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반포대교에서 투신하려던 20대 남성이 출동한 경찰 위기 협상 전문요원과의 대화 끝에 20분 만에 구조됐다. 18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8시50분께 "친구가 술을 엄청 마시고 혼자 한강으로 간 것 같다"라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위칫값을 추적해 수색 끝에 반포대교 남단 45번 교각 위의 좁은 철제 난간에서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즉시 소방 당국에 에어매트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하고 자살 기도자 대응에 특화된 위기 협상 전문요원 2명을 투입해 설득에 나섰다. 요원 2명은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드셨느냐', '어려운 일이 있다면 같이 얘기하고 고민해보자' 등의 말로 A씨를 다독였다. 이어 A씨의 손을 한 쪽씩 잡고 조심스레 반포대교 상단으로 이동해 구조에 성공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혼자 있기 무서웠는데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대답했다"라며 "지구대로 이동하는 길에는 요원들에게 자신이 힘들어했던 부분을 자세히 말했다"라고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 투입됐던 전문요원은 "이번 구조사건을 계기로 자살 구조 업무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라며 "일선 지역 경찰에 이 제도가 운영되는 것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2024-11-18 14:30:10[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서울 반포대교에서 투신하려던 20대 남성을 20분 만에 구조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출동한 ‘지역경찰 위기협상요원’들이 적극적으로 설득한 결과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 16일 오후 8시50분께 ‘친구가 술을 엄청 마시고 혼자 한강으로 간 것 같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20대 남성 A씨의 휴대전화 위치값을 추적한 끝에 반포대교 교각 위에서 A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소방당국에 에어매트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한 뒤 지역경찰 위기협상요원 2명을 긴급 투입해 투입 20여분 만에 A씨를 안전하게 구조했다. 요원 2명은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얼마나 힘들었느냐”, “어려운 일이 있다면 같이 이야기하고 고민해보자”고 A씨를 설득했다. 이어 “안전하게 모시러 왔다”며 A씨의 손을 한쪽씩 잡은 뒤 반포대교 상단으로 이동해 구조했다. A씨는 순찰차를 타고 지구대로 이동하며 자신이 힘들었던 부분을 자세히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투입됐던 한 요원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살 구조 업무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일선 지역경찰에 이 제도가 운영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초경찰서는 자살사건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전국 최초로 지역경찰 위기협상요원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지역경찰 순찰팀(28개팀) 별로 남녀 1명씩, 2인 1조로 총 56명을 선발해 자살기도 위기협상 전문교육을 완료하고 자살사건 현장에 투입한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업무를 중단하고 출동해야 하는 경찰서 소속 위기협상요원은 현장 도착 시간이 평균 20분 정도 소요돼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본서와 별도로 지역경찰 위기협상요원을 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4-11-18 14:01:00[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 자살하려는 청소년을 구조했다. 사전에 훈련받은 '위기 협상 전문요원'들이 2시간 30분 동안 대화하면서 친밀감(라포)을 형성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도운 결과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오후 8시 20분쯤 'A군이 강남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거라고 한다'는 지인의 신고를 접수했다. 경찰은 A군의 휴대폰 위치값이 수시로 변동함에 따라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신고자가 보낸 사진을 토대로 A군이 위치한 아파트를 추정, 15개 동을 집중 수색해 서울 서초동의 한 아파트 23층 옥상으로 위치를 특정했다. 낙하지점 주변으로는 에어매트 6개를 설치하고 옥상으로 진입했다. 서초경찰서 위기협상 전문요원과 파출소 경찰관들은 오후 9시 45분쯤 안전바 없는 아파트 옥상 난간에 쪼그려 앉아 있는 A군을 발견했다. 그러나 A군이 건물 외벽 좁은 공간 끝에 걸터앉아 뛰어내릴 듯한 행동을 반복해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다. 이때부터 남여 한 명씩으로 구성된 위기협상팀이 전담해 A군과 대화를 시작했다. 사는 곳, 가족관계, 좋아하는 음식 등을 물으며 자연스러운 대화를 유도한 뒤 '누나',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했다. A군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음료를 전달하기도 했다. 처음에 거부 반응을 보이던 A군은 '고맙다'는 위기협상팀의 말과 칭찬에 대화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오후 11시쯤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진 A군이 보조배터리를 요구하자 협상팀은 조금 더 가까이 와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스스로 넘어 오겠다고 화답하며 난간 안쪽으로 다가오는 A군의 손을 붙잡아 끈 뒤 특공대원이 상체를 잡고 안전하게 구조했다. 서초경찰서는 전국 최초로 자살 기도자를 구조하기 위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 이들을 대상으로 위기상황별 집중 교육을 완료하고 6월부터 현장에 투입했다. 강력팀 남성 경찰 7명, 여성청소년수사팀 여경 4명 등이 납치감금, 인질강도 등의 사건에서 활약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순찰차, 소방대 경광등을 소등하고 시민 등을 해산조치함으로써 투신자살을 마음먹은 미성년자를 자극할 수 있는 환경을 제거했다"며 "전국 경찰서에서 위기협상 전문요원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7-16 14:24:12올 한 해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의대 증원이 결국 법원의 결정으로 일단락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의과대학 증원이 반영된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승인하면서 '27년 만의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 큰 상처를 입었다. 