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 '사회적 가치 거래' 제안... "이윤창출·사회혁신 동시에 이룰 수 있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이 SK의 사회성과인센티브 경험과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업과 사회적 기업 간의 협력을 언급하며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보상을 하는 새로운 시장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 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슈왑재단 총회 개회식에서 "선한 의지만 있다고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성과를 화폐적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세제혜택 등 금전적 인센티브가 주어진다면 기업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하여 사회적 가치를 거래 가능한 가치로 파악할 수 있다면, 시장 시스템은 더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며 "이윤창출과 사회혁신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2013년 세계경제포럼에서 '소셜 프로그레스 크레딧(Social Progress Credits·SPC)'을 제안한 바 있다. SPC는 사회문제 해결 성과에 기반한 금융지원 방법을 의미한다. 이후 SK는 2015년부터 약 10년간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사회문제 해결 성과를 측정하고 현금 인센티브를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0년간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은 약 500개, 이들 기업이 창출한 사회문제 해결 성과는 약 5000억원, 이들 기업에 SK가 보상으로 지급한 인센티브는 약 700억원이다.특히 이날 개회식에서 발표된 보고서의 '사회적 가치 거래'는 긍정적 사회성과를 거래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시급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장 메커니즘을 뜻한다. 이는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면 해당 성과를 화폐적으로 측정하고 일정 부분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크레딧을 제공하고 교환하는 시장 시스템이다. soup@fnnews.com 임수빈 기자
2025-06-19 18:16:09컴퓨터 보안업체 안철수연구소의 창립자인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사진)가 병원 경영자들에게 "이윤 창출은 비즈니스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라고 조언했다. 대한병원협회 주최로 13∼14일 이틀간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리는 제24차 병원관리종합학술대회에서 안철수 교수는 사전에 공개한 연설문을 통해 현직 의사로서 백신 업체를 창업해 국내 최대 보안업체로 성장시키는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위기 극복 비결을 털어놓은 뒤 "이 과정에서 항상 염두에 둔 것은 기업이란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의미있는 일을 여러 사람이 함께 이뤄간다는 것이었고 이윤 창출은 비즈니스의 목적이 아니라 결과였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특히 경영난에 허덕이는 중소병원들을 염려한 듯, 1997년 환란이 야기한 경제 위기에서 생존했던 상황과 2002년 안철수연구소가 성장 정체 상태에 빠졌을때의 경험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먼저 외환 위기 시기와 관련해 "보수적 경영으로 차입금이 없었기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고 연구개발(R&D)에 집중하면서 조직을 정비하는 등 내실을 다지는준비의 시기로 삼았다"며 "이어 1999년 CIH 바이러스 사태로 백신시장이 급성장하자 준비된 역량이 빛을 발하며 도약의 시기를 맞았다"고 회고했다. 2002년 처음 성장세가 주춤했던 시기와 관련, 그는 "이 시기를 경험하면서 어려울 때에는 유혹에 빠지지 말고 문제점을 고치고 미래를 믿으며 서로 사기를 진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yhj@fnnews.com 윤휘종기자
2008-11-12 19:05:46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24일 “기업의 목표는 이익환원이 아니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정부나 시민단체가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강회장은 경제5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한 ‘선생님과 함께 하는 제5차 경제와 문화체험’ 행사에서 ‘시장경제와 기업에 대한 이해’란 제목의 경제특강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강회장은 “우리사회와 국민들 사이에서는 기업의 목표를 ‘부의 사회적 환원’이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하고 “기업의 제1차적 목표는 이윤 창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은 이윤 창출이라는 본연의 책임과 더불어 자선과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정부나 시민단체의 강요보다는 어디까지나 기업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강회장은 또 “무한경쟁시장에서 네덜란드, 영국 등 선진국들이 친기업 정서 조성에 적극적인 점을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 기업인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강회장은 “세계 경제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안심하고 경영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부는 기업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를 