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대서사의 클라이맥스가 될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기념공연의 트레일러 영상이 공개됐다. 15일 제작사 에이콤에 따르면 '명성황후'는 대구 계명아트센터(12월 10~15일)와 부산 드림씨어터(12월 20~29일)에서 진행되는 지방 공연을 시작으로 내년 1월 21일부터 3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장정을 이어간다. 지난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뮤지컬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비이자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199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미국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며 한국 창작 뮤지컬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한국 음악계의 거장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가 협력해 완성한 50여곡의 음악은 한국적 정서와 웅장한 선율을 담아내며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은 조선 왕조 말기 비극적 시대를 살아간 인물들을 시네마틱한 영상미로 포착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격류처럼 휘몰아친 역사 속에서 왕실의 보전을 위해 자신의 외교적 신념을 펼쳐나간 명성황후와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서사는 더욱 깊어진 30주년 공연의 감동을 예고한다. 영상 속 비애에 잠긴 표정으로 궁궐 회랑을 거니는 명성황후의 모습은 왕비로서 마주한 역사적 비극과 그 무거운 책임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이어 어좌에 앉아 조선의 미래에 대한 고뇌에 빠진 고종, 왕실의 안녕을 위하여 결연히 검을 휘두르는 홍계훈의 장면이 교차되며, 자신이 짊어진 운명의 무게를 견디어 나갈 그들의 운명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기에 대원군과 미우라의 날카로운 얼굴이 비치며 서로 다른 목표와 이해관계로 얽힌 인물들과 명성황후의 대립이 만들어 갈 강렬한 드라마를 암시한다. 명성황후 역은 김소현·신영숙·차지연, 고종 역은 강필석·손준호·김주택, 홍계훈 역은 양준모·박민성·백형훈이 맡아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1-15 07:09:04[파이낸셜뉴스] 뮤지컬 '명성황후'(제작 ㈜에이콤) 30주년 기념 공연 콘셉트 포스터가 공개됐다. 제작사 에이콤은 6일 명성황후 역을 맡은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 세 배우의 콘셉트 포스터를 공개했다. 무채색 한복을 입은 세 배우가 노을이 내린 장엄한 하늘과 쓸쓸함이 감도는 궁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1995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뮤지컬 '명성황후'는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에 맞춰 조선 왕조 26대 왕 고종의 왕비이자,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 선 명성황후의 삶을 그린 대표 창작 뮤지컬이다. 공연은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한국 음악계의 거장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가 콤비를 이루어 완성한 50여 곡의 음악까지 한국적 정서와 웅장한 선율을 담아낸 작품이다. 30주년을 앞두고 있는 뮤지컬 '명성황후'는 대구(12월 10일~15일)와 부산(12월 20일~29일)에서 지방 공연을 시작으로 2025년 1월 21일~3월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대장정을 이어간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2024-11-06 09:16:41뮤지컬 '명성황후' 제작사 에이콤은 내년 1월 개막하는 30주년 기념 공연의 캐스팅 라인업을 8일 공개했다. 지난 1995년 명성황후 시해 100주기를 맞아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초연된 '명성황후'는 조선 왕조 26대 고종의 왕후이자 시대적 갈등의 중심에 선 명성황후의 삶을 다룬 창작 뮤지컬이다. 