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공원 등산로에서 여성을 폭행하고 성폭행한 최모씨(30)가 사실상 사회적으로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관악경찰서 등에 따르면 최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자택에서 거주하고 있었으며 PC방과 자택을 오가는 게 외출의 전부였다. 그는 자택 인근 PC방 여러 곳에 가입되어 있었으며 하루에 많게는 6시간 넘게 게임을 했다. PC방 한 곳에서는 약 2년 동안 570시간 넘게 게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의 지인은 "최씨 어머니가 '아들이 집에서 안 나가서 고민이다'라는 취지로 얘기했었다"라고 조선일보를 통해 전했다. 경찰이 최씨 전화를 포렌식 해본 결과 통화 기록은 음식점 등 배달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친구로 추정되는 인물과 통화한 기록 등은 극히 드물었다. 한편 최씨는 지난 17일 신림동 공원 인근에서 너클을 낀 주먹으로 30대 초등학교 교사 A씨를 때리고 성폭행했다. A씨는 머리를 심하게 다치고 한쪽 다리가 부러진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사건 발생 이틀 만인 지난 19일 오후 사망했다. 이에 따라 서울 관악경찰서는 최씨의 혐의를 성폭력처벌법상 '강간상해'에서 '강간살인'으로 변경했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해 최씨에 대한 심리 분석을 벌이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2023-08-21 09:38:13[파이낸셜뉴스] 일본에서 15∼64세 인구 중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가 146만 명으로 추산된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일(현지시간) 일본 아사히신문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11월 실시한 조사에서 15∼39세 응답자 중 2.05%, 40∼64세 응답자 가운데 2.02%가 은둔형 외톨이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전체의 은둔형 외톨이 수를 추정했다. 조사의 응답자 수는 약 1만1300명이었다. 아사히는 조사에서 은둔형 외톨이로 파악된 사람 중 약 20%는 코로나19를 원인으로 지목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방에서 거의 나가지 않는다', '방에서는 나가지만, 집에서는 나가지 않는다', '근처에 있는 편의점 등에는 외출한다', '취미와 관련된 일이 있을 때만 외출한다' 등의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된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로 분류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청년층과 중장년층을 구별해 은둔형 외톨이 실태를 조사해 왔지만 15∼64세를 동시에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3-04-02 08:20:47【파이낸셜뉴스 무안=황태종 기자】전남도사회서비스원이 반려로봇 '효돌이' 실증사업을 보급단계로 확대해 어르신 돌봄 서비스를 강화한다. 15일 전남도사회서비스원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성장동력 실증 기획 지원 사업' 수요기관으로 참여해 전남노인맞춤돌봄광역지원기관을 통해 추진해온 반려로봇 '효돌이' 실증사업을 보급 단계로 확대키로 했다. '효돌이'는 남자와 여자 어린이의 모습을 갖춘 인형 타입, 스마트패드 타입, 두 가지 타입이 통합된 통합형 모델까지 총 3종으로 보급된다. 단계별로 솔루션 실증을 통한 데이터 및 결과물이 다음 단계의 고도화에 반영되도록 진행된다. 1단계 기본형은 어린아이 모습의 인형로봇으로 어르신에게 매일 두 번씩 기분을 물어보고 대답을 녹음해 텍스트로 변환 후 인공지능 분석 그래프 형태로 모니터링하게 된다. 기상, 취침, 식사, 약 복용 등 일과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어 규칙적인 생활에도 도움을 주고, 주기적으로 말을 걸어 외로움을 덜어준다. 2단계 패드형 로봇은 큰 화면과 편리한 메뉴 제공으로 어르신의 정보화기기 사용 불안감을 해소해 준다. 맞춤형 교육 및 돌봄 솔루션을 제공한다. 학습지 활용으로 인지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며, 유튜브 시청이 가능해 무료함을 달래준다. 3단계 통합형 로봇은 어르신 맞춤 대화 챗봇이 탑재돼 쌍방향 대화가 가능하다. 카메라가 연동돼 대화 중에 어르신의 행동 및 감정을 인식하고, 분석해 적정 코치를 지원한다. '효돌이'는 앱을 통해 일상관리, 응급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고, 어르신의 보호자와 생활지원사 등 스마트폰에 연계해 어르신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인체 감지센서가 내장돼 특정 시간 동안 사용자의 움직임이 파악되지 않으면 안부 확인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호자에게 알려주고, 약 복용 여부 및 식사 확인 역시 간편하게 파악할 수 있다. 현재 추진하는 실증사업은 맞춤형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 중 고독사 및 자살 위험이 높은 만 65세 이상 우울·은둔형 노인 260명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반려로봇을 이용 중인 한 어르신은 "트로트를 틀어달라고 하면 틀어주고, 말벗이 되어 외로움을 달래준다"면서 "이제는 친손주같아 잠깐 외출하는 동안에도 잘 있을지 걱정이 된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실제로 기본형의 경우 3개월 사용 효과성을 평가한 결과 우울·자살·고립감 척도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고, 인지기능 호전이 관찰됐다. 전남도사회서비스원은 반려로봇 실증단계에서 이같은 효과성이 입증됨에 따라 올해 반려로봇 보급을 확대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우선 도내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 5만 9549명 중 1360명을 선정해 제공하고, 더 많은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반려로봇을 통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강성휘 전남도사회서비스원장은 "초고령화, 고령 1인 가구, 고독사 증가 등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신기술을 활용한 반려로봇 보급 확대로 외로운 어르신의 생활안전과 정서 건강을 지속적으로 돌봐 어르신이 행복한 전남을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3-01-15 10:55:57[파이낸셜뉴스] "나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있다고 느낀다", "세상에 홀로 있는 듯한 외로움을 느꼈다"는 청년이 10명 중 1명으로 나타났다.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집에서 주로 머문다는 청년은 20명 중 1명이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21년 만18~34세까지 전국 청년 204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년의 사회적 고립 실태 및 지원 방안 연구'의 주요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고립 청년을 '사회적 연결망 및 관계가 거의 단절되어 있거나 스스로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는 19세~34세의 사람'으로 정의했다. 이 연구는 그동안 니트(NEET) 청년, 은둔형 외톨이 등으로 연구되어 왔던 사회에서 고립된 청년들을 종합하여 연구한 특징이 있다. 