전향적으로 풀어주고 기업인들의 투자의욕을 북돋워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강회장은 “잘못된 청소년 경제교육의 폐해가 개인의 경제적 성취동기를 가로막을 뿐만 아니라 향후 국가경제발전마저 저해하므로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시장경제교육의 중요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njsub@fnnews.com 노종섭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06-01-24 14:18:31최근들어 기업경영 관리자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는 ‘고객중심경영’의 성공적인 달성에 있다. S사가 내걸고 있는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L사의 ‘시그마6경영’, 또다른 S사의 ‘고객감동’, ‘늘 이웃과 함께’ 등의 슬로건은 소비자에 대한 해당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보면 ‘고객중심경영’ 이란 고객들이 현재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어떠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하게 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달성하는 지름길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평범하고 누구나 다 아는 것처럼 보이는 이 원리 속에 중요한 성공의 비결이 숨어 있다. 미국 마케팅 학회(American Marketing Association)는 지난 85년에 마케팅에 관한 정의를 “개인과 조직의 목적을 만족시켜 주는 교환을 창출하기 위해 아이디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개념, 가격결정, 촉진 및 유통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라고 설정했다. 효과적인 마케팅활동은 관리자가 판매와 촉진활동 등에 관한 상관성을 인식하고 이러한 활동들을 결합하여 마케팅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정의에서는 ‘교환’을 마케팅의 중심 개념으로 보고 있다. 교환창출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개인으로 대별되는 소비자와 조직으로 대별되는 기업의 목적이 충족돼야 한다. 즉,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데서 만족을 얻어야 하고,기업은 시장에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이윤창출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만족을 판매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와 같이 개방되고 경쟁이 심한 시장상황 하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다시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을 것이며 따라서 지속적인 교환창출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떻게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그것은 고객의 입장에서 필요(needs)와 욕구(wants)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 부족한 상태를 말하며, 욕구란 필요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인 수단을 원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프다는 것은 필요이지만, 냉면이나 햄버거를 먹고 싶다는 것은 욕구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 고객중심경영의 출발점이라고 할 때, 이러한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고객의 필요와 욕구를 다른 경쟁자보다 먼저 파악해 더 큰 가치를 제공해 줄 때 비로소 고객중심경영의 올바른 길로 접어들었다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고객중심경영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고객유지프로그램이 필수적이다. 소비자들이 신뢰하고 찾을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환경을 구축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일례로 미국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성장한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의 고객서비스정신은 모범적이다. 70년대의 어느날, 한 고객이 타이어를 들고 와서 환불을 요구했다. 고객서비스 창구직원은 아무 질문도 하지 않고 이 고객의 요구대로 타이어 값을 환불해 주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이 사례가 유명해진 이유는 바로 그 백화점에서는 타이어를 취급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당 직원은 아무 질문도 하지않고 환불을 해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점을 악용하는 소위 불량고객들도 있었다. 하지만 불량고객은 소수에 불과하므로 전체적으로 대다수의 고객들에게는 노드스트롬백화점이 고객만족을 우선시한다는 평판을 듣게됐다. 이후 이 백화점은 고객만족을 시킨다는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의 가치는 기업의 적극적인 마케팅활동을 통하여 가꾸어지고 신뢰를 통해 성장해 간다. 이렇게 성장한 고객들은 기업의 우량고객으로서 기업에 대한 애호도(loyalty)가 커지게 되며 새로운 시장개척에 큰 원군으로 등장할 것이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마케팅 활동은 지속적인 교환의 창출에 역점을 두며 우량고객을 획득하고 유지함으로써 기업이 지속적으로 높은 이익을 거둘 때 이루어진다. 특히 일단 획득한 고객을 유지하는데 있어서 고객만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객중심경영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의 입장에서 행동할 때 비로소 그 문이 열리기 시작하며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뒤따를 때 성공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고객중심경영은 슬로건이나 사주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평가자는 바로 고객들이다. 