이문열의 소설 '여우사냥'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은 한국 음악계의 거장 김희갑 작곡가와 양인자 작사가가 콤비를 이뤄 완성한 50여곡의 음악은 한국적 정서와 웅장한 선율을 담아내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30주년 공연에서는 김소현, 신영숙, 차지연이 명성황후 역을 맡는다. 16세의 나이에 한 나라의 국모가 된 후 고종의 곁을 굳건히 지키지만 끝내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본인만의 음색과 탁월한 연기로 선보인다. 비운의 군주 고종 역에는 강필석, 손준호, 김주택이, 을미사변 당시 명성황후를 마지막까지 지킨 호위무사 홍계훈 역에는 양준모, 박민성, 백형훈이 출연한다. 고종의 친정 선포로 권력에서 물러나게 된 흥선대원군 역에는 서영주와 이정열이 이름을 올렸다. 명성황후 암살을 지휘한 일본 장교 미우라 역은 김도형과 문종원이 맡는다. 뮤지컬 '명성황후' 30주년 기념 공연은 대구(12월 10~15일)와 부산(12월 20~29일) 등 지방 무대를 시작으로 2025년 1월 21일부터 3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2024-10-08 09:41:411960년대 까까머리 학창시절 동시 상영극장에서 하루 영화 네편을 보며 영화감독을 꿈꿨다. 대학에 와 보니 연극이 백배 더 매력이 있었다. 스물두살, 학교를 다니며 극단에 입단했다. 하지만 극단 살림살이는 갈수록 팍팍했고 생활은 구차했다. 1982년 영국 런던 연수는 생의 방향을 바꿔 놓는다. 런던에 도착한 첫날 저녁 뮤지컬 캣츠를 본 뒤 새로운 세계에 빠져든 것이다. "입이 쩍 벌어졌어요. 이런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다니, 그런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순간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나도 할 수 있는데…. 언젠가 우리 작품으로 다시 여길 와야겠다, 그런 다짐을 했어요." 에이콤 윤호진 대표(62)의 뮤지컬 '명성황후'는 이때의 각오가 만들어낸 그의 분신과도 같은 작품이다. 이문열의 창작 희곡 '여우사냥'을 각색해 윤석화가 1대 명성황후로 선보인 이 작품은 9월이면 꼭 15주년을 맞는다. 5년여 준비기간을 포함하면 윤 대표가 명성황후에 매달린 시간은 꼬박 20년이다. "사실 여기까지 올 줄 몰랐어요. 시대가 그리 만들었다고 봅니다. 한창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을 때 명성황후가 준 교훈이 관객들에게 와 닿았다고 봐요." 공연 횟수만 1000회, 국내 관람객 130만명, 해외진출의 물꼬를 튼 첫 창작뮤지컬. "뗏목을 타고라도 브로드웨이를 가겠다"며 들었던 깃발은 뉴욕, 로스앤젤레스, 토론토 등 해외 곳곳에다 내려 꽂았다. 해외서의 호평은 국내 흥행을 다시 부추겼고 시간이 흐를수록 '명성황후'는 '국민 뮤지컬'로 자리잡아갔다. 15주년 '명성황후' 공연은 9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올려진다. 흥행작엔 공식이 있는 걸까. 윤 대표는 흥행엔 중요한 3대 포인트가 있다고 말한다. "강렬한 내용, 보편성, 시의성 세가지입니다. 내용이 강한 인상을 줘야 하고 그 다음엔 어느 계층이든 공감할 수 있어야죠. 마지막은 어느 시기에 그 작품을 올리느냐, 이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명성황후는 시해 100주기여서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면이 있었거든요." 지난해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기에 맞춰 무대 올린 창작뮤지컬 '영웅'도 이 공식을 따른다. 35억원을 들인 대작. 100년 전 이야기지만 탄탄한 스토리에 기차가 공중으로 붕 뜨는 스펙터클한 무대 등이 압권이다. 흥행 루트가 '명성황후'와 비슷하다. 내년 8월엔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앞으로 10년은 생생하게 더 달릴 작품"이라며 윤 대표는 웃는다. 영웅은 오는 11월 국립극장에서 다시 무대에 오른다. 1991년부터 단국대에서 공연영화학부 교수로 재직해 온 윤 대표는 올 3월부터 처음으로 안식년을 보내고 있다. 학교를 쉬면서 뉴욕, 런던 등지를 다니며 최신작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가장 많이 드나드는 곳은 일본이다. 