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배우 이선균이 48세를 일기로 29일 영면에 든다. 지난 1999년 데뷔한지 24년만이다. 이선균의 발인식은 이날 정오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비공개로 엄수된다. 이후 수원시연화장에서 화장하고 유해를 경기 광주 삼성엘리시움에 봉안할 예정이다. 이선균은 정극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영화 ‘기생충’ 이후 외국 관객도 주목한 ‘꿀성대’로 유명했다. 오랜 무명 시절을 보내고 2007년 드라마 '하얀 거탑',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잇따라 출연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0년 공효진과 함께 연기한 드라마 ‘파스타’가 성공하며 로맨틱 드라마의 대표 배우로 떠올랐다. 2018년 중장년 남성까지 사로잡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 인기에 힘입어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또 2020년에는 비영어권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으로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받으며 40대 중반에 돈과 명예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영화 ‘파주’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악질경찰’ ‘킹메이커’에서 활약했으며, 올해 ‘킬링 로맨스’와 ‘잠’을 선보였다. 이선균은 올 1월 방영된 12부작 SBS 드라마 '법쩐' 촬영 당시 회당 2억원을 받을 정도로 몸값도 치솟았다. 올해 5월에는 '잠',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2편이 칸영화제에 동시 초청돼 커리어 정점에 섰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에게 큰 충격을 줬다. 수사를 시작한 지 두달 여 만에 세상을 떴다. 생전에 3차례에 걸쳐 경찰에 출석했고 "(유흥업소 여실장이 준 게)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과 함께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족과 소속사에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개봉 예정이던 영화 ‘행복의 나라’와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마약 문제가 불거지며 개봉 일을 잡지 못한 상태로 고인의 유작이 됐다. 한편 이선균 소속사 측은 27일 고인의 비보에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인 부인 전혜진(47)과 두 아들, 두 형, 누나 등이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2-29 09:05:28[파이낸셜뉴스] 배우 이선균이 27일 세상을 떠난 가운데, 영화계 인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팬들은 이선균의 출연작 중 좋아하는 장면을 공유하며 고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마약 투약 혐의가 명확히 밝혀지기 전에 "권력기관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와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가 고인을 벼랑으로 내몰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 "이 배우, 우리가 다시 사랑하면 안될까" 이선균이 주연한 영화 ‘파주’ 포스터를 첨부한 한 영화평론가는 페이스북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박찬옥 감독의 ‘파주’”라며 “영화 포스터 문구는 이 사람...사랑해도 될까요 였다”라고 썼다. 그는 “이걸 다시 돌려주고 싶다. 이선균 이 배우 우리가 다시 사랑하면 안될까. 그를 오래, 영원히 기억하면 안될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또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를 죽인 셈”이라며 “참으로 악랄한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어제 통음했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안됐다. 불쌍하다 이선균. 그리고 모두들”이라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한 영화제작자는 “이게 어떻게 자살이냐. 타살이지”라고 분노하며 “애도는 하겠다만 수사도 해라. 범인(들)을 찾고 책임을 물어라. 그게 정의다”라며 마지막까지 “억울함을 호소했던”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내 그의 명예가 어느 정도 회복되길 바라는 심정을 전했다. 또 다른 영화 제작자도 “권력기관의 무분별한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필요하다”는 기사의 한 문구를 인용한 뒤 “그리고, 이선균씨, 부디 평안하기를. 안식을 찾기를요”라고 애도했다. 