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 세계 40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 이주 노동자 가운데 한국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돈을 가장 많이 번다는 베트남 정부의 통계가 나왔다. 3일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는 지난주 베트남 외교부가 발표한 ‘베트남 이민 개요 2023’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에서 일하는 베트남 이주 노동자들이 지난해 월 평균 소득이 1600~2000달러(약 219만~274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에는 2017~2023년 세계 각국에서 일한 베트남 이주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이 담겼다.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 다음으로 소득이 높은 국가는 일본(월 1200~1500달러)이었다. 그 뒤로 대만 및 일부 유럽(월 800~1200달러), 말레이시아 및 중동(월 400~1000달러) 순서였다. 베트남의 최저 임금은 호주 및 뉴질랜드에 비해 15배 낮으며 일본과 한국에 비해서도 7~9배 낮다. 베트남 정부는 조사 기간에 세계 40개국에서 65만명 이상의 베트남 이주 노동자들이 연간 35억~40억달러(약 4조8000억~5조4848억원)의 돈을 고국에 송금했다고 분석했다. 국가별 베트남 노동자 수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으로 일본이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한국, 대만 순서였다. 아울러 호주, 뉴질랜드, 독일, 헝가리에서도 베트남 노동자 숫자가 상당한 규모로 증가했다. 베트남 정부는 해외로 건너간 베트남 노동자의 약 80%가 섬유·신발, 건설, 농·어업, 가사, 노년층·환자 돌봄 등 노동집약적 업종에 종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외 관리자 및 기술자 등 소수의 숙련 노동자도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 보고서는 베트남의 비숙련 노동자가 해외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시에 적응력이 높지만, 계약 기간을 넘긴 불법 체류 노동자 숫자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불법 체류자로 인해 해외 취업을 원하는 베트남인들의 기회가 줄어든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베트남 이주 노동자가 부당한 처우나 초과 노동, 위험한 노동 조건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에서 이주 노동자 업무를 담당하는 레 호앙 하는 여러 선진국에서 단순노동 일자리가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트남 노동자들이 계속 경쟁력을 가지려면 기술과 언어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법무부가 공개한 '2023년 12월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50만7584명으로, 전년보다 11.7% 늘어났다. 국적별로는 중국(94만2395명)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는 베트남(27만1712명), 태국(20만2121명), 미국(16만1895명), 우즈베키스탄(8만7698명) 순서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2024-11-04 14:19:22[파이낸셜뉴스] TS인베스트먼트의 자회사인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는 이주노동 생태계의 디지털전환을 위한 컨설팅 및 IT 플랫폼을 운영하는 ‘클링커즈’에 투자했다고 7일 밝혔다. 클링커즈는 플랫폼 ‘글로우(GLOW)’를 통해 이주노동 생태계의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고, 신뢰도 높은 노동 품질 보증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주노동 생애 전반에 필요한 정보부터 금융(송금·보험·대출·환전), 선불폰, 정보(비자·서류),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커머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구현했다. 글로우는 지난해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1차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주노동자를 위한 정보제공 리소스 페이지와 커뮤니티를 개설했다. 올해 한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 ‘송금’, ‘대출’, ‘선불폰’ 중개 서비스를 출시한다. 향후 부동산과 비자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배상승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글로벌 이주노동자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클링커즈가 제공하는 '글로우' 플랫폼은 이주노동 생태계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고 하이퍼로컬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며 "앞으로 이주노동자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필요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성권 클링커즈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우 커뮤니티의 고도화 및 국내 서비스 정식 론칭을 통해 10만명의 이주노동자 사용자 확보를 1차 목표로 하고 있다"며 "3년 내 한국 시장 점유율 30%, 전 세계 500만 이주노동자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2024-10-07 08:39:31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주관 아래 개최된 '네팔 이주노동자 창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지난 8월 10일 그 막을 내렸다. 