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솔직히 문 전 대통령이 감옥 갔으면 좋겠다”면서도 “딸네 살림에 보태준 걸 수사하는 건 꼴짭하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지난 16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문재인 정부는) 원전 폐기 문제도 있고, 김정은한테 판문점에서 USB 넘겨줄 때 거기에 국가 기밀이 들어갔나 안 들어갔나. 국가기록원 통해서 다시 한 번 분석하고 조사해 보고 뭐 그런 걸 해야지 좀 그럴듯하지"라며 "전직 대통령을 잡으려면 수사 비례의 원칙은 지키고 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 때는 우파 진영 1000여 명을 조사하고 수백 명을 구속했기 때문에 나도 문 전 대통령이 (감옥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면서 “그래도 어디 할 게 없어서 딸한테 5000만 원 줬네 안 줬네. 그런걸 갖다가 압수수색이나 하냐"면서 '꼴잡하다'고 표현했다. 홍 시장이 언급한 ‘꼴짭하다’는 행동이나 말이 치사하고 야비하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으로 지난 정권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인사들이 구속된 만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지만 딸 다혜 씨를 겨냥한 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홍시장은 김건희 여사가 공개행보로 구설에 오르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답답하더라도 지금은 나올 때가 아니다. 국민들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라며 "안 했으면 좋겠다. 좀 참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소나기가 내릴 때에는 피해 가는 게 옳다"라고 말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출장 조사를 두고는 “전례가 많다. 그것 가지고는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평가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18 22:42:21여야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의 막이 올랐다. 민생과 직접 관련 없는 그들만의 리그여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는 없다. 대표에 따라 당과 정치의 모습이 달라지며, 국민의 삶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후보자들이 연달아 출사표를 던지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후보 모두 당 대표로 손색이 없는 무게감을 가진 정치인들이다. '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이라는, 이른바 '어대한' 기류가 변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차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결선투표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예상대로 한 후보가 1위를 할 경우 2위로 결선에 오른 후보가 합종연횡을 통해 승부를 뒤집을 가능성도 있다. 후보들이 치열하게 싸울 이유가 생긴 것이다. 벌써부터 해병대원 특검법, 독자 핵무장론 등을 둘러싼 설전이 벌어진다. 전당대회 흥행 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4일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본인 말처럼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면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다. 전당대회 재출마를 당연시한 발언이다. 민주당의 경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혹은 '또대명(또 다시 대표는 이재명)'에 누구도 물음표를 던지지 않는다. 그냥 연임하면 그만 아닌가 싶은데 당헌 당규에 따라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할 뿐이다. "길지 않게 고민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한 이 대표의 진짜 고민은 자신의 거취가 아닐 것이다. 이미 정해진 수순인 대표직 연임을 어떤 명분으로, 얼마나 모양 좋게 만들어 낼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오글거리는 아부성 발언을 국회의원들이 다투어 내놓는 것도 그런 기류 때문이다. "공천 혁명과 당원 주권 혁신을 이뤄내 총선에서 압승을 만든" "이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 이 대표가 다시 "당대표에 나서 달라"는 논리가 성립하는 것이다. 추대 찬반 투표를 피하기 위해 고민 끝에 억지 춘향으로 내세울 후보가 있을지 관심이다. 국민의힘의 고민 지점은 과열 걱정이다. 당대표 선거는 아니지만 이명박·박근혜 혈투의 기억은 아직도 새롭다. 2007년 대선 한나라당 후보 경선에서 두 후보 진영은 사생결단의 선거전을 치렀다.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양측은 마구잡이 폭로전을 벌였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최서원)씨의 관계, 이 전 대통령의 다스 의혹 등은 모두 경선에서 폭로된 내용들이다. 차례로 대통령에 오른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감옥행에 오르게 된 비극의 시작이었다.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한 검찰수사가 크게 어려울 게 없었다는 후일담이 있었다. 폭로된 자료가 그만큼 풍부하고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유사한 '골육상쟁'을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모두 당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 분위기가 과열되면 어디서 무엇이 불쑥 튀어나올지 모른다. 흥행은 보장되지만 결과적으로 통한의 전당대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맥락은 달라도 "이러다 다 죽는다"는 원 후보의 발언은 상징적이다. '유일지도체제'를 만든 이 대표 역시 아픈 기억이 있다. 이낙연 후보와의 지난 대선 경선에서 폭로된 '대장동' 의혹은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단초가 되었다. 총선에서 '비명횡사 공천' 비난을 무릅쓰고 임종석 전 비서실장, 박용진 전 의원 등 잠재적 경쟁자를 무리하게 쳐낸 이유도 짐작이 간다. 만에 하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무감동 경선을 감수하더라도 사법리스크 방탄에 일말의 허점도 없게 하려는 안전 우선 주의일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가 "(강민구 최고위원의) '아버지' 발언에 불편해했다" "그런 발언을 좀 말려달라"고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린 바 있다. 국민감정과 동떨어진 발언임을 나중에서야 깨달은 모양이다. 국민의힘은 '어대한'에 달린 물음표를 진짜 승부예측이 불가능한 의문부호로 만드는 게 관건이다. 민주당은 무미건조한 '어대명'에 어떤 감동의 느낌표를 찍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그들만의 리그를 무력하게 지켜보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서비스가 그런 게 아닐까 싶다. dinoh7869@fnnews.com
2024-06-26 18:21:25[파이낸셜뉴스] 국회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가운데 이 후보자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작성한 것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 장악 문건'을 두고 여야가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국정원 직원을 통해 언론을 감시하고 장악하려 했다며 언론관을 문제삼았고, 국민의힘은 이 후보자가 좌편향 되어있는 언론을 공정한 운동장으로 정상화시키기 위한 적합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홍보수석이었던 이 후보자가 파견나온 국정원 직원을 통해 언론을 감시하고 장악하려고 했다며 방송통신위원장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민정 의원은 "제가 갖고 있는 문건은 국정원 사찰 문건"이라며 "10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중에서 이동관이라는 청와대 대변인이자 홍보수석의 보고를 받거나 요청했던 문건들이 30여건 정도 된다. 그 가운데 실제로 실행된 것들이 9건 정도인데, (이 후보자가) 당시 문건과 보고서들을 요청한 것이 많았다고 국정원 제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형배 의원은 "국정원의 MBC 담당 정보수집관은 민감한 내용으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만 보고됐다고 얘기했다"며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통해 방송사 장악 계획을 세운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저런 보고서가 국정홍보수석실의 주문 없이 국정원이 그냥 생산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변재일 의원은 "저도 청와대에서 근무했지만 국정원에서 파견관을 받기 위해선 수석이 동의를 안하면 안된다"며 "비서관이 행정관을 통해 일우 연예인과 라디오 시사프로의 편파방송 실태, 방송사 지방선거기획단 구성 실태, KBS 조직개편 등을 보고서를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행정관의 보고에 따르면 데일리 보고서와 기획보고서는 수석만 보는 건데, 후보자께서 수석할 때 다 보고 있었고 보고를 받은 후 비서관한테 지시를 하셨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해 좌편향된 언론 생태계를 정상화시키려고 하는 것일 뿐 우편향 시키는 것이 아니라고 비호에 나섰다. 김영식 의원은 "공영방송인 MBC와 KBS가 공정성을 무시한 채 정치적 편향성을 갖고 보도하고 있다"며 "KBS는 후보자와 배우자의 금융거래에 대해 해명했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증여세 탈루 의혹과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3일 연속 보도했고, MBC는 후보자가 지명된 당일 뉴스보도 18개 중 6개를 후보자 반대 진영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내용으로 도배했다. KBS와 MBC가 여전히 공영방송의 역할을 잊은 채 후보자에 대한 객관적 검증보단 낙마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두현 의원은 "청와대 동정이나 정책과 관련해 오보나 왜곡된 보도, 오해에 의한 보도가 있으면 그냥 두는가 아니면 바로 잡아달라고 요청을 하는가"라며 "공영방송에 대한 개념이나 역할과 공영방송의 일탈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감시 방안 등 민영방송은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홍석준 의원은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이유로 대통령 2명과 대법원장, 국정원장 등 4명을 감옥에 넣고 재판을 하고 있는데 적폐청산의 광풍에서 후보자가 구속되지 않았던 것은 그런 문건이 혐의가 없다고 보는 수사기관의 결론이 아닌가"라며 "민주당에서 제기한 문건에 대해 아무런 과정과 결과가 도출되고 있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 문건에 근거해 언론장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침소봉대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김준혁 기자
