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이집트 카이로 가기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사실 이스탄불에서 만나기로 한 분과 키르기스스탄 때처럼 얼마간 머물며 도울 일이 있으면 함께 할 생각으로 왔었는데 이분도 준비가 안돼있으셨고 우리도 적절하지 않다 싶어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그날 밤 우리는 어차피 계획이 바뀌었으니 튀르키예를 더 돌기 전에 여기서 이집트를 바로 가면 어떨까하는 의논을 했다. 이집트는 무척 더운 나라라 겨울에 가는 것이 좋은데 1월인 지금이 적기였고 더 서쪽으로 가다가는 괜히 비행기값만 올라갈 것 같았다. 나는 대학생때 이집트에 갔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도 강렬하고 인상깊어 탄과 꼭 같이 가고싶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정해진 것이 거의 없다시피했지만 이집트와 모로코는 꼭 가자고 했었다. 까브리를 타고 이집트에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집트를 육로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혹 갈 수 있더라도 입국시 외국인이 차를 가져가면 7000만원 상당의 까르네(무관세 통행증)를 보증금으로 맡겨야한다는 소리에 깨끗하게 포기할 수 있었다. 일단 결정이 나자 우리는 바로 비행기와 렌트카를 예약했다. 비행기시간은 3일뒤. 출발하는 사비아 괵첸 공항에 가까운 곳으로 숙소도 예약했다. 갑자기 결정한 이집트 방문! 이스탄불에서 사비하 괵첸공항까지는 한시간도 안걸린다. 이스탄불 국제공항이 있지만 사비하 공항은 김포공항같은 느낌이다. 같은 국제공항이지만 규모가 좀 작다. 우리는 출발일까지 이틀간 머물 숙소가 있는 마을로 갔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 동네를 돌다가 시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경갔다.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을 수북히 진열해 파는 곳에서 50TL(3300원)어치 딸기를 달라고 했더니 큰 종이봉투에 가득히 담아주신다. 딸기가 크기도 크고 아주 실해보인다. 내친김에 오렌지도 도전해보자. 똑같이 50TL를 내밀고 오렌지를 가리키자 자몽만한 오렌지를 11개나 담아주셨다. "와..미쳤다." 둘이 감격을 하며 과일봉투를 받아들었다. 약간 번화한 식당가에서 일식집을 발견하고 신나서 라멘을 먹었다. 큰 도시라 서울과 다르지 않다 일본 라멘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숙소에 가보니 이번 예약한 곳은 주인과 거실공간을 함께 쓰는 형태였다.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있다. 돈을 조금 낸 카우치서핑이라 생각하니 나름 괜찮았다. 주인인 청년도 좋은 사람이어서 웰컴 드링크로 차를 주고 거실에 있는 호두며 음식들을 편하게 먹으라고 했다. 우리도 우리가 사온 오렌지를 드셔도 된다고 인심을 썼다. 그곳에서 머물며 이집트 여행준비를 했다. 가져갈 짐을 잘 싸고 두고갈 짐들을 정리하고 까브리는 숙소 근처의 놀이터옆에 세워두었는데 거기에는 다른 캠핑카도 주차되어 있어서 안전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이스탄불과 많이 떨어져있지도 않았는데 복잡하지 않고 한가롭고 여유있는 동네여서 괜찮겠지 싶었다. 출발일이 되었다. 숙소로 택시를 불러 짐을 싣고 5km 떨어진 사비하 괵첸공항으로 간다. 이렇게 또 갑자기 이집트에 가게 되다니 셀렘 반 걱정 반이다. 급하게 예약한 비행기며 렌트카가 제대로 예약되있을지 이집트여행 루트는 어떻게 할지 머리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거의 30년만에 이집트에 다시 갈 수 있다니 너무 흥분되고 그립고 좋았다. 우리가 탈 비행기는 이름도 예쁜 나일에어. 이집트 항공기이다. 티켓팅도 무난히, 보딩도 크게 헤메지 않고 잘 찾아 탈 수 있었다. 피라미드 쪽으로 선회한 비행기.. 기장님의 센스? 공항사람들도 모두 친절하다. 내 여권을 보고는 한국말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도 해주었다. 저가항공이라 기내잡지나 좌석스크린 같은건 없다. 비닐가죽이 분명한 좌석에 앉았다. 창너머로 비행기들과 공항의 풍경에 새삼 이집트로의 여행이 실감난다. 머리가 닿는 곳에 부직포가 붙어있었는데 예쁜 이집트 문양이 새겨져있어서 내릴때 기념으로 챙겼다. 사비하에서 카이로까지는 4시에 출발하고 5시 10분쯤 닿는데 시간으로는 2시간 걸린다. 시차가 있어서 그렇다. 저가항공임에도 정시에 출발했다. 생각해보니 코로나 이후로 비행기를 타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나는 창밖 아래에 하얀 구름들이 융단처럼 깔려있는 것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볼때마다 어릴적 읽은 무민의 동화에서 이상한 모자에 들어갔다 나온 달걀껍질 생각이 난다. 어? 두시간짜리 비행인데 기내식이 나온다. 쥬스나 한잔 주면 다행이지 싶었는데 종이박스에 빵, 쥬스, 스낵, 밥과 치킨 또는 밥과 소고기 등이 들어있다. 심지어 맛도 있어서 냠냠 잘 먹고 한참을 가다가 바다를 건너 이집트쪽으로 넘어왔다. 반가운 이집트 땅을 내려다보던 중 '아니 저 멀리 보이는건 피라미드 아닌가!' 