정부는 필수의료정책을 추진하려 했지만 협상에 나서지 않는 의료계로 인해 위신이 떨어졌고, 의료계는 자신들이 원하던 의대 증원 철회를 하지 못했다. 이 와중에 환자들만 치료를 하지 못해 마음 졸이며 무작정 기다리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빅5'인 대형병원을 비롯한 대학병원들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병원 경영위기를 겪게 됐다. 문제가 일단락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산적한 문제들이 있다. 우선 대학병원 진료 정상화가 최우선이다. 지난 2월 이후 환자들은 진료와 수술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은 대학교수와 간호사들이 지켜냈다. 업무의 피로감에 지쳐 진료와 수술을 줄였지만 그래도 의료 현장을 지켰다. 그들의 수고에 감사를 표한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복귀는 요원한 일이다. 이들 중 절반 가량은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대학병원을 사직하고 개원하거나 피부미용 의원에서 봉직의(월급의사)가 되겠다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지금 전공의들은 학교를 다닐 때까지 공부만 했던 모범생들이다. 그동안 고생을 하지 않던 이들은 의대를 거친 후 인턴, 레지던트 4~5년을 박봉에 야간업무까지 하면서 시달리는 상황이었다. 이번 사태는 말 그대로 '울고 싶은데 빰 때린 격'이었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통해 의료계의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오점으로 남았다. 물론 정부는 처음부터 의료계에 대화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이미 화가 난 의료계를 잠재우고 참여시키기에는 부족한 태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지역의료, 필수의료를 강화해 기존 의료정책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말아야 한다. 의대 증원 이후 의사들이 배출되기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이 때문에 병원의 인력구조부터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일단 전공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공의들의 본래 목적인 수련에 대한 부분을 강화하고 저임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기존처럼 전공의들이 잠을 못 자면서 수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안인 진료보조(PA)간호사나 입원전담전문의 등을 활용해야 한다. 또 의료진 중에서도 사람의 목숨을 다루거나 힘든 수술을 할 경우에는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의사들도 충분한 보상이 뒤따르지 않고 힘들기만 하다면 사명감으로 몇십년을 버티기가 힘들다. 물론 이렇게 비용을 쏟아붓게 되면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 따라서 환자들도 과잉진료를 받지 않도록 제한을 두는 방안이 필요하다. 너무 많이 병원을 가거나 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를 시행한다면 이를 건강보험 재정이 아니라 자기부담금으로 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대학병원 진료가 불가능해지자 2차 병원과 전문병원에 환자들이 몰렸다고 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의료의 정상화'가 되고 있다고도 얘기를 했다. 원래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만 치료해야 하는데 경증환자까지 몰렸던 것이 사실이다. 이를 제도화하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 마지막 과제는 정부와 의료계, 국민이 다친 마음과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부분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합당한 의료개혁 정책을 제시해 의료계가 납득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면 가능하다. 또 그동안 국민이 의료진에게 보여준 믿음, 의료진이 환자에게 쏟은 애정 등의 기억이 서로의 상처를 봉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05-27 18:57:34[파이낸셜뉴스] 전국 거점 국립대 교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둘러싼 갈등에 대해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대 정원 규모를 2000명 확대하는 것에 대해선 현실을 고려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10개 거점 국립대 교수회장으로 구성된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거국련) 회장단은 2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의료단체는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의료 정책 수립에 협력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는 의대 증원 계획을 수립하면서 교육계·학문생태계(이공계) 및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농촌과 중소도시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만 크게 늘린다고 의사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완화할지, 필수진료 과목 의사 수급 부족이 해결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도 정부와 의료계는 자신들의 정당성만 강조하며 의료대란을 심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2000명 증원은 물러설 수 없는 조건이라며 협상조차 거부하는데, 증원에 앞서 이뤄져야 할 시설 보완이나 재원 확충, 교수 확보는 아직도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한정된 교육여건임을 알고도 근시안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혀 과도한 증원 요청을 한 일부 의과대학과 그 대학의 총장들은 증원에 반대한다고 급히 태도를 바꿨다"며 "전공의 태반이 의료현장을 떠나면서 의대생 또한 대학을 떠날 준비를 하고, 환자들의 원망과 국민의 우려가 온 나라를 뒤덮는데 누구 하나 이런 사태와 말 바꿈에 사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거국련은 의료공백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책임 있는 의료단체와 공식적인 대화를 즉시 시작하고, 2000명 증원 원칙을 완화해 현실을 고려한 증원 정책을 세워달라"고 정부에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부 대학 책임자와 전문가들은 정부에 잘못되고 과장된 정보를 제공한 것에 사과하고,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증원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정책 실효성을 극대화하려면 교육계·산업계도 협의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며 "정부는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이번 위기를 미래지향적인 의료체계·의학교육, 건전한 입시문화를 만드는 동력으로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2024-02-25 13:27:23"70년간 이어진 적대적 남북 분단 체제의 고리를 끊어내는 결단이 필요하다. 