이 행사는 사단법인 더 브릿지(The Bridge International),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그리고 새마을금고중앙회(KFCC)의 공동 주최로 성대하게 진행되었다. 사단법인 더 브릿지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국내 네팔 이주노동자들 54명을 대상으로 지난 4개월간 진행한 국내 교육과정의 수료식이자 우수 교육생 최종 10명의 창업계획 발표 경진대회로서, 주한네팔대사관과 코이카를 비롯해 네팔 시장 진출에 관심 있는 국내 기업 관계자 약 50명이 참석했다. 이날 과정을 마친 10명의 네팔 이주노동자는 교육을 통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네팔로 귀국 후 지역사회와 기업 생태계를 혁신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이중 최종 3개의 비즈니스 아이디어가 우수작으로 선정되었다. 켐 바하두르 타파(Khem Bahadur Thapa)씨의 농산물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이 1등을, 산토쉬 구룽(Santosh Gurung)씨의 바나나 재배 및 가공이 2등을, 벤주 프라드한(Benju Pradhan)씨의 냉동창고 아이디어가 3등 상을 받았다. 이날 경진대회에서 1등 상을 받은 켐 바하두르 타파(Khem Bahadur Thapa)씨는 "창업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예비 창업가로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고, 귀국 후 네팔에서 창업하고 싶은 동기가 더욱 확고해졌다"라면서 "오늘 행사를 통해 만난 국내 기업 및 전문가와 네팔에 돌아가서도 지속해서 교류하며 조언을 받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창업교육 및 창업기획 전문기관인 더 브릿지 황진솔 대표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한국과 네팔을 연결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이주노동'이라는 특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라면서 더 브릿지는 예비 창업가로서 이들이 잠재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초기창업 단계에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 프로그램은 코이카 '네팔 귀환 노동자의 안정적 재정착을 위한 단계별 지원체계 강화 사업'의 일환으로서, 2024년 1기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5개년 간 운영된다. 전체 컨소시엄 주관사인 더 브릿지는 사업기간 동안 귀국 예정인 200여명의 네팔 이주노동자 예비 창업가를 양성할 계획이며, 엠와이소셜컴퍼니와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창업자금을 연계하여 지원한다. 또한, 국내 과정을 마친 참가자들은 각자의 귀국 시점에 맞춰 네팔 현지에서 열릴 프로그램의 고급 단계에 참여한다. 2024년 1기 고급 단계는 9월 카트만두에서 진행되며, 내년 1월 현지 과정 수료식을 개최하고 최종 수상자를 선정한다. 자세한 소식은 더 브릿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사단법인 더 브릿지는 개발도상국과 탈북민의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그들이 ‘수혜자’에서 벗어나 ‘기부자’로 정체성이 변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취 · 창업 프로그램 운영과 크라우드 펀딩(임팩트 기부)을 통한 재정 지원 및 국내 스타트업의 개발도상국 진출 및 사업 확장을 위한 자원 연계 및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2024-08-12 10:27:03[파이낸셜뉴스] 신분을 감추고 이주노동자에게 접근한 뒤 함정 수사를 도와달라고 지시한 경찰관에게 제기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기각됐다. 이주노동자 인권이 침해된 점을 인정하면서도 경찰의 경고 조치로 추가적인 구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인권위 판단이다. 인권위는 경찰관이 이주노동자에게 함정 수사를 시켰다며 지난해 7월 제기된 진정에 대해 지난 3월 28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서울 은평경찰서 정보안보외사과 소속 A 경사는 지난해 3월 포천이주노동자센터 행사에 신분을 숨기고 참여한 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B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A 경사는 불법 환치기 업자를 검거하기 위해 B씨에게 50만원을 주고 불법 해외 송금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해외 송금 이용자가 처벌 받는다는 사실을 속이며 B씨에게 생활비를 주고 비자를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는 B씨에게 자신이 해외 송금액을 줬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도 한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상 해당 사건이 기각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법 제39조1항3호는 '이미 피해 회복이 이뤄지는 등 별도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진정을 기각한다고 규정한다. 