지는 해에 뚜렷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세개의 피라미드를 발견한 나는 흥분해서 탄을 불렀다. "저기 피라미드! 피라미드!" 탄이 "어디?"하고 보고 같이 탄성을 짓는다. 그대 비행기가 피라미드쪽으로 선회를 했다. 탄이 "와 기장님이 우리 보라고 일부러 이렇게 해주는 것 같아"라고 했다.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하늘 위에서 피라미드를 보다니 너무 신기하고 멋있고 좋았다. "나일의 물을 마신자 다시 나일로 돌아오리라" 하늘위에서 보는 나일강도 너무 아련하고 반갑고 좋았다. 약 30여년전 이집트 여행을 할때 "나일의 물을 마신자 다시 나일로 돌아오리라"라는 말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나일의 물을 마시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옆에있던 사람들이 강물이 더럽다며 마시지말라고 말려서 차마 마시지는 못하고 그래도 손으로 떠서 입술을 댔던 적이 있었는데 오늘 이렇게 다시 나일로 돌아오게 되었다. 마음이 뭉클하고 너무 좋았다. 햇빛이 아주 예쁠때 카이로에 도착해서 하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행운이었다. 갑작스럽게 결정해서 3일만에 오게되었지만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 오기를 너무 잘했다고 생각했다. 비행기가 이집트 땅에 닿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났다. 나에게 이집트는 아주 어릴때부터 깊은 관심과 사랑이 가는 그런 나라였다. 현재 이집트보다는 고대 이집트의 찬란했던 문화와 유적에 매료되어 오랜시간 그에 대한 서적을 모으고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아왔다. 30여년 전에는 룩소르까지만 가보았는데 이번에는 남쪽 끝 아부심벨까지 꼭 가보리라 생각하고 있다. 활주로에 선 비행기에서 이동계단을 통해 내리니 우리를 이집트로 데려다준 고마운 비행기를 통으로 볼 수 있었다. 이집트 비자에 대해 잘못알고 있었다. 한국인은 여기서도 비자가 필요 없겠지 했었는데 입국하려고 하니 날짜별로 비자를 사야했다. 가장 짧은 것이 14일간 인당 25달러, 한달은 더 비싸고 그런 식이다. 사실 20일정도 있을 생각도 있었는데 비자를 구입하며 14일로 일정이 정해져버렸다. 비자 스티커를 여권에 붙이고 출국심사를 받고 나오니 우리 짐이 먼저 나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항에서 보다폰 유심도 1만3000원 정도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렌터카 수령하기. 공항을 아무리 둘러봐도 "Rent"같은 단어가 안보인다. 밖으로 나오니 택시를 타라며 호객꾼들이 파리떼처럼 달려들 뿐 역시 렌터카 사무소나 관련된 곳은 보이지 않았다. 난감했지만 마침 다행히 유심을 샀기에 예약한 렌터카 회사로 전화를 해보니 터미널 3으로 오라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터미널 1이었다. 카이로 공항도 인천처럼 터미널이 여러개 있나보다. 사실 우리가 택시호객꾼들이 타라고 할때 렌터카를 물어봤는데 택시를 타면 데려다준다고 하길래 무시했는데 무료 셔틀버스가 있었다. 전화하고 알아보지 않았으면 까딱 속아 택시비를 낼 뻔했다. 셔틀버스는 또 어디서 타는건가 산넘어 산이네 하고 있는데 알아보고 온 탄이 "바로 저기야"라고 한다. 눈앞에 정류장이 떡하니 있었다. 안내표지판도, 데스크같은 것도 없고 인터넷에서도 정보가 제대로 된 것이 없어 공항에서 2시간 넘게 헤매고 겨우 셔틀버스를 탔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수령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항상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하기 마련인 것 같다. 터미널 3에 도착. 오히려 이곳이 더 큰 공항같다. 금색의 고대 이집트 여인 동상이 맞아준다. 안으로 들어가서 드디어 반가운 렌터카부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직원과 함께 주차장으로 가서 받은 차는 은색의 승용차였다. 차를 좋아하는 탄이 모르는 브랜드라고 한다. 까브리를 보다가 보니 많이 작고 날렵해보였다. 차키를 받기전 차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반납시 문제가 되지 않도록 흠집난 곳을 사진과 영상으로 담아놓았다. 세차는 깨끗하게 잘 되있는데 흠집이 여기저기 많이 나있다. 탄이는 신경을 덜써도 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휴 드디어 렌터카에 짐과 몸을 실으니 그제야 좀 안도가 되었다. 오후 5시에 랜딩해서 2시간반만이다. 오늘 우리가 묵을 곳은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70km떨어진 마흐멧이라는 친구 집이다. 우리가 지난 3일간 여행준비를 하며 함께 알아본 것은 이집트의 카우치서퍼들이었다. 조지아에서 만났던 압둘은 아쉽게도 현재 이집트에 없어서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싶어 여행계획을 카이로, 룩소르 등등의 카우치 홈피에 올렸더니 몇몇 친구들에게 답이 왔다. 