번역가 황석희는 2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한국에서 가장 큰 죄는”이라는 글씨 사진을 게재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가장 큰 죄는) 괘씸죄다. 세상이 누군가의 가식, 위선, 기만 등의 냄새를 포착하는 순간, 그 대상은 죽는 게 나 을 정도의 조롱과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수사 기관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이라는 같잖은 면죄부 뒤에 숨어 개인의 존엄을 팔아대고 언론은 그 소스를 가공해 개인의 수치를 생중계하며 비극적인 결말을 강요하듯 절벽 끝으로 몰아세운다”며 “결국 절벽 밑으로 떠밀리면 입 모아 손가락질하던 세상은 그제야 손가락을 거두고 합장하며 추모한다”며 이선균이 자신이 지은 잘못 이상의 대가를 치른 게 아닌지 안타까워했고 또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 우리사회 구성원들의 반성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 선후배 배우 등 "영원한 대장님 나의 아저씨" "죄책감과 분노가 교차" 고인과 오랜 친구로 알려진 문정희은 28일 국화 사진과 함께 "친구를 잃었다"며 애통해했다. 그는 "19살에 만나 거의 30년이 된 친구다. 어떤 모습이어도 서로 응원하며 힘이 되어줬다. 죄책감과 분노가 교차로 치민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그리고 "이제 모든 것에서 자유하길, 평안하길, 그리고 행복하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박호산은 이날 “나에겐 선균이 보단 동훈이었던 선균아, 동훈아 내 동생아, 네가 무얼 했던 난 정말 널 믿어”라고 따뜻한 한마디를 건넸다. 이어 “(장례)식장에 가봐야 하는데, 좀 무섭다”며 “어쨌든 가볼거야 오늘, 이따가 말 못하더라도 이 말 가지고 가, ‘난, 널 아는 우리 모두는, 정말로 정말로 널 믿어’”라고 강조했다. “이왕에 누웠으니 편하게,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상심 모두 지우고 날리고 편하게 자렴, 편하게 쉬렴”이라며 “따뜻했던 동생아”라고 썼다. 지난 2016년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로 인연을 맺은 가수 겸 배우 보아도 "누구보다 아낌없는 응원과 분위기 메이커까지 해주시며 챙겨주셨던 우리 대장님, 그립습니다"라며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이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홀로 고군분투 하셨을 성격이신데, 그래도 이제는 편안히 행복한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한 대장님 나의 아저씨 사랑합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애도했다. 배우 겸 작가 명로진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한 장면을 캡처해 첨부한 뒤 “저 얼굴을 보면 3년전 세상을 떠난 친구가 보이고, 오래 전 가신 아버지가 보이고, 세상의 모든 가장이 보이고, 내가 보인다”며 “당신은 영원히 ‘나의 아저씨’입니다”라며 추모했다. 앞서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는 자신의 SNS에 이선균의 명복을 빌며 "수많은 작품 중 영화 ‘기생충’에서는 칭찬받을만한 연기를 펼쳤고, ‘나의 아저씨’에서는 특출났다"며 "이선균이 그의 뛰어난 작품과 창조적인 재능과 함께 기억되길" 바랐다. 배우 수현도 당일 애도를 표하며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실수에 대해 용서 받을 자격이 있다. 모든 사람은 두 번 기회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적었다. “한국 연예계는 훌륭한 인재를 잃었다. 그의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기도를 보낸다. Rest In Peace”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밖에 영화를 함께 찍었던 성현아, 진재영, 드라마 '파스타'로 인연이 된 셰프 샘 킴 그리고 박준형 등도 고인을 애도했다. ■“참 좋은 사람” 대학 친구 증언, 팬들 이선균 연기 명장면 올리며 애도 팬들은 자신만의 영화나 드라마 속 이선균 연기 명장면을 공유하며 고인을 애도했다. 영화 ‘우리 선희’의 한 장면을 올린 한 팬은 페이스북에 “홍상수 감독의 세계관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한 가지 좋았던 점이 있다면 그를 통한 이선균의 재발견이었다”고 썼다. “선배 재학(정재영 분)과의 호프집 취중설전 컷은 오로지 이선균이라 가능했던 장면이었다. 실제로 소주를 마셔가며 찍었는데 거듭되는 NG에 만취가 된 이선균. 장면 속 대사는 고주망태가 된 이선균의 애드립이었다고 한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또 다른 팬은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선균이 송골매의 ‘아득히 먼 곳’을 부르던 장면을 올린 뒤 “(나와) 동갑내기가 타깃 수사의 희생양이 되어 세상을 먼저 떠난 건 너무 아프네. 나는 그를 많이 믿고 있었구나. 잘 가시오 당신은 정말 좋은 배우였어요”라며 추모했다. 이선균의 한국예술종합학교 동기라 밝힌 한 네티즌은 "호기심을 조금 미루고, 한 인간의 마지막에 최소한의 예의"를 당부했다. 