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유엔군사령부 산하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보관 중이던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키다 산화한 튀르키예 군 추정 유해 4위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튀르키예 용사의 유해 4위는 미 DPAA가 지난 1996~2005년 북한 지역에서 수습한 유해 3위와 지난 1984년부터 추진 중인 하와이 국립 태평양 기념묘지 재개장 과정에서 확인된 유해 1위다. 21일 국유단에 따르면 유해 인수식은 서울 동작구 국유단 신원확인센터 앞에 마련된 야외 행사장에서 열렸다. 행사는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와 이근원 국유단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봉송 △개식사 △국민의례 △추모사 △헌화 및 묵념 △유해 봉송 △신원확인센터 안치 순으로 진행됐다. 국유단은 6·25전쟁 참전 튀르키예 군 유해를 유엔사를 경유해 인수한 배경에 대해 "고인들이 유엔군이라는 이름 아래 세계 평화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유해가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는 데릭 맥컬리 유엔사 부사령관과 주한 튀르키예대사, 국유단장 등이 직접 영접했다. 앞서 지난 14일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정밀감식을 거쳐 보관 중이던 튀르키예 군 추정 유해를 수송기를 통해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오산 공군기지로 운송한 후 유엔사로 인도했다. 유엔사에서는 해당 유해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내 미8군 영현소에 임시 보관해 왔다. 국유단은 또 "대한민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 유엔군 전사자들을 끝까지 책임지고 보답하겠다는 국방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며 "튀르키예의 경우 '전사한 장소가 곧 순교의 땅'이라는 의미가 있어 타국일지라도 전사한 곳에 묻히는 것을 명예로 여긴다"고 설명했다. 국유단은 국내에서 추가적인 정밀감식을 거친 뒤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과의 협의를 거쳐 본국 송환 또는 부산 재한유엔기념공원(UNMCK) 안장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4일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은 정밀감식을 거쳐 보관 중이던 튀르키예 군 추정 유해를 수송기를 통해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서 오산 공군기지로 운송한 후 유엔사로 인도했다. 유엔사에서는 해당 유해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 내 미8군 영현소에 임시 보관해 왔다. 6.25 전쟁 발발 후 16개 유엔 참전국 가운데 터키는 미국,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육군 2만1212명을 파병해 유엔군으로 참전했으며, 용맹하게 싸워 △전사 및 사망자 996명 △부상자 1155명 △포로 244명 등 총 2365명의 많은 희생을 치렀다. 특히, 중공군과 맞붙은 군우리 전투에서 튀르키예 여단은 끈질긴 방어로 유엔군 후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튀르키예 여단은 특히 중공군과의 전투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군우리 전투에서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내고 포위된 상황에서도 분투하여 유엔군 후퇴를 도왔다. 튀르키예 군인들은 총알과 포탄이 소진되자 총검으로 돌격과 방어를 감행하는 백병전에서도 용맹하게 싸워 다른 나라 군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전사한 튀르키예 군인 중 462명은 부산 유엔 기념공원에 안장되어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5-08-21 15:53:39[파이낸셜뉴스] 불교·기독교·천주교 성직자와 신자들이 26일 종교와 인종, 정치를 초월해 세계평화를 목적으로 출범한 국제종교연합이 세계 유일한 유엔군 묘지가 조성돼 있는 유엔기념공원에서 '종교평화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국제종교연합은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아 유엔군 묘지에 참배행사도 가졌다. 국제종교연합은 이날 오전 11시 40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정여 이사장을 비롯해 임영문 목사(평화교회), 김계춘 신부(천주교 부산교구), 신요안 신부(안락성당), 정오 스님(범어사 주지) 등 공동회장과 정근 운영위원장(장로) 등 임원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25 유엔기념공원 참배 행사'를 갖고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군 전몰장병과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렸다. 국제종교연합은 이날 '종교평화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종교와 국가를 초월한 단체인 만큼 불교-기독교-천주교를 대표한 성직자들이 차례로 낭독함으로써, 종교가 앞장서서 평화를 실천할 것을 다짐했다. 