구호만 요란하고 알맹이는 없는 고객중심을 표방하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눈은 더욱 차갑다는 사실을 우량기업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영찬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2001-04-24 06:06:10대한의사협회 등 보건의료5단체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보건의료영리화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은 28일 성명서를 통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 상정은 보건의료영리화정책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 이들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토대로 영리병원이 전면적인 허용이 예상되고 그로 인한 심각한 의료비의 상승과 의료양극화 및 지역 불균형이 우려되며, 보건의료 민영화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영리자회사 허용은 결국 영리병원 도입의 근거가 될 것이며, 무분별한 영리자회사가 세워질 경우 지금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기업형 불법 사무장 병원이 난립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보건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공공성과 효율성은 뒷전으로 밀리고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보건의료환경이 조성돼 의사의 양심적 진료가 저해되고 국민건강을 위협하며 보건의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키는 끔찍한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 5단체는 "지금 우리 보건의료체계에 가장 시급한 것은 보건의료영리화 정책 추진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전달체계 확립과 보건의료 접근성 확대, 보건의료의 내실화 정책 등"이라면서 "경제활성화라는 미명하에 국민 생명과 건강을, 그리고 경제적 부담을 나몰라라 하는 정부의 보건의료영리화 정책들은 반드시 즉각 중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hsk@fnnews.com 홍석근 기자
2014-11-28 11:46:48
"혁신역량·인프라 다 갖춘 韓, 임팩트 투자 잠재력 큰 시장"[한미재무학회, 석학의 제언]
한미재무학회(KAFA)는 지난 1991년 미주지역 재무 연구자들의 학술적 발전 및 상호교류 증진을 목적으로 발족한 학술단체다. 30여년간 발전을 거듭해 현재 미주는 물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과 유럽, 호주 지역 한인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발전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미재무학회의 학문적 성취를 장려하기 위해 KAFA를 후원하고 있다. 한국 임팩트 투자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3년 약 25억4000만달러 규모였던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1.2% 성장해 97억6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임팩트 투자는 단순한 재무성과를 넘어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방식으로, 글로벌 ESG 흐름 속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소피아 요한 미국 플로리다애틀랜틱대학교(FAU) 교수는 "임팩트 투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확장판"이라며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 첨단 핀테크 인프라,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등을 바탕으로 아시아 임팩트 투자 허브로 도약할 잠재력이 크다"고 강조했다. 조이 남희 윌킨슨 박사과정 학생이 요한 교수를 만나 임팩트 투자 시장의 중요성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한국의 임팩트 투자 시장은 눈에 띄는 성장을 경험했다. 임팩트 투자를 어떻게 정의하나. ▲우선 임팩트 투자의 널리 받아들여지는 정의는 재무적 수익과 동시에 측정 가능한 긍정적인 사회적 또는 환경적 혜택을 제공하려는 투자전략이다. 전통적인 투자, 즉 이윤을 우선시하는 투자와 달리 임팩트 투자자는 사회적 또는 환경적 과제를 해결하려는 프로젝트나 기업에 의도적으로 자본을 투입하면서도 수익성을 추구한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저는 조금 다른 시각을 덧붙이고 싶다. 저는 기업의 CSR 투자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던 시기를 직접 기억하고 있다. 사실 제 학위 논문의 한 부분은 사회책임 사모투자에 관한 것이었다. 제가 임팩트 투자를 흥미롭게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CSR의 확장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임팩트 투자는 자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다루고 CSR은 기업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다룬다. 임팩트 투자가 흥미로운 이유는 자본의 흐름이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고 국경을 넘어 확장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점점 더 많은 학자들이 이 분야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특히 현지 기관의 임팩트 투자 결정 요인을 이해하려는 관심이 높지만, 한국의 경우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외국인 직접투자(FDI) 관점에서 임팩트 투자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 투자의 성장을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임팩트 투자는 재무 성과와 더불어 사회적·환경적 임팩트를 측정 가능하게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투자 방식이다. 