인권위 관계자는 "경찰의 조치로 일정부분 문제가 해소됐다고 본다"며 "다만 내용 자체는 인권 침해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통지를 했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2024-06-05 18:13:10[파이낸셜뉴스] 외국인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한 경우 주한 외국공관이 산재 신청을 할 수 있게 된다. 근로복지공단은 기존에 노동자의 직계가족이나 노무사, 변호사만 산재 신청 업무를 대리할 수 있었던 규정을 개정해 대사관 등 주한 외국공관에도 산재 신청 대리권을 부여했다고 26일 밝혔다. 대사관이 무료로 산재 신청을 대리하면 언어 장벽으로 인한 불편과 불법 브로커 노출 위험, 대리인 선임 비용 부담 등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산재 신청도 증가하고 있다. 공단에 따르면 이주 노동자의 산재 신청은 2023년 9543건으로 5년 전인 2018년 7581건과 비교해 25.9% 늘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제조업, 건설업 등 산재 취약 업종에 주로 근무하는 탓에 5년간 이주 노동자 증가 폭(10.7%)보다 산재 신청 증가 폭이 더 컸다. 산재를 겪고도 정보 부족과 언어 장벽, 대리인 비용 부담으로 산재 신청을 포기하는 이주 노동자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단은 올해 산재 신청이 많은 국가의 이주 노동자를 위험 전담 상담원을 배치하고 모바일을 활용한 모국어 산재 신청 안내 서비스의 제공을 추진하는 등 지원을 강화할 예정이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2024-02-26 12:41:45노동절을 하루 앞두고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4월30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2023 세계노동절, 강제노동철폐!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주 노동자의 체류와 임금, 노동조건 등에서의 차별을 없애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사진=김범석 기자
2023-04-30 18:54:31국내 이주노동자들이 4월30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2023 세계노동절, 장제노동철폐!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주 노동자의 체류와 임금, 노동조건 등에서의 차별을 없애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사진=김범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kbs@fnnews.com 김범석 기자
2023-04-30 15:45:56"불법체류자 강제추방이 정답이다"와 "불법체류자는 어디를 가든 불법일 뿐이다". 불법체류자의 삶을 취재한 기사에 붙은 독자들의 코멘트다. 법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독자들의 시선처럼 '불법'을 경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법이란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시간이 흘러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법이 폐기되거나 개정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합법적으로 정착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한국에 정착하러 오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달리 한국의 이주비자 제도는 1년 중 몇 개월만 체류기간으로 인정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30년이 넘는 데 비해 제도의 역사는 일천하므로 과거에 정착한 이주노동자는 제도권 밖에서 떠돌 수밖에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한국에 불법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는 몇 명이나 있을까.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41만1270명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더 많은 불법체류자가 존재할 것으로 추측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불법체류자 모두를 '커밍아웃'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법과 합법이란 기준으로 이주노동자를 구분하게 되면 이들 모두를 내쫓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일까. 이미 오랜 세월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의도적으로 머물러 불법이 된 체류자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들로부터 태어난 자녀들 역시 서류 없는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모든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낙인 찍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실제 각 지방지역의 제조 중소기업들이 모여있는 공단엔 여전히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데다 서울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 이은 '지방 소멸'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나온다. 인구감소 추세는 명백하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인구증가는 고사하고 인구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사회부
