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신흥 경제 5개국 협의체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화국)가 2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 중동과 남미, 아프리카 6개국의 가입을 승인했다. 회원국 권한의 발효 시기는 내년 1월 1일이다. 2009년 출범한 '브릭(BRIC)'은 2010년 남아공이 가세하며 현재의 '브릭스'가 됐다. 브릭스가 새 회원국 가입을 승인한 것은 13년 만이다.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브릭스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경제 블록으로 자리를 잡았다. 브릭스 5개국의 인구는 전 세계 42%에 해당하며, 국내총생산(GDP)은 25%를 차지한다.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약 15%의 의결권을 갖고 있다. 이번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가입으로 세계 석유 생산량의 31%를 보유하게 됐다. 또 인구는 46%. GDP는 36%에 이를 전망이다. 신규 가입 6개국은 중국 경제 영토 확장 사업인 '일대일로'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와 파키스탄 등 22개국이 가입을 공식 요청했고, 멕시코 등 40개국이 가입을 추진하는 형편이다. 브릭스는 향후 국제 관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방 주요 7개국(G7·미국·일본·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에 필적할 전망이다. 그러나 인도와 브라질 등은 브릭스가 ‘반서방 동맹’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릭스는 G7이나 G20의 대항마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사우디와 중동 반미 세력의 근거지이자 사실상 핵보유국인 이란의 가입은 브릭스를 ‘서방 대항마’로 보기에 충분하다는 풀이가 나온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역사적인 회원국 확장이며 더 넓은 신흥국 세계의 통합과 협력”이라고 자축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새 회원국 가입 결정은 G7 경쟁자를 만들기 위해 브릭스의 확대를 추진한 중국의 승리를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브릭스 확대는 서방과 지정학적, 경제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브릭스 확대 압박을 넣은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브릭스는 매우 다양한 국가로 구성돼 있어 중요한 이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라며 “미국의 지정학적 라이벌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브릭스가 달러 패권에 도전할만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주도 금융 질서에 대항할 수 있게 됐다”라고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브릭스라는 용어를 창시했던 영국출신 경제평론가 짐 오닐은 언론 기고를 통해 ”세계 금융에서 미국 달러의 역할이 과도하다. 미국 통화당국이 확장적, 수축적 통화정책을 펼 때마다 다른 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드라마틱하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달러 패권은 다른 나라의 달러 표시 채무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 자신의 통화정책을 불안정하게 하며 미국 통화당국의 결정이 각국의 통화정책 결정보다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라고 달러 대체 화폐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제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게 됐다. 미국주도의 틀에서 벗어나 다극화된 글로벌 질서를 확립하는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성장률 전망이 저조하고, 무역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우리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한다. 안보적 측면에서 한·미·일 협의체와 서방을 중심으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더라도 경제적 관점에서 브릭스 국가들과 다자적인 관계 설정을 꾀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인도나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처럼 미국과 협력할 때 하면서도 브릭스와의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보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경제외교 스탠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3-08-25 14:44:43【도쿄=조은효 특파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임시국회 개원 첫 날인 4일 소신표명 연설에서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라면서 "국제법에 따라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두 가지 메시지가 중첩돼 나온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선 과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완전히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한편, 지난 2018년 5월 일본 외교청서에서 삭제(2018년 5월)한 '한국은 가장 중요한 이웃'이란 표현을 공개 연설에서 다시 사용함으로써 관계 악화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일본 정부에선 당초 한국에 '경고를 주자'는 의도로 구사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 일본 여행 안가기 등으로 격렬한 반응을 일으키자 적지않게 당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방일 한국인은 전년 대비 반토막 수준(48%)으로 급감했다. 이같은 수치는 9~10월로 갈수록 더욱 악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일본 자민당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 간사장이 한·일 관계에 대해 "우선 일본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유연한 대응을 언급한 것은 '일본이 심했다'는 일본 내 온건파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 소속의 아카바 가즈요시 국토교통장관이 지난 달 28일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 축제 한마당 행사에서 "정부 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민간 교류가 활발하다면 양국의 우호관계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양국 간 여러 문제가 생겨 8월 방일 한국인 여행객 수가 전년 대비 48% 감소하는 등 인적 교류가 축소되는 것은 한일 교류에 관여해 온 한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고 말한 것도 갈등 관리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한국 정치권 및 정부 안팎에서도 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외교가에선 이달 22일~23일 치러질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이 관계 개선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날 도쿄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주일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참석한 의원 상당수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우리 정부가 관계 개선을 이끌만한 특사급 인사를 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부겸(민주당) 의원은 "이번 일왕 즉위 의식을 잘 활용하면 한일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방일을 염두에 두고 파격적인 수준의 인사가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에 대해 질의했다. 