사실 그는 요즘 일본 뮤지컬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국내 시장만으로는 이제 한계가 많아요. 성장속도도 더디고요. 해외서 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에요. 일본 시장은 자체 창작물은 거의 없이 주로 라이선스로 공연을 올리지만 전체 규모가 우리보다 10배 이상 됩니다. 일본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어요." 그동안 해외서 숱하게 공연을 올렸지만 그때는 한국 뮤지컬을 세계에 알린다는 의미가 컸다. 윤 대표는 이제 알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해외서 수입을 올리겠다는 다부진 각오로 뛰어들고 있다. 최인호 원작의 '몽유도원도'는 일본시장을 겨냥한 창작물이다. '명성황후' '영웅'을 잇는 그의 차기 야심작. 지난 2002년 국내서 한 차례 무대에 올린 적이 있지만 '명성황후'에 밀려 공을 많이 들이진 못했다. "이번엔 한국의 음색을 제대로 살릴 겁니다. 무대 위에 물을 흘리고 배를 띄워서 한 폭의 동양화를 감상할 수 있을 거예요." 일본 제작사와 공동으로 한·일 동시공연 방식도 추진 중이다. 곡은 일본의 유명 작곡가가 맡는다. 윤 대표는 '명성황후' '영웅'의 일본 정식 공연도 기획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가까워지는 가장 빠른 길은 문화적 교류를 통해서예요. 명성황후가 일본에서 공연되면 이 작품은 비로소 전설이 되겠죠." 2년 뒤엔 학교를 정년퇴임한다는 윤 대표. 하지만 그의 뮤지컬 인생에 퇴임이 있을까. 그는 '몽유도원도' 후속작으론 조선 황실의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를 다룬 작품을 구상 중이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사진설명=이제는 한국 뮤지컬이 정식 무대를 통해 해외에 자리를 잡아야 할 때라고 말하는 윤호진 에이콤 대표. 그는 '명성황후' '영웅' '몽유도원도'로 일본 뮤지컬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며 환히 웃는다. /사진=김범석기자
2010-05-13 18:21:58올해 15주년을 맞는 뮤지컬 '명성황후'가 주인공을 찾는다.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추모하며 지난 1995년 초연된 이후 공연 횟수만 1000회가 넘는 국내 대표 창작뮤지컬. 소설가 이문열의 원작 '여우사냥'을 김광립 각색으로 만든 작품이다. 1866년 고종과 민자영의 혼례부터 임오군란, 갑신정변, 갑오개혁, 을미사변까지 조선말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명성황후는 갖가지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관객동원만 129만명, 출연 배우 5750명. 이 뿐 아니라 창작 뮤지컬 중 가장 먼저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널은 오는 22일부터 내달 7일까지 전배역 대상으로 오디션 신청을 받는다. 공식 오디션은 내달 12일. 남자 지정곡은 홍계훈의 '나의 운명은그대', 여자 지정곡은 명성황후의 '어둔 밤을 비춰다오' 등이다. 공연은 오는 9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시작된다. /jins@fnnews.com 최진숙기자
2010-03-18 17:37:19올해 15주년을 맞는 뮤지컬 ‘명성황후’가 주인공을 찾는다. 명성황후 시해 100주년을 추모하며 지난 1995년 초연된 이후 공연횟수만 1000회가 넘는 국내 대표 창작뮤지컬. 소설가 이문열의 원작 ‘여우사냥’을 김광립 각색으로 만든 작품이다. 1866년 고종과 민자영의 혼례부터 임오군란, 갑신정변, 갑오개혁, 을미사변까지 조선말 역사적 사실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 명성황후는 갖가지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관객동원만 129만명, 출연 배우 5750명. 이 뿐아니라 창작 뮤지컬중 가장 먼저 뉴욕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에진출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제작사 에이콤인터내셔널은 오는 22일부터 내달 7일까지 전배역 대상으로 오디션 신청을 받는다. 공식 오디션은 내달 12일. 남자 지정곡은 홍계훈의 ‘나의 운명은그대’, 여자 지정곡은 명성황후의 ‘어둔 밤을 비춰다오’ 등이다. 공연은 오는 9월 성남아트센터에서 시작된다. /jins@fnnews.com최진숙기자
