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선선한 유리 냉실에서 별 빛 쏟아지는 여름 밤 하늘 보며 더위 날리세요"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해발 600미터에 설치된 세계 최대규모의 고산·휘귀식물 보전용 유리 냉실인 알파인하우스에서 고산·희귀식물 특별전을 열고 있다고 8일 밝혔다. 세계 최대 냉실서 고산식물 감상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멸종위기 취약종인 고산식물 보전을 위해 총 2309㎡(전시관 1402㎡)면적의 알파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알파인하우스는 고산·휘귀식물의 안정적 보전을 위해 △동북아시아 전시관(1냉실) △중앙아시아 전시관(2냉실) △세계식물 전시관(3냉실)을 가동중이다. 동북아시아 전시관에서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인 중국, 일본, 몽골, 극동러시아 등에서 자라는 187종의 고산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중앙부에는 고산 암석지에 서식하는 식물을 보존하기 위해 고산의 암석과 크레바스 경관을 조성한 것은 물론, 백두산과 한라산, 지리산 등의 한반도 고산 및 아고산대 식물도 전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중앙아시아 전시관에서는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칸 등 중앙아시아 튤립 원종 등 94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원예식물 중 하나인 튤립의 원산지로 산자고속(Tulipa), 부추속(Allium), 양귀비속(Papaver) 식물이 다양하게 전시돼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세계식물 전시관에서는 세계 고산지역인 로키산맥, 히말라야산맥, 알프스산맥 등 온대고산과 안데스산맥, 멕시코 고원, 킬리만자로 등 열대고산에서 서식하는 고산습지 식물 210종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석회석 및 괴암석을 활용한 고산경관을 비롯해 고산습지의 이탄층 경관을 연출하는 등 시원하고 척박한 고산지대의 특수환경을 재현하고 있다. 이재선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시원실장은 "알파인하우스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냉실 시스템을 적용해 설계했다"며 "한 여름에도 시원한 환경에서 고산지대 식물을 만날 수 있어 많은 관람객들이 붐비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 해설·오카리나 연주에 더위 싹~"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알파인하우스에서는 한 여름 밤을 특별하게 느낄 수 있는 '알파인 꽃별 산책 프로그램'을 오는 29일과 30일 이틀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부추속(Allium)식물과 냉초속(Veronicastrum), 양귀비속(Papaver), 백합속(Lilium) 식물 등 고산식물에 대한 전문 가드너의 해설과 곁들여 오카리나 연주도 펼쳐져 한 여름 밤 낭만적 시간을 선사한다. 예약은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홈페이지 교육예약과 코레일관광개발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한창술 국립백두대간수목원장은 "알파인하우스에는 연중 꽃이 피는 식물을 전시해 사계절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면서 "계절별 특별전시회를 열어 관람객들에게 고산지대 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4-08-08 14:06:52[파이낸셜뉴스 대전=김원준 기자]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지난 15일 오후 8시께 강원도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 산림에서 '울진·삼척산불'의 잔불이 발생, 헬기를 동원해 진화했다고 16일 밝혔다. 산림당국은 15일 밤 열화상 드론으로 잔불을 식별했으며, 험준한 현장 상황 탓에 진화대원의 야간 접근이 어려워 일출과 함께 초대형헬기를 포함, 산불진화헬기 5대와 산불특수진화대원 등 36명을 투입, 16일 오전 10시40분께 잔불 진화를 마쳤다. 모두 2곳의 지점에서 연기를 피운 이 잔불은 절벽지 고목이 탄 것으로, 주변 확산 가능성은 낮은 상태였지만 산림당국은 만일의 경우를 감안, 진화헬기와 인력을 신속히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고목의 경우 헬기로 물을 투하해도 순간적으로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이지만 나무 내부에 불이 붙어 있어 다시 살아나는 특징이 있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산불은 주불진화 뒤에도 땅 속 이탄층에 퇴적된 지피물이 연소하고 있어 철저한 뒷불감시가 이뤄져야 한다”며 “현장의 산불이 재발되지 않도록 잔불진화와 뒷불감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kwj5797@fnnews.com 김원준 기자
