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에 '냄새 나는 것에는 뚜껑을 덮는다'(臭いものに蓋をする·쿠사이모노니 후타오스루)라는 말이 있다. 불편한 진실이나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거나 외면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현재 일본 사회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표현이다. 특히 역사를 직시하지 않고 진실을 모른 척하는 일본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23년 9월 1일, 간토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은 10만명에 달하는 사상자를 낳았다. 천재지변보다 더 참혹했던 것은 그 이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이었다. 당시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열도를 흔들어 대지진이 났다' 등의 유언비어가 퍼졌다. 일본 민간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6000여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 이는 단순한 폭도들에 의한 범죄가 아니었다. 일본 경찰과 군대가 학살을 방관하거나 조장했다는 증거(간토계엄사령부 상보·도쿄 백년사)들이 사실로 존재한다. 국가적 차원의 사과와 책임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매해 9월 1일이면 도쿄 요코아미초 공원 조선인 추모비에선 추도식이 열린다. 2006~2016년 실행위가 도쿄도에 추도문을 요청하면 해마다 빠지지 않고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내 왔었다. 하지만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2017년 취임 이후 올해까지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에 대한 추도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2016년까지는 도지사가 매년 추도문을 발표했지만 이후로는 뚝 끊겼다. 고이케 지사는 간토대지진 희생자 추도문을 보냈기 때문에 조선인 학살 희생자에 대해 따로 추도문을 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조선인들은 일본인에 의해 학살된 것인데 어떻게 지진 희생자가 될 수 있을까. 말이 안 된다. 일본 정부도 이 끔찍한 사건을 외면했다. 101년이 지나도록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커녕 사건 자체를 망각하려고 애썼다. 일본 정부와 고이케 도쿄도지사는 조선인 학살에 대해선 '뚜껑을 덮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여전히 명확한 사과와 반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일 관계의 발전은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일본의 보수적 민족주의와 그에 편승한 정치적 계산의 결과일 것이다. 일본 정부와 고이케 도지사의 이러한 무시는 일본 내에서 일부 지지층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국제사회와 한국과의 관계에선 깊은 상처만 남길 뿐이다. 한일 양국은 오랜 역사적 갈등을 안고 있으나 미래 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선행돼야 한다.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 정리에 나서지 않으면 양국 간의 근본적 신뢰회복은 요원하다. 조선인 학살이나 강제징용 등 민감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의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반면 올해 간토대지진 기념식에 참석한 후쿠다 야스오 전 총리의 행보는 긍정적인 한 걸음이다. 이 기념식에 거물인 일본 전 총리가 참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가 보여준 태도는 지금 양국에 필요한 리더십이라고 할 만하다. 일본 내부에서도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학살 실태를 밝혀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30일자 사설에서 8년째 추도문을 보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고이케 도지사와 일본 정부의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신문은 "부(허물)의 역사를 왜 외면하는가, 사실을 직시하고 교훈으로 삼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이케 도지사가 조선인 학살 피해자를 모든 지진 희생자와 묶는 데에 대해서도 "학살은 천재와는 다르다. 고이케 도지사의 태도는 인정하기 싫은 과거를 묵살하는 학살 부정론과 통한다. 사실을 마주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계속 맹세하는 것의 그 중요함은 1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내년은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 일본 정치인들이 '뚜껑'을 열어야 한다. 뚜껑 속에 한일 관계의 미래가 있다. km@fnnews.com