2010-03-18 10:26:58‘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 국경을 넘나들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외국 뮤지컬의 강점은 음악과 춤이다. 반면 이들의 줄거리는 단조롭다 못해 시시할 정도다. ‘캣츠’는 150여분 동안 고양이들의 자기 소개가 이어지고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시골 처녀의 뻔한 성공담을 다룬다. ‘맘마미아’ 역시 결혼을 앞둔 딸과 엄마의 심정을 그린 게 전부다. 결국 이들을 유명하게 만든 건 드라마가 아니라 유명 넘버와 압도적인 군무인 셈이다. 뮤지컬 제작을 크게 극본과 작곡으로 나눌 때 확실히 국내 창작뮤지컬은 드라마에 집중한다. 창작뮤지컬 ‘루나틱’을 만든 백재현 연출자는 “적은 자본으로 대중의 공감을 사려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무대장치, 웅장한 음악 대신 오밀조밀한 이야깃거리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현실에서 탄탄한 원작은 흥행의 필수조건이다. 베스트셀러 소설이 최근 공연계에서 각광받는 이유다. 오는 10월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김훈 원작의 뮤지컬 ‘남한산성’과 정이현 원작의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11월, 극장 용), 김영하 원작의 뮤지컬 ‘퀴즈쇼’(12월 5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신경숙 원작의 연극 ‘엄마를 부탁해’(2010년 1월, 세종문화회관 M극장) 등이 좋은 예다. 소설의 뮤지컬 진출이 물론 처음은 아니다. 대형 창작뮤지컬로 독보적인 명성을 떨쳐온 ‘명성황후’는 소설가 이문열의 ‘여우사냥’을 극으로 만든 것이며 4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2007년 초연한 뮤지컬 ‘댄싱 섀도우’는 고 차범석 선생의 ‘산불’이 원작이다. ‘남한산성’ ‘퀴즈쇼’ ‘달콤한 나의 도시’ ‘엄마를 부탁해’ 등 인기 소설을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바꾸는 데엔 득과 실이 공존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제작 중인 오디뮤지컬컴퍼니 측은 “소설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아 TV 드라마까지 제작된 상황이라 인지도 면에선 매우 유리하다”면서도 “책도 읽고 드라마도 봤는데 뭐하러 뮤지컬까지 봐야 하느냐는 여론도 있을 수 있어 차별화된 관객공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퀴즈쇼’의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원작의 맛을 살리되 각색자도 뮤지컬 특유의 색깔을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저서 ‘뮤지컬 드림’에서 ‘댄싱 섀도우’의 참패 원인으로 원작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해외 유명 작가에게 각색을 맡기면서 원래의 정서를 잃었고 ‘산불’의 아우라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원작의 개성이 강할수록 각색자의 고충도 크다. 소설이 구현하는 주제가 어렵거나 무거울 때, 혹은 소설의 시점이 무대 화법과 맞지 않을 때엔 특히 그렇다. 일례로 뮤지컬 ‘남한산성’은 원작 소설의 얼개를 완전히 허물었다. 소설에선 김상헌과 최명길이 명분과 실리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이 주요 장면이지만 뮤지컬에선 이들의 존재를 최소화했다. 원작에선 서너 차례 언급됐을 뿐인 오달제는 주인공으로 대폭 승격됐으며 가상의 여인까지 가세해 사랑 이야기를 부각시켰다. 뮤지컬 ‘퀴즈쇼’ 역시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는 1인칭 시점의 소설 방식을 대폭 뜯어고쳤다. 현재 배우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는 이 작품은 소설 속 굵직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재구성될 예정이다. 한편 자신의 작품이 공연으로 거듭나는 데 대한 작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소설가 김훈은 “선과 악의 대립구도로만 몰고 가지 말라. 나머지는 무대에 맞게 알아서 고치라”고 일임했고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의 각 장면을 구상할 때 연극무대에서 독백을 하는 기분으로 썼다”고 호감을 표했다. 