 맡을 기재부 장관 구 후보자는 공직생활의 상당 기간을 예산 관련 분야에서 지낸 예산통이지만 정책조정을 비롯한 다방면에 능통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직생활을 마친 이후에도 레볼루션 코리아와 인공지능(AI) 코리아 등의 서적을 출간하면서 대한민국 혁신에 대해 고민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국가 재정은 물론 정책 전반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토대로 대한민국 성장의 길을 찾을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미국발 관세 전쟁을 진두지휘할 산업부 김 장관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미주리대에서 각각 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은행, 기재부, 세계은행(IBRD) 등에서 실물·금융 양쪽 경력을 쌓은 산업-재정 통합형 인사로 분류된다. 강 비서실장은 "경제 관료 역량과 실물 경제를 경험한 핵심 인재로서 지금은 성장에 집중할 때라는 대통령의 철학을 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장관 정 후보자는 코로나19 유행 시기 질병관리청장을 맡아 팬데믹 극복에 힘을 쏟았다. 당시 정 후보자는 위기 대응력과 소통 역량을 인정받았고, 현재는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임상교수로 활동 중이다. 당시 전 국민의 하루하루 건강 위기를 책임진 만큼 매우 낯익고 친숙한 이미지라는 평이다. 강 비서실장은 "의료대란 등의 위기를 회피하지 않고 각계와 소통하며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법무-행안부에는 최측근 발탁 법무부 장관 정성호 후보자는 이 대통령 최고의 '복심'으로 꼽힌다. 정 후보자는 국회 사법개혁특위 위원장, 형사사법체계개혁특위 위원장, 법제사법위원 등을 역임해 사법 개혁에 대한 광범위한 이해와 정책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강 비서실장은 "내실 있는 검찰 개혁의 아이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행안부 윤 장관 후보자 역시 4선 의원으로 활약하며 당과 국회에서 다양한 직책을 맡으며 이 대통령을 지원했다. 법률가 출신이 아님에도 법사위와 당 지도부를 이끈 이력은 관료조직에 대한 제도적 이해와 소통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강 비서실장은 "국민 행복이 민주주의의 척도라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중앙-지방 간 협업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방시대 상징 김경수 카드 기용 이번 인사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가장 큰 인물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다. 김 위원장은 경남 고성 출신으로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했고 참여정부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을 거쳐 국회의원과 도지사를 지낸 바 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서영준 성석우 기자
2025-06-29 18:20:27[파이낸셜뉴스] 오늘 기자가 주목한 핵심 경제 이슈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뉴스케일 파워와 소형모듈원전(SMR) 계약을 연내 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정부의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가계대출이 이달 첫 주에만 2조원 가까이 늘었고, YG엔터는 블랙핑크 등 K팝 흥행 기대감 속에 주가가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각 이슈가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지, 지금부터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① 두산에너빌리티, 美 뉴스케일 파워 SMR 계약 임박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뉴스케일 파워와 올 하반기 중 SMR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1억400만달러(약 1300억원) 규모 지분 투자 이후 첫 결실로, 연내 수주가 성사되면 SMR 전용 생산라인 투자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입니다. 증권가는 두산 SMR 매출이 2026년 2000억~3000억원에서 2030년 3조3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 왜 중요할까? - 글로벌 SMR 시장 진입 조기 성과, 기술·레퍼런스 확보 기회 - 장기 매출 성장 기반 마련…원자력 부문 수주잔고 확대 예상 - SMR 전용 설비투자로 국내 원전 산업 경쟁력 강화 가능성 ◆ 기자 한마디 SMR 시장은 미국·캐나다·영국·폴란드 등 선진국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기업은 극소수입니다. 이번 계약은 두산이 '기술 협력국'에서 '공급망 핵심'으로 올라설 기회입니다. 특히 미국에서의 실적은 이후 중동·동유럽 진출 시 강력한 레퍼런스로 작용해, 국내 원전 산업의 수출 판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② 규제 약발 떨어졌나… 일주일새 가계대출 2조 급증 정부가 '6·27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시행 중이지만, 8월 첫 주 5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2조원 가까이 늘었습니다. 특히 신용대출이 1조7000억원 증가해 주담대(5800억원)의 3배 수준입니다.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면서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 왜 중요할까? - 대출 규제의 실효성 논란…추가 규제 가능성 확대 - 신용대출 급증은 가계부채 질 악화·연체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 - 부동산·전세 시장 유동성에도 영향, 경기 하방 압력 가중 ◆ 기자 한마디 이번 증가세는 규제가 설계된 대출 상품 구조와 실제 수요 간의 괴리를 보여줍니다.