2022-03-16 14:06:56【제주=좌승훈 기자】 한껏 올라가 버린 푸른 하늘. 한 해를 마무리 짓는 가을의 끝. 가을이 깊어지자, 산 속의 바다도 깊어졌다. 이른 아침,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물영아리로 가는 길에 억새군락이 영롱한 아침이슬을 맞아 반짝인다. 장관이다. 늦가을의 마지막 향기를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표고 508m의 물영아리는 2000년 12월11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우리나라 습지보호지역 1호다. 지정면적은 30만9244㎡. 산꼭대기에 습지가 형성된 특이한 곳이다. ■ 신령스러운 오름 “비가 내리면 물이 고여 연못이 된다” 습지보전지역 지정에 앞서 한국자연보전협회와 환경부 생태조사단은 1998년과 1999년에 물영아리에 대한 식생 조사를 통해 습지식물 171종과 양서·파충류 15종, 곤충 47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동행 취재에 나섰던 EBS 촬영팀은 환경프로그램 ‘하나뿐인 지구, 섬 위의 섬-제주의 원시 늪’ 프로그램을 통해 개구리를 토해내는 뱀의 모습, 소금쟁이가 자신보다 세 배나 더 큰 개미를 공격해 잡아먹는 모습, 대륙유혈목이가 나무를 타는 모습, 잠자리 애벌레가 새끼 도롱뇽을 공격해 잡아먹는 모습 등을 생생하게 보여줘 큰 관심을 모았다. 이곳은 제주도 기생화산의 대표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더욱이 전형적인 온대 산지 늪의 독특한 생태계를 잘 간직하고 있어 보존가치가 크다. 특히 습지의 천이과정을 제대로 알 수 있어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이탄층(泥炭層)이 폭넓게 형성돼 있다. 화구호는 둘레 300m·깊이 40여m에 달하며, 함지박 형태를 띠고 있다.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해 생긴 기생화산이며, 오름 안팎에는 ‘스코리아(scoria)’라고 하는 다공질(多孔質)의 화산쇄설물이 널려 있다. 제주사람들은 이를 ‘송이’라고 부른다. 화산 폭발시 점토가 고열에 탄 화산석인 돌숯을 가리킨다. 송이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어 허가를 받은 장소에서만 채취해야 하며, 완제품이 아닌 상태에서는 도외로 반출할 수 없다. 최근 가을가뭄 탓인지 화구호의 물은 빈약했다. 못 중앙으로 나아갈수록 마른 수초로 덮여 누르스름한 못 바닥은 한발 내디딜 때마다 푹푹 빠질 정도였다. 이곳은 건조기 때 습지를 형성하다가도 집중호우가 내리거나 장마철이 되면 수위가 1m까지 올라간다. ‘물영아리’라는 지명도 ‘비가 내리면 물이 고여 연못이 된다’는 데에서 유래됐다. ■ 분화구형 람사습지…국내 미기록종 '영아리 난초' 발견 수망리 청년들은 1999년부터 ‘물영아리 오름 환경감시단’ 활동을 펴 왔다. 이들이 물영아리 오름 보호에 나선 것은 당시 환경부가 마련한 지역주민 공청회가 계기였다. 물영아리 습지는 한국에서 유일한 분화구형 습지로 전 세계 어떤 습지와 비교해도 제주만이 갖고 있는 기후와 지형적인 특색을 잘 보여준다. 습지보전법이 시행된 후 국내 미기록종 난초도 발견됐다. 이름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물영아리오름에서 발견됐다고 해서 '영아리 난초'다. 남원읍 습지지역관리위원회가 중심이 돼 ‘물영아리 람사르 습지문화제’도 개최되고 있다. 람사르 습지도시 인증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2016년부터 꾸준히 개최되는 축전이다. 이들은 2021년 열리는 제14차 람사르총회에서 남원읍이 람사르 습지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습지 보존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이곳은 습지보호지역 지정 이후 6년 동안 출입이 금지됐다가 2007년 국내에서 5번째, 세계에서 1648번째 국제 람사협약 습지로 등록되면서 일반에 개방됐다. ‘영아리’는 영산(靈山)을 말하며, 신성하고 영험하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물’은 산정 화구호를 의미한다. 1653년(효종 4) 제주목사 이원진(李元鎭)이 기록한 ‘탐라지’(耽羅志)에는 ‘수영악(水盈嶽)’으로 표기돼 있다. 수령산(水靈山) 또는 수령악(水靈岳)이라고도 한다. ‘탐라순력도(耽羅巡歷圖)’에는 ‘물영아리악(勿永我里嶽)’이라 돼 있고, 오름의 정상부는 ‘유수(有水)’라고 기록돼 있다. 