친구들이 있으면 여행이 더욱 의미가 커진다. 참 감사하고 더 기대가 되었다. 마흐멧의 집으로 네비를 찍고 가는데 중간에 톨게이트가 몇번 나왔다. 렌터카에 온 신경을 쓰느라 공항에서 환전하는 것을 깜빡해서 무척 난감했는데 번역기를 이용해 사정을 이야기하니 웃으면서 그냥 가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정말 그냥 가도 되나 하며 얼떨떨한 상태로 지나왔다. 밤길에 초행인데 도로 상태가 매우 좋지 않고 도로에 사람, 오토바이, 툭툭이 버스들이 뒤엉켜 운전이 쉽지 않다. 네비도 이상한 곳으로 안내했다가 나오기도 하는 등 헤메게 되었으며 친구의 동네에 들어서자 사실 잘못온게 아닌가 싶었다. 동네가 으스스하고 사람들이 당장이라도 우리차를 막고 세워 끌어내고 무슨 짓을 할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바짝 긴장을 하고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겨우겨우 집을 찾을 수 있었는데 2시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C0teRbNNoVw?si=cdQ9G4ysUzoZ7ZuQ>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26 16:18:09[파이낸셜뉴스] 롯데관광개발은 20일 고대 문명의 발상지인 이집트로 10일간 떠나는 특별 전세기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총 5회(2023년 1월6일, 13일, 20일, 27일, 2월3일)에 걸쳐 대한항공을 이용해 인천공항에서 카이로공항으로 10일 일정으로 출발하며, 금액은 1인 629만원(유류할증료 및 세금 포함)부터다. 이집트 전세기 패키지는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000석(18회 출발) 완판 신화를 기록했던 히트상품으로 본격적인 리오프닝 분위기와 함께2년여 만에 재출시하게 됐다. 롯데관광개발 권기경 여행사업본부장은 “카이로 공항 도착 후 아스완, 아부심벨, 에드푸, 코옴보, 룩소르, 후루가다 등 이집트를 대표하는 7개 관광 도시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여유로운 일정으로 상품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라며 “기존 경유 노선(약 16시간) 대비 4시간 짧은 직항 및 이집트 내 현지 항공 2회 이용 등 불필요한 이동시간을 최소화해 여행의 만족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롯데관광개발 단독 특전으로 전 일정 5성급 월드체인 숙박을 기본으로 홍해 연안의 휴양도시 후루가다 특급리조트에서의 2박, 피라미드 전경의 특급호텔에서 누리는 럭셔리 특식 제공, 사막 선셋, 룩소르 마차투어, 나일강 펠루카 탑승 등의 코스를 포함시켰다. 오는 10월 14일까지 예약 후 2일 이내 예약금 입금 고객 대상으로 1인 40만원 할인 혜택 및 제주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내 그랜드 하얏트 제주 1박 숙박권(출발일별 선착순 30명, 2인 조식 포함)을 증정하는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이번 패키지는 카이로, 기자의 피라미드, 룩소르, 아부심벨 등 이집트 대표적 관광지를 비롯하여 다양한 고대 유적지들을 방문하게 된다. 수도 카이로에서 차로 40분만 달리면 광활한 기자 고원 사막과 그 한가운데 웅장하게 서 있는 피라미드를 만날 수 있다. 쿠푸왕과 카프라왕, 멘카우라왕 시대에 제작된 3개의 피라미드는 백미로 손꼽힌다. 시간이 멈춘 도시 룩소르에서는 이집트의 가장 큰 신전인 카르낙 신전과 룩소르 신전이 기다리고 있다. 룩소르 신전 입구에는 람세스 2세의 거대한 석상들과 태양신을 상징하는 기념비인 오벨리스크가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건축 당시에는 람세스 2세의 좌상 2개와 입상 4개가 좌우로 3개씩 서 있었지만, 현재는 훼손돼 3개만 남아있다. 이집트는 우리나라 5배 면적의 국토 95%가 사막으로 1년 내내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지만 방문 시점인 1~2월의 경우 평균 15~25도로 낮아져 여행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2022-09-20 10:13:36이집트로 신혼여행을 온 리넷과 사이먼 부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화려한 새출발을 기념하기 위한 파티가 하객들과 함께 며칠째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불안이 신혼부부 주위를 감돈다. 불같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게 됐지만 그들을 향해 앙심 가득한 전 애인들의 시선이 계속 이어지고 있어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리넷의 친구 재클린의 약혼자였던 사이먼은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은 리넷을 소개받은 이후 결국 재클린 대신 리넷과 결혼을 하게 됐다. 