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군 복무 시절 장난이라는 이유로 후임병들을 상습적으로 괴롭히고, 구토할 때까지 음식을 먹이는 '음식 고문'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선임병이 실형을 면했다. 춘천지법 형사2단독(김택성 부장판사)은 위력행사 가혹행위, 폭행, 절도, 특수폭행, 공갈,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22)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고 6일 밝혔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강원 고성군 한 부대에서 복무했던 A씨는 2023년 5월 생활관에서 후임병 B씨(19)가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휴지심에 신문을 넣고 박스테이프로 감아 만든 몽둥이로 때렸다. A씨는 쓰레기 정리작업 중 장난이라며 야전삽으로 B씨의 발등을 찍는가 하면 특별한 이유 없이 몽둥이로 B씨를 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신었던 양말을 후임병의 코와 입 부위에 대고 비비고, 임무 수행 중 제대로 못 한다며 멱살을 잡아 흔들기도 했다. 또 TV를 보던 후임병의 머리 위로 방탄 헬멧을 떨어뜨리는 등 장난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폭행도 여러 차례였다. 특히 후임병을 살찌우겠다며 컵라면 국물에 치즈 10장을 넣어 전자레인지에 돌린 후 밥을 말아 먹게 하고, 모든 부대원이 삼겹살 회식 후 비빔면 20봉지를 먹다가 남게 되자 후임병에게 몰아주며 구토할 때까지 먹이는 음식 고문까지 했다. 아예 후임병들을 '폐급'으로 지칭하며 욕설을 퍼붓고, 취침 시간에 잠을 자지 못하게 이른바 '똥개훈련'을 시키는 등 괴롭힘을 이어갔다. 김 부장판사는 "전체 범행내용 등에 비추어 죄책이 무겁다"며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과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가족과 지인들이 선도를 다짐하며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사회봉사를 조건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2024-09-06 11:05:53[파이낸셜뉴스] 나의 고등학교 시절은 이미 저 먼 과거로 가버렸다. 이런 사실을 자각하는 순간, 비로소 나는 이 소설을 쓸 수 있었다. (중략) 그때처럼 자신의 변변치 않음을 혐오하거나 무작정 감동하는 것이다. 그럴 때 아무런 진보도 없는 자신에 놀라고 동시에 인간에게는 결코 진보할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함을 새삼 느낀다. (중략) 어른이 된다는 건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시키지 않아도 될 영역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두 번째로 다시 읽고 있는 소설 '나는 공부를 못해'를 쓴 야마다 에이미는 작가의 말을 통해 위와 같이 말했다. 지금 이 글(여행기도 기사도 아닌 무언가)을 보고 있는 사람 모두는 한 번쯤 이렇게 생각해 봤을 것이다. 내 나이는 30 혹은 40인데 10년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바뀐 것이 전혀 없구나, 라고. 어릴적 막연하게 생각했던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느 시점을 지나면 훈장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처럼 연속해 흘러가는 시간에 불과한 거라고. 어른이 되었어도 나의 내면, 육체안에 깃든 나를 구성하는 무언가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숫자가 하나씩 오를 때마다, 혹은 입고 있는 유니폼이 바뀔 때마다 그에 맞는 역할극을 아둥바둥 수행하고 있다. 너무도 오래 전에 읽은 글이라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무라카미 류는 그의 소설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성이 그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유아적 퇴행'을 하는 현상을 묘사한 적이 있다.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나이와 직책에 맞는 역할극을 할 필요가 없어 사회적 갑옷을 벗어 던지고 본래의 그 자신에 가까운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홀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어쩌면 다른 의미의 또 다른 퇴행일 수 있지 않을까. 기존 사회적 맥락을 벗어나 자신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본래의 나로 되돌아가는 경험 말이다. 열등감 덩어리였던 20대 무렵 홀로 떠난 타국으로의 여행은 필자에게 새로운 재충전의 기회가 됐다. 나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는 그곳에서 사름들은 편견 없이 나를 받아들여줬고, 나는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최악'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월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지금은 그때처럼 민감한 감수성도, 열등감도 없어지고 둥글둥글 배나 온 아저씨가 됐지만 아직 자신의 인생에서 모서리가 살아 있을 때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경험의 측면에서 홀로 떠나는 여행이든 동행이 있는 여행이든 여행은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베트남 속 베네치아 메가 그랜드월드 하노이 하노이 여행 이틀차, 일행의 제안으로 최근에 새로 생긴듯한 명소인 메가 그랜드월드 하노이에 가기로 했다. 그랩으로 택시를 불러 갔는데 도착하고 나서야, 하노이 시내와 이곳을 왕복하는 무료 셔틀 버스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택시를 타고 길에 내리자 파스텔톤, 형형색색의 건물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유럽의 어느 거리를 떠올리게 하는듯한 건축 양식이었다. 베트남 우기인 7월 이었지만 햇살이 피부를 파고 들정도로 따가워서 우산을 양산 대용으로 들고 다녔다. 가장 먼저 보이는 '콩 카페'에서 코코넛 커피를 마시면서 어디부터 둘러볼지 계획을 세웠다. 그랜드월드 하노이는 물의도시 베네치아를 모티브로 한 대형 쇼핑, 문화 시설이다. 한국의 교외형 아울렛과 작은 놀이동산을 합친 듯한 느낌이었다. 평일 오전 방문이어서 주점과 식당 등 많은 가게들이 영업을 하고 있지는 않았다. 도로변쪽에 '한국'을 모티브로 한 한국거리도 있었는데 카카오 캐릭터를 파는 상점이 정식 오픈을 앞두고 준비 중이었다. 다이소에서 1000원이면 살 수 있을 듯한 카카오 편지지가 현지 가격으로 2000원이 넘는 아주 비싼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관세가 붙었다고는 해도 현지 물가를 고려하면 아주 비싼 가격표에 한류 프리미엄 파워를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강을 따라 걸으며 양쪽 상점가를 순서대로 둘러 볼 수 있었다. 옷을 파는 매장, 각종 장식품과 기념품을 파는 매장, 식당과 카페 등 셀수 없이 많았다. 이곳 저곳 둘러 보면 연신 사진을 찍었다. 더운 날씨 탓에 구석구석 둘러보는 것은 포기하고 다시 카페에 들려 음료수로 목을 축였다. 돌아갈 때는 블로그를 검색해 무료 셔틀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무료 셔틀버스는 강의 한쪽 끝, 길 건너 정류장에서 탈 수 있었다. 오바마 분짜먹고 호아로 감옥 박물관 무료 셔틀 버스 하차역은 하노이 오페라 하우스 인근이었다. 지도를 검색하고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하노이 명소인 '오바마 분짜' 식당으로 향했다. 'HUONG LIEN' 분짜라는 식당으로 한국인이 가장 많이 가는 곳 중 하나다. 1층 식당의 벽면에는 오바마 방한 당시 사진이 걸려 있고, 메뉴 중에도 맥주를 포하만 오바마 세트가 있다. 식당 2층으로 올라가면 실제로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앉아서 식사를 했던 테이블이 유리로 차단돼 있어 당시를 기념하고 있다. 분짜의 맛 자체는 베트남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이었다. 분짜보다는 사이드 메뉴로 시킨 튀김류가 더 맛있었다. 하노이에는 유명한 분짜 집이 셀 수 없이 많으므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숙소 근처 식당에 가길 추천한다. 