여기서 저는 '측정 가능성'이라는 단어를 강조하고 싶은데 이는 이 분야에서 정량적 분석을 수행하는 모든 학자(그리고 아마도 투자자)에게 항상 골칫거리였다. 다행히 최근에는 글로벌 임팩트 투자 네트워크(GIIN)가 주도하는 IRIS+와 BLab이 주도하는 GIIRS(Global Impact Investing Rating System) 와 같은 임팩트 측정 프레임워크가 상당히 발전했다. 이러한 새로운 제3자 평가와 표준화된 임팩트 지표들은 투자자와 피투자 기업에 성과를 추적하고 투자 성과를 검증하는 일을 훨씬 쉽게 만들었다. 이는 이 분야의 전문성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임팩트 중심의 펀드, 거래소, 더 많은 평가기관의 등장을 가져왔으며 새로운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개선했다. 또한 연구들에 따르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는 '측정 가능한 임팩트'와 자본을 연결하는 글로벌 청사진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경험상 임팩트 투자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경험적 증거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들은 여전히 임팩트를 추구하면 수익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얻는 대신 재무적 성과를 희생해야 한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이다. 게다가 임팩트 투자로 더 많은 자본이 유입될수록 임팩트 워싱(impact washing)의 위험도 증가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용어에 익숙하시다면 임팩트 워싱도 비슷하다. 그린워싱이 투자자나 기업이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환경적 주장을 과장하거나 잘못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임팩트 워싱은 사회 정의, 형평성, 투자 지배구조 등 ESG의 모든 차원을 포괄한다. 이러한 문제들은 임팩트 투자 이해관계자들의 전문성 강화를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린워싱의 경우 기업이나 투자자가 언제 허위 또는 과장된 표현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공시 내용이 과장됐다고 인식될 경우 그 판단은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러나 환경적 영향에 대한 데이터가 학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점점 더 많이 공개되면서 허위나 과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점을 설정하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반면 임팩트 투자의 경우 환경뿐만 아니라 ESG의 모든 차원을 포괄하기 때문에 조금 더 복잡하다. 그러나 이는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임팩트 투자 시장의 빠른 성장을 고려할 때 다른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임팩트 투자자들에게 어떤 독특한 도전과 기회가 있다고 보나. ▲한국의 비교적 초기 단계 임팩트 투자 시장(2024년 전 세계적으로 1조5700억달러 규모)이 직면한 과제는 다른 신흥 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경제적, 사회적, 규제적 장벽을 다양하게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과거 중국 경제에 대한 연구를 수행한 적은 있지만 아직 한국 경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할 기회는 없었기에 제 의견은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할 수 있다. 한국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국내 자본은 여전히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국제적으로 해외 임팩트 투자를 향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한국이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의심할 여지 없이 고도로 발전된 경제를 가지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임팩트와 수익 간의 트레이드오프에 대한 인식을 규제당국이 이해하고, 임팩트 투자의 원칙과 한국에 가져다줄 잠재적 혜택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정책, 규제, 법률이 도입돼 투자자와 기업을 보호하고 이러한 인식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전한 시장을 위해서는 기존 및 잠재적 투자자들이 국내외에서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핀테크, 바이오테크, 클린테크 등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임팩트 기업들의 활동도 필수적이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한국판 뉴딜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청정·기후 기술, 디지털 헬스, 포용적 핀테크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을 촉진하고, 무엇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금융적으로 지원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는 한국 중앙정부가 민간 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국경을 넘는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방안도 고려하길 기대한다. 