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500억 자산가로 이름을 알렸던 '장사의 신' 은현장 씨가 본격적인 복귀를 예고했다. 은씨는 지난 9일 유튜브채널 '장사의 신' 커뮤니티 게시판에 "(렉카 유튜버) A씨를 상대로 고소장을 접수하고 왔다"며 "앞으로는 정말 다른 거 신경 쓰지 않고, 제 갈 길만 가겠다"고 했다. 이어 "오는 14일부터 '장사의 신' 대표 콘텐츠인 '골목식당' 영상이 업로드된다"고 밝혔다. '장사의 신 골목식당'은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컨설팅을 해주는 은씨의 대표 콘텐츠다. 은씨는 최근 몇달 동안 여러 의혹에 시달렸고, A씨는 은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콘텐츠를 올렸던 인물이다. 은씨는 프랜차이즈 업체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을 창업해 190억원에 매각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를 기반으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유사한 콘셉트인 '유튜브판 골목식당' 장사의 신 채널을 운영하며 명성을 얻었다. 10일 기준 구독자 수는 113만명이다. 이후 채널A '서민 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 등 각종 방송에서 200억원에 프랜차이즈를 매각한 '500억원 자산가'라는 이름으로 소개됐고, 직원 연봉이 2억원부터 시작한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네이버 카페 조회수를 조작했다는 불법 매크로 의혹, 밀키트 식품 표기법 위반 의혹, 재산 부풀리기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지난해 주가 조작 혐의 등으로 그룹 회장이 재판에 넘겨진 초록뱀 미디어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까지 나와 은퇴를 선언했다. 자본금 3000만원으로 일군 기업을 190억원에 매각했다는 이야기가 주가조작을 위해 짜여진 거짓말이라는 의혹 때문이다. 은씨의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을 매입한 기업이 초록뱀 미디어 계열사인 아이오케이다. 하지만 한달여 만인 지난 6월 11일 '법정 결정문'을 공개했다. 은씨는 "초록뱀 뿐 아니라 어떤 금융 범죄 사건과 관련해서도 피의자나 참고인으로 조사받은 적이 없고, 그와 관련해 수사기관으로부터 단 한차례도 연락받은 적이 없다"면서 허위 사실에 대한 법적 대처 의지를 밝혔다. 은 씨에 대해 각종 의혹을 제기했던 사이버 렉카 유튜버 중 구제역, 카라큘라, 크로커다일은 '쯔양 협박'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상태다. 단, 크로커다일은 은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도 검찰에 송치됐지만, 은씨가 '채널 삭제 조건'으로 고소를 취하해 종결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0 13:23:44[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28>] 조지아 '트빌리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7월말 한국을 떠나 조지아 트빌리시까지 5개월이 걸려서 왔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된 "하차푸리"를 드디어 원조의 나라에서 먹을 수 있다니 무척 기대가 된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위치의 한 호텔 레스토랑을 구글링으로 찾아갔다. 식당은 식물이 우거진 플랜트 인테리어로 편안한 분위기였고 탑층에 있어 시내뷰를 보기에도 좋았다. 음식 주문 전에 고수를 빼달라는 조지아어를 찾아놨다. "낀지아라" 라고 하니 종업원이 못알아듣는다. 탄이 스마트폰 번역앱으로 글자를 보여주자 그제서야 웃으며 주문서에 무얼 적어갔다. 샐러드와 하차푸리, 그리고 새우요리를 주문했다. 드디어 조지아에서 맛보는 아자리안 하차푸리 창밖을 보며 조금 기다리자 샐러드가 나왔는데 "엥 이게 뭐야?" 빼달라고 부탁한 고수가 샐러드에 잔뜩 들어있다. '이런, 못 알아들었나?' 다시 종업원을 불러 고수가 안들어간 샐러드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다행히 이번엔 제대로 왔다. 종업원이 직접 하차푸리의 계란과 치즈를 포크로 섞어주었다. "전에 먹었던 그 맛인지 먹어봐바." 탄이 크게 한입 먹더니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도 먹어보라고 한다. 이야~ 역시 원조 하차푸리이다. 호텔에서의 식사는 우리에게 드문 일이지만 오늘은 한해의 마지막날이라 둘이서 특별한 기념식사를 오붓하게 했다. 식사 후 식당에서 새해선물이라며 종이상자에 예쁘게 포장된 미니머핀을 주었다.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조지아의 거리에는 모던한 이미지의 은색 원통조형물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쓰레기통이었다. 탄이 페달을 밟자 뚜껑이 활짝 열렸는데 안을 굳이 들여다본 탄이 "안이 엄청 깊어!"라며 놀랜다. 트빌리시에 얻은 숙소는 약간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근처에 폐가도 있고 페인트가 벗겨진 집들이며 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그래도 저렴하면 다 용서가 된다. 화려한 빌딩이 있는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이런 낡은 동네가 있는 것이 의아하다. 약간 서울의 달동네같은 곳인가 싶다. 카우치 서핑은 잘 곳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여행하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카우치 서핑은 잘 곳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교제를 나눌 수도, 차 모임이나 와인 한잔 등 모임을 만들 수도 있는데 트빌리시의 이벤트 중 New year's party가 눈에 띄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둘이서만 조용히 보낸 것이 아쉬워서 새해는 여러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맞고 싶어 참석하기로 했다. 약속 장소는 걸어서 15분 거리라 차를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걸어가기로 했는데 가는 도중 하늘에 떠 있는 기구도 보고 새해 맞이를 위한 공연장도 구경하는 등 볼거리가 많아 좋았다. 골목골목마다 조명이 환하게 켜있어서 밤에 다니는 것이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름답게 된 불빛들에 언덕길도 힘든 줄 모르고 걸어 드디어 모임 장소인 2ton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오늘 스케줄은 저녁 8시쯤 만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얼굴을 익히고 트빌리시 명소를 함께 걷다가 새해가 되는 0시에는 광장에서 함께 불꽃놀이와 행사를 구경하는 것이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벌써 20명 이상 모여있었고 식당이 너무 분주해 음식 주문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저녁은 그냥 포기하고 맥주 2잔만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된 소개같은게 어려워 그냥 자리만 겨우 마련해 껴 앉았는데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해서 한동안 뻘쭘해했다. 