남관표 주일 대사는 "아직 (어떤 인사가 올 지)확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하면서도 문 대통령이 직접 방일할 경우 관계 개선의 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은 현재로선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 이낙연 국무총리의 참석을 점치는 시각이 많다. 과거 1990년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 때 강영훈 국무총리가 참석했던 점, 이 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지일파라는 점에서 그렇다. 아베 총리가 이날 연설에서 '중요한 이웃 국가'라는 표현을 오래간만에 되살렸다고 해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있어 일본의 입장이 바뀐 것은 아니다. 아직까진 강경기조다. 지난 9월 취임한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최근 한국에 대한 강경대응을 되레 선명히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게재된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에 국제법 위반 상태의 시정을 강력히 요구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일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옵션)을 염두에 두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한국에 대한 일본의 기존 입장을 견지해 나가되, 한·일 갈등이 민간으로 더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해나가겠다는 게 일본 정부의 현 스탠스로 분석된다. 한편, 소신표명 연설은 일본 총리가 임시국회와 특별국회가 시작될 때 본회의에서 당면 정치 과제에 대한 기본입장을 설명하는 연설로, 매년 1월 소집되는 정기국회 때의 내정·외교 전반의 '시정방침 연설'과 구분된다. 아베 총리의 소신표명 연설은 2012년 12월 제2차 집권 이후 이번이 7번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19-10-04 16:48:39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최초로 중국 톈안먼 성루에서 중국군을 사열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만큼 동북아 지형을 둘러싼 '북·중·러 대 한·미·일' 간 전통적 이분법적 구도가 새로운 변혁기를 맞게 됐다. 동북아 질서와 대북 문제 관련, 중국의 역할론이 이번 박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본격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동북아 외교질서도 새 판을 짜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동북아 소용돌이 속에서 외교적 주도권을 강조한 우리 정부가 앞으로 어떤 로드맵에 따라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반도.동북아 정세의 선순환적 흐름도 재구성될 전망이다. ■방중 이후 동북아 국제관계 전통적으로 동북아 정세에 입김이 컸던 중국과 미국에 대한 우리 정부의 유연한 외교전략이 예고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명박정부 시절 미국 위주의 '선미후중(先美後中)' 정책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박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하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중시하면서도 중국과 이익의 조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연미화중(聯美和中)' 정책 기조가 대세를 이루는 형국이다. 한·중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도 새로운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과의 오랜 동맹은 여전히 우리 외교의 1순위로 꼽히지만 한·중 관계 개선에 따라 한·미 관계도 이번에 새로운 전략틀 아래 확대 강화하는 방안이 요구된 것이다. 특히 중국은 앞으로 동북아 지형 변화에 빼놓을 수 없는 절대변수로 자리잡게 됐다. 중·일 관계가 일본 과거사 문제 탓에 냉각기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일본이 최근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도 중국과의 새로운 우호관계를 다졌다. 중국의 역할에 대해 한·일 모두 러브콜을 보낸 셈이다. 이 같은 관계 변화에 따라 한·중·일 관계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 일본의 과거사 문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양국 정상이 공유했지만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해 동북아 미래발전을 모색하자고 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중 간 신밀월 관계가 형성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린 북한의 반응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다만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당일을 전후해 북한의 대외정책 기본 틀이 공개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다. ■다자협력 활용한 스마트 외ㅐ교틀 짜야 우리 정부는 동북아 역학구도가 갈등과 대립 대신 대화와 소통으로 전환되는 게 유리하다. 남북 대치상황이 악화될수록 주변 강국과의 다자 회담틀 속에서 우리 정부가 선택 가능한 카드는 적은 데다 오히려 전략적 선택을 강요당하는 수세적 위치에 몰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까지 우리 정부가 한반도 긴장 국면에서 취해왔던 전략도 전통적 우방인 미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중국의 선택적 지지를 기다려야 하는 수동적 상황에 빠진 바 있다. 최근 동북아 질서 외교전에서 한국이 고립주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 방중을 계기로 사실상 신외교 노선을 걷겠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앞으로는 모든 외교적 사안을 안보 틀이라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사안별로 자국 실리에 맞는 맞춤형 연합전략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개방된 자유시장 경제의 안정과 확산에 노력하고, 그를 위해 제도적으로 더 많은 국가를 촘촘히 엮어야 한다"면서 "한·미·일·중 관계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서로 가까워지고 공동으로 공공재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 한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동북아 질서를 둘러싼 다자주의 제도를 적극 활용하라는 의미다. 특히 북한과 일본에 대해서는 모두 투트랙 접근법이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북한을 접근하는 과정에서 북핵 문제를 구분해내고 북한을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편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 실행방안 중 하나가 당장 목전에 닥친 이산가족상봉과 남북 경제협력 활성화다. 일본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언급해왔던 과거사 문제와 당면 과제를 둘러싼 협력이라는 두 가지 틀을 별도로 가동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일본에 대해서는 1개 중심, 3개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1개 중심은 한·일 관계는 당분간 관리와 조성 위주, 3개 트랙은 경제와 외교는 협력, 안보는 부분적 협력, 역사와 위안부 문제는 이견(異見)"이라고 설명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2015-09-06 17: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