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극 ‘패왕별희’부터 셰익스피어 고전 ‘리어’ 그리고 웹툰 ‘정년이’를 창극으로 선보였던 국립창극단이 이번에는 순수 창작극에 도전한다. 국내 1호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박칼린이 연출·극본·음악감독을 맡고, 명창 안숙선이 작창, 스타 소리꾼 유태평양이 작창보를 맡은 ‘만신: 페이퍼 샤먼’이다. 박칼린은 지난 5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창극 도전은 처음이라 무섭고 두렵지만 재밌다”며 “엄청나게 재미있는 퍼즐을 풀어가고 있다. 공포 속의 행복함이 가장 적절한 표현일 것 같다”고 말했다. ■박칼린, 첫 창극 연출 "공포 속의 행복?" ‘만신: 페이퍼 샤먼’은 지난해 4월 부임한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유은선이 선보이는 첫 신작이다. 유 감독은 “해외 진출을 목표로 우리 전통적 이야기를 창극에 담아보고자 했고, 한국적인 소재를 현대적으로 풀어낼 연출가로 동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칼린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를 둔 박칼린은 미국에서 첼로, 한국에서 국악 작곡을 전공하고 박동진 명창에게 판소리를 배우는 등 동서양의 음악적 감수성을 두루 갖춰 그만의 강점이 창극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주목된다. 특히 친가와 외가에 다 무속인이 있어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무속 문화를 접했다. 오래 전부터 무속을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해왔고 이번에 창극단의 러브콜을 받고 원래의 아이디어를 창극에 맞게 재구성했다. 박칼린 연출은 “어릴 적 부산에서 살았는데, 동네에 무속인이 많아 자주 굿을 구경했다. 외가를 통해 북유럽 무속 문화도 자연스럽게 접했다"고 말했다. 샤먼은 ‘예민한 자’ 혹은 ‘치유사’로도 불린다. 그는 “야구에 능하면 야구선수가 되고, 음악에 능하면 음악인이 되는 것처럼 예민한 사람들이 샤먼이 되는 것은 내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며 ”무속을 치유의 영역으로 본다. 굿을 통해 상처받고 고통받은 세계 각지의 모든 생명과 영혼을 달래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인공 이름 '실'은 박칼린의 한국 이름이기도 하다. ‘만신: 페이퍼 샤먼’은 영험한 힘을 지닌 ‘실’을 통해 만신의 특별한 삶과 그들의 소명의식을 이야기한다. 1막에서는 남들과 다른 운명을 타고난 소녀가 내림굿을 받아 강신무가 되기까지를 그린다면, 2막은 만신이 된 ‘실’이 오대륙 샤먼과 함께 길을 떠나고 각 대륙의 비극과 고통을 다양한 형태의 굿으로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프리카 흑인 노예부터 서부 개척 시대 미국 원주민, 열대우림 파괴로 사라져간 아마존 원주민 부족 등 수많은 영혼을 보듬고 치유하기 위한 굿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다. ■창극을 중심으로 전세계 토속음악 가미 동서양을 오가는 관계로 이번 신작은 새로운 소리와 음악으로 꾸며진다. 소리·민요·민속악을 근간으로 새롭게 작창한 소리를 중심에 두고, 무가(무속 의식에서 무속인이 구연하는 노래)와 각 대륙의 문화를 포괄하는 다양한 토속음악을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극중에서 ‘실’과 신어머니가 부르는 무가는 이해경 만신에게 받은 원전 텍스트와 무속을 연구하는 이용식 전남대 교수의 연구 자료 등을 기반으로 한다. 삼신(아기를 점지하는 신)에게 비는 굿, 액을 막는 굿, 내림굿, 씻김굿 등 여러 종류의 무가를 무대화해 선보인다. 작창에 첫 도전한 유태평양은 “한국적이면서도 각 나라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음악이 준비돼 있다”며 “샤먼이 나라마다 달라도 사람의 아픔과 민족의 설움을 달랜다는 점에서 목적이 같듯 세계의 전통음악도 뿌리를 찾아가면 비슷한 느낌이 존재하더라. 아프리카 유학시절에도 느꼈는데, 이번에 민족음악 간 유사성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동서양 문화와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어떻게 아우르냐는 물음에 박칼린은 “각 나라 특유의 사운드가 있으나, 이질감이 없다"며 "자연스럽고 편하다. 또 공연 작업 시 대본에 충실하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대본이 요구하는 음악과 무브먼트에 충실했다”고 답했다. 무대에는 약 4m 높이의 대형 나무가 세워지고, 언덕·돌담·개울 등의 자연적 요소로 꾸며진다. 북유럽 숲부터 한국의 작은 마을, 아프리카 해변 등 오대륙의 공간은 영상·조명 등을 통해 표현된다. ‘페이퍼 샤먼’이라는 작품 제목에 걸맞게 종이를 활용한 무대도 주목된다. 박 연출은 “무속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한지다. 종이는 나무에서 오며, 태우면 사라진다. 또 인류 문화와 역사를 전해온 귀중한 기록 매체이며, 인간의 운명을 뒤바꾸는 생사의 경계는 종이 한 장보다도 더 얇다는 비유도 있다"며 종이의 의미를 짚었다. ‘실’ 역에는 김우정과 박경민이 더블 캐스팅됐다. 맑은 미성을 지닌 김우정은 창극 ‘춘향’의 춘향 역과 ‘정년이’의 권부용 역을 맡아 주목 받았다. 