맥주가 오고 옆자리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집트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어 압둘과 왓앱을 교환하고 이집트 입국과 이집트에서 꼭 가볼 곳 등을 폭풍 질문했다. 압둘은 매우 친절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이 모임의 주선자는 트빌리시에 사는 프란츠란 친구였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각자 계산을 하고 나와 시내를 함께 걷기 시작했다. 30명 가까이 되는 꽤 큰 모임이다. 도시 곳곳의 조명이 화려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그냥 막 따라가기만 해도 즐겁다. 프란츠는 스마트폰에 카우치 서핑 글자를 네온으로 써서 높이 들고 다니며 뒤따라 오는 사람들이 놓치지 않고 잘 보고 올 수 있도록 했다. 마법의 양탄자처럼 꾸며놓은 조명이 머리위에서 반짝였고 많은 사람들이 새해 맞이를 위해서 거리에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런 축제 분위기로 새해를 맞는 것은 우리에게는 처음이었다. 새해를 맞는 가장 멋진 곳이 조지아 트빌리시인 것 같다. 친구들의 안내로 도시 곳곳의 멋진 명소들을 다닌다. 우리끼리라면 엄두도 못냈을텐데 너무너무 안심되고 즐겁다. 시청같은 곳 앞의 거대한 트리도 보고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유럽풍 건물들도 지난다. 길가의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몇번은 바로 옆에서 펑터져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오늘은 다 용서해야 할 것 같다. 온 도시가 온통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는 듯하다. 한참 걷다가 잠시 멈추어 쉬면서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영국, 인도, 일본, 러시아, 벨기에,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10여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것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들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거나 한국 치킨이야기를 하거나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심지어 코리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여러번 들었다. 우리와 이야기해보려 차례를 기다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참 희안한 경험이다.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했던 90년대에는 아무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동양인이라 무시당하고 왕따당하기만 했었는데 어쩌면 이렇게나 달라졌는지 참 놀랍고 기분 좋았다. 우리 일행들은 그래피티가 가득한 지하통로를 지나고 강위의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 광장에 도착했다. 이 광장은 우리 숙소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곳으로 아까 약속장소로 갈때 지나갔던 곳이었기에 여기가 최종 목적지라는 것이 완전 다행이라 생각했다. 새해까지는 아직 1시간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폭죽소리가 전쟁난것처럼 터진다. 새해가 되기 30분전 광장이 온통 인산인해다. 우리 일행들은 한쪽에 모여서 자리를 잡고 새해가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한 폴란드 친구가 한국사람과 통화하고 싶어하는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부탁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 준비해온 샴페인을 나누기도 하고 소원을 적은 종이를 준비했다. 이곳 풍습에 새해에 소원적은 종이를 태워 샴페인에 섞어 마시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소원을 적을 종이를 받았다. 이번 여행이 사고없이 무사히 즐겁게 마무리 되기를 빌어 태우고 샴페인에 재를 넣었다. 엄청난 폭죽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것을 바라만 봐도 황홀하고 행복했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폭죽이 터지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드디어 새해가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카운트다운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런건 없어 조금 아쉬웠다. 새해가 되자 폭죽은 절정에 다다랐고 다들 샴페인으로 건배를 하며 서로에게 해피 뉴이어를 빌어주었다. 나는 감격에 차서 이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수 있게 해준 프란츠에게 감사를 전했는데 이미 많이 취해버려서 이친구가 내 이야기를 기억할까 싶었다. 정말 생애 최고의 새해맞이로 기억에 남았다. 트빌리시에서 새해를 맞은 후 우리는 조지아까지 바쁘게 긴 거리를 이동한 피로를 풀고싶었지만 트빌리시는 숙박비도 비싸고 까브리를 잘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조지아에서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바투미라는 곳으로 가서 편히 쉬기로 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45hHD8rK8VU?si=6mdhY-xF1QZItYng>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05 15:36:16[파이낸셜뉴스] 사파에서 맞는 첫 날 아침 메뉴는 쌀국수로 정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매일 아침 쌀국수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고 한다. 과거 인터뷰를 진행한 남준영 셰프는 서울 남영동에 베트남 쌀국수집 '남박'을 오픈한 것도 이런 베트남의 문화를 반영한 것 이라고 말했다. '남박'은 매일 아침 8시에 오픈해 오후 3시30분에 문을 닫는다. 사파 호텔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포 민(Pho MinH)이란 식당에 갔다. 구글에서 찾아본 리뷰에는 "한국 돼지국밥 '옥동식'보다 맛있다"거나 유튜브 후기에서도 "사파 1등 쌀국수 맛집"이라는 호평이 많았다. 5만동(2500원)에 가장 기본인 소고기 쌀국수를 시켰다. 잔뜩 기대를 하고 먹어서 그런가 약간 실망했다. 깔끔하고 담백한 쌀국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듯이 여겨졌다. 쌀국수라는 음식 자체가 보통 5~7점사이에 있다. 