탐라순력도는 1702년(숙종 28) 제주목사 겸 병마수군절제사로 부임한 이형상(李衡祥)이 제주도를 돌면서 화공 김남길(金南吉)에게 그리도록 해 만든 화첩이다. ■ 목장 물이 마르면, 방목된 소들은 물 찾아 오름 정상으로 물영아리 지명에 얽힌 전설도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처음 수망리에 민가가 살기 시작한 때, 들에 놓아 기르던 소를 잃어버린 한 젊은이가 소를 찾아 들을 헤매다 이 오름 정상까지 올라가게 됐다. 젊은이는 정상에서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기진하여 쓰러져 있었는데, 그때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났다. 노인은 “소를 잃어 버렸다고 상심하지 말아라. 내가 그 소 값으로 이 산 꼭대기에 큰 못을 만들어 놓을 테니, 아무리 가물어도 소들이 목마르지 않게 되리라. 너는 가서 부지런히 소를 치면 살림이 궁색하지 않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번쩍 눈을 떠보니 하늘이 갑자기 어둑어둑해지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삽시간에 쏟아지기 시작했다. 젊은이는 놀라 허둥대는데, 이상하게 자기 옷은 하나도 젖지 않고 있는 걸 깨닫고, 꿈에 본 노인의 말이 생각났다. 그때였다. 우르릉~쾅! 하늘이 두 조각으로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불이 번쩍 눈을 스쳐갔다. 젊은이는 그냥 쓰러져 혼절했다. 젊은이는 뒷날 아침에야 정신을 차렸다. 언제 번개치고 비가 내렸었냐는 듯이 날이 갠 상태였다. 그가 쓰러졌던 정상은 넓게 패어져 있었고, 거기에는 물이 가득 차서 출렁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가물어도 그 오름 꼭대기에는 마르지 않는 물이 고여 있어, 소들이 목장에 물이 말라 없으면 그 오름 위로 올라간다고 한다」 물영아리오름은 수망리 중잣성 생태 탐방로와 연결돼 있다. 잣성은 조선시대에 제주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잣성은 제주 전통 목축문화의 대표 유물이며, 위치에 따라 제주도 중산간 해발 150m~250m 일대의 하잣성, 해발 350m~400m 일대의 중잣성, 해발 450m~600m 일대의 상잣성으로 구분된다. 오름은 크든 작든 정상에 올라야 제 맛이다. 물영아리 탐방은 소떼가 유유히 노니는 목장 둘레를 따라 반 바퀴를 돌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1-14 02:42:12[제주=좌승훈 기자] 5·16 도로를 타고 성판악을 지나 남원읍 한남리 동수악(東水岳·표고 700m)으로 간다. 동수악은 산정 화구호가 있는 오름이다. 동수악은 5·16도로 숲 터널 중간쯤에서 15분가량 걸어 들어가야 한다. 제멋대로 자란 나무. 하지만 상관없다. 높고 낮음, 입체와 평면, 다정다감. 동수악으로 가는 길은 곱고 한적하다. 숲을 어슬렁거리는 노루도 곧잘 만날 수 있다. 동수악은 특히 제주의 식생 변천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왜 그럴까? 동수악에서는 지금 산지성 육상식물과 습지식물의 영역싸움이 한창이다. 하지만 내륙화가 진행되면서 결국 습지식물의 분포역은 계속 줄어들 것이다. ■ 살아있는 자연 교과서…식생 변천 연구 길잡이 제주의 오름은 분화구·화산탄·쇄설물 등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는 살아있는 자연학습장이며, 곤충과 야생식물의 집이다. 세상의 어떤 돈으로도 계산할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오름은 오랜 세월을 두고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화산재가 쌓여 이루어진 중산간지대의 '작은 한라산'이다. 크건 작건 꼭대기에 분화구(굼부리)가 패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동수악은 한라산 식물상 변화를 밝혀줄 열쇠를 쥐고 있는 이탄층(泥炭層)이 가장 잘 발달해 있다. 습지 밑을 파면, 금방이라도 수백 년·수천 년 전의 식물 화석이 나온다. 동수악 못 둘레는 약 220m. 작은 운동장만한 못이다. 못 바닥은 육지식물과 습지식물이 ‘네 땅 내 땅’을 사이좋게 나눈 듯, 군락 경계선을 뚜렷이 나타냈다. 최근 비가 많이 내린 탓일까? 마른 수초로 덮여 누르스름한 못 바닥은 한발 내디딜 때마다 푹푹 빠질 정도로 물이 흥건하다. 장마 때면, 특히 물이 많아 한라산 그림자가 물에 비치기도 한다. 신비한 매력을 뽐낸다. ■ 수악(水岳)·수봉(水峰)·수정악(水頂岳)…기우제 효험 조선시대 중기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수악(水岳)으로 표기했다. 아울러 “오름 정상에 용추(龍湫)가 있는데,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가뭄이 들 때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라고 돼 있다. 