2023-08-18 18:06:49[파이낸셜뉴스] 4월 28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Pioneering a New Freedom Trail)'을 주제로 한 연설을 마지막으로 이번 한미 동맹 70주년을 계기로 열린 한미정상회담과 국빈 방미일정을 사실상 모두 마치고 4월 30일 귀국했다. 윤 대통령은 하버드대 연설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핵 협박은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 평화와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며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한미 동맹은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 계약관계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가치동맹”임을 재강조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핵 억제력 강화를 비롯해 기존에 운영하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는 별도의 미국의 핵 능력의 공유를 논의하는 핵 협의체(NCG)의 신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확대 등 확장억제의 진전을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이번 한미회담에 대해 고강도로 비판에 나서면서 연대 강화 움직임을 보이는 등 한반도 안보정세를 둘러싼 한·미·일과의 대립각은 더욱 심화할 조짐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핵공유다, 아니다 논란을 넘어 향후 한·미 또는 한·미·일 간 실질적인 핵 억제력 실효성 강화를 위한 후속 조치 논의와 실행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NCG는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논의하며, 북한의 핵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차관보급 범정부 상설협의체 형태로 운영된다. 1년에 분기별로 4차례 정기회의를 갖게 된다. 회의 후에는 결과를 양국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이행체계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다. ■ 워싱턴 선언, 핵포함 한미상호방위조약 업그레이드 개념 윤 대통령은 하버드대 연설 후 조세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 참석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에서 “한국은 핵무장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빠른 시일 내에 심지어 1년 이내에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핵이라고 하는 건 단순한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핵무기와 관련된 복잡한 정치 경제학과 정치 경제 방정식이란 게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 한국 내 핵무장 여론이 높아지는 데 대해 “핵을 보유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양한 가치들과 이해관계가 있지만 국내 여론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한국의 자체 핵개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이 과거 재래식 전력을 바탕으로 맺었던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핵을 포함하는 업그레이드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 선언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공유보다 약하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나토 핵 공유와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그 실효성 면에서는 1대1로 맺은 것이기 때문에 나토의 다자 약정보다는 더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4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을 주제로 약 44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기립박수는 23번 박수는 58번이 나올 정도로 모두를 놀라게한 유창한 영어 연설로 호평을 받았다. 우리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 나선 것은 약 10년 만으로 윤 대통령이 이승만·노태우·김영삼·김대중·이명박·박근혜 대통령에 이은 7번째다. 이승만·노태우·김대중·박근혜 대통령이 영어로 연설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중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쓰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연설 당일 아침까지 연습과 마지막까지 직접 연설문을 가다듬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미 국방부(펜타곤) 청사를 방문하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군 수뇌부의 보고를 받았다. 한국 대통령이 美 국가군사지휘센터를 찾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4월 26일(현지시간)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선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美 대통령은 공동 합의문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했다. 핵심은 △한·미 간 차관보급 확장억제 협의체인 '한미핵협의그룹(NCG, Nuclear Consultative Group)'의 신설 △핵무기를 탑재한 공격핵잠수함(SSBN) 등 전략자산의 정기적 한반도 전개 및 미국의 핵자산 관련 정보 공유 확대 △대한민국의 NPT 의무 및 한미 원자력 협정 준수 의지 재천명 등이다. 1991년 11월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 이후 한반도에서 미군이 배치했던 전술핵무기는 모두 철수했다. 특히 SSBN의 한반도 진입은 1980년대 초반 이후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이번 워싱턴 선언에 따라 SSBN이 한반도에 전개한다면 40여년만인 셈이다. ■美전문가 "핵협의그룹 등 이행 중요, 한국 우려 완화 기대" 美 전문가들은 워싱턴 선언이 한·미 미래 동맹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에도 큰 성과라며 공통적으로 후속 조치 이행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27일 윤 대통령의 국빈 방미 동안 한미 동맹의 미래 발전 방안에 대한 중요한 비전을 제시했다며 양자 컴퓨팅, 배터리,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협력 계획은 한미 동맹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평가하고 이제 한국이 첨단기술의 선도국이며 “기술의 수혜자가 아닌 제공자”라고 강조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별보좌관은 “핵협의그룹은 확장억제 정책의 입안과 실행에 있어 한국이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 대사대리는 “미국이 거둔 성과는 핵협의그룹 창설 등 양국 간 확장억제 대화를 강화하는 대신 윤 대통령으로부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준수하고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약속을 받아낸 것”이라며 “이 두 가지 조치가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완화시킬 것으로 기대하지만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양측의 숙제는 정상회담 합의의 후속과 이행”이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한미정책국장은 과거의 공동성명이 외교와 안보에 집중됐지만 이번엔 우주, 사이버, 청정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 선임국장도 “경제협력은 이제 한미 관계의 핵심 요소가 됐다”며 한미 정상회담 이전에 이미 양측이 IRA와 반도체법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는데 많은 진전을 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창설되는 ‘차세대 핵심∙신흥기술 대화’ 등을 통해 협의를 심화하면서 앞으로는 유사한 어려움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공격핵잠수함(SSBN) 한반도 전개, 북한에 페놉티콘 효과 기대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워싱턴 선언에 대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여러 차례 핵무장 의지와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표명해 왔으나 실제로는 이를 미국으로부터 더 강한 확장억지 공약을 끌어내기 위한 카드로 사용했던 걸로 보인다며 실제 한국은 한미정상회담 전에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밝힌 바 있다고 짚었다. 손 교수는 NCG를 통해 미국은 자국의 전략자산 운용에 대한 정보를 한국에게 더욱 폭넓게 공유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보 공유 차원을 넘어서 미국의 핵자산 운용 정책결정에 한국이 직접 참여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관측했다. 