맛의 최고점과 최저점의 편차가 적어서 기대를 하고 가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아무 기대 없이 들어갔다 값도 싸고 맛있으면 더 행복해지는 것 같다. 음식도 그렇지만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기대를 하면 실망하게 되고 실망하면 화가 난다. 나는 나 자신을 제외하고는 타인에게 좀처럼 화를 내지 않는다. 어릴적부터 타인에게 기대를 하지 않도록 훈련해 왔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기대를 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게 되고, 그러면 타인에게 실망할 일도 없게 된다. 지금처럼 감정이 매마르기 전인 20대 후반 30대 초반 무렵에는 "길거리에서 소리 높여 싸우는 커플이 가장 부럽다"는 글을 쓰기도 했다. 거리에서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둘만의 세계에서 화를 뿜어내는 관계란 '사전에 서로 간에 기대를 하고 실망시키지 않을 것을 약속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콩카페에 들려 테이크아웃으로 커피를 가져왔다. 오전 10시에 전날 호텔 프런트를 통해 예약한 기사가 오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도 기사는 오지 않았다. 전날 기사를 예약해준 여행사 관계자는 라인 메시지에 답이 없었다. 호텔 프론트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여행사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그제서야 일어난 모양인지 기사를 보내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20여분을 기다리자 한 택시 운전기사가 왔다. 여행사와 연결된 기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예약을 받으면 여행사가 알고 있는 기사에게 일을 맡기는 방식인듯 싶었다. 오전 10시부터 6시간 동안 차를 빌리는 가격으로 전날 120만동(6만원) 정도를 지불했다. 여행의 시작부터 뭔가 틀어지나 싶어 살짝 화가 날뻔했다. 지상 2000m 글라스 브릿지 탐험 한동안 차를 몰아 글라스 브릿지에 도착했다. 글라스 브릿지로 가는 길은 올해 초에 갔던 치앙마이의 '먼쨈'과도 비슷했다. '안개의 도시'라는 별칭 답게 고지대로 올라가니 하얀 연기같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베트남의 7~8월은 우기라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이동할때는 한국에서 가져 온 접이식 우산을 항상 들고 다녔다. 글라스 브릿지 입구에서 작은 벤을 타고 언덕길을 올랐다. 벤에서 내려 엘레베이터를 타고 다시 글라스 브릿지에 가는 코스다. '롱머이 유리다리'라고 불리는 이 곳은 해발 2200에 위치한다. 한라산이 해발 1947m에 있으니 한라산 정상보다 약간 높은 곳에 있는 셈이다. 무지개 계단이 보이는 초입에서 오른쪽길로 들어갔다. 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유리다리를 지난다. 추적추적 이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껴 있어서 경치가 보이지는 않았다. 유리다리를 따라 올라가다보면 100m쯤 되보이는 흔들 다리를 만날 수 있다. 일정 비용을 내면 안전 장비를 걸치고 흔들다리를 건널 수도 있다. 하지만 약간의 고소공포증과 다리가 후들거릴 것 같아 직접 건너지는 않았다. 이곳 저곳 둘러보고, 사진을 찍다 보니 2시간 정도가 후딱 지나갔다. 한 방향으로 계속 가다보니 무지개 계단을 내려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론리트리, 실버폭포 둘러보기 차를 타고 돌아오는 동선에 있는 '론리 트리'라는 사진 명소에 잠시 들렸다. 500원~1000원인가 입장료가 있었다. 입구에 들어가면 작은 카페 겸 가게가 있고 절벽 위에 수많은 나무가 무성하게 자리잡고 있다. '론리트리'는 이름 그대로 덩그러니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론리 트리 밑에서 론리 맨 컨셉으로 사진을 찍었다. 이어 다시 차를 타고 실버폭포로 향했다. 실버폭포에 도착할 즈음에는 빗줄기가 꽤 세져서 우산을 들고 올라야 했다. 실버폭포 입구 초입에 있는 금빛 용 동상을 보고 우산을 쓰고 산을 올랐다. 입장료가 있었는데 코스가 나름 길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폭포는 꽤나 웅장하고 장엄했다. 동물과 자연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가장 먼저 들렸던 글라스 브릿지보다 개인적으로 더 인상 깊은 장소였다. 실버 폭포와 인근에 있는 러브 폭포를 함께 둘러보는 원데이 여행 프로그램이 있는데 비용대비 별로인 듯 싶었다. 차라리 그랩을 통해 둘 중 한 곳만 보거나, 차를 대여하는 편이 나을 듯 싶었다. 다만 사파의 경우 하노이와 달리 그랩이나 택시 기사들이 미터기를 켜지 않고 가격 협상으로 훨씬 더 비싼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모아나 사파, 호박 삼계탕, 슈바인 학셀까지 실버 폭포를 보고 안개를 뚫고 차를 몰았다. 오후 1시가 조금 넘었었는데 기사 분이 오늘 일정을 마쳤으니 집에 가겠다고 말했다. 영어로 소통이 잘 안 돼 잠시 실랑이를 한 뒤에 전날 예약을 했던 여행사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픽업에 늦은점과, 원래 오후 4시까지 였던 점을 이유로 한 곳 정도 더 둘러볼 수 있도록 요청했다. 합의를 보고 마지막 장소로 '마오나 사파'라는 카페에 가기로 했다. 여러가지 조형물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스팟이 많은 관광객 대상의 카페였다. 카페에 도착하고 나서 줄곳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우산을 쓰고 카페내 스팟 몇몇에서 사진을 찍었다. 거대한 여신의 동상과 백조, 돌로 만든 손 모양의 조형물, 힌두교 스타일의 석문까지 과거 여행지에서 한 번쯤 봤던 여러가지를 짬뽕해 가져온 듯 싶었다. 이후에는 호텔 근처에 있던 식당인 'Nhà hàng Ô Quý Hồ'란 곳에 들렸다. 1층은 카페 2~3층은 식당을 운영하는 관광객 대상의 식당 같았다. 거대한 호박 안에 검은 토종닭을 넣은 요리를 하나 시켜 먹었다. 별 기대 없이 시켰는데 맛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호박의 속살에 약간의 양념이 들어가 싱거운 카레 혹은 짭짜름한 호박 스프에 담궈진 토종닭 백숙을 먹는 듯한 맛이었다. 밥을 먹고는 한동안 사파 시내를 산책하고 카파 카페(KAFA cafe)란 곳에 들렸다. 잔 위로 수북하게 쌓아주는 산더미 스무디가 유명한 카페였다. 일행과 함께 코코넛 스무디와 망고 스무디를 하나씩 시켰다. 비가 내렸지만 날씨는 굉장히 후텁지근했다. 카페를 먹고 휴식을 취하며 다음날 일정인 파시판 산의 케이블카, 모노레일 및 입장권을 클룩 앱을 통해 예약했다. 1인 기준 약 6만원 정도였다.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기전까지 약간 휴식을 취했다. 저녁은 구글 검색을 통해 알아 본 '아니스 레스토랑(Anise Restaurant)'에서 먹었다. 대부분 외국인 관광객으로 생일을 맞은 유럽인 테이블이 있었는데 같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주고 생크림 케이크 한 조각을 받을 수 있었다. 식당은 구글 평점도 높았고 대부분의 한국 관광객은 이곳의 슈바인학센(독일식 족발)이 괜찮다는 평을 남겼다. 