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장의 임기가 올해 말 만료되는 가운데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에 은행권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올해 실적이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이라는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는 만큼 실적보다는 횡령·부당대출·배임 등 은행권의 내부통제 문제와 지배구조가 은행장의 연임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상최대 실적 속 연임 가능성은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연말 동시에 종료되면서 내달부터 각 금융지주에서 후임 인선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각 금융지주는 은행장 선임을 위한 계열사 대표추천위원회 혹은 자회사 대표추천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최종 은행장 후보를 추천한다. 은행장 후보는 롱리스트, 숏리스트 과정을 거친다. 최대 관심은 현 은행장들의 연임 여부다. 당장 눈으로 보이는 올 상반기 실적은 5대 은행 모두 나쁘지 않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 2조535억원 △하나은행 1조7509억원 △우리은행 1조6735억원 △KB국민은행 1조5059억원 △NH농협은행 1조2667억원 순이었다. H지수 기반 ELS 관련 충당부채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하면 5대 은행 모두 양호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이에 은행장들의 연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는 관측이다. 실적과 금융사고 관리를 모두 양호하게 관리한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첫 외환은행 출신 행장으로 지난해 '리딩뱅크'를 달성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단 정량적인 지표, 즉 좋은 실적을 냈다면 차기 행장으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신한·하나은행이 안정적으로 좋은 실적을 낸 것은 연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한·하나은행에 대규모 금융사고 이슈가 없었던 것도 리스크관리·내부통제 역량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이재근 행장은 '2+1년' 임기를 마치고 추가 연임을 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ELS 자율배상 악재 속에서도 호실적을 내면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와 ELS 자율배상에 따른 대규모 손실, 부동산담보 과당대출 사고 등이 연임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동시에 나온다. 복수의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근 행장 나이가 타 은행장과 비교해 젊은 편이고 조직안정 차원에서 1년 추가 연임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KB금융지주 회장 후보에 올랐던 허인 전 행장은 3연임(임기 총 4년)을 하기도 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은행장 시절 총 4년간 행장을 지냈고, 하나은행에서도 연임은 물론 3연임 사례가 적지 않다. ■내부통제·지배구조도 '변수' 우리은행 조병규 행장은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연이어 발생한 횡령·부당대출 사고가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전날 우리금융 현 경영진에 강도 높은 비판을 한 점도 부담을 키우는 대목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1조4720억원에서 올 상반기 1조6735억원으로 1년 새 당기순이익을 2015억원 끌어올렸다. 하지만 우리은행 직원의 180억원 횡령에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350억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적발되면서 내부통제 관리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주가 허위로 증빙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우리은행 직원들이 기업대출을 내주고, 부동산 담보가치가 부족하거나 담보물이 없는데도 신용도를 상향 평가해 수십억 대출을 실행하면서 우리은행은 158억원 재무적 피해를 보게 된 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직위에 상관없이 임직원들이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업무처리절차를 대폭 개선하는 등 제도개선에 나섰다 농협은행은 실적보다는 농협중앙회-금융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핵심 변수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올해 3월 취임한 가운데 금융지주 자회사 중에서도 핵심인 농협은행 수장이 바뀔 것이란 관측이 크다. 농협은행장 중 '2+1년' 연임을 한 사례가 없지 않지만 2년으로 임기를 마치는 게 통상적이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내부 출신 세대교체를 이뤄냈지만 올해에만 총 170억원대 금융사고가 적발된 것이 부담이다. 다만 이 행장은 일요일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목표 손익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박소현 기자