앞으로 70년간의 분단 비용은 이전과 다른 천문학적 규모로 불어날 것이다. '잃어버린 70년'을 뒤로 하고 '새로운 70년'을 맞기 위해 통일에 대한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달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클럽에서 파이낸셜뉴스가 마련한 '8·15 기념, 한국의 미래와 통일' 간담회에서 통일 전문가들은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의 사회로 열린 간담회에는 김병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 박명규 광주과학기술원 초빙 석학교수,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이영선 통일과나눔 이사장(이상 가나다순)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통일에 대한 인식차를 줄여 한반도 공동체라는 연대의식 아래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정서적 역사적 공동체 복원이라는 통일의 정신을 살릴 것도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회 = 노동일 파이낸셜뉴스 주필―통일은 기성세대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의 중요한 화두다. 젊은 세대의 통일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 있나. ▲윤 이사장=경제적으로도 통일은 큰 이득이 된다.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 사이의 지정학적 딜레마에 처해 있다. 통일이 되면 이런 지정학적 딜레마가 지정학적 축복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한국의 경제 번영은 해양으로 진출해 무역을 통해 이룬 것이다. 통일이 되면 대륙을 향해서도 우리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통일은 경제적 차원 외에 정신적, 영적인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통일을 경제만의 문제로 보니까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통일이냐'는 얘기가 나온다. 2013년에 베를린에서 만난 독일인들은 통일이 힘들고 돈도 들지만, 그런 미션이 자기 세대에 주어졌다는 점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얘기했다. 우리는 통일을 돈 문제로만 보는 시각이 본질 아닌가 싶다. ▲박 교수=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한 관심이 없어졌다기 보다는 그것이 가지는 시대적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단일민족에 기초를 둔 전통적인 통일의 이미지와 요즘 세대의 인식간에 갭이 있다. 다원화·민주화 된 지난 70년의 변화와 발전이 가져온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단일국가·단일민족 개념의 정치공동체 중심으로 사고했던 통일로부터 다원화되고 민주화되고 다층적인 형태의 통일에 대한 사고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그게 제대로 되면 젊은 세대부터 통일에 대한 필요성이나 열정이 더 생겨날 수있다. ▲윤 이사장=젊은 세대를 특정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한국 사회 전반의 추세를 말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70년간 경제 지상주의에 매몰되어 오다 보니 공동체 의식과 후세를 생각하는 역사의식이 약화되고 이것이 통일문제를 보는 시각에도 반영되고 있다. 다원화된 사회에서도 공동체 의식과 역사 의식은 특히 중요하다. ―분단 체제로 인한 리스크가 크다. 통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의의 장을 어떻게 하면 넓힐 수 있을까. ▲이 이사장=많은 사람들이 분단상태인 현재가 좋은 것처럼 생각한다. 통일은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들 것이라 얘기한다. 그런데 사실 분단 상태에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통일을 포기할 경우 분단에서 오는 비용은 계속 지불하는 것이며, 장기적인 비전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김 원장=분단 7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앞으로 70년을 생각해보면, 분단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훨씬 커진 상태다. 중국과 러시아가 밀착하고 미국 중심으로 서방이 뭉치면서 분단비용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만약 한반도가 나뉘지 않고 천문학적 분단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한국 역사에서 우리가 한 번도 꿈꾸지 못한 전 세계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맡았을 가능성이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안된 이유는 분단 때문이다. 당장의 비용을 생각하겠지만 지난 70년을 돌아보면 분단으로 잃어버린 게 얼마나 큰가. 앞으로 70년 이후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맥락에서 통일을 보면 좋을 것 같다. ―통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생각도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통일에 대한 체감도 혹은 의지가 궁금하다. ▲박 교수= 탈북한 지 6개월이 안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의식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중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긍정적 답변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문제는 국내에 온 탈북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 사회에 쉽게 통합되지 못하고 배제되거나 2등시민이 되는 느낌을 받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당위론 측면에서의 공감대는 높으나 통일의 구체적 과정과 실질적인 내용까지 깊은 생각을 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이 이사장='북한 주민이 하나인가'를 봐야 한다. 