지난 27일 1994년 한예종 입학 기념 만년필 사진을 공개한 그는 “짧게라도 글 하나 남기고 싶었던 것은 선균이가 참 착했던 애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다"라면서 "기본적인 인성이 참 좋은 친구였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남에게 피해 주는 거 싫어하고, 선배들에게 예의 있었고, 후배들은 잘 챙기려고 노력했던 아이였다"며 "인간이기에 가질 수 있는 한계는 있었을 거다. 누군들 그러지 않겠느냐"며 "비난과 시시비비에 대한 호기심은 조금 미뤄주시고 한 인간의 마지막에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주시면 남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고 썼다. ■ 고인의 빈소, 밤늦게까지 조문 행렬 이어져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가운데 이날 늦은 밤까지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28일에는 '기생충' 봉준호 감독 등이 빈소를 찾았고 아내 전혜진이 상주로 빈소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연예계에 따르면 고인의 빈소에는 영화 '킹메이커'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설경구와 고인의 유작 중 한 편인 '행복의 나라로'에 출연한 유재명, 조정석이 빈소를 찾았다. 또 영화 '끝까지 간다'의 조진웅과 'PMC: 더 벙커'에서 호흡한 하정우가 고인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정우성, 이정재, 전도연, 류준열, 임시완, 김남길, 송영규, 유연석, 김상호, 김성철, 장성규, 배성우 등 동료들도 고인의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영화계·방송가 관계자들의 조문 행렬도 이어졌다. 영화 '킬링 로맨스'의 이원석 감독을 비롯해 '화차'의 변영주 감독, '킹메이커'의 변성현 감독과 이창동 감독,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조문했다. ■ 미개봉 두편의 영화 남기고 커리어 정점서 소천 이선균은 정극부터 로맨틱 코미디까지 넓은 영역에서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영화 ‘기생충’ 이후 외국 관객도 주목한 ‘꿀성대’로 유명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의 1기 출신으로 졸업 후 한동안 백수 생활을 하다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했다. 이후 MBC 시트콤 ‘연인들’에서 이윤성의 남동생 배역으로 TV 신고식을 치렀다. 2005년 이윤정 PD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된 MBC 드라마 ‘태릉선수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이어 2007년 이 PD의 히트작 ‘커피프린스 1호점’과 김명민과 주연한 ‘하얀 거탑’이 동시에 큰 성공을 거두며 스타 배우로 발돋움했다. 2010년 공효진과 함께 연기한 드라마 ‘파스타’가 성공하며 로맨스 드라마의 대표 배우로 떠올랐다. 2018년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인기에 힘입어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았다. 또 2020년에는 비영어권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으로 제26회 미국배우조합상 영화부문 앙상블상을 받으며 40대 중반에 돈과 명예 두 마리 토끼를 다잡았다. 스크린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영화 ‘파주’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우리 선희’ ‘끝까지 간다’ ‘악질경찰’ ‘킹메이커’에서 활약했으며, 올해 ‘킬링 로맨스’와 ‘잠’을 선보였다. 이선균은 올 1월 방영된 12부작 SBS 드라마 '법쩐' 촬영 당시 회당 2억원을 받을 정도로 몸값도 치솟았다. 올해 5월에는 '잠',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2편이 칸영화제에 동시 초청돼 커리어 정점에 섰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중에게 큰 충격을 줬다. 사건의 시시비비가 명확히 발견지지 않은 채 수사를 시작한 지 두달여 만에 세상을 떴다. 생전에 3차례에 걸쳐 경찰에 출석했고 "(유흥업소 여실장이 준 게) 마약인 줄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과 함께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족과 소속사에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개봉 예정이던 영화 ‘행복의 나라’와 올해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마약 문제가 불거지며 개봉 일을 잡지 못한 상태로 고인의 유작이 됐다. 한편 이선균 소속사 측은 27일 고인의 비보에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2-28 09:3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