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면 결국 차주는 다른 창구를 찾게 되고, 그 결과 신용대출처럼 금리가 높고 상환 부담이 큰 부채로 이동합니다. 이는 단기적으로 규제 효과를 희석시키고, 장기적으로는 가계부채의 질을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들 수 있습니다. ③ K팝 열풍에 YG엔터 52주 신고가...증권가 목표가도 줄상향 YG엔터 주가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장중 10만8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습니다. 블랙핑크 월드투어 기대감과 저연차 아티스트 IP 매출 확대가 주가를 밀어올렸습니다. 증권가도 목표가를 13만원으로 상향하며 긍정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 왜 중요할까? - K팝 글로벌 흥행 지속 시 엔터사 실적 안정성·성장성 강화 - IP 매출·MD 판매 확대는 고마진 구조, 영업이익률 개선 가능 - 신인 아티스트 수익화로 장기 성장 기반 강화 ◆ 기자 한마디 YG는 아티스트 IP와 MD의 제작·유통 인프라를 이미 갖춘 상태에서 신인 그룹을 데뷔시킵니다. 덕분에 추가 비용 없이도 매출 증가분이 곧바로 영업이익으로 반영돼, 신인 수익화 속도가 빠른 겁니다. 오늘의 용어 설명 ◆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기존 대형 원전보다 발전 용량은 작지만, 공장에서 모듈 형태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라 공사 기간이 짧고 안전성이 높습니다. 사고 위험이 낮고, 필요에 따라 여러 기를 확장 설치할 수 있어 차세대 원전 시장의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 가계대출(Household Loan) 주택구입·전세보증금·생활비 등 개인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모든 대출을 말하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대표적입니다. 금리와 대출 총액은 가계의 소비 여력과 직결되며, 특히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질수록 상환 부담이 커지고 연체 위험이 높아져 가계부채의 '질'이 악화됩니다. 이는 경기 둔화나 금리 상승기에 금융 불안을 키울 수 있습니다. ◆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 음악·영상·캐릭터·브랜드 등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뜻합니다. 가수의 음원, 굿즈(MD), 콘서트, 드라마 판권 등으로 확장해 판매할 수 있어, 엔터·콘텐츠 기업의 장기 수익원으로 중요합니다. ◆ MD(Merchandise) 가수·캐릭터·브랜드 등과 관련해 제작·판매되는 굿즈(상품)를 뜻합니다. 의류·액세서리·문구·피규어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며, 팬덤과 소비자에게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기업에는 높은 수익률의 부가 수익원을 만들어줍니다. 엔터·패션·리테일 산업에서 중요한 사업 분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늘의 시사점 최종정리 1.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SMR 상용화 프로젝트 참여로 글로벌 원전 공급망 핵심 자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번 계약은 향후 중동·동유럽 시장 진출 시 강력한 레퍼런스가 될 수 있으며, 국내 원전 산업 전반의 수출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2. 주담대 규제 강화가 신용대출로 수요를 이동시키면서 가계부채 질 악화 우려가 커졌습니다. 규제 효과를 높이려면 상품 간 대체 수요까지 고려한 종합 대책이 필요합니다. 3. YG엔터 주가 상승은 K팝 산업의 구조 전환 속에서 IP 자산을 장기 성장 동력으로 확보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파이낸셜먀:니저]는 AI 요약 시스템과 기자의 해석이 함께하는 경제 브리핑 콘텐츠입니다. ' AI'를 한글 자판으로 치면 ' 먀'가 된다는 사실, 이름하여 뉴스 매니저 '파이낸셜 먀:니저'입니다. 제목 아래 ‘기사원문’ 버튼을 꾹 눌러 전문을 확인해보세요.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2025-08-11 17:01:57[파이낸셜뉴스] 신정부 출범 67일 만에 첫 국빈이자 베트남 최고지도자인 또 럼(Tô Lâm) 공산당 서기장이 11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 국빈 방한은 한-베 관계를 경제·안보·문화 전방위로 격상시키는 계기로 평가된다. 1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교역·투자 확대, 첨단·과학기술·에너지·공급망 협력, 국민·기업 지원, 교육·문화 교류, 국제사회 공조 등 7대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다. 특히 2030년까지 교역 규모를 1500억 달러로 확대하는 공동 목표를 설정할 방침이다. 또 럼 서기장은 국방·공안·외교·산업 등 8개 부처 장관과 국회·지방정부 고위급 인사, 약 140개 기업으로 구성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한했다. 이번 계기로 한-베 비즈니스 포럼, 과학기술 협력 간담회, 문화산업 교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방문 기간 동안 과학기술, 재생에너지, 금융, 교육, 수산, 원전 인력양성 등 10여 건의 MOU가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내 한국어 교육 확대, 재생에너지 공동 프로젝트, 원전 인력양성 지원 등 실질적인 경제·문화 협력 기반도 강화될 전망이다. 청와대에서 열릴 국빈 만찬에서는 봉화군 특산물로 만든 한식 메뉴와 피아니스트 이루마 공연, 베트남 전통가극, 어린이 합창단 무대가 마련된다. 아울러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한-베 다문화가정도 함께하며 특별한 인연을 재확인할 예정이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