2024-08-21 18:25:00[파이낸셜뉴스]지난 3년 동안 15개 은행들 중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종합 '우수' 등급을 받은 곳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셍중국기업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위반 사례가 적발된 데다, 100억원대 횡령·배임 사고가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H지수 ELS 상품을 불완전판매한 일부 은행들이 관련 항목에서 가장 높은 '우수' 등급을 받은 경우도 있어 금융감독원의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실효성에 의문도 제기된다. ■ 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우수' 은행 15곳 중 제로 4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금감원의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를 받은 15개 은행들 중 종합 등급이 우수 등급인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평가등급은 △우수 △양호 △보통 △미흡 △취약 등 5개 등급으로 내부통제기준·금융소비자보호기준이 요구되는 수준보다 높아 매우 높은 수준의 소비자보호를 달성할 수 있으면 우수 등급을 받는다. 지난 3년간 평가를 받은 15개 은행 중 KB국민은행·신한·NH농협은행 총 3곳만 종합 평가 양호 등급을 받았고, 12개 은행 모두 보통 등급으로 평가됐다. 보통 등급은 내부통제기준, 금융소비자보호기준이 요구하는 소비자보호 수준을 대체로 이행하고 있지만 부분적으로 소비자보호 체계·조직·제도와 실제 운영간 연계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은행은 민원·분쟁 발생건수, 평균 민원처리 기간과 같은 계량 항목보다 판매과정에서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운영과 같은 비계량 항목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실태평가를 받은 하나·부산·경남은행과 카카오뱅크는 △금융소비자보호 전담조직 △금융상품 개발 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및 운영 △금융상품 판매 과정의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 및 운영 등 3개 비계량 항목에서 보통 이하 등급을 받았다. 광주·수협은행과 케이뱅크는 지난 2022년 실태평가에서 총 6개의 비계량항목에서 모두 보통 이하 등급을 받았다. 금융상품 개발 시 소비자 위험요인 점검기준 마련, 해피콜·미스터리 쇼핑 등 판매절차 준수, 소비자보호 담당임원(CCO) 및 금융상품 판매 임직원·영업점 조직에 대한 성과보상제도 마련 등 비계량 항목을 살펴본 결과 실질적으로 소비자를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시행됐음에도 은행이 외형적으로 소비자보호를 강화했을 뿐 실질적인 이행은 더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불완전판매한 은행도 양호?" 실태평가 실효성 의문 금감원의 실태평가가 실제 소비자보호 관련 사고를 예방하고 은행 소비자보호 수준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실효성이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H지수 ELS를 판매한 농협·SC제일·신한은행은 금융상품 판매 단계에서 준수해야 할 기준과 절차 항목에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할 절차와 내부심의 절차를 마련·운영하고, 해피콜·미스터리쇼핑 등 판매절차를 점검할 기준도 갖춰 운영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는 평가다. 지난 2021년 실태평가를 받은 국민은행은 금융상품 개발 단계에서 금융소비자에 대한 잠재적 위험 평가를 실시하고, 판매 과정에서도 절차·방법·기준 운영 및 관련 성과 보상체계 등의 항목에서 양호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금감원의 현장검사 결과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와는 상이한 판단이 나왔다. 금감원은 지난 3월 "지난 1월부터 ELS 판매 은행 등 주요 판매사에 현장검사를 실시한 결과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은 은행연합회 등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소비자보호 강화 방안이 담긴 H지수 ELS 사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고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4-08-04 14:45:43[파이낸셜뉴스]국민은행에서 대출 심사에서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과 개인 소득을 실제보다 더 높이 설정해 적정 한도 이상으로 대출을 내준 '업무상 배임사고' 두 건이 발생했다. 9일 KB국민은행 공시에 따르면 서로 다른 영업점에서 발생한 총 두 건의 업무상 배임사고가 자체조사를 통해 발견됐다. 경기 용인의 한 지점에서는 직원이 동탄 소재 상가 분양자들에게 272억 6501만원 담보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RTI를 실제보다 높게 산정하고 대출금액을 과다하게 내줬다. RTI는 부동산 임대사업자가 임대수익으로 얼마나 이자를 낼 수 있는지, 임대사업자의 상환능력을 산정하는 지표다. 주거용 부동산은 RTI가 1.25배 이상, 비주거용은 1.5배 이상이어야 한다. 직원이 RTI를 더 많이 산정한 점이 적발돼 은행에서는 업무상 배임으로 판단했다. 국민은행은 해당 직원을 인사 조치하고 형사 고소할 예정이다. 대구의 한 지점에서는 대출을 내줄 때 개인 소득을 높여잡아 과잉대출한 사고가 있었다. 실제 소득보다 부풀려 대출한도를 높여준 사례다. 사고금액은 111억3836만원, 사고 발생기간은 지난 2020년 8월말부터 올해 3월 8일까지로 공시됐다. 내부직원 제보와 자체조사를 통해서 적발됐다. 국민은행은 해당 직원을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 고소했고 향후 인사 조치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취급한 직원들은 업무에서 배제됐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된 대출에서 연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에서는 지난달에도 금융사고가 공시됐다. 경기 안양의 한 지점에서 지식사업센터 상가 분양자들에게 담보가치를 부풀려 104억원 대출을 내준 업무상 배임사고였다. 금융감독원은 안양 지점 사고와 관련해 국민은행에서 현장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두 건의 금융사고가 추가 적발된 만큼 기간 연장 등을 통해 검사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4-04-09 19:11:34[파이낸셜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3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에 대해 "정부와 당국을 대표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한국경제인협회에서 열린 '개인 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H지수 연계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에 관련해 당국이 보다 면밀히 감독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1차적으로 손실을 입은 피해자들, 그리고 은행·증권사 근무자들께도 보다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드리지 못해 결과적으로 업계 신뢰가 훼손된 점 등에 유감스럽다는 말씀 드린다"며 거듭 사과했다. 