가장 먼저 종교평화선언문을 낭독한 국제종교연합 고문 김계춘 신부는 "평화를 사랑하고 종교의 벽을 넘어서 온 세상을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종교인들이 앞장서 나가야 한다"며 "모든 인류는 서로간의 미움과 원망이 커져가 전쟁이 일어나고 아름다운 세상을 위협하고 파괴함에 따라 우리의 소망을 담아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사랑으로써 우리 모두가 행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이사장 정여 스님(범어사 금정총림 방장)은 "우주는 자연의 섭리를 따르고, 우리 모두 하나의 소우주이기에 모두가 평화라는 하나의 뜻으로 힘을 모아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사람의 인성을 고귀하게 하고, 온 세상을 평화로 물들여 가기 위해서는 자연과 같이 서로가 공존하고 상생하여 지구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야 한다"고 인류는 물론 자연과의 공생을 제언했다. 기독교를 대표한 국제종교연합 임영문 공동회장은 "종교 간의 벽을 넘어서 각 종교 간의 의식과 가르침을 인정하고 존중함으로 온 세상을 사랑과 평화로 물들여 나가야 한다"고 호소하고 "모든 영혼은 아름다움으로써 존중받아야 하고, 작은 공동체로부터 시작해 인성을 회복하고, 국가와 세계로 번져 우리에 아름답고 고귀한 영혼의 빛이 성장해 널리 퍼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국제종교연합 공동회장인 정오스님(범어사 주지)과 신요안 신부, 정근 운영위원장도 종교평화선언문을 통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하나의 인격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었을 때 평화는 항상 그 자리에 함께 하는 것이다.(정오스님)", "지구촌의 아픔과 슬픔을 돌보아 주는 아름다운 정신이 세상을 아름답고 향기 나는 세상이 되고 사람들의 영혼을 정화시킨다.(신요안 신부)", "나와 이웃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전부가 그물망처럼 연결된 것이며, 나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는 것이다. 나와 이웃, 나와 사회, 나와 국가, 나와 우주, 나와 자연, 종교와 종교, 모든 종교도 함께 사랑으로 공존해 나가는 것이다.(정근 운영위원장)"라고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아 유엔기념공원에서 세계평화를 호소했다. 국제종교연합은 이날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내에서 △추모관 영상 시청 △주 묘역 헌화 및 참배, 추도사 등을 한데 이어 유엔기념공원 측의 협조로 해설사와 함께 유엔기념공원의 여러 시설들을 둘러보고 한국전쟁에 얽힌 숨은 사연들을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지난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에는 미국, 영국, 튀르키예 등 전투병을 파병한 16개국과 의료지원에 나선 6개 나라를 합쳐 모두 22개국에서 4만여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지도상에서조차 금방 찾기 힘들었을 대한민국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산화했다. 부산 남구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에는 당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가 희생한 11개국 젊은이 2300명이 잠들어 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2025-06-26 14:00:25[파이낸셜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5년 전 개인 블로그에 올린 글을 두고 일부 정치권에서 '유엔군 비판·북침론 동조' 의혹을 제기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직접 반박성 게시글을 올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 대행은 전날 페이스북에 자신의 블로그 링크와 함께 "원문을 읽어보시죠"라는 글을 게재했다. 비판이 실제 맥락과는 맞지 않는다며 반박하기 위해서다. 문 대행이 언급한 '원문'은 지난 2010년 9월 11일 '유엔묘지에서 이삭의 집'까지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다. 부산 법원봉사단체에서 유엔(UN)기념공원 참배와 아동·청소년 복지시설 등을 다녀온 뒤 소회가 담겨 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문 대행이 15년 전 올린 해당 글 속에 유엔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이고 있는 데다, 북침론에 동조하는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시작됐다. 박 의원은 문 대행의 글에서 '16개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 땅에 왔을까?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좋은 전쟁이란 낭만적 생각에 불과하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깨달음을 몰랐을까' 등의 내용을 지적한 뒤 "유엔 참전용사에 대한 모독을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 대행은 해당 블로그 원문에 최근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북한을 가리키고, 통일을 핑계 댄 그들의 침략을 규탄한다는 뜻"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당시 방문과 관련해서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참전한 유엔군을 기리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러 간 것이고 이후에도 유엔군을 기리기 위해 유엔묘지 봉사활동을 갔다"면서 "'유엔군과 이삭의 집 주원장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에 제 생각이 드러나 있다"고 썼다. 