2025-08-11 08:28:46"한국이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력을 키우려면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의료산업을 AI와 결합해야 한다." 글로벌 AI 패권을 쥔 미국,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는 어렵다. 한국이 AI시장에서 강점을 가지려면 선두국가의 기술을 따라잡으려는 노력뿐 아니라 특정 산업을 중심으로 AI 경쟁력을 키우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자는 것이다. 배경율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서울 서초구 파이낸셜뉴스빌딩에서 진행한 노동일 본지 주필과의 특별대담에서 "1위인 미국과 2위 중국의 차이도 큰데, 중국과 다른 나라 간 차이는 더 크다"며 "AI가 각 산업에 잘 스며들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을 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 교수는 한국이 AI 경쟁 우위를 지닐 수 있는 분야로 의료산업을 지목했다. AI 경쟁력은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한국만큼 의료정보를 잘 모은 나라는 찾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는 "2년마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우리나라만큼 국민 건강 데이터를 잘 모은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주민등록번호만으로 그 데이터를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만큼 의료 분야에서 가장 좋은 AI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민감한 개인정보는 비공개로 하되, 연령·성별·지역 등 그룹별 데이터만 떼어 쓰면 정보공개에 따른 불안감을 낮추면서도 AI 의료기술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정부가 개인정보를 일률적으로 암호화하기보다 항목별로 따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며 "전 세계에서 의료정보를 가장 잘 집적한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주요 선진국만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만 생각한다면 AI에 아무것도 활용할 수 없다"면서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고는 AI 산업에서 절대 앞서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안정적 전력 조달 중요성도 역설했다. 배 교수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은 어림도 없다"며 "원자력발전소 없이는 데이터센터 전력 조달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국 25기 원자력발전소 중 12기를 보유한 경상북도를 AI 산업 거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제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AI가 돌파구가 될까. ▲AI에서 가장 앞서는 나라가 미국과 중국이다. 1위인 미국과 2위 중국의 차이도 큰데, 중국과 다른 나라 간 차이는 더 크다. AI 산업에서 3위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지금 당장 AI로 성장률 둔화를 돌파하기 힘들지만, AI의 여러 컴포넌트(구성요소)를 찾아낸다면 성장동력으로 만들 수 있다. ―AI 3대 강국 달성의 가장 걸림돌은. ▲가장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고등학교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학생들은 의대를 간다. 국내 AI 연구인력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 인력을 많이 뺏기고 있다. 우수한 인력들이 어느 분야로 주로 가는지 생각해서 그 인재들을 활용해 AI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 ―국가 AI 전략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나. ▲AI가 각 산업에 잘 스며들도록 정부 차원의 전략을 짜야 한다. AI만 먼저 육성한 뒤 다른 산업에 접목하는 방식으로는 다른 나라에 비해 뒤처진 AI 경쟁력을 따라잡을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가 강점이 있는 의료 산업을 AI와 결합하는 게 중요하다. 2년마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우리나라만큼 국민 건강 데이터를 잘 모은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만으로 그 데이터를 모두 컨트롤할 수 있는 나라는 선진국 중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만큼 의료 분야에서 가장 좋은 AI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위험성도 있지만, 편리성이 어마어마하게 높다. ―AI로 활용하려면 데이터 공개가 중요한데, 의료 데이터는 민감정보여서 공개가 어렵지 않나. ▲주민등록번호나 이름 등 일부 개인 데이터를 암호화하면 연령, 성별, 지역 등만 알아도 활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룹별 데이터만 참고하고, 개인 데이터는 치료 등 필요할 때만 쓰는 식이다. 정부가 개인정보를 일률적으로 암호화하기보다 항목별로 따로 취급할 필요가 있다. AI 경쟁력은 양질의 데이터가 제일 중요하다. 전 세계에서 의료 정보를 가장 잘 집적한 나라가 우리나라인데, 주요 선진국만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AI 활용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 개정을 해야 하나.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인정보 보호만 생각한다면 AI에 아무것도 활용할 수 없다.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되지 않고는 AI 산업에서 절대 앞서갈 수가 없다. ―AI 인프라 구축 중요성은. ▲정보기술(IT) 분야의 통신망처럼 AI는 데이터센터가 인프라다. AI 경쟁에서 앞서려면 최소 아시아권에선 데이터센터 영역을 꽉 잡고 있어야 한다. 데이터센터를 하나 지으려면 엄청난 양의 전력 조달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소가 풍부한 경상북도를 AI 데이터센터 거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소가 AI 산업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가.