리넷 역시 전 약혼자인 의사 윈들샴을 버리고 사이먼에게 빠져들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전 애인들은 신혼여행지까지 찾아와 그들의 파티 속에 합류하게 됐고, 이들 외에도 겉보기엔 이 커플을 축하하는 듯 보이나 리넷의 재력을 경멸하는 대모, 리넷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촌 등 그들을 시기하는 수많은 이들도 파티 행렬에 함께하게 됐다. 그리고 여기에 우연인 듯 명탐정 '포와로'가 함께한다. 수년 전 오리엔트 특급열차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함께 해결한 바 있는 '부크'를 만나 그와 함께 우연찮게 이 신혼여행 파티에 함께하게 된 것. 그리고 나일강 위 유람선 '카르낙 호'에서 며칠째 파티를 이어가던 중 어김없이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모두가 범인으로 의심되는 가운데 포와로가 나설 때가 됐다. 하지만 포와로가 탑승객들을 대상으로 심문을 이어가던 중 또다시 예상치 못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추리소설계의 전설적인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1890~1976)가 실제 경험한 일을 바탕으로 써내려간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이고 세련된 영상미로 볼거리도 가득하다. 1930년대 이집트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세트의 스케일과 의상이 돋보인다. 이미 원작이 스포일러이기에 어떻게 표현해내느냐가 가장 관건인데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정도로 영화의 편집과 구성이 짤 짜여져 몰입감을 더했다. 배우들의 앙상블 또한 시너지를 내면서 캐릭터 각각의 입체감을 부여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며 주인공인 '포와로' 탐정 역을 소화하는 동시에 메가폰을 잡은 케네스 브래너는 전작 '오리엔트 특급살인' 보다 더욱 발전한 연출 실력을 보여줬다. 전작이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에 집중하면서 늘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듯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하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전형적인 탐정물의 구성 방식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탐정물의 클리셰가 겹치면서 영화 속 많은 장면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9일 개봉.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2022-02-07 17:28:59여행사를 통해 이집트로 여행을 떠났다가 지난해 반정부 시위로 이집트 입국을 거절당한 여행객들에게 여행사가 여행금액 전부를 돌려줘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행사가 현지 사정 악화로 정상적인 여행이 불가능할 것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여행객의 신변안전과 여행지 변경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엄기표 판사)은 이집트 패키지 여행을 떠난 이모씨 등 21명이 A여행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여행사는 여행계약 체결 때 지불한 여행비 200여만원을 모두 배상하라"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7일 밝혔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12-06-07 09:06:13이집트정부관광청(www.myegypt.or.kr)에서 테마별 여행 정보를 담은 가이드북을 새롭게 선보였다. 이집트 주요 관광지를 나일강 유역, 사막과 오아시스, 홍해와 시나이 등 세 지역으로 구분하는 한편 스파와 골프를 더해 총 5권으로 출시됐다. 고대 파라오의 자취를 찾아가는 '나일강 유역'에는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룩소르, 아스완 등 주요 도시 정보와 이집트의 역사와 자연 환경, 음식 등 전반적인 정보가 실렸다. '사막과 오아시스'에는 바하리야, 시와 사막 등 다채로운 사막 여행지와 오아시스를 소개했으며 구체적인 추천 코스를 더했다. '홍해와 시나이 반도'에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홍해 연안 도시를 다채롭게 다뤘다. 이밖에 '스파와 웰빙'에는 이집트 내 20여개 리조트의 스파 시설을 소개했고 골프에는 피라미드를 배경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메나하우스골프클럽 등 17개의 골프장을 담았다. 이집트관광청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여행사는 전화 또는 e메일로 신청해 우편으로 전달받을 수 있다. /easygolf@fnnews.com이지연기자