최근 여권은 문 대행의 중립성에 문제가 있다며 문 대행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헌재 흔들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헌재를 향해 "한덕수 (총리) 탄핵 심판을 외면하면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인용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또 "모든 불공정 재판의 배후에는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 카르텔이 있다"며 "그런 재판관(문형배·이미선·정계선)들이 탄핵 심판을 했을 경우에 과연 공정성을 담보하고 깨끗하게 승복할 수 있겠느냐는 차원에서 봤을 때 이분들께서 스스로 회피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2025-01-31 07:10:49#유엔과 대한민국 "유엔은 인간을 천국으로 이끌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라, 인류를 지옥에서 구하기 위해 창설된 것이다."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 건물 내부에 새겨진 다그 함마슐드 제2대 사무총장의 말이다. 최근 뉴욕 방문 중 인연이 닿아 총회장 등 유엔 본부 내부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함마슐드라는 익숙한 이름 앞에 발길이 멎었고, 그가 남긴 발언도 인상에 남았다. 조금 '연식이 있는' 우리 세대는 함마슐드로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의 고국인 스웨덴식 발음 다그 함마르셸드(Dag Hammarskjold)가 맞다고 한다. 1953년부터 1961년까지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그는 유엔을 논쟁과 토론의 장에서 평화를 위한 창조적인 활동을 하는 기관으로 변화시킨 주인공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차 대전 직후인 1945년 10월 24일 창설된 유엔(국제연합)이 '인류를 지옥에서 구한' 가장 극적인 실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1948년 12월 12일 파리 총회에서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로 인정한 것도, 1950년 안전보장이사회의 한국전 참전 결정을 한 것도 유엔이었다. 그에 앞서 1948년 5월 10일 총선거로 제헌의원 선출, 5월 31일 제헌의회 개원, 7월 17일 제헌헌법 제정·공포,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이어지는 모든 과정이 유엔한국임시위원단 감시하에 이루어진 바 있다. 신생 대한민국이 탄생하고, 생명이 스러지지 않고, 튼튼한 골격을 갖추기까지 유엔의 도움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 결정 북한에 의한 남한 침공 사실이 알려진 직후인 1950년 6월 25일(현지 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결의문 제82호를 채택하였다. 북한의 남침을 규탄하고 적대행위의 중지와 38도선 이북으로의 철군을 요구한 결의안이다. 27일 유엔은 제2차 안보리를 소집하여 결의문 제83호를 채택하여 유엔 헌장에 따른 집단안보 발동을 결정하였다. 유엔의 6·25전쟁 개입은 유엔 창설 이래 집단안보제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최초의 사례가 되었다. 당시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화민국(대만), 소련이 상임이사국이었고 이들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상임이사국 하나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보리 결의는 불가능하다. 유엔의 한국전 참전 결의가 채택된 27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 행사는 없었다. 소련이 불참했기 때문이다. 소련의 불참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트루먼 대통령의 신속한 참전 결정, 인천상륙작전 등과 함께 한국전쟁을 둘러싼 미스터리이며 기적의 하나라는 얘기도 있다. #병 주고 약 준 소련 1948년 1월 서울에 도착한 유엔한국임시위원단이 남북한 총선거 실시를 위해 북한을 점령하고 있던 소련 측에 방북의사를 전달했지만 소련은 1월 22일 그로미코 유엔 대표를 통해 협조 거부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위원단의 접근이 가능한' 남한만의 총선거를 실시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남한 단독정부 수립이 '이승만의 야욕'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북한에는 1946년 2월 9일 소련의 통제하에 '북조선림(임)시인민위원회'가 설립되어 사실상의 정부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1948년 9월 9일 북한 정권이 공식 출범하고 북조선인민위원회를 계승한 것은 남북분단의 책임을 8월 15일 정부를 수립한 대한민국에 돌리려는 기만책이었다. 대한민국 승인을 결의한 1948년 12월 파리 총회에서 소련의 극렬한 반대는 당연한 귀결이었다. 