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는 AI 데이터센터 운영은 어림도 없다. 답은 정해져 있다. 원전 없이는 데이터센터 전력 조달은 불가능하다. 원자력발전소에서 거리가 멀면 멀수록 전력 활용에 한계가 있다. 원자력발전소 바로 옆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게 가장 좋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할 인력 자원이 필요한 만큼 젊은 사람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문화권 안에 들어가야 한다. ―미국·중국과 AI 기술격차가 나는 상황에서 독자 AI 모델을 만들 필요가 있나. ▲챗GPT로 대표되는 범용 거대언어모델(LLM)은 소버린AI가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독자 AI 모델을 만들어야 하는 분야는 따로 있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하는 소버린(주권)AI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가 국방이다. 문화 산업도 소버린 AI가 필요하다. ―피지컬AI 경쟁력 확보 전략은. ▲피지컬AI의 가장 핵심은 렌즈다. 자율주행차는 바퀴 달린 로봇이다. 테슬라 자동차는 8개 렌즈를 탑재했고, 웨이모도 29개의 렌즈와 40개의 센서로 자율주행을 한다. 로봇은 AI의 LLM이 뒷받침하는 가운데 렌즈로 직접 보고, 분석함으로써 엄청난 양의 데이터 학습과 패턴 분석이 가능하다. 어떤 상황인지 스스로 설정을 한다.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게 많아지는 것이다. 렌즈로 보는 패턴들을 LLM과 결합해 학습·결정·추론을 반복할 수 있다. 제조업은 피지컬AI를 활용하기 가장 좋은 산업이다. 공간과 작업 형태가 정형화돼 있어 AI가 패턴화하기 쉽다. ―피지컬AI가 결국 인력을 대체할 것으로 보나. ▲결정이나 판단 개입이 필요한 분야에선 인력의 중요성이 훨씬 크다. 사람이 하는 일을 모두 로봇이 하는 것이 아니라 둘이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AI를 적용하지 않는 기업은 망할 수 있다'는 말도 맞지만, 한편으로는 인력이 따로 해야 하는 일이 있는지 평가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청년들의 창업 의욕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창의적 교육을 하지 못하는 교육 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창의적 교육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시험에 나오는 분야만 관심이 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모두 다 바꿔야 한다. 초등학교부터 AI를 통한 창의적 교육을 시작하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단순히 '2 더하기 2'의 답을 물어보기보다 어떻게 해서 4라는 답이 도출됐는지 끊임없는 물음과 답을 통해 최종 결과를 찾아가는 교육을 해야 한다. 안경과 빵의 관계처럼 전혀 관계없는 것들에 대한 답을 논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훈련도 필요하다. 하드웨어적 생각에서 소프트웨어적 생각으로 빨리 전환을 해야 한다. 정리=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2025-08-10 18:55:16[파이낸셜뉴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펙투스컴퍼니가 JB우리캐피탈과 손 잡고 선박·해양용 케이블 기업 '티엠씨(TMC)'에 300억원을 투자했다. 티엠씨는 지난 7월 15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는데, 구주 매각대금을 통해 계열사간 특수관계자 거래 해소를 위해 구주를 매각했다. 티엠씨는 1991년에 설립된 송현그룹 계열사다. 송현홀딩스가 34.47%를 보유한 볼트 및 너트 제조업체 케이피에프가 68.37%를 보유, 지배하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펙투스컴퍼니, JB우리캐피탈은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해 최근 티엠씨 보통주 구주에 약 300억원을 투자했다. 상장 후 6개월 간 의무보호예수가 예상되는 투자다. 연내 상장 완료 시 투자 후 약 1년인 2026년 중순에 엑시트(회수)가 예상된다. 티엠씨는 충청남도 천안시 소재 선박용 케이블, 해양 플랜트 및 광통신·전력 케이블을 영위하고 있는 기업이다. 서진공업으로 시작, 2023년부터 시작된 조선업 호황으로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시현하고 있는 곳이다. 해양 케이블 매출은 2019~2023년 CAGR(연평균 성장률) 49%로 성장률이 높은 편이다. 티엠씨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3756억원, 영업이익 108억원, 당기순이익 92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은 3000억원을 상회하며 꾸준한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1년 2811억원에서 2022년 3357억원, 2023년에는 3722억원을 달성했다. 순이익은 2021년 -242억원 2022년 -59억원 2023년 67억원으로 2년 연속 적자 폭을 줄이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호황기로 선박 및 해양 관련 매출의 지속적인 상승이 예상된다. 전력 및 발전소 매출 또한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에 따라 큰 폭의 성장세가 전망된다"며 "2019~2023년 해외 CAGR은 19%로, 해외 매출 비중은 2019년 30%에서 2023년 43%까지 증가했다. 일본 선박선용, 싱가포르 해양용 매출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착공되는 미국 공장 완공 시 미국 매출이 크게 성장할 예정이다. 세계적인 기업인 미국의 Amphenol과 협업해 공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티엠씨의 북면 공장은 선박용 케이블을 주로 생산한다"라며 "입장공장은 고무선 생산에 특화돼 선박, 해양 외 원전 및 광통신용 케이블을 생산 중"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기준 3100억원 규모 국내 선박용 케이블 시장에서 티엠씨는 1936억원으로 시장점유율 55%다. 이어 극동전선(23%), LS전선(21%), 서울전선(1%) 순이다. 원자력 발전용 케이블 국내 케이블 시장에서 LS전선(안전 및 비안전등급)이 64%, 티엠씨(비안전등급) 36%다. 