2023-04-16 17:54:23[파이낸셜뉴스]"불체자 강제 추방이 정답이다"와 "불법체류자는 어디를 가든 불법일 뿐이다". 불법체류자의 삶을 취재한 기사에 붙은 독자들의 코멘트다. 법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독자들의 시선처럼 '불법'을 경계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법이란 현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시간이 흘러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 법이 폐기되거나 개정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주노동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들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합법적으로 정착할 방법이 많지 않다고 지적한다.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한국에 정착하러 오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과 달리, 한국의 이주비자 제도는 1년 중 몇 개월만을 체류기간으로 인정한다. 또한 이주노동자의 역사는 30년이 넘는 데 반해 제도의 역사는 일천하므로 과거에 정착한 이주노동자는 제도권 밖에서 떠돌 수밖에 없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한국에 불법으로 체류 중인 이주노동자는 몇 명이나 있을까.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불법체류 외국인은 지난해 기준 41만1270명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더 많은 불법체류자가 존재하리라 추측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불법체류자 모두를 '커밍아웃'시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법과 합법이란 기준으로 이주노동자를 구분하게 되면 이들 모두를 내쫓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답일까. 이미 오랜 세월동안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의도적으로 머물러 불법이 된 체류자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들로부터 태어난 자녀들 역시 서류 없는 '투명인간'으로 살고 있다. 불법체류자의 자녀들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모든 이주노동자를 불법으로 낙인찍는 것만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실제 각 지방지역의 제조 중소기업들이 모여있는 공단엔 여전히 인력난이 심각하다고 한다.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대기업을 선호하는 데다 서울로 가는 경우가 많다. 일본에 이은 '지방 소멸' 이야기가 한국에서도 나온다. 인구 감소 추세는 명백하다.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인구 증가는 고사하고 인구 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한국의 현실을 직시하자는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 시선 중 하나인 사이먼 쿠즈네츠의 근대적 경제성장(Modern Economic Growth), 이것이 상정한 전제가 흔들리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제의 순환 규모가 가까운 미래에 현상 유지조차 힘들어질 것을 의미한다. 이주노동자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것은 인구 감소가 예견된 한민족 공동체의 위기를 타개할 하나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저 이방인들은 왜 한국에 불법적으로 체류하는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주노동자를 통해 사회적 생산력을 발전시킬 것인가'를 궁리해야 한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04-14 15:57:41[파이낸셜뉴스] "저는 퇴근하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몸 아픈 직장인은 당연히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다. 필요한 건 신분증과 신용카드 뿐이다. 국민건강보험 등을 통해 값싼 진료비를 청구 받는다. 약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당연히 누릴 수 있는 이같은 일상이 방글라데시에서 온 B씨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이른바 '불법 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민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4일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이주민 지원단체 '샬롬의 집'에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 3명을 만날 수 있었다. 자한길 알럼씨를 통해 한국 초기 적응 생활을 가감없이 들을 수 있었다. 결혼귀화자 A씨와 미등록 이주민 B씨는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말이 서툴렀다. B씨는 "하루 하루가 불안하다"며 "분명 매일 공장에 나가서 일을 하고 있고 주변 한국인들과도 좋게 지내고 있지만, 일터 밖을 나가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커뮤니티 밖을 나서면 나는 '없는 사람'과 같다"고 말했다. ■존재하지 않는 인간 50대 초반인 B씨는 1992년 한국으로 들어왔다. 한국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7%에 육박하며 아시아의 4대 용으로 불리던 그 시절, 한국에 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당장 돈이 필요했다. 