정권과 연관 있는 사람들과 일반 주민들의 의식은 큰 차이가 있다.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사람들은 통일을 반대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남한에 대한) 상당한 정보를 알고 있다. 많은 후진국들이 체제를 바꾸니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했다. 그렇기에 상당수 북한 주민들은 통일에 대해 염원할 것이다. 탈북자들을 잘 적응시키는 정책을 통해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면 북한 주민들도 통일을 선호하는 생각을 갖지 않을까 싶다. ▲윤 이사장=북한 주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건 굉장히 중요하다. 심정적인 연대의 끈이 연결돼 있느냐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서독 정부가 '통일해야겠다'고 해서 동독 정부나 주민들을 도와준 게 아니다. 1970년대 이후 소통하고 협력하고 지원했던 건 동독 주민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존중하고 인간다운 삶을 도와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 원장=동독 주민들도 통일을 하고 싶어했다. 그 이유는 더 잘 산다는 것, 곧 이익에 대한 관심이 있었을 것이다. 이 측면에서 북한주민들은 더 강하게 (이익을) 원할 것이다. 이제는 구호가 아니고 탈북민부터 친밀감을 주고 통일이 됐을 때 바람직한 상황에 대한 지식을 쌓아 북한에 전수해주는 게 필요하다. ―남북한 주민들간 문화적 인식의 갭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박 교수=역사를 돌아보면 계획과 기획에 따라 진행된 것 못지 않게 우연적이고 예상 못한 변수에 의해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기획을 해야 하지만, 천재지변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작용할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한다. 생각지 못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가 비축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중국 관계가 악화 되어도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니까 양국이 기후재앙에 대한 대화를 한다. 한반도 역시 공통의 재난이나 예상치 못한 비상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대응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 ▲김 원장=사회주의를 경험한 나라의 국민들은 체제 붕괴 이후에도 기존의 가치관에 오랫동안 지배된다. 북한은 사회주의가 가장 오래된 곳이다. 당연히 가치관 차이가 많이 있을 것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탈북민 청년을 도와준 적이 있다. 그에게 "한국에서는 웃어야 한다"고 말했더니 자신은 커피를 파는 사람인데 왜 억지로 웃어야 하냐고 반문했다. 사회주의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니 판매자가 왕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사는 사람을 위해 웃어주기까지 하는 게 이해가 안되는 것이다. ―통일의 과정엔 비핵화가 전제가 된다. 개성공단도 운영해봤으나 현재로선 무위로 돌아갔다. 통일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김 원장=단기 비핵화, 중기 경제협력, 장기 통합, 최종 통일 과정이 있다. 비핵화를 건너뛰고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경협과 통합 없이 통일을 하려 들면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전문가 눈에는 회로가 보인다. 어떤 회로를 타고 가면 어떻게 될 것인지 보는 게 전문성이다. 그 동안 대북정책은 전문성이 없어서 회로를 보지 못했다. 어떤 경험을 통해 통합의 문을 열 것인지 각 단계에서 충분히 이뤄지면 남북 관계도 개선될 것이다. ▲윤 이사장=진보 정부의 포용정책은 대부분 비핵화라는 걸림돌에 걸려서 성공을 못했다.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북한 핵을 용인할 수 없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 경제적인 압박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계 없이 우리끼리의 남북협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 당국의 결단이 전제되지 않는 한 경제통합의 길은 요원하다. ▲이 이사장=비핵화 문제를 풀지 않고 경제통합 등을 모색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을 찾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어려움에 처한 북한에 결핵약을 보내는 경우들이다. 인도주의적으로 우리가 할 일을 찾아보고 노력하고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통합의 징검다리를 놓을 필요성이 있다. ▲윤 이사장=정치적 리더십 차원에서 대북제재의 예외조항으로서의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틈새를 활용하려는 의지가 있었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국제적 차원에서의 비핵화는 공감하고 협력하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전개하는 리더십이 더 강했으면 한다. ―보수·진보를 떠나 초당적 통일정책이 가능한가. ▲이 이사장= 지난 대선에서는 안보에 대한 약간의 이슈 외에는 통일이나 대북 정책으로 표를 이끄는 전략을 안 썼다.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즉, 대북정책에 관한 갈등으로 표를 얻는 행위는 앞으로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 면에서 초당적 통일정책의 기초는 만들어졌다. 사회적으로 초당적 통일정책을 계속 논의해가면 방법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윤 이사장=통일정책과 대북정책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통일정책은 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 또는 단계적 통일방안에 대해 합의해왔다고 본다. 첨예한 대립을 보인 건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 진보는 포용 정책을 주로 강조했고 보수는 포용 정책을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런 대결구도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건 정치다. 1987년 승자독식의 정치 체제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어 대통령에 당선되면 전권을 갖고 야당은 정책결정 과정에서 100% 소외된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현 정부가 성공하는 걸 상대 진영에서 원치 않는다. 다음 선거 때 정권을 교체해야 되기 때문이다. 