광통신용 케이블 국내 시장은 대한광통신(24%), LS전선(14%), 티엠씨(5%) 순이다. 티엠씨의 주요 국내 고객사는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있다. 주요 해외 국가는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이다. 티엠씨는 미국 공장 준공을 통해 미국 광케이블 시장, AI 데이터센터 증가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으로 성장 중인 전력선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원자력 발전 안전등급 케이블(한국수력원자력) 및 군함, MRO용 케이블(조선 3사)도 적극 확대한다. 한편 펙투스컴퍼니는 삼정KPMG 출신 한두현 대표, 프랙시스캐피탈 출신 박찬민 상무가 설립했다. H&B 전문 기업 그레이스, 게임 개발사 덱사스튜디오, 게임 및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넥써쓰, 서울옥션 등 활발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기자
2025-08-04 13:55:09【 하노이(베트남)=김준석 특파원】 베트남 국가서열 1위인 또럼 공산당 서기장이 이달 10일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빈 방한이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방한은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국빈 방문한 응우옌푸쫑 전 서기장 이후 11년 만이다. 또럼 서기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인공지능(AI)·원자력발전·고속철도·조선·방위산업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경제협력 방안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현재 북남고속철도, 닌투언 원전 등 굵직한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조만간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이 유력 주요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또럼 서기장은 또 베트남 투자 주요 기업 총수들과의 연쇄 회동도 진행한다. 국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모두 베트남에 주요 해외 사업장으로 두고 있어 이 자리에서 베트남에 대한 추가 투자와 투자 인센티브 제공 등에 대한 논의가 오갈 것으로 전망된다. ■AI·고속철·원전·조선부터 한반도 평화까지…한베 관계 심화 논의 3일 외교가와 베트남 하노이 현지 취재를 종합하면 또럼 서기장은 오는 8월 10일부터 3박4일간 방한 일정을 진행한다. 다만 외교부와 베트남 외교부 모두 또럼 서기장의 방한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통령과 또럼 서기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포괄적전략동반자관계(CSP)' 관계 강화를 위해 정치, 경제, 외교, 안보를 넘나드는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상회담의 주제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연 경제협력 분야다. 양국이 관심을 가지고 있고 협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주요 산업이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오른다. 일각에서는 △AI·반도체 △에너지 △고속철도 △디지털전환(DX) △조선 △방산 등으로 알려졌다. 양국 모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로 양국 대표단은 선언적 협력을 넘어서 10여개 분야에서 양해각서(MOU)도 체결한다. 산업계에서는 이 중 가장 핵심이 될 사업으로는 베트남 북남고속철과 닌투언 원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북남고속철도 프로젝트는 하노이에서 호찌민시까지 총길이 1541㎞를 시속 300㎞의 고속철도로 잇는 사업으로 2027년 착공, 2035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국내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만 중국·일본·프랑스는 정상들이 직접 베트남을 찾아 수주에 전력하고 있고, 베트남 현지 기업도 속속 참여를 선언하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어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또럼 서기장의 취임축하 전화통화에서도 고속철도사업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베트남 특사단의 친서에도 이 사업에 대한 언급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져 또럼 서기장의 방한이 사업 수주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닌투언 원전도 초미의 관심사다. 닌투언 원전은 지난 2016년 사업 추진을 중단한 후 이번에 재개되는 것으로 당시 러시아(1호기)와 일본(2호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가 사업 재개를 선언한 후 아직 사업자 선정 단계여서 구체적인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베트남 정부는 서기장의 방한에 앞서 일본 측에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한 확답을 요청했지만 아직 확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일본이 닌투언 2호기 사업을 포기한다면 한국전력을 비롯한 '팀 코리아'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아울러 두 기의 원전 외에도 중부 원전 등 베트남 정부가 원전 확대를 공언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주요 원전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제협력 외에 한반도 평화를 비롯한 외교·안보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또럼 서기장은 지난주 이 대통령의 베트남 특사단이 예방했을 당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베트남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11년 전처럼 JY와 회동하나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외에도 재계 총수들과의 연쇄회동도 점쳐진다. 