또 수악(水岳, 탐라지), 수봉(水峰, 제주군읍지), 수정악(水頂岳, 정의읍지), '수악(水岳, 조선지지자료)'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원래 화구에 물이 있어서 '수악'이라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륙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습지의 가장자리 기저층에 토사가 계속 유입되면서 머지않아 수년 내 내륙화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환경 변화에 따른 습지 생태계를 관찰할 수 있기에 동수악 화구호는 앞으로도 희소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 ■ “맑은 날, 호수 끝에 서면 백록담의 긴 그림자가” 한라산 성판악 탐방로를 따라 사라오름으로 간다. 평일이어서 길은 한적했다. 길은 평탄하다. 하지만 얼치기 산꾼에게는 좀 독특하고 고생길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은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다. 묵상에 잠긴 등산 길. 떠들썩하게 웃고 떠들던 지난여름의 피서객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그 조용함. 지그시 눈을 감는다. 나무들이 옹송그리고 있는 가을 숲. 나무들은 한 장의 그리운 편지가 된다. 지난 계절의 밀린 생각들을 가을바람에 다 풀어낸다. 2시간정도 걸었을까. 사라오름 대피소(5.6km)가 나온다. 조금 더 가면 왼쪽에 사라악 약수라는 샘물과 함께 야트막한 오름이 나온다. 사라오름이다. 세숫대야처럼 생긴 화구호는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 83호로 지정됐다. 고통 끝에 맛보는 황홀함. 비명을 지르고픈 경이로운 풍광이 펼쳐진다. 올해 유례없이 긴 장마와 최근 잇단 태풍(바비·마이삭·하이선)에 만수(滿水)가 된 화구호는 넉넉하다. 가슴이 꽉 찬 느낌이다. 맑은 날 한라산 사라오름 호수의 끝에 서면, 백록담 그림자가 길게 펼쳐진다. 표고 1324m로, 한라산 백록담에서 내려다 보면, 물가메왓(소백록담, 1700m)·사라오름(1324m)·물장올(937m)·동수악(700m)·어승생악(1169m)·1100습지(1100m) 순으로 고산습지가 눈에 들어온다. 이 가운데 한라산 왕관릉에서 동쪽으로 1km 정도 떨어진 숲속에 숨어있는 물메기왓은 능선이 함몰된 형태를 띠고 있다. 오름 분화구 중에서는 사라오름 화구호가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화구호 둘레는 약 250m가량 된다. 오름의 정상부는 5m 내외의 붉은 화산탄 층이 노출돼 있다. 장석 반점이 많은 현무암질 용암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오름 동북쪽 계곡에서는 생수가 솟는다. 성판악 등산로에 있는 '사라악 약수'의 근원이다. 지난 1999년 제주연구원이 조사한 한라산 고지대 용천수 현황을 보면 ‘강수량에 따라 변화가 심하지만, 이곳에서 하루 평균 50만ℓ의 물이 용출된다’고 돼 있다. ■ 사람들은 죽어서 이곳에 묻히기를 갈망했다 사라오름은 또 제주도 6대 명혈 중 첫 손가락에 꼽히는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다. 제1혈은 신(神)이 내린 명혈지(明穴地)로 손꼽히는 ‘사라혈’이다. 제주의 6대 음택혈(陰宅穴) 중 으뜸으로 쳤다. 여러 기의 무덤도 확인된다. 산의 형국이 마치 힘찬 뱀이 개구리를 잡아먹으려는 생사축와형(生蛇逐蛙形) 형상으로 천지의 기운을 품은 기운이 빼어난 곳이라고 한다. 멀리 ‘흙붉은오름’ ‘성널오름’ ‘논고오름’ ‘동수악’도 눈에 들어온다.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는 2010년 4억700만원을 들여 성판악 등산로에서 사라오름에 이르는 387m의 탐방로를 목재로 정비하고 전망대도 세웠다. 특히 1982년 사라오름 잡목림에서는 멸종위기종 1급인 비바리뱀이 발견된 보고가 있다. 제주도에서 처음 잡힌 게 암컷 어린 개체였기 때문에 제주어로 처녀를 상징하는 ‘비바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사라오름 화구호는 겨울이면 또 다른 변신을 한다. 겨울의 화구호는 거대한 아이스링크장을 방불케 한다. 고지 1300m의 꽁꽁 언 호수와 은빛세상 또한 장관이어서 많은 등산 매니아들이 “겨울이 진짜”라며 이곳을 찾는다. 영주 10경의 하나인 녹담만설(鹿潭晩雪)의 유혹도 벗어날 수 없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0-13 23:54:19[제주=좌승훈 기자] 제주도는 오름 왕국이다. 섬 어디를 가나 오름이 없는 곳이 없다. 제주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뼈를 묻어왔다. 신앙의식의 터였으며, 숱한 신화도 피워냈다. 