사회적 고립은 아동청소년기부터 학교폭력, 가정폭력, 학업중단 등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있고, 청년기에는 취업곤란과 장기간 취업준비 등에 의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아동(보건복지부), 청소년(여성가족부), 청년(국무조정실)을 담당하는 부처가 모두 달라 사회적 안전망은 분절되고 파편화돼 있었다. 중앙정부의 청년정책에는 사회적 고립을 직접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는 정책이 부재하고, 일부 지자체와 민간영역에서만 사회적 고립 청년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마저도 가장 장기적이고 심각한 상태에 있는 청년들에 대한 사후적 지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있었다. 고립상태의 청년들은 여러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립상태의 청년들은 다른 청년들에 비해 우울과 자살생각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지만,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해 어려움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이들은 어려울 때 지원을 받을 사람들이 부족하고, 정보를 전해줄 자원도 부족하며, 고민을 나누지도 못하는 상태에 있었다. 고립은 그 자체로 청년들의 삶의 질을 낮추는 심각한 문제이고, 장기적으로 청년 개인과 가족에게 큰 어려움을 주므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민상 연구위원은 "고립청년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나 가장 심각하고 장기화된 고립상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며 "사회적 고립은 하나의 과정이자 상태이므로 문제가 악화된 맨 마지막에 개입하는 것은 사후적 대처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기자
2022-03-21 08:54:39'권력을 손에 넣고 싶다'라는, 어쩌면 가장 세속적인 목적으로 행정고시를 시작했다. 김신씨(32·가명)는 서울 유명 사립대 법학과에서 8년간 고시생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군대까지 미룰 정도로 열정적이었지만 번번이 합격 문턱에서 좌절했다. 그럼에도 김씨는 절망하지 않았다. 좋은 학벌과 적당한 학점으로 갈 수 있는 회사가 많았다. 그러나 지난해 작은 희망조차 사라졌다. 갑자기 닥쳐온 코로나19로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김씨는 "2년간 면접장에 딱 한 번 가봤다"며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1990년생, 32살 김씨가 찾아간 곳은 대구 본가다. 그는 방문을 나서지 않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드나들고 있을 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청년들의 취업 한파가 거세지자 방문으로 들어간 은둔형 외톨이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이후 집계된 통계가 없어 그 숫자를 헤아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의 형태가 다양한 만큼 단순 취업과 일자리 문제로 해석하고 정책 대안을 마련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은둔형 외톨이 3년 사이에 26.4% 늘어 16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분석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27만8000명이다. 이들 중 미취업기간에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낸 청년은 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0월 청년 실업률은 5.6%로 전체 실업률 2.8%에 비해 2배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구직단념자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사실상의 체감 실업자를 포함한 청년 확장실업률은 20.3%에 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청년들의 고통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청년들이 겪는 경제적 고통이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청년층(15~29세)의 경제고통지수가 2015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연령별 체감경제고통지수는 청년층(15∼29세)이 27.2로 가장 높았고 이어 60대 18.8, 50대 14.0, 30대 13.6, 40대 11.5 등의 순이었다. 원인은 고용 한파였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올해 상반기 25.4%로 30대(11.7%)의 2.2배, 40대(9.8%)의 2.6배였다. 실제 청년들의 은둔 이유 다수는 취업 문제였다.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실패(27.8%)였다. 다음으로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26.6%), 대인관계(17.3%), 학업 중단이나 진학 실패(13.5%), 실직(10.1%)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또래와의 격차는 청년들을 숨어들게 만들었다. 서울의 한 대학 경영학과에 다녔던 이진우씨(30·가명)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취업 스터디에 열심히 참석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이씨가 취업에 연이어 실패하자 그는 자취방에서 나오질 않고 있다. 이씨는 "주변 친구들이 잘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명치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며 "남들과 비교가 되다 보니 부모님이나 친구를 만날 용기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실제 일부 조사에서 코로나19 이후 청년층을 중심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평소 외출 정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3.4%가 외출이 뜸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이 응답률을 근거로 국내 은둔형 외톨이 청년 규모를 지난해 기준 37만4156명가량으로 추산했다. 2017년 진행한 같은 연구에서 추산한 당시 29만5934명과 비교하면 불과 3년 사이 26.4%(7만8222명)나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은둔형 외톨이, 니트족과 구분해야" 실제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의 움직임은 지자체의 예상 수준을 넘어섰다. 지난 8월 서울시가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사회진출이 힘든 고립·은둔 청년 심리지원 사업 신청을 받은 결과, 9일까지 고립 청년 404명, 은둔 청년 109명이 프로그램에 신청했다. 서울시는 당초 모집인원을 고립 청년 150명, 은둔 청년 50명으로 정했으나 2배가 넘는 인원이 몰린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위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와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트족의 경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그러나 은둔형 외톨이는 '관계 맺기'에 어려운 경우가 많다. 