특히 한국은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상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청정·기후 기술, 디지털 헬스, 포용적 핀테크 분야에서 임팩트 투자가 이루어지기에 이상적인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핀테크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며 글로벌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 결제, 모바일 뱅킹, 블록체인, 인공지능 기반 금융 서비스 등 다양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변화가 임팩트 투자와 어떤 방식으로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앞서 포용적 핀테크를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디지털 결제, 모바일 뱅킹, 인슈어테크(insure tech), 로보 어드바이저(robo-advisors), 암호화폐, 블록체인, AI 기반 자문 서비스 등 우리가 잘 아는 핀테크 솔루션들을 포함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들은 주로 농촌 지역 거주자, 저소득층, 고령층 등 기존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거나 취약한 계층에 접근성을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한국과 같이 인터넷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의 역동적인 핀테크 시장과 성장하는 임팩트 투자 시장이 결합해 건전한 임팩트 투자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국내외 투자자, 혁신 기업, 그리고 임팩트 투자를 지지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보다 긴밀히 협력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한국의 비전 2050은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으며 국제 사회에서도 모범적 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한다. 또 이러한 과정은 한국이 아시아 지역 임팩트 투자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더 나아가 글로벌 자본 흐름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정리=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2025-09-28 18:35:25
"崔, 사회적 기업 500곳 돕고도 단 1% 지분도 요구 안했다" [FN산업연구 '최태원 리더십']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15년 통합지주사를 선포한 지 꼭 10년이 됐다. 이 기간 SK그룹의 재계순위(자산규모)와 시가총액은 모두 3위에서 2위로 도약했다. 특히 시총은 77조원에서 약 362조원으로 무려 4.7배(467%)나 급증했다. 특히 올해는 핵심 계열사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에 오른 해다. 국내 1호 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추진, 뇌전증 치료약 등 바이오사업 확대 등의 성과도 주목된다. 더욱이 최 회장이 "일생 과업"이라고 칭한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젝트가 본격화된 지 1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파이낸셜뉴스는 'FN산업연구' 기업인편 첫 주자로 한국 경제계 리더인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을 총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SK가 앞장서서 '사회적 가치' '사회적 기업'을 한다고 하니, 진보진영의 슬로건인 양 색안경을 끼고 봐서 편가르기의 표적이 될까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사회적 기업 육성이란 용어를 웬만하면 다른 말로 바꿔보면 어떻겠습니까." 하루는 SK그룹의 한 고위 임원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고민 끝에 속내를 털어놨다고 한다. 재계에서 총대를 메고 사회적 기업 지원사업을 한다고 하니, 보기에 따라선 "진보쪽 사업 아니냐"며 괜스레 정권에 오해를 살까 우려된다는 얘기였다. 사실 이 사업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된 사업이었는데, 세상은 긴 서사보다는 짧은 잔상에 주목하는 법이다. 회장의 답변은 역시나 '예상대로' 였다. "오해하는 사람들 때문에 왜 우리가 행동을 바꿔야 하느냐. 그대로 둡시다." 세간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얘기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신념, 경영자로서 특유의 '뚝심'을 보여준 대목이다. ■'韓의 록펠러家' SK웨이 10년의 실험 SK그룹의 총수이자 한국 재계 맏형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고 있는 최 회장이 한국의 다른 그룹 총수들과 비교해 가장 독보적이며 차별화된 부분 중 하나가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 '신기업가 정신' '성장방식 변화' '한일경제공동체'등 수많은 경제 담론의 생성과 실천이다. 일반적인 재벌 총수의 언어가 아니라는 게 재계 안팎의 시선이다. 각종 장학사업으로 일생 인재육성에 헌신했으며, 경제·사회 문제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토론을 즐겼던 부친 최종현 선대회장의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는 것이란 시각이 많다. 특히 올해는 최 회장 스스로 '일생 과업'이라고 표한 사회적 기업 육성을 본격 추진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SK그룹 고위 관계자는 "10년간 500여개 사회적 기업에 약 720억원의 인센티브를 줬고, 조직 운영 등 직간접 투자비로 1000억원 이상은 투입했을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약 5000억원 규모의 사회적 성과를 이뤄냈지만, SK가 키운 이들 500여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분은 단 1%도 없다"고 자신했다. 