정이현은 당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1년 만에 뮤지컬 작업에 선뜻 동의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사진설명=베스트셀러 소설이 최근 공연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김훈씨(오른쪽) 원작의 뮤지컬 '남한산성'이 대표적인 실례다. 지난 2월 12일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성남아트센터 이종덕 사장(오른쪽 두번째)이 자리한 가운데 김훈씨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9-07-23 16:46:59‘캣츠’ ‘브로드웨이 42번가’ ‘맘마미아’…. 국경을 넘나들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온 외국 뮤지컬의 강점은 음악과 춤이다. 반면 이들의 줄거리는 단조롭다 못해 시시할 정도다. ‘캣츠’는 150여분동안 고양이들의 자기 소개가 이어지고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시골 처녀의 뻔한 성공담을 다룬다. ‘맘마미아’ 역시 결혼을 앞둔 딸과 엄마의 심정을 그린게 전부다. 결국 이들을 유명하게 만든건 드라마가 아니라 유명 넘버와 압도적인 군무인 셈이다. 뮤지컬 제작을 크게 극본과 작곡으로 나눌때 확실히 국내 창작 뮤지컬은 드라마에 집중한다. 창작뮤지컬 ‘루나틱’을 만든 백재현 연출자는 “적은 자본으로 대중의 공감을 사려니 돈이 많이 들어가는 무대 장치, 웅장한 음악 대신 오밀조밀한 이야기거리를 선호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현실에서 탄탄한 원작은 흥행의 필수조건이다. 베스트셀러 소설이 최근 공연계에서 각광받는 이유다. 오는 10월 성남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김훈 원작의 뮤지컬 ‘남한산성’과 정이현 원작의 뮤지컬 ‘달콤한 나의 도시’(11월, 극장 용) 김영하의 원작의 뮤지컬 ‘퀴즈쇼’(12월 5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신경숙 원작의 연극‘엄마를 부탁해’(2010년 1월, 세종문화회관 M극장) 등이 좋은 예다. 소설의 뮤지컬 진출이 물론 처음은 아니다. 대형 창작뮤지컬로는 독보적인 유명세를 떨쳐온 ‘명성황후’는 소설가 이문열의 ‘여우사냥’을 극으로 만든 것이며 45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2007년 초연한 뮤지컬 ‘댄싱 섀도우’는 고 차범석 선생의 ‘산불’이 원작이다. ‘남한산성’ ‘퀴즈쇼’ ‘달콤한 나의 도시’ ‘엄마를 부탁해’ 등 인기 소설을 뮤지컬과이나 연극으로 바꾸는데엔 득과 실이 공존한다. ‘달콤한 나의 도시’를 제작중인 오디뮤지컬컴퍼니 측은 “소설이 워낙 큰 사랑을 받아 TV드라마까지 제작된 상황이라 인지도면에선 매우 유리하다”면서도 “책도 읽고 드라마도 봤는데 뭐하러 뮤지컬까지 봐야하느냐는 여론도 있을 수 있어 차별화된 관객 공략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퀴즈쇼’의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원작의 맛을 살리되 각색자도 뮤지컬 특유의 색깔을 담아내야하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시뮤지컬컴퍼니 박명성 대표는 저서 ‘뮤지컬 드림’에서 ‘댄싱 섀도우’의 참패 원인으로 원작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점을 꼽는다. 해외 유명 작가에게 각색을 맡기면서 원래의 정서를 잃었고 ‘산불’의 아우라를 기대한 관객들에게 외면을 받았다는 이야기다. 원작의 개성이 강할수록 각색자의 고충도 크다. 소설이 구현하는 주제가 어렵거나 무거울 때, 혹은 소설의 시점이 무대 화법과 맞지 않을 때엔 특히 그렇다. 일례로 뮤지컬 ‘남한산성’은 원작 소설의 얼개를 완전히 허물었다. 소설에선 김상헌과 최명길이 명분과 실리를 두고 갈등을 빚는 것이 주요 장면이지만 뮤지컬에선 이들의 존재를 최소화시켰다. 원작에선 서너차례 언급됐을 뿐인 오달제는 주인공으로 대폭 승격이 됐으며 가상의 여인까지 가세해 사랑 이야기를 부각시켰다. 뮤지컬 ‘퀴즈쇼’ 역시 주인공의 생각을 따라가는 1인칭 시점의 소설 방식을 대폭 뜯어고쳤다. 현재 배우 캐스팅을 진행하고 있는 이 작품은 소설속 굵직한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재구성될 예정이다. 한편 자신의 작품이 공연으로 거듭나는 데에 대한 작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소설가 김훈은 “선과 악의 대립구도로만 몰고가지 말라. 나머지는 무대에 맞게 알아서 고치라”고 일임했고 신경숙은 “‘엄마를 부탁해’의 각 장면을 구상할 때 연극 무대에서 독백을 하는 기분으로 썼다”고 호감을 표했다. 정이현은 당초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1년만에 뮤지컬 작업에 선뜻 동의했다. /wild@fnnews.com박하나기자