다만 한·미 간 NCG가 향후 한·미·일 3국 간의 핵억지 공조협의체로 확대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손 교수는 핵잠수함이 단순히 한국을 '방문'하는 것이라도 사실상 '상시 배치'와 유사한 억지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북한 입장에선 핵잠수함이 와있는지를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마치 페놉티콘(Panopticon : 중앙의 감시 공간을 어둡게 처리한 죄수들을 교화할 목적으로 설계된 원형감옥)에서 죄수들이 감시를 내면화해 스스로 행동을 규율하듯, 북한도 미핵잠수함의 보복능력을 내면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손 교수는 한국 측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일반 한국인들이 느끼는 안보 불안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진 않을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나토식 핵공유와 가장 다른 것은 "나토의 경우 핵심국에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된다는 것인 반면 한국엔 미국 핵무기가 배치되지 않는다"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한국이 NPT와 한미원자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핵 족쇄는 더 강화된 측면이 있다며 적어도 현 정부 내에선 자체 핵무장 카드 사용과 핵재처리·농축을 통한 핵물질 확보가 어려워져 대미 안보 의존은 더욱 심화되었으며 한국의 전략적 공간은 더 축소돼 한국의 독자적인 Nuclear hedging도 불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워싱턴 선언’에 북·중·러 잇달아 경고 메시지... 한반도 안보 대립 심화 김여정은 4월 2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입장 발표에서 워싱턴 선언에 첫 반응으로 ‘빈껍데기 선언’이라면서도 동시에 “극악한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집약화된 산물”이라는 모순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또 바이든 대통령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북한 '정권 종말'이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직접 사용했다며 "남은 임기 2년만 감당해 내자고 해도 부담스러울 미래가 없는 늙은이의 망언"이라는 등 막말 비난과 맞대응을 시사했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워싱턴 선언'에 첫 공식 반응으로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통신 또 김여정이 "'핵협의그루빠(핵협의그룹·NCG) 조작과 미핵전략 자산들의 정기적이며 지속적인 전개와 빈번한 군사훈련으로 지역의 군사정치 정세는 부득이 불안정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안전 환경에 상응한 보다 결정적인 행동에 임해야 할 환경을 제공했다"고도 보도했다. 그녀는 또 윤 대통령을 향해 "미국으로부터 빈껍데기' 선언'을 '배려'받고도 '미국의 확고한 확장억제 공약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라고 감지덕지해 한다"며 "자기의 무능으로 안보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도 무슨 배짱을 부리며 어디까지 가는가를 두고 볼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이번 한미 정상의 합의에 대해 "미국과 남조선의 망상은 앞으로 더욱 강력한 힘의 실체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우리는 핵전쟁억제력 제고와 특히는 억제력의 제2의 임무(선제공격)에 더욱 완벽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신했다"는 위협도 잊지 않았다. 러시아도 워싱턴 선언이 역내 불안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에 나선 데 이어 28일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윤 대통령이 방미 성과로 강조하는 핵우산은 매우 허술하고 부실해 보이며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내외 군사외교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침공이 우크라이나의 일부 또는 전부에서 영토 획득 또는 영향권 확대를 달성하거나 전쟁 중에 러시아가 저강도 핵무기를 사용함으로써 군사적 이점을 얻게 된다면 중국의 대만 통일 시도와 중·러를 뒷배로 한 핵을 앞세운 북한에 의한 한국의 적화통일 시도 등 안보 환경의 변화는 훨씬 빨리 더욱 공세적 위기에 처한다는 군사·정치적 의미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윌리엄 번스 국장은 지난해 10월 3일(현지시각)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7년까지 대만을 공격할 준비를 끝낼 것을 중국 인민해방군에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202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게 현실이다”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올해 1월 9일(현지시각) ‘다음 전쟁의 첫 전투’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중국군이 2026년 대만 점령을 위한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상황을 가정한 ‘워게임’ 결과를 내놓았다. ■워싱턴 선언 효과 극대화 중요...국론 분열과 자중지란 경계해야 24차례에 걸친 이번 시뮬레이션에서 미국의 개입이 없는 한 차례의 상황을 제외하고 미국이 모두 승리하지만 전쟁의 피해는 승리의 기쁨이 무색할 만큼 양측의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보고서는 이 과정에서 한국에 주둔한 주한미군의 4개 전투비행대대 중에 2개 대대가 차출돼 전투에 참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기 전에 한국의 세계 최대의 평택미군 기지를 포함한 주한 미군 공군기지와 사드기지, 일본의 보급선을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조망하면서 중국은 경제난에 몰린 북한에 당근을 제시·사주하면서 주한 미군의 대만 개입의 발목을 잡기 위해 한국에 대규모 국지전 이상의 분쟁을 야기할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대만 흡수 통일 시도가 우리의 의도와 달리 대한민국의 안위와 직결돼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 일각에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정도로 고도화하는 가운데 이번 워싱턴 선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공식 재확인한 것은 파격적 성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이번 방미 성과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실천적 이행과 다각적 분석은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북한에 대응한 결연한 자세와 자주국방에 박차를 가해야 하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특히 한국은 국론 분열과 자중지란을 경계하면서 "내부의 적은 적보다 무섭다"는 명제를 새겨야 할 시점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2023-04-30 16:35:33[파이낸셜뉴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4일 "연금·노동·교육도 반드시 개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빠르면 빠를 수록 좋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개혁에는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 따른다. 따라서 저항도 만만치 않다"며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 주 원내대표는 안보·기후·인구 위기 극복도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다. 지난 30년간 북한은 핵 개발 의지를 꺾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계속 핵 개발 능력을 키운 결과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가 됐다"며 "반면 우리는 여야를 초월한 하나의 일관된 국가 전략 없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전략적 기조 자체를 바꾸었고 국론이 분열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기후 위기에 대해서도 "모두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실행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보이지 않고 이 문제의 절박성을 정부나 국민이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위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저출산은 소리 없이 나라를 죽이는 암"이라며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온 국가가 필요하다. 국회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교섭단체 대표연설문 전문. < 두렵지 않습니까! 절박한 위기 앞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 1. 시작하는 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과 동료 의원 여러분,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대구 수성갑 출신 국민의힘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입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의 처참함을 필설로 나타내기 어렵습니다. 두 나라 국민을 깊이 위로하면서, 더 많은 분이 구조되고 피해가 속히 회복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우수를 며칠 앞둔 요즈음 바람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남쪽에서는 벌써 매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꽃소식과 함께 코로나가 종식되고 우리 국민들 모두 활기차고 즐거운 봄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어제 존경하는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님의 연설을 잘 들었습니다. 받아들일 지적은 받아들이고 저희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의견을 말씀드리고 조율해 가겠습니다. 저는 5선 의원으로서 우리 국회에서는 고참 중진 중의 한 명입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는 했습니다만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짧지 않은 의정생활 동안 지금처럼 자괴감과 두려움이 엄습한 적이 없습니다. 우선 자괴감의 정체는 우리의 노력과 분투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가 국민들로부터 그 어느 때보다 지탄의 대상이 되고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십여 년 전 어느 대기업 회장이 한국 정치는 4류라고 하여 큰 파문이 인 적이 있었지만, 지금에 이르러서도 우리 정치가 여전히 4류임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2017년에서 2021년 사이에 실시된 세계가치조사 7차의 경우 우리나라 응답자의 무려 79.3%가 국회를 불신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지난해 12월 15일에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의 국가기관별 신뢰도에서 국회는 겨우 15%로 국가기관 중 꼴찌를 기록했습니다. 