오름은 제주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생활의 터전이다. 제주사람들은 오름 자락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뼈를 묻어왔다. 신앙의식의 터였으며, 숱한 신화도 피워왔다. 오름은 봉우리다. 한라산의 기생화산을 의미한다. 자그마치 368개나 된다고 한다. '제주'라는 하나의 섬에 있는 기생화산 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오름 정상에는 화구호(火口湖·칼데라)도 있다. 거문오름·동수악·사라오름·물찻오름·물장오리·물영아리·어승생악이 대표적이다. 화구호는 화산의 분화구에 물이 고여서 만들어진 호수다. 산지 늪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있는 물영아리는 습지보전법이 제정된 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비와 바람, 폭풍, 눈보라, 안개, 일출, 저녁놀 등의 자연현상과 어우러진 오름 정상의 화구호는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삶의 의욕을 북돋우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제주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면, 지금 오름 산정 화구호에 올라 보라. 이곳에는 '생태계의 고문서'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오랜 세월을 두고 화산이 폭발할 때마다 화산재가 쌓여 이루어진 '작은 백록담'이다. 특히 산지 늪지대인 화구호는 내륙과는 다른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매우 높다. 평지대의 습지와 달리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과 함께 각종 원시식물들이 수천 년 동안 썩지 않은 채 퇴적층(이탄층)을 이루며 쌓여있다. 한마디로 ‘원시의 나이테’다. 화구호는 또 수많은 생명체를 잉태하고 있다. 작은 우주다. 뭍사람은 별로 찾는 곳이 아니지만, 외려 제주의 속상을 볼 수 있어 좋다. 오름 정상에 산지 늪이라니. 이 얼마나 가슴 설레는 진귀하고 낯선 미학인가? ■ 왕매, 한 때 백록담 버금가던 못…내륙화 진행 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밤새 소낙비가 내리더니,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벵디못의 물안개가 금오름의 허리를 감쌌다. 선경(仙境)을 담아낸 듯 싶다. 표고 428m·비고 180m,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남동쪽에 자리 잡은 거문오름은 흔히 '금악오름' 또는 '금오름'이라고 부른다. ‘검·감·곰·금’은 어원상 신(神)이란 뜻이어서 옛날부터 신성시 했던 오름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둘레길도 잘 조성돼 있다. 남동사면으로 난 길을 따라 정상까지 20분 가량 느릿느릿 올라가면, 타원형의 화구와 산지 늪이 펼쳐진다. ‘왕매’라고 불리는 화구호다. 금오름은 제주시 서부권 대표 오름이다. 제주관광공사가 ‘9월 놓치지 말아야 할 제주관광 10선’으로 꼽을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정상에 오르면, 푸른 초원과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의 목가적인 풍경, 저 멀리 협재해변과 에메랄드 빛 바다 위에 떠있는 비양도까지 조망할 수 있다. 화구호의 둘레는 약 1.2㎞이며, 남북으로 긴 타원을 이루고 있다. 꽤 큰 편이다. 정상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천아오름·새미소오름·정물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또 완만한 언덕을 타고 목장지대가 펼쳐지며 다양한 수림의 경관이 뛰어나다. 1963년 한림읍에서 펴낸 읍지에는 ‘금악 상봉에는 넓이 약 3만평에 이르는 대분화구에 약 5000평의 내지가 있으니 이를 금악담(今岳潭)이라 한다. 천고에 청징하여 가뭄이 계속돼도 수심이 내리지 않으니…, 백록담 버금가는 분화구의 못’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화구호가 지닌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내륙화가 진행되면서 습지 특유의 생태적·문화적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장마 때나 집중호우 때가 아니면, 물 고인 ‘왕매’를 볼 수 없다. 평소에는 바닥을 드러내기 때문에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이곳 축산 농가들은 “금오름 일대에 소가 방목됐을 당시에는 물을 먹으러간 소들이 계속 바닥을 다져줘 좀처럼 물이 빠지는 일이 없었다”며 내륙화가 가뭄 탓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jpen21@fnnews.com 좌승훈 기자