그는 "시간을 과거로 돌아가 그 판매를 금지시키지 않고서야 어떻게 보호할 수 없다는 안타까운 지점이 있다"며 "반성에 기초해 앞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가능하다면 이달 중에라도 당국, 업계, 학계, 협회, 전문가, 소비자 등 모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안이 연내에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ELS 배상과 관련한 은행권 배임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 이 원장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제적인 소비자 배상에 따른 배임 우려에 대해 "개인적으로 배임과 관련한 여러 법률 업무를 20년 넘게 해왔는데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합의가 안되면 사법절차로 갈 수 밖에 없는데 금감원도 법원의 판단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유사 사례, 판례, 손해배상 산정 방법 등을 수십 수백건 봤는데 수년간 판례 등에서 인정한 사례들 뽑아서 책임분담의 개별 요소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이것을 수용하지 못하면 법원에 가서 다툴텐데 금감원은 법원에 가지 않아도 사법적 결론에 준하게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배상기준안을) 설계했다"며 "불만을 갖고 법원에 갔는데 크게 달라진다면 금감원의 권위도 흔들릴 수 있다. 법원이 적용하는 기준에 준해서 법률적 근거에 따라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배상으로 은행 자산건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문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다양한 시나리오 안에서 분석해봤는데 (ELS 분담금 등에 따른) 자기자본비율(BIS) 등 건전성에 문제가 없고 주주 친화적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에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은행의 경우 국제 기준으로 8%를 보통주 자본비율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말 대형 5대 은행 기준으로 15.31%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예를 들어 1조 규모의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면 실제로는 0.2% 정도의 보통주 자본비율 하락을 초래하는 정도 수준"이라며 "이미 15%를 상회하는 기준으로 보면 건전성 이슈는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금감원은 ELS 투자자들에 대한 종합적인 배상 기준안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은행권의 ELS 배상액이 조단위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상비율은 20~60% 범위 내 분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특성을 중립적으로 상정하고 30~40% 수준의 배상비율을 가정할 경우 은행권 전체 배상규모는 1조7000억원~2조2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한다"고 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2024-03-13 13:57:56[파이낸셜뉴스]KB국민은행에서 여신 담당 직원이 상업용부동산을 실제 분양가격보다 부풀려서 적정 한도보다 더 많은 대출을 내준 배임 사고가 발생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KB국민은행 경기도 모 지점에서 실제 분양가보다 담보가치를 더 높이 설정해 대출을 내준 '업무상 배임' 사고가 터졌다. 문제가 된 대출은 경기도의 한 지식산업센터 상가 관련 분양 대출이었다. 수년간 미분양 상태였던 상가는 원분양가보다 싼 값에 분양이 이뤄졌다. 국민은행에서는 원분양가를 기준으로 담보가치를 설정해 실제 분양가보다 더 많은 금액이 담보로 잡혔다. 이렇게 되면 여신 회수(대출 상환)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업무상 배임사고에 해당된다. 국민은행은 자체 감사를 통해 담보 가치 부풀리기 문제를 발견했고 이번달 초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보고했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국민은행에 대한 금융사고 검사를 진행 중이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2024-03-13 09:38:05최근 수조원대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과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자율배상' 방안을 언급하면서 업계는 난감한 입장에 놓였다.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건에 대해 판매 금융회사가 일부라도 선제적으로 배상해 준다면 투자자의 자금유동성이 일찍 확보돼 도움이 된다는 것이지만 업계는 자칫 배임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지난 4일 홍콩H지수 ELS 사태와 관련, "2차 검사를 진행해 이달 중 금융회사와 소비자 간 손실을 배분하는 방안을 마무리할 것"이라며 "분쟁조정 절차와 별개로 금융사들이 일부를 자율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절차를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배상기준안을 마련하기 이전에 금융회사에 선제적 배상을 요청한 첫 발언으로, 이를 통해 손실보전 시점을 앞당기고 당장 큰 재산적 피해에 직면하게 된 투자자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5일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도 이 원장은 "금융사들도 (불완전판매 혐의를)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며 "배상 규모가 일부 차이가 있더라도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일부를 배상해주면 소비자 입장에서 유동성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금융사의 내부결정으로 자체 배상안 마련이 어렵다고 한다면 특별히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다"며 강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금융당국에서 강조하는 자율배상의 핵심은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자본시장법 등에 따라 상품 판매에 요구되는 설명의무와 적합성 원칙을 금융회사가 지켰느냐다. 