응답자의 81%가 국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해 세계가치조사의 결과와 거의 같았습니다. 정치 영역이란 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서로 치열하게 공격하는 영역입니다. 특히 한국 정치는 진영화되어 있어 상호 불신과 공격의 강도가 훨씬 더합니다. 더욱이 이런 모습이 방송으로 중계가 될 때가 많다 보니 다른 직역에 비해 국민 신뢰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한 국회의원 생활의 성적표가 15밖에 안 된다고 하니 국민들께 죄송하고, 서글프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제가 전에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까닭은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 직면하고 있는 도전들이 너무나 중차대함에 비하여 우리나라의 국가 의사결정 능력이 역부족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부상과 미중 대결의 심화, 그리고 북핵 위기는 우리에게 엄청난 안보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은 산업 대전환은 물론 문명 패러다임 자체의 전환을 요구하는 문명사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은 대한민국의 사회경제적 지속가능성을 위협함은 물론 물리적 생존마저 위협하는 인구학적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노동, 연금, 교육 등의 분야에서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심각한 문제들이 많습니다. 우리의 근·현대사는 두 차례의, 국운이 걸린 대위기를 겪었습니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일어난 첫 번째 대위기로 우리는 국권을 잃고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수립 후 1950년 전후로 소련과 중공의 지원 아래 북한이 남침했을 때인 제2의 대위기는 미국과 유엔의 지원으로 파멸을 면했고 온 국민의 피땀으로 오늘의 성공 국가를 이루었습니다. 저는 지금 우리나라가 맞이하고 있는 대위기가, 아직 전면적으로 현실화되지는 않았지만, 그 심각성에서 앞의 두 번에 못지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3의 대위기를 맞고 있는 대한민국은 이전보다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습니다. G7에 들어도 좋을 경제력을 가지고 있고 외적에 심대한 타격을 가할 군사력도 보유하고 있으며 높은 문화의 힘도 자랑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현재의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자원을 갖추고 있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이 다양한 자원을 제때 제대로 묶어내는 일입니다. 저는 이것이 바로 우리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이 도전에 대한 국민적 응전을 성공적으로 이끈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2. 국회 신뢰 회복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우리 국회는 1994년 처음으로 ‘국회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든 이래 지금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국회 개혁과 혁신을 위한 위원회를 운영하며 국민의 신뢰를 높이려고 애써 왔습니다. 전직 국회의장님들은 국민에게 신뢰받는 국회, 열심히 일하는 국회, 여야가 협치하는 국회,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를 내걸고 이 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는 갈등의 조정자가 아니라 갈등의 조장자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방법은 ‘국회의원윤리강령’에 모두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국회 윤리강령을 국회 목욕탕 한곳에서밖에 보지 못했습니다.앞으로는 본회의 개회시나 중요한 행사때마다 의무적으로 윤리강령을 낭독하거나 서약하게 하고 국회 본관 중요한 곳에도 게시하면 어떻겠습니까? 저는 의원이 된 이래 한 번도 공식적으로 읽어본 일이 없는 국회의원 윤리강령을 이 자리에서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함께 읽어보겠습니다. 「국회의원은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정을 위임받은 대표로서 양심에 따라 그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나아가 국회의 명예와 권위를 높여 민주정치의 발전과 국리민복의 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다짐하면서, 이에 우리는 국회의원이 준수할 윤리강령을 정한다.」 1. 우리는 국민의 대표자로서 인격과 식견을 함양하고 예절을 지킴으로써 국회의원의 품위를 유지하며, 국민의 의사를 충실히 대변한다. 2. 우리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오직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을 위하여 공익 우선의 정신으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며, 사익을 추구하지 아니한다. 3. 우리는 공직자로서 직무와 관련하여 부정한 이득을 도모하거나,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아니하며,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을 솔선수범한다. 4. 우리는 국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간에 정치활동상 공정한 여건과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충분한 토론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적법절차를 준수함으로써 건전한 정치풍토를 조성하도록 노력한다. 5. 우리는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우리의 모든 공사행위에 관하여 국민에게 언제든지 분명한 책임을 진다. 앞으로 저는 이 윤리강령에 비추어보면서 우리 국회의 현재 모습을 반성해 보려고 합니다. 제 자신이 참회록을 쓴다는 자세로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하였습니다만, 민주당 의원님들에게 거슬리게 들리신다면, 지난 정부 때 집권당이었고 지금도 원내 제1당이므로 민주당에 대한 충언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정치인들의 법률 위반과 사법 처리 제가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은 국회 불신의 이유는 정치인들이 부정부패를 비롯해 중대한 범죄 혐의를 받는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의 집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14일 현재 21대 국회의원과 그 배우자가 수사와 재판을 받았거나 지금도 받고 있는 건수는 무려 88건에 이릅니다. 이들은 LH 사태 이후 드러난 부동산 불법 의혹, 21대 총선 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각종 부정부패 의혹 등에 관련된 의원들입니다. 정당별 분포를 보면 국회 양대 정당인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엇비슷합니다. 이들 중 이미 무죄 판결이 난 경우도 있고, 또 사안이 경미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최대한의 윤리와 양심을 요구받는 국회의원들이 일반인보다 법률 위반 사례가 더 많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입니다. 특히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를 떠나서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러 가지 부정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더불어민주당뿐만 아니라 국회 전체 위신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2) 무례하고 거친 언어 정치와 국회에 대한 국민의 깊은 불신은 정치인들의 무례한 막말에서 연유하는 바가 큽니다. 우리 의원들의 막말은 차마 이 자리에서 입에 올리기에도 민망할 지경입니다. 상대 당이나 의원을 향해 ‘무식한 놈’이니, ‘사이코패스’니, ‘오물 쓰레기’니 하는 말들을 함부로 내뱉습니다. 질문 시에도 비아냥거리기나 인격모독성 발언이 비일비재합니다. 각종 회의에서의 지도부 발언이나 대변인들의 성명에서 원색적이거나 인신모독 명예훼손이 없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영국 의회에서는 상대 의원에 대해 ‘거짓말쟁이’, ‘위선자’라는 단어는 금지되어 있고 발언 수위에 따라 처벌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부적절한 언어 사용 행위에 대한 비난 결의안까지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3) 가짜뉴스 요즘은 모바일 환경과 소셜미디어로 인해 가짜뉴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이러다 보니 모바일과 인터넷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 되었습니다. 우리 국회도 가짜뉴스를 양산합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등장하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 발언 왜곡’이 대표적입니다. 진실 확인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채 성급히 가짜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기 때문입니다. (4) 국회 윤리위의 기능 상실 우리 국회에는 윤리특별위원회가 있지만, 윤리위가 국회 윤리를 세우는 최고 기구의 기능을 잃고 그 자체 정쟁의 도구가 된 지 오래입니다. 18대 국회 이래 15년 동안 총 177건의 징계요구안이 윤리위에 제출되었지만, 본회의 의결까지 이루어진 것은 단 두 건에 불과하고 그것도 윤리위의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 징계안은 단 1건 밖에 없습니다. 21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33건의 징계안이 제출되었는데, 후반기에는 윤리위 구성에만 넉 달이나 걸렸으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단 1건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중 29건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상대 진영에 대한 모욕적 발언, 허위사실 유포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도 윤리위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대 당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윤리위의 정상화가 시급합니다. (5) 정치의 사법화 정쟁이 격화하면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의 시비를 정치권이 가리지 못하고 무작정 제소해놓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이 정치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고소·고발만 남발하고 있습니다. 