2020-10-10 13:19:18국내 최초 람사르 국제 습지로 지정된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의 ‘용늪’에서 7종의 신종 미생물이 발견됐다. 농촌진흥청은 미생물 자원 발굴을 위해 용늪 일대 습지보호지역을 대상으로 생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180여 균주의 미생물을 분리해 이 가운데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세계적으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미생물 총 7종을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용늪에서 신종 미생물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농촌진흥청은 7종의 신종 미생물에 대해 용늪, 강원 등의 이름을 붙여 미생물 분류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인 ‘국제계통분류미생물학회지(IJSEM)’에 보고했다. 이번에 발견한 7종의 신종 미생물은 ‘팔루디박테리움 용늪엔스(Paludibacterium yongneupense)’, ‘코넬라 용늪엔시스(Cohnella yongneupensis)’, ‘울이지노시박테리움 강원엔스(Uliginosibacterium gangwonense)’, ‘아시네토박터 브리소이(Acinetobacter brisoui)’, ‘카이스티아 솔라이(Kaistia soli)’, ‘아퀴탈리아 디니트리피칸스(Aquitalea denitrificans)’, ‘카이스티아 테래(Kaistia terrae)’ 등이다. 농촌진흥청은 이번에 용늪에서 발견한 미생물들이 저온 및 산소가 모자란 상태에서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기능 등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앞으로 새로운 항생제나 효소제 등 산업적으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발 1280m에 위치한 용늪은 약 5900년 전에 생성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고층 습지로, 늪의 바닥은 평균 1m 깊이의 이탄층(습지에서 식물이 죽은 뒤에 썩거나 분해되지 않고 그대로 쌓여 이루어진 짙은 갈색의 층)이 발달해 있다. 지난 1997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국제습지조약(람사르조약)의 습지보호지역으로 등록돼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팀 원항연 박사는 “이번에 발견된 신종 미생물은 학술적 가치가 클뿐만 아니라 앞으로 용늪의 미생물다양성 연구 및 유용 미생물 개발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ch21@fnnews.com 이창환기자
2010-12-15 09:44:50지리산 중턱, 넓이 2170㎡에 불과한 왕등재습지에 무려 348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지리산 고산습지인 왕등재습지의 동·식물상 등 13개 분야에 대해 정밀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까막딱따구리 등 348종이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왕등재습지는 지리산 해발 967∼970m에 위치한 고산습지로 길이 110m, 폭 2∼32m, 면적 2170㎡다. 수질 조사결과 부영양상태의 이탄습지(fen)로서 습지의 생성연대와 과거에 자생했던 식물상, 식생 및 기후의 변화까지 추정 가능한 이탄층은 평균 60㎝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탄은 낮은 온도 때문에 죽은 식물들이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쌓여 만들어진 토양층을 말한다. 이곳 습지에는 뻐꾹나리, 창포 등 58종의 식물과 멧돼지 등 포유류 13종, 새매 등 조류 72종, 양서·파충류 8종, 큰땅콩물방개 등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39종, 물먼지말류 등 담수조류 158종 등 총 348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원앙, 붉은배새매 등 천연기념물 5종, 멸종위기야생동물 Ⅱ등급인 까막딱따구리, 새홀리기, 삵, 담비 등 4종도 포함됐다. 