재벌 총수치고는 대단히 파격적 행보다. SK그룹 총수이자, 한국 재계 리더로서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 연구'에 있어 가장 먼저 풀어내야 할 대목인 것이다. SK경영을 관통하는 키워드이고, 한국 재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타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런 거대 담론들이 그룹 임원이나 지원조직들의 작품이 아닌, '최태원 자신'이 직접 만들어서 던진 것들이란 점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기업 스스로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입증해 보자. 성공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전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2004년 기업 이념을 '이윤 극대화'에서 '행복 극대화'로 변경했을 때와 관통하는 테마"라고 말했다. "돈만 버는 것 외에,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다."(2004년 8월 해비타트 활동 중 최태원 회장) 사회문제 해결자로서 기업의 역할을 오랫동안 고민했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한 기부나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기업 경영 이념으로 삼고 있는 곳은 국내에선 SK밖에 없다"고 말했다. ■中정부도 SK 벤치마킹…회장의 '다음 특명'은 2019년 초 SK그룹 신년회, 최 회장이 폭탄 발언을 던졌다.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기 위한 방법은 사회적 가치다. 앞으로 핵심성과지표(KPI)의 50%를 사회적 가치가 되도록 재조정하라." 세금 납부 기여, 고용확대, 친환경 상품 개발, 취약계층 지원 등 SK가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돈'으로 측정해 이를 매출·영업이익 등 전통적 재무성과와 등가로 취급하라는 주문이었다. 그저 '좋은 일' 정도로 치부했던 사회적 가치 실현이 기업 내 핵심 경영지표로 끌어올려진 순간이었다. 600여명이 모인 강당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임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서로를 훑어봤고, 직원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최 회장은 연세대 이무원 교수와 직접 공동집필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사례연구집 'SK의 더블 보텀라인'에서 당시 본인이 목도했던 상황을 이렇게 묘사했다. SK그룹 산하 비영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 나석권 대표는 최 회장이 '사회 성과 인센티브(SPC) 프로그램' 시행에 있어 특히 힘을 준 부분은 "철저한 성과 측정과 이를 통한 성과 비례 보상모델 구축에 있었다"고 전했다. 연구원이 주도한 이 모델은 높은 완성도로 다보스포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등에서 소개되는 등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 정부는 자국 공기업, 공공기관에 적용하겠다며 SK의 측정방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해간 상태다. 국내에선 제주도가 '성과 측정 및 보상' 방안을 조례로 도입했다. 최 회장은 최근 특명을 내렸다고 한다. "내 이름 석자 안 나와도 좋으니, SPC모델이 국가정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시도해 보자"는 것이었다. 나 대표는 10년에 걸친 최 회장의 이런 행보를 놓고 "한마디로 '사회 혁신가'"라고 칭했다.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이 최 회장을 가리켜 공개적으로 "경영 사상가"라고 부른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내가 직접 집필하겠다"…재계 담론 제조기 '한일 경제공동체, 한국경제 성장모델 전환, 500만명 인재 확보론, 메가샌드박스, 인공지능(AI) 대응 위기론.' 모두 최 회장이 최근 제시한 경제 담론들이다. "최 회장의 담론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재계 복수의 인사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짜맞춘듯 이구동성으로 똑같았다. "임원이나 조직에서 만들어주거나, 써준 것을 읽는 게 아니라 최 회장 본인 생각들을 톱다운 방식으로 내린다" "세계 각국 인사들과 만나면서 본인만의 생각을 다듬어간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또 "보고자의 말을 중간에 끊는 법도 없고, 각종 포럼이 있으면 끝까지 앉아서 다 듣는다. 덕분에 임원들도 자리를 뜰 수가 없다." 이 역시 재계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2019년 이무원 교수가 스탠퍼드대 경영사례 집필을 위해 SK 회장실로 전화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사례연구를 위한 자료는 없습니다. 회장이 직접 공동집필하시겠다고 합니다." 수많은 경영 연구를 진행했지만, 회장이 직접 집필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했다. 대한상의가 최근 발간한 '새로운 질서, 새로운 성장'이란 총 247쪽짜리 정책제안서도 상의 회장으로 4년6개월간 구상했던 대표 담론들이 고스란히 정리돼 있다. 이 중에 규제 문제를 다룬 메가 샌드박스는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가 검토 과제로 채택하는 성과를 냈다. 규제 해소를 호소했던 많은 기업인들이 반색했음은 물론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2025-09-21 18:31:11
"최태원은 사회 실험가… 사회혁신·실험 통해 기업 성장 모색하는 리더" [FN산업연구 '최태원 리더십']