제20대 대선 선거사범 2,001명 중 고소·고발로 인한 인원은 1,313명(65%)으로 19대 대선에 비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현재 각 정당 간의 고소·고발 미제사건은 100건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정당들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와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입니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의 종언을 뜻합니다. (6) 게으름 우리 국회는 양적으로만 보면 일을 아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제20대 국회는 1년 평균 약 6,000건을 발의해 약 800건을 가결했습니다. 이는 큰 나라인 미국도 5,000건을 발의해 460건을 가결하는 것에 비한다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회가 생산한 법률의 품질을 보면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수 없습니다. 선언적 규정 삽입이나 단순한 자구 수정에 그치는 법안도 많습니다. 불필요한 발의가 많아 임기만료 폐기되는 법안도 너무 많습니다. 제20대 국회에서는 62.2%가 임기만료로 폐기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 국회가 헛심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입법 성과만 앞세우다 보니 부실한 법안도 많이 나와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는 법안도 많습니다. 2023년 1월 11일 기준으로 위헌 22건, 헌법불합치 19건이 우리 국회에서 개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 국회는 대체 입법을 서두르지 않습니다. 이것은 국회의 명백한 직무 유기입니다. 위헌이나 헌법불합치 판정이 나면 대체 입법을 서두르는 것이 누구보다 헌법을 존중해야 하는 국회의 의무일 것입니다. (7) 내로남불 국회 불신의 또 다른 중요한 요인은 이른바 내로남불입니다. 우리 정당들은 언행이 불일치할 때가 많고, 이전과 이후가 다르고 여당일 때와 야당 때가 말이 다릅니다. 이 점은 특히 민주당에게 두드러집니다. 강준만 전 교수는 “민주당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 민주당 정권 5년 전체가 내로남불의 역사였습니다. 항목별로 보겠습니다. 우선, 인사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은 병역 면탈, 탈세, 위장전입, 부동산 투기, 연구 부정행위 등등의 이유로 이명박 정부 17건, 박근혜 정부 10건에 대해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정권 출범 초인 2017년 5월에 ‘5대 인사 배제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지키겠다고 하더니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고위 공직 후보자 다수가 5대 비리 관련 의혹이 있었음에도 대부분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2019년 11월에는 5대 기준에 성범죄와 음주운전을 더해 ‘7대 공직 배제 기준’을 내놓았는데, 여러 가지 예외 조건을 달아 실상은 더 완화된 기준이었지만 여기에 걸리지 않는 후보자가 드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동의 없이 임명한 장관급 이상 인사가 무려 34명으로 역대 최다였습니다. 그러던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자 “국민을 받들 능력과 자질 없는 결격자를 단호히 레드카드로 퇴장시키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다음은 재정 내로남불입니다. 2015년 9월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2016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국가채무 비율이 재정건전성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GDP 대비 40%를 깨고 있다며 재정건전성 회복 없는 예산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집권 후에는 40% 기준의 근거가 뭐냐며 전례 없는 포퓰리즘 확대재정정책을 임기 내내 지속해 결국 국가부채 1,000조 시대를 초래했고 2021년 말 국가채무 비율은 거의 46.9%에 달했습니다. 다음은 입법 내로남불입니다. 테러방지법은 2016년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으로 규정하고 무려 38명이 9일간 필리버스터까지 하였지만 집권 후 다수당이 되고도 개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여당이 된 2020년 9월에는 감염병 검사와 치료를 거부하는 행위를 테러로 간주하는 무시무시한 내용의 개정안까지도 냈습니다. 반대로 여당일 때는 관심조차 없다가 야당이 되자 입법을 서두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송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다음은 적폐 청산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각 부처에 적폐 청산 기구를 만들고 정부와 공공기관의 전 정부 인사들을 쫓아내고 감옥에 보냈습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러는 중에도 뻔뻔스럽게 민주당 정부는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검찰이 이 일로 문 정부의 몇몇 장관과 청와대 참모들을 기소하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발끈하면서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제도적 문제마저 기소로 앙갚음했다”며 바로 말을 바꾸었습니다. 참으로 편리한 기억력입니다. 이재명 대표의 내로남불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에 죄를 지으면 대통령도 구속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청와대 정문을 나서는 순간에 수갑을 채워서 구치소로 보내자고 했습니다. 그랬던 이재명 대표가 자신의 온갖 의혹에 대한 정당한 수사를 정치탄압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공약했던 민주당, 특히 이재명 대표가 이를 지킬지도 국민들은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주당의 민주주의 타령 내로남불입니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야당을 하면서 민주화 투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어낸 공이 지대한 정당입니다. 당 이름에서 민주가 떠난 적이 없고 이것을 자산으로 실로 많은 것을 누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민주는 민주당의 핵심 가치이자 자산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이 민주라는 말을 떳떳하게 쓸 수 있습니까? 민주당 정권은 촛불민주주의와 공정을 표방하며 집권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도, 공정과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촛불민주주의의 허구성은 민주당 정권 출범 전부터 드러났습니다. 김경수 전 의원과 드루킹 일당의 대규모 여론 조작이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민주당 정권은 울산시장 선거에도 직접 개입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 송철호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 비서실 8개 조직이 나서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을 억지 수사하고 송철호 후보의 당내 경쟁자를 매수하는 한편 송철호 후보에게 선거 공약까지 만들어 주었습니다. 민주주의의 꽃을 이렇게 짓밟고도 어떻게 민주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까. 저는 어제 존경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님의 연설 중에서 경청해야 할 부분도 많았지만, ‘국민이 일군 민주주의의 붕괴’라는 말씀을 듣고는 이렇게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데 깜짝 놀랐습니다.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은 독립적 사법부의 존재입니다. 하지만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하에서 사법부는 독립성을 잃고 행정부의 시녀가 되고 정치판이 되었습니다. 법치주의는 광범위하게 훼손되었습니다. 한때 참여연대와 민변의 회원이었던 권경애 변호사는 민주당 정권 시기를 ‘무법의 시간’이라 불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를 이끌 사법행정 경륜이나 법원의 독립성, 중립성에 대한 신념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재판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다고 보여져야 합니다. 그런데 김명수 대법원장은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들로 사법부의 파벌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능력과 관계없이 요직에 발탁하였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대법관 경력 없이 대법원장이 된 사람으로, 여러 차례 거짓말과 부적절한 행동으로 사법부의 명예를 훼손했고, 법원장 추천제, 판사 승진제 폐지로 법원을 망가뜨려 놓았습니다. 서울중앙지법 김미리 판사와 함께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에 대한 재판을 지연시켜 정의의 실현을 늦추었습니다. 조국 사태는 민주당 정권의 모든 국정 철학이 허위와 기만임을 남김없이 드러내었습니다. 조국 일가의 범죄는 모든 국민에게 깊은 분노와 좌절감을 안겼습니다. 조국 일가를 맹목적으로 옹호하는 친문세력의 행태는 더욱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정권에 대한 현재와 장래의 검찰 수사를 막으려고 검찰 자체를 파괴하려 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후임이었던 추미애, 박범계 장관이 그 역할을 떠맡았습니다. 대한민국 75년 역사상 전례가 단 한 번밖에 없었던 수사지휘권 행사를 네 차례나 남발하며 검찰을 난도질했습니다. 특히 박범계 장관은 “저는 법무부장관이기에 앞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말해 나라의 장관이기보다 친문세력의 첨병임을 자인했습니다. 