생전 처음 먹어본 슈바인학센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해서 나쁘지 않았다. 둘이 먹기에는 양이 꽤 많아서 많이 남았는데 호텔 근처의 길고양이가 생각나서 직원에게 포장해 달라고 부탁했다. 카운터를 보는 여자 직원 분은 베트남어는 물론이고 영어, 한국말, 태국어까지 능숙했다. 소화도 시킬 겸 사파의 골목 이곳 저곳을 둘러 본 뒤에 다음날 이른 아침 일정을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8-20 18:47:40[파이낸셜뉴스] "있잖아요, 하지메씨, 사진으로부터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어요. 그것은 그저 그림자와 같은 거에요. 진짜인 나는 아주 다른 곳에 있는 거에요. 그건 사진에는 찍혀지지 않아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20대 무렵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에는 위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당시에 나는 하루키의 또 다른 소설 '상실의 시대'에 나오는 와타나베 같은 남자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와타나베는 세상 대부분의 일에 무신경한듯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귀여운 여자애들이 끊임 없이 다가온다. 나랑 비슷한 갓스무살 정도에 불과하지만 노련한 셰프처럼 섹스 따위는 계란 후라이를 부치는 것처럼 간단하게 해결한다. 당시엔 생소했던 버드와이저라는 미국 맥주를 혼자서 마시며 분위기를 잡는 와타나베를 보며 '이것이 어른 남자인가' 하고 혼자 생각했다. 와타나베에 대한 동경과 20대 초입의 애송이 감성이 더해져 당시(2004년)에 나는 사진을 찍는 행위를 매우 기피했다. 소중한 순간에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의 렌즈를 드는 것(스마트폰 대신 DSRL 이라는 카메라가 유행이었다.) 은 정말 바보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공짜 렌즈가 2개나 있는데 굳이 세상과 내 눈 사이에 또 다른 가짜를 둘 이유가 뭐가 있단 말인가. 추억의 소환, 기억의 저장 장치로서 사진의 의미도 폄훼했다. 어차피 정말 멋진 풍광과 장면이라면 기억에 남을 것은 남을 것이다,라고 야심차게 생각했다. 어차피 기억속에서 잊혀질 것이라면 그만큼의 임팩트가 없었던 것 뿐이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사진 속에 찍힌 나를 확인하는 일도 유쾌하지 않았다. 뭐 하나 이쁜 구석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행을 가면 열심히 사진을 찍고 있다. 전과 비교하면 기억력이 눈에 띄게 나빠져서 사진으로라도 남겨 놓지 않으면 여행이 잘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또 사진을 남겨 놓으면 나중에 지금처럼 뭐라도 쓰는데 자료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목적이 '사진' 자체가 되버리는 것은 여전히 곤란하다. 광고에서 본 그곳, 인증샷 명소 '렘푸양 사원' 발리 호텔을 예약하고 난 뒤 유튜브 광고(아고다)에서 가장 많이 본 곳 중에 하나가 바로 '렘푸양 사원'이다. 렘푸양 사원은 발리 동쪽 지역에 위치한 발리에서 가장 오래된 힌두교 사원 중 하나다. '천국의 문'이라고도 불리는 조형물 너머로 아궁산이 펼쳐지며 '인생샷'을 건질 수 있는 관광지로 유명하다. 몇 년 전 JTBC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오며 한국인은 물론 전세계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발리에서는 절벽 같은 곳에서 형형 색색의 비단 천을 두른 채 공중 그네를 타는 '발리스윙'과 함께 '렘푸양 사원'이 인생샷 맛집으로 꼽힌다. 호텔 조식을 간단히 챙겨먹고 오토바이를 타고 렘푸양 사원을 향해 달렸다. 우붓에서 약 70km, 오토바이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초 장거리 여행이었다. 엉덩이와 허리도 아프고 날씨는 한국의 여름처럼 덥고 습했다. 발리의 교통 체증은 베트남 호치민 못지 않을 정도였다. 중간에 '미쉐'라는 베트남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려 밀크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같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들린 현지인 아저씨는 살아있는 닭 10여 마리를 물구나무 선채로 묶어서 이동하고 계셨다. 생사의 뒤안 길에서 '피꺼솓' 상태로 강제 이동중인 닭을 보고 있자니 내 허리와 엉덩이 통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렘푸양 사원 인근에 오토바이를 주차하고, 버스표를 끊고, 렘푸양 사원까지 관광객 전용 버스로 올라갔다. 입장료 티켓에는 번호가 적혀져 있는데 후에 인증샷을 위한 번호표의 역할까지 하게 된다. 렘푸양 사원에 다다르니 말 그대로 수백명의 관광객이 사진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300 몇 번인가를 받았는데 물어보니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3시간에서 4시간 가량 걸린다고 했다. 깔끔하게 사진을 찍는 것은 포기했다. 천국의 문 사이에서 포즈를 취하면 전문 사진사가 사진을 찍어줬다. 전문 사진사는 핸드폰 카메라의 렌즈 바닥에 거울 같은 것을 받치고 사진을 찍는데 완성된 사진은 마치 유우니 사막에서 찍은 것처럼 상하 반전으로 대칭을 이룬다. 사진은 마치 천국의 문 아래에 호수가 있고 그 호수에 비친 것처럼 상하 데칼코마니를 이룬 형태다. 많은 관광객들이 자신의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리며 그늘이 처진 천막에서 잠을 자거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해 다른 일정 미뤄두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말 그대로 '인스타 명소'의 실상이었다. 만약 해당 사진을 찍고 싶다면 새벽부터 서둘러 이곳에 오거나, 특별히 사진에 관심이 없다면 개인적으로 그닥 추천할 만한 곳은 아니었다. 2시간 이상을 달려 왔음에도 천국의 문을 제외하고 몇몇 돈을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포인트를 제외하면 사실 별로 볼 것도 없었다. 내 맘속 발리 1등 띠르따 강가, 띠르따 앰플 렘푸양 사원 다음 향한 곳은 '징검다리 물고기 사원'으로 여행 전에 저장해 둔 '띠르따 강가'라는 곳이었다. 카랑아슴 왕국의 마지막 왕이 설계한 수상 정원이라고 한다. 띠르따 강가는 수만, 수십만 마리의 잉어가 사는 사원이다. 잉어들이 사는 호수의 수면 보다 살짝 높은 위치에 기둥 형태의 징검다리가 있다. 징검다리에 올라 발 밑으로 내려 보이는 수많은 잉어를 볼 수 있다. 정원의 규모도 상당해서 산책을 하며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와 경치, 사람을 볼 수 있다. 많은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띠르따 강가의 전체 조광을 '버드 아이' 시점에서 볼 수 있는 드론 영상을 보여줬는데 영상을 보는 순간 꼭 가고 싶다고 생각한 곳이었다. 실제로 발리 여행 중 갔던 사원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다. 