정보가 없다면 숙소(호텔)의 카운터에 물어봐도 대부분은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분짜를 먹고는 다시 도보로 이동했다. 중간에 더위를 식힐 겸 사파에서 봤었던 '카파' 카페에 들렸다. '카파' 카페가 프랜차이즈였다는 걸 이때 알았는데 사파에서 먹었던 것보다 음료의 맛은 별로였다. 한동안 걸어서 호아로 감옥 박물관에 도착했다. 19세기 말 프랑스 점령군에 의해 건설된 감옥이다. 매우 큰 부지로 1953년에는 2000명 이상이 수용됐다고 한다. 박물관이 초입에는 당시 수용자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동상 모형이 있다. 프랑스군이 물러난 이후 이 감옥은 베트남 전쟁 당시 다시 베트남 인민군의 수용소로 사용됐다. 당시 고문도구와 처형도구 등이 있고 인상깊었던 점은 미군 파일럿의 옷과 장비들도 있었다는 점이다. 전쟁 당시 추락한 미국 파일럿인듯 보였는데 감옥에 넣는 대신 굉장히 극진한 대접을 해준 모양이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점 푸드코트 이날 마지막 일정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그랩을 타고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점에 방문했다. 하노이에 지어진 초대형 쇼핑몰로 '서호'라는 거대한 호수가 있어 잠실에 있는 롯데몰과 흡사한 분위기였다. 쇼핑몰 고층에 위치한 고급 식당가도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하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었다. 김밥과 떡볶이 등을 파는 한식관도 있었는데 한국 음식을 찾는 현지인, 외국인 관광객이 상당히 많았다. 푸드코트의 대형 TV 화면에서는 셰프용 검은 장갑을 낀 주방장이 불고기를 만들고 멋있는 요리를 하다가 마지막에 완성품인 김밥을 심혈을 기울여 자르는 장면이 나왔다. 일류 셰프 복장을 한 사람이 김밥을 심혈을 기울여 자르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왔는데 베트남에서는 길거리 음식인 김밥이 한류 버프를 받아 고급 요리로 인식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과 초밥 도시락과 닭고기 도시락을 하나씩 먹고 숙소로 복귀했다. 쇼핑몰을 돌아보는 중에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일정 중에는 큰 비가 내리지 않아 럭키비키인 하루였다. #OBJECT0#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4-11-02 13:34:43[파이낸셜뉴스] 본초여담(本草餘談)은 한동하 한의사가 한의서에 기록된 다양한 치험례나 흥미롭고 유익한 기록들을 근거로 이야기 형식으로 재미있게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 주> 후한 말, 영제(靈帝) 때 시중으로 응소(應邵)라는 신하가 있었다. 시중(侍中)이란 황제의 최측근으로서 황제와 밀접한 거리에서 황제의 질문에 대답하고 시중드는 직책으로 항상 황제 곁에 머물러야 했다. 요즘으로 치면 국무총리 격이었다. 그런데 응소는 나이가 들어서 입냄새가 심했다. 응소가 입을 열면 인근의 신하들은 자신의 코를 틀어막는 것이다. 궁에서 조례를 할 때면 응소의 입에서 악취가 풍겨 응소 옆에는 신사들이 자리하지 않으려고 피했다. 응소가 황제 앞에서 “아뢰옵니다.~”라면서 말을 시작하면 입에서 변소냄새가 나는 듯했다. 누구보다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황제는 고통스러웠다. 황제는 어쩔 수 없이 시중을 멀리 떨어져 있게 했다. 그렇다고 응소는 시중이란 직책을 맡고 있어서 조언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고, 응소만 글로써 의견을 교환하는 것도 힘들었다. 황제는 어느 날 의관을 조용히 불렀다. “응소가 구취가 심해서 서로 대화를 할 수가 없을 지경이다. 어떤 방법이 없겠느냐?”라고 물었다. 그러자 의관은 “응소를 진찰해 보겠습니다.”라고 하고 물러났다. 의관은 응소를 진찰하고 나서 황제에게 “응소의 구취는 구강의 습열한 사기(邪氣)와 위장의 적열(積熱) 때문이옵니다.”라고 고했다. 그러자 황제는 “그렇다면 어서 치료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하자, 의관은 “응소는 나이를 많이 먹어 중기(中氣)가 너무 약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곡물이 식도를 통해서 위장으로 들어가면 관문이 닫혀야 하는데, 곡물이 부숙(腐熟)되면서 관문이 계속 열려있기 때문에 냄새가 올라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나이가 많아 약을 써도 한계가 있사옵니다.”라고 했다. 여기서 관문은 식도와 위가 연결된 분문(噴門)을 말한다. 응소는 구강의 문제뿐만 아니라 위무력증이 심해서 입냄새가 난다는 설명이다. 황제는 “정녕 방법이 없다는 말이냐? 나는 응소의 건강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지금 응소의 입에서 악취가 진동해서 함께 국정을 논할 수가 없다.”라고 하자, 의관은 “그렇다면 계설향(鷄舌香)을 물고 있게 하오면 됩니다. 계설향은 급하게나마 입 속의 사기를 제거해 줄 것입니다.”라고 했다. 계설향은 바로 정향(丁香)이다. 정향은 정향나무의 말린 꽃봉오리를 말한다. 정향의 말린 꽃봉오리가 구부러진 것이 마치 못[정(丁)]처럼 생겼고 향(香)이 좋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향과 계설향을 굳이 구분한다면 수꽃을 정향이라고 하고. 암꽃을 계설향이라고 한다. 계설향이 향과 기운이 더 강하고 크기도 크지만 계설향이 없으면 정향으로 대체해도 무관하다. 의관이 계설향, 즉 정향을 처방한 것은 바로 정향의 향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향은 음식물을 요리할 때 향신료로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막힌 기운을 통하게 하고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해서 소화를 돕는다. 그리고 진통효과가 있어서 관절통에도 사용된다. 황제는 응소에게 계설향을 하사했다. 그러면서 “이것을 항상 입에 머물고 있도록 하시오. 그리고 꼭 필요한 말이 아니면 입을 열지를 말 것이오.”라고 명했다. 응소는 굴욕감을 느꼈지만 황제의 명이니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입냄새가 심하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뭐라 할 말도 없었다. 응소는 하사받은 계설향을 항상 입에 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응소가 “아뢰옵니다.”라고 말을 하려고 입을 벌리면 이제는 입안에서 향기가 났다. 심지어 응소가 입을 다물고 숨을 쉬고 있는데도 숨에서 향기가 나는 듯했다. 응소는 계설향 때문에 지긋지긋한 입냄새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입냄새 뿐만 아니라 위장기능도 좋아졌고 눈도 밝아지고 몸의 기운이 산뜻해지면서 가벼워졌다. 무엇보다 계설향이 구취를 제거하는 약이 된 것이다. 옛날에는 몸에서도 악취가 나면 정향(계설향)과 함께 다양한 꽃봉오리를 함께 뭉쳐서 향기 주머니를 만들어 차고 다니기도 했다. 정향이 사용된 향 중에는 유명한 ‘순령십리향(荀令十里香)’이 있다. 순령십리향은 ‘순령의 향이 십리를 퍼진다’는 의미다. 바로 정향(丁香) 반냥, 단단한 단향(檀香), 감송(甘松), 영릉량(零陵香) 각 한냥, 용뇌(龍腦) 약간, 살짝 볶은 회향(茴香) 반냥 정도를 가루로 해서 얇은 종이로 싸서 천주머니에 넣어서 차고 다니는 것이다. 순령(荀令)은 후한 말기의 정치가이자 정략가로 조조의 수석 고문이었던 순욱(荀彧)을 일컫는다. 사람들은 보통 순욱을 순령군(荀令君)이라고 불렀다. 순령군은 어느 날 옷에 향을 차고서 한 집안에 머물렀는데, 3일이 지나도 그가 앉은 자리에서 향이 났다고 전해진다. 입냄새는 구강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부 장기의 문제 때문에도 난다. 만약 입냄새가 심하다면 먼저 구강건강에 신경을 쓰고 그럼에도 지속된다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입냄새는 건강의 문제를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가 없는 경우 입냄새를 제거하기 위해서 정향을 활용해 보고자 한다면 정향을 끓여서 그 물을 작은 스프레이에 넣고 입안에 뿌려주면서 가글을 해줘도 좋다. 정향은 진통효과와 함께 입안의 세균증식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어서 잇몸질환이나 풍치에도 도움이 된다. 입냄새에는 박하나 곽향도 좋다. 박하이나 곽향도 구취를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생박하잎이나 생곽향잎을 입에 넣고 씹는 것이다. 말린 것은 차로 마셔도 좋다. 