2011-06-16 17:05:46이집트관광청은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이 최근 발간한 ‘2011년 최고 여행지’에 이집트 ‘시나이 반도’가 10대 여행 지역 중 최고의 여행 지역으로 선정됐다고 9일 밝혔다. 론리 플래닛은 시나이 반도가 이집트에서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여행지로 따스한 햇살을 찾는 유럽 사람들의 겨울 휴양지인 샤름 엘 셰이크를 포함해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의 3대 종교 성지의 역할을 한 광활한 붉은 사막 지대로 많은 여행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홍해의 경이로운 산호초는 세계 각지의 다이버들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타바와 다합 사이에 위치한 친환경적인 숙박시설과 전원적인 해변 캠핑장은 중동 지역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원하는 여행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 정부는 홍해 리비에라(Red Sea Riviera) 개발을 위해 현대식 대형 리조트와 골프 리조트를 수십 년간 건설을 활성화해오면서도 여전히 히피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홍해는 론리 플래닛 외에도 영국 베스트셀러 다이빙 잡지인 다이버가 올해 최고의 다이빙 스팟으로 선정하기도 했으며, 클린턴, 사르코지 대통령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이 찾는 인기 있는 휴양지이다. 론리 플래닛은 매년 새해가 시작되기 전에 최신 여행 트랜드, 가장 기대되는 여행지와 함께 경험해야할 것을 소개하는 책자를 발간하고 있으며 주로 론리 플래닛의 여행자, 블로거와 트위터를 바탕으로 최고 여행지들이 선정된다. 2011년에는 시나이 반도 이외에 크로아티아의 이스트리아 반도, 폴리네시아의 마르케사 군도가 2,3위로 주목을 받았다. /mskang@fnnews.com 강문순기자
2010-11-09 09:08:00이집트관광청과 모두투어는 최근 증가 추세인 한국인 여행객들의 이집트 여행을 돕기 위해 이집트 여행 가이드북을 발간했다. 가볍고 들고 다니기 편리한 사이즈에 총 60페이지로 구성된 이 책에는 한글로 된 지도를 비롯해 이집트 문화, 간단한 아랍어 회화, 여행 팁, 긴급 연락처 등 실용적인 여행 정보가 들어 있어 여행자의 편의를 도왔다. 또한, 카이로, 룩소르, 홍해, 오아시스 등 주요 관광지의 매력적인 컬러 사진들과 함께 관광지 특징 및 운영 시간, 교통편 등을 꼼꼼하게 수록하여 패키지 이용 여행자뿐만 아니라 배낭 여행자들도 보다 재미있고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모두투어의 추천 이집트 여행 상품과 일정은 여행 일정과 관광지를 비교하며 쉽게 여행 상품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새 가이드북은 모두투어 이집트 여행 상품 이용 고객에게 특전으로 제공되며, 모두투어 대리점에 비치되어 이집트 여행 및 상품 문의 고객에게 좋은 여행 정보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mskang@fnnews.com 강문순기자
2010-08-12 16:36:52크리스티앙 자크는 이 책에서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선택한다. 즉 북쪽의 델타 지역에서 남쪽의 나일강 상류 아부심벨을 향해 가는 것이다. 먼저 그는 카이로 시내의 박물관에서 중요한 유물들을 소개하고 관람 요령을 알려준다. 오시리스 신의 왕국인 아비도스에서는 세티 1세의 대신전과 오시리스 신의 비밀 신전, 람세스 2세의 신전을 볼 수 있다. 사랑의 여신 하토르를 위한 덴데라를 거쳐 그 유명한 테베에 닿는다. 테베에서는 둘러볼 곳이 너무 많다. 천지창조의 비밀을 간직한 에스나 신전을 거쳐 독수리 여신의 영지인 엘카브, 호루스 신을 모신 에드푸, 매와 악어신의 결합을 보여주는 콤 옴보 신전에도 간다. 저자는 신전을 세운 위대한 건축가들, 조각상과 상형문자들, 부조들의 섬세한 아름다움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숨겨진 신들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또한 각 장마다 유적 하나 하나의 평면도를 보여주며 그곳의 신전, 조각상, 부조 혹은 벽화의 역사적 배경과 신화적 해석을 들려주는 것이 특징. 그리고 본문 중에 나오는 이집트 벽화와 유적의 컬러 사진들은 직접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dksong@fnnews.com 송동근기자
2006-11-08 16:02:10'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듣는 역사의 힘은 의외로 놀랍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역사가 순식간에 재밌는 옛날이야기처럼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적어도 네안데르탈인 때부터 언어로 의사소통했다고 하니, 적어도 20만 년 전 우리 조상들도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는 뜻이 된다. 반면 역사를 글자로 남긴 역사는 빨라야 5000년이고 한국은 20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 역사에서 95% 이상은 글자 대신 이야기로 말을 전해온 셈이다. 나는 고고학자다. 