"통상,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인공지능(AI)으로 어떻게 하면 생산 효율성을 배가시킬 수 있는지를 물어본다. 내가 직접 본 최태원 회장은 그런 고민도 하지만, '어떻게 하면 AI가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까'를 묻는 리더였다." 이무원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는 21일 본지 인터뷰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해 "'사회 실험가'에 가깝다고 본다"면서 "사회 혁신과 실험을 통해서 기업의 성장을 모색하는 리더"라고 분석했다. 이를 위해 "사회와 토론하고 담론을 쌓으며, 끊임없이 실험을 이어가려는 노력도 엿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SK그룹의 사회적 가치 경영을 상징하는 '더블 보텀라인(DBL)'을 주제로 최 회장과 함께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사례연구를 공동 집필했다. 최 회장은 기업의 이윤활동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더블 보텀라인'을 추진해 왔다. 이 교수는 "산업계에서 더블 보텀라인을 공식적으로 제시한 건 최 회장이 최초"라고 전했다. 'DBL 경영'은 재무제표처럼 사회적 가치 창출 성과를 화폐 단위로 측정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에 기여한 부분까지 경영성과로 환산해 기업 전략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기존 경영 패러다임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교수는 "지난 10년간 사회적 가치를 추진해 왔듯,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실험'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선 "본인의 철학, 판단대로 기업 경영의 큰 방향성은 직접 제시하지만, 실행은 조직 자율에 맡기는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 '선이 굵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 시장 2등에서 1등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도 기술 경영진에 대한 신뢰, 자율성이란 원칙을 주지했기 때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기자
2025-09-21 18:31:09
우리 동네 카페 사장님이 'AI'가 되는 날이 올까...퍼플렉시티의 이색 시도[AI플쥬스]
[파이낸셜뉴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찾는 공간인 카페, 편의점 등의 사장님이 인공지능(AI)이 되는 날이 올까. AI 검색 서비스 기업 퍼플렉시티가 최근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카페 큐리어스'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실제 전세계 AI 기업들은 AI를 통한 오프라인 매장 운영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곧 멀지 않은 미래에 AI가 매장 운영을 도맡는 일이 실현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AI가 만든 음악이 흐르는 카페 13일 업계에 따르면 AI 기업이 직접 카페를 운영하는 전세계 최초의 시도인 카페 큐리어스는 자사의 AI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공간 마련과 홍보를 위한 브랜딩 등에 초점을 맞췄다. 'Stay Curious(호기심을 유지하라)' 슬로건 아래 꾸며진 공간은 프로 구독자에게 50% 음료 할인을 제공한다. 매장은 장기적으로 운영될 예정이고, '어제의 호기심이 오늘의 질문으로, 오늘의 질문이 내일의 지식으로 연결된다'는 퍼플렉시티의 철학에 맞춰 구현해 낸 공간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곳에서 AI의 역할은 운영 전반을 책임지기보다 보조 및 컨셉 강화에 머문다. 아직은 AI가 온전한 '사장님'이 되기보다, 매장을 돕는 '직원'에 가까운 모습이다. AI로 생성한 배경음악이 계속 카페 내에 흘러나왔으며, 지하 공간에는 퍼플렉시티 서비스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노트북이 비치됐다. 모리타 준 퍼플렉시티 아시아 대표는 "카페 큐리어스는 퍼플렉시티 사용자들과 지식과 호기심을 나누는 공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AI와 함께 탐구하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앤트로픽도 'AI 무인판매점' 실험, 결과는... 다만 최근 미국에서는 다양한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을 AI가 운영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6월 AI 기업 앤트로픽이 진행한 '프로젝트 밴드(Project Vend)'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젝트는 AI가 무인 판매점을 운영할 수 있는지 실험한 것으로, 자사 모델 '클로드 소네트 3.7'을 기반으로 제작한 가게 운영 AI 에이전트 '클로디우스'가 약 한 달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본사 사무실 내 판매점에서 재고를 관리하고 상품 가격을 책정, 직접 고객 대응을 도맡는 등 '사장님'의 역할을 했다. 복잡한 변수가 가득한 실제 상거래 환경에서 AI의 자율적 의사결정 능력을 시험했다. 앤트로픽 측은 실험 결과 클로디우스는 고객 맞춤형 대응 능력에서는 가능성을 보였으나 운영 후반으로 갈수록 적자를 키우며 수익 창출에는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시장 상황을 읽고 재고를 관리하며 이윤을 남기는 복합적인 상업 활동이 AI에게는 아직 어려운 과제임을 보여준 셈이다. 앤트로픽 측은 "지금 당장 상점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대부분의 실패는 더 나은 도구와 프롬프트 설계로 개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AI 자영업자', 아직 아니지만 가까운 미래에 가능할 수도 이러한 시도는 AI 기술을 접목해 계산대를 없앤 매장인 아마존의 '아마존고' 등 이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완전한 'AI 자영업자'의 등장은 아직 시기상조일 수 있지만 퍼플렉시티 카페의 사례처럼 음악 선정부터 재고 관리, 고객 데이터 분석 등 특정 영역에서 AI를 활용하는 일은 현실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AI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곧 오프라인 매장 운영 등에 있어서도 AI가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피지컬 AI 기술 발전과 더불어 AI 에이전트가 고도화된다면 매장 운영에 필요한 △물류 △고객응대 △판매 등 각종 분야의 버티컬 AI가 협업해 조직을 이뤄 매장을 운영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현재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등 각종 비용보다 AI 기술을 도입해 매장을 운영하는 것의 가성비가 더 나아지는 순간에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각각 AI 에이전트에 세부적인 역할을 맡기게 되면 오류도 현저히 적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2025-09-08 15:36:13