광주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 52.7%가 가족에게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밝혔으며, 60.8%의 외톨이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절반 이상은 은둔생활 중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혜원 호서대학교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PIE나다운청년들 이사장)는 "은둔형 외톨이를 단순히 니트족으로 바라보면 취업 알선 등의 정책으로 매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심리적 건강을 회복시켜주는 접근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취업 문제로만 귀결될 경우 단순히 청년 문제로만 끝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둔형외톨이지원연대가 지난 2019년 국내 은둔형 외톨이 16개 지원기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는 19~39세 연령대가 가장 많다. 그러나 은둔 기간이 5년 이상 되는 외톨이들이 20.2%에 달해 '중년' 외톨이가 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해당 문제를 깨닫고 2018년부터 장년 히키코모리를 추적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따르면 40~64세의 히키코모리가 전국에서 61만3000명으로 추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는 청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며 "다만 청년층 때 겪은 취업 실패, 왕따 문제 등으로 은둔생활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아 이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도우 이환주 기자
2021-11-16 17:35:32"말하는 방법을 잊은 적이 있어요. 분명 이런저런 이유로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됐는데 말이죠. 그림을 보며 사람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인근 한 미술관에서 열린 '무서운 빛, 따스한 어둠' 전시회에서 홍경석씨(가명)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는 외톨이들이 남긴 표기(表記)가 걸려 있었다. '차별' '인간실격' '무시' '남들에게 맞서지 못하는 성격' '무관심' 등 그들이 살아온 인생의 키워드가 적혀 있었다. 은둔형 외톨이가 어떻게 숨게 됐고, 이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전국 단위의 분석은 전무한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가 조사한 자료에 이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나마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대다수 은둔형 외톨이들은 취업 실패와 우울증,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방문을 걸어잠갔다. ■취업 실패, 우울증, 대인관계 어려움 호소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신수정 광주시의원은 2019년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해당 조례의 통과로 한국식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의가 이뤄졌고,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조례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행동적 특징으로 정의된다. 우선 3개월 이상 집이나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다. 학업, 사회 참여의 동기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친구가 없거나 한 명뿐이다. 집에서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은둔 상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지적장애나 정신장애를 이유로 은둔생활을 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실태조사 결과 은둔형 외톨이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실패(27.8%)였다. 다음으로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26.6%), 대인관계(17.3%), 학업 중단이나 진학 실패(13.5%), 실직(10.1%)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은둔생활 중인 응답자는 취업 실패(29.7%)를 주로 언급했지만 과거 은둔생활을 했던 대상자들은 우울증(27.4%)을 가장 높은 비중으로 언급했다. 해당 대목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절벽'이 은둔형 외톨이를 더욱더 양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유명 사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년째 대구 집에서 칩거 중인 김신씨(가명)는 "연이은 행정고시 실패로 남들과 뒤처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며 "부모님께 '취업준비를 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방문에서 나오지 않은 지 꽤 됐다"고 토로했다. 실태조사에서는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전조 △갈등 △은둔 △회복 등 총 4가지로 구분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앞서 언급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다 신체나 정신적 증상을 나타내는 전조 증상을 보인다. 이후 가족과 의사소통이 멀어지며 갈등 단계에 이른다. 이후 외톨이는 가족구성원과도 멀어지게 돼 잠수한다.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송경준씨 역시 중학교 1학년 때 겪었던 왕따 문제로 공황장애가 생겨 외톨이가 됐다. 은둔형 외톨이에게는 대화가 절실했다. 은둔형 외톨이 52.7%는 가족에게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는 만큼 친구도 없었다. 60.8%의 외톨이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고, 절반 이상은 은둔생활 중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사업인 청년 체인지업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는 남기웅 청년재단 매니저는 "청년들과 처음 마주할 때 이들이 봉착한 문제는 바로 '대화'였다"며 "오랜 시간을 두고 대화를 거친 후에야 외톨이들이 자신들의 속마음을 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 실태조사 전무한 은둔형 외톨이 지자체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찾아낸 것 자체만으로도 험난한 과정이었다. 광주시와 실태조사에 참여한 폴인사이트는 방법론을 찾아내는 데만 수개월이 걸릴 정도였다. 