제대로 된 전자기기도 없는 1990년대에 우리는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책을 읽거나 역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이야기꾼으로서의 본능은 시베리아 현장에서부터 단련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많은 역사학자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겉으로는 진지하게 보여도 막상 맥주 한잔 걸치면 우리는 재밌는 이야기꾼으로 변하곤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재밌는 역사 이야기가 왜 그렇게 지루하기만 했을까.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는 역사를 재밌게 들려주는 책이 많지 않다. 물론 그런 책이 간혹 나오지만, 전문가들이 차분하게 참여하고 내용의 밀도를 높여준 책은 많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수많은 역사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역사를 보다'에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변두리'의 역사가 주는 참신함이다. '역사를 보다'는 '변두리'의 역사가 주는 참신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슬람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 이슬람의 갈등까지 과감하게 소수의견을 던지며 새로운 관점을 던지고, 누구나 이름은 알지만 자세하게는 모르는 고대 문명의 정점 이집트의 이야기도 다룬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거대한 초원과 중앙아시아의 역사가 함께 이어진다. '변두리'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다. '변두리'로 치부되었던 지역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어떤 책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한편, 인터넷상으로 잘못된 정보들이 마치 사실처럼 퍼진 것도 많다. 참신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모르고 있던 역사의 균형을 찾을 테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매력 역시 독자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요인 중 하나다. 역사와 고고학은 인간의 과거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목적성을 띤다.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이 다를 뿐이다. 매일 쌓여가는 고고학 자료가 곁들여지면서 우리의 역사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역사를 보다'에는 역사 전문가들이 모여 펼치는 이야기 속 우리가 몰랐던 재밌는 역사도 있지만 뒷맛이 무척 씁쓸한 아픈 순간도 있다. 첫맛은 달지만 뒷맛은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다고 할까. 여기에는 '동서양을 오가고 고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는 복잡한 역사 여행이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라는 우리의 고뇌도 담겨 있다. 대중서 작업을 두고 단순히 '쉽게 쓰면 된다'는 오해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디어 매체가 발달한 지금 사람들은 텍스트를 읽는 대신 재밌는 영상 시청을 선호한다. 하지만 영상이 아무리 좋아도 정보를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선뜻 책을 펴기에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채롭게 펼쳐지는 역사의 여러 장면을 달게 보다 보면 어느덧 쓰디쓴 역사의 교훈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 'BODA'에서 이 역사 이야기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치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를 보듯 다채롭게 펼쳐지는 역사의 여러 장면을 달게 보다 보면 어느덧 쓰디쓴 역사의 교훈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재밌는 역사 수업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역사가 여러분과 함께하는 데 우리의 노력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에겐 아직도 많은 역사 이야기가 있다. 매주 모여 박장대소를 터뜨리다가도 열띤 토론을 벌이며 우리도 몰랐던 역사의 여러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쌓이고 있다. 달지만 여운이 강한 '역사를 보다'가 독자들에게 감동과 균형 잡힌 역사 시각을 선사할 것이다. 강인욱 고고학자