대북 정책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초당적 대북정책을 합의하는 건 힘들다. ▲박 교수=통일을 민족문제로 보느냐, 지정학적 이슈로 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남북 분단은 우리가 원치 않은 상황이었으며, 이걸 해결하는 것은 남북의 당사자들이라는 민족주의적인 부분이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축을 이뤘다. 지금은 우리의 국제적 상황이나 국내 위상 부분에서 더 이상 민족 문제로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한반도의 미래 비전을 민족문제와 지정학적 이슈를 같이 엮는 일종의 그랜드 디자인 혹은 대전략에 우리 사회가 합의하는 게 중요하다. ▲김 원장=대북 정책의 탈정치화를 위해 중립적인 위원회를 제안한 적이 있다. 여야를 떠나 적임자를 추천해서 중립적 위원회에서 중요한 대북정책을 합의하는 것이다. 민족이라든지 지정학적이라든지 상호 대립이 아니라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 ―대북 정책의 주무 부처인 통일부의 위상에 대한 논쟁이 있다.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하는 게 좋은가. ▲박 교수=통일부의 지나친 역할 축소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 사회의 많은 제도 중에 소방서, 보험 등 유사시를 대비하는 제도들이 많다. 통일은 중요한 장기 전략 목표가 될 수 밖에 없다. 어떤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는 필수적 제도로서의 통일부를 할 일이 별로 없는 조직처럼 평가하는 부분은 재고했으면 좋겠다. ▲이 이사장=통일부 조직개편 논제는 '북한 지원부'가 아니라 '통일 지향부'를 가리키는 것 같다. 그런 모토라면 유연성 있게 조직을 개편하고 할 일을 찾는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축소한다는 건 정당성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필요할 때 행동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을 만드는 역할을 통일부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권을 강조하는 건 필요하지만 북한 주민의 인권을 거론하다 보면 북한을 자극해서 남북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딜레마도 있지 않은가. ▲이 이사장=북한 인권은 정권에 관계 없이 초당적으로 재조명해야 한다. 결국 통일의 목적 가운데 인권 문제가 중요한 것이기에 우리의 기본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만, 우리가 북한 정부에게 인권을 존중하도록 강제할 순 없다. 서독이 동독과의 관계에서 여러 유인책을 썼는데 우리도 그런 제도적인 방법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이산가족 만남과 같은 방식이다. 여러 방안을 정치인들이 찾아보면 어렵지 않게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박 교수=북한 인권만이 아니라 인권 이슈 전반에서 양면이 있다. 인권 문제가 있다는 점을 대외에 알리고 관심을 갖게 만드는 활동은 중요하다. 다른 하나는 실질적으로 인권이 개선되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인권의 중요성과 북한의 인권 상황의 부정적 부분을 이슈화하는 동시에 북한이 실제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가능성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문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김 원장=인권을 수단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인권을 바라보는 건 바람직한데 그것이 목적이 되어야지 수단화 시키는 것은 안 된다. 어떤 정부든 북한주민의 인권을 목적으로 봐야 하며 인권은 당위적인 것이다. ▲윤 이사장=북한 내부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려면 북한 내부와 국제사회간의 연결 고리가 있어야 한다. 그 고리를 통해 인센티브 제안과 개선 요청을 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지금은 북한이 고립돼 있다. 결국, 북한 사회가 외부 사회와 연결되는 고리를 형성하는 작업을 시도해야 한다. 지금 모든 사안에 북한 핵문제가 연결돼 있어서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외적인 관여나 북한 스스로 대외개방을 할 수 있는 정치적 의지는 제로에 가깝다. 결국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방향으로 결단을 내리고, 외부세계와 연결고리가 강화되면 북한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한반도 주변 강국들 속에서 통일의 길을 찾는 과정은 험난하다. '신냉전 시대'에 한반도 통일에 영향을 미칠 국제적인 변곡점이 있는가. ▲윤 이사장=6자회담이 이상적인 매커니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중과 미러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6자회담의 유용성은 한계에 직면했다. 6자 회담의 부활 가능성은 미중관계나 미러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힘들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미국과 북한간의 양자 협상 가능성이다. 내년 미국 대선 시기에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때 쯤 되면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 기술에서 그들 나름대로 거의 완성단계에 왔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이 심각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서 어떤 식으로든 탈출구를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을 김정은 위원장이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원장=남북 관계와 북한에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여지들이 있다.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지금은 중러가 북한에 관해 우호적인데 (전쟁 결과에 따라) 또 판이 바뀔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로 중국 문제다. 미중 갈등은 오래 갈 것이다. 그런데 3년 내에 중국경제가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중국의 경제활동이 재개 되었어도 경제가 크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영향이 중국 정치와 대외정책에 중요하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 시기와 북한 경제의 자립 가능성 그리고 미국의 대선 결과도 북한 문제의 큰 변곡점이다. ―북한이 협상의 장으로 나오는 게 우선 필요하다. 최소한의 개방이라도 끌어내기 위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할 정책적 제언을 해달라. ▲김 원장=통일 정책을 모 아니면 도라는 식으로 가선 안 된다. 대북정책은 오케스트라다. 