2024-09-03 19:52:54[파이낸셜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한일본대사를 만나 한-일은 물론 한-중-일 수도 간 관계 복원 및 활발한 교류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이 12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에서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를 만났다고 밝혔다. 미즈시마 코이치 주한일본대사는 2017~2019년에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 공사를 역임했으며 지난 5월 주한일본대사에 부임했다. 공식 부임 후 '일본에 있어 한국은 국제사회의 과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시는 지난 1988년 일본 도쿄도 친선도시 협약을 시작으로 지난 2010년에는 홋카이도와 우호도시 협약을 체결하고 정책시찰단 방문을 비롯해 상호 주최 국제회의와 행사 참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주한일본대사가 취임하면 관례 서울시장과 면담하는데 이날 두 사람의 만남도 그런 차원에서 이뤄졌다. 오 시장과 미즈시마 대사는 양국의 미래지향적 교류방안과 한-중-일 수도 간 교류 재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오 시장은 "한·중·일 국가간 외교관계 진전 분위기 속 서울과 도쿄 그리고 베이징 3개 도시의 관계 복원과 활발한 교류를 기대한다"며 "10년 전과 같이 서울-도쿄-베이징 수도 간 교류가 다시금 다시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지로 3개 도시 시장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도시간 협력과 교류에 미즈시마 대사가 가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오 시장은 이어 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서울 스마트라이프위크'에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를 비롯한 일본 기업이 참여해 시민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공유하길 바란다며 초청의 뜻을 전했다. 미즈시마 코이치 대사도 "일본과 한국은 현재 좋은 관계로 나아가고 있으며 서울시의 노력에 힘입어 서울·도쿄·베이징 간 교류 또한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며 "국가와 도시 교류가 활발해지면 국민 관계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울 스마트라이프위크 초청의 뜻을 도쿄도에 꼭 전달하겠다고 덧붙였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2024-08-12 14:59:56[파이낸셜뉴스]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가 방송 중 상의를 탈의해 논란이다. 1일 일본 NHK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도쿄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진행한 정견 발표에서 30대 여성 우치노 아이리(内野 愛里·31)는 '귀여운나의정견방송을봐주세요'라는 정당의 대표 자격으로 출연했다. 우치노는 지난 5월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기이한 당명과 함께 정치 단체 ‘카와이 워치 마이 정치 방송’의 대표임을 자처해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약 6분간 진행된 방송에서 우치노 후보는 안경을 쓰고 정장 차림으로 등장해 "드디어 여러분을 만났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정책에 대한 발표 대신 "나는 귀여울 뿐만 아니라 섹시하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고기와 생선이다" "이름이 우치노 아이리다. 외워달라" 등을 반복했다. 그는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손으로 몸을 가리는 등 다양한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급기야는 방송 중간에 자신이 입고 있는 흰색 셔츠와 안경을 벗으며 "섹시하지 않냐"며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해당 영상이 나온 뒤 시청자들의 비난이 쇄도했다. "일본은 끝났다" "저런 말을 수화로 해야 하는 수어사가 불쌍하다" "전파 낭비다" "저런 사람의 출마를 허락하다니 일본의 수치다" 등 격한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내달 7일 투표를 앞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애는 역대 최다인 56명의 후보가 등록했다. 여당에서 지지하는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와 야당 대표 주자인 사이토 렌호 전 입헌민주당 참의원 의원이 경합 중인 가운데 고이케 지사가 여론조사 등에서 다소 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7-01 21:09:00[파이낸셜뉴스] 다음달 7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지사 선거 게시판에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영토"라는 문구가 새겨진 포스터가 대량으로 부착돼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정치단체가 선거 게시판의 포스터 내용에 원칙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는 공직선거법의 맹점을 악용했다는 비판이 일본 정계에서 나온다.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NHK당)' 당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 A씨는 지난 20일 자신의 개인 SNS 계정에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라고 적힌 포스터 24장이 게시판에 붙어있는 사진을 올렸다. A씨는 "선거 포스터를 멋대로 벗기거나 훼손하는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선거의 자유 방해죄)으로 검거된다"는 경고 문구도 덧붙였다. 이 포스터가 붙은 게시판은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하는 공식 설치물로 조선학교 앞에 설치돼 있다. NHK당은 다른 게시판에도 "북한에 납치된 모든 납치 피해자를 당장 돌려내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를 도배하기도 했다. 