왕등재습지와 같은 고산지역의 폐쇄된 장소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이유는 습지 내 사멸한 생물체에서 나온 무기물을 담수조류가 흡수하고 담수조류∼올챙이∼수서곤충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단은 이번 조사결과를 습지 생성연대 및 자연생태계의 변화 추이 분석과 습지관리 방향 설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동·식물, 지형지질, 수문 등 13개 분야의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 조사했다. /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2008-03-17 22:29:34지리산 중턱, 넓이 2170㎡에 불과한 왕등재습지에 무려 348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지리산 고산습지인 왕등재습지의 동·식물상 등 13개 분야에 대해 정밀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까막딱따구리 등 348종이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왕등재습지는 지리산 해발 967∼970m에 위치한 고산습지로 길이 110m, 폭 2∼32m, 면적 2170㎡다. 수질 조사결과 부영양상태의 이탄습지(fen)로서 습지의 생성연대와 과거에 자생했던 식물상, 식생 및 기후의 변화까지 추정 가능한 이탄층은 평균 60㎝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탄은 낮은 온도 때문에 죽은 식물들이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쌓여 만들어진 토양층을 말한다. 이곳 습지에는 뻐꾹나리, 창포 등 58종의 식물과 멧돼지 등 포유류 13종, 새매 등 조류 72종, 양서·파충류 8종, 큰땅콩물방개 등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39종, 물먼지말류 등 담수조류 158종 등 총 348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원앙, 붉은배새매 등 천연기념물 5종, 멸종위기야생동물 Ⅱ등급인 까막딱따구리, 새홀리기, 삵, 담비 등 4종도 포함됐다. 왕등재습지와 같은 고산지역의 폐쇄된 장소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이유는 습지 내 사멸한 생물체에서 나온 무기물을 담수조류가 흡수하고 담수조류∼올챙이∼수서곤충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단은 이번 조사결과를 습지 생성연대 및 자연생태계의 변화 추이 분석과 습지관리 방향 설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동·식물, 지형지질, 수문 등 13개 분야의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 조사했다. /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2008-03-17 20:56:01지리산 중턱, 넓이 2170㎡에 불과한 와등재습지에 무려 348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지리산 고산습지인 왕등재습지의 동·식물상 등 13개 분야에 대해 정밀 조사한 결과, 멸종위기 야생동물 Ⅱ급인 까막딱따구리 등 348종이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왕등재습지는 지리산 해발 967∼970m에 위치한 고산습지로 길이 110m, 폭 2∼32m, 면적 2170㎡다. 수질 조사결과 부영양상태의 이탄습지(fen)로써 습지의 생성연대와 과거에 자생했던 식물상, 식생 및 기후의 변화까지 추정 가능한 이탄층은 평균 60㎝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탄은 낮은 온도 때문에 죽은 식물들이 미생물 분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쌓여 만들어진 토양층을 말한다. 이곳 습지에는 뻐꾹나리, 창포 등 58종의 식물과 멧돼지 등 포유류 13종, 새매 등 조류 72종, 양서·파충류 8종, 큰땅콩물방개 등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39종, 물먼지말류 등 담수조류 158종 등 총 348종이 서식하고 있었다. 이중에는 원앙, 붉은배새매 등 천연기념물 5종, 멸종위기야생동물 Ⅱ등급인 까막딱따구리, 새홀리기, 삵, 담비 등 4종도 포함됐다. 왕등재습지와 같은 고산지역의 폐쇄된 장소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이유는 습지내 사멸한 생물체에서 나온 무기물을 담수조류가 흡수하고, 담수조류-올챙이-수서곤충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공단은 이번 조사결과를 습지 생성연대 및 자연생태계의 변화 추이 분석과 습지관리 방향 설정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동·식물, 지형지질, 수문 등 13개 분야의 전문가들로 조사단을 구성, 조사했다. /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2008-03-17 14:27:23