지난해 10월 입단한 박경민은 이 작품을 통해 첫 주역으로 데뷔한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05-30 16:25:43[파이낸셜뉴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오는 12월 15~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정재일 콘서트-리슨 Listen’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오징어 게임’ 이후 선보이는 첫 콘서트이자 유니버설 뮤직의 클래식 전문 레이블 데카(DECCA)를 통해 발매한 솔로 앨범 ‘리슨’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무대다. 첫 단독 콘서트 이후 3년만에 열리는 이번 공연은 연주자, 작곡가, 음악감독, 지휘자 등 정재일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그는 앞서 지난 10월 1일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쳤다. 피아노, 국악, 오케스트라를 접목한 혁신적인 음악으로 현지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이번 공연을 기획·제작하는 세종문화회관의 안호상 사장은 “‘일무’ ‘대한민국 국악관현악축제’ ‘김수철과 동서양 100인조 오케스트라’ 등 우리 전통을 계승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발전시키는 작품 제작에 세종문화회관은 집중하고 있으며, 긍정적이게도 이는 모두 전석 매진이라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재일의 이번 공연은 가장 젊은 관객층을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도전이지만, 우리 대한민국의 동시대 예술이 매일 매일 더 새롭게 진화하며 현재 세계 공연예술 트렌드 중심에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재일은 "오랜만에 갖는 단독 콘서트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그리고 전통악기로 이루어진 저의 솔로 앨범 '리슨'을 초연하는 자리이기도 하여 매우 설레는 동시에 긴장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티켓은 오는 10월 31일 오전 11시에 오픈되며, 세종문화회관 및 인터파크, 멜론티켓, YES 24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10-17 08:21:56[파이낸셜뉴스] 올해 20주년을 맞은 평창대관령음악제가 오는 7월 26~8월 5일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콘서트홀과 대관령 야외공연장을 비롯해 강원도 일대에서 열린다. 강효(바이올리니스트), 정명화(바이올리니스트)·정경화(첼리스트), 손열음(피아니스트)에 이어 4대 예술감독에 선임된 첼리스트 양성원 감독은 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세계가 평창을 찾고, 한국 아티스트들이 세계로 나가는 페스티벌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예술적인 수준을 최고로 추구하는 음악 축제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 음악 애호가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도 사회에 좀 더 기여할수 있는 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부연했다. 올해 주제는 ‘자연’이다. 강원도의 수려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오케스트라, 합창, 실내악, 성악 등 다양한 레퍼토리의 클래식 콘서트를 20회 선보인다. 양 감독은 앞서 “음악은 자연과 매우 잘 어울리는 예술장르”라며 “특히 대관령의 산맥과 잘 어울리는 악기가 호른이라고 생각했다. 개막 공연에 호른 20여대의 웅장한 선율이 담긴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을 연주한다”고 설명했다. 시작은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으로 여는데 이 곡은 평창의 아침을 상상하며 선곡했다고 부연했다. 드보르자크, 스메타나와 함께 체코의 대표적인 작곡가 레오시 야냐체크의 ‘수풀이 우거진 오솔길에서’도 연주된다. 국내에서 연주된 사례가 거의 없는데 야나체크가 자신의 고향마을을 회상하며 피아노 한대로 그려낸 곡이다. 새를 사랑한 작곡가 메시앙의 ‘새의 카탈로그’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비발디의 ‘사계’ 그리고 베토벤의 대표적인 표제음악 중 하나인 교향곡 ‘전원’등이 연주된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현재 피난 중인 '키이우 비르투오지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그 아픔에 공감하는 시간도 갖는다. 양 감독은 “개막 하루 전인 7월 25일 프리 페스티벌 공연을 갖는다"며 "음악제가 사회에 좀 더 기여할수 있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모스크바 출신의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드미트리 야블론스키가 이끌고 있는 키이우 비르투오지 스트링 오케스트라는 7월 27일과 30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기욤 쉬트르, 박지윤, 이지윤과 함께 바흐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와 비발디의 '사계' 등을 연주한다. 