앞서 11년 전 응우옌푸쫑 전 서기장은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을 방문해 이재용 회장과 만났었다. 응우옌푸쫑 전 서기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이 호찌민 동부에서 추진하는 가전공장 설립을 위한 승인서를 전달했다. 응우옌푸쫑 전 서기장은 이재용 회장 외에도 조현상 HS효성 부회장과 손경식 CJ그룹 회장을 비롯한 재계 총수들도 만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베트남 최고지도자들이 경제성장과 첨단산업 진흥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의 역할이 제조·생산을 넘어서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면서 "이번 방한 일정에서 주요 재계 총수들과 연쇄회동을 통해 '윈윈'할 방안 모색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2025-08-03 18:06:42"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진을 들고 다니며 설득했다." 한미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30일(현지시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백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협상 뒷이야기를 전했다. 미국이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한국 정부는 "(2008년 소고기 시장 개방 당시) 광장에 100만명이 모인 나라"라는 정치적 현실을 앞세워 민감 품목을 끝까지 방어해냈다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쇠고기 30개월령 연령제한 완화와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했다. 특히 쇠고기의 경우 미국 측은 "30개월령 수입제한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 러시아, 벨라루스뿐"이라며 규제완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 초반부터 "농산물은 정치적·경제적으로 가장 민감한 레드라인"이라고 못 박고, 방어전략을 고수했다. 여 본부장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농산물은 99.7% 개방된 상태고,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3위 국가이자 쇠고기 점유율 1위 국가라는 점을 반복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시점부터는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광화문 전체에 100만명이 모여 있었던 장면을 담은 사진을 들고 다녔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상무장관 등을 만날 때마다 보여주며, 한국에서 이 사안이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라는 점을 감정적으로 설득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이날 발표된 합의문에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 항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관세폭탄' 선언…168일의 시작우리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폭탄' 선언 이후 168일 만에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15% 관세 인하와 총 3500억달러(약 470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패키지를 성사시켰다. 최대 고비는 미국 측의 돌발 변수에서 시작됐다. 애초 지난 25일 워싱턴DC에서 예정됐던 재무·통상 수장 간 '2+2 통상협의'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되면서 협상 테이블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귀국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비상 협상 모드'에 돌입했다. 핵심 실무자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일정에 동행한 사실을 확인한 뒤, 두 사람은 곧장 스코틀랜드 현지로 이동해 협상을 이어가는 이례적인 외교 행보를 택했다. 협상 파트너를 따라 타국까지 건너가 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드문 일로 평가된다.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이 뉴욕 자택에 머물면 그곳으로, 스코틀랜드에 가 있으면 그곳으로 따라가 자정 넘도록 협상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현지에서의 비공식 접촉은 최종 협상문안 도출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집념의 설득은 결국 통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후 미국 워싱턴DC로 돌아와 다시 한 차례 고위급 실무협상을 이어갔고, 29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에 도착하면서 협상은 최종 조율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에서도 미국을 방문하면서 관세협상을 측면 지원했다. 민관이 전방위 대응에 나선 끝에 우리 정부는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대신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2000억달러는 반도체·원전·이차전지·바이오 등에 조성한다. ■'딜메이커' 러트닉, 고비마다 조언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딜메이커'였던 만큼 실무협상의 주요 고비마다 결정적인 조언을 했다는 전언이다. 여 본부장은 "협상이 빠르게 전환점을 맞은 건 미국과 일본 간 무역합의가 발표된 직후 러트닉 장관이 먼저 '직접 만나자'고 제안한 순간부터였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직접 마주하는 상황에 대비해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도 러트닉이 조언해줬다"고 덧붙였다. 철강은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기존의 50%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대해 매우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도 철강은 협상에서 제외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협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번 합의는 소나기를 피한 것일 뿐, 언제든 다시 위기는 닥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고, 기업은 스스로 체질을 바꿔야 하며 정부는 제도적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홍예지 기자