임형문 폴인사이트 대표는 "광주시나 우리 입장에서도 모험적인 과업이었다"며 "광주시 내 구청 사회복지사들이 만난 명단 100여명을 확보했는데 막상 독거노인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정상적인 면담방법으로는 이들과 만날 수 없어 관리비 영수증에 관련 QR코드를 배포했다"며 "아파트 2만가구에 관리비 영수증을 보내는 등 349명의 은둔형 외톨이를 찾아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해당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지원 산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는 은둔형 외톨이 사전 욕구조사(정보 제공 및 서비스 참여 의사 파악 등), 소통·정보교환 등 심리안정 지원을 위한 '부모 자조 모임', 방문상담 및 개별 지원 프로그램, 공공·유관기관 및 지역 네트워크 활용 등을 통한 협력체계 구축 등의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광주시는 올해 은둔형 외톨이 5개년(2022~2026)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내년부터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다만 실태조사와 정책은 전국 단위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간접적으로 이들에 대해 추론할 뿐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27만8000명이었다. 이들 중 미취업기간에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낸 청년은 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평소 외출 정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3.4%가 외출이 뜸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미취업자 등의 여부로 은둔형 외톨이를 정의할 경우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기웅 청년재단 매니저는 "니트족(청년무직자)이나 미취업자를 은둔형 외톨이로 여길 경우 일자리 정책이 만능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심층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도우 이환주 기자
2021-11-14 17:26:28[파이낸셜뉴스] "말하는 방법을 잊은 적이 있어요. 분명 이런 저런 이유로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됐는데 말이죠. 그림을 보며 사람들이 우리를 이해할 수 있고, 우리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종로구 인근 한 미술관에서 열린 '무서운 빛, 따스한 어둠' 전시회에서 홍경석씨(가명)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장 입구에는 외톨이들이 남긴 표기(表記)가 걸려있었다. '차별' '인간실격' '무시' '남들에게 맞서지 못하는 성격' '무관심' 등 그들이 살아온 인생의 키워드가 적혀있었다. 은둔형 외톨이가 어떻게 숨게 됐고, 이들이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지에 대한 전국 단위의 분석은 전무한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가 조사한 자료에 이들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나마 추론할 수 있을 뿐이다. 대다수 은둔형 외톨이들은 취업 실패와 우울증, 대인관계의 어려움으로 방문을 걸어 잠궜다. ■취업 실패, 우울증, 대인관계 어려움 호소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신수정 광주시의원은 2019년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해당 조례의 통과로 한국식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의가 이뤄졌고,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조례에 따르면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적, 행동적 특징으로 정의된다. 우선 3개월 이상 집이나 자신의 방에서틀어박혀있다. 학업, 사회 참여의 동기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친구가 없거나 한 명 뿐이다. 집에에서도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은둔 상태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특징이다. 아울러 지적장애나 정신장애를 이유로 은둔 생활을 하는 경우는 제외된다. 실태조사 결과 은둔형 외톨이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취업 실패(27.8%)였다. 다음으로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26.6%), 대인관계(17.3%), 학업 중단이나 진학 실패(13.5%), 실직(10.1%) 순으로 나타났다. 현재 은둔 생활 중인 응답자는 취업 실패(29.7%)를 주로 언급했지만, 과거 은둔 생활을 했던 대상자들은 우울증(27.4%)을 가장 높은 비중으로 언급했다. 해당 대목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절벽'이 은둔형 외톨이를 더욱 더 양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유명 사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2년째 대구 집에서 칩거중인 김신씨(가명)는 "연이은 행정고시 실패로 남들과 뒤쳐지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며 "부모님께 '취업 준비를 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방문에서 나오지 않은 지 꽤 됐다"고 토로했다. 실태조사에서는 은둔형 외톨이가 됐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전조 △갈등 △은둔 △회복 등 총 4가지로 구분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앞서 언급된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다 신체나 정신적 증상을 나타내는 전조 증상을 보인다. 이후 가족과 의사소통이 멀어지며 갈등 단계에 이른다. 이후 외톨이는 가족 구성원과도 멀어지게 돼 잠수한다. 파이낸셜뉴스가 만난 송경준씨 역시 중학교 1학년때 겪었던 왕따 문제로 공황장애가 생겨 외톨이로 전락했다. 은둔형 외톨이에게는 대화가 절실했다. 은둔형 외톨이 52.7%는 가족에게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족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없는 만큼 친구도 없었다. 60.8%의 외톨이들은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고, 절반 이상은 은둔 생활 중 외로움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은둔형 외톨이 지원사업인 청년 체인지업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는 남기웅 청년재단 매니저는 "청년들과 처음 마주할때 이들이 봉착한 문제는 바로 '대화'였다"며 "오랜 시간을 두고 대화를 거친후에야 외톨이들이 자신들의 속 마음을 꺼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국 실태조사 전무한 은둔형 외톨이 지자체에서 은둔형 외톨이를 찾아낸 것 자체만으로도 험난한 과정이었다. 광주시와 실태조사에 참여한 폴인사이트는 방법론을 찾아내는데만 수개월이 걸릴 정도였다. 