[서초포럼]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은행의 역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새 정부가 추진하려는 사업 중 하나인데, 주식시장에서 관련주들이 연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때마침 6월 17일(현지시간) 지니어스 법안(GENIUS Act)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여 하원 심의와 대통령의 서명이 이루어지면 1~2년 내로 시행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제도정비를 서두를 모양새인데, 이는 우리나라의 금융과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라서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반 가상자산으로, 국가가 독점적으로 발행하는 화폐의 대안이라 했지만 그 가치의 변동이 극심하여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기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은 그 가치를 법정화폐에 연동함으로써 이 약점을 보완하고 실제로 결제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아직은 가상자산 거래에서 사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대금결제나 송금에서도 점점 더 많이 사용되는 추세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어떤 이점이 있을까.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이미 현금과 함께 은행의 결제성 예금이 지급결제수단으로 편리하게 사용되고 있다. 계좌이체, 직불카드나 체크카드, 그리고 신용카드를 매개로 해서 말이다. 여기에 간편결제서비스가 결합되어 그 편의성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예금이 지급결제수단 기능을 수행하는 이면에는 거대하고 복잡한 지급결제시스템이 있는데, 사실 이 시스템의 유지에는 꽤 비용이 들고 그 비용은 결국 사용자에게 수수료 등의 형태로 전가된다. 예금을 통한 자금이체는 은행 간 청산이 필요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그러한 청산 과정 없이 자금이체가 가능하므로 더 적은 비용으로 지급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프로그래밍을 통해 지급결제의 조건부 예약이나 자동화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국제 간 결제에서는 각국 은행을 경유하지 않아도 되기에 그 장점이 더욱 커진다. 우리나라와 거래가 있는 외국인에게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있을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결제성 예금의 대체재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급여와 기타 수입이 모두 스테이블코인으로 지급되고, 모든 결제가 스테이블코인으로 가능하다면 은행에 굳이 결제성 예금을 유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심지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가 은행의 결제성 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한다면 어떨까.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는 오프라인 지점을 보유할 필요가 없기에 운영비용이 매우 낮을 것이고, 따라서 국채와 같이 안전한 자산의 수익이 은행의 대출 수익보다 낮아도 은행의 결제성 예금보다 더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에 충분한 이윤을 낼 수도 있다. 2025년 4월 말 기준으로 현금과 결제성 예금의 총액은 약 1270조원 규모인데, 같은 규모로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된다면 순수익률이 1%만 되어도 매년 12조7000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하지만 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예금을 창출하고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사실 은행의 지급결제 기능과 자금중개 기능 간에는 시너지가 존재한다.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고객의 자금흐름에 대한 정보가 자금중개 기능을 수행할 때 고객의 신용도 평가에서 유용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지급결제 업무에서의 경쟁력이 은행보다 월등하여 은행이 지급결제 업무로부터 분리된 자금중개 업무만 수행한다면 금융의 효율성이 현저히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한 규제를 설계할 때 고려해야 할 한 가지 요소는 은행이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같은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혁신적인 제도와 신기술 도입을 고려할 때 흔히 규제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지만,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그것이 오히려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김민성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2025-06-26 18:4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