양 감독은 "음악제가 음악 애호가들이 신선한 자극을 받으실 수 있는 축제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같은 곡이라도 다른 해석이 가능한 아티스트를 초청해 다양하고 신선하면서도 균형감 있는 연주를 평창의 수려한 자연환경에서 즐길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 실내악 멘토십 프로그램, 찾아가는 가족음악회 신설 지역사회·주민을 위한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강릉, 평창, 춘천 등 강원도민을 직접 찾아가는 ‘찾아가는 가족음악회’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찾아가는 가족음악회-시네마 콘서트’를 선보인다. 무성영화가 상영되는 가운데 퍼커셔니스트 브뤼노 데무이에르와 아코디어니스트 파스칼 팔리스코의 라이브 연주가 펼쳐진다. 음악제 기간 동안 열리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올해 처음으로 '실내악 멘토십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음악을 보는 시각을 넓혀줄 ‘실내악 멘토십 프로그램’의 첫 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기욤 쉬트르다.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교수의 특강 ‘음악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도 눈에 띈다. 양 감독은 “김민형 교수는 누구보다 음악에 조예가 깊다”며 김교수와 함께 책도 집필 중이라고 부연했다. 올해 평창을 찾는 국내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양인모·이지윤·임지영, 비올리스트 김상진·김세준, 피아니스트 김정원·김태형·문지영·신창용·윤홍천,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호르니스트 유해리, 소프라노 서예리·서선영, 피아노 듀오 신박 듀오, 현악사중주단 노부스 콰르텟, 아레테 콰르텟, 전 국립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김지영, 지휘자 최수열, 정주영 등이다. 해외에서는 우크라이나의 키예프 비르투오지, 영국 피아니스트 로데릭 채드윅, 정스페인 기타리스트 호세 마리아 가야르도 델 레이, 바이올리니스트 기욤 쉬트르 등이 음악제를 찾는다. 국제 대회 우승자도 함께 한다. 2022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최하영, 2021년 제네바 국제 음악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미치아키 우에노 등이 그렇다. 평창대관령음악제는 도비 지원금 축소로 인해 작년보다 5억원이 준 20억원으로 올해 행사를 꾸린다. 양 감독은 "지금까지는 재정적인 이유로 (섭외를 했으나) 못 온다는 사람은 딱 한 분 계셨다"며 "중장기적으로 예전 예산을 되찾음으로써 약간 더 풍부한 축제가 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그는 또 "슈퍼스타들 거액을 모셔다가 하는 거는 좋은 방법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대도시 받는 스트레스에서 해방돼 보다 순수한 마음과 깨끗해진 머리로 음악을 들으면 훨씬 더 깊은 영감을 받으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 어렵다고 생각하셨던 곡들조차 우리들 마음을 뚫을 수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기보다는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너무나 좋은 책, 좋은 작가, 그 책의 흐름, 그 작가의 언어를 이해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클래식 음악을 이해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누구나 시간을 들이고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감상한다면 더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6-07 14:53:47[파이낸셜뉴스] 재단법인 범민문화재단과 한국음악협회 여수지부는 여수에코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첼리스트 김민지(서울대 교수)를 최종 선임했다고 22일 밝혔다. 김민지 교수는 초대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진에 이어 2대 예술감독을 맡아 여수에코국제음악제를 이끈다. 