임형문 폴인사이트 대표는 "광주시나 우리 입장에서도 모험적인 과업이었다"며 "광주시 내 구청 사회복지사들이 만난 명단 100여명을 확보했는데 막상 독거 노인이 대다수였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정상적인 면담 방법으로는 이들과 만날 수 없어 관리비 영수증에 관련 QR코드를 배포했다"며 "아파트 2만 가구에 관리비 영수증을 보내는 등 349명의 은둔형 외톨이를 찾아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해당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지원 산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는 은둔형 외톨이 사전 욕구조사(정보제공 및 서비스 참여 의사 파악 등), 소통·정보교환 등 심리안정 지원을 위한 ‘부모 자조 모임’, 방문 상담 및 개별 지원 프로그램, 공공·유관기관 및 지역 네트워크 활용 등을 통한 협력체계 구축 등의 사업을 펼쳐 나갈 예정이다. 광주시는 올해 은둔형 외톨이 5개년(2022~2026) 기본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내년부터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다만 실태조사와 정책은 전국 단위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간접적으로 이들에 대해 추론할 뿐이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으로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27만8000명이었다. 이들 중 미취업 기간에 집 등에서 그냥 시간을 보낸 청년은 9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평소 외출 정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3.4%가 외출이 뜸한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미취업자 등의 여부로 은둔형 외톨이를 정의할 경우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기웅 청년재단 매니저는 "니트족(청년무직자)이나 미취업자를 은둔형 외톨이로 여길 경우 일자리 정책이 만능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심층적인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이환주 기자
2021-11-12 16:33:25그들은 어디에도 없다. 외톨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는 모른다.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이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다. 2005년 정부는 은둔형 외톨이를 30만명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등 경제 악화로 은둔 현상은 더 심화됐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배제되며 외톨이들은 방문을 걸어 잠갔다. 아직 법의 테두리에선 그들을 무어라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이거 왜 취재하는 거예요?" 몇몇은 언론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잔혹한 가족범죄를 '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범죄로 일반화한 기사들이 많았다. '부모와 싸운 뒤 화해하는 장면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달라'고 요구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계속 사라지는 우리 주변의 외톨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6월부터 취재한 결과를 총 14화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숫자는 약 40만명으로 추산되지만 제도적인 지원과 관리의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통계가 없으니 대책 마련도 없다.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법적 정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보다 앞서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사회문제가 된 일본의 경우 2019년 기준 40~64세의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만 61만명으로 조사됐다. 제도적인 지원과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도 은둔형 외톨이 '100만명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내각부가 5년 단위로 발표하는 '청년 생활에 관한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10년 70만명에 이르렀던 15~39세 청년 은둔형 외톨이는 정부 차원의 대응 이후 54만명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19년 내각부가 40~64세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숫자를 다시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 숫자만 총 61만명으로 청년 은둔형 외톨이 숫자(54만명)를 넘었기 때문이다. 일본 전역의 은둔형 외톨이 숫자는 현재 최소 100만명을 넘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부의 공식 통계가 없는 상황이다. 201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잠재적 위험군을 포함해 약 21만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청소년상담원 등 민간 기관은 30만~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17년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은둔형 외톨이가 10만명부터 100만명까지 거론되고 있다"며 "은둔형 외톨이를 독립된 질병으로 분류할 것인지 다른 정실질환의 증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개인의 병이 아닌 사회현상으로 볼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청년 한 명이 만 25세부터 65세까지 납세를 하지 않고 사회보장을 받을 경우 1인당 1억5000만엔(약 15억80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한국청소년정책 연구원이 추산한 국내 은둔형 외톨이 숫자 37만명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사회적 비용을 추산하면 약 585조원에 달한다. 난, 살기 위해 나를 가뒀다 [숨어버린 사람들 1 통계조차 못내는 '은둔형 외톨이'] 통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 우울증에, 입시 억압에, 친구 괴롭힘에 힘들 땐 벽장 속에 숨어 몇 시간씩 보내 작년 청년 37만4156명이 '히키코모리' 아이도, 부모도 함께 쓰러져 간다 아이는 도망치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고 부모는 다른 친척, 가족에 말도 못하고 정부·지자체 법제화는 수년간 매번 실패 "저는 도망쳐도 진 게 아니라 살아 남은 거라고 생각해요. 방 속에 틀어박히거나, 학교를 자퇴해도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으니까. 도망치지 않았으면 사는 것도 어려웠을 거예요." 지난 6월 23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올해 스무살인 윤진주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에 실명을 써도 괜찮은지 묻자 "혼자 있는 동안 깨달았는데 제가 괜찮아지면 제 상황을 많이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모르면 아무것도 안 변하니까"라고 말했다. 