예를 들어 본점에서 영업점에 상품 설명을 불완전하게 전달했거나 암 보험금을 투자하도록 했다면 명백하게 판매회사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사태 때도 주요 판매사인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분쟁조정위원회 배상비율 결정이 나오기 전 선제적 피해보상을 한 전례가 있다. 다만 금융회사들은 이번 홍콩H지수 ELS 투자자에게도 자율배상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모펀드가 아닌 공모펀드인 만큼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지 않고, 수많은 투자자의 투자배경도 저마다 다르다는 점에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인 경우도 있겠지만 (ELS 구조를) 다 이해했지만 손실난 경우도 섞여 있다"며 "특정 기준으로 일정한 비율로 배상해준다면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자율배상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배임 문제가 불거지거나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본시장법은 불완전판매 등 예외적 사유가 아니라면 판매사가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은 주주가 있는 회사이기 때문에 배상 등 큰돈이 나가는 데는 주주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며 "물론 주주가 권한을 위임한 최고경영자(CEO)가 이를 결정하지만 근거가 명확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4-02-06 18:09:11[파이낸셜뉴스] KB국민은행에서 120억원 상당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영업점 창구 직원이 조작된 서류로 대출을 내준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것이다. 직원의 고의성 여부 등을 두고 금융감독원은 현장 검사에 돌입했다. 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해 12월 30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업무상 배임 등으로 120억3846만원 상당의 금융 사고가 났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내부 직원의 제보 및 자체 조사로 이번 사고를 발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은 지난 2021년 5월 7일부터 지난해 12월 2일까지 약 1년 7개월에 걸쳐 일어났다. 은행 자체 감찰 결과 지역 한 영업점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 서류 등이 조작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대출의 실행 과정에는 대출 담당 직원과 부동산 중개업소 등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직원은 현재 대기발령에 내려진 상태다. 국민은행은 검사 결과가 나와 직원의 과실이 드러나면 추가적인 인사 조치와 형사 고발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직원이 서류 조작 사실을 알고도 묵과한 것인지 업무를 철저히 하지 못한 직원의 실수인지 등을 두고 조사하고 있다"며 "다만 그 직원이 서류를 조작한 것도 아니며 외부 브로커와 모의했다는 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출액 120여억원 가운데 담보 금액이 70% 정도로 대부분은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2023-01-04 15:58:21[파이낸셜뉴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21일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제기된 하나은행의 배임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 파악 전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이같이 답변했다. 윤 의원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하나은행이 개발이익 대부분을 특정 소수가 갖게 설계했다고 하더라"고 소개하며 "금감원은 하나은행 배임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정 원장은 "관련해서 하나은행의 입장을 소명 받았는데 자료 제출 제약이 있었다"라며 "배임 관련은 검경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사실 관계 파악 못한 상태에서 구체적으로 발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8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민간에서 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는 은행과 참여자들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사실은 하나은행이 왜 이렇게 개발이익 대부분을 특정 소수가 갖게 설계했는지 조금 이해 안 된다”고 언급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2021-10-21 10:59:35최근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의 조정안에 대해 해당 은행들이 '수용 불가'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키코는 원본손실 위험이 높은 파생금융상품인데, 환차손을 우려한 중소기업들이 지난 2007년 이후 집중적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율 급등으로 중소기업들은 약 3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입고 줄도산했다. 이에 금감원 분조위는 지난해 12월 6개 판매 은행에 대해 피해기업 4곳에 약 255억원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는데, 우리은행만 이를 수용해 지난 2월 배상을 끝냈다. 산업은행과 씨티은행은 '배임죄' 등을 이유로 배상을 거부했고, 나머지 은행들도 배상을 주저하고 있다. 