집에서 '물생활(물고기를 기르는 것)'을 하고 있는데다 살아 있는 것들을 보는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원하면 물고기 먹이를 사서 줄 수도 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물고기들이 있었는데 그 만큼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서 먹이를 준 탓인지 물고기들의 '몸빵(몸집)'이 다들 어마어마 했다. 띠뜨따 강가를 둘러보고 배가 고파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사원 바로 근처에 있는 '카페 벤자'라는 곳에서 먹었는데 관광지 내부 식당이라 그런지 맛도 형편 없었고 가격도 비쌌다. 특히 이곳에서 얼음이 들어간 음료수를 먹었는데 음료수에 들어간 얼음이 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인지 이후에 살짝 배가 아프기도 했다. 다음으로 향한곳은 띠르따 엠풀이라는 또 다른 사원이었다. 이 곳은 사람들이 물속에 들어가 성수로 몸을 씻고 소원을 비는 세레모니로 유명한 곳이었다. 많은 관광객들이 얼마간 비용을 내면 초록색 승복 같은 걸 받고, 수영장 같은 곳으로 들어가 몸을 씻고 소원을 비는 의식을 진행한다. 어깨 너머로 구경해 보니 성수로 몸을 씻는 방법과 기도를 하는 정해진 절차와 순서가 있었다. 유럽과 서구권에서 온 서양쪽 사람들이 특히 이 의식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았다. 이 곳도 다른 사원과 마찬가지로 생리 중인 여성의 출입이 금지됐다. 하지만 생리 중인 여성을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는 없기 때문에 관광이 목적이라면 둘러 보는 것 정도는 괜찮아 보였다. 마음 속에 부정적인 미신이 생기지 않을 수 있다면 말이다. 스타벅스에서 보는 사라스와띠 사원 오토바이를 몰고 다시 우붓에 있는 숙소로 돌아왔다. 땀과 먼지 매연에 절어 바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에는 '사라스와띠' 사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을 갔다. 매일 저녁 '사라스와띠' 사원에서는 발리 전통 춤 공연이 열린다. 바로 옆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하나 있는데 사원 쪽을 향한 테이블 한 두 곳에서는 벽 너머로 해당 공연을 볼 수 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공짜로 공연도 슬쩍슬쩍 볼 수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 잠깐 회사 업무를 처리해야 될 일이 있어 한 시간 가량 일을 해야 했다. 커피를 마시고 우붓 팰리스 인근을 한 바퀴 산책한 뒤에 저녁은 전날 먹었던 골목에서 해결했다. '토로스시'라는 일식 가게로 초밥과 롤, 라멘 등을 주문해 먹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격대가 있는 집이라 인테리어, 2층 창가쪽 테이블의 분위기는 좋았다. 다만 음식은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일식이나 웬만한 양식 등은 사실 요즘은 서울이 더 맛있는 것 같다. 특히 이곳 라멘의 경우 냉동으로 된 우동면 같은 게 나와 가격 대비 별로였다. 저녁을 먹고 마지막으로 간 곳은 식당 바로 근처에 있는 '아사이퀸'이라는 아사이볼 전문가게였다. 다양한 요거트에 신선한 과일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 발리에서 이삼일에 한 번꼴은 아사이 볼을 먹었는데 이곳의 아사이볼은 가성비도 좋고 맛도 괜찮았다. 특히 주문을 하면서 오늘이 내 생일이라고 말했더니 작은 초를 하나 선물해 주셨다.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07-05 17:16:15[파이낸셜뉴스] 요리 연구가 겸 방송인 백종원이 대표로 있는 더본코리아의 산하 브랜드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백종원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예정이라고 전해 관심을 끌고 있다. 18일 '한겨례'에 따르면 '연돈볼카츠' 점주들이 최소한의 수익률 보장을 요구하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단체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더본코리아 본사 앞 집회·공정위 신고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점주들은 "본사가 허위·과장 매출액과 수익률을 약속하며 가맹점을 모집해 피해를 봤음에도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본사가 월 3천만원 이상의 예상매출액을 제시하며 가맹점주들을 유치했으나, 실제 매출액은 예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점주들이 필수물품 가격 인하나 판매 가격 인상 등의 대책과 함께 책임 있는 브랜드 관리를 요구했지만 본사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연돈볼카츠는 지난 2018년 방영된 SBS '골목식당'를 통해 화제를 모은 돈가스 집 '연돈'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이후 백 대표는 연돈을 자신이 운영하는 제주 서귀포시 '호텔 더본' 바로 옆 건물로 이전시켰으며, 2021년부터는 '연돈볼카츠'라는 이름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다. 점주들은 지난 2022년 본격적인 전국 가맹점 모집에 나선 연돈볼카츠 본사가 예상 매출액·수익률을 부풀렸다고 주장한다. 점주 A 씨는 "월 예상 매출액을 3000만~3300만원으로 제시하는 본사를 믿고 1억원 넘는 돈을 들여 점포를 열었지만, 실제론 그 절반 이하인 1500만원 남짓에 불과했다"라며 "매출 대비 수익률도 20~25%라고 했지만, 7~8% 수준에 그쳤다"라고 토로했다. 또 점주들은 신메뉴 개발, 필수물품 가격(물대) 인하, 판매가 인상 등을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본사가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점주 B 씨는 "요식업 해결사를 자처하면서 왜 자사 브랜드는 내버려두냐"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에 연돈볼카츠 점주 8명은 오늘(18일) 오후 더본코리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공정위에 신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더본코리아는 "계약 체결 시 전국 매장의 평균 매출액·원가비중·손익 등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제시해 허위·과장은 없었다"면서 "가맹점 월 평균 매출액은 동종 테이크아웃 브랜드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며, 2022년 11월~2023년 8월 주요 메뉴 원재료 공급가를 평균 15% 인하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백종원은 운영하는 중식 브랜드 '홍콩반점0410'이 최근 손님들의 혹평이 잇따르자, 특단의 조치로 홍콩반점 긴급 점검에 나섰다. 지난 3일 백종원의 유튜브 채널에는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의 말씀이 맞았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속 백종원은 직접 여러 지점의 음식을 먹은 후 "이 집은 자기들이 레시피를 창조했나보다", "사장님 이러시면 안 된다. 