특히 위장이 약해서 입냄새가 나는 경우는 곽향을 차로 마시면 일석이조다. 입냄새는 본인은 잘 몰라도 주변에서는 쉽게 느낀다. 누군가 갑자기 계설향(정향)을 건네줬다면 자신에게 입냄새가 심하게 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입냄새는 항상 곁에 두어야 할 시중까지 멀어지게 한다. * 제목의 ○○○은 ‘계설향(鷄舌香)’입니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동의보감> 雞舌香. 療口臭. 漢侍中應邵, 年老口臭, 帝賜雞舌香, 含之. 今人於丁香中, 大如棗核者, 呼爲雞舌香, 堅頑枯燥, 了無香氣. 或云, 雞舌香出崑崙交廣, 採百花釀之以成香, 故口含此香, 欲使氣芬芳耳. (계설향, 구취를 치료한다. 한나라의 시중인 응소가 늙어 구취가 나자 황제가 계설향을 주어 입에 머금고 있도록 했다. 지금 사람들은 정향 중에서 대추씨만 한 것을 계설향이라고 부르는데, 단단하면서 말랐고 전혀 향기가 없다. 계설향은 곤륜, 광동, 광서에서 난다. 온갖 꽃을 따서 숙성시켜 향을 만들기 때문에 이 향을 입에 머금고 있으면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고도 한다.) <증류본초> ○ 應邵漢官侍中, 年老口臭, 帝賜雞舌香含之. (한나라 시중인 응소가 노년에 입 냄새가 나자 황제가 계설향을 하사하여 입에 물고 있도록 했다.) ○ 日華子云, 雞舌香治口氣. 所以三省故事郎官日含雞舌香, 欲其奏事對答, 其氣芬芳, 此正謂丁香治口氣, 至今方書爲然. (일화자본초에서는 “계설향은 입 냄새를 치료한다.”라고 하였고, 삼성고사에는 “낭관이 날마다 계설향을 입에 물고 있다가 아뢰고자 할 일이 있어서 대답할 때면 입에서 향기가 났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정향이 입냄새를 치료한다는 의미이고 요즘 방서에서도 그렇게 여겼다.) <본초강목> 鷄舌香. 入諸香中, 令人身香. (계설향. 여러 가지 향에 넣으면 사람의 몸을 향기롭게 한다.) <진씨향보(陳氏香譜)> ○ 荀令十里香. 丁香半兩, 強檀香, 甘松, 零陵香 各一兩, 生腦少許, 茴香半錢弱, 右為末, 薄紙貼, 紗囊盛佩之. 其茴香生則不香, 過炒則焦. 氣多則藥, 氣少則不類, 花香須逐旋斟酌添, 使旖旎. (순령십리향. 정향 반냥, 단단한 단향, 감송, 영릉량 각 한냥, 생용뇌 약간, 회향 반냥 정도를 가루로 해서 얇은 종이로 싸서 천주머니에 넣어서 찬다. 회향은 생으로 하면 향이 없고, 너무 많이 볶으면 탄 냄새가 많이 난다. 기가 충분해야 약이 되고 기가 약하면 그렇지 않다. 꽃향을 신중하게 고려해서 첨가하면 매력적으로 만들어진다.) ○ 荀令君至人家, 坐席三日香. (순령군이 어느 사람의 집에 이르렀는데, 그가 앉은 좌석에서 3일 동안 향이 났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2024-10-02 11:44:39[파이낸셜뉴스] 탈북민 출신 이북 요리 전문가 이순실(57)씨가 연매출 100억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2 예능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는 탈북민 출신 이순실이 출연했다. 그는 사업규모에 대해 "평양냉면이라든지 여러 가지 식품을 팔다보니 연 매출이 100억이 넘는다”면서 “운영 중인 공장만 5개”라고 말했다. 이씨는 조선인민군 간호장교 중위 출신으로, 11년간 북한군으로 복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때 시집을 갔으나, 남편의 폭력과 시어머니의 폭언 등으로 약 6개월만에 집을 나와 ‘꽃제비’(거지)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탈북을 결심, 여러 차례 실패 끝에 2007년 한국 입국에 성공했다. 당시 나이 40세였다. 이씨는 "탈북해 중국에 가려다가 9번 북송당했다"며 "내 몸에는 아직도 보위부에서 받은 고문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다. 2007년 11월 한국에서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는 이씨는 남편을 총 3명 갖게 된 사연도 털어놨다. 이씨는 “나는 남편이 많다”며 “북조선, 중국, 남조선에 각각 한명씩 있다”라며 "북한에서 남편과 살다가 중국으로 갔는데 거기서 인신매매로 팔려 갔다"고 했다. 그는 "(중국인과) 정식으로 결혼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팔려 가서 같이 살지 않았느냐"며 "한국에 와서 만난 남조선 남편은 하늘의 천사"라고 밝혔다. 이씨는 “내가 남한에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었다. 탈북민 모임 갈 때 고향 음식을 해 가면 다들 너무 좋아해서 평양냉면, 김치 장사를 시작하게 됐다"는 사연을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23 16:10:37【여수=황태종 기자】"365개의 아름다운 섬을 보유한 여수시가 세계 최초로 섬을 주제로 오는 2026년 세계섬박람회를 개최해 섬의 미래가치를 재조명할 것이다." 정기명 전남 여수시장은 지난 5일 파이낸셜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여수가 '2012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로 '세계 속의 여수', '국내 최대 해양 관광도시'로 도약했듯이,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를 통해 또 한 번 여수 발전을 이뤄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로 업그레이드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여수시 개도 출신으로 여수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변호사로도 20년 넘게 활동해 지난 2022년 6월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여수시장으로 당선돼 공직에 입문하기 전까지 '여수 토박이 변호사'로 불렸다. 정 시장은 특히 "섬은 단절되고 소외된 곳이 아니라 육지에 살며 지친 사람이 찾아와 힐링하는 장소로 무한한 미래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 시장은 여수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여수만(麗水灣) 르네상스' 실현과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성공 개최를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민선 8기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다음은 정 시장과의 일문일답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진행 상황은 어떤가.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오는 2026년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주 행사장인 돌산 진모지구를 중심으로 두 달간 개최된다. 이제 2년 5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부 행사장은 개도와 금오도, 여수세계박람회장으로 섬 음식, 문화 체험 등 공간별로 각각의 콘셉트를 맞췄다. 박람회장은 기반 공사를 마치고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설 조성 설계에 들어간다. 행사의 세부 실행을 전담할 조직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본격 운영하고 있다. 하반기에 '1처 2본부 1실 8부'로 조직 규모를 확대해 박람회장 조성과 전시관 연출, 대내·외 홍보 등 행사 전반에 내실을 기할 계획이다. 현재 조직위를 지원하면서 범시민준비위원회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자원봉사단 운영 등 시민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숙박·음식·교통 등 종합 상황 대책을 마련해 국제행사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여수~남해 해저터널과 여수~고흥 '일레븐 브리지' 공사도 한창이다. ▲여수를 중심으로 동쪽으로는 남해를 잇는 해저터널이 건설되고, 서쪽으로는 11개의 해상 교량이 이어진 '일레븐 브리지'를 통해 고흥까지 연결할 예정이다. 현재 '일레븐 브리지'는 남면 화태에서 개도, 백야까지 이어지는 4개 교량의 공사만 남았다. 현재 20% 공정이 진행됐으며, 하반기 교각과 주탑 시공에 들어간다. '일레븐 브리지'가 완성되면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 부 행사장인 개도까지 육로로 이동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무리 속도를 내도 섬박람회 개최 전 준공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최소한 임시 개통이라도 가능하도록 정부에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여수 신덕과 남해 서면을 잇는 해저터널은 주민설명과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치고 하반기에 보상과 착공에 들어간다. 