소련의 이러한 태도가 여전했고, 김일성의 남침 배후에 스탈린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1950년 6월 27일 안보리 불참은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고 이세기 전 국토통일원(통일부)장관은 '6·25 전쟁과 중국: 스탈린의 마오쩌둥 제압전략'(2015·나남)에서 당시 소련은 치밀한 계산하에 안보리 불참을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일성이 일으킨 전쟁에 중국과 미국의 참전을 유도해 힘을 빼고, 중국을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 의존하도록 만들려는 계산이었다는 설명이다. 어쨌든 유엔 안보리 결정에 의하여 총 67개국이 직간접적인 도움을 통해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하고 대한민국이 지옥에 떨어지는 걸 막는 데 성공하였다. 미국·영국·캐나다·터키 등 군사를 파병한 16개 국가, 과테말라·대만·독일 등 물자를 지원한 40개 국가,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 등 의료 및 복구사업에 도움을 준 11개 국가가 그들이다. 남북한 총선거를 방해함으로써 남북 분단에 큰 역할을 한 소련이 결과적으로는 김일성의 한반도 적화통일 야욕을 저지한 유엔군 파병에 기여한 셈이다. 안보리 불참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로서는 기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국제연합일(國際聯合日, United Nations Day) 또는 유엔의 날 대한민국 정부는 전쟁 중인 1950년 9월 18일 국제연합이 창설된 10월 24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하였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1950년 전쟁 과정에서 유엔과 유엔군의 지원으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국제연합일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시점은 한국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된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의 인천 상륙 작전이 있은 지 불과 3일 뒤의 일이다. 1973년 3월 30일부터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국제연합일을 기념일로 정하고, 유엔군 참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게 되었다. 한국전쟁 이후로도 국제연합일은 중요한 국가기념일의 하나로 여겨지면서 1975년까지 법정공휴일로 지켜졌다. 1976년 북한이 국제연합 산하 기구에 공식 가입하게 되자 우리 정부는 이에 대한 항의로 공휴일 지정을 철폐하였다. 현재 공휴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국가기념일로 존속하고 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직접 기념사를 낭독할 정도로 위상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외무부 산하 한국유엔협회가 기념 리셉션을 개최하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이와 같이 국제연합일은 대한민국에서 그 위상이 가장 극적으로 변한 국가기념일이다. 사람들이 이름과 날짜를 기억하는 다른 폐지된 공휴일들과 달리 존재 자체도, 날짜도 아는 이가 적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 등에서 일부 인용) #유엔묘지 혹은 유엔기념공원 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93. 대연4동 779번지. 과거 '유엔묘지'로 알려졌던, 재한유엔기념공원(공원)이 위치한 곳이다. 1980년대 초 부산 근무 시절 무심히 지나치기만 하던 장소를 찾아 가자니 진작 관심을 갖지 못한 게 아쉽게 느껴졌다. 공교롭게 5월에 이어 다시 방문한 지난 6일에도 비가 내렸기 때문이다. 공원은 외국에서 전사한 유엔군 장병의 유해가 묻힌 세계 유일의 묘지라고 한다. 2023년 현재 전사자의 배우자를 포함한 2320구가 안장되어 있다. 정문을 지나 묘원 입구로 들어서기 전 벽면에는 '당신을 기억하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전사자들의 사진이 참배객을 맞는다. 사진 속 파릇한 젊은이들의 모습은 날씨 탓에 더욱 숙연함을 느끼게 했다.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먼 땅에 와서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바친 그들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추모관, 상징구역, 추모명비, 무명용사의 길, 위령탑과 묘역을 둘러보던 중 평소 우리의 안보와 큰 관련이 없어 보이는 타일랜드(태국), 콜롬비아 등의 참전비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 태국 참전비에는 "(우리) 함께 미래를 향하여(TOGETHER TO THE FUTURE)"라는 글이, 콜롬비아 참전비에는 "자유를 위한 콜롬비아인의 죽음은 그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구절이 새겨져 있다.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한 그들 덕분에 우리를 포함한 인류가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자유를 누릴 수 있지 않겠는가. 빗속에 묘역을 참배하는 외국인들이 있어 말을 걸어보았다. 파트마(Fatma)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은 튀르키예, 루퍼트 깁슨이라는 이름의 남성은 영국 관광객이었다. 파트마는 튀르키예 국민들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곳(must visit)으로 유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전쟁 참전 군인들이 안장된 장소는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특별한 곳이라는 설명이었다. 