내가 욕을 먹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장님 가게 장사가 안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후 백종원은 홍콩반점의 문제 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특히 홍콩반점의 레시피 매뉴얼 책자가 너무 두꺼워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파악한 백종원은 레시피 영상을 다시 제작하기도 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6-17 22:17:55[파이낸셜뉴스] 최근 방송에 복귀한 유튜버 '장사의 신(본명 은현장·40)'이 밀키트 주요성분 함량 표기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방송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은 씨는 지난 6일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올린 영상을 통해 "오늘 영상을 끝으로 장사의 신 유튜브를 은퇴하겠다"면서 "그동안 시청해주신 구독자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밝혔다. 그는 "7년 동안 유튜브를 하면서 힘든 때도 많았지만, 많은 분께서 밑바닥부터 올라온 저로 인해 희망과 열정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해주셔서 재미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해왔다"면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활동을 유지하려고 했지만 몇 건 남은 소송 결과는 언제 나올지 알 수도 없고, 그 기간 말도 안 되는 루머들이 저와 제 가족을 괴롭히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해명해도 해명한 것으로 꼬투리를 잡아 다른 루머를 만들고, 속옷까지 벗어 보여달라고 한다"면서 "마지막으로 한 사람이 도마에 오르면 죽을 때까지 몰아세우고 물어뜯는 문화가 없어지는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이 마녀사냥이 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지 않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앞서 논란이 됐던 돈까스 밀키트의 원육 함량에 대해서는 "돈까스 밀키트에 고기가 적다는 논란을 만들지 않기 위해 표기보다 많이 넣었다"면서 "그러다보니 비율이 (표기된 것과) 조금 달라지게 됐다"고 해명했다. 조리과정에서 제품의 중량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 기존 표기보다 더 많은 양의 빵가루와 원육을 넣었는데, 이때문에 원육 함량 비율이 달라졌다는 것이 은 씨 입장이다. 이에 대해서 "현재 법률상 문제가 있는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 앞서 지난 6개월 동안 제기된 의혹 대부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가 진심으로 열심히 해명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수개월에 걸쳐 알게 됐다"며 "방송 활동을 포함해 밀키트 판매 역시 모두 그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 유튜버는 은 씨가 앞서 출시한 돈까스 밀키트에 대해서 성분 함량 분석 기관에 해당 밀키트를 의뢰한 결과 표기 함량과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유튜버는 "6월 4일 조사 결과 장사의 신 돈가스의 등심 함량 75%는 허위 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의한 법률 제4조를 위반한 것으로 행정처분이 결정 났다"고 밝혔다. 은 씨는 이에 반박하면서 "비율에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고기양' 자체는 표시된 것보다 더 많이 들어갔다"고 해명했다. 은 씨는 프랜차이즈 업체 '후라이드 참 잘하는 집'을 창업해, 190억원에 매각한 인물이다. 이를 기반으로 '유튜브판 골목식당'이란 설명으로 장사의 신 콘텐츠를 선보였다. 채널A '서민 갑부 폐업 탈출 대작전' 등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당시 방송에서는 200억원에 프랜차이즈를 매각한 '500억원 자산가'라는 이름으로 소개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6-09 08:21:22올봄 태국에 사는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왔다. 그 친구는 서울, 부산, 경주를 돌아보는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서울은 △광장시장 △스타필드 별마당 도서관 △가로수길이 꼭 가봐야 할 장소로 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광장시장은 넷플릭스 '길 위의 셰프들'에 나오면서 외국인들에게 관광 필수코스로 떠올랐다. 외국인이 K푸드를 소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한국에 와서 직접 먹는 경우와 해외에서 한국식품을 사 먹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는 광장시장, 동대문 닭한마리 골목 등이 대표적이다. 후자의 예로는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냉동김밥, 라면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한식 자체가 인기를 끌면서 세계 미식이 모두 모인 뉴욕에서 미쉐린 별을 받은 한식이 트렌드를 선도하는 '힙한 문화'로 여겨지기도 한다. 작년 9월 SPC가 운영하는 프리미엄 버거 브랜드 쉐이크쉑은 미국 뉴욕에서 미쉐린 2스타,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8위를 기록한 식당 '아토믹스'의 박정현 셰프와 협업한 메뉴를 선보였다. 당시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크 로사티 쉐이크쉑 컬리너리 디렉터가 뉴욕에서 미식을 선도하는 그룹들 사이에서 한식이 유행하고 있으며, 메뉴 이름도 영어가 아닌 '참깨 막국수' 등을 소리나는 대로 발음하고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식문화 이식의 마지막 단계가 연예인과 오피니언리더들이 파인 다이닝을 즐기는 것인데 현재의 한식이 과거 일본의 스시 혹은 프랑스 요리가 그랬던 것처럼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식이라는 것은 지난 수백년간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식의 성공은 한식 자체의 맛·기술과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증가에 기인한 부분이 크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유튜브와 '영국 남자'라는 채널의 영향이 컸고, 농심 라면의 해외 점유율 확대에는 '기생충'의 흥행과 BTS 등 한국 문화를 알린 아티스트의 역할도 컸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수준의 미식학교를 졸업하고 미식의 본고장인 뉴욕, 프랑스 등에서 한식 레스토랑을 열고 한국을 알리는 젊은 셰프들의 역할도 있다. K푸드의 인기가 반갑지만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이 인기가 과거 시대를 풍미했으나 지금은 잊혀진 '마카레나 음악'처럼 잠깐의 유행에 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략적으로 K컬처와 K푸드의 시너지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2'에 다양한 한국 식문화와 제품들을 전략적으로 녹여 낸다면 제2, 제3의 불닭볶음면과 광장시장이 탄생할 것이다. hwlee@fnnews.com