헌법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 국무총리를 겸할 수는 있지만 선거기간에는 중립적 선거관리를 위해 국무총리와 법무부장관, 행안부장관은 중립적인 인사로 교체하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민주화 이래 역대 선거기간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있으면서 여당 국회의원직을 보유하고 있던 사례를 보면 민주당 정부가 6명으로 압도적 1위입니다. 더욱이 총리, 법무부, 행안부 장관을 현직 민주당 의원이거나 당적이 있는 사람들로 채우는 전무후무한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러고도 어떻게 공정을 입에 올릴 수 있습니까. 민주당은 언제나 인권 정당임을 주장해 왔습니다만 그럴 자격이 없습니다. 탈북 선원 강제 북송 사건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권 원칙을 언제든지 버릴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권은 그저 입에 발린 수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의 정상 출범을 막고 있는 것도 인권정당으로서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2016년 9월에 북한인권법이 시행되고 그에 따라 북한인권재단이 만들어졌지만, 지금까지도 이사회가 구성되지 않아 온전한 출범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민주당 몫 이사의 추천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당과 통일부가 아무리 요청해도 민주당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UN 북한인권결의안에 4번이나 불참하는 등 민주당의 인권은 북한 앞에만 가면 멈춥니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중심은 의회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제20대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한 이래 우리 의회민주주의는 급격히 붕괴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 여야 합의로 소위 국회선진화법이 통과하면서 우리 국회는 의사결정의 원리로서 단순 다수결이 아니라 합의를 우선하는 시대로 옮겨갔습니다. 합의제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 제한, 여야 동수로 이루어지고 2/3 찬성으로 결정하는 안건조정위원회, 그리고 무제한토론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의석을 차지하자마자 합의제의 핵심 요소들 대부분을 무력화하며 의회민주주의를 형해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위장 탈당이나 다른 정당과 무소속 의원 동원을 통한 안건조정위원회의 무력화는 민주당의 전매특허가 되었습니다. 특히 검수완박법 처리를 위해 양향자 의원을 내치고 민형배 의원을 탈당시킨 후 법사위로 보낸 사건은 권모술수밖에 남지 않은 민주당의 민낯을 남김없이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꼼수는 이것 말고도 대여섯 차례나 더 있습니다. 이러고도 어떻게 선진화법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습니까. 무제한토론은 원내 소수당이 다수당의 일방독주에 저항하는 마지막 수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힘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법과 공수처법에 이어 민주당의 검수완박법 강행 처리에 맞서 무제한토론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회법 조항을 악용해 회기를 잘게 쪼개는 전대미문의 살라미 전법을 써서 우리의 마지막 호소 수단마저 무력화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제와 관용으로 유지됩니다. 민주당은 자제와 관용은커녕 왜곡과 견강부회로 법치주의를 형해화하는 폭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믿을 信’ 자 한 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한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천 마디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 국회가 ‘신’을 회복하는 것이 곧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3. 두려움의 실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동료 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큰 문제가 생기면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위기 뒤에서 훨씬 더 근본적인 성격의 대위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안보 위기, 기후 위기, 인구 위기 등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위기들은 일시적 위기와 달리 대한민국의 생존과 지속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근원적인 위기입니다. 저는 이러한 위기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두려움이 몰려오고 나라의 앞날이 너무 걱정이 됩니다. (1) 안보 위기 북핵 위기가 시작된 지 벌써 30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30년간 북한은 핵 개발 의지를 꺾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계속 핵 개발 능력을 키운 결과 지금은 사실상 핵보유 국가가 되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여야를 초월한 하나의 일관된 국가 전략 없이 보수와 진보 사이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전략적 기조 자체를 바꾸었고 국론이 분열되었습니다. 중국의 굴기와 러시아의 팽창주의는 이미 북핵으로 위기에 처한 우리의 외교안보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북핵정책의 실패에 관해서 제대로 복기하고 성찰해 본 적 있습니까? 우리는 이 새로운 안보 도전을 얼마나 절박하게 느끼고 얼마나 심각하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역사적으로 우리는 많은 외침을 받았지만, 그중에서도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그리고 경술국치는 우리의 가장 참담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국난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국가 지도자들이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제대로 읽지 못해 적절한 국가 전략을 세우지 못했고 심지어 외적 앞에서 분열했다는 것입니다. 임진왜란 때는 일본이 전국시대 이후 국력과 군사력을 급속히 키웠음에도 율곡 선생의 10만 양병설을 무시한 채 당파싸움에 몰두하는 바람에 7년 동안 왜적에게 국토가 유린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이로 인해 조선 백성 약 1,100만 명 중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는 참화를 겪었습니다. 병자호란 때는 조정이 명나라와 청나라의 교체라는 대변혁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결국 명나라에 대한 성리학적 사대 외교를 고수하는 바람에 인조 임금이 삼전도에서 삼배구고두를 올리는 치욕을 맞았습니다. 이때 무려 수십만의 백성이 청나라로 끌려갔고 환향녀라는 비극도 이때 생긴 것입니다. 19세기 말에서 1910년 경술국치에 이르기까지 우리 국가 지도자들은 삼정문란 등 무너지는 내정을 개혁하지 못한 채 서세동점이라는 문명사적 차원의 대변화를 읽지 못하고, 외세 앞에서 혹은 쇄국파와 개화파로, 혹은 친중파, 친러파, 친일파로 분열한 결과 결국 망국을 초래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나라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거대한 역사적 사변, 그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그 중대함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거나 대비하지 못했습니다. 냄비 속 개구리가 되어 삶겨 죽어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싸움질하느라 세상이 바뀌는 것을 몰랐고 무책임했습니다. 이 점이 저는 두렵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그렇지 않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 ‘설마 그렇게 되겠는가’, ‘나 아니라도 누군가는 챙기고 있겠지’ 이러고 있지는 않습니까. (2) 기후 위기 기후 위기와 이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2050’도 산업의 전환을 넘어 문명의 전환을 요구하는 거대한 도전입니다. 탄소중립 2050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는 탄소배출을 매년 7% 남짓 줄여 나가야 합니다. 2020년에는 탄소배출량이 전년도에 비해 7% 줄었는데, 그것은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활동을 중단할 때였습니다. 탄소중립 2050을 위해 이런 상황을 향후 30년간 계속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는 더 큰 어려움을 초래할 것입니다. 우리 철강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올해 10월부터 시범 운영될 EU의 탄소국경세에 대비하지 못하면 쇠퇴의 길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EU에서 2035년부터 시행할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는 우리 자동차산업에 심대한 충격을 가할 것입니다. 모두가 탄소중립을 말하고 있지만 탄소중립을 실제로 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실행 가능한 탄소중립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보이지 않고 이 문제의 절박성을 정부나 국민이 실감하지 않고 있는 것이 위기입니다. (3) 인구 위기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의 하나이고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사안입니다. 저출산 예산은 2006년에 처음으로 편성되어 2020년까지 총 380조2,000억 원이 투입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에서 2022년 3분기 0.79로 낮아져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저출산은 다른 사회경제적 요인과 결합하며 농촌 소멸이라는 또 다른 치명적 결과도 낳고 있습니다. 농가는 2012년 전체 가구의 6.4%에서 2021년 4.4%로 줄었고 농가 인구는 같은 기간 5.8%에서 4.3%로 줄었습니다. 소멸 고위험 농촌지역이 2020년에 22개 군이던 것이 2022년 3월 현재 44개 군으로 2배 늘어났습니다. 이러다가는 농업 자체가 사라지고 미래농업이니 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지경입니다. 