해저터널과 '일레븐 브리지'가 완성되면 파주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국도 77호선의 끊어진 구간을 연결해 남해안 관광벨트가 완성된다. 이로써 여수는 남해안 교통의 중심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여수만 르네상스'에 대해 알려달라. ▲여수시는 '2012 여수세계박람회'를 계기로 천혜의 자연과 풍부한 먹거리, 잘 갖춰진 교통·숙박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표 해양관광도시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오동도, 낭만포차 등 주요 관광지가 동부권에 집중돼 있어 도시 불균형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에 '여수만 르네상스' 종합개발계획을 민선 8기 핵심 사업으로 제시했다. 여수를 둘러싼 여자만, 장수만, 가막만, 여수해만, 광양만 등 5개 만(灣)을 각각의 특색에 맞게 보전·개발해 여수 전체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여수만 르네상스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용역'을 추진 중이다. 계획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실무추진단과 시민참여연구단 운영,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 상반기 최종 용역 결과가 나오면 '일레븐 브리지', 해저터널과 연계해서 남해안 관광벨트를 완성하고 여수의 새로운 미래상인 '여수만 르네상스'를 실현해 나가겠다. ―글로벌 마이스 도시로 성장하기 위한 로드맵은 뭔가. ▲지난해 여수에서 개최된 마이스 행사는 모두 1356건이다. 잘 갖춰진 인프라와 지원 제도로 지방 도시로는 보기 드물게 마이스 도시로 급격히 성장했다. 올해는 기존 학회·협회에 집중된 시장을 해외 및 국내 기업회의 유치로 확대하는 등 마이스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질적 성장을 이루는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 지역 12개 여행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한국관광공사의 몽골·뉴욕·싱가포르 지사와 공동 팸투어도 진행할 예정이다. 중장기 계획으로는 마이스 산업을 양적 확대 및 질적 성장시킬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이 최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전남도, 여수시,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3개 기관이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현재 추진되고 있는 박람회장 활성화 마스터 플랜 용역에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이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제전시컨벤션센터 건립 계획이 가시화되면 후속 조치로 국제행사 기획을 위한 전담기구와 국제회의복합지구 지정을 추진해 글로벌 마이스 도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관련 여수시의 강점은 뭔가. ▲국내 최대 석유화학 국가산단과 물류항만을 보유한 여수는 전국 2위의 부생수소 생산능력과 수소 생산 및 입·출하를 위한 최적의 입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광양만권 수소 배관망 구축과 수소특화단지 지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 묘도 LNG 터미널 구축과 기회발전특구 지정과 관련한 투자협약을 잇따라 체결하면서 묘도 에코에너지 허브 조성 계획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린수소 생산기지 조성의 일환으로 삼산면 거문도 일원에는 5.6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 중이다. 이곳은 평균 풍속이 초당 7.5m로 신안 등 남서해안 바다보다 높으며, 에너지소비원인 여수산단과 광양포스코가 인접해 있어 해상풍력사업의 적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해상풍력발전으로 여수산단 전력 소비량을 모두 감당한다면 'RE100(재생에너지 100%)'을 실현할 수 있게 돼 기후변화 대응 선도도시로서 탄소중립 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수산업 육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최근 해양 환경의 변화와 수산자원 고갈, 어촌 인구 감소로 수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기에 일본 원전 오염수 장기 방출은 위기를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대응하여 침체된 수산업을 살리기 위해 올해 '2030수산업·어촌 발전 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어촌의 현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수산물 안전 관리 강화로 여수수산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고자 전국 기초지자체 최초로 수산물 안전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기술 발달에 따라 양식 산업도 진일보하고 있다. 여수시는 해상 ICT 융합 스마트 양식 테스트베드를 구축 중이며, 오는 7월이면 여수 특성에 맞는 미래형 해상 어류양식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청년 어촌 정착, 외국인 계절근로자 프로그램 운영 등 어촌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을 통해 전남 제1의 수산도시로서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 hwangtae@fnnews.com ■정기명 여수시장 약력: △61세 △여수서초·구봉중·여수고 졸업 △전남대 법학 학사 △전남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법률사무소 태정 변호사 △여수시 고문변호사 △더불어민주당 전남도당 여수시 을 지역위원장 △민선 8기 여수시장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2024-04-10 10:34:06[파이낸셜뉴스] 한때 구독자 250만명을 보유했던 미국의 인기 육아 유튜버가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美여성, 선인장 가시 위로 엎어지기 등 엽기적 고문 특히 이번 재판과정에서 그의 일기가 공개되며 아이를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맨발로 움직이게 하고, 뾰족한 선인장 가시 위로 엎어지도록 만드는 등 고문에 가까운 행각이 공개돼 공분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 지방법원은 유튜브 채널 ‘8패신저스’(8 passengers)의 운영자 루비 프랭크(42)에게 징역 1~15년이 적용되는 아동학대 4건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그와 함께 채널을 운영한 54세 여성 조디 힐데브란트도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유타주 사면·가석방위원회는 두 사람의 정확한 형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4건의 혐의를 모두 최대 형량으로 적용하면 60년이지만, 주법상 최대 형량은 30년을 초과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섯 아이의 엄마인 프랭크는 지난 2015년부터 남편과 헤어지기 전인 2022년까지 자신과 아이들의 일상을 기록하는 유튜브 채널 ‘8패신저스’를 운영한 바 있다. 그는 이 채널에서 250만명에 가까운 구독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12살 아들이 탈출하면서 학대사실 알려져 법원 문서에 따르면, 프랭크의 12살 난 아들이 힐데브란트의 자택에서 창문으로 탈출해 이웃집에 음식과 물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학대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웃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아이의 발목과 손목에는 덕테이프로 묶여 생긴 깊은 열상이 발견됐으며, 아이는 영양실조 상태였다. 