2024-05-16 18:13:31[파이낸셜뉴스] “앞에서도 뒤에서도 옆에서도 머리 위에서도 들리는! 360도 완전 입체 음향 효과의 놀라운 돌비 스테레오!” 남자는 신문 광고를 훑으며 방금 선물 받은 ‘이티’ 영화표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아무래도 상영 시간까지 빠듯했다. 망설이다가 결국 택시를 타고 퇴근했다. “이티 잠바 입을 거야!”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이 더위에 잠바를 입겠다며 떼쓰고 있었다. 아내는 진을 다 뺀 눈치였다. 이러다 영화 시작할라. 남자 말에 그제야 아이들은 옷을 입었다. “비싸게 택시를 왜 타? 그냥 보내.” 남자가 택시를 잡자 아내가 말렸다. 비싼 영화표를 버릴 순 없잖아. 아내는 더 말리지 않았다. 실은 남자가 더 망설였다. 공짜 표 때문에 택시를 또 타야 하나. “내가 엄마랑 앉을 거야.” 좌석을 찾자마자 막내는 잽싸게 아내 무릎에 앉았다. 큰아이는 남자 무릎에 앉았다. 그러고 보면 아이들에게 첫 좌석은 E열 7번 같은 게 아니었다. ‘무릎과 무릎’이 첫 좌석이었고 명당자리였다. “극장에서 보면 선전도 재밌어.” 시내 양식집 극장 광고를 보며 아내가 말했다. 소리가 커서 더 그런가? 여기 입체 음향이래, 남자는 신문 광고 문구를 아내에게 전했다. 애국가가 나오고, 영화가 시작됐다. “형아야, 이티는 왜 나쁜 놈들이랑 안 싸워?” 아이들은 그게 불만이었다. 외계인이 나오는데 자전거만 탄다니. 큰아이가 훗날 (감독) 스필버그에게 그날의 냉혹한 평을 전하자, 그는 “쏘리”하며 웃었다. 사실 남자도 아이들처럼 별 감흥이 없었다. 그래도 아내가 재밌었다니, 그걸로 됐다. “토마토 냉면 맛있다.” 남자는 가족을 데리고 시장 골목 식당에 들렀다. 극장 광고의 그 양식집 돈까스를 사주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져 그렇게 됐다. 아이들은 토마토가 얹어진 냉면을 맛있게 먹었다. 남자의 이야기는 이걸로 끝이다. 그날 영화 같은 사건은 없었다. 그저 시시한 어떤 날이었다. 그러면서 후속편도 있다. 후속편 주인공은 그 남자의 큰아이다. 큰아이에겐 그날부터 극장이 점점 더 특별하지 않은 공간이 됐다. 대신 일상의 공간이 됐다. 친구들과 ‘로보캅’을 재개봉관에서 봤고, 애인과 ‘어벤져스’를 연인석에서 봤고, 쿠션에 앉힌 아이의 옆자리에서 ‘미니특공대’를 봤다. 아이에게 ‘엘사’ 드레스를 입혀 ‘겨울왕국’을 함께 보기도 했다. 큰아이는 그 남자처럼 아빠가 됐지만, 그 남자와 달리 극장 시간에 쫓기지도 않는다. ‘영화표’ 대신 ‘영화예매권 번호’를 선물 받는다. 스마트폰으로 시간과 좌석을 선택한다(1). 극장도 집 근처라 걸어서 간다. 그러니 택시 탈 일도 없다. ①가족 관객의 예매 방법: 모바일 64%, PC 13% 다시 말하지만, 극장이 그 남자의 큰아이에겐, 그리고 큰아이의 가족에게도 특별하지 않다. 극장 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난주엔 ‘쿵푸팬더4’를 보러 갔고, 다음 주엔 어린이날이니까 또 간다(2)(3). ②가족 관객의 극장 연간 편수 10~12회(2022년도 조사) ③가족 관객 41% > 20대 관객 27%(2개년 평균) 그 남자의 큰아이는 지금 연휴 계획을 세운다. 어린이날엔 극장이 주말보다 두 배는 더 붐비겠지?(4)(5) 차라리 연휴 마지막 날 갈까?(6) ④올해 토·일요일 평균 관객 111만 명(2024년 4월 기준) ⑤어린이날 평균 관객 130만 명, 해당년 일요일의 2배(2개년 평균) ⑥3일 연휴시 3일째 관객, 1일째의 1.5배(20개년 평균) ‘코엑스’로 가면 되겠다. ‘코엑스’ 안에 들어가서, ‘스타벅스’에서 기다렸다가, ‘메가박스 돌비시네마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고, ‘뽀모도로’에서 파스타를 먹고 집으로... 그런데 뭐 보지? “아빠, 이 영화 어때?” 유튜브를 보며 아이가 어떤 영화를 추천한다. 둘이 한참 이야기하지만 부질없다. 어차피 아내가 결정할 테니(7). ⑦가족 관객의 영화 정보 습득 경로는 가족·친구 33%, 유튜브 23%(2022년 조사) 김형호 영화산업분석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4-28 10:48:32"딸기 세팩에 만원이요! 세팩에 만원!" 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농수산물시장에선 시장 상인들이 저마다 큰 목소리로 과일을 팔고 있었다. 딸기는 한 팩에 4000원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3개를 묶어 사면 1만원이었다.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경동시장에서 청량리농수산물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이 이날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퀴 달린 장바구니를 끌고 장을 보러 온 노인뿐 아니라 청년들까지 시장을 찾은 사람은 각양각색이었다. 이처럼 길어지는 고물가 상황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여든 사람들로 전통시장이 붐비고 있었다. 특히 경동시장과 청량리농수산물시장에 숨어 있던 가성비 맛집들까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청년들의 시장 방문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한다. ■대형마트보다 훨씬 저렴이날 시장에서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가격표였다.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가 3000원가량인 애호박은 이곳에선 2000원이었다. '프루트플레이션(프루트+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가격이 급등한 과일이 특히 저렴했다. 사과는 대체로 한무더기(약 9개)에 2만원 수준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난달 하순 집계자료 기준 사과 10개당 소매가격이 2만4726원인 데 비해 매우 저렴했다. 하품(下品)은 한 무더기에 1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청과를 팔아왔다는 정모씨(49)는 "중매인한테 바로 (물건을) 받아오고 중간마진을 안 거치니까 싼 편"이라며 "그래도 박리다매로 팔아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애호박은 2500원에는 팔아야 할 물건인데 2000원에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에 시장을 찾는 손님이 늘고 있다고 한다. 손님 홍모씨(57)는 "원래 찾던 시장이지만 예전엔 두세 달에 한번 오는 정도였다면 물가가 오른 지금은 한 달에 한번은 온다"며 "여기가 딴 곳보다 싸다"고 했다. 