2025-07-31 18:20:59[파이낸셜뉴스]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사진을 들고 다니며 설득했다.” 한미 무역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30일(현지시간),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백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협상 뒷이야기를 전했다. 미국이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자, 한국 정부는 “(2008년 소고기 시장 개방 당시) 광장에 100만명이 모인 나라”라는 정치적 현실을 앞세워 민감 품목을 끝까지 방어해냈다는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쇠고기 30개월령 연령 제한 완화와 쌀 시장 추가 개방을 요구했다. 특히 쇠고기의 경우, 미국 측은 “30개월령 수입 제한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러시아·벨라루스뿐”이라며 규제 완화를 강하게 압박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 초반부터 “농산물은 정치적·경제적으로 가장 민감한 레드라인”이라 못 박고, 방어 전략을 고수했다. 여 본부장은 “이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농산물은 99.7% 개방된 상태고,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 3위 국가이자 쇠고기 점유율 1위 국가라는 점을 반복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시점부터는 2008년 촛불시위 당시 광화문 전체에 100만명이 모여 있었던 장면을 담은 사진을 들고 다녔다”며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상무장관 등을 만날 때마다 보여주며, 한국에서 이 사안이 단순한 무역 이슈가 아니라 정치적 리스크라는 점을 감정적으로 설득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이날 발표된 합의문에는 농축산물 추가 개방 항목이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 선언…168일의 시작 우리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폭탄’ 선언 이후 168일 만에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15% 관세 인하와 총 3500억달러(약 470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패키지를 성사시켰다. 최대 고비는 미국 측의 돌발 변수에서 시작됐다. 애초 25일 워싱턴 DC에서 예정됐던 재무·통상 수장 간 ‘2+2 통상협의’가 미국 측의 일방적인 취소로 무산되면서 협상 테이블 자체가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귀국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비상 협상 모드'에 돌입했다. 핵심 실무자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스코틀랜드 일정에 동행한 사실을 확인한 뒤, 두 사람은 곧장 스코틀랜드 현지로 이동해 협상을 이어가는 이례적인 외교 행보를 택했다. 협상 파트너를 따라 타국까지 건너가 협상을 시도하는 것은 외교 관례상 드문 일로 평가된다. 여 본부장은 “러트닉 장관이 뉴욕 자택에 머물면 그 곳으로, 스코틀랜드에 가 있으면 그 곳으로 따라가 자정 넘도록 협상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스코틀랜드 현지에서의 비공식 접촉은 최종 협상 문안 도출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집념의 설득은 결국 통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후 미국 워싱턴DC로 돌아와 다시 한 차례 고위급 실무협상을 이어갔고, 29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미국에 도착하면서 협상은 최종 조율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에서도 미국을 방문하면서 관세 협상을 측면 지원했다. 민관이 전방위 대응에 나선 끝에 우리 정부는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대신 상호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1500억달러는 조선 분야에, 2000억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등에 조성한다. '딜메이커' 러트닉, 고비마다 조언 러트닉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딜메이커’였던 만큼, 실무 협상의 주요 고비마다 결정적인 조언을 했다는 전언이다. 여 본부장은 “협상이 빠르게 전환점을 맞은 건 미국과 일본 간 무역 합의가 발표된 직후, 러트닉 장관이 먼저 ‘직접 만나자’고 제안한 순간부터였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직접 마주하는 상황에 대비해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지도 러트닉이 조언해줬다”고 덧붙였다. 철강은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오르지 않았다. 기존의 50% 고율 관세는 그대로 유지된다. 여 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에 대해 매우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고, 앞서 일본과 유럽연합(EU)도 철강은 협상에서 제외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협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이번 합의는 소나기를 피한 것일 뿐, 언제든 다시 위기는 닥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무역체제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고, 기업은 스스로 체질을 바꿔야 하며 정부는 제도적 선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홍예지 기자