또한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힐데브란트 자택에서 프랭크의 10살짜리 딸도 구조했다. 아들과 마찬가지로 영양실조 상태였으며 이렇게 총 4명의 아이가 의료 시설로 보내졌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프랭크와 힐데브란트가 저지른 아동 학대 정황을 추가로 발견했다. 프랭크의 일기장에는 그가 어린 자녀 두 명의 머리카락을 깎고, 굶기고, 더러운 걸레를 빤 물을 몸에 뿌리게 했으며, 뜨겁게 달궈진 콘크리트 위에서 몇 시간 동안 맨발로 밖에 서 있게 하고, 선인장으로 뛰어들게 강요했다. 프랭크는 아이들을 고문한 후 “찌르기, 찬물 붓기, 수건 채찍에 반응하는 것 같다”는 등 반응을 기록하기도 했다. 법정에 선 엄마 "아이들 사탄에 사로잡혔다" 프랭크는 법정에서 “아이들이 ‘사탄’에 사로잡혀 있다”며 “아이들이 악마에 ‘빙의’되었기 때문에 처벌했다”고 말했다. 워싱턴 검찰청은 “프랭크와 힐데브란트는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져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가한 학대가 아이들의 죄를 올바르게 회개하고 몸에서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필요하다고 완전히 믿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힐데브란트의 집을 수색하면서 지하실에서 외부에서 잠긴 작은 안전실과 어린이를 묶는 데 사용되는 밧줄, 성인용 기저귀도 발견했다. 이 같은 학대는 프랭크가 직접 저지르기도 했으며, 멘토인 힐데브란테가 저지르는 학대를 방임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프랭크는 2015년부터 유튜브로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훈육 방식 중 하나로 밥 안 주기, 침대 대신 빈백(작은 충전재가 들어 있어 형태가 자유자재로 변형되는 푹신한 의자)에서 재우기 등을 제시해 논란도 많이 일으켰다. 프랭크의 12살 아들이 집에서 탈출해 이웃집에 음식과 물을 달라고 요청하면서 학대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3-25 09:48:12[파이낸셜뉴스] 크래프톤이 인도 게임 스타트업 멘토링 프로그램인 ‘크래프톤 인도 게이밍 인큐베이터(KIGI)’ 1기의 선정 기업을 발표하고, 인도 차세대 게임 개발자 육성에 나섰다고 15일 밝혔다. KIGI는 인도의 게임 개발 생태계 촉진을 위해 크래프톤이 지난해 10월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선정된 기업은 6개월에서 1년 간 게임 개발, 디자인, 마케팅, 비즈니스 전략 분야의 게임 산업 전문가로부터 개별적인 멘토링을 비롯해 최대 15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인도 전역에서 200여 개 기업이 KIGI 1기에 지원했으며, 엄격한 선발 과정을 거쳐 2개의 스타트업이 선정됐다. 리디멘션 게임즈는 인도 나갈랜드 주에 위치한 개발사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소젼 패스트(Sojourn Past)'를 개발 중이다. 슈라 게임즈는 벵갈루루에 본사를 둔 게임사로, 현재 음식과 퍼즐을 결합한 모바일 게임 '스파이스 시크릿(Spice Secrets)'를 제작 중이다. 크래프톤 인도 게이밍 인큐베이터 총괄 및 인도 퍼블리싱 고문 아누즈 사하니는 “KIGI의 첫 시작은 크래프톤이 인도의 게임 생태계를 활성화화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인도 내 유망한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크래프톤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4-03-15 14:50:19"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우리나라의 생명과학 기술 수준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백신 기술 발전에 한몫하는 국제기구로 성장했다." 박상철 IVI 한국후원회 회장은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소재 IVI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후원회는 IVI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데 기여하는 한편 의료혜택을 받기 어려운 저개발국가에 꼭 필요한 백신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국제기구로 우뚝 선 IVI의 산증인이다. IVI를 한국에 유치하는 과정, 한국에 IVI를 설립한 이후 국제기구로서 사업·활동이 본궤도 위에 오르기까지의 어려움, 예산을 확보하고 기금을 모으는 활동 등 모든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6월에는 후원회장을 연임, 오는 2026년까지 IVI를 지원하는 역할을 지속하게 됐다. ■韓 생명과학 육성 사명으로 IVI 합류지난 1994년 한국에 IVI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시기에 박 회장은 모교인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당시 IVI의 한국 유치를 위해 뛰던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과 신승일 전 서울대 교수 등 선배 학자들의 권유로 IVI와 연을 맺게 됐다. 조 전 총장과 신 전 교수는 현재도 IVI 한국후원회에서 상임고문과 고문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의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학자로 백신을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IVI 참여 당시에도 한국에 백신 등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박 회장은 "처음에는 백신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저개발국가에 공급한다는 IVI의 설립 취지에 공감했다기보다는 불모지였던 한국의 생명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컸다"며 "당시 한국이 만들 수 있는 백신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기구를 유치하면 기술개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IVI는 한국에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로 출발, 올해 설립 27주년을 맞이했다. 설립 초기 어려움 속에서도 후원회의 활동은 현재 IVI가 성과를 낼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됐다. IVI는 세계 최초의 저렴한 경구 콜레라백신을 개발해 중저소득국가의 제조사들에 기술을 이전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제 승인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개 국가 7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시행해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공을 세웠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백신의 중요성이 한껏 높아졌고, IVI의 역할과 인지도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IVI의 각종 목적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돕는 후원회의 입장에서도 IVI의 높아진 위상은 활동 전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는 "유엔 기구로서 백신에 대한 연구개발(R&D)을 하는 곳은 IVI가 유일하고, 지금도 IVI는 백신을 개발하는 전 세계 여러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및 단체들을 연계해 기술적 고도화를 돕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저개발국에 공급해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필수적인 백신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개발 과정에서 IVI는 글로벌 임상 수행 및 임상분석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 성공을 도왔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IV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은 큰 행운이라고 박 회장은 말했다. 