그는 평소 한번 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과일과 채소를 5만원어치 사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딴 곳보다 20% 정도 싸다"고 덧붙였다. ■맛집 유행에 MZ도 몰려급등한 물가에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라면 경동시장과 청량리먹자골목에 위치한 '가성비 맛집'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시장 내 여러 가성비 맛집이 소개되면서 해당 식당에는 매일같이 긴 줄이 늘어선다고 한다. 주말이면 아침부터 긴 줄을 서 1~2시간은 기다려야 하는데도 가격을 생각해 참고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이날은 평일임에도 시장 내 가성비 맛집 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한 순대 가게는 순대 1㎏에 40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으로 SNS에서 유명해졌고 이후 매일 식당 앞에는 긴 줄이 생긴다고 한다. 또 다른 가성비 식당으로 알려진 통닭집 앞도 인근 상인이 조금씩 자리를 피해서 가판을 가로막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사람이 늘어섰다. 동네 주민 남모씨(45)는 "원래 줄 서는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이제는 통닭 한번 먹으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시장이 원래 저렴한 가격에 자주 찾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난 이정우씨(27)도 "가격이 저렴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장 보러 오는 편인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주말에는 사람들이 특히 더 많이 줄을 선다"고 했다. 이어 "저녁 5시가 넘으면 대체로 물건을 20~30% 더 저렴한 가격에 파니까 사람이 더 많다"고 전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4-02 18:22:17[파이낸셜뉴스] "딸기 세팩에 만원이요! 세팩에 만원!" 2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농수산물시장에선 시장 상인들이 저마다 큰 목소리로 과일을 팔고 있었다. 딸기는 한 팩에 4000원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3개씩 묶어 사면 1만원이었다. 저렴한 가격 때문인지 경동시장에서 청량리농수산물시장으로 이어지는 골목이 이날 사람들로 북적였다. 바퀴 달린 장바구니 장바구니를 끌고 장을 보러 온 노인뿐 아니라 '모루인형(털실이 감긴 철사로 만든 인형으로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을 가방에 매단 청년들까지 시장을 찾은 사람은 각양각색이었다. 이처럼 길어지는 고물가 상황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전통시장이 모여든 사람으로 붐비고 있었다. 특히 경동시장과 청량리농축수산물시장에 숨어 있던 가성비 맛집들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청년들의 시장 방문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한다. 사과 9개 2만원 수준이날 시장에서 기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가격표였다.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가 3000원 수준인 애호박은 이곳에선 2000원이었다. '프루트플레이션(프루트+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가격이 급등한 과일이 특히 저렴했다. 사과의 경우 대체로 한무더기(약 9개)에 2만원 수준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지난달 하순 집계 자료 기준 사과 10개당 소매가격이 2만4726원인데 비해 매우 저렴했다. 하품(下品)의 경우 한 무더기에 1만원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10년 넘게 이곳에서 청과를 팔아왔다는 정모씨(49)는 "중매인한테 바로 (물건을) 받아오고 중간 마진을 안 거치니까 싼 편"이라며 "그래도 박리다매로 팔아서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애호박은 2500원에는 팔아야 할 물건인데 2000원에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물가에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늘고 있고 한다. 손님으로 온 홍모씨(57)는 "원래 찾던 시장이지만 예전엔 두세달에 한번 오는 정도였다면 물가가 오른 지금은 한달에 한번은 온다"며 "여기가 딴 곳보다 싸다"고 언급했다. 그는 평소 한번 시장을 방문할 때마다 과일과 채소를 5만원어치 사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면 딴 곳보다 20% 정도 싸다"고 덧붙였다. 맛집 유행에 MZ도 몰려 급등한 물가에 '가성비'를 따지는 것은 청년들도 마찬가지였다. 차이라면 경동시장과 청량리먹자골목에 위치한 '가성비 맛집'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시장의 내 여러 가성비 맛집이 소개되면서 해당 식당에는 매일 같이 긴 줄이 선다고 한다. 주말이면 아침부터 길 줄을 서 1~2시간은 기다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가격을 생각해 참고 기다리는 분위기였다. 이날은 평일임에도 시장 내 가성비 맛집 앞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한 순대집의 경우 순대 1㎏에 4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SNS에서 유명세를 탔고 이후 매일 식당 앞은 긴 줄이 선다고 한다. 또 다른 가성비 식당으로 알려진 통닭집 앞도 인근 상인이 조금씩 자리를 피해서 가판을 가로막지 말아 달라고 부탁할 정도로 사람이 늘어섰다. 동네 주민 남모씨(45)는 "원래 줄 서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는데 이제는 통닭 한번 먹으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시장이 원래 저렴한 가격에 자주 찾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난 이정우씨(27)도 "가격이 저렴해 일주일에 한두번은 장보러 오는 편인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특히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주말에는 사람들이 특히 더 많이 줄을 선다"고 했다. 이어 "저녁 5시가 넘으면 대체로 물건을 20~30%가량 더 저렴한 가격에 파니까 사람이 더 많다"고 전했다. 상인들도 변화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시장상인 A씨는 "유튜브로 알려진 맛집이 늘면서 시장을 찾는 젊은 사람이 많아졌다. '무슨 무슨 가게 어느 쪽이냐'며 많이 물어본다"며 "사람들이 식당에 찾아왔다가 가면서 과일도 하나씩은 사가니까 손님도 늘어난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상인은 랜드마크 맛집의 낙수효과가 제한적이며 원가가 오른 영향으로 큰 이득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2024-04-02 16: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