윤씨는 17세부터 19세까지 방 속에 틀어박히는 은둔 생활을 3차례나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울증을 진단받고, 힘들 땐 벽장 속에 숨어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입시를 강요하는 억압적인 분위기, 반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2학년 때 자퇴를 했다. 윤씨가 자퇴하고 몇 달이 지나도록 친구들은 그 사실조차 몰랐다. 윤씨는 정신과 치료, 상담센터, 대안학교(해밀학교)를 다니며 천천히 회복했다. "엄마·아빠가 있으면 방을 못 나왔어요. 그때는 엄마·아빠가 거실에 남긴 흔적조차 무서웠어요. 다른 사람이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고 뒷말을 하는 것 같아 모두가 역겨웠어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유리를 긁는 듯한 환청으로 들리고, 창문을 보면 뛰어내릴까, 날카로운 걸 보면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인터뷰를 하고 4개월여 지난 11월 2일. 윤씨는 "직업학교를 다니며 컴퓨터 그래픽스, 웹디자인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파이낸셜뉴스에 전해왔다. ■통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만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평소 외출 정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3.4%(112명)가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국내 은둔청년 규모를 지난해 기준 37만4156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청년 1100만4611명 가운데 3.4% 정도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2018년 건강보험공단은 잠재적 위험군을 포함해 약 21만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차원에서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도, 개념도,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앞서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일본의 경우 '취학, 취직을 하지 않고 친구 및 동료들과의 교류 등 사회적 참여를 전혀 하지 않고 집에서 6개월 이상 단절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정의하고 있다. ■아이도 부모도 함께 쓰러져 간다 은둔형 외톨이가 자신들의 소우주로 숨어들어가는 동안 가족의 고통도 커진다. 지난 6월 서울 홍대인근, 은둔형 외톨이 부모 모임에서 만난 10여명의 부모들은 "아이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친척, 가족들에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씨의 자녀는 성적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본인을 '인간 말종'이라 여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최씨는 "아이가 성적이 떨어진 뒤로 방문을 나오지 않은 지 4개월이 지났다"며 "지난해까지는 가족끼리 대화도 많았는데, 올해부터 대화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아이가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4년째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요새는 '노동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학원을 다니지도 않고 주식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부모 모임을 만든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장은 "부모 모임에 용기를 내서 찾아온 사람들이지만 자신들을 여전히 부끄러운 부모로 생각해 자꾸 숨고 피하려 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법제화의 길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정부·지자체 차원의 법제화 움직임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김미경 전 서울시의원(현 은평구청장)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를 지난 2017년 후반에 발의했으나 회기 만료로 자동부결됐다. 2018년에는 권미혁 전 의원이 국회 차원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한 '청소년복지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했다. 2019년 10월에는 윤일규 전 의원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국회 회기 종료로 모두 폐기됐다.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를 정의할 때 '청소년'으로 한정해 정의하면 중장년층이 소외될 수 있다"며 "또 은둔 생활의 결과 중 하나인 '정신질환'만을 은둔형 외톨이로 정의할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사회적 담론 수준에서 제도적 영역으로 처음 성공한 사례는 광주광역시다. 신수정 광주시의원은 2019년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한국식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의가 이뤄졌고,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광주시는 2만여가구를 표본 조사한 결과 총 349명의 은둔형 외톨이를 찾아냈다. 광주시에 이어 부산시와 제주시도 올해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에서도 이르면 올해 말 은둔형 청년 지원조례가 제정될 전망이다. 문 밖에 안나오는 친구들, 그들의 자립을 원한다면 가정방문상담 제도화해야 [숨어버린 사람들 1 통계조차 못내는 '은둔형 외톨이'] [인터뷰] 은둔형 외톨이 공론화 주역 오상빈 광주 청소년상담센터장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가정방문 상담'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어요. 기본적으로 문 밖을 나오지 않는 친구들인데, 이들에게 먼저 찾아가 문 밖에 나올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오상빈 광주광역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사진)은 "은둔형 외톨이의 자립이라는 최종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가정방문 상담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들은 가장 가까운 부모와도 대화가 단절된 채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 부모의 무관심 등 여러 요인으로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이들에게 전문 상담가가 여러 차례 다가서야 한다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상담 전문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7년부터 찾아가는 청소년 상담을 진행했다. 