그는 "후원회는 IVI를 위해 각종 대관 업무는 물론 후원회 활동을 통해 펀딩을 하는 것이 주요 역할인데, 과거에는 모금이 참 어려웠다"며 "IVI의 인지도가 낮았고, 저개발국을 위한 백신 개발·보급 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예산이 과거에 비해 3배 이상 커졌고, IVI에 후원을 하는 기업과 독지가도 늘었다"며 "어려운 시절에는 후원회 기금 중 일부를 떼어 R&D 자금으로 썼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백신을 구매해 저개발국에서 백신을 보급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감염병 위협으로부터 지키려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잠비아 같은 국가에서 백신 보급사업을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를 다 해줘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20만도스 이상 백신을 구매해야 하고 접종인력의 인건비, 접종시설의 운영비, 심지어 백신을 보관하기 위해 전기를 끌어오고 의료용 냉장고까지 마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펀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IVI가 인류에 기여하고 한국의 과학과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계속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유럽지역과 오스트리아 빈에 IVI의 사무소가 생겼다. 그는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지만 여러 나라에서 분소가 개소되고, 해당 지역에서 백신과 백신 보급의 중요성이 알려져 후원회 활동이 시작된다면 IVI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비용 장수사회"가 바람직 박 회장은 IVI의 설립·발전의 주역이지만 본래는 인간의 노화 문제를 30년 넘게 연구해온 석학으로 의학계 권위자기도 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지 오래이고 초고령사회가 턱밑까지 온 상황에서 박 회장은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로 '저비용 장수사회'를 제시했다. 저비용 장수사회는 △자강 △자립 △공생이 키워드다. 노인들 스스로가 건강에 관심을 갖고 몸을 움직이며 아프지 않도록 몸을 관리하고(자강),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살길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고(자립), 자강과 자립을 기반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공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 고령사회는 고비용 구조라고 지적했다. 의료경비가 많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 장수사회는 고령환자가 병상에 오래 있는 현재의 구조보다 의료진이 환자를 찾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노인성 질환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의사가 아니더라도 노인 환자를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노인복지가 최고라는 스웨덴의 경우 와병환자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우선시한다"며 "거동이 안 되는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사가 보지 않고 작업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가 '왜 이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최소한 거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것만으로도 발생할 의료비용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체제에서는 고령환자가 거동을 못하고 오래 누워 있게 되면 간병인을 써야 하고,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면 몸에 욕창과 각종 염증이 발생해 의료비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고령자는 일단 '움직이는 것'이 저비용 장수사회의 기본 조건으로 봤다. 초고령사회를 피할 수 없다면 비용을 줄여 충격을 줄이자는 것이다. 박 회장은 "노화 연구를 하면서 100세 안팎의 노인을 수없이 많이 만났는데, 노화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기존 생각을 깨는 어르신들을 보게 됐다"며 "움직이고 일하며 팔팔하게 사는 노인들을 보며 감동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화는 죽음의 과정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과정, '홀리 에이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꾸준하게 움직이는 것을 박 회장은 건강한 장수, 홀리 에이징의 요건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힘이 든다고 움직임을 줄일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움직이고 좋은 음식을 먹는 등 건강을 행복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한다면 누구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이 같은 건강의 원리를 알리기 위해 박 회장은 나이든 남성들을 대상으로는 요리교실인 '골드 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노인들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춤 체조'를 창안해 보급했다. 박 회장은 올해로 만 75세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박 회장은 현재 전남대 석좌교수기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은 전남대가 있는 광주에서 어머니(96세)와 지내고, 일주일에 한 번은 IVI에 나와서 일을 본다. 한 달에 한 번은 직전에 재직했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를 찾아 후학들과 논문과 연구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그가 제시한 '홀리 에이징'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국제백신연구소(IVI)는 세계 공중보건을 위해 안전하며 효과적이고 저렴한 백신을 발굴·개발·보급하는 데 전념하는 비영리 국제기구로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다. IVI는 감염성 질병에 따른 개발도상국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을 기구의 비전으로, 세계 공중보건을 위한 안전하고 효과적이고 저렴한 백신의 발굴·개발·보급을 목표로 한다. 1997년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설립된 IVI는 현재 유엔과는 분리된 독립적 국제기구로 운영되고 있고 대한민국, 스웨덴, 인도, 핀란드, 태국 등 운영비 공여국을 포함해 세계 39개국과 세계보건기구(WHO)가 IVI설립협정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연구공원에 본부를, 스웨덴에 유럽 지역사무소를 개소했고 가나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에 협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IVI 한국 유치' 산증인 박상철 회장은 △1949년생 △광주광역시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사·박사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 소장 △제5대 한국노화학회 회장 △세계노년학회 아시아태평양 사무총장 △제14대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회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 센터장 △삼성종합기술원 부사장 △DGIST 석좌교수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IVI 한국후원회장(현)