2024-09-05 18:34:24[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 <28>] 조지아 '트빌리시' 시로와 탄은 동갑내기 부부다. 시로는 주로 꿈을 꾸는 Dreamer이고 탄은 함께 꿈을 꾸고 꿈을 이루어주는 Executor로 참 좋은 팀이다. 일반적으로 배우자에게 "세계여행 가자!" 이런 소리를 한다면 "미쳤어?" 이런 반응이겠지만 탄은 "오! 그거 좋겠는데?" 맞장구를 친다. 그렇게 그들은 캠핑카를 만들어 '두번째 세계여행'을 부릉 떠났다. 7월말 한국을 떠나 조지아 트빌리시까지 5개월이 걸려서 왔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처음 접하고 좋아하게된 "하차푸리"를 드디어 원조의 나라에서 먹을 수 있다니 무척 기대가 된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 위치의 한 호텔 레스토랑을 구글링으로 찾아갔다. 식당은 식물이 우거진 플랜트 인테리어로 편안한 분위기였고 탑층에 있어 시내뷰를 보기에도 좋았다. 음식 주문 전에 고수를 빼달라는 조지아어를 찾아놨다. "낀지아라" 라고 하니 종업원이 못알아듣는다. 탄이 스마트폰 번역앱으로 글자를 보여주자 그제서야 웃으며 주문서에 무얼 적어갔다. 샐러드와 하차푸리, 그리고 새우요리를 주문했다. 드디어 조지아에서 맛보는 아자리안 하차푸리 창밖을 보며 조금 기다리자 샐러드가 나왔는데 "엥 이게 뭐야?" 빼달라고 부탁한 고수가 샐러드에 잔뜩 들어있다. '이런, 못 알아들었나?' 다시 종업원을 불러 고수가 안들어간 샐러드로 바꿔달라고 했더니 다행히 이번엔 제대로 왔다. 종업원이 직접 하차푸리의 계란과 치즈를 포크로 섞어주었다. "전에 먹었던 그 맛인지 먹어봐바." 탄이 크게 한입 먹더니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도 먹어보라고 한다. 이야~ 역시 원조 하차푸리이다. 호텔에서의 식사는 우리에게 드문 일이지만 오늘은 한해의 마지막날이라 둘이서 특별한 기념식사를 오붓하게 했다. 식사 후 식당에서 새해선물이라며 종이상자에 예쁘게 포장된 미니머핀을 주었다. 뜻밖의 선물에 기분이 더 좋아진다. 조지아의 거리에는 모던한 이미지의 은색 원통조형물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쓰레기통이었다. 탄이 페달을 밟자 뚜껑이 활짝 열렸는데 안을 굳이 들여다본 탄이 "안이 엄청 깊어!"라며 놀랜다. 트빌리시에 얻은 숙소는 약간 골목 안쪽에 위치하고 있어 근처에 폐가도 있고 페인트가 벗겨진 집들이며 좀 을씨년스러운 풍경이다. 그래도 저렴하면 다 용서가 된다. 화려한 빌딩이 있는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인데 이런 낡은 동네가 있는 것이 의아하다. 약간 서울의 달동네같은 곳인가 싶다. 카우치 서핑은 잘 곳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여행하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 카우치 서핑은 잘 곳만 연결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만나서 교제를 나눌 수도, 차 모임이나 와인 한잔 등 모임을 만들 수도 있는데 트빌리시의 이벤트 중 New year's party가 눈에 띄었다. 올해 크리스마스를 둘이서만 조용히 보낸 것이 아쉬워서 새해는 여러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맞고 싶어 참석하기로 했다. 약속 장소는 걸어서 15분 거리라 차를 가져갈까 고민하다가 그냥 걸어가기로 했는데 가는 도중 하늘에 떠 있는 기구도 보고 새해 맞이를 위한 공연장도 구경하는 등 볼거리가 많아 좋았다. 골목골목마다 조명이 환하게 켜있어서 밤에 다니는 것이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름답게 된 불빛들에 언덕길도 힘든 줄 모르고 걸어 드디어 모임 장소인 2ton 레스토랑에 도착했다. 오늘 스케줄은 저녁 8시쯤 만나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얼굴을 익히고 트빌리시 명소를 함께 걷다가 새해가 되는 0시에는 광장에서 함께 불꽃놀이와 행사를 구경하는 것이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벌써 20명 이상 모여있었고 식당이 너무 분주해 음식 주문하기가 거의 불가능해서 저녁은 그냥 포기하고 맥주 2잔만 시켰다.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된 소개같은게 어려워 그냥 자리만 겨우 마련해 껴 앉았는데 처음엔 어색하고 서먹해서 한동안 뻘쭘해했다. 맥주가 오고 옆자리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이집트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어 압둘과 왓앱을 교환하고 이집트 입국과 이집트에서 꼭 가볼 곳 등을 폭풍 질문했다. 압둘은 매우 친절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고 이야기들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이 모임의 주선자는 트빌리시에 사는 프란츠란 친구였다. 사람들이 모두 모이자 각자 계산을 하고 나와 시내를 함께 걷기 시작했다. 30명 가까이 되는 꽤 큰 모임이다. 도시 곳곳의 조명이 화려하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그냥 막 따라가기만 해도 즐겁다. 프란츠는 스마트폰에 카우치 서핑 글자를 네온으로 써서 높이 들고 다니며 뒤따라 오는 사람들이 놓치지 않고 잘 보고 올 수 있도록 했다. 