저출산은 소리 없이 나라를 죽이는 암입니다. 지금 당장 저출산 추세가 멈춘다 해도 그동안의 진행만으로도 나라에 큰 상흔이 남을 것입니다.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온 국가가 필요합니다. 국회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 문제에 달려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난 17년간 우리가 한 노력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의 방식대로 돈을 더 투입할 것이 아니고 다른 특단의 대책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4) 사회적 지속가능 위기 연금·노동·교육도 반드시 개혁되어야 합니다. 개혁의 필요성을 구구절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개혁에는 기득권 포기와 희생이 따릅니다. 따라서 저항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습니다. 이 문제들이 조기에 개혁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퇴보할 것입니다. 4. 마무리하는 말 그런데 우리는 이 중대한 문제들을 절박하게 여기고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우리 대한민국 국회는 이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제때 제대로 의사결정을 하고 대처할 능력이 있기는 있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의 다수는 오래된 문제들이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제대로 결정을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 같다, 이것이 제 두려움의 실체입니다. 흔히 대통령 중심제와 양당 구도를 가진 한국 정치는 상대 당이 무너지면 집권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끊임없이 상대 당을 공격할 수밖에 없는 정치환경이라고 합니다. 정작 그것이 문제이고 이대로라면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고 한다면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의 권력 구도, 정당 구도 하에서도 우리가 국가적 도전과 그 긴박성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있는 우리도 언젠가는 정치를 그만두게 됩니다. 정치를 그만둔 다음에 후회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우리 국회는 늘 국가적 과제에 대해 적기에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정치는 유한하고 인생도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김형석 교수님은 “50년쯤 지난 다음에 다시 한번 태어나서 대한민국 국민이 얼마나 행복하고, 보람 있고, 값지게 잘 사나 봤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50년 쯤 뒤에 우리가 무능하고 무책임한 조상으로 기록될까 두렵지 않습니까. 우리 시대가 대한민국의 국운 재도약을 이끈 시대라고 후세에게서 칭송받는 정치 한 번 해볼 수 없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국민의 피땀과 역대 정부의 노력으로 당당히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이제 글로벌 중추 국가로 더 높이 비상할 때입니다. 우리 앞에 놓인 위기와 도전을 극복한다면 대한민국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세계 중추 국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나라의 미래가 우리 국회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국회는 진영정치와 팬덤정치의 위협에 맞서 합의 정치의 기반을 확대하고 국민통합의 중심이라는 원래의 위치를 회복해야 합니다. 협상과 타협의 정신을 복원하고 사실과 합리성에 기초한 토론을 통해 법안을 처리하는 정치적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국회는 생각과 가치의 용광로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 생각과 가치가 충돌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서로 녹아들어 더 높은 차원의 일반의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우리는 K-Pop, K-Sports, K-Culture, K-Food 등 많은 영역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정치만 왜 4류에 머물러야 합니까. 우리가 지금부터 티핑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 정치인들은 중요하거나 의미 있는 일을 앞두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신 애국선열, 호국 영령들이 계신 국립현충원을 참배합니다. 그분들의 애국심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와 동시에 국가 지도자들의 잘못으로 뭇 생명이 쓰러지는 것을 보며 느끼셨을 그 통분함과 절박함도 기억해야만 합니다. 저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의원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국가적 과제들이 얼마나 절박한 것인지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까?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까? 오랜 시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2023-02-14 10:20:23[파이낸셜뉴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역할론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와 관련해 “국익을 위해서 MB가 가는 게 맞다”고 견해를 밝혔다. 홍 시장은 26일 자신의 온라인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 내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코너에 올라온 관련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한 누리꾼은 해당 코너에 “좋은 외교를 보여준 적 있는 MB지만 아무리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 자신이 감옥 보냈고 사면하면서 중동특사 파견 보낸다는 게 허무맹랑한 말인 것 같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사 파견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담아 질문했다. 이에 홍 시장이 “국익을 위해서 MB가 가는 게 맞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 이 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역할론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당시 300억달러(약 37조원)에 달하는 투자 성과를 이끌어낸 뒤 거론되기 시작됐다. 동아일보는 지난 24일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하며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기점으로 이를 물밑 조율한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이 전 대통령이 UAE와 축적해 놓은 ‘신뢰 자산’도 주목받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중동 특사 등의 형태로 더 역할해도 좋겠다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중동 특사 역할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을 사면 복권해준 것도 어처구니없는데 대통령 특사를 맡기겠다는 윤석열 정권은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라며 “애초에 이런 사람은 특사로 거론조차 돼선 안 된다. 더 이상 눈뜨고 봐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3-01-27 10:40:22[파이낸셜뉴스]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윤석열 정부의 특별사면으로 가석방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수오지심(羞惡之心·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진 뻔뻔함이 판치는 사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지난 28일 홍준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은 범죄로 감옥 갔다 오면 파렴치범도 민주화 운동을 한 인사로 행세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도 다르고 양자로 간 일도 없는데 적자라고 하고 또 한술 더 떠 남의 가문의 후손 행세를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친문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복역한 김 전 지사는 이날 신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다. 야권에서는 김 전 지사가 복권 없이 사면되자 "김경수 개인에 대한 모욕을 넘어 노무현 가문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어 홍 시장은 "곧 감옥 가야 할 사람이 사면 받은 사람을 비판하기도 한다. 저러다가 자기가 들어가면 무슨 말 하려고 저렇게 하나. 세상이 이상해졌다"고도 했다. 