청소년 상담을 진행하던 중 은둔형 청소년·청년들에 관심이 생겨 현재까지 100회 이상 은둔형 외톨이 가정방문 상담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 2018년 광주시 의원이던 신수정 의원을 찾아가 은둔형 외톨이 논문과 자료 등을 전달하며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이후 광주시는 전국 지자체 최초로 2019년 10월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고 다음해에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오 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 개념 정의→관련 법 제정→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정부, 지자체, 민간의 맞춤형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은둔형 외톨이 대책 마련에 정부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은둔형 외톨이 연관사업의 경우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등에 흩어져 있는데 이를 통일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예산을 쓸 경우 지자체마다 자금 여력이 달라 중앙 정부에서 예산을 내려보내는 일관된 시스템도 필요하다. 오 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들은 장애와 비장애, 상담과 복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데 단일한 기준을 적용하면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은둔형 외톨이를 '청년'으로 규정할 경우 40~50대 중장년 은둔형 외톨이는 빠지게 되고, 단순히 '정신병'으로 취급하면 많은 사람이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국회에서의 법률 제도적 정비와 함께 당사자와 부모, 민간 지원·활동단체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당사자 모임, 부모 모임, K2와 같은 민간 센터 등 삼각구도로 잘 운영이 돼야 한다"며 "언론 역시 은둔형 외톨이의 사례를 과장하거나 범죄자 등으로 일반화하는 관행은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wlee@fnnews.com 이환주 이진혁 기자
2021-11-10 11:43:17그들은 어디에도 없다. 외톨이들은 각자의 사연을 지니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는 모른다.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이들에 대한 문제의식도 갖지 못한다. 2005년 정부는 은둔형 외톨이를 30만명으로 추산했다. 코로나19 등 경제 악화로 은둔 현상은 더 심화됐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하고, 다니던 직장에서도 배제되며 외톨이들은 방문을 걸어 잠갔다. 아직 법의 테두리에선 그들을 무어라 정의 내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실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이거 왜 취재하는 거예요?" 몇몇은 언론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잔혹한 가족범죄를 '은둔형 외톨이'에 의한 범죄로 일반화한 기사들이 많았다. '부모와 싸운 뒤 화해하는 장면을 카메라 앞에서 보여달라'고 요구받은 적도 있다고 했다. 파이낸셜뉴스는 계속 사라지는 우리 주변의 외톨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 6월부터 취재한 결과를 총 14화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저는 도망쳐도 진 게 아니라 살아 남은 거라고 생각해요. 방 속에 틀어박히거나, 학교를 자퇴해도 세상이 무너지지는 않으니까. 도망치지 않았으면 사는 것도 어려웠을 거예요." 지난 6월 23일 광주광역시 금남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올해 스무살인 윤진주씨는 인터뷰를 마치고 기사에 실명을 써도 괜찮은지 묻자 "혼자 있는 동안 깨달았는데 제가 괜찮아지면 제 상황을 많이 알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모르면 아무것도 안 변하니까"라고 말했다. 윤씨는 17세부터 19세까지 방 속에 틀어박히는 은둔 생활을 3차례나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우울증을 진단받고, 힘들 땐 벽장 속에 숨어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입시를 강요하는 억압적인 분위기, 반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2학년 때 자퇴를 했다. 윤씨가 자퇴하고 몇 달이 지나도록 친구들은 그 사실조차 몰랐다. 윤씨는 정신과 치료, 상담센터, 대안학교(해밀학교)를 다니며 천천히 회복했다. "엄마·아빠가 있으면 방을 못 나왔어요. 그때는 엄마·아빠가 거실에 남긴 흔적조차 무서웠어요. 다른 사람이 나를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고 뒷말을 하는 것 같아 모두가 역겨웠어요. 선생님의 목소리가 유리를 긁는 듯한 환청으로 들리고, 창문을 보면 뛰어내릴까, 날카로운 걸 보면 죽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인터뷰를 하고 4개월여 지난 11월 2일. 윤씨는 "직업학교를 다니며 컴퓨터 그래픽스, 웹디자인기능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파이낸셜뉴스에 전해왔다. ■통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 청년 사회·경제실태 및 정책방안 연구'에 따르면 만 18~34세 청년 3520명을 대상으로 평소 외출 정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 중 3.4%(112명)가 '집에 있지만 인근 편의점 등에 외출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국내 은둔청년 규모를 지난해 기준 37만4156명가량으로 추산했다. 청년 1100만4611명 가운데 3.4% 정도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2018년 건강보험공단은 잠재적 위험군을 포함해 약 21만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 차원에서의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공식적인 통계도, 개념도,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앞서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부각된 일본의 경우 '취학, 취직을 하지 않고 친구 및 동료들과의 교류 등 사회적 참여를 전혀 하지 않고 집에서 6개월 이상 단절된 생활을 하는 사람'을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로 정의하고 있다. ■아이도 부모도 함께 쓰러져 간다 은둔형 외톨이가 자신들의 소우주로 숨어들어가는 동안 가족의 고통도 커진다. 지난 6월 서울 홍대인근, 은둔형 외톨이 부모 모임에서 만난 10여명의 부모들은 "아이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다른 친척, 가족들에도 이야기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최모씨의 자녀는 성적이 우수한데도 불구하고 본인을 '인간 말종'이라 여기고 방으로 들어갔다. 최씨는 "아이가 성적이 떨어진 뒤로 방문을 나오지 않은 지 4개월이 지났다"며 "지난해까지는 가족끼리 대화도 많았는데, 올해부터 대화도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아이가 공무원 시험을 본다고 4년째 방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며 "요새는 '노동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학원을 다니지도 않고 주식에 빠져있다"고 말했다. 