김민지 예술감독은 HAMS 국제 콩쿠르 1위 우승자 특전으로 음반을 발매, 어빙 클라인 국제 현악 콩쿠르 1위 입상과 위촉작품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끄는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오케스트라의 부수석(아시아 최초)으로 활동하고 현재는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 음악감독, 첼리스타 첼로 앙상블 수석과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8회 2023 여수에코국제음악제는 6월 15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6월 18일까지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총 4회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김민지 예술감독은 “아름다운 여수의 무한한 예술적 잠재력을 품고 있는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펼쳐질 여수에코국제음악제로, 관객과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뛰어난 연주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3-03-22 15:54:22[파이낸셜뉴스] 첼리스트 김민지 교수가 여수에코국제음악제 신임 예술감독으로 선임됐다. 22일 재단법인 범민문화재단과 한국음악협회 여수지부에 따르면 여수에코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첼리스트 김민지 서울대 교수를 최종 선임했다. 김 교수는 초대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김소진에 이어 2대 예술감독을 맡아 여수에코국제음악제를 이끈다. 제8회 2023 여수에코국제음악제는 6월 15일 전야제를 시작으로 6월 18일까지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총 4회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김 예술감독은 HAMS 국제 콩쿠르 1위 우승자 특전으로 음반을 발매, 어빙 클라인 국제 현악 콩쿠르 1위 입상과 위촉작품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이끄는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오케스트라의 부수석(아시아 최초) 등에서 활동하고 현재는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 음악감독, 첼리스타 첼로 앙상블 수석과 서울대 음악대학 기악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 예술감독은 “아름다운 여수의 무한한 예술적 잠재력을 품고 있는 GS칼텍스 예울마루에서 펼쳐질 여수에코국제음악제로, 관객과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뛰어난 연주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3-03-22 15:19:06"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 게임' 때문에 제게 많은 일이 벌어졌다. 데카와 계약해 이렇게 음반이 나온 것도 그중 하나다. 또 영화음악을 더 사랑하게 됐다." 지난 24일 유니버설뮤직 산하 클래식 전문 레이블 데카에서 '리슨(Listen)'이라는 제목의 앨범을 발매한 정재일 음악감독(사진)의 말이다. 정 감독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 20여년간 다른 예술가들을 보필하는 역할을 해오다가 작년에 데카에서 당신만의 것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2003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앨범을 냈다 역량 부족을 깨닫고 포기한 적이 있어 망설였으나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것을 바탕으로 음악만을 위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했다. 정재일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연주가이자 작곡가다. 가요뿐 아니라 재즈와 국악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했고 연극, 뮤지컬, 영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했다. 2021년엔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HMMA)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이번 앨범은 피아노 중심의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펼쳐낸다. 만 3세에 피아노를 배운 그는 "피아노는 제 모국어나 다름없다"며 "첫 음반이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내게 가장 내밀하고 편안한 악기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리슨'에는 선공개 싱글 '더 리버'를 비롯해 '리슨' 등 총 7곡이 수록됐다. 앨범명 '리슨'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겼다. 그는 "내 안의 목소리뿐 아니라 사람들, 또 자연과 지구가 하는 말도 듣고 싶었다"며 "팬데믹과 이에 따른 비극적 이별, 그리고 전쟁이 터지는 것을 보고 '우리가 듣는 귀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그의 음악은 클래식 작곡가의 영향까지 담아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제 기억 속 처음 좋아한 클래식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다. 