2024-01-08 17:57:34[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제백신연구소(IVI)는 우리나라의 생명과학 기술 수준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백신 기술 발전에 한 몫하는 국제기구로 성장했다." 박상철 IVI 한국후원회 회장( 사진)은 8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소재 IVI 사무실에서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후원회는 IVI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데 기여하는 한편, 의료 혜택을 받기 어려운 저개발 국가에 꼭 필요한 백신을 지속적으로 보급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국제기구로 우뚝 선 IVI의 산증인이다. IVI를 한국에 유치하는 과정, 한국에 IVI를 설립한 이후 국제기구로서 사업·활동이 본 궤도 위에 오르기까지의 어려움, 예산을 확보하고 기금을 모으는 활동 등 모든 과정에 직접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 6월에는 후원회장을 연임, 오는 2026년까지 IVI를 지원하는 역할을 지속하게 됐다. 韓 생명과학 키우겠다는 욕심에 IVI 합류 지난 1994년 한국에 IVI를 설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던 시기에 박 회장은 모교인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다. 당시 IVI의 한국 유치를 위해 뛰던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과 신승일 전 서울대 교수 등 선배 학자들의 권유로 IVI와 연을 맺게 됐다. 조 전 총장과 신 전 교수는 현재도 IVI 한국후원회에서 상임고문과 고문을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의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한 학자로 백신을 연구하지는 않았지만 IVI 참여 당시에도 한국에 백신 등 바이오 기술의 발전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질환을 예방하고, 질환에 생기더라도 중증도를 낮출 수 있는 백신은 예방적 측면에서 중요성과 가치가 점점 증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회장은 "처음에는 백신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저개발 국가에 공급한다는 IVI의 설립 취지에 공감했다기 보다는 불모지였던 한국의 생명과학 기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더 컸다"며 "당시 한국이 만들 수 있는 백신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이런 기구를 유치하면 기술 개발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IVI는 한국에 있는 유일한 국제기구로 출발해 올해 설립 27주년을 맞이했다. 설립 초기 어려움 속에서도 후원회의 활동은 현재 IVI가 성과를 낼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됐다. IVI는 세계 최초의 저렴한 경구 콜레라 백신을 개발해 중저소득 국가의 제조사들에 기술을 이전했고 세계보건기구(WHO)의 규제 승인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20개 국가 7000만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백신 접종을 시행해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데 공을 세웠다.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거치며 백신의 중요성이 한껏 높아졌고, IVI의 역할과 인지도 역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IVI의 각종 목적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돕는 후원회의 입장에서도 IVI의 높아진 위상은 활동 전반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IVI가 진정한 의미의 국제기구로 도약했다"며 "특히 백신의 효과 유무를 검증하는데 쓰이는 '표준혈청'을 백신 개발 글로벌 빅 파마, 연구기관 등에 제공하며 백신의 국제적 표준화를 이끄는 글로벌 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엔 기구로써 백신에 대한 연구개발(R&D)를 하는 곳은 IVI가 유일하고, 지금도 IVI는 백신을 개발하는 전 세계 여러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 및 단체들을 연계해 기술적 고도화를 돕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에 저개발국에 공급해 그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필수적인 백신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의 개발 과정에서 IVI는 글로벌 임상 수행 및 임상분석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아 프로젝트의 성공을 도왔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IV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은 큰 행운이라고 박 회장은 말했다. 그는 "후원회는 IVI를 위해 각종 대관 업무는 물론 후원회 활동을 통해 펀딩을 하는 것이 주요 역할인데, 과거에는 모금이 참 어려웠다"며 "IVI의 인지도가 낮았고, 저개발국을 위한 백신 개발·보급 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낮았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예산이 과거에 비해 3배 이상 커졌고 IVI에 후원을 하는 기업과 독지가들도 늘었다"며 "어려운 시절에는 후원회 기금 중 일부를 떼어 R&D 자금으로 썼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고, 백신을 구매해 저개발국에서 백신을 보급하는데 더 많은 자원을 쓸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 비해 사정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을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려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때 20억원이 넘었던 후원회 모금이 코로나19에서 일상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는 20억원 밑으로 내려갔다. 그는 "에티오피아, 모잠비크, 잠비아 같은 국가에서 백신 보급 사업을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를 다 해줘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20만도즈 이상 백신을 구매해야 하고 접종 인력의 인건비, 접종시설의 운영비 지출, 심지어 백신을 보관하기 위해 전기를 끌어오고, 의료용 냉장고까지 마련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에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올해 펀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며 "IVI가 인류에 기여하고 한국의 과학과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계속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유럽지역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IVI의 사무소가 생겼다. 그는 "아직은 조금 먼 이야기지만 여러 나라에서 분소가 개소되고, 해당 지역에서 백신과 백신 보급의 중요성이 알려져 후원회 활동이 시작된다면 IVI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비용 장수사회"가 바람직 박 회장은 IVI의 설립과 발전, 어제와 오늘의 주역이지만 본래는 인간 노화 문제를 30년 넘게 진지하게 연구해온 석학으로 의학계 권위자기도 하다.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지 오래고 초고령사회가 턱 밑까지 온 상황에서 박 회장은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로 '저비용 장수사회'를 제시했다. 저비용 장수사회는 △자강 △자립 △공생이 키워드다. 