부모 모임을 만든 주상희 한국은둔형외톨이부모협회장은 "부모 모임에 용기를 내서 찾아온 사람들이지만 자신들을 여전히 부끄러운 부모로 생각해 자꾸 숨고 피하려 하는 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쉽지 않은 법제화의 길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정부·지자체 차원의 법제화 움직임은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있었지만 매번 실패했다. 김미경 전 서울시의원(현 은평구청장)은 은둔형 외톨이 지원조례를 지난 2017년 후반에 발의했으나 회기 만료로 자동부결됐다. 2018년에는 권미혁 전 의원이 국회 차원에서 은둔형 외톨이 지원을 위한 '청소년복지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 했다. 2019년 10월에는 윤일규 전 의원이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국회 회기 종료로 모두 폐기됐다. 오상빈 광주시 동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장은 "은둔형 외톨이를 정의할 때 '청소년'으로 한정해 정의하면 중장년층이 소외될 수 있다"며 "또 은둔 생활의 결과 중 하나인 '정신질환'만을 은둔형 외톨이로 정의할 경우 사각지대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사회적 담론 수준에서 제도적 영역으로 처음 성공한 사례는 광주광역시다. 신수정 광주시의원은 2019년 10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한국식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정의가 이뤄졌고, 지자체 차원에서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광주시는 2만여가구를 표본 조사한 결과 총 349명의 은둔형 외톨이를 찾아냈다. 광주시에 이어 부산시와 제주시도 올해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에서도 이르면 올해 말 은둔형 청년 지원조례가 제정될 전망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김도우 이환주 기자
2021-11-07 18:15:07【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지역 '은둔형 외톨이'는 남성이 여성보다 배 가까이 많고, 10명 중 7명은 20대와 30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광주광역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해 26일 발표한 지역 '은둔형 외톨이' 실태조사 결과다. '은둔형 외톨이'는 '일정기간 이상을 자신만의 한정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된 상태로 생활해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현저히 곤란한 사람'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지난 1990년대부터 사회문제로 급부상하면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연구가 거의 없었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 10월 전국 최초로 제정된 '광주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조례'에 근거해 이번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지역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10만 세대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로 진행됐으며, 응답자 1095명 중 유효표본 349명(당사자 237명, 가족 112명)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에 참여한 '은둔형 외톨이' 349명의 인구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남성 226명(64.8%), 여성 123명(35.2%) △연령대별로는 20대(155명, 44.4%)와 30대(93명, 26.6%)가 많았고 △최종학력은 대졸 이상이 145명(41.5%) △3~4명의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56.2%(195명)로 가장 많았다. 외톨이 당사자(237명)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면 △50.6%가 주로 집안에서 생활하지만 가끔 근처 편의점 등에 외출을 했고, 은둔생활 기간은 △6개월 이상 1년 미만이 31.2% △1년 이상 3년 미만이 24.9%로 가장 많았다. 은둔생활의 주된 계기는 △취업 실패(27.8%)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26.6%) 등이 많았고 평상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중복 답변)은 △스마트폰 사용(53.2%) △PC·인터넷게임(50.2%) △잠자기(41.8%) 순이었다. 또 △평소 속마음을 털어놓을 대화상대가 전혀 없다는 응답이 60.8%를 차지했고 △42.9%는 가족과 대화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아울러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95.8% △PC나 휴대전화가 없으면 잠시도 진정할 수가 없다는 응답은 78.5%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서투르다는 응답은 93.2%였다. 은둔형 외톨이의 가족(112명)에 대한 조사결과에서는 △은둔생활 당사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응답이 83.9% △언제까지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라는 응답이 86.6% △은둔생활 당사자의 생계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힘들다는 답변도 57.1%였다. 또 △은둔형 외톨이 가족의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해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25.9%였고, 가장 많이 노력한 부분은 △취업 및 직업훈련을 권유 44.1% △대화를 하며 믿고 격려해줬다 36% 등이었으며,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원은 △상담 등 심리적 지원(34.8%) △경제적 지원(18.8%) △진단 및 치료 지원(15.2%) △취업 지원(9.8%) 순이었다. 광주시는 심층면접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22명(당사자 11명, 가족 11명)에 대해 심리학 전공자 4명의 자택 방문을 통해 평균 70분간 개별 면접도 진행했다. 면접 결과 전반적으로 자존감이 부족하고, 대인관계에서 갈등·따돌림 등을 경험한 사례가 많았으며, 사회 재진입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으나 동시에 대인관계에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어서 사회복귀가 어려워지는 상황 등 다양한 분석결과가 나왔다. 광주시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사회적응을 촉진하기 위한 시책을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박향 시 복지건강국장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실태조사여서 대상자 발굴이나 설문지 작성 등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조사결과에 따른 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해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에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1-01-26 15: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