해당 발언은 이재명 대표가 같은 날 특별사면된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관련해 "MB는 왜 갑자기 나오는 것이냐"며 정부와 이 전 대통령을 비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대표는 "국민이 맡긴 권력으로 국민을 가해하는 행태가 지금 벌어지고 있다"며 "이제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2022-12-29 06:37:56[파이낸셜뉴스] 법무부가 오늘(23일) 2022년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에 대한 사면심사위원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이 최근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한 김경수 지사를 두고 “양심수 행세 하는 것이 가증스럽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정부과천청사에서 사면심사위 회의를 열고 연말 특사 대상자를 심사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9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에서 특사 건의 대상자를 선별한 뒤 한 장관이 그 결과를 사면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27일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명단을 확정하고 다음 날인 28일 사면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 특별사면 대상자로 여권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야권에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이 거론되는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띄우기에 모든 언론이 동원된 것은 참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2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지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 대선때 드루킹과 공모하여 무려 8천만 건의 여론 조작으로 그 대선 민심을 왜곡시킨 장본인”이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치보복의 희생양이지만 김 전 지사는 자기 정권에서 특검으로 감옥 간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급도 맞지 않고 깜도 되지 않는 사람을 끼워 넣기로 사면 여론을 조성 하려는 것도 우습고 반민주주의 중범죄자가 양심수 행세 하는 것도 가증스럽다”며 “이 시점에서 김 전 지사의 사면 논의 자체가 올바른 논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오히려 김경수 특검을 온몸으로 관철하고 보복수사로 희생양이 된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사면하는 것이 정치적 정의가 아닌가”라고 물으며 “올들어 가장 춥다는 날 더욱더 마음을 춥게 하는 겨울날 아침”이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이 “양심수 행세 하는 것이 가증스럽다”고 말한 부분은 앞서 김 전 지사가 ‘가석방 불원서’를 공개한 것에 대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 전 지사는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며 교도소 측에 가석방 불원서를 제출했다. 김 전 지사의 부인 김정순씨가 13일 김 전 지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김 전 지사의 ‘가석방 불원서’에 따르면 김 전 지사는 “가석방은 ‘교정시설에서 뉘우치는 빛이 뚜렷한 등의 요건을 갖춘 수형자 중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법무부에 심사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교정본부에서 펴낸 ‘수형생활 안내서’에 나와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 전 지사는 “처음부터 줄곧 무죄를 주장해 온 나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건임을 창원교도소 측에 이미 여러 차례 밝혔다”라며 “그럼에도 이런 제 뜻과 무관하게 가석방 심사 신청이 진행됨으로써 불필요한 오해를 낳고 있어,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지사의 형기는 오는 2023년 5월 4일 만료된다. 김 전 지사가 복권 없이 사면된다면 2028년 5월까지 피선거권이 제한된다. 김 전 지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지난해 7월 징역 2년 형을 확정 받았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2022-12-23 14:29:46"라마단 기간에 왜 단식을 해야 하느냐고 엄마한테 물어봤어요. 엄마는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는 거야'라고 대답했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많이 하면 되지 않아요'라고 논리적인 지적을 하면 엄마는 화를 냈어요." 언론인 겸 스탠드업 코미디언 알파고 시나씨(사진)가 한국에서 매주 진행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에서 던진 농담이다. 지난 2004년 유학 차 한국에 온 알파고는 2018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튀르키예 출신인 그의 별명은 '대한중동놈'이다. 알파고는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오게 됐다. 알파고는 "튀르키예 동부 출신이지만 고등학교를 서부에서 나왔다. 고향과 먼 지역에서 학교를 나오면서 대학교는 아예 다른 나라로 가고 싶었다"며 "그런데 2001년 9·11테러로 유럽권으로 갈 수 없게 되면서 이전부터 관심이 있던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고 전했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알파고는 이스탄불기술대학교에 진학했고, 한국에서는 교환학생으로 카이스트에 왔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어학당부터 갔지만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알파고는 "부모님의 희망 때문에 이과에 진학했지만 한국에 와 공부하면서 문과적 성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충남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외교학을 공부했다. 이후 알파고는 재한 튀르키예 기자가 됐다. 튀르키예의 특파원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소식을 전달하게 됐다. 그는 웃으면서 "나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선물을 다 받아본 언론인"이라고 자랑했다. 한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시아 각지의 분쟁지역을 찾아 보도했다. 그는 "필리핀에 갔을 때 반군과 정부가 협상 중이었는데 협상을 반대하는 반군 일부가 반발하면서 내가 묵던 숙소 근처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회상하며 "무지성한 집단이 얼마나 위험해지는지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무지성한 사건은 그의 조국에서도 벌어졌다. 2013년 그가 소속됐던 언론사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크게 보도했을 때 에르도안 정부는 편집국장을 체포하고 언론사를 해체했다. 이후 수많은 동료 언론인이 감옥에 들어갔고, 알파고는 더 이상 고향인 튀르키예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직장과 고향을 둘 다 잃게 된 것이다. 그는 "내가 사는 대한민국과 나의 고향인 튀르키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튀르키예의 정국이 나빠지면서 그 꿈을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알파고는 한국인들에게 중동의 소식을 전하고, 중동의 오해를 풀어주는 '대한중동인'으로 활동한다. 알파고는 "한국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사람을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며 "한국 사람들은 머나먼 중동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도 많다. 그 오해와 무지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2-11-22 18:10:43[파이낸셜뉴스] "라마단 기간에 왜 단식을 해야 하냐고 엄마한테 물어봤어요. 엄마는 '가난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는 거야'라고 대답했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많이 하면 되지 않아요'라고 논리적인 지적을 하면 엄마는 화를 냈어요." 언론인 겸 스탠드업 코미디언 알파고 시나씨( 사진)가 한국에서 매주 진행하는 스탠드업 코미디쇼에서 던진 농담이다. 지난 2004년 유학 차 한국에 온 알파고는 2018년 한국으로 귀화했다. 튀르키예 출신인 그의 별명은 '대한중동놈'이다. 알파고는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오게 됐다. 알파고는 "튀르키예 동부 출신이지만 고등학교를 서부에서 나왔다. 고향과 먼 지역에서 학교를 나오면서 대학교는 아예 다른 나라로 가고 싶었다"라며 "그런데 2001년에 9·11테러가 일어나면서 유럽권으로 갈 수 없게 됐고, 이전부터 관심이 있던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고 전했다. 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알파고는 이스탄불기술대학교에 진학했고, 한국에서는 교환학생으로 카이스트에 왔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서 어학당부터 갔지만 이때부터 그의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알파고는 "부모님의 희망 때문에 이과에 진학했지만 한국에 와 공부하면서 문과적 성향을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는 충남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과 중어중문학을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외교학을 공부했다. 이후 알파고는 재한 튀르키예 기자가 됐다. 한국에 온 튀르키예 기자들의 통역을 맡다가, 튀르키예의 특파원으로 한국과 아시아의 소식을 전달하게 됐다. 그는 웃으면서 "나는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의 선물을 다 받아 본 언론인"이라며 자랑했다. 한국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시아 각지의 분쟁 지역을 찾아 보도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국경 지대로 가서 로힝야족 분쟁을, 필리핀 남부 섬에 가서 무슬림 반군을 취재했다. 알파고는 "필리핀에 갔을 때 반군과 정부가 협상 중이었는데 협상을 반대하는 반군 일부가 반발하면서 내가 묵던 숙소 근처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무지성한 인간 집단이 얼마나 위험해지는 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 고백했다. 무지성한 사건은 그의 조국에서도 벌어졌다. 2013년 그가 소속됐던 언론사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크게 보도했을 때 에르도안 정부는 편집국장을 체포하고 언론사를 해체했다. 이후 수많은 동료 언론인들이 감옥에 들어갔고, 알파고는 더 이상 고향인 튀르키예로 돌아갈 수 없게 됐다. 직장과 고향을 둘 다 잃게 된 것이다. 그는 "내가 사는 대한민국과 나의 고향인 튀르키예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는데, 튀르키예의 정국이 나빠지면서 그 꿈을 포기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알파고는 한국인들에게 중동의 소식을 전하고, 중동의 오해를 풀어주는 '대한중동인'으로 활동한다. 알파고는 "한국 사람이 되었기 때문에,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 사람을 위해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라며 "한국 사람들은 머나먼 중동에 대해 잘 모르고 오해도 많다. 그 오해와 무지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2022-11-22 16:39: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