다른 문헌을 통해 튀르키예인들은 종교적 이유로 망자가 사망한 곳을 신성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파트마는 영화 '아일라'를 통해 튀르키예인들은 한국과 특히 친밀감을 느낀다고도 했다. 아일라는 한국전 참전 군인 슐레이만 하사(최종 계급 대령)와 한국 소녀 아일라 사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영화는 튀르키예에서 관객 528만7000여명을 동원, 공전의 히트를 친 반면 한국에서는 고작 4만3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을 뿐이었다. 양국 국민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른 게 당연했다. 영국(892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안장자 수(462명)를 기록한 형제국 튀르키예에 미안한 마음이었다. #유엔군 참전의 날. 유엔참전용사 추모의 날 국제연합일과 별개로 우리 정부는 '유엔군 참전의 날'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기념하고 있다. 2013년 '참전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을 통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 17일을 '유엔군 참전의 날'로 지정되었다. 특히 11월 11일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918년 11월11일 오전 11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종전한 시각이다. 유럽 주요 국가들은 이를 기억하기 위해 매년 11월11일 11시 기념식을 갖는다. 캐나다 참전 용사 빈센트 커트니의 제안으로 2007년 세계가 한국 시간 11월 11일 11시에 맞춰 부산유엔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하기 시작한 후, 2020년 '유엔참전용사의 명예선양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정부는 매년 11월 11일을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올해도 11월 11일 유엔기념공원에서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부산을 향하여)' 기념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최근 안보 상황과 유엔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와 북한이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밀착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다. 북한이 특수부대 1만2000명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파병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북한은 헌법을 개정하여 남한을 적대국으로 공식화 하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심상치 않은 안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러시아와 북한은 파병이 유엔헌장 제51조에 입각한 자위권행사라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유엔 관련 기념일을 '잊혀진 기념일'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이유이다.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국제적 활동 중 가장 성공적이었던 유엔의 한국전쟁 참전 결정을 돌아보면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더욱 든든히 할 때이다. 유엔기념공원 방문과 함께 유튜브에서 영화 아일라 시청도 권하고 싶다. dinoh7869@fnnews.com 노동일 주필
2024-10-20 19:25:05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6·25 전쟁에 참전한 유엔군과 참전국의 공헌을 기리는 특별전 '그대는 아직도 여기에'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연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365일 22개국의 국기가 나부끼는 부산 남구 재한유엔기념공원의 역사와 의미를 조명한다. 아울러 6.25전쟁 당시 병력을 지원한 16개국과 전상자와 민간인 구호 활동에 앞장섰던 의료지원국, 물자지원국의 활동도 함께 다룬다. 재한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 묘지로, 유엔군과 그들의 가족이 영면하고 있다. 전시 곳곳에 활용한 장미 문양은 공원 묘역에서 정성스레 가꾸고 있는 장미와 오늘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군에 대한 예우를 상징한다. 전시실 입구에는 실제 공원 전몰장병 추모명비에 새겨진 모든 나라와 도시의 이름을 새겨 넣어 6·25 전쟁 당시 한국을 돕는 과정에서 실로 많은 유엔군이 희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6·25 전쟁 당시 병력 지원 국가는 미국, 영국, 튀르키예 등 총 16개국이다. 전시실 내 대형 지도 위에는 전쟁 당시 실제 유엔군이 사용한 나침반, 군화와 군모 등을 전시했고, 유엔참전용사가 가족에게 쓴 편지와 선물로 보낸 스카프 등도 담겨 있다. 스카프에는 16개국 참전부대 마크와 한반도 지도, 아리랑 악보 등이 그려져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설립에 중추적 역할을 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3국과 국립중앙의료원 초창기 의료진의 모습이 담긴 인사기록 대장도 함께 볼 수 있다. 