모든 부처가 똑 같은 악기를 가진게 아니다. 통일은 통일만의 의미가 있고 악기가 있다. 국방부가 있고 외교부가 있는 것처럼 독자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중요하다. 중장기적으로 해야할 일 혹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플랜별로 정리하는 복합적인 정책들이 필요하다. 경영 아이템들도 있다. 북한이 남한에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판매하는 방안이다. 남한이 북한에 산림을 조성해주고 북한은 한반도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산림을 관리하면 된다. 우리가 탄소배출권을 사는 상생적인 아이디어다. ▲윤 이사장=인도주의적인 협력 가운데 보건의료 협력을 획기적으로 추진하는 게 어떨까 싶다. 북한은 병원시설도 취약하고 약이 없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은 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예외적으로 인정받는 분야다. 북한이 거부할 수도 있지만 좀 더 효율적인 의료 보건협력플랜을 전국적인 단위에서 추진했으면 한다. 환경분야도 마찬가지다. 환경재앙으로 북쪽도 남쪽도 고통받으니까 협력의 여지가 있다. 좀 더 체계적으로 탈북민을 지원하고 포용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그게 남쪽에 온 탈북민들을 품는 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 통일을 연습하는 것이다. ▲이 이사장=북한 주민에게 어떤 영향이 있을지에 주안점을 두고 정책을 만드는 게 통일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독일 통일은 결국 동독 주민이 결정한 것이다. 북한 주민이 통일하자는 생각이 없는 한 우리가 들어갈 순 없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의 생각에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는 정책들이 있어야 한다. ▲박 교수='통합'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에 들어온 많은 외국인 거주자들이나 다문화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통합의 이슈가 되고 있다. 우리 내부의 통합 이슈와 남북의 통합 이슈가 결코 다를 수 없고 그것을 같이 봐야 한다. 정리=jjack3@fnnews.com 조창원 논설위원, 최아영 기자
2023-08-13 18:35:08지난 2006년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건을 소재로 한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과 '유령'이 '아바타: 물의 길'의 독주를 끝낼 설 영화로 떠올랐다. '교섭'은 16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실시간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유령'은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3위를 기록하며 예매율 차이를 좁히고 있다. ■밀실추리로 시작해 여성액션무비로 '유령' 조선총독부에 숨어든 항일조직 스파이를 소재로 한 '유령'(배급 CJENM)은 벼랑 끝 외딴 호텔을 무대로 한 밀실 추리물로 시작해 장총과 쌍권총을 든 통쾌한 여성 액션무비로 탈바꿈한다. 영화는 1933년 경성을 무대로 항일조직이 조선총독부에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 색출에 맞서 진짜 유령들의 목숨을 건 작전을 그린다. 신임 조선총독의 경호를 맡게 된 카이토(박해수)는 한때 자신의 경쟁자였던 엘리트 군인 쥰지(설경구)를 포함해 암호 전문 기록담당 박차경(이하늬), 조선인임에도 총독부 실세가 된 정무총감 비서 유리코(박소담) 등 다섯 명의 용의자를 밀실에 가둔다. 초반부는 이들 중 누가 진짜 유령인지 추리게임이 다소 지루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첫번째 희생자가 나오고 예상치 못한 인물의 화려한 액션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통쾌한 액션무비로 확장된다. 설경구와 이하늬는 성별의 차를 극복하고 몸과 몸이 직접 격돌하는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18일 개봉. ■한국인 납치사건, 그 생생한 현장 '교섭'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배급 메가박스 플러스엠)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 한국인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던 사건을 영화화했다. 요르단 로케이션을 진행해 이국적인 풍경이 장대하게 펼쳐지는 이 영화는 낯선 혼돈의 땅에서 교섭 전문 외교관 정재호(황정민)와 중동지역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을 주축으로 탈레반이 최초 통보한 살해시한 24시간을 기점으로 긴박한 구출작전을 펼친다. 하지만 교섭 작전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난항의 연속이다.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일지 알 수 없는 탈레반의 속내와 테러리스트와의 직접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외교부의 공고한 원칙 등 진퇴양난의 위기 속에서 두 사람은 온갖 방법과 루트로 협상을 시도한다. 메가폰을 잡은 임순례 감독은 "외교관과 국정원 요원,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그들의 사명감을 담고자 했다"고 전했다. '교섭'은 또 황정민과 임순례 감독이 '와이키키 브라더스'이후 21년 만에 의기투합한 작품이기도 하다. 18일 개봉.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1-16 18:06:38[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촉즉발의 블랙홀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발 유라시아의 전쟁 기운이 남의 일이라 방관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도 문제지만 한반도 안보 차원에서도 별개의 사안이 아니다. 안보는 나비효과라는 측면에서 연결지점이 적지 않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는 근본적으로 ‘미국 vs. 러시아’의 대결 구도인 측면이 강하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세가 중·러 공조 밀월을 과시한 상황에서 미국도 유럽과 대응 공조를 넘어 역외 국가에서 공조에 나서는 모양새다. 이는 동북아 지역까지 나비효과로 연결될 수 있는 역학을 창출한다"고 진단했다. 즉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동북아 질서가 ‘북·중·러 삼각 vs. 한·미·일 삼각’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이어 "베이징동계올림픽이 폐막 이후 시기가 도발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면서 그러한 배경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에 기존 핵보유 실패국과는 다르다는 신호 제공과 전략적 위상을 강압하려는 의도로 베이징올림픽 직후가 '핵실험, ICBM 발사, SL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에 유리한 시기라는 판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미국·영국·프랑스·독일· 중국·러시아 등 6개국과 이란이 열린 최종 협상에서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과 각종 제재 조치를 해제하는 내용의 ‘이란핵합의(JCPOA)’를 도출했다. 