비행기 표를 구하고 한국에서의 일자리를 알선받기 위해서는 브로커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B씨는 당시 돈으로 1200만원을 브로커에게 전달했다. 방글라데시에서 집 한 채를 살 수 있는 돈이었다. 어렵게 들어온 한국이었지만 불법체류자로서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당장 살 집 역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었다. 관광비자로 들어온 탓에 외국인 등록번호와 같은 신분을 증명할 만한 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입맛대로 직장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B씨는 종업원 20명 내외의 작은 제조 공장에 취직해 정착했다. 그곳에서 나오는 분진을 마시고 자재를 특수 처리를 하는 지독한 화학약품 냄새를 맡으며 31년을 버텼다고 한다. 그는 "일을 안 하면 진짜로 한국에서 살 방법이 없었다"며 "근무 환경이 열악했어도 나 같은 불법체류자가 일자리를 선택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생활한 지 31년. 그 사이 어엿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 전화로 방글라데시에 살았던 지금의 부인과 부부의 연을 맺으며 가정을 꾸렸다. 부인이 한국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국에서 첫째 아이를 낳았고 5년 후 둘째 아이를 낳았다. 부인 역시 관광비자를 통해 들어와 비자 기간이 만료된 불법체류자다. 두 명의 아이는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한국국적이 아닌 방글라데시 국적이다. 한국은 속지주의가 아닌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부모가 한국인이 아니라면 제아무리 한국에서 나고 자라도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없다. 아이를 키우면서 불법체류자라는 장벽이 더 크게 다가왔다. 당장 보건소에서 접종하는 예방접종을 아이들에게 맞힐 수가 없었다. 학교를 보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아이의 보호자로서 나서야 할 때는 여러 가지 제약이 많다. 당장 아이 휴대폰을 개통할 때도 아이 보호자를 자신이 아닌 체류자격을 지닌 친구로 내세워야만 했다. B씨는 "아이들에게 제일 미안하다. 아버지로서 당당하게 나서고 싶지만, 공식적으로 나는 한국에서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이들의 보호자가 될 수 없다"며 눈물을 훔쳤다. ■잘때는 컨테이너, 일한땐 이름 대신 "이 XX" 대다수 외국인 노동자는 안전한 주거생활이 쉽지 않다. 수입이 적으니 안락한 공간을 찾기 어렵고, 회사가 지원해는 숙박시설도 단체생활을 할 수밖에 없는 열악한 공간인 경우도 많다. 주로 창고로 쓰이는 '컨테이너 박스', 식물 재배용으로 꾸리는 '비닐하우스'가 전국 곳곳의 이주 노동자들에겐 매우 익숙한 주거 공간이라고 한다.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다. 불편한 것은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화재, 질식 우려 등이 그들에게 더 큰 위협이다. 지난해 2월 경기도 파주에선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던 이주노동자가 화재로 사망하기도 했다. B씨가 지내넌 회사 기숙사도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컨테이너 박스였다. 가끔은 전기가 끊기고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B씨는 "처음 몇 년간은 내가 이런 곳에서 살려고 비싼 돈을 주면서까지 한국에 들어와야 했겠느냐고 후회하곤 했다"고 회상한다. 자한길 알럼씨도한국에 들어와 근 3년 동안 회사가 부도처리 나면서 버린 컨테이너 박스에 살았다. 1997년 한국에 들어와서 한달도 안 돼 IMF사태가 터졌고, 그 영향으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다. 졸지에 오갈곳이 없던 알럼씨는 회사가 부도처리 되면서 미처 처분하지 못했던 컨테이너 박스에 살게됐다. 같은 외국인 노동자 10명과 엉켜 살았다고 한다. 전기와 수도는 연결되지 않았다. 컨테이너 소유주인 회사가 부도처리가 나면서 전기와 수도가 끊겼기 때문이다. 알럼씨와 같이 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웃 공장의 컨테이너 외국인 기숙사에서 전기를 따왔고 목욕을 하기 위해 이웃 외국인 컨테이너에 몰래 들어가기도 했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은 일터에서 한국 욕을 가장 먼저 배운다고 한다. 부를때 욕을 듣기 때문에 욕인줄 모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알럼씨는 "한국에 와서 공장 선임들이 나를 부를 때 손이 아닌 발이 먼저 나갔고, "야 임마"와 '이 XX야" 등으로 지칭해 처음엔 욕이 아닌 일반적인 대명사인줄 알았다"면서 "어느날은 다른 업체 사장이 내가 일하는 공장에 방문했을 때 상대방을 향해 이 말들을 사용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국을 떠나긴 힘들다고 한다.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일부 불법체류자들은 현지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만 가족들이 함께 이주해와 불법체류자 가족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B씨는 "인터넷 등을 보면 '힘들고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란 식의 말을 많이 접하지만, 사실 한국이 나의 또 다른 고향"이라면서 "이미 이곳에서 30년 이상을 살면서 직장도 여기에 있고, 친구들도 여기에 있는데 어떻게 이 것들을 포기하고 쉽사리 방글라데시로 돌아갈 수 있겠냐"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2023-04-03 15:3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