이런 일은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이 선거 게시판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후보 24명을 출마시키면서 일어났다. 이 단체는 도쿄도 내 1만4000곳에 설치되는 선거 게시판에 후보자 포스터 대신 돈을 내는 사람이 원하는 포스터를 붙여 주겠다며 기부자를 모집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게시 대가로 게시판 1곳당 1만엔(약 8만7000원)을 요구했다"며 도심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900곳에 포스터 게시를 희망한다는 문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러한 행위에 대해 선거 게시판의 포스터 내용에 원칙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는 공직선거법의 맹점을 이용한 '선거 비즈니스'라는 지적이 일본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게시판은 후보자 자신의 선거 운동용 포스터를 게시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후보자가 아닌 사람이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도쿄도지사 선거에는 이번에 역대 최다인 56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현 도지사인 고이케 유리코 지사와 렌호 전 참의원 의원 등이 도쿄도지사 선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두 사람은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하지만,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이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공산당은 렌호 의원을 지원해 선거는 사실상 여야 대결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3선에 도전하는 고이케 지사는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도쿄를 세계 최고 장소로 만들기 위해 도민 생명과 삶을 지키는 '수도 방위'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이케 지사가 '더 좋아지는 도쿄 대개혁 3.0'으로 명명한 공약에서 초점은 저출산에 맞춰졌다. 렌호 의원은 "철저하게 젊은이를 지원하겠다"며 도쿄도와 계약을 맺은 기업에 대한 노동 처우 개선 요청, 주민세 비과세 다자녀 세대에 대한 임대료 보조 등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2024-06-22 10:38:33【 도쿄=김경민 특파원】 다음달 7일 일본 최대 지방선거인 도쿄도 지사 선거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후보를 못낸 자민당이 3선을 노리는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사진)를 지원하기로 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도쿄도연합회는 전날 임시 총무회를 열고 고이케 현 지사가 선거에 출마하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고이케 지사는 12일 도쿄도 의회 본회의에서 출마를 표명할 예정이다. 고이케 지사는 두차례 지사 경험과 육아지원 정책 등 8년 동안의 경험을 강조하면서 3선에 대해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도지사 선거는 고이케 지사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이달 20일에 고시된다. 10일 기준 입헌민주당의 렌호 참의원,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시의 이시마루 신지 전 시장 등 30명 이상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9선 의원 출신인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 소속으로 환경상, 방위상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반대파를 자처했다가 당내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탈당했다. 2016년 도지사에 당선됐고 4년 후 재선했다. 이번 선거는 고이케 지사와 렌호 의원 간의 2파전으로 관측된다. 양측 모두 여성 의원으로 또 다시 여성 지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렌호 의원은 4선 의원 출신으로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광고 모델, TV 앵커 출신으로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은 케이스다. 민주당 집권 당시 행정쇄신담당상을 지냈으며 국회에서 '자민당 저격수'로 명성을 얻었다. 렌호 의원은 지난달 27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도 지사 선거에 반 자민당, 비 고이케 정치 자세로 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정치 비자금 스캔들로 민심이 바닥을 치면서 이번 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의 지지율도 '퇴진 수준'인 20% 대에서 장기간 정체하면서 총리 교체설도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 km@fnnews.com