한수 박물관 관장은 "유엔의 이름으로 이 땅에 상륙했던 많은 이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그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되기 바란다"고 전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2024-07-26 15:32:46[파이낸셜뉴스] 육군 제2작전사령부는 18일 경남 창녕 오봉 능선 일대에서 올해 첫 6·25 전사자 유해 발굴을 시작했다. 오봉 능선 일대는 국군과 미군이 낙동강 방어선을 수호하기 위해 북한군과 치열한 전투를 펼친 곳이다. 이날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호국영웅들의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모시기 위해 유해 발굴을 이날부터 오는 11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국유단은 올해 유가족 유전자 시료를 1만2500개 이상 채취하고, 발굴된 유해의 신원 확인의 경우 25명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근원 국유단장은 "유해 발굴 사업을 통해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호국영웅들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모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올해 경북·대구(3월), 경남·부산·울산(11월)에서 민·관·군 협업 유가족 집중찾기를 추진하고, 다수 유해 발굴 지역인 강원 횡성 등에서 탐문 및 시료 채취를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육군 제39보병사단 솔개여단 장병 150여명이 투입돼 다음 달 12일까지 이곳에서 유해 발굴을 한다. 유해 발굴은 약 9개월 동안 창녕 뿐 아니라 충북 단양, 전남 화순, 경북 영천 등 6·25 전쟁 격전지 10개 지역에서 이뤄진다. 발굴작업에는 2작전사 장병·예비군 1만8000여명이 투입된다. 황은성 2작전사 인사처장은 "6·25전쟁 중 산화하신 선배 전우들의 헌신을 전 장병이 끝까지 잊지 않겠다"고 전했다. 또한 유가족들과 소통을 넓히기 위해 광주(4월), 인천(10월)에서 유가족 사업설명회를 개최하고, 보건소·보훈병원·요양원·병무청 등 관계기관과 협업해 유가족 유전자 시료 채취 독려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국유단은 "유전자 분석 분야의 대외 공신력을 제고하기 위해 한국인정기구(KOLAS) 공인인증을 추진하고,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법을 적용해 과거에 확보한 유전자를 재분석하는 등 신원확인율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해 발굴 관련 국제협력을 더욱 강화한다. 국유단은 오는 6월경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과 함께 15개국을 초청한 '신원확인 전문학술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유엔군 추정 유해의 유엔군 묘지 안장을 추진하고, 유엔군의 숭고한 희생과 공헌을 기억하고 국민과 함께 추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예정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4-03-18 15:31:02[파이낸셜뉴스] 벨기에 6·25전쟁 참전용사 레옹 보스케 씨가 한국을 가슴에 품고 살다 70여년만에 전우 곁에 편안히 잠들었다. 15일 군 당국에 따르면, 생전 전우가 잠들어 있는 부산에 안장되길 희망해 왔던 보스케 씨는 지난달 26일 유해가 국내로 봉환됐고 벨기에 기념일인 국왕의 날에 맞춰 이날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안장식이 열렸다. 안장식에는 딸 다니엘 보스케 씨와 주한 벨기에 대사 등이 참석했다. 딸 다니엘 보스케 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한국을 가슴에 품었던 아버지가 여러 전우들과 함께 잠들게 돼 행복하다"며 "전쟁의 참담함을 겪었지만, 아버지는 단 한 번도 참전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브뤼셀에 있는 판지 공장에서 일한 보스케 씨는 6·25전쟁 발발 후 군인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자원병으로 벨기에 정부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는 한국으로 파병돼 1951년부터 1954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2년 1개월간 유엔군으로 참전했다. 그는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니며 한국전쟁의 참상을 기록해 전우들에게 '여행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전해졌다. 한국전쟁 참전 후 벨기에로 돌아가 오랜시간 요리사로 일한 보스케 씨는 올해 2월 4일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인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유엔 참전용사 또는 유가족의 희망에 따라 사후 안장을 하고 있다. 유엔기념공원은 보스케 씨까지 총 13개국 2327명의 유엔 참전용사가 잠들어 있으며, 2015년 5월 레몽 베르나르 프랑스 참전용사를 시작으로 보스케 씨까지 총 26명의 유해가 사후 안장됐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11-15 16:32:07[파이낸셜뉴스] 국가보훈부는 7일 6·25전쟁에 참전한 영국과 콜롬비아 참전용사 6명의 유해가 오는 8일 국내로 봉환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다고 전했다. 