그런데 금감원 분조위 결정을 수용하는 것이 과연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배상에 부정적인 은행들의 주장은 대법원이 계약의 불공정성이나 사기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법적인 책임이 없으며, 만일 배상할 경우 경영진이 배임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계에선 2013년에 나온 대법원의 키코 사건 판결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대법원의 판단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오히려 은행들이 키코 분쟁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고객은 물론 시장에서 신뢰를 얻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은행이 분조위 결정에 따라 배상한다고 해서 은행에 일방적으로 손해만 입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배임죄의 '고의' 여부에 대해 판단할 때 경영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기업이 처한 상황, 손실발생 및 이익발생의 개연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에 비춰볼 때 이사회가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하는 결정은 경영판단의 범위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 배임에 해당할 소지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은행들이 '배임죄'를 이유로 들고 있는 이면에는 이번 기회에 감독의 고삐를 죄고 있는 금감원의 힘을 빼겠다는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시각도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선진금융시스템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은행들이 감독당국과 힘겨루기나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코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키코는 물론 최근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분쟁 당사자인 은행들이 외면해선 안된다. 이번 키코 관련 분쟁조정의 결과를 수용할 것인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해당 은행들의 몫이다. 그러나 문제가 된 사건에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어야만 피해보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은행들이 남소(濫訴)의 횡포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남소 방지 제도를 두고 있는데, 은행들의 소송 만능주의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제정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은행들은 하루빨리 결자해지의 자세로 지루한 키코 분쟁에 종지부를 찍어야 할 것이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외부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2020-03-12 17:46:56금융감독원이 키코 분쟁조정위원회 조정안을 지난 20일 발송함에 따라 이르면 내년 1월 초 첫 분쟁조정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23일 외환파생상품 키코 배상 문제와 관련, "고객관계를 살리고, 금융신뢰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은행이 대승적으로 받아주길 바란다"며 조정안 수용을 압박했다. 윤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의 성과 가운데 하나로 키코 분쟁조정을 꼽으며 "그동안 양치기소년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결과를 내지 못했던 키코 문제를 일단 분조위 어젠다로 올린 것이 나름대로 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사실 이제 시작이라 열심히 은행과 협조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은행이 분조위 배상을 수용하는 게 배임일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그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 원장은 "일부 은행에서 배임 이야기가 나오는데 고객에게 권고한 대로 배상을 하는 것은 은행에는 금전손실이지만 반면 이를 해결하는 것은 은행 평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상대방은 고객"이라며 "이는 경영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배임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분조위는 내년 1월 중에 키코 첫 분쟁조정 배상이 진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20일 해당 은행들에 분조위 결과를 통보한 만큼 20일 내 결과를 수용하면 내달 초 배상이 가능하고, 늦어도 1월 중에는 배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올해 성과로 종합검사를 활성화한 것도 함께 언급하며 내년에는 소비자 보호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소비자보호법 국회 통과가 가까워진 것과 관련, 좀 더 본격적으로 소비자 보호를 다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위험이 권역에 걸쳐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 앞으로 조직개편에서도 그런 것을 보강하겠다. 자본시장 리스크가 커지고 있어 상시감시를 강화하는 등 관련 조직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윤 원장은 올해 가장 어려웠던 과제로 금리연계 파생상품(DLF) 사태를 꼽았다. 그는 "소비자 보호 방어에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피해가 나왔다"며 "그래서 큰 어려움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과제는 신뢰회복이라고 생각한다"며 "신뢰 제고이든 회복이든 좀 더 강화해서 국민과 금융감독으로부터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2019-12-23 18: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