2024-06-11 18:04:06【도쿄=김경민 특파원】 다음달 7일 일본 최대 지방선거인 도쿄도 지사 선거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후보를 못낸 자민당이 3선을 노리는 고이케 유리코 현 지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자민당 도쿄도연합회는 전날 임시 총무회를 열고 고이케 현 지사가 선거에 출마하면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고이케 지사는 12일 도쿄도 의회 본회의에서 출마를 표명할 예정이다. 고이케 지사는 두차례 지사 경험과 육아지원 정책 등 8년 동안의 경험을 강조하면서 3선에 대해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도지사 선거는 고이케 지사의 임기가 마무리되는 이달 20일에 고시된다. 10일 기준 입헌민주당의 렌호 참의원, 히로시마현 아키타카타시의 이시마루 신지 전 시장 등 30명 이상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9선 의원 출신인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 소속으로 환경상, 방위상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반대파를 자처했다가 당내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탈당했다. 2016년 도지사에 당선됐고 4년 후 재선했다. 이번 선거는 고이케 지사와 렌호 의원 간의 2파전으로 관측된다. 양측 모두 여성 의원으로 또 다시 여성 지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렌호 의원은 4선 의원 출신으로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광고 모델, TV 앵커 출신으로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은 케이스다. 민주당 집권 당시 행정쇄신담당상을 지냈으며 국회에서 '자민당 저격수'로 명성을 얻었다. 렌호 의원은 지난달 27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도 지사 선거에 반 자민당, 비 고이케 정치 자세로 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민당은 정치 비자금 스캔들로 민심이 바닥을 치면서 이번 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의 지지율도 '퇴진 수준'인 20% 대에서 장기간 정체하면서 총리 교체설도 꾸준하게 거론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2024-06-11 10:51:42【 도쿄=김경민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내각의 지지율이 '퇴진 수준'인 20%대에서 정체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7월 7일 수도 도쿄의 새 수장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6월 정기국회 종료 이후 열리는 도쿄도 지사 선거가 민심을 확인하는 최대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입헌민주당 렌호 참의원이 '반 자민당, 비 고이케'를 외치며 선거 출마를 선언했고, 현직인 고이케 유리코 지사도 조만간 3선 도전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 비자금 스캔들로 지지율이 바닥인 집권 자민당은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女 도쿄 수장 또 나온다2일 일본 정치권에 따르면 렌호 의원과 고이케 지사는 모두 국회의원과 각료 경험이 있는 유력 여성 정치인이다. 렌호 의원은 최대 야당인 입헌민주당에서 활동했다.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에 오래 몸 담았다가 탈당해 무소속인 신분이다. 이번 도쿄도 지사 선거는 여성 정치인이 드문 일본 정계에서 보기 드문 매치라는 평가다. 렌호 의원은 4선 의원 출신으로 대만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광고 모델, TV 앵커 출신으로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은 케이스다. 민주당 집권 당시 행정쇄신담당상을 지냈으며 국회에서 '자민당 저격수'로 명성을 얻었다. 렌호 의원은 지난달 27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도쿄도 지사 선거에 반 자민당, 비 고이케 정치 자세로 임하고 싶다"며 명확한 노선을 제시했다. 입헌민주당은 4월 치러진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데 이어 5월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도 자민당에 완승했다. 입헌민주당은 ‘이제 선거에서 자민당에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크게 오른 상태다. 렌호 의원은 "자민당의 정치 비자금 문제에 대응해 중의원 보궐선거, 시즈오카 지사 선거 등 최근 세차례의 선거에서 모두 승리했다"며 "국민의 목소리는 분명하다. 고이케는 자민당의 정권 연장에 도움이 되는 행정을 하고 있다. 낡은 정치와 단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렌호 의원이 출마 기자회견에서 ‘반 자민당’ 자세를 강조했다"면서 "여야 대결 구도가 명확해질 우려가 있어 자민당이 선뜻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망했다. 9선 의원 출신인 고이케 지사는 자민당 소속으로 환경상, 방위상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자민당 총재(총리) 선거 때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반대파를 자처했다가 당내에서 입지가 좁아지자 탈당했다. 2016년 도지사에 당선됐고 4년 후 재선했다. 일본 언론들은 지난달 29일 열린 도쿄도 의회 정례회의에서 고이케 지사가 3선 도전을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고이케 지사는 선거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코로나19 대책, 도쿄올림픽 등 임기 8년간 자신의 성과에 대해 강조했다. 고이케는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도쿄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간접적인 발언을 하면서 적절한 출마 선언 시기를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민심은 ‘나락’… "이번에 지면 끝" 후보를 내지 못한 자민당은 한 때 한 배를 탔고 극우 성향이 짙은 고이케를 밀어주겠다는 분위기다. 