이번에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을 통해 국내로 봉환되는 유해는 브라이언 제임스 로렌슨, 브라이언 우드 씨 등 영국 참전용사 2명과 루이스 카를로스 가르시아 아르실라, 호세 구스타보 파스카가사 레온, 호세 세르히오 로메로, 호르헤 산체스 타피아 씨 등 콜롬비아 참전용사 4명 등 모두 6명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콜롬비아 참전용사가 묻히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해 봉환식엔 오진영 보훈부 보훈정책실장과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알레한드로 펠라에즈 로드리게스 주한콜롬비아 대사, 유족 등이 참석한다. 봉환식은 국방부 의장대가 도열해 고인의 유골함에 예를 표하고 봉송 차량까지 모시는 순서로 진행된다. 박민식 보훈부 장관은 "우리 정부는 참전 영웅들의 피와 땀, 그리고 참전의 역사를 대한민국과 참전국 미래세대에게 알리고 계승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이번에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는 참전용사들 가운데 지난해 8월 생을 달리한 영국 출신의 고(故) 브라이언 제임스 로렌슨 씨는 1952년 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생전에 "한국을 위해 싸운 건 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또 같은 영국 출신의 고 브라이언 우드 씨는 6·25전쟁 시기 임진강 인근 주요 전투지에서 공병 임무를 수행하며 전투를 지원했다. 그는 생전에 "내 헌신에 대해 영원히 기억해 달라. 대한민국에 안장되길 원한다"고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콜롬비아 출신의 고 루이스 카를로스 가르시아 아르실라 씨는 6·25전쟁 당시 불모고지 전투에서 적과 싸우다 다리를 다쳤다. 고인은 생전에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이 소중한 유산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대한민국에 안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 호세 구스타보 파스카가사 레온 씨도 생전에 "자신의 마음 일부가 한국인이라고 느끼고, 항상 6·25전쟁에 참전한 걸 자랑스러워했기에 유해를 대한민국에 안장하기로 결정했다"고 고인의 딸 모니카 파스카가사 오르티스 씨(49)가 전했다. 유엔군 참전용사의 부산 유엔기념공원 안장은 2015년 5월 프랑스 참전용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19명에 대해 이뤄졌다. 이번 영국·콜롬비아 참전용사와 지난달 유해가 봉환돼 오는 15일 안장식이 열리는 벨기에 용사 유해까지 더하면 총 26분의 참전용사가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에 들게 된다. 유엔기념공원엔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가 조성돼 있다. 8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리는 유해봉환식에는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 알레한드로 펠라에즈 로드리게스 주한콜롬비아 대사와 유족들이 참석한다. 안장식은 오는 11일 각국 대사관 주관으로 개최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11-07 14:51:05매년 11월 11일 11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는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유엔참전용사를 기억하고, 이들을 22개 유엔참전국과 함께 추모하는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행사가 열린다. 캐나다 참전용사인 빈센트 커트니님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행사는 매년 같은 시각, 전 세계 유엔참전국이 부산을 향해 추모의 마음을 담아 1분간 묵념하는 국제적인 행사이다. 고귀한 생명을 헌신한 데 대한 최소한의 예우인 셈이다.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 당시 대한민국은 잘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런데도 22개국 198만여명의 청년들은 이름조차 낯선 대한민국으로 달려와 유엔군의 깃발 아래 목숨을 걸고 용감하게 싸웠다. 3년이 넘는 기간 4만여명이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고, 11만3000여명이 부상을 입거나 실종 또는 포로가 되었다. 인생의 가장 빛나는 젊은 시절에 목숨을 걸고 머나먼 타국의 땅인 대한민국을 지켜준 것이다. 이들의 희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고귀함 그 자체이다. 유엔참전용사들의 공헌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 위해 국가보훈부는 다양한 국제보훈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보훈부는 유엔참전용사와 가족을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현지로 찾아가 그들의 희생에 감사를 표명하고 있으며, 참전용사 후손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교류캠프를 개최해 참전의 인연을 미래세대로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유엔참전용사가 전우들이 묻힌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기를 희망하는 경우 최고의 예우로 유해봉환과 안장식을 지원하고 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묘지로, 현재 11개국 용사 2320명이 안장되어 있다. 