또 펜데레츠키의 '히로시마를 위한 애가'는 듣고 충격을 받았다. 아르보 페르트, 진은숙 등의 현대음악가에게도 영향을 받았다." 10~20대 시절 유난히 어두운 음악에 끌렸다는 그는 "슬픈 음악, 슬픔에 웃음이 있는 음악에 점차 빠졌다. 동시에 시네마테크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 학습하고 느낀 것을 밑천삼아 아직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정재일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음악을 사랑했으나 시작은 노동이었다. 지금도 예술이라는 게, 수많은 노동 중의 하나라고 본다." 앞서 서울시향의 차기 음악감독 야프 판즈베던은 정재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정재일은 "제가 대학에서 음악을 배운 게 아니라서 근본이 없다. 그들의 예술적 경지를 맞출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동시에 근본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위촉곡을) 해보라고 하면 하고 싶다"고 답했다. 신진아 기자
2023-02-27 18:08:16[파이낸셜뉴스]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정재일(41) 음악감독이 유니버설뮤직 산하 클래식 전문 레이블 데카에서 앨범 ‘리슨’을 24일 발매했다. 데카는 게오르그 솔티, 루치아노 파바로티, 정경화 등 클래식 명반과 ‘007 노 타임 투 다이’ 등 다양한 영화, 방송 등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발매했다. 정재일은 이날 오전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무대 뒤에서 예술가들을 백업하다가 이렇게 저 혼자서 기자회견을 하게 될지 꿈에도 몰랐다”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2003년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며 ‘눈물 꽃’을 발매했다가 아직 역량이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꿈을 접었다. 지난 20여년간 다른 예술가들을 보필하는 역할을 해오다가 작년에 데카에서 당신 만의 것을 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2003년이 떠올라 망설였으나 다행히 팝송을 만들라는 요구는 없어서 마음을 바꿨다. 클래식 전문 레이블이라서 그동안 내가 쌓아왔던 것을 바탕으로 음악만을 위한 음악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도전했다” 천재 음악 소년, 10대부터 프로로 활약 정재일은 대중음악과 클래식을 넘나드는 연주가이자 작곡가다. 어릴 적부터 음악적 재능이 남달랐던 그는 만 3살부터 피아노를 치며 각종 악기를 섭렵했고, 1995년 중학교 2학년 재학 중 어머니의 권유로 서울재즈아카데미 1기생으로 들어가 작곡과 편곡 등을 배웠다. 가계 경제를 도와야했던 그는 우연히 버클리 유학파 기타리스트 한상원의 제안으로 한상원 밴드 베이시스트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푸리’의 리더이자 작곡가인 원일을 만나 영화 음악도 작업했는데 1997년 ‘나쁜 영화’ OST 세션으로 참가했고 이듬해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 OST의 건반과 기타 세션을 맡았다. 같은 해 발매된 인디밴드 언니네 이발관의 2집 앨범 ‘후일담’의 키보드 및 베이스 세션으로도 참가했다. 1999년 17살 나이에 밴드 긱스 베이시스트로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패닉, 박효신, 아이유 등 유명 가수의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았다. 그는 가요뿐 아니라 재즈, 국악의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했고 연극, 뮤지컬, 창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비롯해 ‘기생충’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으로 활약하며 세계적 명성을 쌓았다. 지난 2020년 영화 ‘기생충’의 삽입곡 ‘소주한잔(A Glass of Soju)'은 아카데미 주제가상 부문의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21년엔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할리우드 뮤직 인 미디어 어워즈에서 한국인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 ‘기생충’ 덕분에 엄청난 기회 생겼으나...” 정재일은 “영화 ‘기생충’ 때문에 제게 많은 일이 벌어졌다”며 “데카와 계약하여 이렇게 음반이 나온 것도 그중 하나다. 근데 제가 무대 뒤에서 일하는 사람이라 직접적인 변화를 못 느낄 때도 있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통해 영화음악이 무엇인지?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더 생각하게 됐고, 영화음악을 더 사랑하게 된 게 변화라면 변화”라고 부연했다. 생계를 위해 10대부터 형들 사이에서 음악을 하며 ‘천재소년’으로 명성을 떨쳤던 그에게 결국 세계적 명성을 안겨준 음악. 