그러나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다시 복원됐다. 우크라이나도 미국과 영국, 러시아가 주도한 부다페스트 협정(부다페스트 안전 보장 각서)을 통해 안전보장 약속을 받는 대가로 핵무기 자신 반납한 결과 2014년 크림반도 합병에 이어 또 다른 안보위기에 직면해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아는 북한은 현 국제정세를 이용해 '자신의 핵무장 기정사실화로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들 국가와 자신들이 다르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한국은 국제정세와 북한의 셈법을 선제적으로 읽어내어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면서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일본의 역사인식 문제를 지적하고 반성하게 하는 대일 지렛대도 높인다는 측면에서 안보협력 필요성에 대한 상승 기제를 놓치고 주도하지 못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구조적 압박을 견디다 못해 억지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체결하는 상황이 연출되면 '한국의 대미, 대일 레버리지'도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북핵 대응 공조'에도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도출한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라는 셈법을 무력화하기 위해선 한국은 동맹국 미국과 국제사회의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존의 대북제재가 빈틈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도발 시 당사국으로 적극적으로 추가 제재 방안 논의에 나설 수 있도록 사전검토와 같은 예비된 준비를 수립해둬야 할 것이다. 나아가 대북억제력 가동을 현시하기 위해서 북한이 도발한다면 도발규모 및 강도에 준하는 상응조치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조언도 나온다. "북한이 SLBM을 발사하면 한국도 SLBM 발사시험을 도발 당일 늦어도 다음날까지는 반드시 시행해 도발의 기정사실화가 작동되지 않도록 전략적 강압을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먼 지역에서 발생한 남의 일로 치부해선 안된다. 타산지석으로 삼아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다양한 조치를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와 군은 '자강'과 '동맹'의 투트랙을 연계해 안보태세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전략과 전술을 갖춰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미 백악관은 '인도·태평양 전략'을 담은 19페이지 분량의 문건을 공개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대담에서 "이번 문건이 30년 전인 1991년 동아시아 전략 구성과 큰 변화가 없다며 (현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전략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도 "아시아태평양을 미국의 전략적 우선 과제로 재확인하려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무역 전략적인 관점에서 태평양 지역 경제 틀이 좀 더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며 "경제와 국가안보의 경계는 모호해져 공급망 복원력이나 디지털 네트워크 또는 5G, 사이버 공간 통제 같은 문제들은 이제 국가 안보 사안으로 유연한 국가적 집단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크 부소장은 "인도·태평양 전략은 정책이 아니라 체크리스트(확인 목록)라며 환경, 해양네트워크, 교환학생, 사회기반시설, 백신 등 1~2년 뒤에 확인할 사항"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미 백악관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거의 모든 도전은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닝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일본은 불행한 역사 문제로 긴장 상태의 해결이 요원해 보이지만 미국의 노력과 도전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감정·정치적' 문제를 '안보·경제' 문제와 분리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정치안보 전문가들은 역으로 해석하면 한국이 인·태전략에 참여하지 않으면 '기술혁신과 안정적인 공급망'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안보와 경제가 융합되는 ‘경제안보’의 시대에 "한·일 간 경직된 관계가 지속될 경우 한·미관계는 안보뿐아니라 경제부문에서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2-02-20 18:29:09[파이낸셜뉴스]오는 26일부터 만 65세 미만 요양병원·시설의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를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만 65세 이상에 대해서는 오는 3월 AZ 백신의 유효성에 대한 추가 임상정보를 확인 후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접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2월말 또는 3월초 도입이 예상되는 화이자 백신은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에게 접종된다. 정부는 1·4분기 AZ와 화이자 백신 약 99만8500명분을 도입한다. AZ와 협상한 75만명분(150만도즈)은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국내 공급 예정이다. 오는 3월까지 국제백신공급기구(코백스)를 통해 AZ 백신 최소 약 19만명분(39만도즈)과 화이자 백신 5만8500명분(11만7000도즈)를 도입한다. 15일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예방접종 2~3월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시행계획은 지난 8일 ‘코로나19 백신분야 전문가 자문단’ 검토를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난 11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했다. 추진단은 요양병원·요양시설 입원·입소자 및 종사자에 대해서는 만 65세 미만 약 27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26일부터 AZ 백신 1차 예방접종을 시작한다. 