이번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을 계기로 총 7분의 유엔참전용사가 대한민국에 잠들 예정이다.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기념식 직후 콜롬비아 참전용사 4분의 안장식이 거행된다. 이 중 고 호세 레온님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지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참전을 결정했다"는 말씀을 남겨 우리에게 큰 감동을 선사해주셨다. 바로 이어서 영국 참전용사 2분의 안장식이 거행되는데, 고 브라이언 제임스 로렌슨님은 "생전에 군인으로서 한국을 위해 싸운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고,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하시며 대한민국 안장을 희망했다. 벨기에 참전용사 고 레옹 보스케님은 참전으로 유엔 종군기장, 벨기에 의용군 훈장 등 다수의 훈장을 받으셨고 "참전한 유엔참전국의 전우들과 함께 쉬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오는 15일 유엔기념공원에서 영면에 들 예정이다. 지난 2015년 고 레몽 베르나르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9분이 유엔기념공원에 사후 안장되었고, 위의 7분을 더하면 총 26분의 유엔참전용사가 대한민국에 안장되는 것이다. 이분들은 70여년 전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와 청춘을 바쳤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전장에서 보낸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일 수도 있지만, 이분들은 자신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을 잊지 않았고, 대한민국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며, 대한민국에 묻히기를 택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도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작년 11월 11일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된 고 그룬디님은 생전에 한 강연에서 "여러분의 내일을 위해, 우리의 오늘을 바쳤다"며 "오래된 일이지만 늘 기억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평화와 자유의 대의를 위해 청춘과 목숨을 바친 유엔참전용사들의 고귀한 헌신에 보답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11월 11일 11시, 1분간 부산을 향한 묵념에 동참해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
2023-11-05 19:13:33[파이낸셜뉴스] 국가보훈부는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두차례에 걸쳐 참전한 유엔참전용사가 내달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전우들과 함께 영면에 든다고 26일 밝혔다. 이날 보훈부는 "벨기에 출신 고(故) 레옹 보스케의 유해 봉환식이 27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에서 개최된다"며 "안장식은 11월15일 주한벨기에대사관 주관으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거행된다"고 전했다. 보훈부에 따르면, 고인은 6·25전쟁 발발 뒤 '한국에서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미군 부대를 지원할 군인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참전을 결심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의 도움으로 목숨을 지킨 경험이 있어 미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유족들은 이후 주한벨기에대사관에 연락을 취해 올 5월 유엔기념공원 안장 승인을 받았고, 이후 보훈부 및 주한벨기에대사관과 일정 협의 등을 거쳐 이번에 유해 봉환이 이뤄지게 됐다. 고인은 1951~52년, 1953~54년 등 두차례에 걸쳐 총 2년1개월간 6·25전쟁에 유엔군 일원으로 참전했다. 생전에 "전쟁터의 위험과 추위,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2차례 참전한 사실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인의 딸 다니엘은 "아버지가 생전에 '유엔참전용사는 한국에 안장을 요청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사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되길 희망했다"며 "아버지는 6·25 참전을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가 있으며 지난 2015년 프랑스의 고 레몽 베르나르를 시작으로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함께한 참전용사 본인이나 유가족이 희망할 경우 사후 안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유엔기념공원엔 영국·미국·네덜란드·캐나다 등의 참전용사 19명이 안장돼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10-26 15:1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