마법의 양탄자처럼 꾸며놓은 조명이 머리위에서 반짝였고 많은 사람들이 새해 맞이를 위해서 거리에 쏟아져 나와 환호성을 지르고 폭죽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런 축제 분위기로 새해를 맞는 것은 우리에게는 처음이었다. 새해를 맞는 가장 멋진 곳이 조지아 트빌리시인 것 같다. 친구들의 안내로 도시 곳곳의 멋진 명소들을 다닌다. 우리끼리라면 엄두도 못냈을텐데 너무너무 안심되고 즐겁다. 시청같은 곳 앞의 거대한 트리도 보고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유럽풍 건물들도 지난다. 길가의 사람들이 폭죽을 터트리는 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몇번은 바로 옆에서 펑터져 화들짝 놀라기도 했지만 오늘은 다 용서해야 할 것 같다. 온 도시가 온통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는 듯하다. 한참 걷다가 잠시 멈추어 쉬면서 다른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영국, 인도, 일본, 러시아, 벨기에,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10여개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예전과 정말 많이 달라졌다고 느낀것은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다들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거나 한국 치킨이야기를 하거나하며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었다. 심지어 코리아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도 여러번 들었다. 우리와 이야기해보려 차례를 기다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참 희안한 경험이다. 내가 처음 해외여행을 했던 90년대에는 아무도 한국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동양인이라 무시당하고 왕따당하기만 했었는데 어쩌면 이렇게나 달라졌는지 참 놀랍고 기분 좋았다. 우리 일행들은 그래피티가 가득한 지하통로를 지나고 강위의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 광장에 도착했다. 이 광장은 우리 숙소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곳으로 아까 약속장소로 갈때 지나갔던 곳이었기에 여기가 최종 목적지라는 것이 완전 다행이라 생각했다. 새해까지는 아직 1시간정도 남았는데 벌써부터 폭죽소리가 전쟁난것처럼 터진다. 새해가 되기 30분전 광장이 온통 인산인해다. 우리 일행들은 한쪽에 모여서 자리를 잡고 새해가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한 폴란드 친구가 한국사람과 통화하고 싶어하는 여자친구와 영상통화를 부탁해서 이야기도 나누고 각자 준비해온 샴페인을 나누기도 하고 소원을 적은 종이를 준비했다. 이곳 풍습에 새해에 소원적은 종이를 태워 샴페인에 섞어 마시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것 같다. 우리도 소원을 적을 종이를 받았다. 이번 여행이 사고없이 무사히 즐겁게 마무리 되기를 빌어 태우고 샴페인에 재를 넣었다. 엄청난 폭죽이 하늘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것을 바라만 봐도 황홀하고 행복했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폭죽이 터지는 것을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드디어 새해가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나 미국처럼 카운트다운이 있을줄 알았는데 그런건 없어 조금 아쉬웠다. 새해가 되자 폭죽은 절정에 다다랐고 다들 샴페인으로 건배를 하며 서로에게 해피 뉴이어를 빌어주었다. 나는 감격에 차서 이렇게 멋진 추억을 만들수 있게 해준 프란츠에게 감사를 전했는데 이미 많이 취해버려서 이친구가 내 이야기를 기억할까 싶었다. 정말 생애 최고의 새해맞이로 기억에 남았다. 트빌리시에서 새해를 맞은 후 우리는 조지아까지 바쁘게 긴 거리를 이동한 피로를 풀고싶었지만 트빌리시는 숙박비도 비싸고 까브리를 잘 주차할 곳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조지아에서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바투미라는 곳으로 가서 편히 쉬기로 했다. 글=시로(siro)/ 사진=김태원(tan) / 정리=문영진 기자 ※ [시로와 탄의 '내차타고 세계여행' 365일]는 유튜브 채널 '까브리랑'에 업로드된 영상을 바탕으로 작성됐습니다. '내 차 타고 세계여행' 더 구체적인 이야기는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https://youtu.be/45hHD8rK8VU?si=6mdhY-xF1QZItYng>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2024-09-05 15:3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