산케이신문은 "자민당 내에서 고이케 지사를 지지하는 ‘스텔스 작전’을 추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보도했다. 드러나지 않게 물밑에서 고이케의 당선을 돕자는 것이다. 고이케 지사 지지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보수 정치인인 고이케 지사 외에는 선택지가 없다는 게 자민당 내부의 중론이다. 자민당은 정치 비자금 스캔들로 홍역을 앓고 있다. 지난해 연말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 등이 정치자금 모금회에서 각 의원에게 1장에 2만엔(약 18만원)인 파티권을 많게는 수백장씩 할당해 판매하도록 했고, 판매한 초과분을 기록 없이 각 의원에게 돌려줘 뒷돈 논란이 일었다. 이 여파로 자민당은 4월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기존에 보유했던 의석 3석을 모두 입헌민주당에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5월에는 시즈오카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도 패하면서 민심을 재확인했다.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수개월째 퇴진 수준인 20%대에 머무르고 있다. 마이니치는 "자민당은 도쿄도 지사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고이케 지사를 추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렌호 의원 출마로 셈법이 복잡해졌다"고 분석했다. 마이니치는 자민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만일 (자민당 지지를 받은) 고이케 지사가 렌호 의원에게 진다면 기시다 정권은 끝"이라고 지적했다. km@fnnews.com
2024-06-02 18:57:55[파이낸셜뉴스] 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의 저자 오토타케 히로타다(乙武洋匡·48) 씨가 일본 집권 자민당의 추천을 받아 이달 치러지는 보궐선거에 출마한다고 요미우리신문 등이 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토타케 씨는 28일 열리는 도쿄 15구 중의원(하원) 보궐선거에 도쿄 지역정당인 ‘도민퍼스트회’가 설립한 ‘퍼스트회’의 부대표로서 선거에 나선다. 앞서 자민당 소속이던 전직 의원은 불법 선거자금 등의 체포돼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에 자민당은 책임을 지는 의미로 해당 지역 공천을 포기하는 대신 오토타케 씨를 추천하기로 했다. 1976년생인 오토타케 씨는 선천성 사지 절단증으로 두 팔, 두 다리가 없이 태어났다. 부모가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에 보내며 학창시절을 보냈고 재수 끝에 일본 명문 와세다대에 입학했다. 1998년 펴낸 자서전 ‘오체불만족’이 일본에서 600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한국에서도 번역돼 인기를 모았다. 그는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한 건 아니다” “감동은 필요없다. (내 장애를) 참고만 해 줬으면 한다”는 메시지로 장애에 대한 편견이 적지 않던 시대에 반향을 일으켰다. 그렇게 일본의 유명 ‘셀럽’이 되면서 아베 신조 총리 때인 2016년 자민당은 그를 공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하지만 2016년 한 주간지에 불륜 스캔들이 폭로되며 일본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당시 그는 유부남인데도 5명의 여성과 해외 여행을 다니고 육체 관계까지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출마가 무산됐다. 이어 15년 간 살았던 부인과 이혼을 했다. 이후 2020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팔 다리 없이 하는 요리, 여행 등의 콘텐츠를 올리며 유튜버로 활동했다. 두 번째 정치 도전에 당시의 불륜 논란이 있지만, 도민퍼스트회를 이끄는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자민당은 중의원 의원 3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시마네 1구에만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선거 대상 지역은 모두 자민당 의원들이 활동했던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사망하면서 공석이 발생한 시마네 1구를 제외한 도쿄 15구와 나가사키 3구에서는 기존 의원들이 각각 공직선거법 위반과 '비자금 스캔들' 등 불명예스러운 일로 물러났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4-03 05:17:58[파이낸셜뉴스 홍성=김원준 기자] 세계가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탄소중립경제 특별도’ 충남을 ‘대한민국 탄소중립 수도’로 인정했다. 기후위기를 논의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연례회의에 미국 워싱턴,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도 등 주요국 수도 단체장과 함께 김태흠 충남지사가 특별 초청받았다. 충남도는 충남의 탄소중립 실현 선도 정책을 세계와 공유하고, 국제 협력 확대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방문 중인 김 지사가 지난 1일(현지시각) 두바이 엑스포 시티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 세계 지방정부 대표로 참석했다고 2일 밝혔다. COP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1992년 브라질 리우회의에서 채택한 기후변화협약(UNFCC) 회원국의 정부 대표 회의다. 