정재일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그는 “뮤지션을 꿈꾼 적은 없다”며 “그저 중학생이 경제생활을 하기가 힘든데 어떤 기회가 주어졌고, 그 기회를 잡고 싶은 절실함이 (당시) 있었다”며 음악을 하게 된 계기를 떠올렸다. “음악을 사랑했으나 시작은 노동이었다. 지금도 예술이라는 게, 수많은 노동 중의 하나라고 본다. 그래서 예술가에게 결여된 근면함이나 책임감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번 앨범 발매를 계기로 이렇게 대중 앞에 서는 일이 늘어날지를 묻자 “일단 생계도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무대 뒤에 있을 것"이라며 "거기서 얻는 예술적 희열, 삶의 도움이 있다. 동시에 지난 20년간 못해본 여러 새로운 일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덕된 기분, 1020대 시네마테크서 살았다” 그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덕분에 성덕이 된 것은 기쁘다고 했다. “정재일은 몰라도 ‘오징어 게임’ 음악은 전 세계인이 다 알게 됐다. 명예를 얻었다. 기본적인 제 삶은 변화가 없지만, 성덕은 될수 있었다”고 즐거워했다. “제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빅팬이다. 영화 ‘브로커’를 작업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내게 굉장한 일이 생겼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자는 ‘긱스 음반 발매 당시 10대이던 정재일을 인터뷰했는데 그때 어떤 음악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 ’슬픈 음악과 영화 음악‘이라고 답한 기억이 있다’고 하자 정재일은 “기억 난다”고 답했다. “어릴 적에 어두운 음악에 심취해 있었다. 1020대 시절 어두운 음악에서 슬픈 음악, 슬픔에 웃음이 있는 음악에 점차 끌려 들었다. 동시에 시네마테크에서 살다시피 했다. 온갖 이상한 영화를 다보고 온갖 이상한 음악을 다 찾아들었다. 그때 학습하고 느낀 것을 밑천 삼아 아직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의 음악은 대중음악을 넘어 바흐, 브람스, 아르보 패트르와 같은 클래식 작곡가의 영향까지 담아냈다는 평을 받는다. 그는 “제 기억 속 처음 좋아한 클래식은 모차르트의 레퀴엠이다. 레퀴엠 스코어를 보면서 많이 공부했다. 또 라벨, 드뷔시, 아르보 페르트와 같은 현대음악가를 알게 됐다. 펜데레츠키의 ‘히로시마를 위한 애가’는 듣고 충격에 빠졌다. 루치아노 베리오, 진은숙 등의 현대 음악가에게 영향을 받았다.” 앞서 서울시향의 차기 음악감독 야프 판즈베던은 정재일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정재일은 “위촉곡 이야기를 기사를 통해 알게 됐다”며 “그런 거장이 내 이름을 어떻게 아셨을까? 굉장히 황송한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제가 대학서 음악을 배운 게 아니라서 근본이 없다. 그들의 예술적 경지를 맞출 수 있을지 두렵기도 하다. 동시에 근본 없이도 할 수 있는 게 있으니까, 해보라고 하면 하고 싶은 작은 소망은 있다”며 위촉곡 제안을 수락할 용의가 있음을 내비쳤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3-02-24 15:11:33[파이낸셜뉴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됐던 얍 판 츠베덴이 당초보다 약 반년 정도 일정을 앞당겨 내년 1월 열리는 브람스 교향곡 정기공연에서 선데뷔를 한다. 현 음악감독인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이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하면서 일정을 조정한 것이다. 21일 서울시향에 따르면 내년 1월 12일~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브람스 교향곡 1번' 정기 연주회에서 얍 판 츠베덴 감독이 서울시향의 첫 지휘봉을 잡을 예정이다. 당초 서울시향은 오스모 벤스케 감독과 2023년 첫 정기공연 프로그램으로 시벨리우스 사이클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스모 벤스케 감독이 이달 초 낙상 사고로 부상을 입으면서 1월 공연 무대에 서는 것이 어렵게 됐다. 오스모 벤스케 감독은 부임 이후 코로나19 등과 또 다른 불상사 등이 겹치며 서울시향의 정기 공연과 인연이 없었다. 서울시향 측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다수의 핀란드 지휘자들과 접촉했으나 촉박한 일정에 섭외가 어려웠다. 이에 차기 음악감독으로 예정됐던 판 츠베덴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판 츠베덴 감독도 기존 공연스케줄을 취소하고 1월 정기 공연을 이끌기로 한 것이다. 판 츠베덴 감독은 원래 내년 7월에 차기 음악감독이자 객원 지휘자로써 서울시향 정기공연 지휘를 앞두고 있었으나 이번 결정으로 데뷔 시기가 약 6개월 앞당겨 지게 됐다. 그는 현재 뉴욕 필하모닉과 홍콩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재임 중이다. 또 객원 지휘자로서도 오케스트라 드 파리, 암스테르담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계적인 명성의 지휘자다. 201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이 그가 감독으로 있는 홍콩 필하모닉을 '2019 올해의 오케스트라'로 선정하기도 했다. 