노인들 스스로가 건강에 관심을 갖고 몸을 움직이며 아프지 않도록 몸을 관리하고(자강),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살 길을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하고(자립), 자강과 자립을 기반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활동(공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현재 우리 고령사회는 고비용 구조라고 지적했다. 의료경비가 많이 발생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한국의 장수사회는 고령환자가 병상에 오래 있는 현재의 구조보다 의료진이 환자를 찾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노인성 질환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의사가 아니더라도 노인 환자를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노인복지가 최고라는 스웨덴의 경우 와병환자를 최대한 줄이는 것을 우선시 한다"며 "거동이 안되는 환자가 병원에 오면 의사가 보지 않고 작업치료사(occupational therapist)가 '왜 이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는지'를 먼저 파악하고, 최소한 거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데 그것만으로도 발생할 의료 비용을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체제에서는 고령환자가 거동을 못하고 오래 누워 있게 되면 간병인을 써야 하고,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면 몸에 욕창과 각종 염증이 발생해 의료비를 지속적으로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고령자는 일단 '움직이는 것'이 저비용 장수사회의 기본 조건으로 봤다. 초고령사회를 피할 수 없다면 비용을 줄여 충격을 줄이자는 것이다. 박 회장은 "노화 연구를 하면서 100세 안팎의 노인을 수없이 많이 만났는데, 노화는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는 기존 생각을 깨는 어르신들을 보게 됐다"며 "움직이고 일하며 팔팔하게 사는 노인들을 보며 감동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노화는 죽음의 과정이 아니라 삶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의 과정, '홀리 에이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꾸준하게 움직이는 것을 박 회장은 건강한 장수, 홀리 에이징의 요건이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었다고, 힘이 든다고 움직임을 줄일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움직이고 좋은 음식을 먹는 등 건강을 행복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한다면 누구든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론이다. 이 같은 건강의 원리를 알리기 위해 박 회장은 나이든 남성들을 대상으로는 요리교실인 '골드 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노인들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우리춤 체조'를 창안해 보급했다. 박 회장은 올해로 만 75세로 고령이다. 하지만 그는 일주일을 바쁘게 움직이면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산다. 인터뷰 중에도 박 회장은 자주 웃음을 지어보였다. 박 회장의 어머니는 96세 고령으로 고향인 광주에 거주하고 있다. 박 회장은 현재 전남대 석좌교수기도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이틀은 전남대가 있는 광주에서 어머니와 지내고 일주일에 한 번은 IVI에 나와서 일을 본다. 한 달에 한번은 직전에 재직했던 대구경북과학기술원(DIGIST)를 찾아 후학들과 논문과 연구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그가 제시한 '홀리 에이징'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2024-01-05 21:18:15국민의힘이 20일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추대하기로 사실상 중지를 모았다. 그간 당내에선 한 장관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지만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한 장관을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상임고문 회의에서 대다수의 원로들도 한동훈 비대위에 찬성 의견을 냈다.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이날 타결되면서 윤 권한대행은 이른 시일 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전망이다. 윤 권한대행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상임고문 14명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뒤 "오늘 사실상 의견 수렴 과정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며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한 뒤 길지 않은 시간 안에 (비대위원장 인선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선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선임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 유흥수 상임고문은 "여러 가지 걱정도 있지만 '배 12척을 한동훈에게 맡기겠다'는 중지가 모아졌다"고 전했다. 당의 절박한 상황과 한 장관을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에 비유하며 당위성을 부여한 것이다. 유 고문은 "지금 당의 상황도 배 12척이 남아있는 상황과 같다"며 "(한 장관이) 등판해서 승리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선거를 지면 아껴서 아무 소용도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치 경험이 부족하다', '수직적 당정관계가 될 것이다' 등의 우려도 일축했다. 유 고문은 "새로운 것이 사회의 가치가 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경험이 그렇게 중요하겠느냐"고 주장한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한 장관은 아주 신뢰가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바른 소리를 할 수 있다"고 옹호했다. 목요상 고문도 "정치판에 때 묻은 사람보단 오히려 무색투명한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면 젊은 세대들도 많이 호응해 줄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소수의 반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유준상 상임고문은 "한 장관은 훌륭한 국민의힘의 자산인데 조기에 등판하면 상처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다"며 "공천관리위원장이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지휘하면 좋겠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 장관을 대체할 만한 대안이 없다는 점에서 당의 기류는 한 장관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 장관이 전날(19일) "세상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하면 길이 되는 것이다"라는 발언을 내놓는 등 사실상 자신을 향한 기대에 응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대론을 펼쳤던 비주류도 한 장관에게 힘을 주는 방향으로 선회한 모습이다. 다만 한 장관은 이날 비대위 선임과 관련된 질문에 "충분히 말씀드렸다"면서 말을 아꼈다. 지난주부터 중진 회의, 의원총회, 전국 당협위원장 회의 등을 열어 의견 수렴에 나선 윤 권한대행은 이날 상임고문 회의와 당내 직능조직의 의견을 종합해 비대위원장을 지명할 계획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12-20 17:5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