이후 3월부터는 코로나19 예방접종 계획 ‘접종 순서’에 따라 △고위험 의료기관의 보건의료인(35.4만명)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코로나19 방역·역학조사·검사, 검역 요원 등 약 7.8만명)을 대상으로 AZ 백신 예방접종을 시행한다. 추진단은 ‘고령층 AZ 백신 효능 논란’은 국민과 의료인 백신 접종률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고 봤다. 때문에 만 65세 이상 AZ 백신 접종에 대해선 오는 3월 이후 추가 임상을 거쳐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추진단 관계자는 “65세 이상 연령층에 대해서는 AZ 백신 효능에 대한 추가 자료 미국 임상시험 결과, 영국 등 기접종국가 효과 정보 등을 확인하고 예방접종을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앞서 지난 10일 식약처는 AZ 백신 사용 대상은 18세 이상 성인으로 허용하되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사용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사용상의 주의사항’에 기재한 바 있다. 지난 11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AZ 백신 안전성과 면역원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65세 이상에서 백신 효능(유효성)에 대한 통계적 유의성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도 같은 사유로 AZ 백신을 고령층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제백신공급기구(코백스)를 통해 도입되는 화이자 백신은 2월 말~3월초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국내 도입 즉시 중앙 및 권역예방접종센터를 통해 제공돼 코로나19 환자 치료하는 감염병전담병원, 거점전담병원, 중증환자치료병상 운영병원, 생활치료센터 등 약 5만5000여명 의료진에게 우선 접종된다. 추진단 정은경 단장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소중한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며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접종순서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예방접종에 적극 참여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2021-02-15 13:38:07【제주=좌승훈 기자】 좌남수 제주도의회 의장은 16일 제387회 임시회 개회사에서 2021년도 예산편성은 코로나19 확산과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확장 재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도 제주도가 세입 감소를 이유로 초긴축 재정을 예고한데 따른 것이다. 도는 내년도 일반회계 세입을 4조5670억원으로 예측했다. 올해 본예산 세입 4조9750억원보다 8.2%(4080억원) 감소한 규모다. 이에 대해 좌 의장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민생경제를 우선해 적극 재정이 필요하며, 지방채 발행까지 주문할 생각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적극적 확장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좌 의장은 "당면한 코로나19 경제위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나 그 어떤 경제공황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최악의 상황이며, 지역경제와 도민의 삶은 그야말로 피폐해졌다"며 “예산을 대폭 투입해서라도 긴급 처방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라는 전례 없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이 지역경제의 최후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좌 의장은 특히 "도내에 이렇다 할 대기업이나 고용창출형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행정에 기댄 경제의존도는 타 지자체보다 크다"며 "기간산업까지 초토화된 위기상황에서 도의 예산마저 긴축해서는 급락한 경기회복은 물론 제주경제의 도약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세출 효율화라는 미명 하에 세출예산 규모를 줄일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공격적인 세입추계를 해야 한다"며 "과감히 도민들을 위한 재정을 대폭 늘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응과 위축된 경제를 견인하지 않으면, 코로나19 이후의 제주 발전은 요원하다"고 주장했다. 좌 의장은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제주계정 감소와 국고 보조도 제 자리 걸음”이라며 “중앙정부의 도 재정지원이 점차 줄고 있어 선제적인 중앙절충과 협상에도 적극 매진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도민의 대표로 선출된 도의원의 공약사업은 도민들과 맺은 실천 약속임에도, 행정에서는 도의원 공약관리가 뒷전으로 밀린다”고 꼬집었다. 좌 의장은 주민불편 해소와 도민복지 향상을 위해 주민들에게 직접 들은 요구사항을 공약에 반영시킨 것인 만큼, 도의원 공약에 대해 집행부의 지원 관리를 요청했다. 좌 의장은 “제주도 산하 지방공기업과 출자출연기관에 대해서도 철저한 경영평가와 재정진단을 해야겠다”며 “제주도의 과도한 대행사업 증가와 전문성 부족, 사업실패에 따른 예산낭비는 도 재정부담의 악순환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좌 의장은 “제주도는 출자출연기관의 예산집행 내역에 대해 철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성과평가를 통해 기관장과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사업성패에 대한 책임과 자기반성은 물론 취약한 경영구조 개선을 요구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얼마 전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해군의 공식사과가 있었다. 해군기지 추진이후 13년 만에 이뤄진 사과가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며 아직 남아 잇는 주민 사면 복권과 지역발전계획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강조했다. 좌 의장은 아울러 “제주도와 도의회가 상설정책협의회 개최 합의 2년여 만에 얼마 전 첫 회의를 열었다. 두 기관 간에 합의된 의제들이 잘 이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의회도 ▷포스트 코로나 방역·경제 회생 방향 ▷2021년도 재정 편성 방향 ▷제주형 뉴딜 실무팀 구성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유치 ▷제주4·3특별법 개정안 국회 통과 공동 노력 등 현안 해결을 위해 상호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09-16 15: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