서울시향과의 첫 공연은 '브람스 교향곡 1번'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브람스는 교향곡 1번을 완성하기 위해 무려 21년, 그의 젊은 생애가 모두 담을 정도로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2부는 그가 직접 고른 3곡의 음악을 선보인다.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전주곡,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 & '사랑의 죽음', 오페라타 '박쥐' 서곡이 그것이다. 얍 판 츠베덴 차기 음악감독은 "이미 잡혀있던 스케줄을 취소하고, 서울시향 단원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한국행을 결심했다"며 "단원들과의 만남이 무척 기대되며, 서울시향 관객들과도 하루빨리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2022-12-21 17:03:05[파이낸셜뉴스] "방대한 레퍼토리를 소화하면서 우리만의 스타일을 점점 더 자리 잡도록 하는 게 목표다." 20일 핀란드 출신 지휘자 피에타리 잉키넨 KBS교향악단 음악감독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프로그램을 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모든 공연을 잘 마쳤고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취임 첫해인 잉키넨 감독은 올해 핀란드 거장 시벨리우스의 '레민카이넨 모음곡'과 합창교향곡 '쿨레르보' 한국 초연 등 고국 핀란드의 음악을 소개하며 정체성을 보여줬다. 말러의 '교향곡 제5번'으로 시작하는 내년 1월 첫 공연은 올해 연주한 말러 교향곡 7번의 연장선이다. 총 5번의 무대에 오를 예정이며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2번', 월튼의 '교향곡 제1번', 베토벤의 '교향곡 제9번-합창'을 공연할 계획이다. 10주년을 맞은 KBS교향악단은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이자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오케스트라로 나아가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9월 온라인 콘서트홀 서비스인 '디지털 K-홀'을 오픈하는 등 창조적 음악 콘텐츠 제공자로 디지털 서비스 혁신도 이끌고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12-20 16:46:56[파이낸셜뉴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올해로 임기가 만료되는 오스모 벤스케 음악감독의 후임으로 현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네덜란드 출신 얍 판 츠베덴(61)을 선임했다. 츠베덴 감독의 임기는 오는 2024년 1월부터 5년간이다. 츠베덴은 19세에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관현악단(RCO)의 최연소 악장으로 취임해 17년간 악장을 역임했다. 지휘자로 변신한 이후에는 미국 댈러스 심포니, 홍콩 필하모닉 등을 맡아 단기간에 연주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높이는 등 오케스트라 트레이너라는 명성을 얻었다. 2018년부터는 세계적 교향악단인 미국 뉴욕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2024년에는 서울시향과 뉴욕 필하모닉을 동시에 이끌게 되어 두 교향악단 간의 긴밀한 협력이 기대된다. 이번 차기 음악감독 선임 과정에서 서울시향은 교향악단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지명도 높은 음악감독을 초빙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였다. 연초부터 음악감독추천위원회를 통해 다수의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들을 접촉하는 노력 끝에 뉴욕 필하모닉 음악감독인 츠베덴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츠베덴 차기 음악감독은 홍콩 필하모닉을 이끈 경험으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또 과거 몇 차례 내한 공연을 통해 한국 연주자들의 성장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고의 연주 실력을 가진 서울시향의 도약 가능성을 높이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은경 서울시향 대표이사는 “한국은 이미 케이팝, 영화, 드라마 등 K컬처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클래식 분야도 촉망받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산실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향도 이번에 세계 최정상급 지휘자의 영입을 통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2022-09-04 17:5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