매년 열리는 이 회의에는 세계 각국 국가원수나 대표 등이 모여 기후위기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한다. 28회를 맞는 올해에는 두바이에서 지난달 30일 막을 올려 오는 12일까지 13일 동안 열린다. 이날 COP28 개막식에는 찰스3세 영국 국왕,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리 인도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안토니오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세계 각국 행정수반 등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COP28에서는 ‘전 지구적 파리협약 이행 점검(GST)’ 결과가 처음 공개된다. 또 기후위기로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한 국제기금인 ‘손실과 피해 기금’ 규모와 조성, 운용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다. 이날 COP28에는 각국 행정수반과 함께, 김 지사를 비롯한 세계 12개 지방정부 대표, 지방정부 기후행동 정상회의 공동의장단, 197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대표단이 참여해 회의와 토론, 행사 참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12개 지방정부 대표로는 뮤리엘 바우저 미국 워싱턴 시장,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시장, 코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지사, 라파우 카지미에 트샤스코프스키 폴란드 바르샤바시장, 에두아르도 파에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장 등 세계 주요국 수도 시장·도지사 등이 포함돼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김 지사가 유일하다. 김 지사는 지난 10월 COP28 의장과 지방정부 기후행동 정상회의를 주관한 블룸버그 자선재단으로부터 공식 초청장을 받았다. COP에서 지방정부를 특별 초청하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12개 지방정부는 세계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선도 중인 곳이다. 지방정부 기후행동 정상회의 공동의장단은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 미 기후변화특사, 사이먼 스티엘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 시에젠화 중국 기후변화특사 등 6명이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3-12-02 13:38:56[파이낸셜뉴스] 일본의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매년 9월 1일 열리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에 7년째 추도문 발송을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고이케 지사에게 항의 메시지를 보냈다. 서 교수는 “매년 9월1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를 기리는 추도식에는 도쿄도지사가 추도문을 보냈지만 현재 고이케 지사는 7년째 추도문 발송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역사를 부정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다이렉트 메시지(DM)를 통해 고이케 지사에게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번 메시지에서는 ‘1923년 9월 1일 일본 간토대지진 당시 재일조선인이 폭도로 돌변해 우물에 독을 풀고 방화 및 약탈을 하며 일본인을 습격하고 있다‘라는 유언비어가 나돌면서 일본 민간인들이 자경단을 조직해 6000여 명에 이르는 재일조선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했다는 역사적인 팩트를 먼저 알려줬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증명하듯 지난 8월 요미우리 신문은 간토대지진을 기획기사로 다루면서 1면에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등의 유언비어를 접하고 각지에서 자경단을 결성해 재일조선인을 닥치는 대로 묶어서 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보도했다“며 일본 유력 매체의 사례를 들어줬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 교수는 고이케 지사에게 “올해는 간토대지진이 발생한지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부터라도 일본 정부는 간토대학살의 진상을 규명하여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배상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마지막으로 “더 이상 다음 세대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며 “우리도 오늘 하루 간토대학살의 역사를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잊을 수 없는 아픔의 역사다” “추도문을 보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냐” “요미우리 신문에 감사한다고 말하고 싶다” “늘 당당히 싸워주시는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등 서 교수를 응원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서 교수는 일본의 역사왜곡에 맞서 세계적인 유력 매체 및 관광지 전광판, 구글 및 유튜브 등에 다국어 광고 및 영상을 꾸준히 올려 전 세계에 널리 고발해 왔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9-01 14:3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