2025-07-31 14:16:33[파이낸셜뉴스] 원자력 기반 폐기물 처리 및 엔지니어링 전문기업 오리온이엔씨가 애드바이오텍을 인수하고 원자력 발전소 설계 및 제작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오리온이엔씨는 2012년 설립 후 △방사선 감시기 △플라즈마 폐기물 처리 설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계 △산업용 기계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원자력 특화 기술력을 축적해온 기업이다. 이번 인수는 원전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자사의 역량을 활용해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다. 오리온이엔씨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주요 기관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 원전해체산단 내 생산 공장을 기반으로 플라즈마 열분해 기술, 폐기물 감용 설비, 자동제어 로보틱스 등 고부가가치 설비의 양산 체계를 갖췄다. 특히 원자력 및 방사선 폐기물 관리 분야에서 130건 이상의 특허를 등록 및 출원했고, 국내 중소 원자력 기업 중 유일하게 기술신용등급 'TI-2'를 보유하고 있다. 또 개발, 설계, 제작, 시운전, 설치, 유지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원전 기술 밸류체인을 확보해 대기업 중심의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리온이엔씨 측은 “애드바이오텍 인수를 통해 기존 원자력 기반 설비 기술을 바탕으로 설계, 제작 중심의 신규 사업 영역을 본격 확대할 계획”이라며 “축적된 엔지니어링 기술력과 양산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외 원전 설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애드바이오텍은 지난 25일 이운장 오리온이엔씨 대표가 82억원 규모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경영권이 변경된다고 공시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2025-07-30 14:05:36[파이낸셜뉴스] 올 하반기는 미국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익스포저(노출)를 줄이고 아시아 시장으로 분산투자할 적기라는 조언이 나왔다. 한국의 주주환원 확대 정책 등 아시아 주식 밸류에이션 매력 상승이 핵심 근거다. 이미 글로벌 펀드매니저 등 투자자들은 미국 자산군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베코자산운용의 조슈아 크랩 아시아태평양 주식운용 대표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 FKI타워에서 ‘2025년 하반기 글로벌 주식시장 전망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아시아에 유의미한 투자 기회가 열렸다”며 “기존 미국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이익 모멘텀 둔화에도 역사적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유 비중은 9%에서 18%로 2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랩 대표는 “대다수 선진국 및 신흥국 주식은 중립 혹은 저평가 상태지만 미국은 예외적으로 고평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국의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짐에 따라 하방 리스크 관리를 위해 현금으로 재분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아시아 지역은 국가별로 차별화된 투자 기회가 존재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상법 개정 등이 주주환원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크랩 대표는 “새 정부는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배당소득 분리과세 및 MSCI 선진국지수 편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른바 ‘밸류업 2.0’을 통해 일본처럼 유사한 경로를 거쳐 비슷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또 추가 질의응답을 통해 한국 시장의 투자 기회에 대한 구체적 견해도 밝혔다. 크랩 대표는 “한국 시장은 전력망, 원전 공급망, 방위산업 등 특정 영역에서 더 큰 기회가 있다”며 “이들 분야는 경쟁력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고 산업 성장과 공급망 분산으로부터 수혜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선업도 장기적으로 유망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크랩 대표는 중국 시장에도 주목했다. MSCI 차이나 지수의 12개월 선행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저점을 통과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은 13분기 연속 부정적 실적 전망 조정 이후 기업 내부 체질 개선과 주주환원 강화를 통해 처음으로 턴어라운드 반등을 보이고 있다”며 “내수 부진에도 반려동물 산업과 ‘라부부’ 등 중국의 수집형 블라인드 박스 완구 시장이 최근 10년 간 대중 카테고리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네덜란드 기반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로베코운용은 전 세계 13개국에서 2370억달러 규모 자산(AUM)을 운용하고 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2025-07-17 14:4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