2009-07-23 08:45:39뮤지컬은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활용되기에 매우 적합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공연으로 구현되는 예술 장르라 그만의 독특한 무대 문법에 따라 주제를 형상화하기 때문에 다른 장르의 원작을 가져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데 비교적 용이하다는 의미다. 영화가 원작인 무비컬의 매력도 마찬가지다. 영상 문법에 따라 만들어진 영화가 무대에서 해체되고 재구성되면서 잘 알지만 다시 새로운 예술적 체험을 만들어 낸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별난 경험은 이런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뮤지컬의 원 소스가 반드시 영상물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여러 형태의 다양하고 폭넓은 콘텐츠들이 무대화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거나 흥행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2009년 우리 뮤지컬 시장의 주요한 원 소스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영상물이 아닌 활자매체의 생산물이다. 바로 ‘소설’이 뮤지컬계로 적극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무비컬처럼, ‘노블컬’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물론 소설의 영어인 노블(Novel)과 뮤지컬을 합성한 말이다. 하지만 사실 소설이 원작인 뮤지컬은 그리 새로운 존재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소설은 뮤지컬 창작의 ‘조상’ 노릇을 해왔다. 당연히 세계 공연가에서 이런 작품들은 그야말로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예를 들어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와 뮤지컬 ‘레 미제라블’은 모두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 역시 원작은 프랑스 추리작가인 가스통 를루의 미스터리 소설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적 러브 스토리 ‘로미오와 줄리엣’은 뮤지컬계에서는 그야말로 ‘단골’ 소재로 쓰인다. 원작을 그대로 무대화한 경우도 많지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처럼 이야기를 아예 현대로 옮겨와 재구성하는 사례도 있다. 창작 뮤지컬로는 ‘명성황후’도 손꼽을 만하다. 이문열의 원작 소설인 ‘여우사냥’이 뿌리 역할을 했다. 같은 소설이 각각 스크린과 무대로 옮겨지며 다른 가지치기로 진화한 경우도 있는데 ‘내 마음의 풍금’이 그런 사례다. 영화나 뮤지컬 모두 원래는 하근찬의 소설 ‘여제자’를 근간으로 재구성한 문화적 파생상품들이다. 황순원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소나기’도 소설에서처럼 느닷없이 쏟아지는 소나기 장면이 시원스런 무대 연출로 담겨져 감탄을 자아내는 흥행 노블컬이다. 소설이 뮤지컬 소재로 널리 활용되는 데는 물론 나름의 이유가 있다. 활자로 된 문자의 세계가 무대라는 시공간에서 노래와 연기, 춤이라는 형식을 빌려 구체적인 형상과 이미지로 구현되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상상만으로 존재했던 세계가 무대 위에서 구체화되고 현실화되는 것을 체험하는 것은 보통 흥미로운 일이 아니다. 소설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완성도에 따라 뮤지컬을 ‘마법’처럼 느낄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창작 ‘노블컬’들에게서도 기대하게 되는 덕목임에는 굳이 재론할 필요도 없다. /순천향대 교수·뮤지컬 평론가
2009-04-30 17: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